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적어도 30명 정도 되어 보였고, 손에는 쇠막대를 쥔 채 험상궂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게다가 그들 중 대다수가 팔에 문신을 새기고 있었는데, 딱 봐도 깡패처럼 보였다. 이 장면을 본 오하령은 초조하게 경찰에 신고했고, 누군가가 빨리 구조하러 와주기를 마음속으로 기도했다.장기진은 손에 붕대를 감고 눈이 충혈된 채 차에서 내렸다. "넌 죽었어!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난 오늘 네 사지를 다 박살 내버릴 테다!"이때 흰색 고급 승용차가 달려오더니 문이 열렸고, 화려한 양복을 입은 잘생긴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그는 장기진에게 다가가 물었다."누가 감히 널 다치게 한 거냐?"장기진은 곧바로 앞에 있는 한지훈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씨 형님, 저 자식입니다! 원래 제가 저 여자를 형님에게 바치려 했지만, 저 자식이 방해한 것도 모자라서 절 이렇게 만들었습니다!"알고 보니 이 젊은 도련님이 바로 하영준이 두려워하던 이 씨 형님이었다. 이 씨 형님은 차에 앉아 있는 오하령을 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저 여자는 확실히 마음에 드는군.""저 자식은 저를 이렇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이 씨 형님은 안중에도 없고, 심지어 이 씨 가문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절대로 가만히 내버려둬서는 안 됩니다!"장기진은 의도적으로 이 씨 형님의 분노를 불러일으키려고 한 번 더 강조했다. 이 씨 형님은 그의 말을 듣고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고, 한지훈의 배경이 어찌 됐든 간에 그를 죽이려 작정했다! 장기진은 한지훈이 땅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할 때까지 구타당하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렇게 되면 차에 탄 예쁜 아가씨를 데려와 이 씨 형님에게 바치고, 자신도 덩달아 한 입 맛볼 수 있었다. 이 씨 형님은 경멸적인 눈으로 한지훈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하지만 이때, 갑자기 그의 눈에는 두려움의 빛이 스쳤고 온몸이 떨려왔다.이 씨 형님은 입을 열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호…혹시, 이 씨 갑부를 압니까?""압니다.
이 씨 형님은 한지훈의 말뜻을 즉시 알아차렸고, 눈을 부릅뜬 채 부하들에게 말했다."당장 장기진을 잡아와!"그가 명령을 내리자, 주위에 있던 부하들이 모두 다가와 장기진을 땅바닥에 짓눌렀다."이 씨 형님, 대체 무슨 일입니까?"장기진은 아직 반응을 하지 못했다. "때려!" 이 씨 형님이 명령을 내리자, 그의 부하들은 쇠막대를 들고 차례로 장기진을 때렸고, 장기진은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굴렀다. 그러자 이 씨 형님은 한지훈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지훈 씨,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 집 개를 잘 관리해서 사과하도록 하겠습니다!"이 씨 형님은 한지훈에게 약속을 한 뒤 구타를 당해 반쯤 기절한 장기진에게 다가가 있는 힘껏 발로 걷어찼다."당장 한지훈 씨에게 사과해!"장기진은 너무 심하게 맞아서 이빨 여러 개가 부러졌고, 이 씨 형님의 명령을 듣고는 즉시 기어가 한지훈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한지훈 씨, 제가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머리 숙여 사과하겠습니다!""꺼져." 한지훈은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손을 흔들며 그들을 보내 버렸다.곧이어 한지훈이 차에 탔고, 오하령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왜 그래?"한지훈은 원래 이 씨 형님과 장기진을 겁줄 생각뿐이었는데, 이 씨 형님이 직접 장기진을 해결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자신에게 무릎을 꿇게 하기까지 했다."형부, 방금 너무 멋졌어요!"한지훈을 바라보는 오하령의 눈은 존경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응, 그래."한지훈이 차에 시동을 걸고 집으로 향하려 하자, 오하령이 다시 그에게 말을 꺼냈다. "형부가 오군의 갑부인 이한승을 알고, 저 사람들을 겁주고 쫓아낼 수 있다니. 이제야 언니가 왜 형부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네요.""음… 이 일은 돌아가서 네 언니에게 말하지 말도록 해. 아내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거든."강우연은 모든 걸 알고 있었지만, 한지훈은 사촌 여동생에게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았다. 오하령은 잠시
