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는 확실히 홍연석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알겠어요. 다른 일은 없어요. 그럼 이만할게요.”“네.”예천우는 전화를 끊고 이 일은 전혀 마음에 두지 않았다.보잘것없는 공손진 하나쯤은 정말 마음에 담아둘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공손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분명히 홍연석이 예천우과 무조건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예천우가 도대체 어떻게 했는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역시 예천우을 너무 얕잡아 보았다고 생각했다.많은 회사 일 때문에 임완유는 계속 바쁘게 지내고 있었다. 점심에 되어서야 그녀는 예천우가 아직 회사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 자식, 회사는 그만두려고 하는 거야?’비록 자신이 했던 말이 심했다해도 그가 먼저 그런 실수를 했기 때문이었다.정말 예천우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서 그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두 사람이 정말 안 맞으면 헤어지는 게 서로에게 좋다고 생각했다.요즘 예천우의 활약을 보면 나중에 꼭 큰 부자가 될 수 없다고 해도 살아가기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바로 그때 임완유는 또 인터넷에서 떠도는 댓글을 발견했다.뜻밖에도 예전에 임연 그룹과 자신에게 함부로 악플을 달고 여론을 조작했던 사람들이 너도나도 사과글을 올리고 있었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증거자료까지 함께 제출했다. 그들은 누군가가 계속하여 임연 그룹을 모함하려고 수작을 부렸다고 했다.이런 상황은 임연 그룹에게 더 유리했다.앞으로 어떤 상황이 발생하든 사람들은 누군가 일부러 임연 그룹을 해치려고 수작을 부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면 임완유에게도 일을 처리할 시간이 더 많아 질 것이다.그때 임완유는 예천우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그는 임완유에게 상처를 준 모든 사람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지난번의 장태산 일은 공손진이 도와줬고 이번 일은 예천우가 했는지 궁금했다.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공손진이 그녀에게 또 전화했다.“임 대표님, 뉴스를 보았어요? 대표님
임완유는 집으로 돌아와 금고에서 소중히 간직했던 상자를 꺼내 안에 넣어둔 옥 목걸이를 꺼냈다. 어렸을 때 추억이 금세 떠올랐다.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소년은 너무 인상 깊었고 심지어 지금도 항상 마음 한구석에 그가 있었고 그가 나타나길 기다리고 있었다.심지어 몇 년 동안이나 나타나기를 기다렸고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다.그런데 공손진이 그 당시 소년임을 알았을 때 그녀는 놀라움도 기쁨도 없었고 오히려 불안하기까지 했다.어쩌면 예천우 때문이었다.예천우와 오랜 시간을 보낸 임완유는 이미 예천우가 자신의 마음속으로 완전히 들어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심지어 당시 그 소년보다 어쩌면 더 소중한 사람이었다.처음에는 그녀도 자신의 마음을 몰랐지만 최근에 몇 차례 일어난 일 때문에 그녀는 점점 예천우를 마음속에 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그녀는 또 예전의 그 소년과 한 약속을 어긴 것이 아닌지 걱정했다.공손진이 바로 그 어린 소년임을 알게 되었지만 임완유는 전혀 공손진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았고 머릿속에는 온통 예천우 뿐이었다.다만 예천우는 바람둥이었고 권세가 있는 사람도 아니었지만 밖에서 여자관계가 복잡했다.지금은 심지어 자신에게 해명도 하지 않고 있었다.‘진짜 너무 했어!’눈앞에 알른거리는 옥 목걸이를 보면서 몇 가닥의 그림자가 끊임없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 임완유를 골치 아프게 했다.하지만 의심할 여지가 없는 건 지금 임완유가 마음이 가는 사람은 당시의 그 소년과 지금의 예천우 뿐이지 공손진은 아예 생각지도 않았다.하지만 어떤 일에는 항상 설명이 필요했다.어쩌면 그녀는 공손진에게 솔직하게 털어놓고 다시는 자신을 귀찮게 하지 말라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예전의 그 소년은 자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하고 싶었다.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은 네티즌의 댓글 상황은 매우 좋아졌다. 특히 진나비의 인기가 급상승했고 팬들도 엄청나게 많아졌다.이 모든 것이 예천우 덕분이었다.그래서 진나비는 예천우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 식사를 대접해 주겠다고
