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을 이용해 진법을 연마하다니? 1성 준천신계 강자 한 명이, 4 명의 2 성 현급 천신을 손쉽게 제압하고 있었다.이는 그야말로 그들에 대한 모욕이었다. 특히나 알렉산더는, 그동안 수천 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감히 자신과 맞붙을 때 진법을 연마하는 상대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그러나 한지훈은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수천수만 명이 보는 앞에서 그들에게 모욕을 안겨주었다. “너희들 할 줄 아는 수법이 고작 이 정도인가 보네. 그럼 이젠 내 차례야!”한지훈은 뒷짐을 진채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그의 선전포고에 안드레는 식은땀을 금치 못했다. 그래도 방금 이 일에 연루되지 않아서 다행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그 역시 필연적으로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한지훈은 심상치 않은 사람 같았다. 뜻밖에도 조금도 다치지 않은 한지훈의 모습에, 주위 모든 사람들은 멍하니 보았다. 아서왕 역시 다소 겁이 났다. 일성 준천신의 실력이 언제부터 이렇게 강해진 거지? 그는 평생 배운 것을 다 보여주고, 또 세 명의 2성 현급 천신과도 손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용국의 젊은 청년을 전혀 다치게 하지도 못했다. 더 싸우더라도 그들에게는 더 이상 이길 승산이 없어 보였다. 그때, 한지훈의 눈빛은 알렉산더를 향했다. “오늘 반드시 날 죽이겠다고 하지 않았어? 좋아, 죽여봐!”이내 한지훈은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더니, 손에 든 은빛의 오릉군 가시가 순식간에 알렉산더에게로 날아갔다. 오릉군 가시는 마치 빛처럼 매우 빠르고, 눈 깜짝할 사이에 알렉산더의 가슴에 박혔다. 이 모든 과정은 1초도 안 되는 시간 안에 발생하여, 알렉산더는 전혀 반응하지도 못했고 그의 손에 든 은색 장총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이내 마찬가지로 저 멀리 몸이 날아간 그는 맞은편 설산에 부딪히게 됐다. “쾅!”맞은편의 설산은 순식간에 알렉산더에 의해 관통되었고, 그의 몸은 또 날아올라 직접 다른 작은 산까지 부딪히고 나서야 땅밑으로 떨어지게 됐다. “어?”그 장면에
오릉군 가시가 자신의 가슴을 향해 날아오게 되자, 아서왕은 급히 승리의 검을 들고는 칼을 휘둘러 막아 나섰다. 그러나 그 순간, 굉음과 함께 오릉군 가시는 승리의 검을 관통하여 아서왕의 가슴을 찔렀다. “너... 너... 너 대체 어떻게 삼성 천신의 전력을 가지고 있는 거야?”아서왕은 죽는 순간까지 풀리지 않는 의문에 답답해했다. 한지훈은 분명히 일성 준천신의 실력 밖에 안되는데, 어떻게 두 단계나 더욱 높은 경계를 끌어올릴 수 있는걸가? “넌 굳이 알 필요 없어!”한지훈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오릉군 가시는 찰나에 멀리 떨어졌다가 다시 돌아와 뒤쪽으로 아서왕을 찔렀다. 쾅! 아서왕의 몸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어 공중에서 사라졌다. 그의 몸에 있던 뼈들은 무수한 조각으로 부서져 공중에서 흩어져 버리게 됐다. 그렇게 순식간에 네 명의 천신급 강자, 유럽의 신앙이 모두 연기처럼 사라지게 됐다. 아래에서 관전하고 있던 사람들은 결국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에게 한지훈은 바로 천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한편 한지훈의 차가운 눈빛은 먼 곳의 그 사람 모양의 깊은 구덩이로 향했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이미 피투성이가 된 알렉산더의 몸은 순식간에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이내 한 손으로 알렉산더의 목덜미를 잡고는 무덤덤한 눈빛으로 물었다. “유럽이 정말 그렇게 대단해?”알렉산더는 더 이상 대답할 힘도 없었다. 그는 이미 위아래 온몸의 모든 뼈가 부서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삼성 지급 천왕계 진입할 강자였다. 적어도 역외 강자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그는 유럽 전역에서 가장 강한 존재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그는 주먹을 휘두를 힘조차 없었다. 한지훈의 차가운 눈빛에 그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연달아 세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을 모두 지켜본 그였기에, 자신은 결코 죽고 싶지 않았다. 이 상황에 그는 내심 이미 세속적인 것들은 전부 잊어버렸다. 체면이든 영욕이든, 이젠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그
