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복해요. 정말 승복해요!” “승복해요!” 맨틀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그는 세상에 누가 곡을 이렇게 기적적으로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것도 용국 사람이 말이다. 보아하니 옛 친구가 자신을 속이지 않은 것 같다. 용국은 정말 유구한 역사를 지닌 마법의 고대 국가였다. 고대부터 현재까지 너무나 많은 신비하고 전설적인 인물과 사물들이 탄생했다. 임완유는 이미 극도로 흥분한 상태였다. 그녀는 지금까지 이렇게 예천우에게 큰 호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게다가 예천우는 자신에게 피아노를 칠 줄 안다는 말을 하지 않았고, 그녀는 피아노를 예로 들며 두 사람이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했었다. 어쩌면 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은근히 자신을 비웃었을지도 모른다. 그에 비해 유걸은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 특히 임완유가 격앙된 듯 예천우를 바라보는 모습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안 돼, 이대로는 절대 안 돼. 이때 예천우가 돌아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완유, 나 가야 해. 너는 어떻게 할 거야?” 그는 사람들이 감동해 흥분한 것을 보았고, 만약 그가 계속 이곳에 머무른다면 많은 방해를 줄 것이라 생각했다. “급한 일 있어? 무슨 일이라도 있어?” 임완유가 물었다. “아무 일 없어. 난 간다.” 예천우는 사람들의 시선을 눈치채고 재빨리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선생님, 잠시만요.” “잠깐만요......”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이 젊은이에 대해 사람들은 아무것도 심지어 이름도 알지 못했다. 임완유도 예천우가 왜 그곳을 떠나려는지 알아채고 일어나서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유걸도 자연스럽게 따라 나왔다. 밖으로 나온 임완유는 예천우를 따라잡으며 말했다. “우리 차에 타.” “나도 차 갖고 왔어!” 예천우는 멀리 있는 자신의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임완유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잘됐다. 내가 네 차를 타고 가면 유걸에게 부탁하지 않아도 돼!” 사
“아니, 내가 산 거야.” “네가 샀다고? 이 차 꽤 비싸 보이던데.” “비싸긴 하지. 원래는 오천 만 원짜리 사려고 했는데 어린 아가씨가 괴롭힘을 당하는 게 보기 싫어서 나도 모르게 7억짜리를 사버렸어.” “아가씨가 너무 예뻐서 그런 거 아니야?” “응. 한 쌍의 눈이 말하는 것 같았어.” “그렇게 좋은데 왜 집으로 데려가지 않고?” “집에는 아내가 있잖아.” “너도 아내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아냐?” “예천우, 여자를 찾고 싶어도 한 달 후에 이혼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 임완유는 분노해서 말했다. 그녀는 자기가 어떤 심리인지 몰랐다. 예천우가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함께 있으면 왠지 편했다. 게다가 그가 다른 여자와 있는 걸 싫었다. “고작 한 달, 눈 깜빡할 새에 지나갈 거야. 미리 준비를 해야 그때가 되어서 연결할 수 있지.” “연결은 개뿔, 그전에 내가 널 고자로 만들 거야.” 임완유는 화가 나서 말했다. “알았어. 연결하지 않을게.” 예천우는 고개를 흔들었다. ‘얼음같이 차가운 여자가 이렇게 난폭한 면이 있다니.’ 임완유는 자신의 이상을 알아채고 평정심을 되찾아 냉담하게 말했다. “내가 너의 일을 상관하고 싶은 게 아니라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 봐 그런 거야.” “알았어.” “잠깐, 7억? 너 그 큰돈 어디서 났어?” “카드로 결제했지.” 예천우는 용등 블랙카드를 꺼내 웃으며 말했다. “바로 이거야!” 임완유는 멍해서 보더니 카드를 받아서 던졌다. “예천우, 넌 내가 바보로 보이냐?” “아니.” “됐어, 집에 도착하면 나 불러!” 예천우가 말을 하지 않자 임완유는 더 이상 대꾸를 하지 않고 눈을 감고 휴식했다. 그리고 요즘 너무 힘들었는지 자리에 앉은 채 잠이 들어버렸다. 예천우는 그녀가 잠든 모습을 보자 옷을 걸쳐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별장 앞에 도착해서 손을 뻗어 그녀를 깨우려고 할 때 눈을 뜨더니 경계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뭐 하려는 거야?” “널 깨우려고.”
