강력한 압박감이 덮쳐오자 안드레의 심장은 본능적으로 요동쳤고, 그는 급히 입을 열어 말했다.“선배님들! 저는 다른 뜻이 없습니다! 그저 여러분께서 원한을 풀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결국, 역외 강자가 곧 돌아올 텐데, 만약……”“만약?! 만약 역외 강자가 돌아온다면, 아마 가장 먼저 죽을 사람은 너 일 것이다! 오륙의 왕실이 몰살당하는 걸 수수방관한 네 죄를 알고 있느냐?!”정예왕이 차가운 목소리로 분노를 터뜨렸다.“한지훈이 오륙에 왔다면, 너는 마땅히 전력을 다해 그를 내쫓았어야 했다! 하지만 너는 그렇게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에게 문을 열어주고, 그를 위해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이런 네가 오륙의 반역자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를 반역자라 부를 수 있겠느냐?!”아서왕 또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잇따른 비난에 안드레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흘렀고, 그는 네 명의 천신계 강자를 한번 훑어보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천신계 강자들이 싸우면, 그 결과가 어떠할지를요!”“만약 한지훈과 싸우게 된다면, 그 피해를 입는 건 우리 오륙의 백성들뿐입니다! 제가 이렇게 하는 것도 결국은 오륙의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건방진 놈!”지금껏 입을 열지 않던 알렉산더가 마침내 입을 열자, 은빛 광채가 일어나 안드레를 감쌌다.안드레가 더 이상 말을 계속하면 알렉산더가 단번에 그를 베어버릴 기세였다!비록 안드레도 천신계 강자였지만, 알렉산더는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존재였다.게다가, 그는 이미 삼성 지급 천신계로 돌파할 기미를 보이고 있었으니, 그 앞에서 안드레는 단 한 수조차 버티지 못할 존재였다!“안드레, 너는 알고 있느냐? 수천 년 동안 오직 칭기즈칸 한 사람만이 오륙 영토를 밟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것조차도 역외 강자의 개입 때문이었을 뿐!”“그런데 네가 감히 용국의 한 젊은이를 오륙에서 제멋대로 날뛰게 놔두다니, 이것이야말로 오륙에 대한 최대의 모욕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너는 우리가 오늘 단지
한지훈이 손을 들어 올리자 은빛 광채가 손에서 뿜어져 나왔고, 오릉군 가시가 눈 부신 빛을 두르고 황금빛을 향해 날아갔다.“쾅!”두 힘이 충돌하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설산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순식간에 큰 눈사태가 터져버렸다. 동시에, 정예왕과 한지훈이 공중에서 맞붙었다.한지훈의 몸에서 황금빛 기운이 솟구치더니, 동방의 거대한 용으로 형상화되었다. 용이 솟구치며 포효하자 장엄한 용의 울음소리가 퍼져나갔다. 거대한 사자와 황금빛 용이 공중에서 얽혀 격돌하자, 산 아래의 사람들은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수백 년 동안 천신계 강자 간의 전투가 벌어진 적은 없었다. 설령 그런 존재들이 손을 쓰더라도, 그것은 일방적인 압도에 가까웠다. 그러나 오늘은 달랐다. 두 명의 천신계 강자가 정면으로 부딪치고 있었다!단순한 여파만으로도 주변의 작은 산봉우리 몇 개가 순식간에 평지로 변해버렸고, 이건 단지 첫 번째 공격일 뿐이었다.하늘에서는 빗발치듯 수많은 화살이 한지훈을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그 화살들은 한지훈의 몸에서 3미터 이내로 접근하자마자 모두 사라져 버리며, 그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했다! 그리고 불과 일 초도 지나지 않아, 한지훈과 정예왕은 이미 수천 번의 격돌을 나눴다!“과연 이토록 거만할 만하군!”정예왕이 이를 악물며 차갑게 말했다.이때, 그는 성갑을 입고 신성한 검을 손에 쥐고 있었다. 이 상태라면 그의 전투력이 한층 더 강화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작 일성 준천신계의 힘만으로 이성 천신계의 그와 맞서 싸우고 있었다!그들의 경지 차이는 분명 한 단계 이상이었다. 그런데도 정예왕은 천 번이 넘는 공격을 퍼부었음에도 한지훈을 쓰러뜨리지 못했으며, 심지어 자신의 신성한 검마저도 한지훈의 공격을 받아 흠집이 날 정도였다.반면, 한지훈은 여전히 태산처럼 침착하며, 전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 만약 상대가 안드레였다면, 벌써 그의 검 밑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다.“네 실력은 인정한다. 일성 준천신계로 나와