몇몇 귀족들은, 알렉산더를 상징하던 은색 장총 마크를 아예 떼어내고는 발로 짓밟기까지 했다. “한지훈, 너... 너는 나를 죽일 수 없어. 난 유럽 지역의 색슨족 역외 강자 대표야! 네가 나를 죽이면 우리 배후 세력들이 절대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알렉산더의 말에, 모든 유럽 귀족들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적대시하는 눈빛으로 알렉산더를 쳐다보았다. 색슨족? 약 천 년 전, 바로 색슨족의 침입으로 유럽 전체가 도탄에 빠진 적이 있었다. 두 발로 걷는 짐승과 다를 바 없었던 그들은 심지어 몇 살짜리 아이들조차도 가만히 놔두지 않고, 지나가는 곳마다 피를 튀겼다. 그 후, 프랑크왕이 직위에 오르고 나서야 색슨족 전부를 유럽에서 쫓아낸 것이다. “죽여!”“죽여버려!”“이 짐승 같은 놈!”이내 한바탕 사람들의 노호가 들려왔다. 그들이 이렇게까지 분노한 이유는 단지 알렉산더의 신분 때문만이 아니라, 줄곧 과학기술 최고라고 자부하던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유럽이 뜻밖에도 도둑놈을 수천 년 동안 존경해 온 것이 너무나도 자책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이는 그야말로 유럽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날 가만 두지 않을 거라고? 좋아, 그럼 내가 기다릴게!”차갑게 웃음을 보인 한지훈이, 손가락 사이로 힘을 약간 주자 철컥하는 소리와 함께 알렉산더의 목은 부러졌다. 그렇게 죄악으로 가득한 시체 한 구가 또 떨어지게 됐다. “이게 바로 당신들의 신앙이야? 이게 바로 유럽의 자부심이냐고?”“적인지 아군인지도 분간 못하면서, 대체 당신들은 뭘 믿고 그렇게 강한 우월감을 갖고 있는 건데?”한지훈은 조롱하는 표정으로 아래에 서있던 모든 유럽 귀족들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안드레조차도 얼굴을 붉힌 채 고개를 숙이고만 있었다. 이는 마치,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가 자신의 온 가족을 죽인 토비를 줄곧 친부모처럼, 자신의 구세주처럼 간주한 것과 같았다. 만약 한지훈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들의 후손들 역시 줄곧 도둑을 영웅처럼 여겼을 것이다. “무릎 꿇어!”
듣기가 극히 불편한 그 목소리는, 곧바로 수만 명의 눈길을 이끌었다. 방금 유럽 4대 천신계 고수들을 전부 칼로 찔러 죽인 한지훈인데, 대체 누가 감히 이 상황에 여전히 망언을 퍼붓는 거지?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이내 산기슭에서 한 쌍의 선남선녀가 귀족들의 곁을 지나치면서 걸어 들어왔다. 일제히 땅에 무릎을 꿇은 많은 사람들을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한 쌍의 젊은 남녀는 이상하게도 유달이 눈에 띄었다. 한지훈은 서늘한 눈빛으로 선두에 선 젊은 남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뭐?”젊은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표정을 보였다. “한지훈, 천신계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마. 역외 강자와 비교했을 때, 천신계는 그저 졸개일 뿐이야!”“당신이 죽인 그 사람, 역외 색슨족의 대표 맞지? 그나저나 용국의 역외 강자와 색슨족이 연맹 대계를 상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너 한 사람이 저지른 일 때문에 연맹 대계가 물거품이 된다면, 네가 그걸 책임질 수 있어?”그러자 한지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뭐? 넌 대체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건데. 역외랑은 어떤 사이인 건데?”이내 젊은 남자 옆에 요염하게 서있던 한 여자가 앞으로 나아가 남자의 팔을 잡고는 말했다. “감히 서 도련님도 몰라 보다니, 정말 무식하네! 서 도련님을 보고도 무릎 꿇지도 않고 인사도 안 해? 정말 교양도 없구나!”서영호? 한지훈은 전에 진우로부터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바로 화산이 무도 학원에 추천한 수강생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는 역외 강자 서천술의 적장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용국 무종에서도, 서영호의 소문은 항상 어마무시했다. 그러나 정작 직접 대면해 보니, 오만 가득한 태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릎 꿇는 건 이번에는 그냥 봐줄게. 그러니 혈령단이나 내놓아!”서영호는 오만한 표정을 한 채 다짜고짜 손을 내밀어 마치 자기 집 물건을 달라고 하는 것처럼 당연한 듯 요구했다. “내가 안 주겠다고 하면?”한지훈의 표
