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한 무리의 직원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더니 이쪽으로 급히 다가왔다. 선두에 선 사람은 이 백화점 사장이었다.멀리서 빼곡히 길을 막고 있는 인파의 모습에 그들은 저도 모르게 머리카락이 곤두섰다.“왜 이렇게 길을 막고 서 있는 거지?”다급히 현장으로 달려온 사장이 양미미에게 공손히 인사하며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미미 씨, 다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된 거죠?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화가 나셨어요?”양미미는 팔짱을 낀 채, 도도한 표정을 지으며 한지훈을 가리켰다.“저 사람이 길을 가로막고 안 보내주잖아요!”유 사장은 그제야 고운이를 안고 서 있는 한지훈을 발견했다. 유 사장은 다짜고짜 그에게 다가가더니 욕설부터 날렸다.“당신 누구야? 당장 안 꺼져?”말을 마친 그는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그냥 길 가로막은 행인이었잖아?’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의 손에는 다시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양미미는 소문대로 까탈스러운 연예인이었다. 행인이 길 좀 막은 거 가지고 사장까지 호출하다니!하지만, 이어진 한지훈의 말에 유 사장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당신이 이 백화점 사장인가요?”한지훈이 싸늘하게 물었다.고개를 돌린 유 사장은 차가운 눈빛으로 한지훈을 훑어보며 말했다.“그래. 내가 이 백화점 사장이다. 나한테 뭐 할 말 있어?”한지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말에 대꾸했다.“그렇군요. 그럼 지금 당장 저 여배우와의 계약을 전부 취소하세요!”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의 어안이 벙벙했다.이건 제안이나 건의가 아닌 명령이었다. 마치, 이 백화점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이다!그 말을 들은 유 사장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지금 당신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해? 당신이 뭔데 계약을 취소하라 마라 명령질이야? 당신 망상증 있어? 이 백화점이 당신 거야?”양미미도 거만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가난뱅이 주제에 자존심은 있어서 헛소리나 지껄이고 말
전화를 받은 이한승은 공손한 말투로 대답했다.“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지금 당장 애들 시켜서 매수 진행하겠습니다!”2분도 되지 않은 시간에 이한승의 직속 비서는 54남림 도로 W 백화점 관련 수익구조와 재무제표를 확보했다.“회장님, 2조 원 정도 예상합니다!”이한승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바로 한지훈에게 보고했다.“한 선생님, 시가 총액이 2조 원이 넘는데 정말 인수하실 생각이세요?”한지훈이 싸늘한 말투로 대꾸했다.“네, 인수 진행하겠습니다! 10분 내로 W 백화점 대표이사를 만나야겠습니다!”“네!”이한승은 곧장 비서를 시켜 남림 도로 W 백화점 조승호 대표의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는 직접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조승호 대표는 한창 회의실에서 임원들과 오픈 이벤트 관련 홍보 대안을 의논하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그의 개인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발신 번호를 확인하던 조승호는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내 공손히 전화를 받았다.“이… 이 회장님? 무슨 일로 저한테 연락을 다 주셨는지… 혹시 뭐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조승호는 바짝 긴장했다. S시 재계 1위 이한승이 직접 연락하는 날이 올 줄이야!몇 년 전에 그의 연락처를 받아놓기는 했지만 줄곧 그와 독대할 기회가 없어서 은근히 아쉬워하던 조승호였다.회의실 분위기도 빠르게 조용해졌다. 다들 기대와 흥분이 찬 눈빛으로 조승호를 바라보았다.사람들은 이한승이 백화점 진출을 노리거나 W 측에 직접 투자를 하려는 게 아닌가, 조심스럽게 추측을 했다.수화기 너머로 이한승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조 대표,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모시는 분이 조 대표가 운영 중인 W백화점을 인수하고 싶어 하시네요. 2조 원으로 지금 당장 백화점을 인수했으면 하시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네?”그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조승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2조 원에 백화점 주식을 내놓으면 그는 그 차액으로도 600억 원 정도의 이득을 볼 수 있었다.하지만 더 충격적인 건 따
