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받은 이한승은 공손한 말투로 대답했다.“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당장 애들 시켜서 매수 진행하겠습니다!”2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이한승의 직속 비서는 54남림 도로 W 백화점 관련 수익구조와 재무제표를 확보했다.“회장님, 2조 원 정도 예상합니다!”이한승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바로 한지훈에게 보고했다.“한 선생님, 시가 총액이 2조 원이 넘는데 정말 인수하실 생각이세요?”한지훈이 싸늘한 말투로 대꾸했다.“네, 인수 진행하겠습니다! 10분 내로 W 백화점 대표이사를 만나야겠습니다!”“네!”이한승은 곧장 비서를 시켜 남림 도로 W 백화점 조승호 대표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는 직접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승호 대표는 한창 회의실에서 임원들과 오픈 이벤트 관련 홍보 대안을 의논하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그의 개인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발신 번호를 확인하던 조승호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내 공손히 전화를 받았다.“이… 이 회장님? 무슨 일로 저한테 연락을 다 주셨는지… 혹시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조승호는 바짝 긴장했다. S시 재계 1위 이한승이 직접 연락하는 날이 올 줄이야!몇 년 전에 그의 연락처를 받아놓기는 했지만 줄곧 그와 독대할 기회가 없어서 은근히 아쉬워하던 조승호였다.회의실 분위기도 빠르게 조용해졌다. 다들 기대와 흥분이 찬 눈빛으로 조승호를 바라보았다.사람들은 이한승이 백화점 진출을 노리거나 W 측에 직접 투자를 하려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을 했다.수화기 너머로 이한승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조 대표,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모시는 분이 조 대표가 운영 중인 W백화점을 인수하고 싶어 하시네요. 2조 원으로 지금 당장 백화점을 인수했으면 하시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네?”그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조승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2조 원에 백화점 주식을 내놓으면 그는 그 차액으로도 600억 원 정도의 이득을 볼 수 있었다.하지만 더 충격적인 건 따
순간 백화점 경비와 직원들은 한지훈을 향해 돌격 태세를 취했다.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조승호 대표를 필두로 한 임원들이 급급히 달려오며 소리쳤다.“그만! 다들 그만해!”조승호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헉헉거리며 다가왔다. 그의 뒤를 따르는 고위 임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대… 대표님? 대표님한테까지 소식이 전해졌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긴 제가 해결할게요. 곧 끝나가요! 주제도 모르는 애송이가 대스타 양미미 씨의 길을 막고 있길래 쫓아내려던 참이었습니다.”유 사장은 조승호를 보자마자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아첨하듯 말했다.말을 마친 그는 경비 직원들을 향해 호통쳤다.“멍하니 서서 뭐 해? 당장 저 멍청한 놈을 끌어내라는 데도!”짝!그 순간 사람들을 경악케 한 광경이 펼쳐졌다.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헉 하고 들이켰다.조승호는 서늘한 얼굴로 다가가더니 유 사장의 뺨을 때리고는 이내 그에게 소리쳤다.“무례한 놈! 이분이 누군 줄 알고 감히 끌어내라 마라야? 주제를 모르는 건 너야! 지금부터 넌 해고야! 당장 내 백화점에서 꺼져!”조승호는 1층으로 내려오기 전, 이미 이한승에게서 한지훈의 프로필 사진을 받았다. 그래서 한눈에 상대를 알아보았다.자신의 수족인 유 사장이 겁도 없이 한지훈을 저격하는 모습을 본 순간, 그는 머리털이 곤두섰다!이한승이 주인으로 모시는 존재를 감히!그 사람 한마디면 조승호마저 목이 날아갈 수가 있었다.유 사장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승호를 바라보았다. 그 뒤에 보인 조승호의 행보는 더욱더 충격이었다.현장에 있던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뒤돌아선 조승호는 공손한 자세로 한지훈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한 선생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죠? 선생님 요구대로 이 백화점의 명의 이전 절차를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이 백화점의 주인은 한 선생님이십니다!”현장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조승호의 말에 유 사장은 물론이고 양미미 일행, 그리고 구경하던