그래서 예천우는 즉시 진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만에야 진가인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가인아, 나야.”“천우 오빠!”“지금 어디야? 널 찾으러 갈게.”예천우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천우 오빠, 왜 갑자기 절 찾으려고 해요?”“네가 보기에는 왜일 것 같아? 계집애야, 옥 목걸이를 잃어버리고도 나한테 말 안 하다니. 내가 얼마나 대단한데. 어쩌면 네 목걸이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예천우의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진가인은 마음이 한결 안정되었다.“천우 오빠는 큰일을 하시는 분인데 폐를 끼칠까 봐 감히 말해주지 못했어요.”“폐는 무슨 폐야. 내가 너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면 무슨 큰일을 하겠니. 먼저 끊을게. 빨리 네 주소를 휴대전화에 보내줘.”예천우는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예천우가 그렇게 말하자 진가인은 더없이 행복했다. 어찌 됐든 예천우는 자신을 많이 챙겨주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우울했던 진가인은 기분이 아주 좋아져서 바로 휴대전화로 자신의 위치를 예천우에게 보냈다. 그녀는 방금 마음이 괴로워서 바닷가를 따라 걷던 중이었다.“누구야?”진가인이 전화를 끊자 옆에 있던 단발머리 여자가 물었다.단발머리 여자는 예쁘게 생긴 이목구비에 커다란 눈망울과 날씬하고 섹시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예전에 대학에서 4대 퀸카 중 진가인의 반에만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진가인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바로 단발머리 여자 정해영이었다.다만 진가인이 더 사랑스럽게 생겼다.진가인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아는 오빠야!”“오빠?”“넌 천이 오빠 한 명뿐이라며? 어디서 난 오빠야?”정해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말이야. 말하자면 이야기가 길어져.”“말할 수 없는 거야? 아니면 둘이 특별한 사이야? 헤헤. 가인아, 난 너에게 숨긴 적이 없어. 그러니 너도 숨기면 안 돼.”정해영과 진가인은 친한 사이였다.“아니야. 정말 아무것도 없어. 오빠는 이미 결혼도 했어.”“뭐라고? 결혼 했으면서도 널 건드려?”“네가 생각하는 그
예천우는 잠시 멍해져 있다가 그제야 옆에 서 있는 정해영을 훑어보았다. 예쁘장하게 생긴 미인인데 진가인과 무슨 관계인지 몰랐다.진가인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말했다.“해영아, 헛소리하지 마. 천우 오빠는 정말 방법이 있을 거야.”“참. 천우 오빠, 소개할게요. 제 대학 동창이자 친한 친구인 정해영이에요.”“해영아, 천우 오빠야. 예천우.”“예천우라고 했어요? 이름은 좋네요. 하지만 사람이 일을 할 때는 착실하게 하는 게 좋아요. 항상 허풍만 떨다가는 큰코다쳐요.”정해영이 쓴소리를 했다.“해영아!”진가연은 기분이 언짢았다.“헛소리하지 마. 천우 오빠는 참 좋은 분이야. 게다가 능력도 대단하고.”“좋아. 그러면 어떻게 네 옥 목걸이를 찾아주는지 지켜보겠어.”진가인이 예천우를 위해 좋은 말을 하면서 챙겨주는 것을 본 정해영은 더 이상 쓴소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천우를 가만두려 하는 것 같지 않았다.정해영은 예쁘게 생겼지만 자꾸 자신을 귀찮게 하자 예천우는 입을 열었다.“가인아, 나한테 말해 봐봐. 옥 목걸이를 어떻게 잃어버린 거야?”“아까 말했잖아요. 언제 잃어버린 것도 모른다고요.”정해영이 진가연을 대신해서 대답했다.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진가인만 아니었다면 그녀를 진작 쫓아냈을 것이다.진가인은 상황을 보자 이내 말했다.“해영아, 엄마가 찾는다 하지 않았어? 빨리 돌아가 봐. 여기는 천우 오빠가 있으니 괜찮을 거야.”정해영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더 나빴다.하지만 진가연이 확실히 자신이 여기에 있는 걸 불편하게 생각하자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심해. 다른 사람의 좋은 말 몇 마디에 속지 마.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제일 먼저 전화해. 우리 정씨 집안은 대가족은 아니지만 천해 시에서는 꽤 실력이 있는 편이야.”“그래. 알겠어.”진가인은 정해영이 천우 오빠를 오해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정해영은 자신에게 항상 잘해줬고 특히 대학 시절 내내 그녀 곁을 잘 지켜줬다.정해영이 떠나자 진가인은 다
“알았어. 꼭 찾아줄게.”예천우는 그녀와 약속했고 마음속에는 살의가 가득했다.‘도대체 어느 파렴치한 놈이 가인의 목걸이를 훔쳐 간 거야? 그 자식은 뼈저린 교훈을 받아야 해. 가만두지 않겠어.’“네. 고마워요. 천우 오빠, 부탁해요.”예천우가 그녀와 약속하자 그녀의 표정은 좀 누그러졌다.다만 표정에는 여전히 많은 서운함이 있었다. 사라진 지 며칠이 지났으니 아마도 찾을 수 없을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었다.진가인의 이런 모습을 본 예천우는 약간 망설였다. 원래 그는 진가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지금은 또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말하면 진가인이 자신을 탓할까 봐 걱정했다.‘됐어. 일단 옥 목걸이부터 찾고 다시 얘기하자.’예천우는 즉시 진가인에게 언제 옥 목걸이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는지 물었다. 상황을 확실히 물어본 후 그는 즉시 담양에게 전화를 걸었다.요즘 진가인은 회사에 출근할 때 항상 옥 목걸이를 하고 다녔다. 비록 옥 목걸이는 옷 속에 숨겨져 있었지만 끈은 목에 걸려 있었다.CCTV를 통해 그 당시 상황을 확인 할 수 있었다.회사 건물 안과 밖에는 CCTV가 많았다.CCTV를 보면 대략 그녀가 구체적으로 언제 옥 목걸이를 잃어버렸는지 알 수 있었다.잃어버린 시간을 알기만 하면 다양한 CCTV를 통해 시간을 되돌려 진가인이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알 수 있었다.담양이 일을 처리하는 효율은 정말 높았다.불과 3시간 만에 담양은 그녀가 옥 목걸이를 잃어버린 시간대를 확인했다.예천우는 그의 말을 듣고 즉시 진가인에게 그간의 상황을 물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동안 CCTV가 없는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다.진가인은 그 말을 듣고 바로 기억을 되새기기 시작하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했다.“전 그 당시 밀크티 가게 밖에서 밀크티 한잔 마시고 잠깐 눈을 붙였던 것 같은데 다른 건 잘 모르겠어요.”예천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보아하니 그때 잃어버린 것 같아. 당장 사람을 보내 그 기간 주변의 모든 CCTV를