네 명의 이성 천신계 강자가 동시에 나서자, 그 기세는 천지를 뒤흔들 정도였다!한지훈이 이제 막 천신계에 발을 들인 준천신이라는 사실은 말할 것도 없고, 설령 노련한 천신계 강자라 하더라도 이러한 필살의 국면에서는 살아남기 어려웠다!천도의 위엄과도 같은 수천 갈래의 살기가 몰아치는 가운데, 한지훈의 얼굴에는 두려움이란 전혀 없었다. 그는 가볍게 손을 들어 붉은색 작은 환약 하나를 입에 넣었다.다음 순간, 그의 신체에서 전혀 다른 기세가 뿜어져 나왔다!은빛 광채가 그의 전신을 감싸더니, 그가 내딛는 발걸음조차도 마치 천지와 하나가 된 듯 자연스러웠다!혈령단은 과연 화산의 보물다웠다! 약을 삼킨 지 불과 몇 초 만에, 한지훈의 전투력은 삼성 지급 천신계까지 치솟았다!그러나 이 미세한 변화를 정예왕 등은 알아채지 못했다.그 순간, 한지훈이 손을 가볍게 올리자 오릉군 가시가 마치 유성처럼 그의 손에서 튀어 나갔다!아서왕 등 네 명이 내뿜는 그 장엄한 기세와 비교해 보면, 그의 무기는 마치 광활한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조각배처럼 보잘것없었다.아서왕의 얼굴에도 시큰둥한 미소가 떠올랐다. 일성 준천왕이 동시에 네 명의 이성 현급 천신계 강자들의 포위 공격에 직면하게 되면, 어떤 수준의 저항이든 결국 처참히 짓밟힐 것이다. “용국 젊은이, 반항은 네 죽음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알렉산더가 포효하며 장창을 휘둘렀고, 그 기세는 천군만마가 몰려오는 것 같았으며 무시무시한 압박이 한지훈을 덮쳐왔다!하지만 한지훈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너희, 정말 날 이겼다고 확신하나?”그가 말을 마치는 순간, 한 줄기 은빛 광채가 천군만마를 향해 돌진했다!그러자 기세 드높던 대군이 그 한 점 은빛 광채 아래서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콰과광!하늘을 가르는 폭발음이 연이어 터졌다!산과 강을 가르는 듯한 강력한 충격파가 네 명의 공격을 모조리 차단했다!반동으로 인한 여진이 되돌아오자, 알렉산더조차도 얼굴이 굳어졌다!그는 급히 장창을 휘둘러 무수한
각각 자신만의 독특한 살기를 가진 이성 현급 천신계 강자들은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한 힘을 보였다. 천생서문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저것은 무한 분신이다!표면적으로는 수많은 혈영으로 보이지만, 진짜 몸은 그 속에 숨어 있다.이는 고등 환술이자 강력한 살법이었다!이러한 술법을 상대하려면 단 한 번의 기회뿐이었고, 한 번에 적의 본체를 꿰뚫지 못하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수많은 혈영이 한지훈에게 점점 가까워지자, 옆에서 지켜보던 알렉산더와 아서왕은 재밌는 연극을 보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다크라의 혈영 분신은 그들조차 두려워하는 존재였다.하물며, 고작 일성 준천신 따위가 상대할 수 있겠는가?그러나 그들이 비웃음을 터뜨리기도 전에, 한지훈은 냉랭한 시선으로 그 무수한 혈영을 바라보더니 단 한마디를 내뱉었다.“꺼져라!”그저 한 단어를 내뱉었을 뿐인데, 마치 아홉 하늘을 가르는 천둥처럼 천 리 안팎의 공간에 울려 퍼졌다!공간 자체가 찢어지는 듯한 금이 생겨났고, 그 광대한 혈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다크라는 보이지 않는 압력에 의해 거꾸로 튕겨 나갔고, 그의 혈색 덩굴도 산산이 조각나 땅바닥으로 떨어졌다.알렉산더 일행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순간적으로 굳어졌다.단 한 마디로 다크라의 비술을 깨뜨렸다고?!그 광경을 지켜보던 무리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겨우 첫 번째 교전이었을 뿐인데, 이미 사태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었다!방금 한지훈이 내지른 한 마디는 단순한 음파 공격이 아니었고, 이는 강력한 자기장 에너지가 응축된 충격파였다!그 영향으로 주변의 작은 산 몇 개와 숲 한 구역이 순식간에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그야말로 ‘천신이 노하면 천 리가 피로 물든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광경이었다.“한지훈, 우리들이 너를 과소평가한 것 같군! 네놈의 경지가 단순한 일성 준천신이 아닌 듯하다!”알렉산더가 가장 먼저 상황을 되짚으며 말했다.일성 준천신은 절대 노호만으로 다크라의 공격을 막아내거나 경미한 부상을 입힐 수 없었다! “그것이
거대한 검이 하늘을 찌르듯 내려오는 순간, 온 산이 거센 진동과 함께 흔들렸다!구름을 찌를 듯한 높은 산맥이 날카로운 검기에 의해 두 갈래로 갈라지며, 한가운데에 약 1킬로미터에 달하는 깊은 균열이 생겨났다!산 아래에 있던 모든 이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두려움에 떨었다.그리고 이때, 빛의 장막 안에 있던 한지훈은 눈에 띄게 빠르게 늙어가고 있었다.검은 장발이 순식간에 희끗희끗 해지더니, 이내 백발로 변했다!이는 시공 진법이었다!한지훈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그의 발밑에서 붉고 흰색이 어우러진 거대한 원형 문양이 떠올랐다.음양어!발밑의 음양어 문양이 빠르게 회전하면서 한지훈의 생명이 급격히 소진되었고, 그의 전신을 감도는 검붉은 기운이 죽음의 기운으로 변했다!이는 바로 그가 곤륜에서 감지했던 그 힘이었고, 백룡의 심장이 전례 없는 강력한 기세로 폭발했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죽음의 기운에 감싸인 생명체의 본래 시간이 강제로 빼앗길 수는 없었다!그 순간, 마치 시간이 한지훈의 몸에서 멈춰버린 듯했다.이미 노쇠한 그의 육신은 여전히 마지막 남은 생명의 흔적을 간신히 붙잡고 있었다!“크윽…!”알렉산더가 본능적으로 차가운 숨을 들이켰고, 세상의 모든 존재는 시간이 흐르면 결국 쇠락하기 나름이었다! 