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예천우는 오히려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그건 정해영 씨가 가인이의 진정한 생활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죠. 가인이의 신분이면 삼시 세끼 산해진미만 먹을 수 있어요.”진가인이 그의 여동생이기 때문에 그의 능력으로 가인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얻어 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었다.하지만 정해영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특히 예천우가 진지한 모습으로 허풍을 떠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고유상과 다른 사람도 당연히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렇게 대단하다면 오늘 저녁밥은 예천우 씨가 사는 게 어때요?”“제가요? 왜요? 여러분들과 친척도 친구도 아닌데, 제가 왜 사야 하죠?”예천우가 고개를 저었다.“됐어. 이 사람이랑 말다툼하지 말자. 오늘 유미령의 남자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했었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우리 함께 이 사람을 단단히 혼내주자고.”주우진은 이런 핑계를 대고 오늘 밤 예천우를 혼내주려고 다짐했다.“그래. 우리가 이제 딱 두 시간만 더 주자고.”유미령이 차갑게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요. 지금 전화 쳐서 확인해 보세요. 제 생각에는 유미령 씨 남자 친구는 이미 갇혀 있을 겁니다.”‘이 정도 시간이면 담양이 이미 손을 썼겠지.’방금 담양이 회의를 중지시키고 그 자리에서 홍무를 바로 제압했다는 사실을 예천우는 모르고 있었다.“예천우 씨, 정말이에요?”예천우이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유미령은 갑자기 알 수 없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니 그럴 수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저 자식은 분명히 허풍을 떨고 있는 게 분명해. 절대 속아서는 안 돼.’“물론이죠.”예천우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좋아요. 전 절대 겁먹지 않을 거예요.”유미령은 휴대 전화를 꺼내 바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두 번 연속 전화해도 홍무는 받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살짝 긴장했다.다행히 세 번 만에 그가 드디어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건너편에서 홍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지만 지금 홍무의
유미령이 휴대 전화의 스피커를 켜고 있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화가 치밀어 오른 홍무가 큰소리로 울부짖는 험한 욕설을 전부 들었다.순식간에 모든 사람이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사람들은 그 순간 홍무가 유미령이 했던 말 때문에 지금 벌을 받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런 이유 때문에 홍무가 이렇게 절망적이고 분노에 찬 소리로 말했다.유미령은 놀라서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망연한 표정으로 물었다.“오, 오빠, 왜 그래?”“왜 그러기는 개뿔. 네 온 가족을 전부 죽여버리겠어! 네가 미련하면 그만이지 왜 나까지 끌어들이는 거야. 상대방을 바보 새끼라고? 내가 보기에는 네가 가장 멍청한 바보 새끼야!”홍무는 정말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무슨 일인지 계속 몰랐지만 이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 문제의 근원은 사귄 지 얼마 안 되는 여자 친구에게 있었다.유미령은 놀라서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때 그녀는 마침내 예천우가 정말 담 대표에게 전화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정말 자기 남자 친구를 해친 셈이었다.그녀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고 변명하고 싶었다.하지만 홍무는 그때 이미 전화를 끊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순순히 자신이 저질렀던 잘못들을 전부 고백할 수밖에 없었다.담 대표가 주최한 대형 회의를 하던 중에 바로 회의를 중단하고 공손하게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상대는 생각하지 않아도 무서운 신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그런 사람을 건드렸으니 솔직하게 전부 사실을 말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전혀 없었다.전화가 끊기자 유미령의 얼굴은 창백해졌다.모든 사람도 몸을 떨면서 고개를 돌려 불가사의한 눈빛으로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방금 그는 정말로 담 대표님과 통화를 했다.그들은 담 대표와 통화를 할 수 있는 예천우가 어쩌면 대단한 사람이겠다고 생각했다.정해영도 놀라서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모든 사람도 방금 자신의 했던 행동을 생각하자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웠다. 유미령이 어떻게 되든 그들은 관심이 없었다
