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끝낸 도지천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선반에 걸린 군모를 집어 들고 다급히 마당으로 나갔다.“여봐라! 할 일이 있으니 빠른 속도로 사람을 집결시킨다!”도지천은 마당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순간, 한 개 중대의 군졸들이 완전 무장을 한 채 집합했고 지시를 기다렸다.하나같이 총을 들고 있는 그들의 엄숙한 표정에서는 한기가 느껴졌다!도지천은 군졸들을 힐끗 보더니 군모를 쓰고 의관을 바로 세운 다음 손을 흔들었다. 이때 오군 주군 본부의 번호판이 달린 지프차가 도착했고, 도지천은 그 차에 올라 병원으로 향했다!차 뒤에는 한 중대의 군졸들이 도보로 따라왔다!병원 입구에서, 도혜영과 표중혁이 쌀쌀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한지훈? 그 한씨 가문의 상갓집 개라는? 어머, 듣기로는 준우가 당신 마누라를 욕심낸다면서? 하하, 사실 난 반대야! 5년 전에 전체 오군 사람들 앞에서 얼굴 다 깎아 먹고 애새끼까지 낳은 천박한 여자가 어떻게 감히 표씨 가문에 들어와? 하도 준우가 좋아하니 말이지, 아니면 내가 벌써 나섰을 거야. 하지만 괜찮아. 준우도 그저 신선한 재미에, 놀다가 버릴 게 뻔해. 그런데 이 자식은 마누라 관리도 제대로 못 하네?”도혜영은 오만하고 비꼬는 자세로 쌀쌀맞게 웃으며 듣기 거북한 말들을 내뱉었다. 그녀의 말에 한지훈의 두 눈은 순간 한기로 가득 찼고 몸에서는 분노가 솟구쳤다!퍽! 한지훈은 손을 휘둘러 도혜영의 뺨을 후려쳤다!그 모습에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도혜영은 두 손으로 뺨을 감싸더니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이 상황은 너무 갑작스러웠다.옆에 있던 표중혁도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방금 내뱉은 그 말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그제야 도혜영은 정신을 차리고 소리를 지르며 한지훈에게 욕설을 내뱉었다.“으아악! 이 상갓집 개 같은 자식, 쓰레기 같은 자식, 네가 감히 내 뺨을 때려? 감히 날? 으아아아악! 표중혁, 안 보여? 이 자식이 내 뺨을 쳤는
그러자 몇 명의 군졸들이 장화를 밟고 한지훈에게 다가와 차가운 표정으로 소리쳤다.“끌어가!”바로 이때, 한지훈은 품에서 금색 훈장 하나를 꺼내 군졸에게 던지며 차갑게 말했다.“너희 도 참모한테 직접 오라고 해!”훈장을 받아 확인하던 군졸은, 훈장에 있는 문양과 글씨를 보고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트… 특급 공로 훈장이다!게다가 용각에서 직접 발급한!이 훈장 하나는 5만 명의 정병과 상응한다!이것은 용국이 국내 군졸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 훈장이다!이 영예 훈장에는 용국을 위해 크게 이바지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하여 설령 장군이라도 이 훈장을 보면 군례를 해야 한다! 순리대로라면 이런 훈장을 소유한 군졸은 대부분 희생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눈앞에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이다!그 사졸은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즉시 몸을 돌려 도지천에게 달려가 보고했다.“도 참모님, 그게……”영문을 모르는 도지천은 혼자 온 군졸에게 차갑게 호통쳤다.“뭐해?! 사람을 끌어오라 시켰더니, 내가 직접 가야겠나?!”그 사졸은 식은땀을 흘리며 금빛 찬란한 훈장을 도지천에게 공손하게 건넸다.“도 참모님, 이것부터 보십시오.”도지천은 사졸이 들고 있던 훈장을 받아 보더니 동공이 확대되고 눈빛이 급변하더니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이내, 그는 울고불고하는 도혜영과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표중혁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한지훈에게 달려갔다!탁!차렷, 군화 소리가 경쾌하게 났다.경례!도지천은 공손하게 한지훈 앞에 서서 경례하고 이내 금빛 찬란한 훈장을 두 손으로 한지훈에게 돌려주며 말했다.“부하, 도지천, 오군 주군 본부 부참모! 용국 수호신을 뵙습니다!”그렇다!용국에서 이 훈장은 수호신 훈장이라고 불린다!모두 12명!총 12개의 훈장!하나하나가 피로 물든, 용국 국민이 존경하고 그리워하는 역사와 “전장의 신화”를 상징한다!눈앞의 사람은 살아있는 수호신이다!용국 안에 살아있는 수호신은 오직 다섯 명이다!바로 다섯 명의 전쟁 지역의 사령관