그의 목소리는 저승사자처럼 모두의 가슴에 공포를 불러일으켰다.양미미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자신이 방구석 폐인으로 생각했던 가난뱅이가 대형 백화점을 하루 만에 입찰할 능력이 있는 존재라니!게다가 2조 원이라는 거금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일 줄이야!양미미는 당황했다. 그녀의 몸값과 회사의 가치를 다 합쳐도 2조 원을 넘길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2조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백화점을 인수했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아니야! 난 대스타 양미미라고!’그녀는 유능한 엔터테인먼트를 등에 업고 있었고, 후원하는 스폰서 그룹도 더러 있었다! 그들의 몸값까지 합치면 2조 원은 쉽게 넘길 수 있을 터!그리고 양미미의 등 뒤에는 그녀를 응원하는 800만 대군이 있었다.‘그래! 겁낼 필요 없어! 어차피 방송에서 눈물 몇 방울 떨구면 사람들이 알아서 저 남자를 비난하게 될 거야! 인터넷 마녀사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겠지!’잘하면 오히려 한지훈의 사과를 받아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양미미는 이내 두려운 표정을 지우고 거만하게 선글라스를 벗더니 천사같이 예쁜 얼굴을 드러냈다.“나한테 사과가 받고 싶었어? 어림도 없지! 당신이 뭔데? 돈 좀 있으면 다야? 여기 백화점 하나 인수했다고 내가 뭐 두려워할 줄 알았어? 나 대신 엔터 소속 연예인이야! 전국에 800만 팬을 보유한 월드 스타라고. 나를 후원해 주는 회장님들도 한둘이 아니야. 당신이 그 사람들보다 잘났어? 뭐? 너한테 사과? 꿈 깨!”양미미는 온갖 거만을 부리며 말했다. 그녀는 매니저보고 지금 상황을 회사에 전달하라고 했다.한지훈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 정도로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인물일 줄이야.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신 엔터라. 좋아. 당신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그 회사부터 부숴버려야겠군! 난 내 딸 대신, 오늘 꼭 너한테 사과를 받아내야겠으니까!”그 말을 들은 양미미도 전혀 지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엔터는 국내 유명 감독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고 연예계를 대표하는 수많은 스타들을 키워냈다. 대신 엔터가 국내 연예계의 기준이 되는 엔터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혼자의 힘으로 상대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란 말이었다.조승호의 태도가 조심스러운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이 젊은 청년은 이한승을 수하로 부리는 사람이었고, 이한승은 S시 갑부로 추앙받는 존재이긴 했지만 전국 각지에 이한승처럼 한 지역의 갑부로 불리는 사람은 너무 많았다.아무리 이한승이 대단하다 해도 대신 엔터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는 아니었다.떄문에 한지훈이 무슨 수로 이런 거물을 상대할 수 있을지 조승호는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었다. 조승호는 그가 자존심만 앞세워서 일을 크게 만드는 게 아닌지 염려하며,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빨리 마무리할지 고민했다.굳이 대신과 싸워서 좋을 게 없었다.하지만 한지훈은 다시 핸드폰을 꺼내더니 이번에는 용일에게 전화를 걸었다.“용경에 있는 애들 소집해서 대신 엔터 쪽으로 연락 좀 돌려. 놈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첫째, 내가 인수할 때까지 기다리기. 둘째, 소속 연예인 양미미와 당장 계약을 종료하고 공식적인 사과문을 내기! 상대가 누구든 우리가 하려는 일을 막는 자는 늘 하던 대로 먼지 한 톨 남기지 말고 탈탈 털어버려!”“네, 사령관님!”전화를 끊은 용일은 곧장 용경 군부에 연락을 넣었다.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허세가 너무 심한 거 아닌가?상대는 대신 엔터였다.전화 한 통으로 해결 본다고?양미미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참 대단하네! 연기자 안 하기에는 재능이 너무 아까울 정도야. 아저씨 말대로면 나 곧 회사에서 쫓겨나겠는데? 이거 무서워서 어쩌나?”말을 마친 양미미는 매니저에게서 핸드폰을 빼앗더니 바로 사장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애교스럽게 말했다.“오빠, 오늘 스케줄 진행하다가 문제가 좀 생겼어요. 어떤 멍청한 자식이 딸이랑 같이 제 앞길을 가로막고 있지 뭐