예천우는 어이가 없었고, 이런 나이 많은 여자와 상대하고 싶지 않아 어깨를 으쓱거리고 바로 몸을 돌려 가버렸다.유은수는 그 모습을 보고 바로 화가 솟구쳐 그를 붙잡고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임완유는 다급히 말했다."엄마, 부르지 마요. 정말 예천우가 자기 돈으로 산 거지 내가 준 게 아니에요.""말도 안 돼. 저 산에서 내려온 촌놈이 어디서 몇천만 원을 꺼내?""나도 몰라요. 하지만 확실히 예천우가 직접 산 거예요."임완유가 말했다."됐어. 엄마가 어린애야? 그렇게 속이기 쉽게? 너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먼저는 바로 이혼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니, 지금은 또 이렇게 많은 돈을 주고. 너 설마 쟤한테 약점이라도 잡혔어?""아니에요. 진짜 엄마가 너무 깊게 생각하신 거예요.""그럼 다행이고. 저 예천우는 정말 뻔뻔해. 남자가 돼서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어? 완유야, 엄마가 말이 많다고 생각하지 마. 저 녀석 얼마나 교활한지 몰라. 유걸이처럼 매너 있고 믿음직스럽지 않아. 꼭 조심해야 해."유은수가 일깨워 주었다."네, 주의할게요.""그럼 됐어. 평소에 유걸이랑 많이 만나고 얘기도 나누고 그래. 유걸이 처럼 성실하고 우수한 착한 아이야말로 네가 자주 만나야 할 사람이야. 그리고 예천우같은 쓰레기는 정말 화근이다."유은수는 이 말을 내뱉고 씩씩거리며 떠났다.그녀는 정말 그 수천만 원이 너무 아까웠다. 만약 유걸에게 투자를 했다면 적어도 몇 조 원, 심지어 수십 조가 될 수 있다. 지금 그저 이렇게 낡은 차 한 대만 가지고 돌아왔으니 무슨 쓸데가 있을까?하지만 딸이 예천우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다른 것 같으니 그 녀석을 계속 임 씨 집안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문제가 생길 것이다.임완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예천우의 돈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있어 설명할 수가 없었다.아마도 전에 만난 그 예쁜 여자의 돈일 가능성이 크다.안으로 들어가 예천우를 본 임완유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때 그저 상대의 명함을 한 번 보았을 뿐이지만 이미 번호를 기억했다."여보세요! 천, 천우 오빠. 제발 저 좀 도와주실래요?"수화기 너머에서 울먹이며 애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그 외에도 다른 소리들이 은은하게 들려왔다."너한테 준비할 시간을 그렇게 많이 줬는데, 2000만 원도 못 모아? 그러고 나한테 어머니를 구해 달라고 부탁할 염치가 있어? 내가 한마디만 할게. 만약 반 시간 내로 수술을 시작하지 않으면 네 어머니는 반드시 죽을 거야. 정말 돈을 내지 못하면 빨리 어머니 퇴원시키고, 죽으려면 밖에서 죽어. 괜히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의술이 좋지 않다 생각하지 않게."예천우는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급히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저희 엄마가 병으로 위중하셔서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앞으로 무엇을 해서라도 꼭 갚을게요."진가인은 정말 방법이 없었다. 빌릴 수 있는 데서 이미 모두 빌렸고, 게다가 알고 지내는 돈 많은 사람도 없었다. 특히 자신을 도울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없었고, 그저 오늘 갓 만난 부자 예천우뿐이다."조급해하지 마. 어느 병원이야? 먼저 수술을 하라고 해. 내가 바로 가서 돈을 낼 테니까."예천우가 바로 답했다."네, 네, 천우 오빠, 고마워요. 우리 여기는..."진가인은 빠르게 병원 이름을 알려주었고 예천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바로 전화를 끊고 외출했다.마침 거실에 있던 유은수가 그 모습을 보고 바로 화를 냈다."예천우,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나가서 뭐 하려고?"예천우는 그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아예 상대하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유은수는 화가 치솟았다.‘예천우, 아예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네?’마침 오늘 어르신도 이 별장에서 지냈다.어르신은 보통 두 곳에서 지내시는데, 하나는 그가 일찍이 구입했고 조금 외졌지만 경치가 좋은 원림 저택이고, 다른 하나는 임 씨네 별장이다.그는 이 장면을 보고 저도 몰래 눈살을 찌푸렸다.