이튿날 아침 정해영은 일찍이 진가인을 찾으러 왔다. 그녀는 아직도 예천우가 사기꾼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이 반드시 진가인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어쩔 수 없이 진가인은 천우 오빠는 절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고 말해줬다. 게다가 천우 오빠는 오늘 자신의 목걸이를 찾아준다고 알려줬다.그 말을 듣자 정해영은 진가인에게 더욱 달라붙었다. 그녀는 절대 예천우가 그렇게 대단할 수 없다고 믿었다.점심때가 되자 예천우는 진가인이 알려준 주소로 왔다.진가인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지만 그가 빈손으로 온 것을 보고 실망한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예천우를 위로했다.“천우 오빠, 괜찮아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어떻게 옥 목걸이를 찾겠어요.”“안 돼. 누가 너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잖아.”정해영은 예천우를 가만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예천우는 정해영을 못 본 체하고 진가인에게 말했다.“가인아, 중요한 얘기가 있어. 네 친구보고 자리를 좀 비워달라고 해.”“안 돼요. 내가 왜 자리를 피해줘야 하는데요. 무슨 창피한 일을 말하려고 그래요?”정해영은 즉시 기분이 언짢았다.하지만 진가인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해영아, 죄송한데 잠시만 나가 줘.”진가인의 진지한 모습을 본 정해영은 어이가 없었다.‘나랑은 예천우가 그냥 보통 친구라고 해놓고. 이게 어디 보통 친구야?’정상적인 연인 사이라면 몰라도 예천우라는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늘어놓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내도 있다고 했다.진가인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정해영은 진가인을 위해 예천우를 혼내 줘서 진가인을 지켜주고 싶었다.정해영이 떠나자 진가인이 물었다.“천우 오빠, 왜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돼요?”예천우가 어떻게 자신의 신분을 알려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담양이 걸어온 전화인 것을 보고 재빨리 받았다.“천우 님, 옥 목걸이 행방을 찾았어요!”담양이 입을 열었다.“찾은 거야?”예천우는 살짝 놀랐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떨어뜨린 옥 목걸이인 것을 확인하자 진가인은 다시 잃어뜨릴까 봐 목걸이를 두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터뜨렸다.뜻밖으로 옥 목걸이를 찾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정해영은 기뻐하면서도 예천우를 조롱했다.“어떤 사람은 그렇게 허풍을 치더니 결국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네요. 다른 사람이 주워서 가져왔으니 말이에요.”“찾았으면 됐어. 천우 오빠도 목걸이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렇게 쉽게 찾을 수도 없을 거야.”진가인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아직도 저 사람의 편을 들어? 가인아, 너도 말했잖아. 저 남자는 이미 아내가 있다고. 절대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돼.”정해영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알았다고.”진가인은 억지로 대답했다.“천우 오빠, 점심이 지났는데 아직 밥도 안 먹었으니 배고프죠? 우리 밥 먹으러 가요. 오늘은 제가 살게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가인이 그렇게 여유롭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진작에 자신의 신분을 알려줬어야 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보육원에 불을 지른 원수가 자신의 존재를 알면 바로 찾아올까 봐 두려웠다. 그들이 자신을 찾아오는 건 전혀 두렵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신중해야만 했다.그리고 예천우는 다른 한 가지 사실이 이해가 안 갔다.‘공손진은 왜 애를 써서 진가인의 옥 목걸이를 훔쳤다가 지금 또 갑자기 돌려준 걸까?’만약 예천우의 추측이 맞다면 그가 옥 목걸이를 훔친 건 반드시 용도가 있었을 것이다. 비록 진가인이 누군가가 돌려줬다고 아무렇게나 말했는데 아마도 정말 그런 것 같았다.공손진이 아마 누군가가 옥 목걸이를 찾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 돌려줬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공손진이 옥 목걸이로 무슨 짓을 했을지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예천우의 생각에 옥 목걸이는 단지 품질이 좋은 것 외에 다른 특별한 게 없었다. 공손진의 집안에서 그런 옥 목걸이를 훔치려고 고심할 정도는 아니었다.