“음... 안드레 선생님, 이건 엄연히 저희 용국 집안의 일이니 선생님께서는 굳이 끼어들진 마시죠?”서영호는 서천술의 신분을 빌려 안드레와 좋은 인연을 맺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시 입을 떼기도 전에, 안드레는 냅다 손바닥을 휘둘렀다. “팍!”비할 데 없이 우렁찬 소리가 산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서영호는 안드레의 강한 따귀를 감당해내지 못했다. 결국 아예 몸이 거꾸로 날아가 버렸고, 이빨마저 세 개나 떨어졌다. 그러나 서영호는 필경 예사로운 강자가 아니고, 엄연히 역외 강자의 적장자였기에, 이 따귀는 그에게 약간의 외상만 입혔을 뿐 골격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만약 일반적인 삼성 지급 천왕계였다면 진작에 얼굴마저 변형됐을 것이다. 서영호는 허우적거리며 땅에서 일어나, 두 눈에 불을 뿜어내며 안드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곧 마음속 분노를 억누르고는 살기 어린 눈빛을 거두었다. “무릎 꿇어!”안드레는 서영호를 향해 삿대질하며 노호하였다. 뭐라고? 그러자 서영호는 고개를 들어 반박하기 시작했다. “안드레 선생님, 전 무도 학원의 학생으로서 당신을 매우 존중합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도 잊으시면 안 되죠. 제가 역외 강자의 자식이라는 것을!”결국 서영호는 더 이상 양보할 것도 없어 바로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역외 강자? 흥! 우리 유럽에는 역외 강자가 없는 줄 알아? 나한테 지금 협박하는 거야?”안드레의 눈빛은 더욱 무거워졌다. 서영호는 그제야 만장에 있는 수만 명의 사람들 중 오직 안드레만이 우뚝 서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10대 가문조차도 순순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안드레가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방금 한 행동이 확실히 부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저기... 안드레 선생님, 부디 오해하지는 말아 주세요. 저는 단지 아버지를 대신하여...”“무릎 꿇어!”서영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드레는 다시 한번 노호했다. 한편 그의 주먹은 희미한 흰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서영호가 다시 한번 감히
안드레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서영호는 온몸을 떨었다. 하지만 서영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안드레는 다시 한번 손바닥을 휘두르더니 방금 한지훈에게 불경한 태도를 보인 그 젊은 여자 역시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어라?”이를 지켜본 서영호의 졸개들은 크게 놀라 바로 무릎을 꿇었다. 방금 전까지 보인 그 위풍은 볼 수가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안드레의 따귀에 너덜너덜해진 모습에, 서영호는 식은땀을 비 오듯 흘렸다. “알겠어요... 저... 무릎 꿇을게요! 꿇는다고요!”결국 서영호는 안드레를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털석하는 소리와 함께 한지훈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한... 한지훈, 네가... 감히 내 절을 받을 줄이야?”하지만 그는 여전히 달갑지 않았다. “감히 못할게 뭐가 있어?”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서영호를 쳐다보았다. 그의 성격상, 그는 서영호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역외 강자라 하더라도 용국의 근본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서영호는 이를 꽉 깨물고 있었지만, 눈앞의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마음속 분노를 참고는 한지훈을 향해 연속 세 번 절을 했다. 안드레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서영호를 힐끗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이 무식한 놈들을 한 번만 용서해 주시죠. 이들... 또한 협박을 받긴 했을 겁니다!”손가락으로는 뒤쪽에서 여전히 무릎 꿇고 있는 유럽 귀족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한지훈은 살짝 손을 흔들었다. 이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가는 그저 대란에 빠지게 될 뿐이다. 혼란스러운 유럽은 용국에게도 매우 불리하다. 일단 역외 강자가 돌아오게 되면, 각국의 군주 체계를 전복시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럽과 용국은 동병상련을 겪게 된다. 적군의 적군이, 바로 아군이 되는 격이다. “유럽에는 영국 왕실 외에 또 발언권이