"봐봐, 봐봐.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했지?"김 의사는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은 표정을 지었다."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진가인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이내 고개를 돌려 김 의사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김 선생님, 제발요. 제발 먼저 우리 엄마를 수술해 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천우 오빠가 오지 않더라도 제가 앞으로 어떻게든 병원비를 갚을 게요."이어 자리에 있던 다른 간호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제발, 제발요..."이 모습을 보고 한 어린 여 간호사가 마음이 흔들려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니면 저희가 돈을 조금 모아요. 그리고 김 선생님이 먼저 수술을 도와주세요.""이영, 너만 좋은 사람이야? 그래, 그럼 네가 먼저 천만 원만 내면 내가 수술부터 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받을게."김 의사가 화를 내며 말했다.이영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인턴으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간호사 직급일 뿐이고 집에도 돈이 별로 없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모아낼 수 있을까?백만 원은 이미 그녀의 한계이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진가인의 안쓰러운 모습을 참을 수 없었다."하지만 우리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고 구하는 것이 본업인데,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구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그래, 그럼 이 수술은 네가 해."김 의사는 화가 치솟았다. 지금 이영은 자신과 맞서려는 것이다.다른 사람들은 상황을 보고 신경은 쓰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영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간호사일 뿐인데 어떻게 수술 집도를 할 수 있는가? 이렇게 복잡한 수술은 말한 것도 없다. 김 의사와 같은 경험이 풍부한 부교수여야 가능하다."왜, 할 수 없어? 엄청 잘난 척했잖아? 이영, 너 아직까지도 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야?""이영아, 그만해!"이영은 다시 반박을 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간호사가 얼른 잡아당겼다.절망에 빠진 진가인은 예천우의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지만 매번 전원이 꺼졌다는 연결음뿐이었다. 그녀는 정말 절망에 휩싸여 눈물
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들은 다 넋을 잃었다.진가인은 더욱 멍하니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천우 오빠의 말은 무슨 뜻이지?’예천우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방금 덮은 흰 천을 직접 젖혔다. 그의 손에는 은침이 나타났고 거의 육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속도로 진가인 어머니에게 찔렸다.김 의사는 멍하니 있다가 바로 노여워했다."너 이 녀석, 뭐 하는 거야? 죽은 사람을 왜 그렇게 들볶는 거야?"지금 진가인 어머니의 생기는 곧 사라지려 한다. 예천우는 그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고 모든 힘을 다해 진기를 끌어올려 은침을 통해 진가인 어머니의 신체 내부로 흘러들어가게 했다.사람의 몸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는데, 대부분은 경맥에 막힘이 생기는 것이거나 어느 한 곳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되고 파괴되는 것이다.이것들은 모두 독특한 진기를 통해 없애고 회복시킬 수 있다.특히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건곤구침의 복원력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이 특성은 어려서부터 상응한 공법을 수련한 예천우만 가지고 있다.이때, 건곤구침이 다시 한번 그 신비한 위력을 보여주었다."야, 들었어? 너 말하고 있잖아? 뭐 하는 거야? 안 들리는 척하는 거네. 넌 의사도 아닌데이렇게 은침으로 아무렇게나 찌르고 있고, 이미 가신 분 편하게 보내드리지도 않는 거야? 당장 그만해!""당신은 입 다물어요!"진가인은 줄곧 착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큰소리 한 마디를 내뱉은 적도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 뜻밖에도 화를 내며 말했다."우리 엄마니까, 상관하지 마세요!"그녀는 천우 오빠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그에게 믿음이 갔다.김 의사는 진가인이 그와 이렇게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 화를 냈다."너, 내가 보기에 너도 미쳤어. 너는 너의 어머니가 지옥에 내려가서도 편히 있지 못하게 하는 거야!"제때에 구급치료를 거쳐 지금 드디어 천천히 치료를 해도 되는 상황이 되었다. 예천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차갑게 입을 열