진가인은 마음이 약해졌지만 유미령이 예전에 했던 짓을 생각하자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제 와서 우리가 동창이라고? 그러면 네가 예전에 했던 짓들은 동창이라는 사람이 할 짓이야? 네가 예전에 날 도와준 일 한 가지만 말할 수 있다면 도와줄게.”유미령은 잠시 멈칫하다가 머리를 쥐어짜며 생각했지만 전부 자신이 진가인을 괴롭히거나 비난했던 일만 생각이 났다.정말 단 한 가지도 생각나지 않았다. 아침밥을 사줬다거나 이런 사소한 일도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고통스러웠다.절망감을 느낀 유미령은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가인아,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예전에 나는 인간도 아닌 나쁜 놈이었어. 부탁하는데 제발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되겠어? 날 도와준다면 돈을 줄게. 2,000만 원, 부족하면 4,000만 원. 아니면 이렇게 하자. 내가 2억 원을 줄게. 나에게는 그것밖에 없어.”그 광경에 사람들은 잠시 멍해졌다.하지만 남의 일이라 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예천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그 2억 원이 부족하지 않아요.”“2억 원이 부족하지 않다고요? 평생 그렇게 많은 돈을 본 적도 없잖아요.”고유상은 예천우가 너무 나대자 차마 볼 수 없었다. 그는 방금 자세히 예천우라는 사람을 관찰하며 분석했다. 특히 예천우가 입은 옷차림을 뚫어져라 보았다.게다가 가장 중요한 건 예천우의 기세는 하나도 무섭지 않았고 진가인을 순순히 따르는 것을 보자 그는 예천우가 전혀 실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그래서 고유상은 나서서 유미령에게 말했다.“미령아, 저 사람한테 빌 필요는 없어. 내 생각엔 저 사람은 네 남자 친구를 도울 방법이 없는 것 같아. 아니면 네가 2억 원을 준다고 했을 때 무조건 바로 승낙했을 거야.”“하지만 저 사람의 신고 전화 때문에 내 남자 친구가 잡혔잖아요.”유미령이 대답했다.“신고 전화는 누가 해도 다 마찬가지야. 네 남자 친구는 천하 그룹 구매 부서의 매니저잖아. 그건 아주 중요한 직위지. 대표님이 그런
많은 사람이 유미령의 말에 공감하자 정해영도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녀는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특히 진가인이 예천우가 대단하다는 말을 여러 번 했었고 게다가 그녀는 진가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진가인은 절대 큰소리치는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은 유미령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녀는 더욱 기고만장해서 예천우에게 비아냥거렸다.“예천우 씨의 운은 딱 여기까지예요. 감히 내 남자 친구를 해치려 하다니, 이번에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나왔다. 그들의 무식함도 우스웠고 그렇게 빨리 변하는 얼굴도 우스웠다.유미령이라는 한 여자가 불쌍하게 무릎을 꿇은 것을 보았을 때 그는 마음속으로 약간 동정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자신은 마음이 정말 너무 너그러웠다.유미령이 그런 말을 하자 방금 그녀를 도와줄 뻔했던 진가인은 더욱 화가 났다.“도대체 누가 대가를 치를지는 아직 몰라. 무슨 소씨 집안이 나선다고. 소씨 집안 둘째 도련님이 천우 오빠를 보면 어떤 모습인지 알아?”“소씨 집안 둘째 도련님? 혹시 소씨 집안의 도련님 소문하를 말하는 거야?”고유상이 물었다.“그래. 바로 그 사람이야!”진가인이 대답했다.“소씨 도련님이 어때서? 진가인, 혹시 소씨 집안의 둘째 도련님도 네 남자 친구를 보면 체면을 세워줘야 한다고 말하려는 거야?”고유상은 말하면서 웃음을 터뜨렸다.진가이는 반박하려 했다. 그건 체면을 세워주는 게 아니라 분명히 공손하게 대하는 것이었다.하지만 고유상은 계속하여 비아냥거렸다.“진가인, 넌 소씨 집안 둘째 도련님이 지금 어떤 신분인지 모르고 있나 봐. 지금 그는 명실상부한 가주라고. 소씨 집안 전체를 손안에 넣고 있는 사람이야. 네 천우 오빠는 말할 것도 없고 천해 시 전체를 봐도 소문하가 안중에 두는 사람이 몇 명 없어. 그러니까 다음에는 좀 현실을 자각하면서 허풍을 떨라고. 혹시 네 남자 친구한테 허풍 떠는 병이 옮은 게 아니야?”진가인의 말을 들은
그 말을 들은 유미령은 화가 치밀어 올라서 입을 열려고 했다.하지만 고유상이 그녀에게 말했다.“미령아, 저 사람과 쓸데없는 소리를 할 필요는 없어. 일부러 말을 돌리고 있는 걸 못 봤어?”“방금 소씨 집안 도련님께 전화한다고 하지 않았어요? 설마 전화를 못 하는 건 아니겠지요?”사람들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계속 수군거렸다.“그러니까. 오죽했으면 그렇게 쓸데없는 말만 나불댔겠어.”“정말 바보 같으니라고.”진가인은 그들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터질 것만 같았다.예천우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들이 전화하라고 강요하면 화를 못 이겨 전화할 예천우가 아니었다.하지만 그는 진가인의 억울해하는 표정을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전화 치면 되죠. 너무 쉬워요. 