"회사를 꾸미고, 사람들에게 줄 선물도 좀 사려고요."강우연이 대답했다. 최근 회사의 사업이 매우 좋아져서 다시 확장할 계획이었기에 장식품이 필요했고, 일부 협력업체의 사장도 골동품을 좋아해 선물로 사려 했다."골동품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강우연이 물었다."어느 정도 볼 줄 알아."한지훈이 겸손하게 말했다."그 정도면 됐죠, 난 아무것도 모르거든요."강우연은 그저 한지훈이 자신과 같이 가주길 원했고, 구입해야 할 장식품이 많았기에 혼자서는 옮길 수 없었다.말을 마친 뒤, 그날 밤 저녁 식사를 마친 강우연은 한지훈을 데리고 골동품 시장으로 향했다.골동품 시장은 낮에 더 활기가 넘쳤고, 밤이 되면 조명이 어둡고 품질을 확연히 보기 어렵기 때문에 사람이 훨씬 적다. 이때, 강우연이 매우 아름다운 청자를 발견하자 한지훈에게 말했다."지훈 씨, 이 청자 너무 아름답지 않아요? 이걸 사서 우리 회사 로비 양쪽에 두는 게 어때요?"가게 사장은 손님을 보자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했다."아가씨 안목이 너무 좋네. 이건 경덕 대사의 손에서 나온 청나라 도자기예요. 평소라면 400만 원이어도 안 팔았을 텐데 오늘은 시간도 늦었으니 할인된 가격으로 백만 원에 드리죠!"강우연이 돈을 꺼내려던 순간, 한지훈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았다."사장님, 가격을 좀 더 깎아주시는 건 안 됩니까?"한지훈이 물었다. "5만 원은 어떠세요?""청화백자를 5만 원에 사 가겠다고? 정신 나갔어요?"가게 사장은 참지 못하고 욕을 퍼부었다."왜, 그냥 훔쳐 가시지?"그러자 한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절도는 불법이죠. 저희는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을 겁니다.""지금 이러는 게 불법이랑 뭐가 다르다는 겁니까?"사장은 화를 주체하지 못해 테이블을 손으로 내리쳤다.그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지만, 이런 식으로 가격을 내리치는 경우는 본 적이 없었다. 강우연은 청자의 아름다운 자태와, 500만 원이라고 적혀 있는 가격표를 보고 한지훈에게 말했다."사장
"문외한이면서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죠? 안 살 거면 나가세요, 알고 보니 다른 가게에서 온 스파이 아니에요?"사장은 참지 못하고 몽둥이를 꺼내 그들을 쫓아내려는 자세를 취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닙니다. 우선 이 청자의 재질은 매우 거칠고, 본체를 만졌을 때 옥처럼 매끄럽지 않습니다.""그리고 이 청자가 아름다운 이유는 빛에 반사되기 때문이죠. 빛을 끄고 햇빛에 노출시키면 청자의 거친 면이 드러나게 됩니다."한지훈은 청자의 결점을 분석하는 동안 이미 한 손으로 병 입구를 잡고 청자를 살짝 아래로 기울였다."이렇게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청자는 대개 큰 공장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큰 공장에서 생산되는 청자는 밑에 원산지 표시가 되어 있을 겁니다."한지훈은 이 말을 하며 청자를 뒤집어 놓았고, 청자 바닥에는 작은 글자로 한 줄이 적혀 있었다. 강우연이 자세히 살펴보자, ‘오군 산수 수공예 그룹 생산’ 이라는 글자가 명확하게 보였다. 강우연은 이 글자를 보고 잠시 멍하니 있다가 분노로 얼굴이 붉어졌다."감히 손님을 속이다니요!"강우연은 화를 내며 사장을 가리켰다. "아...이건..."사장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눈을 굴리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사장이 두 사람을 보았을 때 모두 나이가 많지 않고 목적 없이 쇼핑을 하고 있는 걸 알 수 있었고, 이런 모습으로 보아 두 사람은 모두 초심자이며 아마 골동품에 대해서는 알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일부러 가짜 물건으로 바꾼 뒤 사기를 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한지훈은 고수였고, 즉시 도자기를 분석해냈다. "이 제조사는 위조 도자기가 골동품으로 취급되어서 금품을 사취하는 데 사용될까 봐 일부러 여기에 출처까지 표시해 놓았는데, 어떻게 감히 저희를 속이려 하신 거죠?"한지훈은 차갑게 웃어 보였다. "아! 제가 잘못 놓은 것 같네요. 요즘은 모조품도 너무 진짜 같아서 저조차도 실수를 한다니까요." 가게 주인은 자신의 속임
