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예천우는 즉시 진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만에야 진가인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가인아, 나야.”“천우 오빠!”“지금 어디야? 널 찾으러 갈게.”예천우는 직설적으로 말했다.“천우 오빠, 왜 갑자기 절 찾으려고 해요?”“네가 보기에는 왜일 것 같아? 계집애야, 옥 목걸이를 잃어버리고도 나한테 말 안 하다니. 내가 얼마나 대단한데. 어쩌면 네 목걸이를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예천우의 목소리를 듣기만 해도 진가인은 마음이 한결 안정되었다.“천우 오빠는 큰일을 하시는 분인데 폐를 끼칠까 봐 감히 말해주지 못했어요.”“폐는 무슨 폐야. 내가 너조차 제대로 챙겨주지 못하면 무슨 큰일을 하겠니. 먼저 끊을게. 빨리 네 주소를 휴대전화에 보내줘.”예천우는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예천우가 그렇게 말하자 진가인은 더없이 행복했다. 어찌 됐든 예천우는 자신을 많이 챙겨주었기 때문이다.그래서 우울했던 진가인은 기분이 아주 좋아져서 바로 휴대전화로 자신의 위치를 예천우에게 보냈다. 그녀는 방금 마음이 괴로워서 바닷가를 따라 걷던 중이었다.“누구야?”진가인이 전화를 끊자 옆에 있던 단발머리 여자가 물었다.단발머리 여자는 예쁘게 생긴 이목구비에 커다란 눈망울과 날씬하고 섹시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예전에 대학에서 4대 퀸카 중 진가인의 반에만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진가인이었고 다른 한 사람은 바로 단발머리 여자 정해영이었다.다만 진가인이 더 사랑스럽게 생겼다.진가인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아는 오빠야!”“오빠?”“넌 천이 오빠 한 명뿐이라며? 어디서 난 오빠야?”정해영이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그게 말이야. 말하자면 이야기가 길어져.”“말할 수 없는 거야? 아니면 둘이 특별한 사이야? 헤헤. 가인아, 난 너에게 숨긴 적이 없어. 그러니 너도 숨기면 안 돼.”정해영과 진가인은 친한 사이였다.“아니야. 정말 아무것도 없어. 오빠는 이미 결혼도 했어.”“뭐라고? 결혼 했으면서도 널 건드려?”“네가 생각하는 그
예천우는 잠시 멍해져 있다가 그제야 옆에 서 있는 정해영을 훑어보았다. 예쁘장하게 생긴 미인인데 진가인과 무슨 관계인지 몰랐다.진가인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말했다.“해영아, 헛소리하지 마. 천우 오빠는 정말 방법이 있을 거야.”“참. 천우 오빠, 소개할게요. 제 대학 동창이자 친한 친구인 정해영이에요.”“해영아, 천우 오빠야. 예천우.”“예천우라고 했어요? 이름은 좋네요. 하지만 사람이 일을 할 때는 착실하게 하는 게 좋아요. 항상 허풍만 떨다가는 큰코다쳐요.”정해영이 쓴소리를 했다.“해영아!”진가연은 기분이 언짢았다.“헛소리하지 마. 천우 오빠는 참 좋은 분이야. 게다가 능력도 대단하고.”“좋아. 그러면 어떻게 네 옥 목걸이를 찾아주는지 지켜보겠어.”진가인이 예천우를 위해 좋은 말을 하면서 챙겨주는 것을 본 정해영은 더 이상 쓴소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예천우를 가만두려 하는 것 같지 않았다.정해영은 예쁘게 생겼지만 자꾸 자신을 귀찮게 하자 예천우는 입을 열었다.“가인아, 나한테 말해 봐봐. 옥 목걸이를 어떻게 잃어버린 거야?”“아까 말했잖아요. 언제 잃어버린 것도 모른다고요.”정해영이 진가연을 대신해서 대답했다.예천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진가인만 아니었다면 그녀를 진작 쫓아냈을 것이다.진가인은 상황을 보자 이내 말했다.“해영아, 엄마가 찾는다 하지 않았어? 빨리 돌아가 봐. 여기는 천우 오빠가 있으니 괜찮을 거야.”정해영은 그 말을 듣고 기분이 더 나빴다.