순간 백화점 경비와 직원들은 한지훈을 향해 돌격 태세를 취했다.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조승호 대표를 필두로 한 임원들이 급급히 달려오며 소리쳤다.“그만! 다들 그만해!”조승호는 잔뜩 상기된 얼굴로 헉헉거리며 다가왔다. 그의 뒤를 따르는 고위 임원들도 예외는 아니었다.“대… 대표님? 대표님한테까지 소식이 전해졌나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긴 제가 해결할게요. 곧 끝나가요! 주제도 모르는 애송이가 대스타 양미미 씨의 길을 막고 있길래 쫓아내려던 참이었습니다.”유 사장은 조승호를 보자마자 비굴한 미소를 지으며 아첨하듯 말했다.말을 마친 그는 경비 직원들을 향해 호통쳤다.“멍하니 서서 뭐 해? 당장 저 멍청한 놈을 끌어내라는 데도!”짝!그 순간 사람들을 경악케 한 광경이 펼쳐졌다.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헉 하고 들이켰다.조승호는 서늘한 얼굴로 다가가더니 유 사장의 뺨을 때리고는 이내 그에게 소리쳤다.“무례한 놈! 이분이 누군 줄 알고 감히 끌어내라 마라야? 주제를 모르는 건 너야! 지금부터 넌 해고야! 당장 내 백화점에서 꺼져!”조승호는 1층으로 내려오기 전, 이미 이한승에게서 한지훈의 프로필 사진을 받았다. 그래서 한눈에 상대를 알아보았다.자신의 수족인 유 사장이 겁도 없이 한지훈을 저격하는 모습을 본 순간, 그는 머리털이 곤두섰다!이한승이 주인으로 모시는 존재를 감히!그 사람 한마디면 조승호마저 목이 날아갈 수가 있었다.유 사장은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조승호를 바라보았다. 그 뒤에 보인 조승호의 행보는 더욱더 충격이었다.현장에 있던 모두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뒤돌아선 조승호는 공손한 자세로 한지훈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한 선생님, 늦어서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죠? 선생님 요구대로 이 백화점의 명의 이전 절차를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부터 이 백화점의 주인은 한 선생님이십니다!”현장이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조승호의 말에 유 사장은 물론이고 양미미 일행, 그리고 구경하던
그의 목소리는 저승사자처럼 모두의 가슴에 공포를 불러일으켰다.양미미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자신이 방구석 폐인으로 생각했던 가난뱅이가 대형 백화점을 하루 만에 입찰할 능력이 있는 존재라니!게다가 2조 원이라는 거금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일 줄이야!양미미는 당황했다. 그녀의 몸값과 회사의 가치를 다 합쳐도 2조 원을 넘길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 남자는 아무렇지도 않게 2조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백화점을 인수했다. 그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는 더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아니야! 난 대스타 양미미라고!’그녀는 유능한 엔터테인먼트를 등에 업고 있었고, 후원하는 스폰서 그룹도 더러 있었다! 그들의 몸값까지 합치면 2조 원은 쉽게 넘길 수 있을 터!그리고 양미미의 등 뒤에는 그녀를 응원하는 800만 대군이 있었다.‘그래! 겁낼 필요 없어! 어차피 방송에서 눈물 몇 방울 떨구면 사람들이 알아서 저 남자를 비난하게 될 거야! 인터넷 마녀사냥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겠지!’잘하면 오히려 한지훈의 사과를 받아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양미미는 이내 두려운 표정을 지우고 거만하게 선글라스를 벗더니 천사같이 예쁜 얼굴을 드러냈다.“나한테 사과가 받고 싶었어? 어림도 없지! 당신이 뭔데? 돈 좀 있으면 다야? 여기 백화점 하나 인수했다고 내가 뭐 두려워할 줄 알았어? 나 대신 엔터 소속 연예인이야! 전국에 800만 팬을 보유한 월드 스타라고. 나를 후원해 주는 회장님들도 한둘이 아니야. 당신이 그 사람들보다 잘났어? 뭐? 너한테 사과? 꿈 깨!”양미미는 온갖 거만을 부리며 말했다. 그녀는 매니저보고 지금 상황을 회사에 전달하라고 했다.한지훈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이 정도로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인물일 줄이야.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대신 엔터라. 좋아. 당신이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는 그 회사부터 부숴버려야겠군! 난 내 딸 대신, 오늘 꼭 너한테 사과를 받아내야겠으니까!”그 말을 들은 양미미도 전혀 지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엔터는 국내 유명 감독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고 연예계를 대표하는 수많은 스타들을 키워냈다. 