"정말, 다행이네요. 엄마가 살았어요!"진가인은 바로 몹시 흥분했다.이 순간, 그녀는 정말 희비가 엇갈렸다. 방금까지 극도로 슬펐는데 지금은 또 흥분으로 인해 쓰러질 지경이다.다행히 예천우가 옆에서 재빨리 그녀의 등을 두드려 그녀가 안정을 취하게 했다."허허, 진가인. 너무 일찍 기뻐하는 거 같은데?"김 의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진가인은 멈칫하다 바삐 물었다."김 선생님. 지금 그 말은 무슨 뜻이에요?""무슨 뜻이긴. 설마 너의 어머니가 정말 나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생각 좀 해봐. 이 애송이 녀석이 정말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겠어? 정말 그렇게 대단하면 벌써 명성이 자자해져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거야. 그냥 나를 이기기 위해 너를 속인 거야. 그렇지 않으면 왜 너의 어머니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겠어?"이 말을 꺼내자 사람들은 잇달아 맞는 말이라고 느꼈다.방금 그들은 모두 상대에게 속을 뻔했다.진가인의 안색은 다시 변했다. 비록 그녀는 예천우가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김 의사의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그런데 바로 그때, 병상에 누워있던 진가인의 어머니인 진민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김 의사는 말을 하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넋을 잃었다.그는 자신이 무조건 환각을 보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진민은 단번에 눈을 떴고 사람의 정신 상태도 많이 나아진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가는 소리로 말했다."나, 나 지금 어디 있는 거야?""엄마, 깨어났어요? 드디어 깨어났어요?"진가인은 흥분해서 단번에 침대 옆으로 달려갔다.이 장면을 보고 김 의사는 완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침대 위에 있는 진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영은 충격과 동시에 몰래 진가인을 위해 기뻐했다. 적어도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다.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김 의사를 바라보고 말했다."김 선생님. 아주머니께서 이미 깨어났으니 약속을 이행해야 하지 않나요?""흥, 네가 말한 것은 그녀
"아주머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예천우도 알 수 없는 익숙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아주머니가 잘못 알아봤나 보네. 예 선생은 내가 젊었을 때 입양했던 어린아이랑 많이 닮았어. 다만 18년 전 큰불이 난 뒤 그 아이도 실종됐지."18년 전이면 마침 자신이 7~8살쯤일 때가 아닌가? 마침 그가 기억을 잃었을 때였다.억누르기 힘든 이상한 기분이 솟구쳐 올랐고 예천우는 줄곧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고 느꼈다.김 의사가 그때 입을 열었다."거기 예 씨 녀석,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는데 나한테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려 사과를 해야하지 않겠어?""누가 일어서지 못한다고 했어요?"예천우는 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었다."아주머니, 일어나서 의사한테 보여주세요."진민은 조금 멈칫했다. 지금 바로 일어날 수 있을까? 그녀는 예전에 괴로워서 움직일 수도 없었던 것이 기억났다. 아무리 의술이 대단해도 이렇게 신기할 수 있을까?하지만 은인이 그렇게 말하니 그녀도 당연히 열심히 시도했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정말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심지어 걸어도 너무 괴롭지 않았다.비록 아직은 날아갈 듯 걷지는 못한다.어떻게 이럴 수가!말도 안 돼!김 의사의 안색은 비할 데 없이 일그러졌다.모두들 하나씩 그를 바라보았고 그가 패배를 인정하기를 기다렸다.그러나 김 의사는 빠르게 말했다."흥, 내 말은 당장이야.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당연히 이겼다고 할 수 없지. 그냥 비긴 셈 치자."모두들 어이가 없었다. 김 의사는 정말 뻔뻔스러움이 극으로 치닫는다.예천우는 고개를 저었고 다들 경멸하는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저런 쓰레기와 더 이상 따지고 싶지 않았다.김 의사가 이어 말했다."다 나았으니 퇴원해도 돼. 근데 퇴원하기 전에 모든 병원비를 다 납부하는 것을 기억해.""얼마예요?"예천우가 물었다."얼추 계산해 보니 천만 원 정도야.""뭐요? 왜 그렇게 많아요?"진가인이 바로 조급해했다."이
작은 종주님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지만 아가씨라고 부르는 것은 허용된 듯했다.다른 두 사람도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간단히 예를 갖추는 선에서 끝냈다.“아가씨께 인사 올립니다.”그러나 남궁은서는 냉소를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흥, 너희 눈에는 아직도 내가 아가씨로 보이기는 하냐?”그 말에 몇몇 표정이 어두워졌고 특히 독박쥐는 음침한 기운을 뿜어내며 날카롭게 말했다.“남궁은서, 우리가 아가씨라고 불러준 건 옛 성종 종주님에 대한 예우야. 감히 기어오르려고 하지 마라.”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남궁은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 보였지만 예천우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차가워졌다.끔찍할 정도로 날카로운 살기가 터져 나오려는 찰나 남궁은서는 즉시 눈빛을 보내 그를 제지했다.‘아직은 때가 아니야.’예천우는 어머니의 경고를 받아들이고 즉시 살기를 거두었다.그의 반응이 워낙 빨랐던 탓에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다만, 가까운 거리에서 이를 느낀 임우빈만이 순간적으로 멍해졌다.‘방금 그건... 뭐였지? 조금 전까지는 아주 평온했는데...’임우빈은 자신도 모르게 예천우를 흘깃 바라보았고 그의 직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이건 내가 알던 전주님의 기운이 아니야.’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절대적인 강자인 절정종의 정우찬과 정우환을 상대할 정도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그들은 심지어 청룡조차도 정면으로 막아낼 수 있는 괴물들이었다.그때 독박쥐도 역시 무언가를 감지하고는 찜찜한 듯 예천우를 흘끗 바라보았다.아까 그 순간 그는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감을 느꼈다.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강자와 싸우며 생사를 넘나들었던 그조차 본능적으로 움츠러들 정도였다.그러나 다시 바라보니 가면을 쓴 수라전 전주는 그저 평범한 종사 후급의 무인일 뿐이었다.‘... 착각인가?’그는 예천우의 기운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지만 확실히 종사 후급이 맞았다.‘아무리 생각해도 저 녀석이 그렇게 무서울 리가 없지.’‘순간적인 착각이었겠군.’독박쥐는 고개를 끄덕이며 피식 웃었다.