하지만 진가연이 확실히 자신이 여기에 있는 걸 불편하게 생각하자 어쩔 수 없이 말했다.“알았어. 그럼 조심해. 다른 사람의 좋은 말 몇 마디에 속지 마. 그리고 무슨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제일 먼저 전화해. 우리 정씨 집안은 대가족은 아니지만 천해 시에서는 꽤 실력이 있는 편이야.”“그래. 알겠어.”진가인은 정해영이 천우 오빠를 오해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정해영은 자신에게 항상 잘해줬고 특히 대학 시절 내내 그녀 곁을 잘 지켜줬다.정해영이 떠나자 진가인은 다
“알았어. 꼭 찾아줄게.”예천우는 그녀와 약속했고 마음속에는 살의가 가득했다.‘도대체 어느 파렴치한 놈이 가인의 목걸이를 훔쳐 간 거야? 그 자식은 뼈저린 교훈을 받아야 해. 가만두지 않겠어.’“네. 고마워요. 천우 오빠, 부탁해요.”예천우가 그녀와 약속하자 그녀의 표정은 좀 누그러졌다.다만 표정에는 여전히 많은 서운함이 있었다. 사라진 지 며칠이 지났으니 아마도 찾을 수 없을까 봐 걱정되는 모양이었다.진가인의 이런 모습을 본 예천우는 약간 망설였다. 원래 그는 진가인에게 자신의 신분을 알려주려고 했는데 지금은 또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몰랐다.지금 말하면 진가인이 자신을 탓할까 봐 걱정했다.‘됐어. 일단 옥 목걸이부터 찾고 다시 얘기하자.’예천우는 즉시 진가인에게 언제 옥 목걸이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는지 물었다. 상황을 확실히 물어본 후 그는 즉시 담양에게 전화를 걸었다.요즘 진가인은 회사에 출근할 때 항상 옥 목걸이를 하고 다녔다. 비록 옥 목걸이는 옷 속에 숨겨져 있었지만 끈은 목에 걸려 있었다.CCTV를 통해 그 당시 상황을 확인 할 수 있었다.회사 건물 안과 밖에는 CCTV가 많았다.CCTV를 보면 대략 그녀가 구체적으로 언제 옥 목걸이를 잃어버렸는지 알 수 있었다.잃어버린 시간을 알기만 하면 다양한 CCTV를 통해 시간을 되돌려 진가인이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알 수 있었다.담양이 일을 처리하는 효율은 정말 높았다.불과 3시간 만에 담양은 그녀가 옥 목걸이를 잃어버린 시간대를 확인했다.예천우는 그의 말을 듣고 즉시 진가인에게 그간의 상황을 물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그동안 CCTV가 없는 지역에 있었기 때문이다.진가인은 그 말을 듣고 바로 기억을 되새기기 시작하다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했다.“전 그 당시 밀크티 가게 밖에서 밀크티 한잔 마시고 잠깐 눈을 붙였던 것 같은데 다른 건 잘 모르겠어요.”예천우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보아하니 그때 잃어버린 것 같아. 당장 사람을 보내 그 기간 주변의 모든 CCTV를
이튿날 아침 정해영은 일찍이 진가인을 찾으러 왔다. 그녀는 아직도 예천우가 사기꾼이라고 생각했고 자신이 반드시 진가인을 지켜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어쩔 수 없이 진가인은 천우 오빠는 절대 거짓말쟁이가 아니라고 말해줬다. 게다가 천우 오빠는 오늘 자신의 목걸이를 찾아준다고 알려줬다.그 말을 듣자 정해영은 진가인에게 더욱 달라붙었다. 그녀는 절대 예천우가 그렇게 대단할 수 없다고 믿었다.점심때가 되자 예천우는 진가인이 알려준 주소로 왔다.진가인은 기대에 찬 표정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지만 그가 빈손으로 온 것을 보고 실망한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예천우를 위로했다.“천우 오빠, 괜찮아요. 이렇게 짧은 시간에 어떻게 옥 목걸이를 찾겠어요.”“안 돼. 누가 너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했잖아.”정해영은 예천우를 가만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예천우는 정해영을 못 본 체하고 진가인에게 말했다.