하지만, 이내 깜짝 놀랄만한 광경이 펼쳐졌다!도지천은 몸을 돌려 도혜영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갈기고 호통쳤다.“무엄하다! 앞에 계신 분이 누군지 알고?! 감히 용국의 수호신에게 무릎을 꿇으라고?! 도혜영, 너 미쳤어?!”도혜영은 팅팅 부은 볼을 감싸 쥐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도지천을 쳐다봤다.“오빠! 왜 이래, 나 왜 때려?! 난 오빠 동생이야! 오빠 지금 저 상갓집 개 때문에 날 때렸어?!”도혜영은 바락바락 대들었다. 연달아 뺨을 맞으니 화가 나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표중혁도 다가와 다소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형님, 왜 이러세요? 저 자식이 사람을 시켜 우리 준우를 폭행했어요. 그러니 저 자식 혼내셔야죠.”퍽!표중혁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도지천은 표중혁의 얼굴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도혜영에게 했던 것보다 더 강하고 힘 있게!표중혁은 이빨이 흔들렸고 눈앞에는 별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도지천은 싸늘한 표정으로 도혜영과 표중혁을 꾸짖었다.“그 입 닥쳐! 너희들이 말하는 상갓집 개가 바로 용국의 수호신, 파이터 킹이다!”쿠웅!파이터 킹이라는 말에 도혜영과 표중혁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두 사람의 동공은 순간 풀려버렸고, 이후의 상황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파…… 파, 파이터 킹? 형님, 장난치지 마세요! 저 자식이 어떻…… 어떻게 파이터 킹이에요?!”표중혁은 너무 놀라 겁에 질린 표정으로 담담한 표정의 한지훈을 바라보았다.파이터 킹!용국의 레전드!30만 파이터를 거느리고 8개국의 백만 대군과 상대해 용국을 지킨 레전드!용국 국민의 정신적인 지주이자 불후의 레전드이다!지금, 이 한씨 가문의 상갓집 개가 파이터 킹이라니, 표중혁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파이터 킹에게 불경했다면, 이는 멸족의 재앙이다!“내가 굳이 널 속일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 표중혁!!!”도지천은 살기 가득한 쌀쌀한 얼굴로 노발대발하며 호통쳤다!만약 표중혁이 파이터 킹을 건드렸다면 도지천은 지체없이 표
하지만 한지훈의 다음 한마디는 도혜영에게 하는 말이었다.“조금 전에 내 무릎을 꿇게 하고 따귀를 때리겠다던 건 어떻게 할까?”순간 멈칫하던 도혜영이 정신이 들었는지 스스로 따귀를 때리기 시작했다.“제가 맞을게요!”그렇게 그녀의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빨갛게 새겨지고 팅팅 부어오르기 시작했다.그때 한지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들어가서 당신들 아들을 봐야겠어.”그 말을 들은 표중혁과 도혜영이 당황했다. 그들은 한지훈이 해코지할가봐 연신 굽신거리며 용서를 구했다.“사령관님, 그 애가 한순간 미쳤었나 봐요. 뭐든지 다 할 테니 제발 너그러이 용서해 주세요. 제발 죽이지는 말아주세요.”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병원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무릎을 꿇고 빌고 있던 표중혁과 도혜영도 재빨리 일어나 허리를 반쯤 접고 뒤를 따랐다.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리고 있다. 그렇게 그들은 병실 문 앞에 도착했고 표중혁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팔다리가 멀쩡한 표준우가 침대에 걸터앉아 간호사에게 찝쩍거리고 있었다.표중혁과 그의 사람들이 들어가니 표준우는 급히 간호사를 밀치고 침대에 누우며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드디어 오셨네요. 당장 내 눈앞에 한지훈을 잡아 오지 않으면 콱 죽어버릴 거예요.”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표중혁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디로 보나 그는 꾀병이 맞았다. 듣다 못한 표중혁이 입을 열었다.“그럼 빨리 죽어.”표준우가 멈칫하더니 어머니를 보며 또 하소연했다.“아버지가 저더러 죽으래요. 아아아. 죽을 거예요.”도혜영은 마음이 아팠다. 그러나 감히 뭐라 하지 못하고 매섭게 그를 흘겼다.표준우는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 그가 도혜영의 볼에 남아있는 상처를 보더니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머니, 왜 그래요? 얼굴에 그 상처는 뭐에요? 누가 때린 거예요!”도혜영은 급하게 웃으며 말했다.“삼촌이 왔어.”삼촌이 왔다는 말을 들은 표준우는 흥분