한편 그 시각, 알파 가문 역시 일찍이 안드레로부터 통지를 받고는 부대 전체를 동원하여 고성 문어귀에서 한지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점잖게 문 앞에 선 알파 멀린은, 다가오는 검은색 롤스로이스를 향해 목례를 하고 있었다. 안드레와 한지훈 두 사람이 나란히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자마자, 알파 멀린은 급히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맞이했다. “한 선생님, 안드레 선생님, 두 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현세대 족장 알파 멀린이라고 합니다!”알파 멀린은 다시 한번 한지훈과 안드레를 향해 귀족 인사를 하였다. “어? 이름이 알파 멀린이라고? 너희 가문도 이름 짓는 규칙이 우리 용국과 같구나!”한지훈은 고성으로 들어서면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한 선생님, 저희 가문은 로마왕 옥타비아누스에서 유래하여, 고대 로마 시기로부터 유럽에서는 용국과 똑같은 방법으로 이름을 지어왔습니다!”“다만 그 후 야만족이 로마 제국을 격파했는데, 그들은 본래 이름이 없었던 탓에 로마 시기의 통치를 제대로 구분하기 위하여 이름 짓는 법을 아예 바꾼 겁니다!”알파는 한지훈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알파의 말대로 구 로마 시대의 이름은 용국과 다를 바 없었다. 어느새 그들은 고성의 거실에 들어서게 됐고, 알파는 거실에 남은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다들 물러나라는 뜻을 보였다. 한지훈과 안드레는 절대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만큼 필연적으로 중요한 일과 연관되어 있었기에 절대 외부인에게 그들의 소식이 전해져서는 안 됐다. “한 선생님, 이번에 어렵게 방문해 주셨는데 제가 뭐 좀 도와드릴 거라도 있을까요?”알파는 한지훈을 위해 차를 따르면서 웃는 얼굴로 물었다. 자고로 알파 가문은 커피는 전혀 마시지 않고 차만 마셔왔다. 이 습관은 구 로마 시대부터 줄곧 전해 내려온 것이다. “역외 강자가 돌아오는 사실에 대해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라 믿어. 게다가 내가 알기로는 일단 그들이 돌아오면 다시 한번 무도로 나라를
뭐라고?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화산 11로 라니? “진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한지훈이 급히 물었다. “화산 11로 중 여섯 명은 역외에서 온 강자들이고, 하나같이 모두 2성 현급 천신의 경지에 다다랐고, 심지어 나머지 다섯 명은 1성 준 천신의 경지야!” “이렇게 기세가 맹렬할 거라고는 국왕 또한 예상하지 못했어. 게다가 놈들은 반드시 너랑 너의 가족을 사지로 몰아넣겠다고 큰소리까지 쳤어!”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렸다. 이내 그는 급히 진우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역외 강자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잖아?”“너... 너 몇 시간 전에 서천술의 아들을 때리지 않았어? 사실 이 모든 건 서천술이 직접 계획한 일이야. 그들이 역외로부터 돌아오게 된 건, 아마도 4대 전장의 입구로부터 세속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해!”진우의 말투는 더없이 무거웠다. 사당에는 천신 강자라는 경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대 명산은 그동안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이리저리 회피하여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 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장 씨 집안은 더욱 말할 필요가 없었다. 줄곧 한지훈을 가장 미워해온 사람들 역시 장 씨 집안이었다. “만약 예 씨 어르신이 정정하게 계셨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파국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텐데 지금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어!”진우는 연신 탄식했다. 용국이 한지훈을 돕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고, 국왕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도 아니라 단지 그들의 능력이 제한된 이유였다. 설사 대군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11명의 천신계 강자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이 11명의 강자는 전 세계마저 휩쓸어버릴 기세였다. “나 바로 용국으로 돌아갈게!”한지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더없이 어두워진 안색을 한 한지훈의 모습에, 알파는 눈살을 찌푸렸다. “한 선생님, 설마 뭔 골치 아픈 일이라도 생기셨나요? 만약 저희 알파 가문이 도움을 드릴