그 시각, 대량의 무장 인원을 태운 군용 트럭과 방탄 탱크가 200마일의 속도로 대신 엔터 본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쾅쾅!트럭에서 뛰어내린 무장 군졸들은 살기등등한 기세로 신속히 대신 엔터의 대문 앞에 집결했다.경악할 만한 장면에 문 앞을 지키던 그룹 경비원들과 안내데스크 직원들은 벌벌 떨며 고위 임원을 찾았다.“대표님, 큰일 났어요! 문 앞에… 군부 군졸들이 떼거리로 몰려왔어요!”“그게 무슨 소리야? 군졸들이 왜 우리 그룹 앞에 집결했다는 거야?”전화를 받은 왕지명 대표가 크게 분노하며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군부에 있어야 할 군졸들이 대문 앞에 모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직원들이 헛것을 본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그룹 내부에서도 군부 고위직들과 깊은 교류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에 군부가 그들에게 시비를 걸 이유가 없었다.“사실이에요, 대표님. 저 사람들… 당장 본사로 쳐들어올 것 같아요….”전화는 뚝 끊겼다.왕지명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급히 비서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회사 로비에 별을 단 무장 군인 한 명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군인의 어깨에서는 금빛 휘장이 번쩍이고 있었고 군화와 검, 그리고 군모까지 착용한 그의 모습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그 군인은 무려 용경 육군을 이끄는 방위사령관이었다.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로비의 직원들을 노려보더니 곧이어 손을 치켜들었다.신호를 받은 백여 명의 무장 군인들은 질서 있게 안으로 들어오더니 로비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그와 동시에 건물 밖의 방탄 탱크도 대포를 건물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대신 엔터 건물은 군졸들에 의해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왕지명 대표는 이 광경에 등골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 그는 급히 현장으로 달려왔다. 남자의 어깨에 달린 훈장을 확인한 그는 가슴이 철렁했다.방위사령관이 친히 부대를 이끌고 나온 것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장관님, 무슨
총사령관이 직접 방위사령관까지 보낼 이유가 뭐가 있을까?설마 양미미가 갑질하다가 용국의 총사령관을 건드렸단 말인가? 만약 사실이라면 그건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그룹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왕지명은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북양구 총사령관님입니다.”방위사령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짓눌려 있던 사람들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북양구의 총사령관! 북양의 왕으로 군림하는 존재!그는 용국 최연소 총사령관이기도 하며, 전장에서 수많은 적을 무찌른 철혈 군인이자 전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다!그는 태산과도 같은 든든한 입지를 가진 인물로, 감히 그의 명령을 거스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왕지명은 연예인이나 키우며 돈이나 벌던 자신의 회사가 어쩌다 이런 인물과 엮이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방위사령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왕 대표한테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여배우 양미미 씨가 혼자 저지른 사고이니까요.”왕지명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비서에게 소리쳤다.“당장 왕일국 불러와! 당장!”잠시 후, 왕일국이 벌벌 떨며 현장에 도착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 왕일국은 이미 사건 경과를 전해 들었다. 그는 멘탈이 다 나간 상태였다.“왕일국 이 개자식아! 양미미 네 담당 아니었어? 도대체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걔가 이번에 무슨 사고를 쳤는지 알아? 하마터면 그룹이 날아갈 뻔했다고!”왕지명은 튕기듯 달려가더니 왕일국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발로 그의 가슴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바닥에 쓰러진 왕일국은 얼굴을 감싸며 애원했다.“대표님, 그만 때리세요. 저도 몰랐단 말이에요. 양미미 그년이 S시에서 갑질하다 경호원이 여자애 한 명을 넘어뜨렸대요. 그래서 애 아빠가 사과를 요구했는데 양미미가 그 요구를 거부하고 인터넷에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려다가…. 대표님, 저는 정