“가인아, 중요한 얘기가 있어. 네 친구보고 자리를 좀 비워달라고 해.”“안 돼요. 내가 왜 자리를 피해줘야 하는데요. 무슨 창피한 일을 말하려고 그래요?”정해영은 즉시 기분이 언짢았다.하지만 진가인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해영아, 죄송한데 잠시만 나가 줘.”진가인의 진지한 모습을 본 정해영은 어이가 없었다.‘나랑은 예천우가 그냥 보통 친구라고 해놓고. 이게 어디 보통 친구야?’정상적인 연인 사이라면 몰라도 예천우라는 사람은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늘어놓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아내도 있다고 했다.진가인과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면 상관하지 않았을 것이다.정해영은 진가인을 위해 예천우를 혼내 줘서 진가인을 지켜주고 싶었다.정해영이 떠나자 진가인이 물었다.“천우 오빠, 왜 다른 사람이 들으면 안 돼요?”예천우가 어떻게 자신의 신분을 알려줘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담양이 걸어온 전화인 것을 보고 재빨리 받았다.“천우 님, 옥 목걸이 행방을 찾았어요!”담양이 입을 열었다.“찾은 거야?”예천우는 살짝 놀랐다
그것이 바로 자신이 떨어뜨린 옥 목걸이인 것을 확인하자 진가인은 다시 잃어뜨릴까 봐 목걸이를 두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터뜨렸다.뜻밖으로 옥 목걸이를 찾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정해영은 기뻐하면서도 예천우를 조롱했다.“어떤 사람은 그렇게 허풍을 치더니 결국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네요. 다른 사람이 주워서 가져왔으니 말이에요.”“찾았으면 됐어. 천우 오빠도 목걸이를 찾으려고 많이 노력하지 않았다면 아마 이렇게 쉽게 찾을 수도 없을 거야.”진가인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아직도 저 사람의 편을 들어? 가인아, 너도 말했잖아. 저 남자는 이미 아내가 있다고. 절대 어리석은 짓을 해서는 안 돼.”정해영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알았다고.”진가인은 억지로 대답했다.“천우 오빠, 점심이 지났는데 아직 밥도 안 먹었으니 배고프죠? 우리 밥 먹으러 가요. 오늘은 제가 살게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가인이 그렇게 여유롭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진작에 자신의 신분을 알려줬어야 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보육원에 불을 지른 원수가 자신의 존재를 알면 바로 찾아올까 봐 두려웠다. 그들이 자신을 찾아오는 건 전혀 두렵지 않았는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신중해야만 했다.그리고 예천우는 다른 한 가지 사실이 이해가 안 갔다.‘공손진은 왜 애를 써서 진가인의 옥 목걸이를 훔쳤다가 지금 또 갑자기 돌려준 걸까?’만약 예천우의 추측이 맞다면 그가 옥 목걸이를 훔친 건 반드시 용도가 있었을 것이다. 비록 진가인이 누군가가 돌려줬다고 아무렇게나 말했는데 아마도 정말 그런 것 같았다.공손진이 아마 누군가가 옥 목걸이를 찾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스스로 돌려줬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공손진이 옥 목걸이로 무슨 짓을 했을지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예천우의 생각에 옥 목걸이는 단지 품질이 좋은 것 외에 다른 특별한 게 없었다. 공손진의 집안에서 그런 옥 목걸이를 훔치려고 고심할 정도는 아니었다.