대신 엔터가 국내 연예계의 기준이 되는 엔터 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혼자의 힘으로 상대할 수 있는 기업이 아니란 말이었다.조승호의 태도가 조심스러운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이 젊은 청년은 이한승을 수하로 부리는 사람이었고, 이한승은 S시 갑부로 추앙받는 존재이긴 했지만 전국 각지에 이한승처럼 한 지역의 갑부로 불리는 사람은 너무 많았다.아무리 이한승이 대단하다 해도 대신 엔터에 도전장을 내밀 정도는 아니었다.떄문에 한지훈이 무슨 수로 이런 거물을 상대할 수 있을지 조승호는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었다. 조승호는 그가 자존심만 앞세워서 일을 크게 만드는 게 아닌지 염려하며, 어떻게 하면 이 일을 빨리 마무리할지 고민했다.굳이 대신과 싸워서 좋을 게 없었다.하지만 한지훈은 다시 핸드폰을 꺼내더니 이번에는 용일에게 전화를 걸었다.“용경에 있는 애들 소집해서 대신 엔터 쪽으로 연락 좀 돌려. 놈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 첫째, 내가 인수할 때까지 기다리기. 둘째, 소속 연예인 양미미와 당장 계약을 종료하고 공식적인 사과문을 내기! 상대가 누구든 우리가 하려는 일을 막는 자는 늘 하던 대로 먼지 한 톨 남기지 말고 탈탈 털어버려!”“네, 사령관님!”전화를 끊은 용일은 곧장 용경 군부에 연락을 넣었다.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지훈을 쳐다보았다.허세가 너무 심한 거 아닌가?상대는 대신 엔터였다.전화 한 통으로 해결 본다고?양미미가 비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참 대단하네! 연기자 안 하기에는 재능이 너무 아까울 정도야. 아저씨 말대로면 나 곧 회사에서 쫓겨나겠는데? 이거 무서워서 어쩌나?”말을 마친 양미미는 매니저에게서 핸드폰을 빼앗더니 바로 사장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간드러진 목소리로 애교스럽게 말했다.“오빠, 오늘 스케줄 진행하다가 문제가 좀 생겼어요. 어떤 멍청한 자식이 딸이랑 같이 제 앞길을 가로막고 있지 뭐
그 시각, 대량의 무장 인원을 태운 군용 트럭과 방탄 탱크가 200마일의 속도로 대신 엔터 본사 건물 앞에 도착했다.쾅쾅!트럭에서 뛰어내린 무장 군졸들은 살기등등한 기세로 신속히 대신 엔터의 대문 앞에 집결했다.경악할 만한 장면에 문 앞을 지키던 그룹 경비원들과 안내데스크 직원들은 벌벌 떨며 고위 임원을 찾았다.“대표님, 큰일 났어요! 문 앞에… 군부 군졸들이 떼거리로 몰려왔어요!”“그게 무슨 소리야? 군졸들이 왜 우리 그룹 앞에 집결했다는 거야?”전화를 받은 왕지명 대표가 크게 분노하며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군부에 있어야 할 군졸들이 대문 앞에 모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직원들이 헛것을 본 게 분명하다고 생각했다.그룹 내부에서도 군부 고위직들과 깊은 교류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에 군부가 그들에게 시비를 걸 이유가 없었다.“사실이에요, 대표님. 저 사람들… 당장 본사로 쳐들어올 것 같아요….”전화는 뚝 끊겼다.왕지명의 얼굴도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급히 비서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회사 로비에 별을 단 무장 군인 한 명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다. 군인의 어깨에서는 금빛 휘장이 번쩍이고 있었고 군화와 검, 그리고 군모까지 착용한 그의 모습에서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그 군인은 무려 용경 육군을 이끄는 방위사령관이었다.그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로비의 직원들을 노려보더니 곧이어 손을 치켜들었다.신호를 받은 백여 명의 무장 군인들은 질서 있게 안으로 들어오더니 로비의 모든 출입구를 봉쇄했다.그와 동시에 건물 밖의 방탄 탱크도 대포를 건물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대신 엔터 건물은 군졸들에 의해 완전히 포위되고 말았다.엘리베이터에서 나온 왕지명 대표는 이 광경에 등골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 그는 급히 현장으로 달려왔다. 남자의 어깨에 달린 훈장을 확인한 그는 가슴이 철렁했다.방위사령관이 친히 부대를 이끌고 나온 것이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장관님, 무슨