예천우가 자진해서 함께 가자고 하자 진가인은 당연히 속으로 기뻤다. 특히 최근 며칠에 힘든 일을 겪고 나니 그녀도 예천우와 함께 있고 싶었다.커플이 되지 못하더라도 예천우와 가끔 함께 할 수 있어도 그녀는 만족했다.하지만 정해영은 즉시 쓴소리했다.“당연히 안 되죠. 동창 모임인데 천우 씨는 우리 동창도 아니면서 왜 가시려고 하는 거죠?”“안 되기는 왜 안 돼. 남자 친구나 남편이 함께 못 간다는 규정도 없잖아?”정해영의 말에 진가인은 즉시 반박했다.“그럼 저 남자가 네 남자 친구야? 아니면 네 남편이야?”정해영은 차갑게 되물었다.진가인은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었지만 예천우가 오히려 대답했다.“남자 친구인 척할게요.”“시치미를 떼고 있네요. 제가 보기에는 당신이 우리 가인에게 엉큼한 생각을 품고 있는 게 분명해요.”“정해영!”진가인은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천우 오빠는 네가 생각한 그런 사람이 아니야. 정말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진작에 했을 거야.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고.”그 말을 하고서야 그녀는 자신이 잘못 말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얼굴이 더 붉어졌다.정해영은 놀라서 얼굴이 굳어졌다.‘가인이가 미쳤나 봐.’뜻밖에도 가인이 유부남을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본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인상 속의 가인은 순결하기에 그지없었다. 그래서 정해영은 모든 분노를 예천우에게 쏟아내면서 그를 노려보았다.예천우는 더 이상 대꾸 하기 싫었다. 그는 아무튼 진가인만 신경 안 쓰면 되었다.진가인에 대해 그는 항상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특히 이번에 옥 목걸이를 잃어버렸고 진가인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그녀가 천이 오빠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괴로워하는 그녀를 보고도 예천우는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그래서 예천우는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시간은 그렇게 1분 1초 지나서 저녁이 되어 갔지만 임완유는 예천우가 여전히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조신우는 여전히 뻔뻔한 얼굴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만족스럽게 웃고 있었다. 특히 이신향이 당혹감과 분노가 뒤섞인 얼굴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며 그는 더없는 쾌감을 느끼고 있었다.‘봐라. 이게 바로 힘이란 거야.’그 순간 이선우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말도 안 돼. 내가 분명히 빌린 돈은 24억이었어요. 갑자기 50억이라니!”그는 눈이 충혈된 채로 씩씩거렸고 뭔가 이상하단 걸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조신우는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돈을 빌려놓고 이자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대신 갚은 돈이 40억이 넘는데 이 정도 이자도 못 붙여? 솔직히 말해서 내가 딴 데다 굴렸으면 지금쯤 2배는 됐을 거다.”예천우는 조용히 한마디를 던졌다.“네가 운영하는 도박장이면 열 배도 가능하겠지.”“그래. 그게 뭐?”조신우는 오히려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조씨 가문에서 굴리는 도박장이야. 돈 버는 건 시간 문제지.”“합법적이야?”예천우가 다시 묻자 순간 조신우의 얼굴에 미세한 경련이 일었고 그는 곧 다시 웃으며 코웃음을 쳤다.“합법 아니면 어쩔 건데? 우리 집이 장산현에선 곧 법이야. 누가 감히 우리를 건드리겠어?”그러고는 고개를 빳빳이 들며 예천우를 노려봤다.“좋아. 네 말들 들으니 시름 놓고 너희 가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됐고. 아까 큰소리쳤지? 날 죽이겠다고? 해 봐. 당장 여기서 네가 할 수 있는 게 뭔데?”조신우의 말투엔 조롱이 가득했고 지금 그는 예천우를 단지 입만 산 놈으로 여기고 있었다.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젠 정말 끝났어.’그들은 신고 같은 건 아무 소용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집안은 다 뒷배가 탄탄하고 누구도 감히 섣불리 손대지 못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무심한 표정으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리고 이신향을 향해 물었다.“신향 씨, 장산군은 강흥시에 속하죠?”이신향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이 대화를 들은 조신우