“그야 당연하지. 한때 우리 넷이 손을 잡으면 이 세상에 우리를 막을 자가 없었지!”그 순간, 깡마르고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음산한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눈빛에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독박쥐?”영종의 대사자는 그의 모습을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그리고 나도 있지. 황천노조.”그와 함께 또 한 명의 인물이 모습을 드러냈고 대사자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그들은 과거 성종에서 4대 사자라 불리던 자들이었다.그들의 실력은 당시 종주 바로 아래에 있었고 웬만한 문파의 종주조차도 능가할 정도였다.그런데 이제 그중 세 명이 한자리에 모였고 그들의 기세는 예전보다 더 강해 보였고 한눈에 봐도 이들은 모두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절정종의 종주가 성종의 실질적인 주인이 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원현주와 원성희 자매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끝났어... 이제 완전히 끝났어!’비록 남궁은서, 대사자, 그리고 예천우까지 종사 절정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이쪽에는 최대 세 명뿐인데 상대는 이미 네 명이니 말이다.게다가 지금 예천우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였고 행여나 기적적으로 그들을 이긴다고 해도 아직 그 뒤에 절대적인 힘을 가진 정씨 형제가 남아 있었다.그에 반해 남궁은서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예천우가 육지신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것은 극비 사항이었고 그녀는 그 사실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고 심지어 선우서림조차 모르고 있었다.선우서림은 속으로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만약 상황이 정말 안 좋다면... 내가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도련님에게 탈출할 기회를 만들어야 해.’그녀는 이를 악물며 결심했다.‘도련님만 살아남을 수 있다면 내 목숨쯤은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어.’수라전의 전주가 바로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한편, 양박군은 여전히 태연한 표정이었다.‘뭐, 저 녀석들이 강한 건 맞지만... 내가 상대하면 확실히 이길 자신이 있지.’ 설령 그
이건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대한 존재였다.솔직히 말해 원성희는 마음속으로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것이 요즘에 그녀들이 최근 미친 듯이 폐관 수련에 몰두한 이유이기도 했다.하지만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건 남궁은서는 이상하리만치 자신만만했다는 점이었다. 특히 그녀의 아들에 대해선 더욱 확고한 믿음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예천우가 강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정우찬 형제와 비교하면 여전히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제 와서 고민해 봤자 별다른 해결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었고 이젠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최악의 경우 모든 걸 걸고 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황무산.황무산은 동성에서 300km 떨어진 외딴곳으로 거대한 산맥이 끝없이 펼쳐진 무인지대였다. 그리고 성종은 바로 이 깊숙한 산중에 자리 잡고 있었다.출입구는 단 두 곳뿐이었다.물론 다른 비밀 출입구가 있을 수도 있지만 일반인들이 이를 찾아내기란 불가능했다. 성종의 입구에는 강력한 대형 진법이 깔려 있어 내부를 모르는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한때 성종은 막강한 세력을 자랑했으나 과거 종주 남궁청휘가 전투에서 전사한 이후 수년 동안 쇠락의 길을 걸었다.현재 입구에는 절정종의 장로들이 직접 나와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약속된 시간이 가까워지자 마도의 5대 문파가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가장 먼저 도착한 건 귀왕종의 양박군이었다. 그러나 그가 데려온 사람은 단 두 명뿐이었다.이에 대해 절정종 측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중요한 건 숫자가 아니라 실권을 쥔 인물들이 직접 나타났다는 사실이었고 인원이 적을수록 자신들에게 더 유리했다.게다가 그 두 명도 결코 만만한 존재들이 아니었다.양박군과 함께 온 인물은 방금 막 종사 절정의 경지에 도달한 당만수였다.그다음 도착한 건 수라전이었다. 수라전에서는 총 네 명이 왔으며, 그중 한 명은 부전주 임우빈이었다. 또한 수라전의 4대 천왕 중 두 명도 동행했다.다만 이들은 화경 절정의