한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탁!표준우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몸이 사시나무 떨듯 부르르 떨렸다.“총... 총사령관님... 살려주세요. 한 번만 살려주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모두 제 잘못이에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한 번만 살려주세요 제발.”“총사령관님, 저희 아들을 한 번만 봐주세요. 우리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세요. 저의 가문을 마음대로 가져다 쓰세요. 꼭 목숨 바쳐 최선을 다할 거에요.”표준혁도 손이 발이 되도록 빌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도혜영이 자신의 오빠에게 눈치 주며 말했다.“오빠도 빨리 몇 마디 해줘요...”도지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도 뻔뻔하게 용서를 구할 수밖에 없었다.“사령관님, 저를 봐서라도 용서해 주세요. 이번 일을 계기로 많은 교훈을 얻었을 거예요. 다시는 이런 일로 사령관님께 폐 끼치지 않을 거예요. 만일 또 이와 같은 일이 생긴다면 제가 죽여버릴 거예요.”한지훈이 도지천을 힐끔 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이 식구들을 보고 차갑게 말했다.“표준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깨달았어?”표준우가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시는 우연 씨에게 찝쩍거리지...”표준우는 연신 고개를 조아렸다.한지훈은 도지천에게 말했다.“네가 마무리해. 그리고 네가 한 말을 잘 기억해.”말을 마치고 한지훈은 병원을 나섰다.그는 죽이라고는 하지 않았다. 끝까지 가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살짝만 으름장을 놓으면 평생을 조심하며 살아간다.표씨 가족들은 한지훈이 떠나서야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다리에 힘이 풀린 표준우는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주 앉았다. 그의 온몸이 떨리고 있었다.방금 그는 한번 죽은 거나 다름이 없는 경험을 했다.표준혁이 몸을 일으키고 옆에 놓인 휴지통을 들어 표준우를 때렸다. 그리고 꾸짖었다.“네가 얼마나 큰 사고를 쳤는지 알기나 해? 너 때문에 우리 가문이 S 시에서 사라질 뻔했어! 내가 오늘 너의 다리를
이 시각 로비, 한지훈이 무사히 돌아온 것을 보고 급히 강준상 등에게 알리고 단톡방에도 문자를 보냈다.순간 회사 전체가 한지훈이 무사히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강준상이 회장실에서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반복하여 확인했다. "한지훈이 돌아왔다고? 그것도 무사히? "한편, 강우연은 하루 종일 회사에서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근심하고 있었다. 지금 한지훈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하던 일을 팽개치고 로비로 달려갔다!로비에 서 있는 한지훈을 보고 그녀는 눈물 자국 가득 한 얼굴로 달려가 발꿈치를 들고 한지훈을 꼭 껴안았다. "돌아왔어요? 걱정돼서 죽는 줄 알았어요. 흑흑…… "한지훈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있었다. 그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강우연이 이렇게까지 자신을 걱정할 줄은 몰랐다. 마음속이 따뜻해지고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는 손으로 강우연을 가볍게 끌어안고 말했다. "자, 이제 돌아왔어. 괜찮아. "강우연은 그제야 한지훈의 놓았다. 한지훈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며 웃으며 말했다. "네 모습 좀 봐, 얼룩 고양이야. "강우연은 머쓱한 듯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았다. "아니에요…… "그리고 긴장해서 물었다. "참, 어떻게 돌아왔어요? 표씨 가문 가주가 당신을 데려갔잖아요? 당신을 곤란하게 하지 않았어요? "한지훈은 생각하고 말했다. "아, 그거. 표씨 가문 가주 이치를 잘 아시는 분이시던데. 내가 전에 있었던 일을 말씀드렸더니 표씨 가문 가주가 어찌 된 일인지 나를 돌려보내 주더라. ""그래요?" 강우연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회사 직원한테 표씨 가문 가주 표중혁은 자식을 끔찍이 아낀다고 들었다. 왜 이렇게 쉽게 한지훈을 돌려보냈는지 알 수 없었다.이때 강문복네 세 식구도 달려왔다. 한지훈이 멀쩡하게 로비에 있는 것을 보고 모두 의아한 기색이었다.강희연은 눈썹을 찡그리며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한지훈, 표씨 가문 가주가 너한테 아무 짓도 하지 않고 그냥 돌려보내 줬어? "강문복