한지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기다리세요. 제가 차를 가지고 오겠습니다."그 후 한지훈은 차를 몰고 가게 앞으로 왔고, 가게 안에 있는 모조품들을 모두 차 안으로 옮겼다. 한지훈이 청자와 각종 옥기를 차에 싣고 가는 것을 본 가게 사장은 자신의 집이 약탈당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눈물을 터뜨릴 뻔했다!하지만 만약 한지훈이 정말로 경찰에 신고한다면 그는 앞으로 이곳에서 사업을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처벌까지 받게 될 것이다.그는 매우 후회하고 있었고, 진작 알았더라면 이런 속임수는 부리지 않았을 것이다! 한지훈은 짐을 가득 싣고 강우연과 함께 차에 올라탔다. 결국 이 도자기들은 수집용이 아닌 회사에 진열될 장식품이었기에 진위를 따질 필요가 없었다.강우연은 양심에 찔려 하며 물었다."우리가 너무한 거 아닐까요? 방금 사장님을 봤는데 거의 울 뻔한 얼굴이었어요."그러자 한지훈이 대답했다."너무하다고? 전혀.""여보, 잘 생각해 봐. 방금 그 사람이 제시한 가격은 500만 원이야. 그렇게 모조품을 몇 백만 원에 팔아서 돈을 벌었다는 거지. 그 사람에게 속은 사람들이 정말 불쌍한 거야.""그 사장에게 속은 사람들은 그렇게 많은 돈을 들여 가짜 골동품을 샀어. 그런 사람들은 골동품 산업의 규칙을 어긴 죄로 처벌받아야 한다고."한지훈이 진지하게 말했다."당신 말이 맞는 것 같네요… 지훈 씨가 도자기도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어요. 당신이랑 같이 오길 참 잘한 것 같아요."강우연은 한지훈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바라보며 그의 손을 잡고 그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두 사람은 골동품 시장을 한참을 돌았지만 눈에 띄는 물건이 없었다.강우연이 다른 옥기점에 들렀을 때, 한 옥패가 눈에 들어 사려고 고민했다. "사장님, 이 옥패는 얼마인가요?"마지막 줄에는 건강과 행운을 상징하는 사슴이 새겨져 있었고, 강우연은 최근 퇴원했기에 옥패를 사서 부적처럼 지니고 있으려 했다. "이 옥패는 품질이 괜찮아서 마음에 드시면 40만 원에 드릴게요."사장이 대답
"담 씨 가문 사람이예요?"강우연은 당황했다.전에 이 가게 사장이 담 씨 도련님, 담 씨 도련님 하는 바람에 담 씨 가문의 사람이라는 걸 추측하긴 했었다. 담 씨 가문은 오군 김 씨 가문이 무너지기 전부터 아주 잘나갔던 일류 가문이었다.그들은 현재 오군이 아닌 부산의 일류 가문에 속해있었다. '어쩐지 이곳 사장이 저 사람에게 그렇게 예의를 차리더라니.'강우연이 손에 든 옥패를 넘겨줄지 말지 망설이고 있을 때 한지훈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미안하지만, 이 옥패는 팔지 않습니다.""옥은 영험하다고 하죠. 돈을 내기도 했고 손에 차기도 했으니 옥패의 주인이 된 셈인데, 지금 이 옥패를 사가겠다는 건 저희가 재수없기를 바라는 건가요?"강우연이 이 옥패를 산 것도 좋은 기운을 얻기 위해서였다.만약 이 옥패를 정말 담 씨 도련님에게 판다면, 좋은 기운도 나빠지게 될 것이다."아, 맞아요, 죄송하지만 저희는 팔지 않을 겁니다."강우연은 고개를 저으며 손을 거두었다.가게 사장이 입을 열었다. "도련님, 저희 집에 또 다른 옥패들이 있으니 둘러 보시겠어요?""둘러보긴 뭘 둘러봐, 내가 왜 네 가게에 온 줄 알아? 바로 저 옥패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야!"그가 강우연의 손에 있는 그 옥패를 탐하는 이유는 그것이 다른 옥패와는 달리 유명한 장인의 손에서 만들어진 희귀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담지석이 화가 나서 손을 젓자 경호원이 다가왔다. 그는 경호원의 몸에서 5만원권 지폐를 한묶음 꺼낸 다음 한지훈 앞에 툭 뿌렸다."400만원이야. 옥패를 넘긴다면 400만원 줄게. 이 돈은 네 몇 달치 월급이겠지."담지석은 오만하게 말했다.강우연은 명품 브랜드 옷을 입고 있었지만 한지훈은 옷차림이 평범해 부잣집 도련님 같지 않았다. 하물며 두 사람 모두 손에 액세서리 같은 것도 끼고 있지 않았기에 둘 다 기껏해서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이며 400만원은 그들에게 있어서 어마어마한 돈일 것이라고 담지석은 생각했다. '기껏해서 40만원 짜리 옥패를
담지석이 손을 젓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재빨리 달려들어 한지훈을 에워쌌다.평소엔 자신이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다들 비위를 맞추기 위해 양보해주군 했는데 지금 눈 앞의 이 두 촌뜨기는 체면을 조금도 세워주지 않아 담지석은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한지훈이 나서려고 하자 강우연은 가볍게 그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싸우지 마요."강우연은 한지훈이 상대방을 이길 수 없을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모두 쓰러뜨려서 일을 낼까봐 두려웠다.한지훈은 강우연의 손을 두드리고 웃었다. "안심해. 저런 사람을 상대하는 데엔 방법이 다 있으니까."경호원들은 한지훈과 강우연의 곁을 에워싸고 위압 있는 눈빛으로 그들을 직시했다.담지석은 옆에 있는 경호원들을 믿고 또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핍박했다. "다시 한 번 물을게. 이 옥패를 팔래, 안 팔래?""안 팔겁니다. 당신이 설령 신이라고 해도 안 팔아요. 800만원 줘도 소용 없어요, 저희는 돈이 부족하지 않으니까.""지금 강제로 사려는 겁니까? 여기는 골동품 거리예요, 여기 규칙 아시죠?""이곳의 골동품은 모두 선착순입니다. 강매를 엄금하죠. 당신이 이곳의 규칙을 어긴다면, 누가 앞으로 당신과 장사하겠어요?"한지훈은 고의로 목소리를 높여 말하며 다른 가게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게 했다.