인간뿐만 아니라,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결국 시들고 사라지기 마련이다.하지만 한지훈의 마지막 한 줄기 생명력만큼은, 그 어떤 힘으로도 지워낼 수 없었다!이건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저 녀석… 뭔가 수상하다! 당장 죽여라!”알렉산더가 천지를 뒤흔들듯 포효했다!시간의 흐름을 거스르는 자가 만약 성장한다면, 그 위험성은 도대체 얼마나 클 것인가?!“죽어라!”다크라가 혀를 깨물며 피를 뱉었다.그 피는 허공에서 검붉은 장검으로 변화하더니, 순식간에 붉은 섬광을 이루며 한지훈을 향해 날아갔다!“크아아악!”귀청이 찢어질 듯한 사자의 포효가 울려 퍼지며, 정예왕이 기세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그는 순식간에 빛의
“뭐라고?”놀란 다크라가 식은땀을 훔치기도 바쁘게, 그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순식간에 수백 미터 밖으로 날아가게 됐다. 아래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누가 봐도 한지훈이 반드시 죽게 될 거라 확신한 상황에, 결과는 그야말로 예상 밖이었다. 아서왕의 검이 튕겨 나가자마자, 곧이어 다크라의 혈검마저 녹아내렸다. 이건 정말 믿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수사자왕의 장검 역시 허공에서 갑자기 튕겨나가게 되자, 그는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한지훈의 온몸을 감싸는 붉은빛을 바라보았다. 비록 한지훈은 조금도 다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순간 오직 그만이 자신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모든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일단 그 빛 속에 몸을 담그고 있는 한, 한지훈은 전혀 유린당할 수 없게 된다. 즉 그의 몸을 감싸는 붉은빛만 깨뜨리면 그를 사지로 몰 수 있었다. “죽어!”바로 그때, 알렉산더가 갑자기 달려들더니 은색의 장총을 높이 들고는 한지훈의 가슴을 노렸다. “쿵!”큰 굉음과 함께 장총 위로는 불빛이 사방으로 튀었고, 한지훈을 감싸던 그 붉은빛도 다소 약해졌다. “죽으라고!”알렉산더와 아서왕은 거의 동시에 한지훈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수십 발의 총알, 수백 개의 검줄기가 보였다. 마침내 한지훈을 감싸던 붉은빛도 어두워졌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운 눈앞의 장면에, 저도 모르게 두피가 저릿해났다. 네 명의 천신계 강자로부터 거듭되는 공격을 받아오면서도 지금까지 버텨낸 건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안드레, 왜 아직도 가만히 있는 거야! 저놈은 이미 극도로 약해졌어. 얼른 우리랑 같이 협공해야지!”수사자왕은 한창 아래쪽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안드레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정도 규모의 대결에서는, 천왕계 강자들의 존재는 근본적으로 무용지물이었다. 천신계 강자에게 대미지를 입힐 수 있는 유일한 존재는 단지 천신계 강자뿐이었다. 그들 네 사람은 한지훈을 포위 공격하면서, 이미 최
이 결정은 안드레에게 있어서, 유럽의 몇 개 대가문과 철저히 절교하는 것과 다름없었고 심지어 카일 가문에서 제명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정말 자신을 도무지 설득할 수 없었다. 게다가 지금의 한지훈은 그날 공해상에서의 한지훈과는 완전히 다르다. 당시 그가 직접 목격한 그 수많은 수법들은 아직 발휘되지도 않았다. 한지훈은 그만큼 남다른 존재였기에 그는 자기 자신을 정말 설득할 수가 없었다. 비록 그는 한지훈이 왜 아직도 반격하지 않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는 한지훈의 실제 실력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매우 잘 알고 있었다. 특히나 그 기괴한 금빛 광막은 세상의 모든 공격을 거의 막아낼 수 있었다. 만약 한지훈이 원하기만 한다면, 굳이 이렇게 강한 압박을 감당할 필요도 전혀 없게 된다. “안드레! 만약 네가 오늘 나서지 않는다면, 넌 유럽인들로부터 죄인 취급을 받을 거야!”결국 아서왕은 노호하였다. 그러나 안드레는 이를 악문 채 눈을 살짝 감았다. 이 순간, 그는 정말 자신을 설득할 수 없었다. 설령 정말 유럽의 죄인이 된다 하더라도, 그는 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았다. 안드레의 마음이 크게 흔들를 무렵, 갑자기 공중에서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쾅!”굉음과 함께 한지훈 발밑의 음양어가 갑자기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주위의 모든 화초와 나무들이 시들어버렸다. 아래쪽에서 한창 관망하던 사람들조차도 눈 깜짝할 사이에 10살이나 늙어버린 모습이었다. 게다가 안드레는 갑자기 강한 흡인력이 마치 그에게서 중요한 무언가를 뽑아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어?”안드레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이 순간, 붉은빛 속의 한지훈은 눈에 띄는 속도로 오히려 활력을 되찾고 있었다. “이럴 리가 없어! 한지훈, 너! 널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알렉산더는 눈 깜짝할 사이에 회복하는 한지훈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게다가 그 희끗희끗하던 머리카락도 점점 검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하자,