예천우가 자진해서 함께 가자고 하자 진가인은 당연히 속으로 기뻤다. 특히 최근 며칠에 힘든 일을 겪고 나니 그녀도 예천우와 함께 있고 싶었다.커플이 되지 못하더라도 예천우와 가끔 함께 할 수 있어도 그녀는 만족했다.하지만 정해영은 즉시 쓴소리했다.“당연히 안 되죠. 동창 모임인데 천우 씨는 우리 동창도 아니면서 왜 가시려고 하는 거죠?”“안 되기는 왜 안 돼. 남자 친구나 남편이 함께 못 간다는 규정도 없잖아?”정해영의 말에 진가인은 즉시 반박했다.“그럼 저 남자가 네 남자 친구야? 아니면 네 남편이야?”정해영은 차갑게 되물었다.진가인은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었지만 예천우가 오히려 대답했다.“남자 친구인 척할게요.”“시치미를 떼고 있네요. 제가 보기에는 당신이 우리 가인에게 엉큼한 생각을 품고 있는 게 분명해요.”“정해영!”진가인은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천우 오빠는 네가 생각한 그런 사람이 아니야. 정말 그런 생각이 있었다면 진작에 했을 거야.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고.”그 말을 하고서야 그녀는 자신이 잘못 말했다는 걸 알아차리고 얼굴이 더 붉어졌다.정해영은 놀라서 얼굴이 굳어졌다.‘가인이가 미쳤나 봐.’뜻밖에도 가인이 유부남을 이렇게 좋아하는 걸 본 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녀의 인상 속의 가인은 순결하기에 그지없었다. 그래서 정해영은 모든 분노를 예천우에게 쏟아내면서 그를 노려보았다.예천우는 더 이상 대꾸 하기 싫었다. 그는 아무튼 진가인만 신경 안 쓰면 되었다.진가인에 대해 그는 항상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특히 이번에 옥 목걸이를 잃어버렸고 진가인이 그렇게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자 그녀가 천이 오빠를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지만 그렇게 괴로워하는 그녀를 보고도 예천우는 그녀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었다.그래서 예천우는 그녀가 다른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걸 참을 수 없었다.시간은 그렇게 1분 1초 지나서 저녁이 되어 갔지만 임완유는 예천우가 여전히 회사에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정해영도 그 말을 듣자 즉시 말했다.“뭐 하려는 거예요. 혹시 이혼하고 우리 가연이를 쫓아다니려는 게 아니죠?”“해영아!”예천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진가인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그래. 그만할게.”정해영도 진가인의 그런 모습에 놀라서 마음속으로 예천우를 더욱 미워했다.그녀는 오늘 밤에 아무 능력도 없고 단지 얼굴만 잘생긴 예천우를 망신을 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예천우에게 그는 진가인과 전혀 어울리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오히려 예천우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아. 가인아, 어디서 보기로 했어? 이제 곧 6시가 다 되어가는데. 빨리 이동해야 하지 않겠어?”“제 기억엔 저녁 7시 30분에 왕해루에서 보기로 한 것 같아요.”진가인은 정해영을 힐끗 쳐다보면서 말했다.그러자 정해영은 고개를 끄덕이었다.“알았어. 그러면 지금 가자.”예천우가 말했다.예천우가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태도를 본 임완유는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 예천우가 앞에 없어서 다행이지 있었다면 뺨이라도 몇 대 때릴 것이다.그가 지금 누구를 믿고 저렇게 오만방자하게 굴고 자신을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지 궁금했다.‘도대체 왜 저러는 거야! 넌 방금 산에서 내려온 시골 사람일 뿐이야. 설령 능력이 좀 있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 있어? 날 좋아하는 남자가 얼마나 많은지 모르는 거야? 다른 사람은 됐고 공손 가문의 도련님인 공손진은 매번 저렇게 주동적으로 날 좋아한다고 고백하는 걸 봤으면서도... 어떻게 지금 나랑 이혼하려는 말이 나와? 그래 좋아. 이혼하면 했지. 후회하지 마!’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마침 공손진의 전화가 왔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임 대표님, 아직도 바쁘세요?”공손진의 소리를 듣자마자 임완유는 그가 무슨 말을 할지 알아차렸다.원래 그녀는 공손진이 초대한 만찬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예천우가 일단 자신을 그렇게 무시했고 공손진에게 확실히 설명해 줄 필
왕해루는 등불이 휘황찬란했다.입구 주차 구역에는 많은 고급 차가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식당은 보통이 아니었다. 여기서 손님을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은 일반 부자가 아니었다.이때 식당으로 20여 명의 남녀가 도착했다. 그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기한 듯 놀란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가장 선두에 선 남자의 화려한 옷차림과 당당한 외모를 보아서는 꽤 매력적이었다.그의 이름은 고유상이었고 이번 모임의 출자자였다.그의 곁에는 아주 예쁜 여자가 있었다.그 여자는 긴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옅은 메이크업 아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두 사람의 뒤를 따라다니던 반장 주우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봤지. 이곳이 바로 우리 천해 시의 4대 명루 중 하나인 왕해루야. 이곳은 결코 보통 장소가 아니지. 간단하게 한 끼를 먹어도 거뜬히 200만 원이 넘는대. 예전에 너희는 한 번도 여기서 밥을 먹어보지 못했을 거야. 오늘 정말 유상 형님의 덕을 본 셈이지. 아니면 평생 기회가 없을 거야.”“그러네. 오늘 정말 유상 형님에게 고마워야 해. 형님이 아니면 난 감히 이곳에 오지도 못했을 거야.”“하하. 나도 그래. 이따가 들어가서 유상 오빠께 잘 감사드려야겠어.”“참. 반장. 넌 유상 형님과 무슨 사이야?”“우린 당연히 친한 사이지. 유상 형님께서 날 많이 돌봐준 덕에 지금 편하게 살 수 있는 거야. 유상 형님께 잘 대해드리면 너희들도 크게 성공할 거야.”“...”그러자 많은 사람이 너도나도 잇달아 고유상에게 아부했다. 많은 여자도 고유상의 곁에 있는 장미연을 보며 부러워했다.역시 선생님은 동작이 매우 빨랐다. 고유상의 집안이 부자가 되자 바로 기회를 잡았고 지금은 고유상의 여자 친구가 되었다.