예천우는 살짝 놀라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는데도 자신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무심하게 말했다.“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으니 저도 잘 모르겠는데요?”그러자 여인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하지만 전 알아요. 용문의 용왕, 영종의 작은 종주님... 아니면 그냥 예 도련님이라고 불러야 할까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깨달았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군. 저 여자는 화간종 사람이네. 그렇지 않고서야 내 정체를 이렇게 정확히 알 리가 없지.’그는 조금 더 신중하게 상대를 바라보며 말했다.“당신은 화간종의 선배쯤 되시는 분인가 보군요?”그러자 여인은 가볍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선배라니, 그렇게 나이 들어 보이나요? 난 원성희예요. 그냥 누나라고 불러요.”그녀가 웃는 순간 그녀의 매력은 더욱 배가되었고 미소 하나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그 모습을 본 원소미는 순간 멍해졌다.‘둘째 사부님, 왜 저러시는 거지? 그리고 저 남자는 대체 뭐야?’예천우는 잠시 망설였지만 상대가 그렇게 부르길 원한다면 굳이 거부할 필요도 없었“그럼... 성희 누나라고 부를게요.”“그래. 예 도련님, 마음에 드는 대답이네요.”원성희는 유쾌하게 웃었지만 예천우는 속으로 미묘한 불편함을 느꼈다.‘부디 날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저 여자가 아무리 젊어 보인다 해도 실제 나이는 꽤 될 텐데 말이야.’한편 원소미는 잔뜩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아니, 난 분명히 당하고 있었는데 둘째 사부님은 저 사람한테 추파나 던지고 있고... 이게 뭐야!’그녀의 불만스러운 표정을 본 원성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그만 삐쳐. 네 실력으로는 예 도련님한테 한 수도 못 버텼을 거야. 솔직히 말하면 네가 방금까지 버틴 것도 도련님이 일부러 널 봐준 거지.”“그럴 리가 없어요! 아무리 종사라도 기껏해야 초급일 텐데 저는 저보다 강한 사람들과도 싸워 이길 수 있는 천재라고요.”원소미는 억울한 표정으로 소
원소미는 전혀 저항할 수조차 없었다. 그녀는 어느새 남자의 품에 단단히 붙잡혀 있었고 양손마저 제압당한 채였다. 예천우의 강한 남성의 기운이 온몸을 감싸자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졌다.평소 매혹 심법을 능숙하게 사용하던 그녀였지만 이렇게 직접 남자의 품에 가까이 닿은 적은 한 번도 없었기에 더욱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예천우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장난스럽게 웃더니 말했다.“방금 그쪽 말투만 들으면 엄청나게 대담한 줄 알았는데 의외로 쉽게 부끄러워하네요?”“너... 당장 날 놔줘요!”원소미는 당황해서 소리쳤다. 그녀는 이 남자가 단순히 무공이 강한 정도가 아니라 성격까지 이렇게 뻔뻔하고 장난스러운 줄은 몰랐다.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오는 게 아니었는데...게다가 이제 곧 영종 사람들과 합류할 시간도 가까워지고 있었다.원소미가 다급한 표정을 짓는 걸 보며 예천우는 오히려 그녀를 더 놀려볼 생각이 들었다.그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놓아줄 순 있죠. 하지만 그쪽이 먼저 부탁해야죠.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매력적인 아가씨를 그냥 보내기 아쉽잖아요.”그는 일부러 몸을 조금 더 앞으로 기울였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약간의 신체 접촉이 일어났고 원소미는 순간적으로 온몸이 굳어버렸다.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지더니 부끄러움과 분노가 뒤섞인 목소리로 소리쳤다.“너, 너 정말 비열한 자식!”예천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제가 비열하다고? 갑자기 나타나서 제 걸 빼앗으려 한 건 그쪽이잖아요. 그럼 누가 더 비열한 거죠?”원소미는 당황하며 소리쳤다.“그래도 난 그냥 물건을 빼앗으려 했을 뿐이지 당신 몸을 차지하려던 건 아니잖아요! 그런데 그쪽은 지금 저를 이렇게 몰아붙이고 있잖아요.”예천우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저도 당신 걸 빼앗는 중이죠. 단지 난... 물건이 아니라 사람을 빼앗는 거죠.”그는 장난스럽게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었다.원소미는 그가 점점 다가오는 걸 보며 당황했고 심장이 미친 듯이
