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훈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전방을 바라보았다.상대는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했다.군에 입대한 뒤로 한지훈은 줄곧 승승장구했고 적수를 만난 적이 거의 없었다.몇 달 전 원씨 가문을 토벌하러 갔을 때 자신보다 일찍 반보천왕을 돌파한 원천걸을 제외하고는 그는 한 번도 싸움에서 진 적이 없었다.하지만 오늘, 눈앞의 대검을 든 젊은 남자의 실력은 그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었다.심지어 힘을 조절하는 능력은 한지훈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었다.단 한번의 부딪힘으로 그의 손에 상처를 낸 사람은 이 사내가 처음이었다.한지훈은 경계 태세를 취하고 상대를 싸늘하게 노려보았다. 속으로 뜨거운 전의가 솟구치고 있었다.한편, 무장포의 상태도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그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한지훈을 노려보고 있었는데 자신과 비등한 실력을 가진 한지훈을 보고 꽤 놀란 눈치였다.같은 경지에서 그의 검을 맞고도 멀쩡히 서 있는 사람은 여태 없었고 오늘 한지훈이 처음이었다.무장포는 대검을 손에 든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하지만 그가 움직이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 움직일 힘이 없었기 때문이었다.찢어진 그의 손바닥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경계를 바짝 세우고 상대를 노려보며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무장포는 천천히 검을 다시 들고 진지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넌 아주 강한 녀석이로군.”이곳에 오기 전까지 그는 한지훈을 한낱 조무래기로 생각했다.그래서 속전속결로 끝내고 집에 갈 생각이었는데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지훈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상대였다.무장포의 마음 속에 뜨거운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그것은 상대를 만난 것에 대한 희열과 솟구치는 전의였다.무장포는 27년 인생을 살면서 한 번도 무신종 밖을 나가 본 적이 없었다. 그의 인생은 반복적인 수련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었다.그는 동일 경지에서 아무도 자신의 상대가 되지 않을 때까지 수련했다. 그렇게
그는 순식간에 양 발로 땅을 차며 몸을 솟구쳤다. 바닥이 부서지는 순간 그는 두 손으로 대검을 휘두르며 한지훈을 향해 돌격했다.달빛 아래 흔들리는 검에서 차가운 빛이 흘러나왔다.탱크 하나를 그대로 가를 수 있는 힘을 가진 검이 무장포의 힘을 받고 번쩍하며 허공을 갈랐다.그가 달려가던 순간 검날 주변으로 무형의 기류가 요동쳤다.한지훈도 그에 밀리지 않고 마치 표범처럼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며 진격했다.그는 손을 뻗어 오릉군가시로 대검의 공격을 막았다.챙그랑!순식간에 허공에 번개가 친 것처럼 번쩍하고 빛이 났다.대검의 칼날과 우릉군가시의 예리한 창끝이 충돌하여 찬란한 불꽃을 뿜어냈다.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두 사람의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그 누구도 꿈쩍하지 않았다.무장포는 순식간에 대검을 들어올려 한방에 한지훈을 가를 기세로 다시 휘둘렀다.한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뒤로 몸을 솟구쳤다. 그와 동시에 발을 날려 대검의 칼 날을 걷어찼다.묵직한 소리와 함께 한지훈은 반등의 힘을 빌려 신속하게 뒤로 후퇴한 뒤, 안전하게 착지했다.무장포도 대검을 내렸고 쾅 하는 소리와 함께 검끝이 바닥에 무겁게 가라앉으며 사방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겼다.무장포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손을 들어 팔에 박힌 침을 제거하고는 말했다.“꽤 괜찮은 수였어.”한지훈은 담담하게 웃고는 검날에 찢어진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너도 나쁘지 않았어.”그와 동시에 다시 손을 뻗자 번쩍이는 침들이 공중을 날아 무장포를 향해 갔다.그는 뒤로 솟구치는 순간에 왼손으로 상대를 향하여 침을 발사했던 것이다.서늘한 바람이 두 사람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지만 솟구치는 전의는 꺼질 줄 몰랐다.무장포는 대검을 내리고는 반짝이는 눈으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넌 정말 강해. 내가 만났던 중에 가장 강한 상대였어. 앞으로 다시 싸울 기회가 있기를 바라지!”말을 마친 무장포는 몸을 돌려 떠날 준비를 했다.떠나기 전 그는 걸음을 멈추고 한마디 덧붙였다.“북양왕, 용 선