그들을 이용해 진법을 연마하다니? 1성 준천신계 강자 한 명이, 4 명의 2 성 현급 천신을 손쉽게 제압하고 있었다.이는 그야말로 그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특히나 알렉산더는, 그동안 수천 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감히 자신과 맞붙을 때 진법을 연마하는 상대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수천수만 명이 보는 앞에서 그들에게 모욕을 안겨주었다. “너희들 할 줄 아는 수법이 고작 이 정도인가 보네. 그럼 이젠 내 차례야!”한지훈은 뒷짐을 진채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선전포고에 안드레는 식은땀을 금치 못했다. 그래도 방금 이 일에 연루되지 않아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역시 필연적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지훈은 심상치 않은 사람 같았다. 뜻밖에도 조금도 다치지 않은 한지훈의 모습에, 주위 모든 사람들은 멍하니 보았다. 아서왕 역시 다소 겁이 났다. 일성 준천신의 실력이 언제부터 이렇게 강해진 거지? 그는 평생 배운 것을 다 보여주고, 또 세 명의 2성 현급 천신과도 손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용국의 젊은 청년을 전혀 다치게 하지도 못했다. 더 싸우더라도 그들에게는 더 이상 이길 승산이 없어 보였다. 그때, 한지훈의 눈빛은 알렉산더를 향했다. “오늘 반드시 날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어? 좋아, 죽여봐!”이내 한지훈은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손에 든 은빛의 오릉군 가시가 순식간에 알렉산더에게로 날아갔다. 오릉군 가시는 마치 빛처럼 매우 빠르고, 눈 깜짝할 사이에 알렉산더의 가슴에 박혔다. 이 모든 과정은 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발생하여, 알렉산더는 전혀 반응하지도 못했고 그의 손에 든 은색 장총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이내 마찬가지로 저 멀리 몸이 날아간 그는 맞은편 설산에 부딪히게 됐다. “쾅!”맞은편의 설산은 순식간에 알렉산더에 의해 관통되었고, 그의 몸은 또 날아올라 직접 다른 작은 산까지 부딪히고 나서야 땅밑으로 떨어지게 됐다. “어?”그 장면에
한지훈은 이미 천신계를 돌파하긴 했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오래전 이미 천신계 다다른 강자들이었고 심지어 그중에는 2성 현급 천신계 강자도 있었다. 그러므로 한지훈의 이전 전적이 아무리 휘황찬란하다 하더라도, 노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천왕급에 지나치지 않았다. 설사 유럽 4대 천신계 강자들을 참살한 한지훈이라 하더라도, 절대 11명의 포위를 뚫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결? 감히 그런 망언을 하다니!” 그러나 한지훈은 가볍게 웃을 뿐, 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긴장도 보이지 않았다. 열한 명이 포위한다 하더라도 뭐 어때? 한지훈은 이미 주위에 진법을 배치했고, 게다가 그의 손에는 또 다른 하나의 비장의 카드가 있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혈령단이었다. 같은 천신계 강자들이라 하더라도 각 계급 사이의 실력 차이는 매우 컸다. 심지어 하늘과 땅 같은 차이였다. 삼성 지급 천신계의 기운은, 일성 이성과는 전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지훈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한지훈, 만약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네가 유럽 네 명의 천신계 강자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틀림없이 혈영단 덕이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 네 손에는 기껏해야 혈영단 하나만 남아있지. 과연 단 두 시간 안에 우릴 다 죽일 수 있을까?”“만약 네가 해내지 못한다면, 죽게 되는 건 너뿐만 아니라 너의 가문 그리고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도 다 죽어! 진우도 마찬가지야!”회색 두루마기 노인의 눈동자에는, 두 줄기 한기가 흘러나왔다. “단지 혈령단의 힘을 빌려 잠시나마 전력을 삼성 지급 천신계까지 끌어올렸다고 해서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지는 마! 설령 네가 지금 삼성 지급 천신계 고수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포위 공격은 절대 뚫을 수 없을 거야!”