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령관이 직접 방위사령관까지 보낼 이유가 뭐가 있을까?설마 양미미가 갑질하다가 용국의 총사령관을 건드렸단 말인가? 만약 사실이라면 그건 아주 심각한 문제였다! 그룹이 공중분해 될 수도 있는 문제였다.왕지명은 갑자기 눈앞이 깜깜해졌다.“북양구 총사령관님입니다.”방위사령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짓눌려 있던 사람들은 그 이름을 듣자마자 털썩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다.북양구의 총사령관! 북양의 왕으로 군림하는 존재!그는 용국 최연소 총사령관이기도 하며, 전장에서 수많은 적을 무찌른 철혈 군인이자 전 국민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다!그는 태산과도 같은 든든한 입지를 가진 인물로, 감히 그의 명령을 거스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왕지명은 연예인이나 키우며 돈이나 벌던 자신의 회사가 어쩌다 이런 인물과 엮이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방위사령관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왕 대표한테는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여배우 양미미 씨가 혼자 저지른 사고이니까요.”왕지명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그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는 비서에게 소리쳤다.“당장 왕일국 불러와! 당장!”잠시 후, 왕일국이 벌벌 떨며 현장에 도착했다. 이곳으로 오기 전, 왕일국은 이미 사건 경과를 전해 들었다. 그는 멘탈이 다 나간 상태였다.“왕일국 이 개자식아! 양미미 네 담당 아니었어? 도대체 애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걔가 이번에 무슨 사고를 쳤는지 알아? 하마터면 그룹이 날아갈 뻔했다고!”왕지명은 튕기듯 달려가더니 왕일국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발로 그의 가슴을 무자비하게 짓밟았다.바닥에 쓰러진 왕일국은 얼굴을 감싸며 애원했다.“대표님, 그만 때리세요. 저도 몰랐단 말이에요. 양미미 그년이 S시에서 갑질하다 경호원이 여자애 한 명을 넘어뜨렸대요. 그래서 애 아빠가 사과를 요구했는데 양미미가 그 요구를 거부하고 인터넷에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려다가…. 대표님, 저는 정
왕지명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양미미와 스폰서들의 관계, 그사이에 얽힌 금전적 이익 문제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이 방위사령관 뒤에는 북양구 총사령관의 지시가 있었다.그런 높으신 분의 명령을 누가 감히 거스를 수 있을까?왕지명은 죄송한 표정을 지으며 방위사령관에게 말했다.“죄송합니다, 장관님. 제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닌듯해서, 그룹 창시자의 의견을 물어보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신속히 그룹 창시자에게 연락해서 황급히 상황을 전달했다. 전화를 받은 남자는 불쾌한 말투로 그의 말에 대꾸했다.“고작 방위사령관 주제에 뭐라고? 우리 가문을 아주 물로 보는구만! 우리 가문도 장군을 배출한 가문이야! 게다가 대대로 용국을 위해 헌신했어! 상대가 뭐라고 하든 절대 들어주지 마! 북양구 총사령관이 어떻게 나오는지 한번 보지 뭐! 여긴 북양이 아니라 용경이야! 인맥이나 재력으로 치면 우리 가문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전화가 끊긴 후, 왕지명은 난감한 표정으로 주변을 돌아보았다. 그는 긴장된 모습으로 방위사령관에게 말을 전달했다.“장관님, 죄송합니다만 그 요구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그룹 창시자께서는 불합리한 요구라며 거절하셨어요. 북양구 총사령관님께는 죄송하지만 여긴 용경이고, 또 여 씨 가문에서도 장군을 배출했었습니다. ‘만약 무력으로 우리를 압박하려 한다면 이쪽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라고 전달하라고 하셨습니다.”솔직히 왕지명은 빨리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여 씨 가문은 군졸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지만 왕지명은 아니었다. 게다가 상대는 용국 방위사령관이었고 그의 배후에는 북양구 총사령관이 있다.왕지명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그 말에 방위사령관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굳어버렸다.그는 빨리 용일에게 연락을 하더니 용일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용일도 불같이 화를 내며 말했다.“무례하군! 여 씨 가문? 장사치 주제에 감히 우리를 무시해? 어차피 지금의 여 씨 가문은 과거의 그 군인 가문이 아니야. 선대 장군들의 명성으