한지훈은 이미 천신계를 돌파하긴 했지만,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 오래전 이미 천신계 다다른 강자들이었고 심지어 그중에는 2성 현급 천신계 강자도 있었다. 그러므로 한지훈의 이전 전적이 아무리 휘황찬란하다 하더라도, 노인들이 보기에는 그저 천왕급에 지나치지 않았다. 설사 유럽 4대 천신계 강자들을 참살한 한지훈이라 하더라도, 절대 11명의 포위를 뚫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자결? 감히 그런 망언을 하다니!” 그러나 한지훈은 가볍게 웃을 뿐, 그의 표정에는 조금의 긴장도 보이지 않았다. 열한 명이 포위한다 하더라도 뭐 어때? 한지훈은 이미 주위에 진법을 배치했고, 게다가 그의 손에는 또 다른 하나의 비장의 카드가 있기도 했다. 그것은 바로 혈령단이었다. 같은 천신계 강자들이라 하더라도 각 계급 사이의 실력 차이는 매우 컸다. 심지어 하늘과 땅 같은 차이였다. 삼성 지급 천신계의 기운은, 일성 이성과는 전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한지훈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자신감이 넘쳤다. “한지훈, 만약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면 네가 유럽 네 명의 천신계 강자들을 참살할 수 있었던 것은 틀림없이 혈영단 덕이었을 거야! 하지만 지금 네 손에는 기껏해야 혈영단 하나만 남아있지. 과연 단 두 시간 안에 우릴 다 죽일 수 있을까?”“만약 네가 해내지 못한다면, 죽게 되는 건 너뿐만 아니라 너의 가문 그리고 너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도 다 죽어! 진우도 마찬가지야!”회색 두루마기 노인의 눈동자에는, 두 줄기 한기가 흘러나왔다. “단지 혈령단의 힘을 빌려 잠시나마 전력을 삼성 지급 천신계까지 끌어올렸다고 해서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지는 마! 설령 네가 지금 삼성 지급 천신계 고수라 할지라도 우리들의 포위 공격은 절대 뚫을 수 없을 거야!”백발의 노인은 한지훈을 차갑게 바라보는 한편, 표정에는 비웃음이 묻어 있었다. 혈령단의 기운은 강하긴 하지만, 문제는 그 지속 시간이 단 두 시간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 시간이 흐른 후부터는, 약
입술을 잘근잘근 씹던 곡형은 고개를 젓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단 한 사람의 기세로, 온 유럽을 깔아뭉개고 유럽의 모든 왕족과 귀족들을 순순히 복종하게끔 만든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기백이었다. 만약 곡형의 바탕이 화산이 아니었다면, 그는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 막으려 했을 것이다. “흥! 우리의 말을 따르지 않는 강자들은, 우리의 미래에 있어 장애물 같은 존재들이야. 게다가 이런 사람들이 강해질수록 오히려 우리한테만 더욱 불리할 뿐이야!”“한지훈을 죽이지 않으면 앞으로 어떻게 국왕의 자리를 빼앗을 수 있겠어!”주 씨 어르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노호하였다. 이튿날 아침, 한지훈은 나계홍이 운전한 차에 올라타 모자 세 사람을 공항으로 바래다주었다. 그리고 한 씨 공관 부근에 진법까지 갖추고 화산 강자들이 오기만을 조용히 기다렸다. 곧이어 정오가 되자, 맑았던 하늘에는 갑자기 먹구름이 덮이더니 광풍이 기승을 부렸다. 필적할 수 없는 위압이 순식간에 한 씨 공관 전체를 비추었다. “빨리도 왔네!”한지훈은 한 손을 짊어진 채 별장에서 나와 정원으로 향했다. 바로 그때, 세 명의 백발노인이 몸을 날려 정원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였다.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사람은, 한지훈을 차갑게 살펴보았다. “네가 한지훈이야?” “그래!”한지훈은 담담하게 상대를 바라보았다. “한지훈, 서 도련님을 다치게 한 이상 오늘은 너의 제삿날이 될 거야!”곧바로 세 명의 백발노인은 삼각형의 동선으로 자리를 잡고는, 한지훈과 도청 전인 두 사람을 에워쌌다. 세 사람의 온몸의 기세는 동시에 폭발하였고, 순간 대지는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최소 천신계 강자의 실력이어야만 이렇게나 무서운 위압을 보일 수 있었다. 이내 세 노인은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한지훈, 감히 그동안 우리 화산을 업신여겨 오다니. 오늘 넌 죽음을 피하지 못할 거야!”노인의 말이 떨어지기도 바쁘게, 그의 뒤쪽에서는 또 여덟 갈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곧이어 장검을 손에 쥔, 검은 두루마기의
그러자 한지훈은 강우연을 보고는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우연아, 이번에는 다소 급하게 돌아오게 돼서 너랑 고운이 선물은 준비하지 못했어.”이내 한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강우연의 품에 안긴 고운이를 끌어안고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아빠 집에 없는 동안 고운이 말 잘 들었겠지?”“당연하지! 고운이 이젠 엄마 말 잘 들어!”고운이는 한지훈의 목을 껴안고는 그의 얼굴에 뽀뽀까지 했다. “당연한 부부사이에 뭔 매번 선물을 챙기려고 해요. 그나저나 이번 유럽 일정은 잘 해결됐어요?”강우연은 손을 뻗어 한지훈의 품에 안긴 고운이를 다시 들어 안아, 옆에 있는 하인에게 눈짓을 했다. “일이 잘 풀렸어. 다만 용국에 작은 사고가 나서 가능한 한 빨리 돌아와야 한다고 하더라고. 맞다, 우리 회사 용경에도 지사가 있지 않아? 요 며칠, 넌 일단 고운이를 데리고 지사에 가서 잠깐만 지내고 있어!”한지훈은 고운이의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강우연에게 말했다. “지사로 가라고요?”