왕지명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양미미와 스폰서들의 관계, 그사이에 얽힌 금전적 이익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이 방위사령관 뒤에는 북양구 총사령관의 지시가 있었다.그런 높으신 분의 명령을 누가 감히 거스를 수 있을까?왕지명은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방위사령관에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장관님.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듯해서, 그룹 창시자의 의견을 물어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신속히 그룹 창시자에게 연락해서 황급히 상황을 전달했다. 전화를 받은 남자는 불쾌한 말투로 그의 말에 대꾸했다.“고작 방위사령관 주제에 뭐라고? 우리 가문을 아주 물로 보는구만! 우리 가문도 장군을 배출한 가문이야! 게다가 대대로 용국을 위해 헌신했어! 상대가 뭐라고 하든 절대 들어주지 마! 북양구 총사령관이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보지 뭐! 여긴 북양이 아니라 용경이야! 인맥이나 재력으로 치면 우리 가문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전화가 끊긴 후, 왕지명은 난감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는 긴장된 모습으로 방위사령관에게 말을 전달했다.“장관님, 죄송합니다만 그 요구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룹 창시자께서는 불합리한 요구라며 거절하셨어요. 북양구 총사령관님께는 죄송하지만 여긴 용경이고, 또 여 씨 가문에서도 장군을 배출했었습니다. ‘만약 무력으로 우리를 압박하려 한다면 이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솔직히 왕지명은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여 씨 가문은 군졸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지만 왕지명은 아니었다. 게다가 상대는 용국 방위사령관이었고 그의 배후에는 북양구 총사령관이 있다.왕지명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그 말에 방위사령관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버렸다.그는 빨리 용일에게 연락을 하더니 용일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용일도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무례하군! 여 씨 가문? 장사치 주제에 감히 우리를 무시해? 어차피 지금의 여 씨 가문은 과거의 그 군인 가문이 아니야. 선대 장군들의 명성으
총 열 대 정도의 군용 트럭이 별장 대문 앞에서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 모두 총기를 든 무장군인들이었다!그들은 이미 산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전부 봉쇄했고, 별장을 포위했다.후방에는 8대의 탱크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돌진하고 있었다. 실탄을 장전한 전쟁 무기였다.쾅!맨 앞을 달리던 군용 차량에서 한 인물이 뛰어내렸다. 훤칠한 키에 다부진 몸을 가진 청년 장수였는데 어깨에서 하나의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한 소대를 책임지는 소령이었다.“다들 집중! 탄창 확인하고 들어간다! 감히 반항하는 놈들 있으면 무조건 쏴서 죽여!”소령에게서는 전쟁터를 누비던 사람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살기가 느껴졌다.순식간에 500명 남짓한 군인들이 총알을 장전했다.그 모습에 정원을 손질하던 집사는 헐레벌떡 별장 안으로 뛰어갔다. 거실에 도착한 집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급히 말했다.“도련님! 큰일입니다! 밖에 군인들이 잔뜩 왔어요! 최소 500명은 넘어 보여요. 그리고 탱크까지….”아무리 가문에서 장군을 배출했다고 하지만 그건 먼 과거의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들은 여진혁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 군인들이 500명이나 왔다고?”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는 신속히 별장을 나섰다. 바깥을 바라보니 만반의 준비를 갖춘 군졸들이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선두에서 군대를 지휘하는 사람은 소령이었다!여진혁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후, 앞으로 달려가 그에게 공손히 인사했다.“오시는 줄 알았으면 미리 준비를 해놓는 건데… 환영이 늦은 점, 정말 죄송합니다. 넓은 아량으로 양해해 주시지요.”“허!”그 소령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참모에게서 서류 한 장을 받아 여진혁에게 건넸다.“여진혁 씨, 상부 지시입니다. 오늘부터 대신 엔터 그룹은 영업을 정지하게 됩니다. 앞으로 대대적인 조사가 들어갈 예정이며 모든 직원과 관리직은 군부의 조사에 협조해야 합니다! 물론 여진혁