다음 날 아침, 한지훈은 강우연과 함께 집을 나섰다.오늘 밤에는 중요한 비즈니스 파티가 있었고 강우연은 회사를 대표하여 참석해야 했다.강우연은 파티를 위해 평소보다 더 정성껏 자신을 단장했다.그녀는 한지훈과 함께 한 시간 정도 운전해서 목적지에 도착했다. 조용한 골목 안에는 남부 지역의 따뜻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강중에서 유일하게 옛 풍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골목의 맨 끝에는 고전적인 건물이 하나 있었는데 얼핏 보면 고대의 주점과 흡사한 모습이었다.차에서 내린 한지훈은 자세히 건물을 관찰했다. 이런 곳에 자주 오는 것은 아니지만 겉으로 보는 것처럼 소박한 곳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이 건물 꽤 비쌀 것 같죠?”강우연의 질문에 한지훈은 담담히 물었다.“여기가 당신 지인의 개인 별장인가?”강우연은 약간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부드럽게 웃었다.“맞아요. 최근에 알게 된 지인인데 코디와 헤어숍을 운영하는 친구거든요. 해외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됐는데 실력이 아주 대단해요. 최소 일주일 전에 예약을 해야 이 친구에게서 케어를 받을 수 있어요. 오늘은 당신을 위해 예약한 거예요.”“나?”한지훈은 그제야 시선을 내려 자신의 옷차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좀 촌스러운 것 같기도 했다.하지만 출발하기 전에 자신에게 전혀 귀띔도 안 해준 아내가 좀 의아하기도 했다.‘우연이가 기쁘면 그걸로 된 거지 뭐.’강우연은 한지훈의 팔짱을 끼고 대문을 지나 정원으로 들어섰다. 저택에서 하얀 원피스를 입은 미인이 나와 그들을 맞아주었다.“우연아, 뭐 하러 이렇게 일찍 왔어?”한지훈은 그들을 향해 다가오는 여인에게 힐끗 시선을 주었다. 요염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여인이었다.단추를 세 개까지 푼 하얀색 블라우스는 섹시함을 강조했고 유난히 긴 다리도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매력 넘치는 그녀의 미소는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아름다움이었다.그냥 거리에 나가 걸어만 다녀도 남자들의 시선을 다 가로챌 정도의 미인이었다.가녀린 허
성숙한 매력을 풍기는 여인은 얼굴에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다가와서 강우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연아, 일찍 올 거였으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지 그랬어? 이분은 누구야?”여자의 시선이 옆에 있는 한지훈에게 닿았다.“지훈 씨야. 전에 얘기했었던 내 남편. 오늘 나랑 같이 파티에 참석할 거야.”강우연은 간단히 소개를 하고는 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지훈 씨, 이쪽은 한이연이에요. 이 코디샵 사장이죠. 정말 예쁘지 않나요? 웬만한 연예인보다 이연이가 더 예쁜 것 같아요.”“당신 말처럼 미인이네. 하지만 내 눈에는 당신이 더 예뻐.”한지훈은 한이연이라는 여자에게 힐끗 시선을 주고는 다시 웃는 얼굴로 아내를 바라보며 말했다.그의 말에 강우연이 눈을 흘겼다.“말이나 못하면….”“반가워요, 한이연이에요.”미인이 인사하며 하얀 손으로 악수를 청했다.“우리가 같은 한씨일 줄은 몰랐네요. 우연이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요. 오늘 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남이신데요?”“당신 같은 미인과 같은 성씨라니 제 영광이죠.”한지훈은 웃으며 그녀가 내민 손을 잡았다.그 말을 들은 한이연이 매력적인 미소를 지었다.여자는 웃는 모습이 무척 아름다웠다. 그녀의 눈에는 사람을 움직이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것 같았다.“이제 안으로 들어가죠.”한이연이 웃으며 말했다.한지훈은 정원에 세워진 수많은 외제차와 우리에 애완용으로 기르고 있는 공작새와 호랑이를 보고 부러운 얼굴로 말했다.“동물을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네요. 하지만 호랑이와 공작새를 애왕용으로 키우려면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갈 텐데 정말 대단해요.”강우연이 의아한 얼굴로 그에게 눈치를 주었지만 한지훈은 못본척 행동했다.유명 코디샵 주인으로써 한이연의 연수입은 적지 않았다. 그녀를 찾는 손님 중에는 잘나가는 기업 대표들도 많았고 한이연에게 돈은 단지 숫자에 불과했기에 자칫 무례할 수도 있는 발언이었다.한이연은 의아한 얼굴로 한지훈을 힐끗 보고는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답했다.“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에요. 재