담지석은 그의 말에 놀라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그렇다. 골동품 거리에서는 그가 담 씨 가문의 장자라고 할지라도 강박적으로 팔게 할 수는 없었다.그가 오늘 여기서 큰 돈을 써서 옥을 산 이유는 바로 희귀품을 사기 위해서였다. 만약 이곳의 규칙을 위반한다면, 그와 장사 할 사장이 얼마 없게 된다. "너..."담지석은 한지훈이 이런 방법으로 자신을 망신시킬 줄은 몰랐다.지금 그는 매우 화가 나있는 상태였다. 경호원들에게 한지훈을 손 좀 보라고 하지 못 한 자신이 한스러웠다.담지석은 곧 자신의 소매를 걷어붙였다. 근육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손에 있는 액세서리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네 그 옥패,
담지석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눈치 챈 강우연은 혐오스러운 표정을 짓고 고개를 돌렸다.강우연의 행동을 본 담지석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도 어쨌든 부산의 재벌집, 담 씨 가문 사람이니 작은 오군에서는 뭐든 할 수 있었다.담지석이 큰 소리로 말했다. "일부러 싫은 척 하기는, 천박한 년이. 우리 담 씨 가문 이름 못 들어봤어? 길에서 지나가는 사람도 나한테 '형님' 하고 불러야 해. 네가 나랑 잠자리를 가질수 있다는 건 네 복이라고.""겨우 담 씨 가문 따위가 이렇게 오만하다고?"한지훈은 앞으로 한 걸음 걸어갔다. 그의 몸에서는 갑자기 다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마치 눈 앞의 먹이를 한 입에 삼켜 이빨로 짓씹은 뒤, 넘기려 하는 맹수처럼 그는 묵묵히 담지석을 주시했다.한지훈은 북양구 총사령관으로서 전장에서 옹근 5년을 보냈었다.이 5년 동안 한지훈은 칼과 불이 난무하는 전쟁터에서도, 화살이 비처럼 쏟아지는 전쟁터에서도 모두 살아남았다.담지석은 말할 것도 없고, 한 나라의 장군이라도 한지훈의 살기 어린 눈빛을 마주하면 3일 동안 잠을 들지 못했다. 담지석은 한지훈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에 놀라 살짝 뒷걸음질 쳤다.사람들은 이 장면에 경탄했다. 눈에는 담지석에 대한 경멸이 더욱 넘쳐났다."담 씨 가문 도련님은 겉만 번지르르한 거 아니야? 찌질한 놈 같으니!""내가 보기엔 저 데릴사위한테 손 못 댈 것 같아.""부산에서 손 꼽히는 담 씨 가문의 장자가 옥석점에서 강 씨 가문의 데릴사위한테 놀라 뒷걸음 치다니.""정말 웃기구나!"...퍽!담지석이 망치를 들고 옥석점을 치자 깨진 옥석유리 파편이 사방에 튀였다."악!"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저 담지석, 미친 거 아니야?'담지석은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라 어두워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웃어! 왜 계속 웃지 않지? 난 담 씨 가문 장자로 태여나서 이때까지 이런 대우를 받은 적이 없어. 오늘 너희들 모두 멀쩡한 채로 이 옥석점을 나갈 수 없을 거다."담지석은 손에
한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강우연의 손을 잡고 함께 헬기에 올랐다.그들이 탄 헬기가 멀어질 때까지 지켜보던 약종의 사람들은 비로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궁주님, 강중로 돌아갈까요, 아니면......?”부조종석에 앉아 있던 용월이 몸을 돌려 물었다.“우연이를 집까지 데려다줘라. 난 곤륜산으로 약속을 지키러 가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당분간 약종의 움직임을 철저히 감시해! 그들이 수상한 행동을 하면 이 번호로 연락해라. 이자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할 거다.”한지훈은 말을 마치며 도청전인의 연락처를 용월에게 건넸다.이번에 도청전인은 한지훈과 동행하지 않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진법을 깨우치고 있었다.그동안 강우연과 두 아이의 안전은 신룡전이 맡아야 했다.한지훈 역시 천신계 강자들의 금지가 해제되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도청전인의 실력이 강해지는 것은 그의 가족들의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였다.만약 그가 이 기회를 통해 천신계를 돌파할 수 있다면, 그것은 한지훈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 터였다!“알겠습니다!”용월은 즉시 대답하며 조종사에게 지시를 내려 헬기를 산 정상에 착륙시켰다.멀어지는 한지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강우연은 불안한 듯 두 손을 꼭 쥐었다.그가 이번에 어떤 위험과 도전에 직면할지는 몰랐지만, 그의 굳은 표정을 보면 이번 여정이 결코 순탄치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하지만, 어떤 일이든 한지훈은 반드시 해야 했다. 그것이 그의 사명이었기 때문이다!강우연은 그저 간절히 그를 위해 기도하며, 묵묵히 그의 뒤에서 응원할 뿐이었다.천부성에서 곤륜산까지는 수백 리 거리였지만, 한지훈은 단 하루 만에 곤륜허 옆의 작은 정원에 도착했다.마침 강만용과 신한국은 손자를 데리고 마당에서 음식을 먹고 있었고, 옆에서는 예충기와 그의 아내가 각자의 의자에 기대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발소리를 들은 예충기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오, 제법 정확한 시간에 왔군! 내일이 딱 한 달 기한인데, 좋아
