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해루는 등불이 휘황찬란했다.입구 주차 구역에는 많은 고급 차가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식당은 보통이 아니었다. 여기서 손님을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은 일반 부자가 아니었다.이때 식당으로 20여 명의 남녀가 도착했다. 그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신기한 듯 놀란 표정으로 두리번거렸다.가장 선두에 선 남자의 화려한 옷차림과 당당한 외모를 보아서는 꽤 매력적이었다.그의 이름은 고유상이었고 이번 모임의 출자자였다.그의 곁에는 아주 예쁜 여자가 있었다.그 여자는 긴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옅은 메이크업 아래 독특한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두 사람의 뒤를 따라다니던 반장 주우진이 큰 소리로 말했다.“봤지. 이곳이 바로 우리 천해 시의 4대 명루 중 하나인 왕해루야. 이곳은 결코 보통 장소가 아니지. 간단하게 한 끼를 먹어도 거뜬히 200만 원이 넘는대. 예전에 너희는 한 번도 여기서 밥을 먹어보지 못했을 거야. 오늘 정말 유상 형님의 덕을 본 셈이지. 아니면 평생 기회가 없을 거야.”“그러네. 오늘 정말 유상 형님에게 고마워야 해. 형님이 아니면 난 감히 이곳에 오지도 못했을 거야.”“하하. 나도 그래. 이따가 들어가서 유상 오빠께 잘 감사드려야겠어.”“참. 반장. 넌 유상 형님과 무슨 사이야?”“우린 당연히 친한 사이지. 유상 형님께서 날 많이 돌봐준 덕에 지금 편하게 살 수 있는 거야. 유상 형님께 잘 대해드리면 너희들도 크게 성공할 거야.”“...”그러자 많은 사람이 너도나도 잇달아 고유상에게 아부했다. 많은 여자도 고유상의 곁에 있는 장미연을 보며 부러워했다.역시 선생님은 동작이 매우 빨랐다. 고유상의 집안이 부자가 되자 바로 기회를 잡았고 지금은 고유상의 여자 친구가 되었다.당시만 해도 학교에서 가장 순결하고 아름다웠고 누구의 고백도 들어주지 않았던 장 선생님이 결국에는 돈의 매력에 넘어갔다.그들은 당시 장 선생님은 고유상을 가장 싫어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특히 고유상이 자꾸 진가인을 괴롭혔기에 장 선생님은 불
바로 그때, 그는 한 사람을 보았다. 바로 양회장이 말하던 혹시 만나면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예천우였다.매니저는 몸이 약간 움찔했다. 예천우가 이 사람들 사이에 섞여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예천우와 두 여자는 좀 늦게 도착했고 들어오자마자 정해영은 동창들이 전부 이곳에 모여 있는 걸 발견했다. 아마도 룸이 없는 모양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저도 모르게 앞으로 비집고 나가서 상황을 물었다.진가인도 따라오자 예천우도 뒤에 자연스럽게 나타났다.정해영이 물었다.“무슨 일이야?”“다른 사람이 우리가 예약한 룸을 차지했어. 그래서 우리더러 홀에 앉으래.”한 동창이 설명했다.고유상은 정말 조급해 났다. 그는 자기 체면이 깎이는 걸 용서할 수 없었다. 특이 오늘 자신의 위엄과 패기를 맘껏 뽐내고 싶었다. 그럴 마음이 없었다면 장미연을 사람들 앞에서 자기 여자 친구가 되어달라고 협박하지 않았을 것이다.원래는 장미연에게 학창 시절의 복수를 하고 지금 자기 능력을 자랑하고 동창들의 존경스러운 눈빛을 받기 위해서였다.하지만 지금 체면이 깎일 대로 깎였다.“매니저님, 체면을 좀 챙겨주세요. 우리 고씨 가문은 천해 시에서도 꽤 많은 사업을 벌리고 있어요. 앞으로도 협력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게다가 저는 소씨 가문 사람들과 아주 가까운 사이예요.”고유상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사실 매니저는 그의 말을 들을 겨를이 별로 없었다. 그의 시선은 오직 예천우만 주시하고 있었다. 예천우가 확실히 함께 온 두 여자와 말을 주고받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러자 매니저는 안색이 급변했고 재빨리 입을 열었다.“잠깐만요. 위층에 최고급 귀빈을 접대하기 위해 남겨둔 VVIP 룸이 하나 있는데 그곳으로 모실게요. 절 따라오세요.”매니저가 갑자기 이렇게 변하자 고유상은 어리둥절했다.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었다.하지만 고유상은 이내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맙습니다. 매니저님.”그리고 그는 동창들을 데리고 함께 위층으로 올라갔다.룸 안의 호화로운 인테리어