당시만 해도 학교에서 가장 순결하고 아름다웠고 누구의 고백도 들어주지 않았던 장 선생님이 결국에는 돈의 매력에 넘어갔다.그들은 당시 장 선생님은 고유상을 가장 싫어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특히 고유상이 자꾸 진가인을 괴롭혔기에 장 선생님은 불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서 무릎을 꿇는다고?’강지혜도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손승우가 평소에 자존심 하나는 강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런 행동을 한다니 말이다.손승우가 느끼고 있는 공포가 얼마나 큰지 고스란히 드러났다.손승우는 무릎 꿇은 것도 모자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소리쳤다.“너희 둘은 아직도 눈치 못 채고 뭐 하고 있어? 당장 이리 와서 무릎 꿇어! 오늘 바로 너희가 여기서 제멋대로 굴었기에 용왕님의 미움을 사게 된 거야. 빨리 와서 용왕님께 사죄드리지 않고 뭐 하는 거야!”그는 속으로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동성에서 영향력을 떨치는 진은수조차 용왕님 앞에서 무릎을 꿇는데 너희들이 뭐라고 감히 편하게 서 있는 거야?’강지혜는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잘 알기에 마지못해 손승우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오히려 손동욱은 강지혜보다 빨리 나서서 무릎을 꿇더니 다급히 입을 열었다.“용왕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무식해서 용왕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런데 강지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손승우는 답답한 마음에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평소에는 재잘재잘 말 잘하더니 왜 지금 와서 말이 없어? 당장 용왕님께 사죄하지 못해? 정말 우리 손씨 가문이 멸망하길 바라는 거야?”그러자 강지혜는 굳은 표정으로 억지로 입을 열었다.“저... 잘못했습니다. 용왕님...죄송합니다.”강지혜는 오랜 세월 동안 손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남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고 지금처럼 이렇게 비참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것이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다.손승우는 아내와 아들이 모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확인하자 서둘러 예천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용왕님,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용서해 주신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따를 것입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해 주십시오.”손승우의 태
허성태와 조은희의 흥분한 표정과 달리 손승우 일가족은 완전히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손승우의 아들인 손동욱은 평소에도 용왕님의 신비로운 강함을 동경해 왔으나 막상 자신이 용왕님 앞에서 건방지게 굴었다는 사실에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어쩌면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도 기적이었다. 용왕님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스치자 손동욱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너무 놀랍고 두려워서 하마터면 오줌을 쌀 뻔했다.강지혜도 한껏 굳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나운 모습으로 악다구니를 퍼붓던 그녀는 이제 그 기세가 완전히 꺾였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손승우는 표정이 더욱 참담했다. 조금 전 주성한의 수상한 행동을 되돌아보면 뭔가 심상치 않았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그동안 그는 분노와 손씨 가문의 실력에 취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눈이 멀었던 자신이 미칠 듯이 후회스러웠다.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모든 걸 수습하는 일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용왕님이 화를 내면 손씨 가문은 반드시 멸망될 것이다.허종우와 허광호 또한 그동안 예천우에게 무례하게 군 일을 떠올리자 멍해져 있었다.예천우에게 건방지게 굴고 못마땅해하며 험담을 늘어놓고 심지어 혼내 주겠다고까지 했다.허성태가 그들을 막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을 것이고 지금쯤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은 그저 겁에 질려 예천우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 와서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예천우의 아우라가 너무 강력해 감히 다가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허가연 또한 멍한 상태로 예천우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예천우의 실력과 영향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허가연 역시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형부가 이토록 대단한 인물일 줄이야. 정말 전혀 예상치도 못했어.’예천우는 주변의 시선이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진은수의 긴장된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손승우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순간 멍해졌다.‘내가 언제 용왕님을 무시했단 말이지? 게다가 누가 용왕님이야? 설마 전설적인 용문의 용왕님을 말하는 건가? 내가 무슨 수로 감히 용왕님 앞에서 큰소리를 쳤다고 저러는걸 까? 잠깐만 혹시... 저 젊은이가 용왕님이라는 걸까?’손승우는 아득한 충격에 빠졌다.‘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그 순간 다른 사람들도 손승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 안의 사람들 대부분이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그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다.