백발의 노인은 한지훈을 차갑게 바라보는 한편, 표정에는 비웃음이 묻어 있었다. 혈령단의 기운은 강하긴 하지만, 문제는 그 지속 시간이 단 두 시간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 시간이 흐른 후부터는, 약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곡형은 고개를 젓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단 한 사람의 기세로, 온 유럽을 깔아뭉개고 유럽의 모든 왕족과 귀족들을 순순히 복종하게끔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백이었다. 만약 곡형의 바탕이 화산이 아니었다면, 그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막으려 했을 것이다. “흥! 우리의 말을 따르지 않는 강자들은, 우리의 미래에 있어 장애물 같은 존재들이야. 게다가 이런 사람들이 강해질수록 오히려 우리한테만 더욱 불리할 뿐이야!”“한지훈을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국왕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겠어!”주 씨 어르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노호하였다. 이튿날 아침, 한지훈은 나계홍이 운전한 차에 올라타 모자 세 사람을 공항으로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한 씨 공관 부근에 진법까지 갖추고 화산 강자들이 오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곧이어 정오가 되자, 맑았던 하늘에는 갑자기 먹구름이 덮이더니 광풍이 기승을 부렸다. 필적할 수 없는 위압이 순식간에 한 씨 공관 전체를 비추었다. “빨리도 왔네!”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별장에서 나와 정원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 세 명의 백발노인이 몸을 날려 정원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사람은, 한지훈을 차갑게 살펴보았다. “네가 한지훈이야?” “그래!”한지훈은 담담하게 상대를 바라보았다. “한지훈, 서 도련님을 다치게 한 이상 오늘은 너의 제삿날이 될 거야!”곧바로 세 명의 백발노인은 삼각형의 동선으로 자리를 잡고는, 한지훈과 도청 전인 두 사람을 에워쌌다. 세 사람의 온몸의 기세는 동시에 폭발하였고, 순간 대지는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소 천신계 강자의 실력이어야만 이렇게나 무서운 위압을 보일 수 있었다. 이내 세 노인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한지훈, 감히 그동안 우리 화산을 업신여겨 오다니. 오늘 넌 죽음을 피하지 못할 거야!”노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그의 뒤쪽에서는 또 여덟 갈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곧이어 장검을 손에 쥔, 검은 두루마기의
그러자 한지훈은 강우연을 보고는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우연아, 이번에는 다소 급하게 돌아오게 돼서 너랑 고운이 선물은 준비하지 못했어.”이내 한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우연의 품에 안긴 고운이를 끌어안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빠 집에 없는 동안 고운이 말 잘 들었겠지?”“당연하지! 고운이 이젠 엄마 말 잘 들어!”고운이는 한지훈의 목을 껴안고는 그의 얼굴에 뽀뽀까지 했다. “당연한 부부사이에 뭔 매번 선물을 챙기려고 해요. 그나저나 이번 유럽 일정은 잘 해결됐어요?”강우연은 손을 뻗어 한지훈의 품에 안긴 고운이를 다시 들어 안아, 옆에 있는 하인에게 눈짓을 했다. “일이 잘 풀렸어. 다만 용국에 작은 사고가 나서 가능한 한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하더라고. 맞다, 우리 회사 용경에도 지사가 있지 않아? 요 며칠, 넌 일단 고운이를 데리고 지사에 가서 잠깐만 지내고 있어!”한지훈은 고운이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강우연에게 말했다. “지사로 가라고요?”강우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얼핏 봐도 한지훈에게 숨기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한지훈이 갑자기 그녀를 용경으로 보내려는 것 또한, 반드시 큰일이 발생한 거라 예상했다. “응, 앞으로 며칠간은 강중이 좀 혼란스러울 것 같아. 게다가 서효양은 병사들까지 데리고 이곳으로 왔어. 그러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운이랑 아들을 데리고 먼저 용경에 가서 묵고 있어!” 한지훈은 일단 아무렇게나 핑계를 댔다. “서 사령관이 군대까지 이끌고 강중에 왔다고요? 대체 무슨 일인데요?”강우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지훈을 보며 물었다. 서효양은 용국의 최고 사령관 중 한 명이었기에, 강우연은 사실 강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한지훈의 안위가 걱정될 뿐이었다. “별 일 아니야, 그냥 언급하기도 귀찮은 좀도둑 몇 명이 들어온 것뿐이야. 그러나 어찌 됐든 다소 흔들리긴 할 거야. 그래서 난 단지 고운이가 그 어린 나이에,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여주고 싶지