강우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얼핏 봐도 한지훈에게 숨기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한지훈이 갑자기 그녀를 용경으로 보내려는 것 또한, 반드시 큰일이 발생한 거라 예상했다. “응, 앞으로 며칠간은 강중이 좀 혼란스러울 것 같아. 게다가 서효양은 병사들까지 데리고 이곳으로 왔어. 그러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고운이랑 아들을 데리고 먼저 용경에 가서 묵고 있어!” 한지훈은 일단 아무렇게나 핑계를 댔다. “서 사령관이 군대까지 이끌고 강중에 왔다고요? 대체 무슨 일인데요?”강우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지훈을 보며 물었다. 서효양은 용국의 최고 사령관 중 한 명이었기에, 강우연은 사실 강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한지훈의 안위가 걱정될 뿐이었다. “별 일 아니야, 그냥 언급하기도 귀찮은 좀도둑 몇 명이 들어온 것뿐이야. 그러나 어찌 됐든 다소 흔들리긴 할 거야. 그래서 난 단지 고운이가 그 어린 나이에,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여주고 싶지
대장로도 잇달아 나서서 간곡히 타일렀다. 이번 시합에 참가하지 않아도 된다면, 당연히 참가 안 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반면 한지훈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본인이 천자각에 숨는 건 물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앞으로 역외 강자들이 수없이 들이닥치게 되면 문제가 생긴다. 때가 되어 만약 사람들의 입에 국왕의 이름이 오르내리게 되면 오히려 용국에게 있어 불리하게 된다. “서 사령관, 그리고 대장로님, 두 사람의 호의는 내가 마음만 받을게. 하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일이 있어. 게다가 요즘 내가 지내게 될 곳은 아마 매우 위험할 거야.”“너희들이 강중에 남는다면 난 결코 반대하지는 않아. 그리고 이 일이 끝난 후, 난 용국으로 향하여 바로 국왕을 만날 거야! 국면은 항상 급변할 수 있으니, 우리 용국 또한 반드시 사전에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해!”말을 마친 한지훈은 무거운 눈빛으로, 서효양과 대장로를 바라보며 군례를 올렸다. “북양 왕...”서효양은 줄곧, 한지훈이 과거 라이언 킹 찰리를 참살하고 자신을 도와 원한을 풀어준 것에 대해 감격을 금치 못했다. 그렇기에 방금 화산이 협력하여 한지훈 가문을 멸하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제일 먼저 달려온 것이다. 비록 한지훈은 이전까지만 해도 백전백승하긴 했지만, 지금은 절대 쉽사리 영웅 행세를 할 수는 없었다. 서효양은 다시 한번 말려보려 했지만, 한지훈은 손을 흔들었다. “서 사령관, 알다시피 상대 중에는 역외에서 돌아온 천신계 강자가 있어. 이 상황에 만약 내가 천자각에 숨어든다면 필연적으로 국왕만 힘들어지게 될 거야. 일단 역외 강자가 돌아오게 되면, 그들은 반드시 국왕을 괴롭히려 할 거야!”“뭐가 됐든 국왕의 직위는 절대 바꿀 수 없어. 흔들렸다가는 용국의 바탕도 혼란에 빠지게 될 거야. 고작 나 한 사람의 생사로 인해 용국 전체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돼!”한지훈의 말에 서효양은 내심 자기도 모르게 탄복했다. “그러니 두 사람, 나 따라 돌아갈 생각은 하지 마. 이건 생명에 위협
뭐라고? 그 말을 들은 한지훈은 순간 안색이 어두워졌다. 화산 11로 라니? “진우,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한지훈이 급히 물었다. “화산 11로 중 여섯 명은 역외에서 온 강자들이고, 하나같이 모두 2성 현급 천신의 경지에 다다랐고, 심지어 나머지 다섯 명은 1성 준 천신의 경지야!” “이렇게 기세가 맹렬할 거라고는 국왕 또한 예상하지 못했어. 게다가 놈들은 반드시 너랑 너의 가족을 사지로 몰아넣겠다고 큰소리까지 쳤어!”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떨렸다. 이내 그는 급히 진우에게 물었다. “그나저나 역외 강자들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잖아?”“너... 너 몇 시간 전에 서천술의 아들을 때리지 않았어? 사실 이 모든 건 서천술이 직접 계획한 일이야. 그들이 역외로부터 돌아오게 된 건, 아마도 4대 전장의 입구로부터 세속으로 들어갔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해!”진우의 말투는 더없이 무거웠다. 사당에는 천신 강자라는 경계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몇 대 명산은 그동안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이리저리 회피하여 도움의 손길을 내밀려 하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장 씨 집안은 더욱 말할 필요가 없었다. 줄곧 한지훈을 가장 미워해온 사람들 역시 장 씨 집안이었다. “만약 예 씨 어르신이 정정하게 계셨다면, 아마 이렇게까지 파국을 맞이하지는 않았을 텐데 지금으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아무것도 없어!”