강씨네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얼굴이 상처투성이인 표준우가 무릎을 꿇고 한지훈과 강우연에게 용서를 빌었다. "죄송합니다. 한 선생님, 부인님, 전에 제가 무모했습니다. 잘못했어요. 제가 사람을 시켜 일부러 당신들의 차를 막았어요. 제 잘못입니다. 한 선생님과 부인의 용서를 빕니다. "말을 마치자 표중혁이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한지훈을 바라보며 아부했다. "한 선생님, 이건 사과의 선물입니다. 받아주세요. 준우의 잘못을 봐주세요. "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뒤에 있던 십여 명의 경호원이 손에 들고 있던 상자를 열었다. 현금 또는 금은보석이었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모두 크게 찬 공기를 한숨 들이마셨다. 사람들은 눈앞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표중혁이 왜 직접 표준우를 데리고 한지훈 같은 사람에게 사과하러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들이 모르는 다른 일이 있었을 것이다……표중혁은 오군에서 자식을 아끼기로 유명한 사람이다. 표준우도 부잣집 도련님 행세를 제대로 하고 다녔다. 항상 거만하게 행동하고 사과라고는 모르고 살았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한지훈에게 있었다. 눈빛에는 궁금함이 가득 차 있었다.강우연도 앞에 서 있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뭔가를 물어보고 싶어 하는 모습이었다.한지훈, 도대체 어떤 사람인데?사람들 속에 있는 서경희, 강학주, 강신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그들은 표준우와 강우연이 잘 돼기를 바랬는데 지금의 이런 상황을 봐서는 기회가 없을 것 같았다.이때 강준상이 얼른 말했다. "가주님, 이렇게까지 하시지 않아셔도 됩니다. 젊은 애들 장난 같은데 준우 도련님 빨리 일어나게 하세요…… "표중혁은 강준상을 보지도 않고 한지훈만 보았다. 한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표 도련님, 일어나세요."무릎을 꿇고 있던 표준우는 사면을 받고 얼른 일어나 표중혁의 뒤에 숨었다.표중혁도 감사 인사를 하고 강씨 회사를 떠났다.표중혁 등이 떠난 후 로비에는 여기저기에서 웅성웅성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내가
한지훈은 돌아서서 총애하는 눈빛으로 강우연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우연아, 날 믿어. 말해 줄 거야. 그러나 지금은 아니야. 난 당신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을 거야. 너는 내 한지훈의 여자이고 한고운의 엄마라는 것만 알고 있으면 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내가 해결할 거야. 난 당신과 고운이에게 행복한 미래를 줄 거야. 난 말하면 말한 대로 해"강우연은 표정이 풀리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열정적인 한지훈을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당신을 믿을게요! "강우연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당신 먼저 가서 고운이랑 있어요. 전 아직 회사에 볼일이 있어요. "한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우연이 회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배웅했다.그리고 차를 불러 정원으로 왔다.정원에서 고운은 착하게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한지훈이 돌아온 것을 보고 고운은 귀엽고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그림을 들고 한지훈 앞으로 달려왔다. 손에 그림을 높이 들고 큰 소리로 말했다. "아빠, 이것 봐. 고운이가 그렸어. 아빠, 엄마, 고운이…… "한지훈은 앉아서 한 손으로 고운을 껴안고 다른 한 손으로 고운의 그림을 받았다. 그림 안에는 간단하게 빨간색, 노란색, 핑크색 세 사람이 그려져 있었다. 중간의 핑크색 작은 사람의 손을 잡고 있었다."그래, 고운이가 최고야. 어느 게 아빠야?" 한지훈이 물었다."빨간색, 아빠는 빨간색. 태양처럼 따뜻해." 고운이 그림 속의 빨간 어른을 가리키며 활짝 웃으며 말했다.한지훈은 고운의 얼굴에 뽀뽀를 하고 고운을 안고 정원에서 놀았다.이때 강씨 가문 회사.강우연은 안심이 되었다. 그녀는 오후 내내 바쁘게 일했고 공장에도 가서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하지만, 그녀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 회사 분위기가 이상했다. 많은 사람들이 몰래 그녀를 훔쳐봤다.그녀가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오자, 보조 송효진이 몰래 들어와 휴대폰을 들고 문을 닫으며 강우연에게 말했다