다른 남자였으면 코피를 쏟을만한 장면이었지만 한지훈은 담담히 고개를 돌려 거울 앞에 서 있는 강우연을 바라보았다.그러자 갑자기 피가 코로 쏠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몸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경국지색이라는 말도 강우연에게는 부족할만큼 단장한 뒤의 그녀는 아름다웠다. 마치 천국에서 내려온 천사가 있다면 저런 모습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붉은색 이브닝 드레스는 뒤가 파인 디자인이었고 하얗고 둥근 어깨도 살짝 드러냈다.평소와는 다르게 섹시함을 강조한 모습이었다.긴 머리는 우아하게 틀어 올려 가는 목선을 드러냈다.몸에 딱 붙는 드레스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그대로 드러냈다. 한이연과 같이 서 있어도 전혀 꿀리지 않는 몸매였다.뒤돌아선 강우연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한지훈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녀는 남편의 시선이 오로지 자신을 향해 있다는 것에 강한 만족감과 뿌듯함을 느꼈다.여자라면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여보, 너무 예뻐.”한지훈은 솔직하게 감탄사를 늘어놓았다.강우연은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난 먼저 나가 있을 테니까 남편 부탁해.”휴게실로 간 강우연은 소파에 앉아 오늘 만나야 할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그들을 설득할지 고민했다.한편, 한이연은 문을 닫고는 거울 앞의 의자를 툭툭 치며 한지훈에게 말했다.“여기 와서 앉아요.”아내가 아닌 다른 여자와 같은 공간에 있으려니 한지훈은 어색하기도 해서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쩔쩔맸다.“멍하니 서서 뭐 해요? 여기 와서 앉으라니까요?”한이연은 그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재촉했다.“네, 지금 가요.”한지훈은 그제야 걸음을 옮겨 거울 앞에 마주 앉았다.고개를 들자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한이연의 얼굴이 보였다.그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르며 마음이 복잡해졌다.한이연은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얼굴에 선크림을 바르기 시작했다.그녀가 허리를 숙이자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눈이 휘둥그레졌다.한편, 자기 일
요염한 여자가 눈앞에서 자꾸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한지훈은 코끝이 간지러운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가 자꾸만 후각을 자극했다.대충 얼굴을 수습한 뒤에 한이연은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역시 최고의 스타일리스트답게 30분도 안 되어 꽤 괜찮은 스타일링이 완성되었다. 평소의 모습이랑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동화책에서 금방 걸어 나온 왕자님이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의 모습이었다.원래도 미남이었지만 평소에 관리에 신경 쓰지 않아서 조금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아티스트의 손을 거쳐 부드러운 이미지가 완성되었다.“우연이가 남자 보는 눈이 있네요. 정말 멋져요.”한이연은 팔짱을 끼고는 한지훈의 뒤에 서서 흐뭇한 얼굴로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며 말했다.“칭찬 고마워요. 본판이 좋아서 그래요.”“아이고… 말이나 못하면. 의상실은 저쪽이에요. 제가 같이 들어가서 어울리는 옷 몇 벌 골라드릴게요.”한이연은 그의 어깨를 툭 치고는 앞장서서 의상실로 향했다.한지훈은 그녀의 뒤를 따르며 뒷모습을 빤히 주시했다. 마음속에서 잔물결이 일고 있었다. 아무리 그라도 이 여자의 매력을 완전히 거부할 수 없었다.커다란 의상실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유명 브랜드 의류가 걸려 있었다. 대부분이 해외 장인들이 수제작으로 만든 한정판 작품이었다. 아무거나 집어도 일반인의 일년 수입에 맞먹을 가격이었다.사실 한이연은 아무나 자신의 의상실에 들이지 않았다. 이 안에 있는 옷들은 그녀가 직접 애정하는 소장품들로 그 가치가 천문학적 숫자였다. 정말 친한 단골손님을 제외하고는 의상실에 들어온 손님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하지만 한지훈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이건 어때요? 한번 입어봐요.”한이연은 무심하게 셔츠 하나를 골라 한지훈에게 건네며 말했다.“사이즈는 알아요?”“내 눈을 믿어요. 한번 보면 사이즈를 알거든요.”그녀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그래요? 그런 점은 저와 같네요.”한지훈이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옷을