진우는 연신 탄식했다. 용국이 한지훈을 돕고 싶지 않은 것도 아니고, 국왕이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도 아니라 단지 그들의 능력이 제한된 이유였다. 설사 대군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어떻게 11명의 천신계 강자를 상대할 수 있겠는가? 이 11명의 강자는 전 세계마저 휩쓸어버릴 기세였다. “나 바로 용국으로 돌아갈게!”한지훈은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었다. 더없이 어두워진 안색을 한 한지훈의 모습에, 알파는 눈살을 찌푸렸다. “한 선생님, 설마 뭔 골치 아픈 일이라도 생기셨나요? 만약 저희 알파 가문이 도움을 드릴
한편 그 시각, 알파 가문 역시 일찍이 안드레로부터 통지를 받고는 부대 전체를 동원하여 고성 문어귀에서 한지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점잖게 문 앞에 선 알파 멀린은, 다가오는 검은색 롤스로이스를 향해 목례를 하고 있었다. 안드레와 한지훈 두 사람이 나란히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자마자, 알파 멀린은 급히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 맞이했다. “한 선생님, 안드레 선생님, 두 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저는 현세대 족장 알파 멀린이라고 합니다!”알파 멀린은 다시 한번 한지훈과 안드레를 향해 귀족 인사를 하였다. “어? 이름이 알파 멀린이라고? 너희 가문도 이름 짓는 규칙이 우리 용국과 같구나!”한지훈은 고성으로 들어서면서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한 선생님, 저희 가문은 로마왕 옥타비아누스에서 유래하여, 고대 로마 시기로부터 유럽에서는 용국과 똑같은 방법으로 이름을 지어왔습니다!”“다만 그 후 야만족이 로마 제국을 격파했는데, 그들은 본래 이름이 없었던 탓에 로마 시기의 통치를 제대로 구분하기 위하여 이름 짓는 법을 아예 바꾼 겁니다!”알파는 한지훈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한지훈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알파의 말대로 구 로마 시대의 이름은 용국과 다를 바 없었다. 어느새 그들은 고성의 거실에 들어서게 됐고, 알파는 거실에 남은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다들 물러나라는 뜻을 보였다. 한지훈과 안드레는 절대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만큼 필연적으로 중요한 일과 연관되어 있었기에 절대 외부인에게 그들의 소식이 전해져서는 안 됐다. “한 선생님, 이번에 어렵게 방문해 주셨는데 제가 뭐 좀 도와드릴 거라도 있을까요?”알파는 한지훈을 위해 차를 따르면서 웃는 얼굴로 물었다. 자고로 알파 가문은 커피는 전혀 마시지 않고 차만 마셔왔다. 이 습관은 구 로마 시대부터 줄곧 전해 내려온 것이다. “역외 강자가 돌아오는 사실에 대해 당신도 잘 알고 있을 거라 믿어. 게다가 내가 알기로는 일단 그들이 돌아오면 다시 한번 무도로 나라를
안드레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에, 서영호는 온몸을 떨었다. 하지만 서영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안드레는 다시 한번 손바닥을 휘두르더니 방금 한지훈에게 불경한 태도를 보인 그 젊은 여자 역시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되었다. “어라?”이를 지켜본 서영호의 졸개들은 크게 놀라 바로 무릎을 꿇었다. 방금 전까지 보인 그 위풍은 볼 수가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가 안드레의 따귀에 너덜너덜해진 모습에, 서영호는 식은땀을 비 오듯 흘렸다. “알겠어요... 저... 무릎 꿇을게요! 꿇는다고요!”결국 서영호는 안드레를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털석하는 소리와 함께 한지훈의 발밑에 무릎을 꿇었다. “한... 한지훈, 네가... 감히 내 절을 받을 줄이야?”하지만 그는 여전히 달갑지 않았다. “감히 못할게 뭐가 있어?”한지훈은 싸늘한 표정으로 서영호를 쳐다보았다. 그의 성격상, 그는 서영호를 전혀 개의치 않았다. 게다가 그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역외 강자라 하더라도 용국의 근본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절대 쉽게 물러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서영호는 이를 꽉 깨물고 있었지만, 눈앞의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마음속 분노를 참고는 한지훈을 향해 연속 세 번 절을 했다. 안드레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서영호를 힐끗 쳐다보더니, 몸을 돌려 한지훈을 향해 말했다. “한 선생님, 이 무식한 놈들을 한 번만 용서해 주시죠. 이들... 또한 협박을 받긴 했을 겁니다!”손가락으로는 뒤쪽에서 여전히 무릎 꿇고 있는 유럽 귀족들을 가리켰다. 그러자 한지훈은 살짝 손을 흔들었다. 이 사람들을 모두 죽였다가는 그저 대란에 빠지게 될 뿐이다. 혼란스러운 유럽은 용국에게도 매우 불리하다. 일단 역외 강자가 돌아오게 되면, 각국의 군주 체계를 전복시킬 것이고 그렇게 되면 유럽과 용국은 동병상련을 겪게 된다. 적군의 적군이, 바로 아군이 되는 격이다. “유럽에는 영국 왕실 외에 또 발언권이