“진가인, 옆에 남자는 누구야?”고유상은 원래 진가인을 찾고 싶었지만 졸업 후 연락이 끊겼다. 하지만 오늘 스스로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고유상은 그녀의 곁에 있는 예천우를 발견했다.진가인은 멈칫 놀라서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고민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예천우가 담담하게 말했다.“저의 이름은 예천우라고 해요. 진가인의 남자 친구죠!”그 말을 들은 고유상은 안색이 급변했다.오랜 시간 동안 진가인을 만나지 못했지만 고유상은 줄곧 그녀를 잊지 못했다. 오늘은 원래 동창들의 앞에서 자신을 한껏 뽐내려고 준비한 자리였는데 이곳에 진가인이 나타날 줄은 몰랐다.고유상은 화를 가까스로 참고 웃으며 말했다.“가인아, 사실이 아니지? 아무리 눈이 멀었다고 해도 남자 보는 안목이 전혀 없으면 어떡해?”예천우는 이 말을 듣고 정말 유치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진가인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속으로 은근히 기뻤고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고유상이 그렇게 심한 말을 하자 그녀는 바로 반박했다.“고유상, 말조심해. 천우 오빠는 보통 사람이 아니야. 나보다도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춘 남자야.”“허허. 가인아. 아무리 네 남자 친구의 체면을 세워주고 싶어도 그렇지. 너무 과한 게 아니야?”“이런 남자는 유상 오빠는 말할 필요도 없고 내가 천하 그룹에서 일하는 남자 친구와도 전혀 비교가 안 되지. 너무 쓰레기 같아.”그때 옆에 있던 요염하게 생긴 여자가 입을 열었다.그녀의 이름은 유미령. 비주얼이나 몸매는 아주 훌륭했다. 지난번에도 그녀가 임완유의 앞에서 천하 그룹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는 자기 남자 친구가 엄청 대단한 사람이라고 허풍을 떨었다.“미령아, 너도 그렇지. 어떻게 저런 쓰레기를 함부로 유상 형님이랑 비교할 수 있어. 그건 유상 형님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옆에 있던 반장 주우진이 재빨리 말했다.정해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자신이 알던 반장도 예전에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지금 이렇게 변했을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녀는 당연히 예천우
고유상은 자신의 행동이 전혀 창피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은 모양이었다.“장미연, 모두에게 말해봐. 넌 내 노예라고.”그러자 장미연의 얼굴은 무척 난감했고 눈에는 굴욕적인 눈물로 가득찼다. 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저는 유상 오빠의 노예 맞아요.”“장 선생님! 그런 말씀 하실 필요 없어요.”진가인은 급한 어조로 말했다.“혹시 무슨 어려움이라도 있으세요? 저한테 알려줘요. 우리가 도와드릴게요.”진가인은 자신한테 방법이 없더라도 못 하는 게 없는 천우 오빠라면 분명히 장 선생님을 구해줄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다.지난번 식당에서 일어난 일, 그리고 예전의 많은 일을 통해 그녀는 천우 오빠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장미연은 진가인을 바라보며 뭔가 말하려다 다시 꾹 참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가인은 학창 시절에도 돈도 권력도 없었으니 지금 남자 친구도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게다가 자신은 2억 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데 말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허허. 도와주고 싶어? 진가인, 큰돈을 벌었나 봐?”고유상이 담담하게 물었다.“그건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장 선생님, 돈 문제에요? 얼마면 돼요?”진가인이 즉시 물었다.“진가인,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 너 같은 가난한 사람이 거지 같은 남자 친구를 사귀었으니 너한테 말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만약 나처럼 천하 그룹의 매니저 남자 친구라도 있었으면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를 텐데. 안타까워. 넌 정말 남자를 보는 눈이 없어.”유미령은 진가인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그와 동시에 또 한 번 자기 남자 친구의 신분을 입 밖에 꺼냈다. 오늘만 이미 8번째였다.아쉽게도 오늘 그녀의 남자 친구는 회사 일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반드시 가장 주목 받는 여자가 될 것이다.예천우는 유미령이 한 말이 듣기 싫었기에 눈살을 찌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남자 친구분이 그리 대단해요?”“물론이죠. 제 남자 친구는 천하 그룹 구매 부서의 매니저이죠.