만약 이 없었더라면 한용은 지난 20년간, 무적천과 어깨를 겨누며 4성 천급 천신의 경지까지 쉽게 오를 수가 없었다. 끊임없이 스스로 모색하고 깨달으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무적천과는 달리, 한 씨 집안사람들은 태생적으로 깨달음을 얻고 있었다. 게다가 그들은 까지 손에 넣게 됐으니, 그 무엇보다도 탄탄한 백전백승의 체계를 보유하게 됐다. 능력이 진화하는 속도든, 각종 역량에 대한 장악 정도든 그들은 그 어느 하나 무적천에 뒤쳐지는 게 없었다. “너... 분명히 뭔가 숨기는 게 있어!”눈치 빠른 허연생은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 그러자 한지훈은 몸을 돌려 차갑게 그를 주시하며 말했다. “내가 방금 말한 대로, 난 오늘 반드시 널 이 자리에서 죽여버릴 거야!”곧이어 한지훈은 쏜살같이 앞으로 한걸음 뛰어나와 한 주먹으로 허연생의 급소를 쳤다. 허연생은 비록 한지훈에 비해 얻은 깨달음도 적고 게다가 실력도 점점 떨어지고 있긴 했지만, 어찌 됐든 한 세대를 장악했던 강자였기에 역시나 쉽게 당하지는 않았다. 자신의 가슴을 노리는 한지훈의 주먹을 보아낸 그는 급히 몸을 옆으로 돌리고는 도리여 한지훈의 아랫배를 강하게 내리쳤다. “후!” 순간 한 줄기의 강한 바람과 기운이 한지훈의 급소를 공격하게 됐다. 분명 같은 주먹임에도 불구하고, 허연생이 뻗은 이 주먹은 비록 보기에는 그렇게 큰 기세는 아니었지만 힘이 매우 강했다. 그는 모든 힘을 한 주먹에 집중하여 최대한 기운을 폭발시킬 수가 있었다. 예상치 못한 역공격에 당황한 한지훈은 더욱 정신을 다잡고는 급히 주먹을 휘두르며 방어하였다. “팍!”그렇게 두 사람의 주먹이 부딪히게 되었고, 모두 어느 정도 자신의 힘을 통제하고 있긴 했지만 그 충돌 소리는 매우 컸다. 두 강자가 뿜어낸 엄청난 기운에, 마당에 있던 바위마저도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죽어!”허연생은 손에 힘을 더욱 꽉 주었다. 그러자 푸하는 소리와 함께 분홍색의 독기가 그의
‘허연생? 이 사람은 이미 30년 전에 무종에서 물러난 사람 아니야?’ 사실 허연생에게는 휘황찬란한 과거가 있었다. 그는 일찍이 무종에서 혼자만의 힘으로 수십 개 종문의 장교 문주들을 무너뜨리고는 무신종과도 대결을 겨룬 강자였다. 당시 무적천은 매우 의기양양하게 바로 허연생의 도전을 받아들였다. 2성 현급 천왕계 밖에 다다르지 못한 무적천과는 달리, 허연생은 당시 이미 4성 천급 천왕에 다다르게 됐다. 그러나 허연생은 무적천에 의해 패배하게 되었고, 심지어 중상까지 입어 하마터면 무신종에서 참사할 뻔하기도 했다. 만약 당시 무적천이 조금이라도 힘을 주체하지 못했더라면, 허연생은 진작에 그곳에 무덤으로 남게 됐을 것이다. 그렇게 무적천에게 패한 후로부터 허연생은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줄곧 무종에서도 얼굴을 내밀지 않았다. 그리하여 그동안 그에 대한 소문도 무성했다. 어떤 사람은 그가 자살하여 죽었다고 하였고, 또 어떤 사람은 그가 수치심을 느끼고 자취를 감췄다고 하기도 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고, 오늘 예상치 못한 허연생의 출현은 한지훈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사실 그는 허연생을 꺼리는 것보다도, 낙 선생의 배후에 있는 세력들이 대체 얼마나 많은 건지 감이 잡히지가 않아 답답했다. 그동안 30여 년 동안 자취를 감춰온 사람을 이렇게 손쉽게 드러내는 낙 선생의 절대적인 힘이 상상이 가지 않았다. 말없이 조용히 있는 한지훈의 모습에 허연생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봐, 청년. 내 명성을 듣게 된 이상 굳이 내가 손을 쓸 필요는 없겠지? 당장 무릎 꿇어!”“한지훈, 어서 비켜. 이 일은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강만용은 급히 앞으로 나가 한지훈을 타일렀다. 그 또한 허연생의 명성에 대해 당연히 잘 알고 있었다. 허연생은 그야말로 모든 경계를 막론하고도 가장 위험한 인물 중 한 명이라 할 수 있었다. “강로 님은 그동안 용국을 위해 온갖 희생을 다 하셨습니다. 그야말로 각로라는 칭호에 절대 부
순간 어안이 벙벙 해난 집행 대원은 떨어진 손이 자신의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점점 손목에서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됐다. “아악! 내 손!”이내 집행 대원이 손을 뻗어 상처를 부여잡자, 피가 미친 듯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누구야!”갑작스러운 상황에 장문로도 깜짝 놀랐다. “나야!”바로 그때, 한지훈이 천천히 걸어 나오더니 손으로 그 남자아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아이를 풀어주면 네 목숨만은 부지하게 해 줄게. 그렇지 않으면 넌 오늘 이곳에서 죽게 될 거야.”한지훈의 얼굴을 똑똑히 보아낸 장문로는 순간 얼굴색이 창백해졌다. 그러나 한지훈이 더 이상 북양 왕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침착한 태도를 보였다. 장문로는 얼굴에 흉악한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아, 역시나 너희 사이에 뭔가 결탁이 있긴 하나 보네! 차라리 잘 됐어. 굳이 강중까지 찾아가서 사람 잡을 일은 덜게 됐네!”“여봐라, 당장 한지훈을 치워내!” 곧이어 10여 명의 집법 대원들이 동시에 권총을 꺼내 들어 총구를 일제히 한지훈에게로 겨누었다. 