대장로도 잇달아 나서서 간곡히 타일렀다. 이번 시합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면, 당연히 참가 안 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반면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본인이 천자각에 숨는 건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역외 강자들이 수없이 들이닥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때가 되어 만약 사람들의 입에 국왕의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면 오히려 용국에게 있어 불리하게 된다. “서 사령관, 그리고 대장로님, 두 사람의 호의는 내가 마음만 받을게. 하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이 있어. 게다가 요즘 내가 지내게 될 곳은 아마 매우 위험할 거야.”“너희들이 강중에 남는다면 난 결코 반대하지는 않아. 그리고 이 일이 끝난 후, 난 용국으로 향하여 바로 국왕을 만날 거야! 국면은 항상 급변할 수 있으니, 우리 용국 또한 반드시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해!”말을 마친 한지훈은 무거운 눈빛으로, 서효양과 대장로를 바라보며 군례를 올렸다. “북양 왕...”서효양은 줄곧, 한지훈이 과거 라이언 킹 찰리를 참살하고 자신을 도와 원한을 풀어준 것에 대해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렇기에 방금 화산이 협력하여 한지훈 가문을 멸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이다. 비록 한지훈은 이전까지만 해도 백전백승하긴 했지만, 지금은 절대 쉽사리 영웅 행세를 할 수는 없었다. 서효양은 다시 한번 말려보려 했지만, 한지훈은 손을 흔들었다. “서 사령관, 알다시피 상대 중에는 역외에서 돌아온 천신계 강자가 있어. 이 상황에 만약 내가 천자각에 숨어든다면 필연적으로 국왕만 힘들어지게 될 거야. 일단 역외 강자가 돌아오게 되면, 그들은 반드시 국왕을 괴롭히려 할 거야!”“뭐가 됐든 국왕의 직위는 절대 바꿀 수 없어. 흔들렸다가는 용국의 바탕도 혼란에 빠지게 될 거야. 고작 나 한 사람의 생사로 인해 용국 전체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돼!”한지훈의 말에 서효양은 내심 자기도 모르게 탄복했다. “그러니 두 사람, 나 따라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 이건 생명에 위협
뭐라고?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화산 11로 라니? “진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한지훈이 급히 물었다. “화산 11로 중 여섯 명은 역외에서 온 강자들이고, 하나같이 모두 2성 현급 천신의 경지에 다다랐고, 심지어 나머지 다섯 명은 1성 준 천신의 경지야!” “이렇게 기세가 맹렬할 거라고는 국왕 또한 예상하지 못했어. 게다가 놈들은 반드시 너랑 너의 가족을 사지로 몰아넣겠다고 큰소리까지 쳤어!”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렸다. 이내 그는 급히 진우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역외 강자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잖아?”“너... 너 몇 시간 전에 서천술의 아들을 때리지 않았어? 사실 이 모든 건 서천술이 직접 계획한 일이야. 그들이 역외로부터 돌아오게 된 건, 아마도 4대 전장의 입구로부터 세속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해!”진우의 말투는 더없이 무거웠다. 사당에는 천신 강자라는 경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대 명산은 그동안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이리저리 회피하여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 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장 씨 집안은 더욱 말할 필요가 없었다. 줄곧 한지훈을 가장 미워해온 사람들 역시 장 씨 집안이었다. “만약 예 씨 어르신이 정정하게 계셨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파국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텐데 지금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어!”진우는 연신 탄식했다. 용국이 한지훈을 돕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고, 국왕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도 아니라 단지 그들의 능력이 제한된 이유였다. 설사 대군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11명의 천신계 강자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이 11명의 강자는 전 세계마저 휩쓸어버릴 기세였다. “나 바로 용국으로 돌아갈게!”한지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더없이 어두워진 안색을 한 한지훈의 모습에, 알파는 눈살을 찌푸렸다. “한 선생님, 설마 뭔 골치 아픈 일이라도 생기셨나요? 만약 저희 알파 가문이 도움을 드릴