이 옥고리는 한지훈에게 큰 쓸모가 없었지만, 강우연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보물이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 효능을 검증하기 위해 한지훈은 냉정하게 말했다.“너희는 약종의 사람들이니 독을 다루는 고수들이 적지 않겠지? 비상을 갖고 있는 자가 있다면 꺼내도록!”“저, 저에게 있습니다!”군중 속에서 한 젊은 남자가 황급히 앞으로 나와 하얀 종이봉투를 한지훈에게 바쳤다.“그걸 먹어라!”한지훈은 말하며 그 하얀 종이봉투를 승소천에게 건넸고, 승소천은 침을 삼키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한 선생님, 제가 비록 옥고리를 차고 있다 해도, 이 독을 먹으면 삼 일 안에 옥고리를 다시 빼는 순간 저도 죽을 것입니다!”해독에도 시간이 필요했고, 삼 일 만에 비상의 독을 완전히 중화시킨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일이었다.“안 먹으면 지금 당장 죽는다!”한지훈의 냉혹한 음성이 울렸다.승소천은 절망적으로 자신의 사형 초천서를 바라보았으나, 초천서는 감히 그를 거들떠보지도 못했다.조금이라도 경솔한 행동을 했다간 한지훈을 자극할 것이고, 그러면 순식간에 뼈도 남지 않게 될 터였다!결국, 승소천은 어쩔 수 없이 그 비상의 봉투를 받아 입을 벌리고 독약을 털어 넣었다.그가 독약을 삼킨 뒤에도 아무런 고통스러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30분이 지난 후에도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 한지훈은 그의 손에서 옥고리를 빼앗았다.하지만 옥고리를 빼앗은 지 불과 오 분도 지나지 않아, 승소천은 바닥에 쓰러지며 코와 귀에서 검붉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다.“초... 초 사형...... 구, 구해 줘...”승소천은 남은 힘을 다해 초천서에게 애원했지만, 초천서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한지훈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됐다. 네가 살릴 수 있으면 살려 보도록 해라.”한지훈은 무심하게 말한 후, 옥고리를 강우연에게 건넸다. “예!”그제야 초천서는 허둥지둥 일어나 검은색 환약을 꺼내 승소천의 입에 넣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승소천의 상태는 서서히 호전되었다.“악
“북양왕님! 그들은 우리 천부성 약종의 중추적인 인물들입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나장명이 서둘러 뛰어 내려오더니, 퍽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그들을 살려달라고?”한지훈이 차가운 눈빛으로 무릎 꿇은 자들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올렸다.“푹!”낙천산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한지훈의 손날이 그의 몸을 내리쳤다.찰나의 순간, 낙천산 역시 낙천택과 마찬가지로 피비린내 나는 안개가 되어 사라졌다.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다.그가 누구인가? 오대 명산조차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낙천산이었다!그런 인물이, 한지훈의 손에 단숨에 소멸되다니!낙천산의 피가 튀어 나장명의 얼굴을 붉게 물들였고, 그 온기가 남아 있는 피가 피부에 닿는 순간 나장명의 몸이 절로 움찔했다! 한지훈은 북양왕으로 진정한 왕작이며, 그가 작은 시의 우두머리 따위를 처형하는 데는 어떠한 보고도 필요 없었다. 그것이 바로 북양왕의 특권이었다!그 순간, 나장명은 기어서 한지훈의 발 앞까지 다가가 외쳤다.“북양왕님! 저는 억울합니다!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그저 시독을 치료할 방법이 있다고 들어서 직접 확인하러 왔을 뿐입니다!”“만약 믿지 못하시겠다면, 강우연 아가씨께 물어보십시오! 저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단방을 내놓으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제발 믿어주십시오! 저는 정말 천부성의 백성을 위할 생각뿐이었습니다!”나장명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낙씨 가문의 두 기둥이 이미 죽었으니, 이제 그들을 위해 함께 죽을 이유는 없었다.“변명할 필요 없다. 너희들이 내 아내의 단방을 강탈하려 했다면, 너는 그에 걸맞은 대가를 받을 것이다. 너희들이 가진 것 중에서 내가 탐낼 만한 것이 있다면, 지금 당장 내놔라. 그렇지 않으면, 여기서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한지훈의 말이 끝나자, 모두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낙천산조차 죽였으니, 자신들의 목숨 따위가 대체 무슨 가치가 있단 말인가?비록 낙씨 가문의 사람이