예천우의 말이 떨어지자 방 안은 순간 얼어붙었다.사람들은 모두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고 이재동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속으로 절망했다.‘얘 지금 미쳤나? 이 상황에서 조신우한테 그런 말을? 아무리 무모해도 그렇지... 저건 그냥 자살 선언이나 다름없잖아! 조신우가 어떤 신분인데 감히 저런 말을 하는 거아. 조씨 가문은 돈도 있고 권력도 엄청난데... 정말 건드릴 수 없을 존재인데... 휴... 나도 할 만큼 했으니 예천우도 날 탓하지 않겠지. 무식한 자식...’조신우는 한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박장대소를 터뜨렸다.“하하! 야, 너 진짜 웃긴다... 나보고 죽을 준비를 해라고? 너 대체 뭔데 그런 말을 해? 무식하고 건방진 자식. 설마 그 이성진 회장한테 명함 한 장 받았다고 자기가 무슨 대단한 인맥 가진 줄 아는 거냐? 그 사람은 그냥 네 술 맛있어서 인사한 거다. 넌 그냥 술 한 병 준 들러리일 뿐이야. 네가 한 말 똑같게 돌려줄게. 지금 당장 여기서 꺼져. 아니면 줄은 준비나 하든지. 나 조신우가 한 말이야. 누구도 널 구할 수 없어!”물론이죠. 아래는 요청하신 다음 화의 자연스럽고 몰입감 있는 한국어 번역입니다:조금 전 무릎 꿇고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그 순간 싹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그래. 봤지? 이성진조차 우리 삼촌 눈치 본 거야. 이제 모든 체면이 돌아왔네.’조신우의 머릿속은 자만과 승리감으로 가득 찼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예천우, 이번엔 진짜 끝장이구나...’하지만 정작 이신향의 얼굴은 의외로 차분했다.그녀는 여전히 시선을 예천우에게 두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미묘한 냉정함이 깃들어 있었다.‘조신우 따위가 어떻게 천우 씨를 이겨...’그 순간 예천우가 고개를 가볍게 저으며 입을 열었다.“네가 그렇게 죽고 싶다니... 내가 도와줘야지.”“뭐?”조신우는 코웃음을 치며 맞받았다.“하하! 내가 지금 죽고 싶다고? 이건 또 무슨 개소리야. 야,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는데?”
“그리고 너... 이신향, 네가 뭐 대단한 여자가되는 줄 알아? 내가 기회를 줬는데도 걷어찼으니... 이제부터는 나도 봐주는 거 없어.”조신우는 눈빛을 서늘하게 바꾸며 이어 말했다.“이선우, 이건 네 누나 탓이니까 괜히 날 원망하진 마. 선택은 둘 중 하나야. 40억을 준비하든가... 아니면 감방 갈 준비나 해.”이쯤 되자 그는 완전히 본색을 드러냈고 말 그대로 막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자기 분노 때문에 정작 예천우가 어떤 사람인지 왜 그런 여유 있는 태도를 보였는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조신우의 말이 끝나자 방 안 분위기는 싸늘하게 가라앉았고 이재동을 비롯한 가족들 얼굴에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특히 이재동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애원하듯 말했다.“조 도련님... 말씀이 좀 심하십니다. 이건 우리 잘못이 아니잖아요. 저희는 줄곧 도련님 편이었는데요.”“그래?”조신우는 입꼬리를 비틀며 차갑게 대꾸했다.“그럼 간단하지. 당장 저놈 끌어내. 저 예천우란 놈 지금 당장 꺼져주면 내가 조금은 봐주지.”그 말에 이재동은 주춤거리며 예천우를 바라봤지만 그보다 먼저 이신향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빠, 지금 무슨 말씀이세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이재동은 딸의 질문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결국 고개를 돌려 예천우를 바라보며 힘없이 말했다.“천우야, 그만 돌아가. 난 널 사위로 생각한 적 없어. 우리 신향이한텐 조 도련님이 훨씬 더 어울리는 짝이야.”그 말에 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이제 좀 상황 파악되냐? 누가 진짜 실력 있는 사람인지... 누가 진짜 남자인지. 어디서 싸구려 가짜 술이나 들고 와선 뭔가 될 줄 알았나 본데... 그런다고 네가 찌질이란 사실이 달라질 것 같아?”그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저 술을 어디서 주워왔든 아니면 맛이 그럴듯해서 속은 거든... 저 새끼는 결국 그냥 찌질한 놈이야.’그는 원래 몇 천만 원짜리 술이라도 꺼내서 겁줄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조차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의 말이 끝나자 그제야 방 안 사람들 모두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기 시작했다.