총사령관이 직접 방위사령관까지 보낼 이유가 뭐가 있을까?설마 양미미가 갑질하다가 용국의 총사령관을 건드렸단 말인가? 만약 사실이라면 그건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그룹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왕지명은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북양구 총사령관님입니다.”방위사령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짓눌려 있던 사람들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북양구의 총사령관! 북양의 왕으로 군림하는 존재!그는 용국 최연소 총사령관이기도 하며, 전장에서 수많은 적을 무찌른 철혈 군인이자 전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다!그는 태산과도 같은 든든한 입지를 가진 인물로, 감히 그의 명령을 거스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왕지명은 연예인이나 키우며 돈이나 벌던 자신의 회사가 어쩌다 이런 인물과 엮이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방위사령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왕 대표한테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여배우 양미미 씨가 혼자 저지른 사고이니까요.”왕지명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비서에게 소리쳤다.“당장 왕일국 불러와! 당장!”잠시 후, 왕일국이 벌벌 떨며 현장에 도착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 왕일국은 이미 사건 경과를 전해 들었다. 그는 멘탈이 다 나간 상태였다.“왕일국 이 개자식아! 양미미 네 담당 아니었어? 도대체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걔가 이번에 무슨 사고를 쳤는지 알아? 하마터면 그룹이 날아갈 뻔했다고!”왕지명은 튕기듯 달려가더니 왕일국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발로 그의 가슴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바닥에 쓰러진 왕일국은 얼굴을 감싸며 애원했다.“대표님, 그만 때리세요. 저도 몰랐단 말이에요. 양미미 그년이 S시에서 갑질하다 경호원이 여자애 한 명을 넘어뜨렸대요. 그래서 애 아빠가 사과를 요구했는데 양미미가 그 요구를 거부하고 인터넷에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려다가…. 대표님, 저는 정
왕지명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양미미와 스폰서들의 관계, 그사이에 얽힌 금전적 이익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이 방위사령관 뒤에는 북양구 총사령관의 지시가 있었다.그런 높으신 분의 명령을 누가 감히 거스를 수 있을까?왕지명은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방위사령관에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장관님.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듯해서, 그룹 창시자의 의견을 물어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신속히 그룹 창시자에게 연락해서 황급히 상황을 전달했다. 전화를 받은 남자는 불쾌한 말투로 그의 말에 대꾸했다.“고작 방위사령관 주제에 뭐라고? 우리 가문을 아주 물로 보는구만! 우리 가문도 장군을 배출한 가문이야! 게다가 대대로 용국을 위해 헌신했어! 상대가 뭐라고 하든 절대 들어주지 마! 북양구 총사령관이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보지 뭐! 여긴 북양이 아니라 용경이야! 인맥이나 재력으로 치면 우리 가문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전화가 끊긴 후, 왕지명은 난감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는 긴장된 모습으로 방위사령관에게 말을 전달했다.“장관님, 죄송합니다만 그 요구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룹 창시자께서는 불합리한 요구라며 거절하셨어요. 북양구 총사령관님께는 죄송하지만 여긴 용경이고, 또 여 씨 가문에서도 장군을 배출했었습니다. ‘만약 무력으로 우리를 압박하려 한다면 이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솔직히 왕지명은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여 씨 가문은 군졸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지만 왕지명은 아니었다. 게다가 상대는 용국 방위사령관이었고 그의 배후에는 북양구 총사령관이 있다.왕지명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그 말에 방위사령관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버렸다.그는 빨리 용일에게 연락을 하더니 용일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용일도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무례하군! 여 씨 가문? 장사치 주제에 감히 우리를 무시해? 어차피 지금의 여 씨 가문은 과거의 그 군인 가문이 아니야. 선대 장군들의 명성으