모든 사람이 그를 믿지 않았다. 그를 믿는 건 오직 진가인 뿐이었다.그녀는 실력 있는 천우 오빠라면 전적으로 믿고 싶었다.많은 사람의 비웃는 시선을 본 예천우는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주 좋아요. 당신 남자 친구는 당신 같은 여자 친구가 있어서 자랑스러울 거예요.”“물론이죠. 전 진가인처럼 아무것도 없는 쓰레기 같은 남자를 찾지 않아요.”사람들은 고유상이 돈 많은 것만 알고 있었고 게다가 오늘 모임은 그가 돈을 낸다고 했으니 모든 사람의 시선은 전부 고유상에게 쏠렸다.하지만 지금은 남자 친구 때문에 유미령이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자 그녀는 매우 흐뭇했다.예천우가 무슨 짓을 하든 그녀는 걱정하지 않았다.‘천하 그룹의 대표에게 전화한다고? 웃기고 있네. 대표님이 어떤 신분인데. 수많은 사람이 그분을 만나고 싶어 해도 만나지 못하는데. 그분에게 전화한다는 건 절대 불가능해.’예천우가 쉽게 실현할 수 있는 말을 했다면 그녀는 그래도 조금 걱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담 대표에게 전화한다고 했으니 정말 우스웠다.그 순간 예천우의 전화가 통했다.“천우 님!”담양은 회의 중이었으나 예천우의 전화를 보고 바로 회의를 중지시키고 전화를 받았다.회의 중이던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담양은 회사 룰을 칼 같게 지키는 사람이었고 게다가 그가 이렇게 다른 누구한테 공손하게 대하는 모습은 난생처음이었다. 그것도 전화 한 통뿐이었다.“천하 그룹에 홍무라는 매니저가 있어?”예천우가 입을 열었다.담양은 안색이 조금 변했다. 예천우의 차가운 말투를 봐서는 홍무가 무조건 예천우를 건드린 것 같았다. 그래서 그는 즉시 회의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여러분은 홍무라는 분을 알아요?”오늘 회의에는 그룹의 모든 중, 고위급 직원들이 전부 참석했다. 홍무도 바로 회의실 맨 뒤에 앉아 담 대표의 회의 내용을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자기 이름을 말하자 그는 떨리는 두 다리로 재빨리 일어나서 말했다.“저, 접니다!”담양은 홍무라는 사람이 있다
고유상의 말에 대해 정해영도 동의했다.하지만 진가인은 차가운 시선으로 고유상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우선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지는 나의 일이기에 너희는 참견하지 마.”진가인의 이 말은 정해영에게도 들려주는 한마디였다.“그리고 저는 천우 오빠를 믿어. 무슨 말을 하든 다 믿어.”정해영은 그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가인아, 일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아직도 예천우를 믿어?”“물론이지! 그리고 해영아, 다시는 천우 오빠한테 뭐라 하지 마. 네가 계속 그렇게 나오면 우리는 이제 친구도 할 수 없을 거야.”정해영이 심하게 했던 말에 진가인은 단단히 화가 났던 모양이었다.정해영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 진가인이 이 나쁜 남자 때문에 자신과의 우정도 마다하고 이렇게 심한 말을 하자 정해영도 화가 나서 씩씩거렸다.“입만 열면 죄다 헛소리인 남자 때문에 우리 우정을 버리려는 거야?”“천우 오빠는 헛소리 한 적이 없어.”진가인이 반박했다.“그래. 네가 저 남자를 믿는다고 했지. 그러면 내기하자. 내일까지 유미령의 남자 친구가 신고당했다면 난 저 사람이 말했던 모든 것을 믿을게. 그리고 다시는 너랑 저 남자가 함께 있는 걸 막지 않을게. 하지만 내일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이후에 영원히 저 사람을 만나지도 마. 내기할 수 있어?”정해영이 큰 소리로 말했다.그러자 진가인은 살짝 망설였다. 비록 예천우를 믿고 있었지만 어떤 일은 그리 빨리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그때 예천우가 말했다.“내기는 해도 되는데 시간은 좀 바꿔야 해요.”“쳇. 이미 신고도 했다면서요. 게다가 대표님께 직접 전화했다는 사람이 하루면 충분하지 않아요? 설마 지금 몇 달, 몇 년의 시간을 달라고 하는 거예요?”정해영이 쓴소리를 했다.“그럴 필요까지는 없어요. 제 말뜻은 굳이 내일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에요.”예천우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오늘 밤에 저 여자의 남자 친구는 끝장났어요.”“뭐라고요? 오늘 밤? 천우 씨, 정말 허풍을 떠는 재
안재관은 말만 몇 마디 하고 바로 떠났다. 떠날 때 다시 한번 예천우를 쳐다보았지만 하려던 말은 끝내 하지 않았다. 그는 지금 예천우를 아는 체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예천우는 사실 왕해루의 대표가 이런 일을 했던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VVIP 룸을 내준 것도 죄다 자신의 체면 때문이었다.하지만 고유상만 이 모든 게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에 지금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모두가 왕해루의 대표님이 고유상의 체면을 세워줬다고 생각했고 심지어 유미령도 더 이상 잘난 척하지 않았다. 원래 그녀는 자기 남자 친구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했다.그것도 그럴 것이다. 지금의 천하 그룹은 업계에서 거의 독보적인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심지어 그 실력은 천해 시의 4대 명문 가족들과 비슷했다.“유상 형님. 술 한 잔 올리겠습니다. 오늘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듣자 하니 왕해루는 보통 사람이 올 수 있는 곳이 아니더군요. 부자들만 올 수 있는 곳인데 심지어 왕해루의 대표까지 형님께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다니 정말 대단해요.”“그러게 말이야. 비록 나도 와본 적이 없지만 왕해루의 전설을 많이 들었어. 하지만 앞으로 유상 형님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전설이야.”많은 사람이 하나같이 자기 칭찬을 하는 모습을 본 고유상은 크게 만족했다. 이게 바로 그가 오늘 이 모임을 준비한 가장 큰 목적이었다.“진가인, 유상 형님에게 술 한잔 권하지 않고 뭐해. 유상 형님이 아니었다면 너 같은 사람은 한평생 이런 곳에 들어올 수 없다고. 이곳의 음식을 맛볼 기회는 더더욱 없어.”주우진은 지금 거의 고유상의 앞잡이였기에 그에게 잘 보여야 했다.사실 진가인은 음식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녀는 계속하여 장미연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하지만 장미연은 의도적으로 그녀를 피했고 자리도 멀리 떨어져 앉았다.그래서 그녀도 장미연이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다. 만약 정말 돈이 필요하다면 그녀는 분명 도울 수 있을 것이다.예천우의 도움을 받지 않는다 해도 자기