다만 제가 전화했다 해도 여러분은 소문하라는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요?”“감히 소씨 집안 도련님의 이름을 직접 부르다니. 도련님께서 아시면 예천우 씨는 바로 죽을 수 있어요.”고유상은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제가 예전에 소씨 집안 도련님과 함께 밥을 먹은 적이 있어요. 그와 아는 사이죠.”“확실해요? 제가 이따가 영상통화 할 때 또 모르는 사람이라 하지 마세요.”예천우가 말하자 고유상이 재빨리 반박했다.“물론 알죠. 절대 저를 속일 생각하지 말아요.”“좋아요. 그러면 지금 바로 전화할게요.”예천우는 정말 휴대 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사람들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 유미령도 마음이 저도 모르게 조마조마했다.방금 그가 담양에게 전화했을 때도 그녀는 믿지 않았지만 나중에 정말 전화가 통했다. 그녀는 아까처럼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고유상도 얼굴색이 좀 변했지만 이내 진정을 되찾고 말했다.“예천우 씨, 이제 연기 그만하세요. 다른 사람은 겁먹을 수 있어도 저는 전혀 두렵지 않아요.”“좋아요. 계속 이런 모습 보여주세요.”예천우는 소문하에게 직접 영상통화를 걸었다. 소문하는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 그는 받자마자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천우 형님!”예천우가 휴대
정해영은 경악스러운 표정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즉시 고개를 돌려 고유상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창백했고 입술을 떨고 있었다.완전히 겁에 질린 모양이었다.‘아니, 이건 말도 안 돼. 영상 통화를 하는 상대가 정말 소문하였어. 맙소사, 가인은 도대체 어디서 이런 남자 친구를 사귀었을까. 어쩐지 예천우가 결혼했다 해도 가인이 그를 그렇게 좋아하더라니.’그녀는 지금 다시 예천우를 바라보니 그의 몸에서 뭔가 남다른 빛이 나는 것 같았다.조금 전의 평범한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독특한 매력이 가득해 사람을 빠져들게 하는 것 같았다.사람들도 곧 고유상의 이상한 모습을 발견하고 마음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해서 입을 떡하니 벌렸다.‘설마 정말 소씨 집안의 도련님이야?’유미령은 소문하를 몰랐었기에 믿기 어려운 표정으로 고유상을 바라보며 긴장한 어조로 물었다.“유상 오빠, 오빠...”두려움 속에서 불현듯 정신을 차린 고유상은 쿵 하고 무릎을 꿇었다.그는 다리에 힘이 풀렸고 온몸이 놀라서 나른해졌다.“천우 씨, 죄송해요. 제가 잘못했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눈이 멀어서 무례하게 행동했어요. 제발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예천우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러지 마요. 아까 그렇게 대단하다면서요? 날 혼내주겠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니면 뒤에서 유상 씨를 돌봐준다는 소씨 집안 도련님께 도움을 청해봐요. 소씨 도련님이라면 유상 씨를 도와서 저를 혼내주겠네요.”“저 새끼를 돕는다고요? 천우 형님, 저 자식을 바로 죽여버리고 싶어요!”소문하도 전화로 예천우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호통쳤다.“어디서 온 개새X가. 감히 내 이름을 팔면서 우리 천우 형님을 건드리다니. 널 죽이지 않으면 난 소문하가 아니야.”소문하는 정말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천우 형님은 어떤 신분이고 어떤 능력을 갖춘 사람인데. 소씨 집안도 그의 말 한마디 때문에 천지개벽의 변화를 불러일으켰다.지금 어떤 사람이 자기 이름을 팔면서 천우 형님을 건드
하지만 이런 결정을 내린 건 결코 소문하의 충동적인 행위가 아니었다. 사실 그는 최근에 소우림의 많은 문제를 발견했고 때마침 그를 소씨 집안에서 쫓아내려고 했다.하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소문하가 독단적인 결정은 내린 줄 알고 더 두렵게 느껴졌다.모든 사람이 무서워서 몸이 떨렸다.가장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은 바로 고유상이었다.“고씨 집안이라 했지. 미리 말해 줄게. 3일 이내에 고씨 집안은 반드시 망할 거야. 그렇게 되지 않으면 내가 성을 바꾸겠어.”소문하가 차갑게 말했다.그가 이렇게 한 원인도 사실 예천우에게 보여주려는 것이었다. 천우 형님께서 직접 전화가 왔으니, 뭐라도 해드려야 했다.“그리고 고유상. 천우 형님께 목을 조아리며 용서를 구하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내년 오늘이 바로 너의 제삿날이야!”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또 한 번 놀라서 멍해졌다.‘정말 고유상을 죽이려는 걸까!’많은 사람이 저도 모르게 얼굴이 창백해졌고 두려워서 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하지만 고유상의 곁에 있던 장미연은 오히려 암흑 속에서 빛을 본 듯한 시선으로 예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뜻밖에도 가인의 남자 친구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다니. 어쩌면 천우 씨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지도 몰라.’그럴 수만 있다면 그녀는 더 이상 고유상의 괴롭힘을 받지 않아도 되었다.고유상은 지금 너무 놀란 나머지 몸이 나른해졌고 가랑이 사이로 저도 모르게 오줌이 흘러내렸다.고약한 냄새가 퍼졌다.유미령은 완전히 멍해졌다. 고유상도 이렇게 무서워할 줄은 전혀 몰랐다. 하지만 방금 소씨 도련님의 말을 생각하니 고유상이 이렇게 놀라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그 순간 그녀는 마침내 예천우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다. 4대 가문 중 하나인 소씨 집안도 그에게 잘 보여야 했으니 말이다.그녀는 또 방금 예천우가 담양에게 전화를 걸었던 장면이 떠올랐다.그러자 그녀는 더 이상 모든 것이 우연의 일치가 아니었음을 알았다. 예천우가 운이 좋아서 담 대표가 마침 그의 전화를 받았