100년 국운이 걸린 대사였기에, 용국은 섣불리 대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용국 국왕이 아무리 역외에 대해 아는 정보가 없다 하더라도, 역외에 있는 용국의 종문에 대해 모를 리는 없었다. 이미 용국에는 두 명의 고수가 모두 소창지개 한 사람의 손에 패배하게 됐고, 게다가 단 한 수 만에 패했다. 이는 제삼자들이 보기에는 흥미진진한 일이었다. “내 손에 죽고 싶은 사람, 또 있어?” 소창지개는 용국 축대 위에 올라가 거만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용국에는 서천술 한 사람만 남게 되었고, 소창지개는 남은 서천술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었다. 2 성 천신계가 3 성 천신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는 경지를 뛰어넘는 도발로서, 전 세계가 보는 앞에서 역전극을 보여줄 거라는 그의 포부였다. 지금 이 순간 서천술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만약 부상인조차 이기지 못한 다면, 그는 과연 무슨 체면을 갖고 무종 후배들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겠는가? “한 선생님, 서 선배가 나서면 그의 삼성 천신계 실력으로는 얼마든지 소창을 이길 수 있겠죠?”허천은 걱정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어떤 용인도 더 이상 패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지 않았다. 특히 주최 측 중 하나인 허 씨 가문은 더욱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훈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 “이길 승산은 1도 없어.” 그는 내심 잘 알고 있었다. 이 경기는 경계 차이가 아니라 깨달음의 차이라는 것을. 사실 그가 좌우하고 있는 것은 인왕계 강자의 전력이 아니라, 이 우주와 이 천지에 대한 깨달음이었다. 당시 한지훈이 원을 깨달았을 때에도, 그가 지정 건곤을 해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바로 가장 정확한 증명이었다. 그러나 한지훈은 깨닫기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반쪽 천지를 좌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상상치도 못했다. 일단 천신계에 다다르면 깨달음은 경계보다도 더 중요했다. 이전에 한지훈이 정혈단을 빌리지도 않고 화산 11 로와 싸울 수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그중 8명을 참살하고 3명에게
이 순간, 모든 용인들의 시선은 조승에게로 쏠려있었다. 천산의 낙장생과 고천덕마저 긴장한 표정으로 TV를 주시하고 있었다. “조 선배님, 절대 안 돼요! 만약 그렇게 굴복한다면 저희 무종은 체면을 잃을 테고, 더 이상 국왕의 대위를 차지할 수도 없게 돼요!”낙장생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용국 역외 강자들이 하나같이 이렇게 약할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흥! 돌아오기 전까지만 해도 얼마나 위풍당당했는데! 이놈들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하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를 줄은 몰랐네! 나 고천덕은 분골쇄신해서라도 결코 이 부상인들한테 무릎을 꿇지는 않을 거야!”고천덕은 화가 난 나머지 이빨을 아득바득 갈았다. 한편 무신종에서는, 무적천 역시 차가운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었고, 마찬가지로 분이 난 그는 손에 든 찻잔을 깨버릴 듯한 기세로 꽈악 쥐었다. “종주님, 화를 많이 내시면...”“팍!”옆에 있던 집사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무적천으로부터 따귀 한 대 맞고 쓰러졌다. “흥! 대체 이게 뭐야! 개돼지만도 못한 놈들!”이내 무적천은 손을 뿌리치고는 직접 TV까지 산산조각내고 자리를 떠났다. 그 시각 약왕파에서는, 황 약사는 긴 한숨을 내쉬고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장로들을 향해 말했다. “강자들이 돌아왔다고? 하하. 정말 우습네!”“우리 용국 수천 년 역사 이래, 한 번도 이렇게 자신의 목숨을 아끼고 죽음을 두려워한 강자들은 없었어!”“이제와 보니 무종이 용국의 권력을 빼앗으려는 건 더 이상 실현할 수 없는 꿈이 됐네!”“여봐라, 서천술에게 보내준 모든 선물들을 전부 회수하고, 서천술 혼외 자식은 서자풍에게 넘겨준 단약도 전부 돌려받아내!”그 말을 들은 대장로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곡주님, 이렇게까지 하는 건 좀 무리이지 않을까요? 서천술은 필경 역외 강자인 데다가 역외에서도 꽤 명망이 높습니다!”그의 말 뜻은, 서천술은 비록 패했지만 그의 세력과 영향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