단해룡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수십 명의 천왕계 고수들이 일제히 검을 뽑았다.단해룡을 중심으로 한 무리는 더 이상 강우연과 말다툼을 벌이지 않았고, 행동으로 강우연에게 한씨 가문이 반드시 멸할 것이라고 알렸다! “너희들…… 정말 내 스승님이 돌아오시는 게 두렵지 않다는 말이냐?!”천검종의 한 제자가 급히 앞으로 나서서 강우연을 가로막으며 창백한 얼굴로 외쳤다.도청전인은 이제 단해룡과 무리를 견제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단해룡 일당에게 있어 초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도청전인은 대화조차 나눌 자격이 없는 존재였다.“네가 말하는 게 도청전인이냐?! 그가 내 앞에 선다 해도, 감히 나를 반하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으냐?!”단해룡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그 말과 함께, 단해룡의 몸이 번개처럼 움직이며 순식간에 강우연을 향해 돌진했다.“멈춰라!”단해룡이 강우연으로부터 다섯 걸음도 채 떨어지지 않았을 때, 무리 뒤에서 날카로운 외침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일제히 뒤를 돌아보았고, 그곳에는 도포를 두른 한 노인이 있었다.백발이 바람에 휘날리며, 선인과 같은 풍모를 자아내며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였다.“도청전인?!”그를 알아본 사람들이 놀라서 소리쳤다.이 절체절명의 순간에, 도청전인이 강우연을 위해 직접 나설 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문제는, 과연 단 한 명의 도청전인이 단해룡을 포함한 수십 명의 고수들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모두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였고, 도청전인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혼자서 이 모든 적을 상대할 수는 없을 터였다.“도청전인, 나는 불필요한 살생을 원치 않는다. 천검종과 한씨 가문은 본래 아무런 연관도 없다. 그런데 너는 어찌하여 강우연과 초천서의 자식들을 위해 이 많은 무림인을 적으로 돌리는 것이냐?”단해룡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지만, 도청전인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빠르게 강우연에게 다가갔다. 그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예를 갖춘 채 말했다.“노비가 늦게
그때가 되면 누가 국왕의 자리에 오를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단해룡은 이렇게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다!“단해룡! 감히 국왕 폐하를 무시하다니, 네 놈은 천벌을 받아 마땅하다!”이순풍이 분노를 터뜨리며 손을 들어 단해룡의 가슴을 향해 공격했고, 사성 천왕계의 강대한 힘으로 주변 공기가 요동치며 거대한 소용돌이가 형성되었다. 그 기세는 단해룡을 단숨에 제압할 듯했지만, 이순풍의 손바닥이 단해룡에게 닿기 불과 세 치 거리에서 단해룡이 주먹을 내질렀다! 그 주먹에는 강력한 진법의 위력이 담겨 있었다.이순풍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그가 채 손을 떼기도 전에, 단해룡의 주먹이 이미 그의 가슴에 명중했다!“푸욱!”이순풍은 즉시 피를 토하며 공중으로 튕겨 나갔고, 그의 몸은 무려 7~8미터가 날아가 거대한 고목을 들이받고서야 땅에 나뒹굴었다.“이 장로님!”대장로는 재빨리 앞으로 달려가 쓰러진 이순풍을 부축했다.“이 장로님, 괜찮으십니까? 상처가 깊습니까?”이순풍은 이미 숨이 가빠져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는 힘겹게 손가락을 들어 단해룡을 가리켰지만 단 한 마디도 내뱉을 수 없었다.“흥! 난 이미 경고했다. 당신 따위는 감히 나와 싸울 자격조차 없다고!”그는 거만하게 고개를 젖히고 큰소리로 웃었다.“단해룡! 감히 종묘의 장로를 해치다니, 그 대가가 얼마나 클지 알고나 있느냐!”대장로는 이를 악물며 쏘아붙였다. 그러나 단해룡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흥, 아직도 이해를 못 한 것 같군. 그 계약이 폐기되는 순간, 세상은 완전히 뒤바뀔 것이다!”“그때가 되면 무력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대가 올 텐데, 너희 같은 종묘나 무종 장로 따위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리고 한 가지 확실히 말해주지, 그날은 멀지 않았다!”이 말에,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정신이 번쩍 들었다.무종과 명산들은 그동안 산속에 틀어박혀 세속과 단절된 삶을 살아야 했었기에, 그들에게 있어서 이 말은 마치 구원의 빛과도 같았다.