이 장면을 본 진가인은 살짝 마음이 약해졌다. 확실히 고유상은 너무 비참했다. 그의 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했고 이마에도 피가 흘렀다.너무 불쌍해 보였다.모두가 멍해졌다. 고유상의 모습을 보니 긴장하기도 했고 오늘 벌어진 일이 믿기지 않았다.사람들은 진가인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멸과 조롱이 사라졌고 두려움과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리고 예천우를 무섭게 쳐다보았다.“진가인, 제발 살려줘. 제발.”고유상은 진가인이 마음이 약한 것을 알고 더욱 힘을 주며 계속 머리를 조아렸다.그러자 진가인은 차마 볼 수 없어서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됐어. 일단 일어서서 얘기해.”“알았어. 날 살려줄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할게. 무슨 일이든 상관없어.”고유상은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지금 고유상은 예전의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공손한 태도였다.“불쌍한 척 그만하고 똑바로 대답해. 장 선생님은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야?”진가인이 말했다.장미연은 예천우가 이렇게 대단한 사람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녀는 속으로 혹시 진가인이 자신을 구해줄 방법이 있을까 생각했다.만약 진가인과 예천우가 돈을 갚는 것을 도와준다면 앞으로 온 힘을 다해 이 2억 원을 열심히 벌어도 1년 동안 고유상의 노예가 되는 것보다 낫다.진가인의 말을 들은 고유상의 첫 반응은 혹시 장미연을 이용해 자기 목숨을 살려달라고 애원할 생각이었으나 이내 그런 생각을 부인했다.“장미연 씨의 동생이 도박으로 많은 돈을 잃었어. 빚이 너무 많아서 전혀 갚을 능력이 없어서 장 선생님이 나한테 돈을 빌린 거야.”“빚이 얼마야?”“2억 원.”“그렇게나 많아?”진가인은 깜짝 놀랐지만 이내 물었다.“그러면 장 선생님에게 무슨 짓을 시켰어?”“장 선생님은 방금 내 요구를 들어준 상황이라 간단한 스킨십 외에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고유상이 재빨리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진가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그렇다면 이 2억 원은 내가 대신 갚아 줄게. 앞으로 더 이상 장 선생님
‘저렇게 대단한 사람이 지금 내 눈앞에서 무릎을 꿇는다고?’강지혜도 전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손승우가 평소에 자존심 하나는 강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이런 행동을 한다니 말이다.손승우가 느끼고 있는 공포가 얼마나 큰지 고스란히 드러났다.손승우는 무릎 꿇은 것도 모자라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소리쳤다.“너희 둘은 아직도 눈치 못 채고 뭐 하고 있어? 당장 이리 와서 무릎 꿇어! 오늘 바로 너희가 여기서 제멋대로 굴었기에 용왕님의 미움을 사게 된 거야. 빨리 와서 용왕님께 사죄드리지 않고 뭐 하는 거야!”그는 속으로 강지혜와 손동욱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동성에서 영향력을 떨치는 진은수조차 용왕님 앞에서 무릎을 꿇는데 너희들이 뭐라고 감히 편하게 서 있는 거야?’강지혜는 얼굴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잘 알기에 마지못해 손승우의 눈치를 보며 조용히 무릎을 꿇었다.오히려 손동욱은 강지혜보다 빨리 나서서 무릎을 꿇더니 다급히 입을 열었다.“용왕님, 정말 잘못했습니다. 제가 무식해서 용왕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실례를 범했습니다.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그런데 강지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손승우는 답답한 마음에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쳤다.“평소에는 재잘재잘 말 잘하더니 왜 지금 와서 말이 없어? 당장 용왕님께 사죄하지 못해? 정말 우리 손씨 가문이 멸망하길 바라는 거야?”그러자 강지혜는 굳은 표정으로 억지로 입을 열었다.“저... 잘못했습니다. 용왕님...죄송합니다.”강지혜는 오랜 세월 동안 손씨 가문의 사모님으로서 남들의 존경을 받으며 살아왔고 지금처럼 이렇게 비참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것이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다.손승우는 아내와 아들이 모두 무릎 꿇고 사죄하는 모습을 확인하자 서둘러 예천우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용왕님, 정말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용서해 주신다면 어떤 조건이라도 따를 것입니다. 무엇이든 말씀만 해 주십시오.”손승우의 태