차가운 빛은 순식간에 수막을 뚫었고, 조승의 얼굴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기색이 드러났다. “푸!”이내 푸하는 소리와 함께 조승의 왼쪽 어깨에서는 핏발이 솟구쳤고, 핏물은 그의 팔을 따라 끊임없이 흘렀다. 자신의 진법이 소창지개에 의해 이렇게 쉽게 깨질 줄은 몰랐다. 그의 진법은 비록 화산 공간 진법만큼 심오하지는 않지만, 웬만한 공격은 전부 차단할 수 있고 결코 쉽게 뚫리지도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그는 단칼에 어깨가 베이게 됐다. 만약 소창지개가 사정을 봐주지도 않았다면 그의 팔은 진작에 없어졌을 것이다. “하하!”그 모습에 소창지개는 조승을 가리키며 크게 웃어댔다. “기분이 어때? 방금 저놈은 날 위해 신발을 핥아줬는데 넌 뭘 하면 좋을까? 너도 살고 싶긴 하지?”이 순간, 소창지개만이 비웃는 것이 아니라 링 위 다른 고수들도 비웃음을 참지 못했다. 설욕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있던 용국이 맞이한 결과는 참담했다. 게다가 대결을 이어가면 갈수록 더욱 처참한 패배를 맞이했다. 자고로 역외 무예 규칙에 따라, 만약 소창지개가 조승을 놔주지 않는다면 그 누구도 나서서 도와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규칙을 어기는 격이 된다. 그러나 소창지개로부터 살길을 받으려면, 그는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왜, 멀쩡히 살고 싶지 않아?”여전히 가만히 서 있으면서 무릎 꿇고 용서 빌 의사가 없어 보이는 조승의 모습에, 소창지개는 한 손으로 칼자루를 들고는 차갑게 물었다. 한편 조승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을 뻘뻘 흘렀다. 그는 자신이 굴복하지 않으면 반드시 죽게 될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소창지개가 칼을 뽑아 들기 직전, 조승은 망설임 없이 무릎을 꿇었다. “털썩!”조승은 링 위에 무릎을 꿇고는, 두말없이 소창지개를 향해 열 번 절을 했다. 그 모습에 다른 열국 역외 강자들은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밑에서 구경하던 구경꾼들까지 덩달아 웃기 시작했다. 그 시각 멀리 천자각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국왕은 저도 모
소창지개는 어느새 용국 전체 상대로 도발하고 있었다. 게다가 장세풍이 패배했음에도 그는 마치 보따리를 차버리듯이 장세풍을 링 아래로 돌려보냈다. 한참이 지나서야 장세풍은 얼굴을 붉힌 채 일어나 축대로 돌아갔다. 방금 그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이미 여러 매체에 의해 라이브로 중계되었다. 서천술은 그런 그를 흘깃 보고도 한동안은 아무 말도 않고, 체념한 듯 옆에 있는 조승을 향해 말했다. “조승, 다음 경기는 네가 하는 게 좋겠어!”조승은 고개를 살짝 끄덕인 뒤 겉옷을 벗고는 링으로 걸어갔다. “꼭 조심해. 소창지개 이 놈 만만치 않아!”서천술은 다급히 일깨워 주었다. 사실 단지 실력대로라면, 장세풍은 전혀 질 수 없고 심지어 한 방에 패할 가능성은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방금 그들이 목격한 장면은 매우 생생했다. 소창지개의 실력은 향상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전력이 어떻게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는 걸까? 조승은 고개를 돌려 서천술을 보고는 안심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고, 이내 몸을 훌쩍 날려 신선처럼 날아갔다. 그러나 허공에는 마치 보이지 않는 막이 하나 더 생긴 것 같았고, 조승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잔잔한 물결이 일었다. 이는 매우 심오한 진법 중 하나로, 푸른 바다의 파도라도 불리기도 한다.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보이지만 놀랄 만한 위압을 지니고 있었다. 소창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고개를 젓고는, 이내 또 같은 수법인 수많은 그림자로 하늘을 가렸다. 방금 장세풍이 바로 이 수법에서 당한 것이었기에 조승은 방심할 수가 없었다. 이내 그가 급히 손을 흔들자 거대한 수막이 그와 소창지개 사이를 가로막았다! 이것은 공격과 방어를 일체화한 진법이었다. 만약 소창지개가 수막을 뚫고 조승을 공격하려면 반드시 수막에 내포된 힘을 감당해 내야 할 것이다. 이내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가 그 수막을 통과하는 동시에, 한 줄기의 기운이 따라서 폭발하며 소창의 무수한 그림자들도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쾅!”소창지개의 단 한 방은, 바로 장세풍의 가슴으로 날려왔다. “열려라!” 그러자 장세풍은 급히 손바닥을 내밀며 방어에 나섰다. “쾅!”순간 은백색의 기운이 폭발하면서, 장세풍은 피를 토하고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그 순간, 링 아래의 모든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그중에서도 특히나 서천술은, 급히 저리에서 일어나 크게 놀란 표정을 보였다. “말도 안 돼. 장세풍의 천절진은 한 번도 빗겨나간 적이 없는데 어떻게 질 수가 있는 거지?”서천술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날아가게 된 장세풍조차도 막막한 표정이었다. 그는 방금 분명 온 저력을 다했는데 어떻게 소창의 한 방에 의해 날아갈 수 있게 된 건지? “하하하.”“정말 웃기네. 고작 이런 놈이 나한테 양보해 준답시고 용국을 위해 설욕하겠다고? 하하하.”소창지개는 얼굴을 쳐들고 크게 웃어댔고, 이미 중상을 입고 쓰러진 장세풍을 더 이상 신경 쓰지도 않았다. 얼굴을 붉히게 된 장세풍은 이를 악물고 일어나, 소창지개를 가리키며 노호하였다. “너... 너 나대지 마!”“흥! 