필경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북양 왕의 신분을 지니고 있었기에, 누구도 감히 한지훈을 얕잡아 볼 수는 없었다. 십여 자루의 권총을 마주하고도 한지훈은 담담하게 웃을 뿐, 그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었다. “크흠!”바로 그때, 멀리서 누군가의 가벼운 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검복을 입은 한 노인이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한지훈, 낙 선생은 진작에 네가 이렇게 반드시 나타날 거라고 예상했어!” 노인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오만한 표정을 지었다. 한지훈 또한 그 노인을 훑어보았는데, 노인은 뜻밖에도 삼성 천왕계의 고수였다. 보아하니 낙 선생이 이번에 제대로 벼른 듯했다. “난 바로 낙 선생의 명령을 받들고 너를 잡으러 온 거야! 내가 여기까지 찾아온 이상 너는 더 이상 반항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나 좀 거칠어질 수도 있거든.” 삼성 지급 천왕계는 역시나
험상궂은 얼굴의 중년 남자는 큰 손으로 어린 남자아이의 머리를 꽉 잡고 있었다. 그러나 남자아이는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이를 악물고는 절대 울지를 않았다. “장문로! 당시 넌 용국의 여자 아이를 추행했잖아. 그때 그 아이, 겨우 16살이었어. 하지만 넌 아이가 죽기 직전까지 능욕했었지!”“용국의 전관으로서 그런 짓을 벌이면 천벌을 받을 거라는 거, 너도 잘 알잖아!”“그런데 만약 그 당시 내가 너를 해고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다들 불공평할 거라고 생각할게 뻔하잖아?”강만용은 중년 남자를 가리키며 노호하였다. 그러자 장문로는 갑자기 크게 웃기 시작했다. 이내 남자아이를 다른 한 집법 대원에게로 밀치고는,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자신이 걸친 중산복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만용, 너 지금 혹시 나를 질투하는 거야?”“네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어쨌든 현명하신 낙 선생이 나의 능력을 알아봐 주고, 난 지금 이렇게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잖아. 반면 너는 비참한 미래를 앞두고 있고!”“너희들 정말 한통속이었구나! 언젠가는 고통스럽게 벌 받게 될 거야!”잔뜩 화가 난 강만용은 씩씩대며 눈을 부릅 떴지만, 장문로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흥! 쓸데없는 소리 작작 해. 당장 네 죄나 인정하라고!”이내 장문로는 이미 완벽하게 작성된 진술서 한 장을 강만용에게 던졌다. 위에 적힌 내용은 매우 간단했다. 바로 그들 용각 삼로가 한지훈과 함께 군비를 횡령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내용이었다. 그 진술서를 확인한 강만용은 크게 웃었다. “왕년에 천 평이 넘는 땅을 국가에 순순히 바친 나인데, 내가 굳이 이 몇 조원의 군비를 횡령할 이유가 있을까?” “아휴... 하느님도 참 무심하시네. 이렇게나 간사한 놈이 용권의 정권을 잡게 놔두시다니. 정말 보는 눈도 없으시네!” 강만용이 진술서를 찢으려 하자 장문로는 바로 날카로운 칼을 꺼내 들어 단칼에 남자아이의 옷을 찢어버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만용, 너 잘 생각해. 내
이미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중년 남자는 더 이상 기운조차 없어 보였다. 얼핏 봐도 방금 전, 지독한 형벌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한지훈! 내... 내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거야!”강만용은 한지훈과 용운 두 사람을 보자마자 눈물을 금치 못하고 목놓아 통곡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용경에서 온 한 무리의 문관들에 의해, 자신의 아들이 무고하게 산채로 맞아 죽게 되는 상황에서도 강만용은 속수무책이었다. 한편 신한국의 아들인 신국호 또한 몽둥이로 수차례 얻어맞아 두 다리가 부러지게 되었고, 심지어 피까지 많이 흘리게 되어 그 자리에서 죽게 되었다. 그야말로 두 집안이 하룻밤 사이에 풍비박산이 나게 되었다. “누구예요! 대체 누굽니까? 어느 개자식이 감히 이렇게 잔인한 수를...”잔인하게 놈들의 수단에, 용운은 너무나도 화가 난 나머지 당장이라도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에휴, 됐어. 아마도 이 늙은이가 그동안 사는 동안 죽인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하느님이 날 벌하려나보다. 먼 곳에서 이곳까지 오느라 힘들었겠는데 일단 방에 가서 앉아있어!”신한국은 겨우 눈물을 닦아내며 한지훈과 용운을 데리고 집안으로 들어섰다. “강로님, 국왕께서는 대체 왜 이러시는 거랍니까? 낙 선생은 대체 또 어떤 구실로 강로 님의 가족을 건들게 된 건가요?”한지훈은 자리에 앉자마자,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물었다. “그게...”강만용은 결국 탄식하면서 말했다. “내가 30년 전에 물려받은 천 평 넘는 가택이 있는데, 낙 선생은 내가 군비를 횡령했다고 의심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서 국왕이 직접 장문로까지 파견하여 조사하게 한 거고.”“조사요?”어이없는 상황에 기가 찬 용운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이게 대체 어딜 봐서 조사라는 거지? 사람이 죽게 됐잖아!’ “용운아!”한지훈이 낮은 소리로 호통을 치자 용운은 결국 어쩔 수 없이 다시 조용히 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놈들은 어젯밤, 강로 님을 끌고 가기라도 했나요?”한지훈