용국을 배반한다니?!이순풍의 흰 눈썹이 살짝 꿈틀거리더니, 차가운 시선으로 단해룡을 바라보았다.“용국을 배반한다고? 단 맹주, 자네 간이 참으로 크구려!”말이 끝나자마자, 이순풍은 사성 천왕계 강자의 기운을 뿜어내며 단해룡을 응시했다.무종의 대장로 또한 손에 든 지팡이를 힘껏 쥐며, 차디찬 눈빛으로 단해룡을 주시했다.'배반'이라는 단어는 감히 입에 담을 수 없는 대역죄다.단해룡이 어떤 신분이든, 이 말을 내뱉는 순간 곧바로 역적이 되는 것이며, 역적이라면 누구든 죽여 마땅했다!“흥! 겨우 사성 천왕계 따위가 감히 내 앞에서 거들먹거리는 거요?!”단해룡은 이순풍을 전혀 눈에 두지 않았다.종묘 장로가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어도, 그들의 권위는 단해룡 같은 무종 강자 앞에서는 무의미했다.무종에서 통하는 것은 오직 주먹뿐이며, 힘이 곧 정의였다! “쾅!”단해룡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센 돌풍이 평지를 휩쓸었다.이때 하늘엔 먹구름이 몰려들며 대낮의 태양마저 어둠 속에 가려졌다.곧이어 하늘에서 천둥이 울려 퍼지더니, 맑았던 하늘에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비록 아직 싸움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이미 승부는 갈린 것이나 다름없었다.두 사람은 비록 서로 손을 대지 않았지만, 이미 우열을 가리기에는 충분했다. 단해룡이 아무렇지도 않게 진법을 펼쳐, 기후마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이순풍과의 격차가 얼마나 큰지 드러나는 것이었다!“이 씨 어르신, 어찌 생각하오?”단해룡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얼굴이 굳어진 이순풍을 보고 비웃듯 말했다.“자네는 아직도 내가 예전과 같은 경지일 거라 생각한 거요?”“지난 수십 년간, 나는 단 하루도 단련을 멈춘 적이 없소. 비록 옛날에 내가 자네에게 한 수 밀렸던 적이 있긴 했지. 하지만 지금 자네는 나와 싸울 자격조차 없는 하찮은 존재일 뿐이오!”쿠궁!단해룡의 이 말은 그야말로 극도로 거만했다!종묘 장로조차 자신과 싸울 자격이 없다는 듯이 내뱉다니!이순풍의 호흡이 한층 거칠어졌다.강우
한지훈의 아이들도 반드시 죽어야 한다!이곳에 모인 자들은 애초부터 강우연과 말로 해결할 생각이 없었고, 그들의 신분만으로도 강우연을 압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바로 그때, 검은색 SUV 한 대가 달려와 한지훈의 저택 정문 앞에서 멈춰 섰다.문이 열리자,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차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 나왔다.그는 바로 무종의 대장로였다! “이 많은 인원이 모여서 고아와 과부를 괴롭히려 하다니, 너무한 것 아닌가? 더구나 한지훈의 시신이 아직도 식지도 않았거늘, 국왕 폐하의 조명이 내려진 상태에서 국부인인 강우연을 감히 건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대장로는 지팡이를 짚고 서서 묵직한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동시에, 반대편 차 문이 열리며 종묘의 한 장로도 차에서 나와 단해룡 무리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무종이든 무맹이든, 국가의 법도를 따를 줄 알아야 할 것이다!”“혹시, 자네들은 천성종의 사례를 잊은 것이냐? 설마 국왕 폐하께서 다시 한번 천성종의 비극을 자네들에게도 반복하게 만들지 않을 거라 믿는 게야?!”종묘 장로가 뒷짐을 진 채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응시했다. 천선종은 30년 전에 국가의 대군에 의해 멸망한 무종의 종문이었다. 그 당시 천성종의 한 제자가 사소한 자존심 싸움 끝에 한 도위소병을 살해했고, 무종 제자의 신분인 그는 조정이 이 일을 그냥 넘길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뜻밖에도 국왕은 즉시 명을 내려 두 개의 야전 군단을 출동시켜 천성종을 포위했고, 살인자를 넘기지 않으면, 천성종을 평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당시 천성종의 문주는 무종의 고위층 및 무맹 맹주와 친분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고, 조정의 행동이 그저 경고일 뿐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다음날, 두 전투 군단은 만 개 이상의 포를 동시에 쏘아 올리며 심지어 공군까지 동원했다. 무종의 제자들이 강하다고 한들, 이런 급이 다른 공격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게다가, 당시 국왕은 작전부에 포탄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면,
“부인, 큰일 났습니다! 문밖에 수십 명의 고수가 몰려왔습니다. 게다가 천검종 제자들 중 상당수가 중상을 입었고, 상대측에서 십 분 안에 나오지 않으면 강제로 쳐들어오겠다고 선언했습니다!”한 천검종 제자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강우연 앞으로 달려와 떨리는 목소리로 보고했다.뭐라고?!강우연은 최근 며칠 동안 벌어진 일들이 분명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가 있을 거라고 짐작했지만, 무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지금 한지훈이 사라지고 도청전인마저 행방이 묘연한 상황에서, 강우연의 현재 실력으로는 이 많은 고수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하지만,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강우연은 설령 싸워서 이길 수 없더라도 정면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물러나 있어라. 내가 직접 나가 보겠다!”