12시 30분쯤에 예천우와 임완유는 동성으로 돌아왔다.시간이 아직 이른 터라 두 사람은 점심을 함께 먹고 예천우는 임완유를 회사까지 데려다주었다.그 후, 예천우는 곧바로 자리를 떠나려 했지만 막 차에 오르려던 순간 뒤에서 매혹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예천우 씨,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시려는 건가요?”예천우는 살짝 놀라며 고개를 돌려보니 눈앞에는 늘씬한 몸매를 가진 매력적인 여성이 서 있었다.나이는 스무 살 정도로 보였으며 얼굴은 선우서림보다는 살짝 못 미쳤지만 그녀가 풍기는 농염한 분위기와 은근히 드러나는 새하얀 피부는 충분히 치명적이었다.특히 길게 뻗은 다리와 눈부시게 하얀 피부는 그녀가 남자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존재인지 단번에 보여주고 있었다.하지만 예천우는 이미 수많은 절세미인을 보아왔고 특히 임완유처럼 완벽한 미녀가 곁에 있는 만큼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저한테 볼일이라도 있는 건가요?”“그럼요. 찾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요.”여성은 한 걸음 한 걸음 예천우에게 다가왔다.그녀의 눈빛은 마치 말을 하는 것처럼 유혹적이었고 그 매혹적인 분위기는 남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듯했다.그러나 예천우는 여전히 무덤덤했다.“무슨 일이죠?”약속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그는 더 이상 지체할 생각이 없었다.예천우의 태도에 여성은 순간적으로 놀란 듯했다. 자신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섰는데도 상대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니.심지어 그녀가 화간종의 매혹 심법까지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예천우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담담했다.그녀는 더 이상 애써 유혹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에 곧장 밝은 웃음을 지으며 본론을 꺼냈다.“사실 별거 아니에요. 예천우 씨한테서 빌리고 싶은 게 하나 있어서요.”“그게 뭔데요?”“칠색연꽃이에요.”이 꽃은 그녀가 종사의 경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원래라면 그녀의 두 스승이 성종대회를 준비하느라 문을 닫고 수행하지 않았다면 칠색연꽃을 빼앗길 일이 없
하지만 진미소는 유은수가 이렇게까지 자신한테 모욕감을 줄 줄은 몰랐다.진미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고 결국 사직을 선언했다.그러자 유은수는 망설임 없이 곧바로 허락했다.게다가 진미소와 함께 퇴사하겠다고 나선 직원들까지 전부 잘라버렸다.어차피 자신에게는 하준이라는 뛰어난 인재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진미소는 예상보다 단호한 유은수의 태도에 잠시 멍해졌지만 이내 현실을 받아들였다.‘뭐 어차피 지금 상황에서 남아 있는 게 오히려 손해일 수도 있겠지.’하준 같은 인물이 연구 부서의 책임자로 올라가는 걸 보면 루루 화장품의 미래는 뻔했다.‘이런 꼴을 보느니 차라리 지금 나가는 게 낫지. 나중에 큰 사고가 나기 전에 말이야.’진미소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자 유은수는 속으로 웃음을 참기 힘들었다.‘이제야 알겠지? 누가 이 회사의 진정한 주인인지. 이런 하찮은 녀석들이 감히 나와 맞서겠다고? 그리고... 하문까지 처리했으니 이제 남은 건 유현뿐이군.’유현은 예천우가 직접 키운 사람이니 섣불리 손대면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그러니 억지로 내쫓지는 말고 자기가 알아서 나가도록 유도해야겠어. 예천우와 아직 연락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괜히 자극했다가 문제가 생기면 곤란하니까.’사실 예천우가 신경조차 안 쓸 가능성이 컸다. 유은수가 루루 화장품의 모든 직원을 해고해도 예천우는 별다른 감정을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다.진미소를 내보낸 뒤 유은수는 곧바로 하준에게 새로운 연구 책임자를 찾으라고 지시했다.‘이제 하준은 내 최측근 1호야. 앞으로 나도 임완유처럼 나만의 충성스러운 사람들을 길러야 해. 그렇게 하면 나도 그냥 가만히 앉아서 과실을 따 먹기만 하면 되겠지. 그리고 나중에는 모두가 나를 존경하는 훌륭한 사업가라고 칭찬할 거야.’그렇게 황홀한 미래를 상상하던 중 유은수의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전화를 확인해 보니 뜻밖에도 임완유였다.‘흥, 배짱 좋네. 내 앞길을 막아놓고도 무슨 낯짝으로 전화를 한 거야? 혹시 다시 싸우자는