하지만 예천우는 오히려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정해영 씨가 가인이의 진정한 생활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죠. 가인이의 신분이면 삼시 세끼 산해진미만 먹을 수 있어요.”진가인이 그의 여동생이기 때문에 그의 능력으로 가인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얻어 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하지만 정해영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특히 예천우가 진지한 모습으로 허풍을 떠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고유상과 다른 사람도 당연히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렇게 대단하다면 오늘 저녁밥은 예천우 씨가 사는 게 어때요?”“제가요? 왜요? 여러분들과 친척도 친구도 아닌데, 제가 왜 사야 하죠?”예천우가 고개를 저었다.“됐어. 이 사람이랑 말다툼하지 말자. 오늘 유미령의 남자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했었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 함께 이 사람을 단단히 혼내주자고.”주우진은 이런 핑계를 대고 오늘 밤 예천우를 혼내주려고 다짐했다.“그래. 우리가 이제 딱 두 시간만 더 주자고.”유미령이 차갑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 전화 쳐서 확인해 보세요. 제 생각에는 유미령 씨 남자 친구는 이미 갇혀 있을 겁니다.”‘이 정도 시간이면 담양이 이미 손을 썼겠지.’방금 담양이 회의를 중지시키고 그 자리에서 홍무를 바로 제압했다는 사실을 예천우는 모르고 있었다.“예천우 씨, 정말이에요?”예천우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유미령은 갑자기 알 수 없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저 자식은 분명히 허풍을 떨고 있는 게 분명해. 절대 속아서는 안 돼.’“물론이죠.”예천우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좋아요. 전 절대 겁먹지 않을 거예요.”유미령은 휴대 전화를 꺼내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두 번 연속 전화해도 홍무는 받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살짝 긴장했다.다행히 세 번 만에 그가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건너편에서 홍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지금 홍무의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서 무릎을 꿇는다고?’강지혜도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손승우가 평소에 자존심 하나는 강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런 행동을 한다니 말이다.손승우가 느끼고 있는 공포가 얼마나 큰지 고스란히 드러났다.손승우는 무릎 꿇은 것도 모자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소리쳤다.“너희 둘은 아직도 눈치 못 채고 뭐 하고 있어? 당장 이리 와서 무릎 꿇어! 오늘 바로 너희가 여기서 제멋대로 굴었기에 용왕님의 미움을 사게 된 거야. 빨리 와서 용왕님께 사죄드리지 않고 뭐 하는 거야!”그는 속으로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동성에서 영향력을 떨치는 진은수조차 용왕님 앞에서 무릎을 꿇는데 너희들이 뭐라고 감히 편하게 서 있는 거야?’강지혜는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잘 알기에 마지못해 손승우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오히려 손동욱은 강지혜보다 빨리 나서서 무릎을 꿇더니 다급히 입을 열었다.“용왕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무식해서 용왕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런데 강지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손승우는 답답한 마음에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평소에는 재잘재잘 말 잘하더니 왜 지금 와서 말이 없어? 당장 용왕님께 사죄하지 못해? 정말 우리 손씨 가문이 멸망하길 바라는 거야?”그러자 강지혜는 굳은 표정으로 억지로 입을 열었다.“저... 잘못했습니다. 용왕님...죄송합니다.”강지혜는 오랜 세월 동안 손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남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고 지금처럼 이렇게 비참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것이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다.손승우는 아내와 아들이 모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확인하자 서둘러 예천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용왕님,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용서해 주신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따를 것입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해 주십시오.”손승우의 태
허성태와 조은희의 흥분한 표정과 달리 손승우 일가족은 완전히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손승우의 아들인 손동욱은 평소에도 용왕님의 신비로운 강함을 동경해 왔으나 막상 자신이 용왕님 앞에서 건방지게 굴었다는 사실에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어쩌면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도 기적이었다. 용왕님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스치자 손동욱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너무 놀랍고 두려워서 하마터면 오줌을 쌀 뻔했다.강지혜도 한껏 굳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나운 모습으로 악다구니를 퍼붓던 그녀는 이제 그 기세가 완전히 꺾였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손승우는 표정이 더욱 참담했다. 조금 전 주성한의 수상한 행동을 되돌아보면 뭔가 심상치 않았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그동안 그는 분노와 손씨 가문의 실력에 취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눈이 멀었던 자신이 미칠 듯이 후회스러웠다.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모든 걸 수습하는 일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용왕님이 화를 내면 손씨 가문은 반드시 멸망될 것이다.허종우와 허광호 또한 그동안 예천우에게 무례하게 군 일을 떠올리자 멍해져 있었다.예천우에게 건방지게 굴고 못마땅해하며 험담을 늘어놓고 심지어 혼내 주겠다고까지 했다.