총 열 대 정도의 군용 트럭이 별장 대문 앞에서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 모두 총기를 든 무장군인들이었다!그들은 이미 산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전부 봉쇄했고, 별장을 포위했다.후방에는 8대의 탱크가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돌진하고 있었다. 실탄을 장전한 전쟁 무기였다.쾅!맨 앞을 달리던 군용 차량에서 한 인물이 뛰어내렸다. 훤칠한 키에 다부진 몸을 가진 청년 장수였는데 어깨에서 하나의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한 소대를 책임지는 소령이었다.“다들 집중! 탄창 확인하고 들어간다! 감히 반항하는 놈들 있으면 무조건 쏴서 죽여!”소령에게서는 전쟁터를 누비던 사람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살기가 느껴졌다.순식간에 500명 남짓한 군인들이 총알을 장전했다.그 모습에 정원을 손질하던 집사는 헐레벌떡 별장 안으로 뛰어갔다. 거실에 도착한 집사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다급히 말했다.“도련님! 큰일입니다! 밖에 군인들이 잔뜩 왔어요! 최소 500명은 넘어 보여요. 그리고 탱크까지….”아무리 가문에서 장군을 배출했다고 하지만 그건 먼 과거의 이야기였다. 그 말을 들은 여진혁은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 군인들이 500명이나 왔다고?”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는 신속히 별장을 나섰다. 바깥을 바라보니 만반의 준비를 갖춘 군졸들이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었다.선두에서 군대를 지휘하는 사람은 소령이었다!여진혁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후, 앞으로 달려가 그에게 공손히 인사했다.“오시는 줄 알았으면 미리 준비를 해놓는 건데… 환영이 늦은 점, 정말 죄송합니다. 넓은 아량으로 양해해 주시지요.”“허!”그 소령은 싸늘하게 콧방귀를 뀌더니 참모에게서 서류 한 장을 받아 여진혁에게 건넸다.“여진혁 씨, 상부 지시입니다. 오늘부터 대신 엔터 그룹은 영업을 정지하게 됩니다. 앞으로 대대적인 조사가 들어갈 예정이며 모든 직원과 관리직은 군부의 조사에 협조해야 합니다! 물론 여진혁
여진혁은 완전히 당황했다. 해외에서 사업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노발대발하며 돌아오다니!“아버지,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부하직원이 상황을 전달했을 때는 북양 총사령관님께서 아무 이유도 없이 우리 그룹에서 거액을 들여 키워낸 연예인이랑 계약을 해지하라고 압력을 가했다고 들었어요. 그럼 우리 그룹은 몇백억의 손실을 떠안아야 해요! 양미미를 지지하는 수많은 투자자들은 어떡해요? 그래서….”여진혁이 간절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하지만 화가 치밀어 오른 여양진은 곧장 아들의 뺨을 후려쳤다. 여진혁의 입가에 피가 흘러내렸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대놓고 아들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멍청한 녀석! 양미미에 대해서는 나도 조사했다! 아무 이유 없이 갑질하고, 안하무인에다, 양미미 경호원이 먼저 북양 총사령관의 딸을 밀쳐서 넘어지게 했어. 그런데도 사과 한마디 없이 팬들을 선동해서 총사령관을 협박했어! 인터넷에 신상까지 털면서 공격하겠다면서! 양미미 걔가 죽음을 자초한 거야! 용국의 총사령관이 일개 연예인이 인신공격할 수 있는 상대야? 북양 사령관의 딸이면 응당 용국에서는 공주로 대접받아야 마땅해! 네 애들이 그런 사고를 쳤는데 그룹의 인솔자인 네가 아무것도 몰랐다는 게 말이 돼?”그 말을 들은 여진혁은 머릿속이 하얘지고 말았다.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멍청한 부하직원이 그에게 사실을 전하지 않았다니! 그 누구도!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인간이 바로 부하직원들이라는 생각이 들자 여진혁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아버지, 저…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정말 아무것도 몰랐어요! 가문에 아들이라고는 저 하나뿐인데 이대로 끌려가게 내버려 두실 거예요? 아버지는 전쟁부 사람들과도 안면이 있잖아요! 빨리 북양 사령관한테 얘기라도 좀 잘해달라고 부탁해 보세요!”여진혁은 그제야 바닥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여양진은 화 때문에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뒤돌아서더니 이내 소령에게 말했다.“송 소령님, 우리 여 씨 가문은 북양