“그렇다면 너무 간단한 일이네요. 해결 방법은 무수히 많습니다!” 하준은 서둘러 대답했다.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지금이야말로 한 단계 올라설 절호의 순간이었다.이 말을 들은 유은수는 즉시 흥분한 표정을 지었다.‘드디어 회사가 살아날 수 있겠네. 하문 같은 무능한 녀석은 해결 방법도 못 찾고 손 놓고 있었는데... 역시 내가 직접 나서자마자 이렇게 해결책이 나오잖아. 그리고 방금 뭐라 했지? 방법이 무수히 많다고 하잖아.’유은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 진미소가 감히 사표를 내겠다면 당장 내쫓아 버릴 거야. 네가 바로 진미소의 자리를 대신하면 되지.”“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대표님! 앞으로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하준은 아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좋아, 아주 훌륭해. 젊은 친구가 패기가 있군.”유은수는 그가 자신을 모시겠다고 말하자 더욱 기분이 좋아졌다.“과찬입니다. 회사가 대표님 같은 훌륭한 분을 모시고 있다는 게 큰 행운이죠. 사실 직원들 사이에서도 대표님을 칭찬하는 말이 많습니다.”“정말이야?”유은수는 귀가 솔깃해졌다.“물론이죠. 다들 말하길 대표님께서 일찍 회사를 맡으셨다면 회사가 이렇게 어려운 길을 걷지 않았을 거라고 합니다. 오히려 더 큰 성공을 이뤘을 거라고요.”“확실해?”유은수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당연하죠. 대표님께서 예전 임완유 대표보다 훨씬 뛰어나시다는 건 다들 인정하는 사실입니다.”하준은 속으로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어휴, 이렇게까지 말해야 하나... 내가 너무 뻔뻔한 거 아닌가...’하지만 유은수의 반응을 보니 듣고 싶었던 말이 딱 이거였다는 듯이 만족스러워했다.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말했다.“좋아, 아주 훌륭해. 회사에는 너처럼 충성스럽고 능력 있는 젊은 인재가 필요해.”그리고 바로 결정을 내렸다.“굳이 진미소가 사직서를 내길 기다릴 필요도 없겠어. 네가 그냥 하문의 자리를 대신하면 되지.”이 말을 듣자 하준은 순간 멍해졌다
“하지만, 예 대표님은 외부 사람이 아니잖아요.”“무슨 예 대표? 어디서 나온 대표야? 그 사람이 회사에서 어떤 직책을 가지고 있는 거야?”유은수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하문아, 너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 혹시 회사에서 더 이상 일하고 싶지 않은 거야?”‘오늘 아침 예천우 그 자식은 날 보고도 인사조차 하지 않았어. 도대체 자기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무리 대단한 사람이어도 결국엔 완유 뒤를 따라다니는 사위일 뿐이잖아. 그런데도 나한테 인사 한마디 없이 그냥 지나쳐? 어디서 예의도 없는 녀석 같으니라고!’유은수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문은 유은수의 비난에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고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애써 억누르려 했지만 더 이상 참기 어려웠다.그런데도 유은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됐어, 하문. 더 이상 쓸데없는 말 안 하겠어. 그 재료는 절대 안 줄 거야. 지금 네가 할 일은 당장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재료를 찾아내는 거야.”“불가능합니다!”하문은 단호하게 거절했다.“불가능하면 방법을 찾아! 어차피 똑같은 효과가 안 나와도 돼. 조금이라도 비슷한 기능만 있으면 되는 거야. 화장품이란 게 원래 사람 체질에 따라 효과가 다 다르잖아. 결과가 별로면 그건 소비자 체질 탓이지 제품 탓이겠어?”유은수는 짜증스럽게 말했지만 하문은 더욱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가짜 제품을 만드는 건 절대 안 됩니다.”“가짜라니! 이건 제품 개선이야.”유은수는 폭발하듯 소리쳤다.“끝까지 반대하겠다면 당장 회사를 나가!”“좋아요. 그럼 나가겠습니다.”하문은 더 이상 참지 않고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심했다.회사를 떠나는 게 금전적으로 손해가 크겠지만 더 이상 이곳에서 버틸 이유가 없었다.게다가 자진 퇴사를 하면 별다른 보상도 받을 수 없었지만 그런데도 하문은 단호한 선택을 내렸다.유은수는 그의 사직서를 받자마자 단번에 승인했다.“잘됐네.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나 본데... 네가 없다고 회사가 무너질 것 같아? 돈만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