“뭐라고?”그 소식을 들은 한지훈은 순간 대경실색하였다. 강만용과 신한국 두 사람은 이미 고향으로 돌아가 조용히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낙 선생이 굳이 그 둘을 사지로 몰아넣으려 하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이내 그는 급급히 말했다. “그게 언제 있었던 일인데?”“바로 어제저녁, 낙 선생이 파견한 사람들은 이미 두 각로의 거처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오늘 아침, 저의 부하들이 찾아와서 보고한 데에 따르면 두 각로의 아들들 역시 모두 끌려갔다고 합니다. 그러나 자세한 상황은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두 각로님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저희 쪽에서 사람을 보내야 하지 않을까요?”한참을 깊이 생각하던 한지훈은 겨우 마음을 안정시키고는 거듭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가 직접 갈게!”사실 신룡전은 충분히 강만용과 신한국을 보호할 수 있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낙선생에게 약점을 잡혀 다시 국왕 앞에 불려갈 가봐 신경이 쓰였다. “용왕 님, 차라리 제가 사람들을 먼저 보낼까요?”용운은 내심 걱정이 됐다. “괜찮아. 나 곧 출발할 거니까 바로 헬리콥터를 안배시켜!”한지훈은 말을 마치자 전화를 끊었다. “여보, 이렇게나 많이 다쳤는데 당분간은 외출하지 마요. 아무리 그래도 상처를 다 치료하고 나서 다시 이야기해야죠...”약재 한 그릇을 든 채 마침 마당으로 나온 강우연은 한지훈을 걱정하며 말했다. 그녀는 한지훈과 용운이 어떤 얘기를 주고받았는지 잘 듣지는 못했지만 헬리콥터를 보낸다는 얘기는 듣게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 상처가 낫지 않은 한지훈을, 여기저기 마구 돌아다니게 놔둘 수는 없었다. “아니. 듣자 하니 두 각로가 큰 일을 당한 것 같아. 오양 각로께서 이미 나를 구하려다 희생하게 됐어. 더 이상 강로와 신로도 그 뒤를 따르게 놔둘 수는 없다고!”한지훈은 말을 마치고는 약재를 꿀꺽 마셨다. 이내 국그릇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는 몸을 돌려 강우연을 달래주었다. “나 괜찮아. 내가 강중에 없는 사이, 만
심지어 도청 전인의 나이는 강우연의 할아버지보다도 열몇 살이나 더 많았다. “이렇게 위급할 때일수록 강경한 태도로 나섰다가는 주상만 또 다치게 될 겁니다. 하지만 저희 천검종은 얼마든지 주상을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감히 반항하는 자들은 모조리 죽여버릴 겁니다!”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나한비는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셋째 삼촌의 의견을 순순히 따라서 다행이지, 아니면 나 씨 집안 역시 풍비박산 날 뻔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피비린내 나지 않을까요?”강우연은 여전히 불안한 마음에 눈썹을 찌푸렸다. 아무리 복수를 한다 하더라도 아예 온 집안을 몰살시키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사모님, 절대로 한 치의 자비도 베풀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오늘 반대로 주상께서 원효천에게 패하게 됐다면...” 감정이 북받친 도청 전인은 순간 멈칫했다. “어르신의 말씀이 맞아요. 만약 오늘 한 선생님이 패하기라도 했다면 저희 나 씨 집안 또한 다른 가문에게 몰살당했을 것입니다!”나계홍은 극히 찬성하는 태도를 보였다. 두 사람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한지후는 담담하게 강우연을 바라보았다. 그는 이미 이번 일에 대한 결정권을 강우연에게 맡겼다. 누구나 한 번씩 겪어보게 될 과정이었기에, 그는 강우연의 선택을 지켜보기로 했다. 비록 내심 그 또한 도청 전인의 의견을 따르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만일 강우연이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 그 또한 지지할 생각이었다. “그...”강우연은 두 손을 꼭 잡은 채 창백한 얼굴로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후에야 한지훈에게 말했다. “여보, 저랑 얘기 좀...”“네가 어떻게 결정하든 뭐든지 지지해!”한지훈은 강우연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나계홍의 시선은 곧바로 강우연에게로 향했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말 한마디로 앞으로 강중의 세력 구분이 결정되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전투에서 나 씨 집안의 역할 또한 강우연의 한마디에 달려 있었다. “사모님! 절대로 자비를 베풀어서는