허성태와 조은희의 흥분한 표정과 달리 손승우 일가족은 완전히 다른 감정에 사로잡혀 있었다. 손승우의 아들인 손동욱은 평소에도 용왕님의 신비로운 강함을 동경해 왔으나 막상 자신이 용왕님 앞에서 건방지게 굴었다는 사실에 그야말로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어쩌면 지금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도 기적이었다. 용왕님의 차가운 시선이 자신을 스치자 손동욱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너무 놀랍고 두려워서 하마터면 오줌을 쌀 뻔했다.강지혜도 한껏 굳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사나운 모습으로 악다구니를 퍼붓던 그녀는 이제 그 기세가 완전히 꺾였고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손승우는 표정이 더욱 참담했다. 조금 전 주성한의 수상한 행동을 되돌아보면 뭔가 심상치 않았다는 걸 깨달아야 했다. 그동안 그는 분노와 손씨 가문의 실력에 취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채 눈이 멀었던 자신이 미칠 듯이 후회스러웠다.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 봤자 소용없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모든 걸 수습하는 일이었다.그렇지 않으면 용왕님이 화를 내면 손씨 가문은 반드시 멸망될 것이다.허종우와 허광호 또한 그동안 예천우에게 무례하게 군 일을 떠올리자 멍해져 있었다.예천우에게 건방지게 굴고 못마땅해하며 험담을 늘어놓고 심지어 혼내 주겠다고까지 했다.허성태가 그들을 막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을 것이고 지금쯤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은 그저 겁에 질려 예천우를 쳐다볼 뿐이었다. 이제 와서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예천우의 아우라가 너무 강력해 감히 다가갈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허가연 또한 멍한 상태로 예천우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예천우의 실력과 영향력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허가연 역시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형부가 이토록 대단한 인물일 줄이야. 정말 전혀 예상치도 못했어.’예천우는 주변의 시선이나 반응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은 채 진은수의 긴장된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손승우는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순간 멍해졌다.‘내가 언제 용왕님을 무시했단 말이지? 게다가 누가 용왕님이야? 설마 전설적인 용문의 용왕님을 말하는 건가? 내가 무슨 수로 감히 용왕님 앞에서 큰소리를 쳤다고 저러는걸 까? 잠깐만 혹시... 저 젊은이가 용왕님이라는 걸까?’손승우는 아득한 충격에 빠졌다.‘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그 순간 다른 사람들도 손승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방 안의 사람들 대부분이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보며 그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다.허종우 역시 눈을 크게 뜬 채 그를 쳐다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허광호는 무슨 상황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혼란스러워하다가 물어보려는 순간 진은수가 손승우를 꾸짖더니 돌아서서 예천우에게 무릎을 꿇고 정중하게 인사하는 걸 보았다.“용문 4대 사자 진은수가 용왕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용왕님께서 이곳에 몸소 강림하셨는데도 제가 직접 맞이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그의 말이 끝나자 방 안은 숨죽인 듯 고요해졌고 모두 숨을 들이마시며 그 충격에 사로잡혔다. 이전에 예천우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던 사람들도 진은수가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자 완전히 이해했다.진은수가 용문 4대 사자라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고 그가 용왕님이라고 부르며 경의를 표한 예천우의 정체가 확실해졌다.진은수가 용문과 관련이 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이제 눈앞에서 확인이 되었다.게다가 예천우가 그토록 강력한 위치에 있는 용왕님이라는 사실은 모든 이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손승우를 비롯한 모든 사람은 믿기 어려운 현실 앞에서 그저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저 겉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듯 보였던 예천우가 바로 그 전설 속의 인물이라니 말이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 또한 충격에 빠졌다. 진은수의 높은 위치를 알고 나서는 예천우가 인맥으로 도움을 청한 줄 알았으나 사실 그는 예천우의 휘하에 있는 사람이었고 심지