허성태가 그들을 막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을 것이고 지금쯤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은 그저 겁에 질려 예천우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 와서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예천우의 아우라가 너무 강력해 감히 다가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허가연 또한 멍한 상태로 예천우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예천우의 실력과 영향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허가연 역시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형부가 이토록 대단한 인물일 줄이야. 정말 전혀 예상치도 못했어.’예천우는 주변의 시선이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진은수의 긴장된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손승우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순간 멍해졌다.‘내가 언제 용왕님을 무시했단 말이지? 게다가 누가 용왕님이야? 설마 전설적인 용문의 용왕님을 말하는 건가? 내가 무슨 수로 감히 용왕님 앞에서 큰소리를 쳤다고 저러는걸 까? 잠깐만 혹시... 저 젊은이가 용왕님이라는 걸까?’손승우는 아득한 충격에 빠졌다.‘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그 순간 다른 사람들도 손승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 안의 사람들 대부분이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그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다.허종우 역시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허광호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다가 물어보려는 순간 진은수가 손승우를 꾸짖더니 돌아서서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걸 보았다.“용문 4대 사자 진은수가 용왕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용왕님께서 이곳에 몸소 강림하셨는데도 제가 직접 맞이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은 숨죽인 듯 고요해졌고 모두 숨을 들이마시며 그 충격에 사로잡혔다. 이전에 예천우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던 사람들도 진은수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자 완전히 이해했다.진은수가 용문 4대 사자라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고 그가 용왕님이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한 예천우의 정체가 확실해졌다.진은수가 용문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이제 눈앞에서 확인이 되었다.게다가 예천우가 그토록 강력한 위치에 있는 용왕님이라는 사실은 모든 이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손승우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믿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던 예천우가 바로 그 전설 속의 인물이라니 말이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 또한 충격에 빠졌다. 진은수의 높은 위치를 알고 나서는 예천우가 인맥으로 도움을 청한 줄 알았으나 사실 그는 예천우의 휘하에 있는 사람이었고 심지
진은수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자연스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위풍당당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움직임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보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손승우는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과연 위무권관의 관장 진은수였다. 진은수는 일반 권관의 관장이 아니었다.그의 문하 제자 중에서도 보통 신분이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각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조차 그에게 자녀를 맡길 만큼 그의 권위는 대단했다. 허광호 역시 그의 제자 중 하나였으나 다른 진정한 고수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그렇다고 해서 손씨 가문이 진은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손승우가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던 건 어느 정도의 존경심 때문이었지 손씨 가문이 진은수에게 굴복할 정도는 아니었다.손승우는 그저 진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약간의 예의를 지켰을 뿐이었다.지금 진은수가 예천우를 위해 나섰다는 상황에 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광호는 경외의 눈빛으로 나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사부님, 오셨군요!”진은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을 뿐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예천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허성태도 공손하게 그에게 인사했다.“진 관장님, 안녕하세요!”그는 허성태의 인사에도 응하지 않았고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듯 무시하는 태도로 곧장 예천우에게 다가갔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은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정체와 위압감에 놀란 두 사람은 진은수가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직감했다. 게다가 손대우의 얼굴이 확연히 변해 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존경의 눈빛으로 진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니 진은수는 확실히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임이 틀림없