한편 그 시각, 알파 가문 역시 일찍이 안드레로부터 통지를 받고는 부대 전체를 동원하여 고성 문어귀에서 한지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점잖게 문 앞에 선 알파 멀린은, 다가오는 검은색 롤스로이스를 향해 목례를 하고 있었다. 안드레와 한지훈 두 사람이 나란히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자마자, 알파 멀린은 급히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맞이했다. “한 선생님, 안드레 선생님, 두 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현세대 족장 알파 멀린이라고 합니다!”알파 멀린은 다시 한번 한지훈과 안드레를 향해 귀족 인사를 하였다. “어? 이름이 알파 멀린이라고? 너희 가문도 이름 짓는 규칙이 우리 용국과 같구나!”한지훈은 고성으로 들어서면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한 선생님, 저희 가문은 로마왕 옥타비아누스에서 유래하여, 고대 로마 시기로부터 유럽에서는 용국과 똑같은 방법으로 이름을 지어왔습니다!”“다만 그 후 야만족이 로마 제국을 격파했는데, 그들은 본래 이름이 없었던 탓에 로마 시기의 통치를 제대로 구분하기 위하여 이름 짓는 법을 아예 바꾼 겁니다!”알파는 한지훈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알파의 말대로 구 로마 시대의 이름은 용국과 다를 바 없었다. 어느새 그들은 고성의 거실에 들어서게 됐고, 알파는 거실에 남은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다들 물러나라는 뜻을 보였다. 한지훈과 안드레는 절대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만큼 필연적으로 중요한 일과 연관되어 있었기에 절대 외부인에게 그들의 소식이 전해져서는 안 됐다. “한 선생님, 이번에 어렵게 방문해 주셨는데 제가 뭐 좀 도와드릴 거라도 있을까요?”알파는 한지훈을 위해 차를 따르면서 웃는 얼굴로 물었다. 자고로 알파 가문은 커피는 전혀 마시지 않고 차만 마셔왔다. 이 습관은 구 로마 시대부터 줄곧 전해 내려온 것이다. “역외 강자가 돌아오는 사실에 대해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라 믿어. 게다가 내가 알기로는 일단 그들이 돌아오면 다시 한번 무도로 나라를
안드레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서영호는 온몸을 떨었다. 하지만 서영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안드레는 다시 한번 손바닥을 휘두르더니 방금 한지훈에게 불경한 태도를 보인 그 젊은 여자 역시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어라?”이를 지켜본 서영호의 졸개들은 크게 놀라 바로 무릎을 꿇었다. 방금 전까지 보인 그 위풍은 볼 수가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안드레의 따귀에 너덜너덜해진 모습에, 서영호는 식은땀을 비 오듯 흘렸다. “알겠어요... 저... 무릎 꿇을게요! 꿇는다고요!”결국 서영호는 안드레를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털석하는 소리와 함께 한지훈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한... 한지훈, 네가... 감히 내 절을 받을 줄이야?”하지만 그는 여전히 달갑지 않았다. “감히 못할게 뭐가 있어?”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서영호를 쳐다보았다. 그의 성격상, 그는 서영호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역외 강자라 하더라도 용국의 근본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서영호는 이를 꽉 깨물고 있었지만, 눈앞의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마음속 분노를 참고는 한지훈을 향해 연속 세 번 절을 했다. 안드레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서영호를 힐끗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이 무식한 놈들을 한 번만 용서해 주시죠. 이들... 또한 협박을 받긴 했을 겁니다!”손가락으로는 뒤쪽에서 여전히 무릎 꿇고 있는 유럽 귀족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한지훈은 살짝 손을 흔들었다. 이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가는 그저 대란에 빠지게 될 뿐이다. 혼란스러운 유럽은 용국에게도 매우 불리하다. 일단 역외 강자가 돌아오게 되면, 각국의 군주 체계를 전복시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럽과 용국은 동병상련을 겪게 된다. 적군의 적군이, 바로 아군이 되는 격이다. “유럽에는 영국 왕실 외에 또 발언권이