오랜 시간 훈련을 통해 단련된 한지훈의 몸매는 균형 잡힌 근육을 유지하고 있었다. 우락부락한 근육은 아니지만 한지훈만의 독특한 매력이 풍겼다.물론 그건 세상물정 모르는 여자들을 가리키는 말이었다.한이연은 그의 몸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왜 없지? 주군의 정보가 틀렸나?’그녀의 표정을 빤히 쳐다보던 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계속 이렇게 서 있게 할 거예요? 설마 내 몸매 보고 반한 건 아니죠?”한이연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다른 셔츠를 그에게 건넸다.“이거로 갈아입어요. 이게 더 어울릴 것 같네요.”“네? 좀 너무하네요.”한지훈은 싱긋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내 몸까지 보여드렸는데 한이연 씨도 뭔가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요?”한이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싸늘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지금 장난이시죠?”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빛이 불안으로 흔들렸다.“뭔가 오해했나 보네요.”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장난 아닌데요?”한지훈은 그녀에게로 성큼 다가서서 그녀를 벽으로 밀치고는 갑자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내가 너랑 장난하는 거로 보여?”한이연은 인상을 찡그리며 고개를 들었다. 사내에게서는 조금 전까지 볼 수 없었던 위압감이 풍겼다.설마 들킨 걸까?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고 숨 막히는 정적이 잠깐 흘렀다.점점 의상실 분위기는 뜨겁게 변해갔고 한이연은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있었다. 가쁜 호흡이 그녀가 속으로 당황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한지훈은 그녀가 말이 없자 손을 뻗어 그녀의 하얀 목을 만지다가 점점 아래로 내려갔다.가슴 가까이로 손이 내려가자 한이연의 몸이 뻣뻣하게 굳더니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여기 수시로 사람이 드나드는 곳이에요. 경고하는데 이상한 짓 하지 말아요!”한지훈은 당황한 여자를 차갑게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렇다면 나도 경고 하나 하지. 여기서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날 막지 못해. 못 믿겠
그녀는 두려운 감정이 앞섰다.사실 탈의실에 들어선 순간부터 한지훈은 수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수상함은 어느새 확신으로 변했다.“나한테 뭔가를 숨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해?”한지훈은 냉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만약 너에게 날 쓰러뜨릴 능력이 있었다면 진작에 움직였을 거야. 지금처럼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겠지. 네가 누군지, 목적이 뭔지 말해. 어쩌면 우연이 얼굴을 봐서 널 살려줄 수도 있으니까.”한이연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고민에 잠겼다.“내 인내심을 시험하려 하지 마.”한지훈은 손끝으로 단추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한이연은 당황해서 점점 몸이 떨려오고 눈앞이 어질ㅓ웠다.“이제 말해. 넌 누구고 왜 여기로 온 거지?”한지훈이 차갑게 말했다.“아니면 나한테서 뭔가를 찾고 있었던 건가?”한이연은 여전히 답이 없었다.그녀가 이런 상황에서도 버티고 입을 다물 거라 예상하지 못했기에 한지훈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정말 자백을 거부할 거야?”물론 그녀가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되는 건 아니었다. 한이연 정도는 얼마든지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침묵을 선택했다면 날 탓하지 마.”말을 마친 그는 한손으로 한이연의 옷깃을 잡고 잡아당겼다.순식간에 단추가 뜯겨져 나가고 하얀 가슴이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참으로 완벽한 몸매였다.한이연은 수치심에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손으로 앞을 가리려 했다. 하지만 한지훈은 매정하게 그 손을 잡아 뒤로 고정했다.그녀의 얼굴이 분노로 뻘겋게 물들었다. 하지만 그 모습마저도 매력적이었다.“망할 자식!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알기나 해?”어깨가 젖혀지면서 여자의 육감적인 몸매가 그대로 남자의 앞에 드러났다.그녀는 나가기만 하면 이 파렴치한 남자를 찢어 죽이겠다고 다짐했다.살면서 이런 굴욕은 처음이었다.“지금 나 협박하는 거야? 지금 상황에 할 말은 아니지 않나?”한지훈은 차가운 냉기를 풀풀 풍기며 그녀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사실 난 아주 관대한 사람이야.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고. 상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