대신에서 양미미를 퇴출한 것이다.어떻게 이런 일이?도대체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이 남자는 대체 누구길래!전화 한 통으로 연예계 거물 대신 엔터가 제일 잘나가는 소속 스타 양미미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다니! 상대는 양미미였다! 새롭게 떠오르는 월드 스타이자, 미래가 더 기대되는 여배우! 그런 여배우를 다짜고짜 해고하다니!“SNS 좀 봐! 양미미 SNS 계정이랑 공식 팬카페에 사과글이 올라왔어! 이미 인기 검색어 1위야!”“젠장! 진짜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세상에나! 저 남자 도대체 누구야? 누구길래 이렇게 거대한 조직을 움직이는 거야?”사람들은 너도나도 핸드폰을 꺼내 들더니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 아니나 다를까, SNS에서 양미미의 사과문이 인기검색어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재벌 유부남과의 불륜설, 촬영장에서 엑스트라에게 폭언 및 폭행, 클럽에서 여러 재벌남들과의 은밀한 데이트… 여러 스캔들이 사이트를 돌고 있었다. 양미미의 스캔들이 쉬지도 않고 쏟아져 나옴과 동시에 그녀의 공식 SNS 구독자수는 초 단위로 줄어들고 있었다!양미미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SNS 접속을 시도했다. 하지만 비밀번호 오류라는 문구만 나올 뿐이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럴 수는 없어! 양아빠한테 전화할 거야!”양미미는 마음이 조급해졌다. 힘들게 쌓아 올린 그녀의 인기가 한순간에 사라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전화를 받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분노의 고함이 터져 나왔다.“양미미! 사고 수습할 생각은 안 하고! 왜 전화했어? 앞으로 연락하지 마!”뚝!전화가 끊기자 양미미는 문득 울고 싶어졌다. 그녀는 계속해서 핸드폰 목록을 뒤지며 스폰서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의 연락을 받아주지 않았다.털썩!다리에 힘이 풀린 양미미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한지훈을 바라보며 소리쳤다.“당신 도대체 누구야! 왜! 왜 나를 이렇게까지 해서 끌어내리려는 거야!”그녀뿐만 아니라
한지훈은 강우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하고 말았다.그녀의 미심쩍고 기대에 찬 눈빛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말을 얼버무렸다.“별거 아니야. 내 상사가 북양 총사령관이라고 말하려고 했어.”말을 마친 그는 고운이를 안은 채, 그녀에게 말했다.“일단 고운이 데리고 근처 병원부터 한 번 가보자.”강우연은 그제야 아이의 이마에 뻘겋게 부어오른 상처를 발견했다. 그녀는 눈시울을 붉혔다.“알았어요. 지금 가요.”고운이는 한지훈의 어깨에 고개를 기대더니 강우연을 바라보다가 울음을 터뜨리며 손을 뻗었다.“엄마, 고운이 아파. 너무 아파….”강우연도 안쓰러운 표정으로 아이를 안고 곧장 근처에 있는 병원으로 갔다.백화점 소란은 결국 용일이 현장에 도착함으로써 마무리가 됐다.백화점 대표 사무실은 정도현이 보낸 사람들로 꽉 들어찼다. 조승호와 백화점 임원들은 모두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로 식은땀을 훔치고 있었다.용일에게서 나오는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그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의 옆에는 S시 조폭 두목 정도현, 정 회장이 자리하고 있었다.백화점 전문경영인에 불과한 조승호는 정도현 앞에서 고개도 못 들고 있었다. S시 두려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묵묵히 용일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아까 나가신 그분이 얼마나 대단한 분인지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그들을 더욱 공포에 떨게 한 건 용일의 말이었다.용일은 의자에 앉아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을 노려보며 말했다.“내 상관께서는 오늘 백화점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비밀에 부쳐달라고 말씀하셨어. 대외적으로 상관의 신분을 한마디라도 발설하는 즉시, 당신들에게 기다리는 건 죽음뿐일 거야. 알겠나?”“네! 그럼요! 분부대로 하겠습니다!”조승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용일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갔다. 정도현은 그의 충실한 부하직원처럼 공손히 손을 모으고 그의 뒤를 따랐다.사람들이 나간 뒤에야 조승호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이쪽 상황을 그룹 본사에 전달했다. 본사에서 불만이 나올 법