결국 술은 이성진 회장의 손에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술은 조신우가 내놓은 것도 그가 사죄의 의미로 바친 것도 아니라는 점이었다.말하자면 조신우는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단지 무릎만 꿇고 멋쩍은 사과 한마디 했을 뿐이었다.이 장면을 바라보던 조혁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이 자식이... 감히 신우한테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냐. 대체 무슨 심보일까.’그는 속으로 이를 갈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따지고 들 상황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조신우가 이번 사고만 무사히 넘기면 그땐 따로 시간을 내서 따끔하게 손을 봐줄 생각이었다.이성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상황을 파악하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재밌는 친구구먼. 이름이 뭐지?”예천우는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예천우입니다.”“그래. 이름 기억해 두지. 오늘 자네 덕 좀 봤네.” 이성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이 술을 돈 주고 못 마시는 것도 아니지만 워낙 희귀한 술이다 보니 아무리 부자라도 마실 기회가 흔치 않았다.82년산 라피노 같은 와인은 평생 마셔도 마실 수 있는 술이겠지만 이런 국보급 백주는 한 병 마실 때마다 하나가 사라지는 셈이다.“회장님, 별말씀을요.”예천우는 여전히 담담한 어조였다.이성진은 더 말하지 않고 시선을 돌리다 테이블 위에 놓인 마오타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눈썹을 치켜세웠다.“오성 마오타이 58년산이라니... 자네 보통 친구는 아닌데?”“지인이 준 겁니다.”예천우가 가볍게 대답했다.“지인도 대단한 사람이구먼. 자네란 사람... 점점 더 궁금해지는군.”이성진은 감탄한 듯 웃으며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냈다.“이건 내 명함이네. 기회 되면 같이 한잔하지.”조혁진은 속으로 진저리를 쳤다.‘세상에... 술 한 병 때문에 회장님이 저 녀석한테 이렇게 친절하게 대하시다니. 대체 저놈 주변에 어떤 인맥이 있는 거야?’그는 그 순간 조신우보고 예천우를 조심하라
“됐어. 난 사과받을 자격 없어.”이성진 회장이 싸늘하게 말하자 조신우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는 그저 백주 협회 회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도 몰랐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막말을 퍼부은 그 사람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인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게다가 자기 삼촌인 조혁진조차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조아릴 정도였다.하지만 조신우가 몰랐던 건 애초에 조혁진이 이번 술자리의 자리에 함께하게 된 것도 운이 좋았을 뿐 그조차도 이 자리에 참여할 자격이 애매한 사람이었다.왜냐하면 오늘 자리는 강흥시의 유명 인사인 도 대표님이 이 지역 투자 건으로 방문하면서 직접 시장이 배석해 마련한 자리였기 때문이다.“뭘 멍하니 서 있어. 당장 무릎 꿇어!”조혁진의 얼굴은 이미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조신우를 꾸짖었다.조신우는 더는 버틸 수 없었다.그 누구보다 조혁진에게는 함부로 할 수 없다는 걸 잘 알았고 그의 얼굴만 봐도 지금 자신이 얼마나 큰일을 벌였는지 직감할 수 있었다.하지만... 사람들 앞에서 특히 이신향 앞에서 무릎을 꿇는 건 자존심이 도저히 허락하지 않았다.조혁진은 이미 분노의 극에 달해 주먹이라도 날릴 기세였다.그제야 조신우는 이를 악물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서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회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어두워 뵙지를 못했습니다. 제 무례를 용서해 주십시오.”그에 맞춰 조혁진도 고개를 깊이 숙이며 말했다.“이 회장님, 신우가 정말 큰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제대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반드시 직접 찾아뵙겠습니다.”“됐어.”이성진은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사과하러 온다는 건 결국 선물이나 뇌물 같은 걸 들고 오겠다는 뜻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런 건 관심도 없었다.“오늘처럼 기분 상하게 하는 일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이 술을 만난 덕분에 기분이 조금 풀렸어. 그 공으로 이번만은 눈 감고 넘어갈게.”그러고는 술병을 가볍게 들어 보이며 물었다.“이 술은 네 것이야