강우연은 단호히 말한 뒤, 간단히 몸을 정리하고 검복으로 갈아입은 뒤 저택을 나섰다. “여러분, 제가 대체 무슨 잘못을 했기에 이토록 몰려와 죄를 묻는 것이죠?”단해룡 등 무리를 마주해도 그녀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 “네 따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릴 자격이 있단 말이냐? 사실대로 말해 주지. 오늘 우리가 온 이유는 단 하나! 바로 한지훈이 남긴 빚을 갚으러 온 것이다!”단해룡이 뒷짐을 진 채 험상궂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원상호도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지훈이 우리 원씨 가문 사람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는데, 어쨌든 우리에게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나?!”해명?!강우연은 이를 악물고 싸늘하게 말했다. “어떤 해명을 말하는 거지?”“흥! 한지훈이 저지른 죄악을 말하자면 끝이 없지. 하지만 우리 원씨 가문은 원래 도리를 중시하는 집안이다. 한지훈이 우리 원씨 가문의 두 어르신을 죽였으니, 그 대가는 당연히 치러야겠지!”“목숨은 목숨으로 되갚는 것이야말로 가장 공정한 처사다! 그렇지 않습니까?”원상호가 말하며 뒤쪽에 서 있는 무리들을 돌아보았다.“옳소! 살인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는 법!”“그래! 한 목
한지훈은 담담하게 말했다.“도청전인?”국왕은 지금까지 도청전인을 만나본 적이 없었고, 그가 누구인지도 몰랐다.하지만 한지훈이 추천한 인물이라면 믿을 만했다.“그럼 짐이 그에게 관직을 하사하여, 나라를 위해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겠는가?”국왕이 신중하게 묻자, 한지훈은 손을 흔들며 고개를 저었다.“그럴 필요 없습니다. 용국이 위기에 처하면 그가 스스로 나설 것입니다. 그는 무종 사람으로 자유로운 삶에 익숙합니다. 오히려 관직을 주면 그에게 부담이 될 것입니다.”“제가 그를 국왕께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부터 저는 공개적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습니다. 오륙으로 떠나기 전까지, 적어도 제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아야 합니다.”국왕은 이 말을 듣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한지훈, 그대는 진정 나라의 기둥이로구나! 가장 먼저 찾은 것이 아내와 자식이 아니라 짐이라니! 짐의 안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겠구나!”위기가 해소되자 국왕의 표정도 한층 부드러워졌고,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저는 오직 국왕 폐하의 근심을 덜기 위해 이곳에 온 겁니다. 이제 할 말을 다 했으니, 저는 물러나겠습니다.”한지훈이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국왕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물었다.“한지훈, 이번 곤륜에서의 경험이 상당했을 텐데... 지금의 그대는 어느 경지인가?”잠시 침묵이 흘렀다.“천신입니다!”짧고 날카로운 대답이 밤하늘을 가르며 울려 퍼졌고, 순식간에 한지훈의 모습이 사라졌다.“천신...?!”국왕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한지훈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그의 마음은 한동안 진정되지 않았다.“국왕 폐하, 방금 누군가 다녀갔습니까?”진우가 문을 밀고 꼭대기 층 테라스로 들어오며 말했고,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주변을 살폈다.“그래, 한지훈이었다!”국왕이 담담히 대답했다.“한지훈이라고 하셨습니까?!”진우는 침을 꿀꺽 삼켰다.귀신이나 환영 같은 걸 믿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한지훈은 이미…“쓸데없이 놀라
이 시각, 강중에서 폭풍전야의 긴장감이 감도는 것과 달리, 용경은 한층 더 고요했다.용각에서 국왕은 홀로 천자각 꼭대기에서 뒷짐을 진 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지금 한지훈이 부재한 상황에서, 용국은 반드시 그를 대신할 인물을 찾아야만 했다!그러나 유청은 그 기준에 명백히 미치지 못했다.적어도, 실력이나 경지에 있어서 유청은 열국을 위압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바로 그때, 한 사람의 그림자가 불쑥 내려앉았다!“누구냐!”국왕은 즉시 돌아서며 크게 외쳤고, 동시에 허리에 손을 뻗어 검을 뽑으려 했다.“국왕 폐하, 저입니다.”스윽—!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국왕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한... 한지훈?!그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국왕은 등줄기를 타고 한기가 훑고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너... 너는 사람이냐, 귀신이냐?”국왕은 말을 하며 몇 걸음이나 물러섰고, 정신을 가다듬어 자세히 보니 과연 한지훈이었다!다만, 지금의 한지훈은 이전과는 어딘가 달라 보였고, 그의 분위기 역시 확연히 변화한 듯했다.예전의 한지훈에게서는 절대적인 위엄이 느껴졌다면, 지금의 한지훈은 더욱 깊고 심오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국왕 폐하, 이 세상에 귀신이 어디 있겠습니까. 저도 하산한 뒤에서야 국상을 알았지만, 다행히 운 좋게도 죽지 않았습니다!”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죽지 않았다니?!”국왕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얼굴에 미소가 번졌고, 눈가에는 감격의 눈물이 맺혔다.“한지훈! 네 녀석... 나를 기절초풍하게 만들 뻔했구나! 네가 정말 죽었다면, 용국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겠느냐!”국왕은 말하며 성큼 다가와 한지훈의 옷깃을 움켜쥐고는 세차게 흔들었다.“하지만, 예 씨 부부는 저로 인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제가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두 부부 덕분입니다! 그 부부가 목숨을 걸고 저를 지켜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 수정층 아래에 누워 있는 것은 바로 저였을 것입니다!”한지훈의 눈빛이 어두워졌다.“그래… 예 씨 어르신