허종우 역시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허광호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다가 물어보려는 순간 진은수가 손승우를 꾸짖더니 돌아서서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걸 보았다.“용문 4대 사자 진은수가 용왕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용왕님께서 이곳에 몸소 강림하셨는데도 제가 직접 맞이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은 숨죽인 듯 고요해졌고 모두 숨을 들이마시며 그 충격에 사로잡혔다. 이전에 예천우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던 사람들도 진은수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자 완전히 이해했다.진은수가 용문 4대 사자라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고 그가 용왕님이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한 예천우의 정체가 확실해졌다.진은수가 용문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이제 눈앞에서 확인이 되었다.게다가 예천우가 그토록 강력한 위치에 있는 용왕님이라는 사실은 모든 이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손승우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믿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던 예천우가 바로 그 전설 속의 인물이라니 말이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 또한 충격에 빠졌다. 진은수의 높은 위치를 알고 나서는 예천우가 인맥으로 도움을 청한 줄 알았으나 사실 그는 예천우의 휘하에 있는 사람이었고 심지
진은수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자연스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위풍당당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움직임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보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손승우는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과연 위무권관의 관장 진은수였다. 진은수는 일반 권관의 관장이 아니었다.그의 문하 제자 중에서도 보통 신분이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각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조차 그에게 자녀를 맡길 만큼 그의 권위는 대단했다. 허광호 역시 그의 제자 중 하나였으나 다른 진정한 고수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그렇다고 해서 손씨 가문이 진은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손승우가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던 건 어느 정도의 존경심 때문이었지 손씨 가문이 진은수에게 굴복할 정도는 아니었다.손승우는 그저 진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약간의 예의를 지켰을 뿐이었다.지금 진은수가 예천우를 위해 나섰다는 상황에 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광호는 경외의 눈빛으로 나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사부님, 오셨군요!”진은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을 뿐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예천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허성태도 공손하게 그에게 인사했다.“진 관장님, 안녕하세요!”그는 허성태의 인사에도 응하지 않았고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듯 무시하는 태도로 곧장 예천우에게 다가갔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은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정체와 위압감에 놀란 두 사람은 진은수가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직감했다. 게다가 손대우의 얼굴이 확연히 변해 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존경의 눈빛으로 진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니 진은수는 확실히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임이 틀림없
“아까 했던 말씀 기억 안 나세요? 분명 사모님은 우리 허씨 가문을 순식간에 없앨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강한 가문도 상대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보고 어쩌라는 말씀이죠?”“너!”강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주성한이 더 이상 손승우를 때리지 않고 멈췄다. 예천우가 멈추라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더 때렸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때 손승우의 얼굴은 이미 맞아서 본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체가 망가졌다. 그나마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주성훈이 완전히 제어하지 않고 때렸다면 그 실력으로 두어 번만 더 때렸어도 손승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손승우는 자신이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왜 고작 몇 사람만 데려와서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됐을까? 차라리 경찰이나 다른 고수를 데려왔다면 이렇게 어린 녀석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주성한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천우 씨,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아주 잘했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죠. 