“아까 했던 말씀 기억 안 나세요? 분명 사모님은 우리 허씨 가문을 순식간에 없앨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강한 가문도 상대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보고 어쩌라는 말씀이죠?”“너!”강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주성한이 더 이상 손승우를 때리지 않고 멈췄다. 예천우가 멈추라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더 때렸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때 손승우의 얼굴은 이미 맞아서 본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체가 망가졌다. 그나마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주성훈이 완전히 제어하지 않고 때렸다면 그 실력으로 두어 번만 더 때렸어도 손승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손승우는 자신이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왜 고작 몇 사람만 데려와서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됐을까? 차라리 경찰이나 다른 고수를 데려왔다면 이렇게 어린 녀석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주성한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천우 씨,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아주 잘했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죠. 이 정도면 주성한 씨의 실수는 없었던 걸로 해줄게."“감사합니다. 예천우 씨!”주성한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대인배답게 용서해 주는 예천우의 아량에 그는 깊이 감동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주성한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닥쳐올 손씨 가문의 보복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그래요. 가보세요.”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천우가 주성한을 쉽게 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순순히 따르는 주성한을 왜 그냥 놓아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천우가 주성한을 이용해 손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니 예천우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주성한이 남아 있다면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멍하니 얼어붙었다.허광호와 허종우는 입을 떡 벌린 채 예천우가 곧 손씨 가문의 주성한에게 혼쭐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성한이 예천우에게 사과할 줄은 전혀 몰랐다.허가연의 부모들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성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주성한이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차린 걸까?’손동욱과 강지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얼굴이 새파래진 손승우는 주성한을 향해 소리쳤다.“주성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하지만 주성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예천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손승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이네요. 저 노인네를 심하게 혼내주시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손동욱과 강지혜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승우까지 두들겨 패라니 정말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소리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주성한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주성한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주성한은 속으로 몹시 난처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재력과 권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씨 가문의 재력과 인맥이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고수들을 불러서 날 죽일 거겠지.’하지만 눈앞의 예천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대에게 주성한은 지금 예천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내렸다. 결국 손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었다.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에 따라 손승우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손승우는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말한 노인네는 바로 손승우였다.손동욱과 강지혜는 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를 따르는 걸 보고 혼란에 빠졌다. 손씨 가문의 권세를 잘 알고 있는 주성한마저 이렇게 나서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손승우는 허둥지둥하며 외쳤다.“
임완유는 예천우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동생을 보며 감동에 젖어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천우야, 정말 고마워.”만약 예천우의 꾸짖음과 조언이 없었다면 동생이 이렇게 책임감 있고 당당하게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임선호가 열심히 무술을 연습한 것도 분명 예천우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비록 싸움 도중 몇 번 다치기는 했지만 임선호는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상대와 끝까지 맞섰고 치열한 싸움 끝에 마침내 그들 모두를 물리쳤다.예천우가 직접 나섰다면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임선호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듯 가만히 지켜보았다.