진은수의 강렬하고 압도적인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방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은 순간 멍해졌다.자연스레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한 위풍당당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그의 움직임과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을 보면 결코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손승우는 그 목소리를 듣고 얼굴이 굳어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과연 위무권관의 관장 진은수였다. 진은수는 일반 권관의 관장이 아니었다.그의 문하 제자 중에서도 보통 신분이 아닌 사람들이 많았다. 각지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들조차 그에게 자녀를 맡길 만큼 그의 권위는 대단했다. 허광호 역시 그의 제자 중 하나였으나 다른 진정한 고수들에 비하면 한참 부족했다.그렇다고 해서 손씨 가문이 진은수를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에 손승우가 그에게 깍듯하게 대했던 건 어느 정도의 존경심 때문이었지 손씨 가문이 진은수에게 굴복할 정도는 아니었다.손승우는 그저 진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약간의 예의를 지켰을 뿐이었다.지금 진은수가 예천우를 위해 나섰다는 상황에 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놀라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허광호는 경외의 눈빛으로 나서서 한 걸음 앞으로 나가 고개를 숙였다.“사부님, 오셨군요!”진은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을 뿐 아무 말 없이 성큼성큼 예천우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허성태도 공손하게 그에게 인사했다.“진 관장님, 안녕하세요!”그는 허성태의 인사에도 응하지 않았고 마치 주변의 모든 사람이 자신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존재인 듯 무시하는 태도로 곧장 예천우에게 다가갔다.이 모습을 본 임완유와 임선호 남매도 눈을 휘둥그레 뜨며 진은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정체와 위압감에 놀란 두 사람은 진은수가 자신들보다 훨씬 높은 위치에 있는 인물임을 직감했다. 게다가 손대우의 얼굴이 확연히 변해 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 또한 존경의 눈빛으로 진은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상황을 보니 진은수는 확실히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임이 틀림없
“아까 했던 말씀 기억 안 나세요? 분명 사모님은 우리 허씨 가문을 순식간에 없앨 수 있다고 했어요. 그렇게 강한 가문도 상대하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보고 어쩌라는 말씀이죠?”“너!”강지혜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주성한이 더 이상 손승우를 때리지 않고 멈췄다. 예천우가 멈추라고 지시하지 않았음에도 더 때렸다간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이때 손승우의 얼굴은 이미 맞아서 본래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형체가 망가졌다. 그나마 겨우 서 있을 수 있는 정도였다. 주성훈이 완전히 제어하지 않고 때렸다면 그 실력으로 두어 번만 더 때렸어도 손승우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손승우는 자신이 굴욕을 당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분노와 좌절감을 느꼈다. 그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왜 고작 몇 사람만 데려와서 이런 사태를 맞이하게 됐을까? 차라리 경찰이나 다른 고수를 데려왔다면 이렇게 어린 녀석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말이야.’주성한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서서 예천우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예천우 씨,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아주 잘했어요.”예천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번 일은 여기서 끝내죠. 이 정도면 주성한 씨의 실수는 없었던 걸로 해줄게."“감사합니다. 예천우 씨!”주성한은 감격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역시 대인배답게 용서해 주는 예천우의 아량에 그는 깊이 감동했다.“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주성한은 더 이상 이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앞으로 닥쳐올 손씨 가문의 보복에 대비해 미리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그래요. 가보세요.”예천우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허씨 가문의 사람들은 예천우가 주성한을 쉽게 보내는 것을 보고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순순히 따르는 주성한을 왜 그냥 놓아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예천우가 주성한을 이용해 손씨 가문을 상대하지 않으니 예천우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주성한이 남아 있다면