강우연을 발견한 서경희는 바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서경희는 강우연의 손을 잡으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우연아, 드디어 돌아왔구나. 우리 여기서 널 한나절이나 기다렸어.”강우연은 약간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엄마? 어쩐 일이야? 할 말 있으면 전화로 하지.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도울게.”평소라면 연락도 안 했을 텐데, 이렇게 급하게 찾아온 걸 보면 분명 뭔가 부탁할 일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서경희가 눈물을 쏟으며 말했다.“딸, 네 동생 좀 도와줘. 신이가 사고를 좀 쳤어.”그 말을 듣자마자 강우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엄마, 신이가 내 친동생이 아니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 빨리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봐.”그동안 서경희와 강신에게 그렇게 무시를 당했지만, 심성이 착한 강우연은 그들에게 어려운 문제가 생기자 그들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한지훈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없이 한숨을 쉬었다.“딸, 네가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신이가 며칠 전에 어느 회사랑 원자재 납품 계약을 했는데, 원자재를 오늘 받고 난 후에야 품질에 이상이 있다는 걸 발견했어. 아예 사용이 불가능할 정도야. 신이가 환불을 요청했는데 그쪽에서는 계약서를 들이밀면서 끝까지 환불 못 해준다고 고집하는 거야. 그리고 모든 책임을 신이에게 돌렸어. 아버님이 아시면 신이 맞아 죽을지도 몰라.”서경희는 울면서 자신의 사정을 토로하더니 고개를 돌려 강신을 홱 노려보았다. 그녀는 강신에게 호통쳤다.“빨리 누나한테 무릎 꿇고 빌어!”강신은 서경희의 말이 내키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으며 사정할 수밖에 없었다.“누나, 제발 나 좀 도와줘. 지금 날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누나밖에 없어. 누나는 그래도 할아버지 앞에서 말이 좀 서잖아. 나 정말 사기당한 거야….”자초지종을 들은 강우연도 난감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렸다.그녀가 머뭇거리자 서경희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
그 말에 강우연이 바로 인상을 쓰며 한지훈에게 되물었다.“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한지훈은 계약서를 가져가더니 그것을 한번 훑어보고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계약서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 그 대신, 강신 걔한테는 분명 문제가 있어. 애당초 이기적이고 돈 밝히는 애였잖아. 그런 애가 이렇게 쉽게 사기를 당했다는 게 말이 돼?”강우연은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겠는데, 신이는 내 동생이에요. 내가 안 도와주면 누가 도와주겠어요? 그렇다고 신이가 할아버지한테 집에서 쫓겨날 때까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잖아요?”한지훈은 강우연의 착한 심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흔들며 말을 이어 나갔다.“이건 나한테 맡겨. 내가 해결할게.”“당신이요?”강우연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한지훈을 바라보았다. 매번 한지훈이 이렇게 말할 때마다 그는 항상 깔끔하게 일을 해결하곤 했다.하지만 그녀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매번 곤란한 문제를 척척 해결해 내는지 궁금했다.게다가 강우연은 분명히 뒤로 그가 뭔가와 관련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한지훈이 웃으며 말했다.“나 여기 친구 많잖아. 내가 좀 알아볼게.”강우연은 조금 머뭇거렸다. 그녀는 그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강우연도 처리해야 할 업무가 무척이나 많았고, 당장은 시간을 낼 수 없었으니 그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 해결이 어려우면 꼭 나한테 말해줘야 해요.”한지훈은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그녀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녀는 살짝 상기된 얼굴로 화제를 돌렸다.“고운이 좀 보고 올게요.”말을 마친 그녀는 도망치듯 침실로 달려가더니 바로 문을 잠갔다. 그녀는 벽에 등을 기댄 채로 떨리는 가슴에 손을 얹으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강우연은 그와 시간을 같이 보내면 보낼수록 점점 그에게 의지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 비록 5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