“실례합니다. 혹시 이 술이... 여러분 겁니까?”이성진 회장은 룸에 들어서자마자 묻지 않고는 못 참겠다는 듯 바로 입을 열었다.그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 이런 고급술을 들고 와서는 가짜라고 단정 짓고 그냥 버리려 한단 말인가.’방금 밖에서 스쳐 지나가던 종업원이 술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이상한 향이 나서 따라가 봤더니 그게 바로 그 술이었다.이 말을 들은 모두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이제동이었다. 그는 막 돌아와 후회로 가득 찬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술병을 든 노인을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저, 저 술이... 다시 돌아왔다고?’그는 거의 튀어나올 듯한 목소리로 다급하게 말했다.“네. 저희 겁니다. 그 술은 저희 거 맞아요.”이성진 회장은 단호한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정말 어처구니가 없군요. 이게 진짜 명품 술인데... 어떻게 가짜라고 생각해서 버릴 수가 있습니까? 이건 그냥 낭비도 아니고 범죄 수준이에요!”이제동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에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그도 진짜인지 확신은 없었다. 하지만 저 노인의 말투를 보니 정말 진짜였던 모양이다.그런데 갑자기 조신우가 비죽 웃으며 끼어들었다.“이보세요, 노인네. 연기 참 잘하시네요? 도대체 예천우가 얼마를 쥐여줬길래 이렇게 연극까지 해주는 거죠?”“뭐라고?”이성진 회장의 눈이 번쩍 빛났고 그는 당장이라도 테이블을 뒤엎을 기세였다.“연기 말이에요. 아주 실감 나는데요?”조신우는 비웃으며 예천우 쪽을 힐끔 쳐다봤다.“예천우, 솔직히 말해 봐. 이거 뭐 하자는 거야? 가짜 술 하나로 사람들 속이고 저 노인네까지 고용한 거야?”그 말에 이성진은 완전히 폭발 직전이었다.“헛소리 작작 하게나. 젊은이, 내가 지금까지 했던 말은 하나도 거짓 없고 모두 사실이야. 못 믿겠으면 백주 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들어가 봐. 내 사진이랑 이력 다 나와 있을 거야.”그 말이 끝나자 조신우는 또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였다.화장실에 간다던 이제동이 다시 돌아왔다.하지만 얼굴엔 미묘한 실망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사실 그는 화장실에 간 게 아니었다.밖으로 나가 방금 나간 여종업원을 찾아다녔지만 아쉽게도 이미 늦은 뒤였다.그 술을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하... 아까 그냥 진짜라고 말할걸. 괜히 허세 부리다 술까지 날려버렸네...’그는 깊은 후회를 씹어 삼키며 방 안으로 들어섰는데 탁자 위에 놓인 또 다른 술병을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이건 뭐야?”“예천우가 또 꺼낸 거죠. 근데 딱 봐도 평범한 마오타이잖아요. 병에 페이톈 마크도 없고 제대로 된 것도 아니네요.” 조신우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고 예천우는 그런 그를 힐끗 보며 마치 바보 보듯 조용히 되받아쳤다.“페이톈 마크가 없으면 무조건 싸구려야?”“당연하지!” 조신우는 자신만만하게 외쳤고 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다시 물었다. “그럼 페이톈이 나오기 전 마오타이가 뭔지 알아?”조신우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는 원래 백주보단 와인을 선호했기에 이런 배경지식엔 무지했다.그때였다.이제동이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 “설마... 1958년산 오성 마오타이?”그 한마디에 방 안 분위기가 다시 술렁였다.조신우는 다시금 멈칫했고 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요. 맨날 입에 페이톈만 달고 다니더니... 오성 마오타이는 들어본 적도 없나 보네요? 조씨 가문의 자제라는 분이 참...”“흥. 누가 알아. 그것도 가짜일 수 있잖아?” 조신우는 씩씩대며 말했다.“아저씨, 이번에도 한 번 맛 좀 봐주시겠어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 좀 해주시죠.”예천우도 미소를 띠며 맞받아쳤다.“맞아요. 진짜인지 확인해야죠. 가짜라면 또 쓰레기통 직행이니까요.”그 말에 이제동은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는 천천히 술병을 들어 포장과 마개를 살펴봤다.예전에 단 한 번 직접 본 적 있었고 아주 조금만 맛본 기억이 뇌리에 남아 있었다.‘설마... 정말 그 술이?’조심스레 병을 열고 한 잔을 따랐다.잔을