이 말에 모든 사람이 다시 멍하니 얼어붙었다.허광호와 허종우는 입을 떡 벌린 채 예천우가 곧 손씨 가문의 주성한에게 혼쭐날 것이라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성한이 예천우에게 사과할 줄은 전혀 몰랐다.허가연의 부모들도 역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허성태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설마 주성한이 예천우의 실력을 알아차린 걸까?’손동욱과 강지혜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졌다.얼굴이 새파래진 손승우는 주성한을 향해 소리쳤다.“주성한, 이게 도대체 무슨 짓이야?”하지만 주성한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예천우의 지시를 기다렸다. 예천우는 미소를 띠며 손승우를 가리키며 말했다.“그래도 눈치는 빠른 편이네요. 저 노인네를 심하게 혼내주시면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할게요.”그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한순간 멍해졌다. 손동욱과 강지혜에게 손을 댄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승우까지 두들겨 패라니 정말로 세상을 뒤집겠다는 소리였다.이제 모두의 시선이 주성한에게 집중되었다. 사람들은 과연 주성한이 어떻게 할지 궁금했다.주성한은 속으로 몹시 난처했다. 그는 손씨 가문의 재력과 권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손씨 가문의 재력과 인맥이면 나보다도 훨씬 대단한 고수들을 불러서 날 죽일 거겠지.’하지만 눈앞의 예천우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었다. 간단한 동작으로 자신을 완전히 제압한 이 상대에게 주성한은 지금 예천우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결심을 내렸다. 결국 손씨 가문 사람들이 먼저 자신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는데 더 이상 그들에게 충성을 바칠 이유가 없었다.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에 따라 손승우에게 다가가자 그제야 손승우는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예천우가 말한 노인네는 바로 손승우였다.손동욱과 강지혜는 주성한이 예천우의 지시를 따르는 걸 보고 혼란에 빠졌다. 손씨 가문의 권세를 잘 알고 있는 주성한마저 이렇게 나서는 건 전혀 예상 밖의 일이었다.손승우는 허둥지둥하며 외쳤다.“
임완유는 예천우 덕분에 완전히 달라진 동생을 보며 감동에 젖어 조용히 그에게 말했다.“천우야, 정말 고마워.”만약 예천우의 꾸짖음과 조언이 없었다면 동생이 이렇게 책임감 있고 당당하게 성장하진 못했을 것이다.임선호가 열심히 무술을 연습한 것도 분명 예천우의 영향을 받은 덕분이었다.비록 싸움 도중 몇 번 다치기는 했지만 임선호는 눈빛 하나 흔들림 없이 상대와 끝까지 맞섰고 치열한 싸움 끝에 마침내 그들 모두를 물리쳤다.예천우가 직접 나섰다면 이 정도 상대는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그는 임선호가 스스로 성장할 기회를 놓치지 않게 하려는 듯 가만히 지켜보았다.그 모습에 임완유뿐만 아니라 허가연의 부모들도 속으로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임선호의 실력이 아직 부족할지라도 그는 굴하지 않고 끝까지 싸웠고 그런 끈기와 단호함이 허가연의 부모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허가연의 부모는 속으로 어쩌면 임선호가 정말로 딸의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그전에 임선호에 대한 정보가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이제 손씨 가문의 일만 잘 넘어간다면 더는 임선호와 허가연의 결혼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까지 들었다.싸움이 끝나자마자 허가연은 달려가 임선호를 걱정하며 연신 다친 데는 없는지 확인했다.임선호는 아픈 몸을 이끌고도 밝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이 정도 상처쯤이야. 널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어.”그 말에 허가연은 감동으로 눈시울이 붉어졌다.반면 임선호가 뿌듯해하는 모습에 손씨 가문의 사람들은 얼굴이 일그러졌다. 특히 강지혜와 손동욱은 주성한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제대로 임무를 수행했더라면 이렇게까지 허씨 가문 사람들이 뿌듯해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주성한이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했다.주성한 또한 그 시선을 느끼고 있었고 분노와 불만이 치밀었다. 자신이 최선을 다해 싸웠지만 결과는 이 모양이고 위로는커녕 비난만 받으니 정말 못마땅했다.오히려 손승우가 황급히 주