“쾅!”한지훈의 발길질이 떨어지자, 낙천택은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그것은 단순한 오성 용급 천왕의 일격이 아니었으며, 한지훈은 주변 자기장을 조종하여 공간을 압박하는 무시무시한 위력을 보인 것이다!이 위압은 단순한 기세가 아닌, 공간 자체의 중력이 한꺼번에 내려앉는 것이었다.공기조차 무게를 가지는데, 하물며 수십 배로 강화된 자기장의 압박을 견딜 수 있겠는가?그 무시무시한 힘 앞에서 낙천택은 감히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굉음과 함께 낙천택의 몸에서 순식간에 피비린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천택아!”낙천산은 핏덩이조차 남지 않은 낙천택을 보며 비통한 절규를 터뜨렸다.그러나 그의 눈물이 눈가를 벗어나기도 전에, 한 짝의 전투화가 이미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한지훈! 네가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거냐? 설마 나까지 죽이겠다는 거냐?!”낙천산은 붉어진 두 눈으로 이를 악물며 고개를 들었다.그는 한지훈이 감히 자신을 죽이지 못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게다가 오늘 강우연을 노리고 온 것이 비단 천신종만이 아니었다.약종 전체의 팔 할 이상의 문파가 이 사건에 가담한 상태였으니, 만약 한지훈이 보복을 감행한다면 그는 약종 전체의 원한을 사게 될 것이다!“널 죽이면 안 되나?”한지훈은 냉정하게 대꾸했다.“너 혼자서 이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느냐? 오늘 여기에 누가 와 있는지 넌 알고 있나? 약종의 팔 할 이상이 이 일에 관여했고, 게다가 항산 약종의 제자들도 있다!”낙천산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가 죽는다면 한지훈은 그 후로 약종 전체를 적으로 돌려야 할 것이고, 심지어 항산까지도 그를 적대할 것이었다!한지훈이 아무리 강하고, 북양왕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무종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절대적인 힘이 될 수 없었다.무종은 오직 실력으로 말하는 곳이었다!여기서는 국왕의 어명도 절대적인 권위가 될 수 없었다.설령 한지훈이 천하무적이라 해도, 그의 가족과 친지, 그의 아내와 자식들도 한지훈처럼 무적일 수 있을까?그렇지
하지만 그들이 이 세상의 최강 전력인가?그렇지 않을 수도 있었다!그렇다면, 한지훈조차 알고 있는 사실을 천신계 강자들이 모를 리가 있겠는가?규칙을 어기는 결과가 무엇인지, 천신계 강자들은 한지훈보다도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그렇지 않다면, 지난 이백 년 동안 천신계 강자들이 어째서 갑자기 세상에서 자취를 감췄으며,왜 아무도 천신계 강자의 무시무시한 존재를 본 적이 없는 것인가?!“내가 충고하지, 스스로 무덤을 파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오륙에서는 이미 각 세력과 협의를 진행 중이며, 그 계약은 머지않아 해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넌 천신계 강자들에게 죽을 때까지 쫓길 터!”“심지어 네 주변 사람들, 가족들까지도 시체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질 것이야!”낙천산이 다시금 충격적인 말을 내뱉었다.천신계 강자들이 세속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계약이 곧 해제된다고?!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이전에 독에 당해 쓰러졌던 약종의 무인들도 정신을 되찾고는, 이 말을 듣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 계약이 무효화된다면 전 세계가 다시 재편될 것이고, 용국의 무종 또한 예외일 수 없었다.천신계 강자가 자리 잡고 있는 문파들은 용국 무종 내에서 진정한 패권을 쥐고, 최상위 존재가 될 것이었다.반면, 천신계 강자가 없는 문파들은 다른 세력의 속국이 되거나 멸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이 짧은 한마디가 담고 있는 정보량은 실로 엄청났고, 그로 인해 전해지는 충격은 차마 말로 표현할 수조차 없었다!“스스로 무덤을 판다고?! 어디 한번 보자고, 내가 어떻게 자멸하는지! 만약 천신계 강자들도 당신처럼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자들뿐이라면, 내 몸이 산산이 부서질지언정 절대 굴복하지 않겠다!”한지훈의 음성이 하늘 높이 울려 퍼졌고,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의 고막이 울렸다. “한지훈! 천신계 강자들의 힘이 네 따위가 감히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인 줄 아느냐? 내가 말해 두지만, 천왕계 최강자조차도, 천신계 강자의 눈에는 한낱 개미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낙천산이 분