넌 이미 진 거야. 방금 내가 너를 죽이려고 했다면 넌 지금 살아남을 수 없었어! 설욕? 흥, 제대로 설욕을 하려면 아직도 멀었네! 그러니 꺼져. 돌아가서 기초부터 잘 닦고 다시 찾아와. 그러면 아마 또 기회가 있을지도!”소창지개는 장세풍을 상대로 모욕적으로 말했다. 장세풍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힘겹게 일어나 다시 손을 쓰려 하자, 소창지개는 칼자루를 휘두르며 말했다. “너 아직 단도류의 위력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장세풍, 내가 너한테 살아남을 기회를 줄게. 그러니 무릎 꿇어! 아니면 죽게 될 거야!”장세풍은 그제야 떠올랐다. 소창지개가 진정으로 잘하는 것이 바로 단도류였다. 그러나 여태 소창지개는 한 번도 칼을 꺼내지 않았다. 그 생각에 장세풍은 저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졌다. “장세풍!”한편 서천술은 장세풍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설령 죽는다 하더
소창지개는 처음부터, 단도류와 동극인술을 결합한 살수를 보였다. 게다가 이 수법에는 천조진법마저 담겨 있어, 태양 전체를 아예 가려버렸다. 그때 링 아래에서는 갑자기 한바탕 비명이 들려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장세풍을 위해 깃발을 흔들며 함성을 질렀던 사람들은 모두 조용히 숨을 들이마셨다. TV 앞에서 지켜보고 있던 용국 관중들도 모두 장세풍의 대결에 저도 모르게 땀이 났다. 한편 링 아래에 앉아 있던 허천은 다소 걱정하는 말투로 한지훈에게 물었다. “한 선생님, 선생님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장 선배와 소창 중 누가 더 강한 것 같나요?”용국의 일원으로서 허천도 당연히 용국 고수가 이길 수 있기를 바라고 있었다. 한지훈은 고개를 들어 장세풍과 소창지개를 흘깃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장세풍이 반드시 패할 거야!”뭐라고? 그러자 주위에 있던 몇 명의 용인들이 잇달아 한지훈을 향해 적대시하는 눈빛을 보냈다. “너 용국 사람 맞긴 해?”“그러니까 말이야, 부상인들한테서 뭘 받기라도 한 거야?”“너 같은 놈이 바로 부상인의 앞잡이인 거야!”많은 사람들은 잇달아 비난하였다. 그러나 한지훈은 전혀 화를 내지도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 “교만하게 구는 강자는 반드시 패하는 법이야! 아직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고 상대방의 실력도 전혀 모르는데, 냅다 한 손만으로 싸우겠다고 양보한 것 자체가 너무 자만하는 게 아니냐고?” “게다가 장세풍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어. 장 씨 집안의 삼절진은 확실히 강하긴 하지만, 우리 용국의 각도로 보았을 때 상대의 천조대진 역시 장 씨 집안의 삼절진 못지않아!” “대체 저놈은 뭘 믿고 상대를 얕보고 양보하겠다고 하는 거지? 심지어 온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더라도 내가 보기에 결과는 똑같을 거야!”“자고로 애국이란 건 입으로 하는 게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한지훈의 주장에도, 주위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결에 눈을 돌렸다. 장세풍은 여전히 오만한 표정으로 소창지개를 쳐다보았다. “어디서 고작 주
이 상황에 장세풍은 꽤나 득의양양했다. 마침내 그의 목적이 달성한 셈이었다. 나라의 원수를 눈앞에 둔 상황에 용국 백성들의 응원을 받으면서, 이 부상인 세 사람을 죽이기만 하면 용국에서의 자신의 지위도 높게 오를 것과 같았다. 역외 강자라 하더라도, 민심을 얻어내는 자만이 비로소 천하를 얻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상인 세 사람이 아무 말을 하지 않자 장세풍은 차갑게 웃으며 오만하게 입을 열었다. “왜, 백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용국 조상들을 죽이더니, 이젠 감히 못 나서겠어?” 그 말에 부상인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그들은 사실 단지 미육과 유럽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 장세풍을 두려워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래, 그럼 첫판은 용국한테 넘길게. 우린 가자!” 이내 유럽과 미육 강자들은 몸을 돌려 링 위로 돌아왔다. 설득에 성공하게 된 장세풍은 더욱 오만한 태도를 보였고, 이내 손으로 부상인들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 “이 쥐새끼 같은 부상인들! 너희들 전부 내 손에 죽는 줄 알아!”“장세풍, 일단 좀 진정해. 제대로 확인하고 싶은데, 용국이 정말 첫 번째로 대결을 펼칠 거야?”바로 그때 비육 쪽의 한 고수가 입을 열었다. “당연하지! 이건 우리 용국과 부상의 백 년의 원한이 걸린 일이야. 반드시 먼저 해결해야 돼!”장세풍은 다시 한번 거만하게 입을 열었다. 과거와는 달리 현재 용국은 압도적인 우세를 가지고 있었다. 필경 그와 조승은 모두 2성 천신계의 정점을 찍고 있었기에, 삼성 천신계 전력에 버금갈 정도였다. 게다가 서천술이라는 삼성 천신계의 존재는, 함부로 상대하기는 어려웠다. 당연히 이런 절호의 기회에 복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좋아, 너희들 절대로 이 결정을 후회하지 않기를 바라!”비육의 고수는 차가운 비웃음을 보였다. 반면 부상인 세 사람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않는 한편, 직전신개는 고개를 돌려 소창지개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소창지개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다고는 천천히 일어