“음... 안드레 선생님, 이건 엄연히 저희 용국 집안의 일이니 선생님께서는 굳이 끼어들진 마시죠?”서영호는 서천술의 신분을 빌려 안드레와 좋은 인연을 맺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시 입을 떼기도 전에, 안드레는 냅다 손바닥을 휘둘렀다. “팍!”비할 데 없이 우렁찬 소리가 산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서영호는 안드레의 강한 따귀를 감당해내지 못했다. 결국 아예 몸이 거꾸로 날아가 버렸고, 이빨마저 세 개나 떨어졌다. 그러나 서영호는 필경 예사로운 강자가 아니고, 엄연히 역외 강자의 적장자였기에, 이 따귀는 그에게 약간의 외상만 입혔을 뿐 골격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만약 일반적인 삼성 지급 천왕계였다면 진작에 얼굴마저 변형됐을 것이다. 서영호는 허우적거리며 땅에서 일어나, 두 눈에 불을 뿜어내며 안드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곧 마음속 분노를 억누르고는 살기 어린 눈빛을 거두었다. “무릎 꿇어!”안드레는 서영호를 향해 삿대질하며 노호하였다. 뭐라고? 그러자 서영호는 고개를 들어 반박하기 시작했다. “안드레 선생님, 전 무도 학원의 학생으로서 당신을 매우 존중합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도 잊으시면 안 되죠. 제가 역외 강자의 자식이라는 것을!”결국 서영호는 더 이상 양보할 것도 없어 바로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역외 강자? 흥! 우리 유럽에는 역외 강자가 없는 줄 알아? 나한테 지금 협박하는 거야?”안드레의 눈빛은 더욱 무거워졌다. 서영호는 그제야 만장에 있는 수만 명의 사람들 중 오직 안드레만이 우뚝 서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10대 가문조차도 순순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안드레가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방금 한 행동이 확실히 부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저기... 안드레 선생님, 부디 오해하지는 말아 주세요. 저는 단지 아버지를 대신하여...”“무릎 꿇어!”서영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드레는 다시 한번 노호했다. 한편 그의 주먹은 희미한 흰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서영호가 다시 한번 감히
듣기가 극히 불편한 그 목소리는, 곧바로 수만 명의 눈길을 이끌었다. 방금 유럽 4대 천신계 고수들을 전부 칼로 찔러 죽인 한지훈인데, 대체 누가 감히 이 상황에 여전히 망언을 퍼붓는 거지?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이내 산기슭에서 한 쌍의 선남선녀가 귀족들의 곁을 지나치면서 걸어 들어왔다. 일제히 땅에 무릎을 꿇은 많은 사람들을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한 쌍의 젊은 남녀는 이상하게도 유달이 눈에 띄었다. 한지훈은 서늘한 눈빛으로 선두에 선 젊은 남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뭐?”젊은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표정을 보였다. “한지훈, 천신계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마. 역외 강자와 비교했을 때, 천신계는 그저 졸개일 뿐이야!”“당신이 죽인 그 사람, 역외 색슨족의 대표 맞지? 그나저나 용국의 역외 강자와 색슨족이 연맹 대계를 상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너 한 사람이 저지른 일 때문에 연맹 대계가 물거품이 된다면, 네가 그걸 책임질 수 있어?”그러자 한지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뭐? 넌 대체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건데. 역외랑은 어떤 사이인 건데?”이내 젊은 남자 옆에 요염하게 서있던 한 여자가 앞으로 나아가 남자의 팔을 잡고는 말했다. “감히 서 도련님도 몰라 보다니, 정말 무식하네! 서 도련님을 보고도 무릎 꿇지도 않고 인사도 안 해? 정말 교양도 없구나!”서영호? 한지훈은 전에 진우로부터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바로 화산이 무도 학원에 추천한 수강생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는 역외 강자 서천술의 적장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용국 무종에서도, 서영호의 소문은 항상 어마무시했다. 그러나 정작 직접 대면해 보니, 오만 가득한 태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릎 꿇는 건 이번에는 그냥 봐줄게. 그러니 혈령단이나 내놓아!”서영호는 오만한 표정을 한 채 다짜고짜 손을 내밀어 마치 자기 집 물건을 달라고 하는 것처럼 당연한 듯 요구했다. “내가 안 주겠다고 하면?”한지훈의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