“한지훈! 너……!”낙천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지훈의 발이 그의 어깨를 짓눌렀다.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동작이었지만, 낙천택에게는 마치 거대한 산이 어깨에 내려앉은 것과 같았다!그의 어깨뼈는 그대로 으스러지며 피투성이가 되었다. 낙천택이 비명조차 지를 새도 없이, 그의 몸은 그대로 바닥을 뚫고 땅속 깊이 박혀 버렸다.이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지며 식은땀을 흘렸다.이토록 무자비한 수법이라니!“한지훈! 감히 우리 둘을 죽이려 들다니, 천신종의 조상님이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넌 천신종에 나 혼자뿐인 줄 아는 건가?! 잘 들어라, 우리 천신종에도 천신계 강자가 있다!”낙천산은 손자의 어깨가 짓밟혀 피범벅이 된 모습을 보고 이를 갈며 외쳤다.그러나 동시에, 그는 중대한 비밀을 흘리고 말았다.천신종에 천신계 강자가 존재한다고?!이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얼어붙고 말았다. 고대에는 약종에서도 진법을 연구했으나, 200년 전부터 약종은 진법을 거의 수련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하지만 천왕계에서 천신계로 돌파하려면 진법을 반드시 익혀야 했고, 이는 무도든 약종이든 피할 수 없는 문턱이었다.세간에는 전해지지 않는 비밀이지만, 무종과 약종 모두 이를 알고 있었다.“오? 천신계 강자? 대단하군. 그래서?”한지훈은 싸늘한 시선으로 낙천산을 바라보았다.이미 그는 낙씨 가문과 천신종에 기회를 주었다.그러나 그들이 계속해서 자신을 몰아세운다면, 결말은 하나뿐이었다.어느 한쪽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것!과거의 공적이 남을 짓밟는 명분이 될 수는 없었고, 한지훈 자신도 용국을 위해 헌신했으니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는 강만용 등 사람들과 함께 거의 모든 것을 이 나라에 바쳤지만, 그들은 단 한 번도 국가에게 보상을 요구한 적이 없었다.이는 그들이 어리석어서도 아니고, 무조건적인 사랑을 실천하는 성인이어서도 아니었다.단지, 그들이 이 땅과 나라를 더없이 사랑했기 때문이었다!“한지훈! 겨…
“하지만, 송구스럽게도 팔극속명단의 처방전은 제가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만약 낙 씨 어르신께서 잘못을 알고 돌아오신다면 과거를 탓하지 않겠습니다!”한지훈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만약 지금이라도 낙씨 가문이 손을 뗀다면, 한지훈은 이전에 낙천산이 했던 일들을 고려하여 그들을 봐줄 수도 있었다.결국, 용국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사람들은 진심 어린 존경을 받을 가치가 있으니 말이다. “이 어린놈의 자식이! 이 지경까지 와서도 내 앞에서 이렇게 날뛰는 것이냐?! 네놈의 주제도 모르는 것 같군!”“둘째 할아버지, 제가 보기에 한지훈 저 자식은 관뚜껑을 보기 전까지는 절대 눈물 따위 흘리지 않을 겁니다!”낙천택은 뒷짐을 진 채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오? 정말로 당신들은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낙 씨 어르신께서는 식견이 넓으시니 아시겠죠, 저는 한씨 가문 출신입니다!”한지훈은 가늘게 눈을 뜨고 낙천산을 스쳐 지나가듯이 바라보았다.“한씨 가문?! 하! 설령 네놈이 용씨 가문 출신이라고 해도......”낙천택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낙천산이 급히 손을 들어 그를 제지하며 두 눈으로 한지훈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네놈에게 천생서문이 있느냐?!”한지훈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르신께서 눈이 밝으시군요. 이전에 제가 낙씨 가문의 독에 당한 것은 단순한 부주의 때문이었습니다!”“하지만, 이런 향독은 우리 한씨 가문 사람들에게는 아무 쓸모도 없습니다.”그렇게 말하며, 한지훈은 손끝으로 한 송이 나팔꽃을 살짝 집어 올렸다.이 꽃은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존재지만, 아무도 그것이 해독의 성물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그 순간, 나팔꽃은 순식간에 은백색으로 변하더니 꽃잎이 말라비틀어졌고, 결국에는 바람에 흩어지며 가루가 되었다.그 꽃이 공기 중에서 사라지자 독향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이... 이럴 수가?!”낙천택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해독법은 낙씨 가문만이 알고 있는데, 어떻게 한지훈이 알아낸 것이지?!