그 후, 마지막으로 등장한 사람은 바로 용국의 서천술이었다. 입장하자마자 서천술의 시선은 바로 부상의 세 사람에게로 향했다. “지난번에 바로 저 세 놈이 우리 용국 강자를 죽이고, 나중에 사람까지 데려와 우리 용국을 괴롭힌 거야?”서천술은 차가운 목소리로 옆에 있던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그러자 장세풍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바로 저 세 사람이에요. 백여 년 전 바로 저 소창지개라는 놈이 저희 용국 두 강자를 참살한 겁니다!”“게다가 당시의 국왕을 핍박하여 부상에 항복하게끔 하고, 용국이 부상의 꼭두각시가 되게 만들었어요.” 그 말에 서천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갑게 웃었다. “좋아! 그렇다면 그 100년 전에 묵은 빚은 오늘 제대로 청산해야겠네!”“나는 오히려 지금의 부상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는지 보고 싶네!”“형님, 굳이 직접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저 혼자만으로도 세 사람을 얼마든지 끝낼 수 있습니다!”장세풍은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용국 세 사람이 입장한 후, 역외에서 돌아온 모든 강자들 역시 입장을 완료했다. 주최 측인 용국은, 링 아래에서 관전 중인 관중들의 갈채를 받았다. 이미 기세만으로도 다른 세력들을 확실히 깔아뭉갰다. 한편 소창지개는 용국의 세 사람들을 차갑게 바라보고는, 고개를 돌려 주변에 있는 부하에게 몇 마디 속삭였다. 이내 두 사람의 얼굴에는 경멸의 웃음이 떠올랐다. “이젠 모두 다 모이게 된 이상, 바로 시작할까?” 곧이어 소창지개가 제일 먼저 일어나서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위압이 있었다. 그가 입을 떼자, 링 아래에서 수군대던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고 잇달아 링 위를 바라보았다. 이때 미육의 한 강자가 느릿느릿 링 위에서 내려왔고, 가장 먼저 대결에 나설 뜻을 보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럽 강자 몇 명들도 잇달아 일어났다. 이제 막 시작된 시점에, 미육과 유럽이 벌써부터 불구덩이에 들어가려고 하자 링 아랫사람들은 탄식을 금치 못했다. 사실 여태 미육과 유럽은 관계가
모두들 그제야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력이 천신계에 다다른 후 많은 사람들은 모두 술업에 관한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어떤 이들은 진법에 능하고, 어떤 이들은 초식에 능하며 또 어떤 이들은 타격 능력을 수련하기도 한다. 하지만 비육은 진법과 초식이 모두 부족했기에, 타격 능력을 연습하는 길만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상대의 거듭되는 공격을 감당해내다 보면 상대의 실력은 약화될 것이고, 바로 그때 반격을 하는 그런 수법이었다. 한편 다른 한편에서는, 세 명의 백인 남자들이 축대에 올랐다. 두 명의 비육 고수에 비해, 세 사람의 얼굴에는 안하무인의 기색이 역력했다. 사실 이 세 사람은 모두 유럽의 전설 같은 존재들이었고, 심지어 그중 한 명은 찰리만 대제의 검시였다. 유럽 내에서 찰리만 대제의 지위는, 용국에서의 황제 지위에 버금갈 정도였다. 찰리만 대제가 세운 제국이 분열이 일어나게 된 후에야, 비로소 현재 유럽에 수십 개의 작은 나라들이 생기게 된 것이다. “저 세 사람, 대체 정체가 뭐지? 방금 그 두 사람과는 느낌이 확연히 다른데!” “쳇, 네가 알긴 뭐 알아. 중간에 있는 저 사람 봤어? 바로 찰리만 대제 검시잖아!” “검시? 검을 든 하인이라고?”“미친, 너 정말 멍청한 거야? 찰리만 대제 검시는 아서 왕까지 격파한 적 있어!”그 말에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사실 아서왕은 한 달 전에 한지훈으로부터 죽임을 당하긴 했지만, 그의 위세는 여전했다. 현시대에 아서왕을 이길 수 있는 자라면 거의 넘사벽의 전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이내 다른 세력의 역외 강자들도 링 위로 올라와 분분히 의론 하였다. 그러나 한지훈은 그들을 전혀 신경도 쓰지 않고, 줄곧 부상에서 돌아온 그 세 사람을 찾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무사 검복을 입은 동양 남자 세 명이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디며 링 위로 올라왔다. 한지훈은 차가운 눈빛으로 세 사람을 보고는, 찻잔을 들어 차 한 모금 마셨다. “주상님, 부상이 이번에 파견한 세 사람 모두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