주변 사람들은 그 장면을 보고 전부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무도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다.싸움이 시작되었는데 오히려 손씨 가문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허성태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도 이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 바라보는 사람이 더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는 예천우가 쉬운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한이 갑자기 넘어지게 된 것도 어쩌면 예천우가 한 짓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그때 허광호의 전화가 울렸고 사부님이었다. 주성한과 강지혜의 다툼을 뒤로 한 채 그는 서둘러 전화기를 들고 한쪽으로 물러나 전화를 받았다.“사부님!”“그래. 네 아버지가 지금 집에 계셔?”위무권관의 관장인 진은수는 마침 허씨 저택 근처에 있었고 얼마 전에 허성태의 몸 상태를 진단해 주겠다고 한 약속을 떠올리며 들를 겸 전화를 걸었다.“계십니다!”허광호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고 서둘러 물었다.“사부님,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뭐든 제가 처리하겠습니다.”사부님은 아주 높으신 분이니 사부님 곁에 머물 기회만 주어져도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허씨 가문은 아직 충분히 강하지 않았기에 이 관계를 더 돈독히 하면 앞으로 좋은 점이 많았다.“별일 아니야. 근처에 있어서 그냥 네 아버지 보러 들르려고.”진은수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허광호는 집안에서 난리가 난 걸 언급할지 생각하다가 이내 말을 삼켰다. 사부님의 어마어마한 무공을 생각하면 오히려 이번에 잘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만약 손씨 가문이 허씨 가문을 공격하려 든다면 사부님이 눈앞에 계시는데 그냥 넘어가시지는 않을 것이다. 게다가 사부님은 동성 4대 가문들도 감히 함부로 대하지 못할 만한 인물이었다.위무권관 관장은 동성에서 명망 높은 사람이었다.진은수는 무공이 절정에 달해 언제든 종사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실력자였고 그의 부하 중에는 뛰어난 강자들도 많았다.그래서 누구든지 진은수의 체면을 챙겨줘야 했다.허광호는 지금
허성태는 이 광경을 보며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이 녀석은 정말 끝났어. 살아남기 힘들 거야.’주변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생각하는 눈치였고 심지어 허가연조차 그런 분위기였다.하지만 임선호와 임완유는 달랐다. 특히 임완유는 예천우의 실력을 여러 번 목격했기에 이 정도로는 그를 위협할 수 없다고 확신했다.게다가 예천우가 여유로운 태도를 보이고 있어 더 안심할 수 있었다.예상대로 예천우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오른손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견과류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 주성한의 다리에 명중했고 주성한은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져 땅바닥에 쓰러졌다.원래라면 손이라도 짚고 균형을 잡을 수 있었겠지만 이상하게도 손마저 힘이 빠져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주변 사람들은 이 광경에 멍해졌다.주성한이 대단한 기세로 예천우에게 돌진했는데 결과는 그가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예천우는 가볍게 웃으며 비꼬듯 말했다.“이게 무슨 자세인가요? 제가 아무리 무서워도 굳이 이렇게 엎드려 절할 필요는 없잖아요?”“이, 이 자식이...”주성한은 속이 뒤집히는 듯했고 뭔가에 당한 게 분명했다.손승우도 잔뜩 화가 나서 소리쳤다.“주 사부님, 이게 뭐 하는 겁니까! 당장 일어나서 저 녀석을 박살 내세요!”자신이 돈을 들여 고용한 무술 고수가 이렇게 바닥에 나가떨어지는 꼴을 보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주성한은 이를 악물고 일어섰다. 다리와 손의 통증도 마다하고 다시 예천우에게 다가갔다. 이번에 그는 예천우의 행동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러다 예천우가 다시 무언가를 던지는 것을 포착했는데 그게 고작 견과류라는 걸 알고는 경악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해도 피할 수 없었다.결국 주성한은 무릎에 다시 견과류를 맞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번에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모양새가 되었다.주변 사람들은 다시 한번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모양새가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두 무릎을 꿇고 절하는 꼴이 되니 다들 어이없어했다.손승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