이제동은 처음엔 이 술이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둘러댈지 고민했지만 예천우가 정확히 이 술의 가치를 알고 있다는 걸 깨닫자 결국 포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예전에 용도에서 열린 경매에서 이 술 한 병이 무려 2억 넘게 낙찰됐어.”“뭐라고요? 2억이요?”방 안이 술렁였다.조신우는 그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 저런 평범한 놈이 어떻게 그런 술을 가질 수 있단 말이야?’ 그는 곧바로 외쳤다. “말도 안 돼요. 이거... 이거 분명 가짜예요. 가짜 술이 틀림없다고요!”그 말에 한지연과 이신향도 순간 흔들렸다.‘그러고 보니... 혹시 진짜 가짜 술이면 어쩌지?’예천우는 고개를 살짝 저으며 조용히 말했다.“진짜인지 가짜인지야... 아저씨가 한 모금 드셔보시면 아실 겁니다.”“그... 그래. 마셔볼게.”이제동은 참을 수 없다는 듯 술잔을 들어 한 잔을 따랐다.입에 가져간 뒤 천천히 음미하자 그 향과 맛이 그대로 온몸에 퍼졌고 마치 영혼 깊은 곳까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듯한 느낌이 전해졌다.‘이야... 이건... 진짜야.’말하지 않아도 그의 표정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특히 한지연은 남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그가 백주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 눈빛 하나로도 이미 확신할 수 있었다.‘진짜... 진짜인 건가?’하지만 조신우는 그 광경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게 뭐야... 왜 저런 놈이 이런 술을 가지고 있냐고... 왜!’ 그는 억지로 말꼬리를 물었다. “아저씨... 어떠세요? 정말... 정말 이게 진짜 같나요?”그 말엔 은근한 압박이 실려 있었다. 지금 진짜라고 대답하면 조신우의 체면은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게 될 것이다.그걸 눈치챈 이제동은 살짝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곧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어. 맛은 괜찮은데 아주 뛰어나다기보다는 평범한 것 같네. 글쎄... 진짜는 아닌 거 같기도 하고...”그 말에 방 안 분위기가 살짝 멈칫했다.‘진짜...
“천우야, 아까 술 가지고 왔다며? 얼른 꺼내 봐. 네 아저씨가 술 하나는 진짜 좋아하셔.” 한지연이 살갑게 말했다.이제동은 뭔가 말하려다 말았지만 아내가 눈을 부릅뜨며 째려보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조신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여유롭게 앉아 있었다.그는 이제동도 자기 편이고 이 집 분위기도 다 자기 쪽이라 생각하니 완전히 이긴 기분이었다.‘좋아. 어디 보자. 저 자식이 들고 왔다는 술이 대체 얼마나 형편없는 건지 직접 보자고.’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용히 가방에서 술 한 병을 꺼냈다.병에는 분주라고 적혀 있었고 얼핏 봐도 평범한 술은 아닌 듯한 깊이 있는 외관이었다.물론 마오타이 같은 유명 술은 아니었지만 병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이 묘하게 남달랐다.그 모습을 본 이제동은 순간 멈칫했다.평소 백주를 즐겨 마시는 그는 술꾼끼리 떠도는 이야기와 시장 정보를 꽤 알고 있었다.‘이거... 설마... 50년산 한정판 분주야?’그 이름만 들어도 술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불리는 고급 백주였다.십몇 년 전 용도에서 열린 한 경매에서 단 한 병에 4억 원 넘게 낙찰됐던 그 술이었다.지금 시세로 치면 훨씬 더 높을지도 몰랐다.‘설마 진짜 그런 술일 리가... 아니겠지?’조신우는 병 라벨을 힐끔 보더니 툭 비웃으며 말했다.“봐. 내가 뭐랬어. 역시 마오타이도 아니잖아. 고작 집에서 들고 온 싸구려 술이겠지.”그러다 이제동이 술병을 유심히 바라보며 표정이 묘하게 변하자 슬쩍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그리 화내지 마세요. 어차피 그냥 술 아닙니까. 다음에 제가 제대로 된 마오타이 한 병 챙겨드릴게요. 진짜 좋은 걸로요.”조신우는 그 말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지금 마오타이는 프리미엄이 붙어서 웬만하면 60만 원은 훌쩍 넘는 고급술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바로 그때 이신향이 뭔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이제동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눈은 술병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목소리엔 믿기지 않는 떨림이 담겨 있었다. “이, 이게 설마... 5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