“음... 안드레 선생님, 이건 엄연히 저희 용국 집안의 일이니 선생님께서는 굳이 끼어들진 마시죠?”서영호는 서천술의 신분을 빌려 안드레와 좋은 인연을 맺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가 다시 입을 떼기도 전에, 안드레는 냅다 손바닥을 휘둘렀다. “팍!”비할 데 없이 우렁찬 소리가 산골짜기에 울려 퍼졌다. 서영호는 안드레의 강한 따귀를 감당해내지 못했다. 결국 아예 몸이 거꾸로 날아가 버렸고, 이빨마저 세 개나 떨어졌다. 그러나 서영호는 필경 예사로운 강자가 아니고, 엄연히 역외 강자의 적장자였기에, 이 따귀는 그에게 약간의 외상만 입혔을 뿐 골격은 전혀 다치지 않았다. 만약 일반적인 삼성 지급 천왕계였다면 진작에 얼굴마저 변형됐을 것이다. 서영호는 허우적거리며 땅에서 일어나, 두 눈에 불을 뿜어내며 안드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곧 마음속 분노를 억누르고는 살기 어린 눈빛을 거두었다. “무릎 꿇어!”안드레는 서영호를 향해 삿대질하며 노호하였다. 뭐라고? 그러자 서영호는 고개를 들어 반박하기 시작했다. “안드레 선생님, 전 무도 학원의 학생으로서 당신을 매우 존중합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도 잊으시면 안 되죠. 제가 역외 강자의 자식이라는 것을!”결국 서영호는 더 이상 양보할 것도 없어 바로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역외 강자? 흥! 우리 유럽에는 역외 강자가 없는 줄 알아? 나한테 지금 협박하는 거야?”안드레의 눈빛은 더욱 무거워졌다. 서영호는 그제야 만장에 있는 수만 명의 사람들 중 오직 안드레만이 우뚝 서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10대 가문조차도 순순히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안드레가 단단히 화가 났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방금 한 행동이 확실히 부적절하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저기... 안드레 선생님, 부디 오해하지는 말아 주세요. 저는 단지 아버지를 대신하여...”“무릎 꿇어!”서영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안드레는 다시 한번 노호했다. 한편 그의 주먹은 희미한 흰 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서영호가 다시 한번 감히
듣기가 극히 불편한 그 목소리는, 곧바로 수만 명의 눈길을 이끌었다. 방금 유럽 4대 천신계 고수들을 전부 칼로 찔러 죽인 한지훈인데, 대체 누가 감히 이 상황에 여전히 망언을 퍼붓는 거지? 죽고 싶어 환장한 건가? 이내 산기슭에서 한 쌍의 선남선녀가 귀족들의 곁을 지나치면서 걸어 들어왔다. 일제히 땅에 무릎을 꿇은 많은 사람들을 곁을 무심히 지나치는 한 쌍의 젊은 남녀는 이상하게도 유달이 눈에 띄었다. 한지훈은 서늘한 눈빛으로 선두에 선 젊은 남자를 바라보며 차갑게 웃었다. “뭐?”젊은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표정을 보였다. “한지훈, 천신계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는 마. 역외 강자와 비교했을 때, 천신계는 그저 졸개일 뿐이야!”“당신이 죽인 그 사람, 역외 색슨족의 대표 맞지? 그나저나 용국의 역외 강자와 색슨족이 연맹 대계를 상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어?”“너 한 사람이 저지른 일 때문에 연맹 대계가 물거품이 된다면, 네가 그걸 책임질 수 있어?”그러자 한지훈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뭐? 넌 대체 어떻게 그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건데. 역외랑은 어떤 사이인 건데?”이내 젊은 남자 옆에 요염하게 서있던 한 여자가 앞으로 나아가 남자의 팔을 잡고는 말했다. “감히 서 도련님도 몰라 보다니, 정말 무식하네! 서 도련님을 보고도 무릎 꿇지도 않고 인사도 안 해? 정말 교양도 없구나!”서영호? 한지훈은 전에 진우로부터 그 이름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는 바로 화산이 무도 학원에 추천한 수강생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그는 역외 강자 서천술의 적장자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용국 무종에서도, 서영호의 소문은 항상 어마무시했다. 그러나 정작 직접 대면해 보니, 오만 가득한 태도밖에 보이지 않았다. “무릎 꿇는 건 이번에는 그냥 봐줄게. 그러니 혈령단이나 내놓아!”서영호는 오만한 표정을 한 채 다짜고짜 손을 내밀어 마치 자기 집 물건을 달라고 하는 것처럼 당연한 듯 요구했다. “내가 안 주겠다고 하면?”한지훈의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