황약사가 말을 마치자, 옷자락을 휘날리며 앞마당을 나섰다.일반인들은 황약사가 의술이 뛰어나고 그 실력이 아무도 따라올 수 없다고만 알고 있었다.하지만 극히 일부만이, 황약사가 진정한 천왕계 강자이며 무적천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설령 단해룡이 직접 나선다고 해도, 황약사의 손에서 쉽게 이득을 보지 못할 터였다.황약사의 예상대로, 한지훈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장씨 가문이든 단해룡이든 가슴 한편에 약간의 설렘이 부풀어 올랐다. 한지훈이 비록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아내와 자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장씨 가문의 사람들이 괜히 희생된 것도 아니고, 단해룡이 공개적으로 모욕당한 것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었다.예충기가 살아 있다면 감히 나서지 못했겠지만, 그마저도 곤륜산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젠 아무런 거리낌도 없었다!노 씨 어르신 무리는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각 문파와 접촉했고, 화산과 항산 역시 이에 호응하며 손을 잡았다. 이제 강우연이 강중으로 돌아오기만 하면, 바로 그녀를 찾아가 책임을 묻겠다는 움직임이 퍼졌다!겉보기엔 용국이 평온해 보였지만, 물밑에서는 거센 격류가 휘몰아치고 있었다.사대 가문 중에서도 특히 동방 가문과 원씨 가문이 한지훈과 가장 깊은 원한을 품고 있었기에, 이제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가주님, 듣기로는 노 씨 어르신과 무맹이 이미 열 개가 넘는 문파를 규합하여 한씨 가문을 찾아가 응징할 준비를 마쳤다고 합니다. 저희도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원상용은 차분한 시선으로 보고한 이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말하지 않아도, 우리 원씨 가문의 원한이 그냥 묻힐 수는 없지!”“한지훈, 네가 살아 있을 때 우리 원씨 가문 사람들의 목숨을 수없이 앗아갔다. 이제 네가 죽었으니, 우리가 잔인하다고 탓하지는 말아라!”원상용은 말을 마친 뒤 보고를 한 사람을 바라보며 다시 말을 꺼냈다. “원상호, 네가 원씨 가문을 대표하여 강중으로 가 강우연에게 책임을 물
이때, 약왕파에서 생방송을 지켜보던 장로들이 하나같이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비록 약왕파와 한지훈 사이에는 오래된 원한이 있었으나, 한지훈의 삶은 의롭고 당당하여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하아! 북양왕의 생애가 너무나도 짧았구나. 만약 그에게 10년만 더 주어졌다면, 이처럼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최후를 맞지는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수만 도에 달하는 고온 속에서라면, 누구라도 수증기로 변해 사라졌을 것이야. 하지만 제릉산에 의관총이라도 마련된 것이 그나마 영광이라 해야겠지.”장로들은 저마다 의견을 나누었다. 그러나 오직 오 장로만은 깊은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하며 나지막이 말했다.“내 생각엔 며칠 안 가서 무종의 사람들이 우리 문파를 찾아올 거요. 우리 약왕파는 이미 한지훈과 엮여 있었으니, 지금이라도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지 않겠소?”그의 말에 주변 장로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쏠렸다.“오 장로, 자네가 한지훈에게 당한 게 있다 해도, 그의 시신이 아직 식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소!”대장로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비록 무종과의 관계가 중요하다 해도,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야 했다.한지훈이 막 숨을 거둔 상황에서 즉각 손절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그건 문파의 명예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터였다.“제 개인적인 감정 때문이 아닙니다. 저는 약왕파 전체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단순히 단해룡이나 원씨 가문, 동방 가문 같은 세력은 논외로 치더라도, 장씨 가문, 천산, 화산, 항산의 인물들이 한지훈을 가만히 두겠습니까?”“그들 중 어느 누구도 우리가 감당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그들이 지금까지 한지훈을 건드리지 못했던 것은 오직 그가 살아 있었기 때문이며, 더군다나 예충기까지 함께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예충기 부부마저도 이번 사태에서 죽음을 맞이했다고 합니다!”“그리고, 헬기를 통해 촬영된 그들의 시신 사진도 이미 공개되었습니다!”뭐라고?!앉아 있던 장로들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