낙 선생의 말을 들은 국왕은 뜻밖의 소식에 다소 놀라긴 했다. 신한국과 강만용의 저택이 천 평이 넘을 줄이야. 이 모든 건 진작에 알고 있던 사실이긴 했지만, 무려 30년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게다가 이 저택들은 모두 두 집안의 조상이 직접 물려준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30년 전, 신한국과 강만용 두 사람은 용각에 들어간 날 바로 천 평의 가옥을 모두 국가에 상납하여 자신들의 청렴을 증명하였다. “폐하, 왜... 왜 그러십니까?”국왕의 눈에 맺힌 눈물을 보아낸 낙 선생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내 국왕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이제 보니 너무 가증스러워서! 당장 사람들을 보내서 더욱 자세히 조사하고, 결과를 나한테 보고해!”“네!”발걸음을 옮기던 낙 선생은 뭔가 떠오른 듯이 다시 몸을 돌려 국왕에게 말했다. “폐하, 그 한지훈은...”“그것도 조사해. 하지만 한지훈한테는 들키지 않게 암암리에서 조사하고 있어!” 말을 마치자마자 국왕은 손을 살짝 흔들며 낙 선생더러 물러나라고 하였다. 그렇게 낙 선생이 멀리 떠나고 나서야, 국왕의 곁을 지키고 있던 한 궁인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폐하, 저 자는 짐승 같은 야망을 갖고 있는데 정말 그냥 방심하실 생각이신겁니까?”“방심?”그러자 국왕의 눈빛에서는 갑자기 두 줄기의 차가운 빛이 터져 나왔다. “제대로 낚시를 하려면 미끼도 잘 골라야 해. 던지는 미끼가 클수록 물고기도 더 큰 걸 낚을 수가 있는 거야!”뒤이어 국왕은 천자각 9층 옥상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그는 마음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뒤섞여 있었다. 그 또한 낙 선생의 꿍꿍이를 모를 리는 없었다. 용국을 향한 오양 각로의 충성도 대단했기에, 그는 애초에 조사를 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낙 선생은 애초에 의도를 품은 채 국왕의 곁에 와서 그를 모시며 상위에 오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었다. 이런 사람의 배후에는 틀림없이 큰 세력이 숨어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는 결코 드러난 무신종의 존재
지금 그들에게 있어 가장 비참하게 느껴진 것은 바로 자신들의 운명이었다. 오늘 원 씨 집안이 허무하게 패배하게 된 이상, 그들은 자신들의 앞날이 대충 짐작이 갔다. 그 와중에도 매우 분통한 것은, 원효천 이 늙은 영감이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한 수도 이겨내지 못하고 한지훈의 졸개 손에 죽게 되다니. 줄곧 원 씨 집안을 믿고 자신들의 모든 가산과 목숨마저 걸었던 그들은 이제 막막했다. 하지만 그들은 곧 패가망신하게 되더라도 어떻게든 원 씨 집안까지 끌어들여 함께 죽을 작정이었다. “우린... 일단 용경으로 돌아간다!”원상용은 겨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이내 그는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는 강중의 세력들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저희 원 씨 집안, 어찌 한지훈 어린놈한테 휘둘릴 수가 있겠습니까? 여러분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제가 용경으로 돌아간 후, 바로 남은 세 명의 노조한테 도움을 청할 겁니다. 반드시 한지훈을 죽일 수 있게!”말을 마치자마자 원상용은 성큼성큼 링 아래로 내려갔다. 이 말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비할 데 없는 후회감이 들었다. 애초에 원 씨 집안을 굳게 믿은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이 상황에서도 원 씨 집안이 자신들을 위협하려 할 줄은 몰랐다. 사실 원상용이 방금 한 말은, 그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일종의 경고를 하는 것이었다. 원 씨 집안에는 아직 세 명의 노조가 있으니, 그들은 어떻게든 마음만 먹으면 복수를 할 수가 있다고 말이다. 그야말로 노골적인 위협이었다. 뒤이어 원 씨 집안사람들은 원상용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링에서 내려왔다. 한편 그 시각, 멀리 용경에 있는 국왕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한지훈이 멋지게 전투를 치를 거라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원 씨 집안에서 두 노조가 돌아가시게 된 것도, 이는 다른 가문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게 뻔했다. “폐하, 낙 선생께서 찾아오셨습니다!”바로 그때 한 궁인이 빠른 걸음으로 들어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