이 정도면 주성한 씨의 실수는 없었던 걸로 해줄게."“감사합니다. 예천우 씨!”주성한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대인배답게 용서해 주는 예천우의 아량에 그는 깊이 감동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주성한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닥쳐올 손씨 가문의 보복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그래요. 가보세요.”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천우가 주성한을 쉽게 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순순히 따르는 주성한을 왜 그냥 놓아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천우가 주성한을 이용해 손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니 예천우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주성한이 남아 있다면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멍하니 얼어붙었다.허광호와 허종우는 입을 떡 벌린 채 예천우가 곧 손씨 가문의 주성한에게 혼쭐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성한이 예천우에게 사과할 줄은 전혀 몰랐다.허가연의 부모들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성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주성한이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차린 걸까?’손동욱과 강지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얼굴이 새파래진 손승우는 주성한을 향해 소리쳤다.“주성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하지만 주성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예천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손승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이네요. 저 노인네를 심하게 혼내주시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손동욱과 강지혜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승우까지 두들겨 패라니 정말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소리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주성한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주성한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주성한은 속으로 몹시 난처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재력과 권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씨 가문의 재력과 인맥이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고수들을 불러서 날 죽일 거겠지.’하지만 눈앞의 예천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대에게 주성한은 지금 예천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내렸다. 결국 손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었다.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에 따라 손승우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손승우는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말한 노인네는 바로 손승우였다.손동욱과 강지혜는 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를 따르는 걸 보고 혼란에 빠졌다. 손씨 가문의 권세를 잘 알고 있는 주성한마저 이렇게 나서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손승우는 허둥지둥하며 외쳤다.“
임완유는 예천우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동생을 보며 감동에 젖어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천우야, 정말 고마워.”만약 예천우의 꾸짖음과 조언이 없었다면 동생이 이렇게 책임감 있고 당당하게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임선호가 열심히 무술을 연습한 것도 분명 예천우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비록 싸움 도중 몇 번 다치기는 했지만 임선호는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상대와 끝까지 맞섰고 치열한 싸움 끝에 마침내 그들 모두를 물리쳤다.예천우가 직접 나섰다면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임선호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듯 가만히 지켜보았다.그 모습에 임완유뿐만 아니라 허가연의 부모들도 속으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임선호의 실력이 아직 부족할지라도 그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그런 끈기와 단호함이 허가연의 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허가연의 부모는 속으로 어쩌면 임선호가 정말로 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전에 임선호에 대한 정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손씨 가문의 일만 잘 넘어간다면 더는 임선호와 허가연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싸움이 끝나자마자 허가연은 달려가 임선호를 걱정하며 연신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임선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 정도 상처쯤이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그 말에 허가연은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반면 임선호가 뿌듯해하는 모습에 손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히 강지혜와 손동욱은 주성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허씨 가문 사람들이 뿌듯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성한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주성한 또한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고 분노와 불만이 치밀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고 위로는커녕 비난만 받으니 정말 못마땅했다.오히려 손승우가 황급히 주