그 모습에 임완유뿐만 아니라 허가연의 부모들도 속으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임선호의 실력이 아직 부족할지라도 그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그런 끈기와 단호함이 허가연의 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허가연의 부모는 속으로 어쩌면 임선호가 정말로 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전에 임선호에 대한 정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손씨 가문의 일만 잘 넘어간다면 더는 임선호와 허가연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싸움이 끝나자마자 허가연은 달려가 임선호를 걱정하며 연신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임선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 정도 상처쯤이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그 말에 허가연은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반면 임선호가 뿌듯해하는 모습에 손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히 강지혜와 손동욱은 주성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허씨 가문 사람들이 뿌듯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성한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주성한 또한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고 분노와 불만이 치밀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고 위로는커녕 비난만 받으니 정말 못마땅했다.오히려 손승우가 황급히 주
주변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전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오히려 손씨 가문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허성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예천우가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한이 갑자기 넘어지게 된 것도 어쩌면 예천우가 한 짓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때 허광호의 전화가 울렸고 사부님이었다. 주성한과 강지혜의 다툼을 뒤로 한 채 그는 서둘러 전화기를 들고 한쪽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사부님!”“그래. 네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셔?”위무권관의 관장인 진은수는 마침 허씨 저택 근처에 있었고 얼마 전에 허성태의 몸 상태를 진단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들를 겸 전화를 걸었다.“계십니다!”허광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서둘러 물었다.“사부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뭐든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사부님은 아주 높으신 분이니 사부님 곁에 머물 기회만 주어져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허씨 가문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에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 앞으로 좋은 점이 많았다.“별일 아니야. 근처에 있어서 그냥 네 아버지 보러 들르려고.”진은수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허광호는 집안에서 난리가 난 걸 언급할지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삼켰다. 사부님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번에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손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공격하려 든다면 사부님이 눈앞에 계시는데 그냥 넘어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부님은 동성 4대 가문들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한 인물이었다.위무권관 관장은 동성에서 명망 높은 사람이었다.진은수는 무공이 절정에 달해 언제든 종사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실력자였고 그의 부하 중에는 뛰어난 강자들도 많았다.그래서 누구든지 진은수의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허광호는 지금
허성태는 이 광경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정말 끝났어. 살아남기 힘들 거야.’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심지어 허가연조차 그런 분위기였다.하지만 임선호와 임완유는 달랐다. 특히 임완유는 예천우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이 정도로는 그를 위협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예천우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 안심할 수 있었다.예상대로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견과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 주성한의 다리에 명중했고 주성한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다.원래라면 손이라도 짚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손마저 힘이 빠져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주변 사람들은 이 광경에 멍해졌다.주성한이 대단한 기세로 예천우에게 돌진했는데 결과는 그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이게 무슨 자세인가요? 제가 아무리 무서워도 굳이 이렇게 엎드려 절할 필요는 없잖아요?”“이, 이 자식이...”주성한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고 뭔가에 당한 게 분명했다.손승우도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 사부님,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일어나서 저 녀석을 박살 내세요!”자신이 돈을 들여 고용한 무술 고수가 이렇게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꼴을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다리와 손의 통증도 마다하고 다시 예천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에 그는 예천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다 예천우가 다시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게 고작 견과류라는 걸 알고는 경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해도 피할 수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무릎에 다시 견과류를 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양새가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꼴이 되니 다들 어이없어했다.손승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