“보아하니, 오늘 이 모든 일이 다 너희들의 계획이었군. 애초부터 짜놓은 함정이었다 이 말이지?”한지훈은 냉랭한 시선으로 낙천택과 그 노인을 노려보았다.“우리 천신종을 감히 모욕하다니! 너에게 한 가지 알려주지. 시독 사건 역시 우리 천신종이 뒤에서 조종한 일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천부성에 어찌 시독이 있었겠느냐?”“모든 것은 너희 한씨 가문이 팔극속명단의 단방을 손에 넣은 순간부터 이미 결정된 일이었다!”낙천택은 싸늘한 눈빛으로 한지훈을 내려다보았다.이미 천신종의 독향에 중독된 그가, 더 이상 싸울 힘이 있을 리 없었고, 이제 손쉽게 단방을 빼앗으면 그만이었다.그때 노인이 가볍게 기침을 두어 번 하며 앞으로 나섰다.“한지훈, 고작 어린 후배 주제에 우리 같은 노인들 앞에서 덤비는 것이냐? 단해룡을 때려눕히고, 구만리를 죽였다고 해서 세상을 다 손아귀에 넣은 줄 아느냐? 단해룡에게 물어보아라. 그자가 감히 나를 이렇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은가?”노인은 말을 마치며 이마를 가렸던 긴 머리를 쓸어 올렸고, 칠흑같이 어둡고 주름이 많은 늙은 얼굴이 완전히 드러났다. 그 모습을 본 순간 초천서는 그만 몸이 굳어져 5층 건물에서 떨어질 뻔했고, 승소천도 연거푸 차가운 숨을 들이켰다. “나… 낙천산…?!”유준혁은 온몸에 식은땀을 흘리며 몇 걸음이나 물러섰다.다시 한번 눈을 비비고 바라본 뒤, 그의 얼굴이 틀림없음을 확인하자 곧장 강우연에게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강 대표님, 저자…… 저자는 너무 위험합니다!”“제 생각에는 차라리 단방을 내어주는 편이 낫습니다. 이 자를 건드려서는 안 됩니다!”낙천산, 젊은 세대는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을 수도 있었다.왜냐하면, 소문에 따르면 그는 이미 50년 전에 사망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나이가 있는 자들이나 약종의 문주라면, 그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존재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그 옛날, 홀로 진남의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독막과 독무만으로 부상의 군대 한 사단을 전멸시킨 인물이 아니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수많은 나뭇잎이 여천충의 몸을 관통했고, 그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산산조각이 나버렸다!장상옥과 소유덕 역시 다를 바 없었으며, 여천충의 몸이 고깃덩어리로 변하는 순간 두 사람은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렸다.그리고 다음 순간, 그들은 피웅덩이에 쓰러지고 말았다. “흡!”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냉기를 들이마시며 경악했다.특히 초천서와 승소천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무릎을 꿇고, 살신과도 같은 한지훈을 두려움에 가득 찬 눈으로 올려다보았다.여천충도 오성 용급 천왕계 강자라 하지 않았던가?어느 누구도 동시에 세 명의 천왕계 강자를 상대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나?!그런데 지금 이 상황은 도대체 뭐란 말이지?!한지훈은 여천충 일행을 참살하고도 여전히 한 손을 등 뒤에 둔 채, 주차장 한가운데 당당히 서 있었다.“다 봤나? 아직 부족하다면, 위층에 있는 자들도 모조리 죽어야겠군.”한지훈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말에 모두가 주차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카페를 일제히 바라보았다.한지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카페에서 백발의 노인이 걸어 나왔고 그 뒤를 따라 나온 이는 바로 낙천택이었다!천신종의 사람이라니?!초천서는 미간을 두어 번 꿈틀거리며 중얼거렸다.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하나의 의문이 떠올랐다.분명 천신종 사람들이 자신에게 강우연이 팔극속명단의 단방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해 주었고, 그것을 함께 나누자고 하지 않았던가?그런데 지금 보니, 결국 약종 계열의 수십 개 문파를 그저 총알받이로 쓴 것이었나?!“한지훈, 과연 범상치 않군. 세 명의 천왕계 강자를 단숨에 베어버릴 줄이야. 네놈이 이토록 강하니 단해룡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겠지!”백발의 노인은 용머리 지팡이를 짚고, 느릿느릿 한지훈을 향해 걸어왔다.그 순간, 공기 중에 묘한 향기가 퍼지기 시작했다.평범한 향과는 확연히 다른, 한 번 맡으면 중독될 것 같은 치명적인 향기였으며, 마치 영혼까지도 끌어당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건… 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