주변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전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오히려 손씨 가문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허성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예천우가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한이 갑자기 넘어지게 된 것도 어쩌면 예천우가 한 짓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때 허광호의 전화가 울렸고 사부님이었다. 주성한과 강지혜의 다툼을 뒤로 한 채 그는 서둘러 전화기를 들고 한쪽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사부님!”“그래. 네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셔?”위무권관의 관장인 진은수는 마침 허씨 저택 근처에 있었고 얼마 전에 허성태의 몸 상태를 진단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들를 겸 전화를 걸었다.“계십니다!”허광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서둘러 물었다.“사부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뭐든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사부님은 아주 높으신 분이니 사부님 곁에 머물 기회만 주어져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허씨 가문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에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 앞으로 좋은 점이 많았다.“별일 아니야. 근처에 있어서 그냥 네 아버지 보러 들르려고.”진은수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허광호는 집안에서 난리가 난 걸 언급할지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삼켰다. 사부님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번에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손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공격하려 든다면 사부님이 눈앞에 계시는데 그냥 넘어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부님은 동성 4대 가문들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한 인물이었다.위무권관 관장은 동성에서 명망 높은 사람이었다.진은수는 무공이 절정에 달해 언제든 종사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실력자였고 그의 부하 중에는 뛰어난 강자들도 많았다.그래서 누구든지 진은수의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허광호는 지금
허성태는 이 광경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정말 끝났어. 살아남기 힘들 거야.’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심지어 허가연조차 그런 분위기였다.하지만 임선호와 임완유는 달랐다. 특히 임완유는 예천우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이 정도로는 그를 위협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예천우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 안심할 수 있었다.예상대로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견과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 주성한의 다리에 명중했고 주성한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다.원래라면 손이라도 짚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손마저 힘이 빠져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주변 사람들은 이 광경에 멍해졌다.주성한이 대단한 기세로 예천우에게 돌진했는데 결과는 그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이게 무슨 자세인가요? 제가 아무리 무서워도 굳이 이렇게 엎드려 절할 필요는 없잖아요?”“이, 이 자식이...”주성한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고 뭔가에 당한 게 분명했다.손승우도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 사부님,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일어나서 저 녀석을 박살 내세요!”자신이 돈을 들여 고용한 무술 고수가 이렇게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꼴을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다리와 손의 통증도 마다하고 다시 예천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에 그는 예천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다 예천우가 다시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게 고작 견과류라는 걸 알고는 경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해도 피할 수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무릎에 다시 견과류를 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양새가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꼴이 되니 다들 어이없어했다.손승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