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우는 어이가 없었고, 이런 나이 많은 여자와 상대하고 싶지 않아 어깨를 으쓱거리고 바로 몸을 돌려 가버렸다.유은수는 그 모습을 보고 바로 화가 솟구쳐 그를 붙잡고 욕설을 퍼부으려 했다.임완유는 다급히 말했다."엄마, 부르지 마요. 정말 예천우가 자기 돈으로 산 거지 내가 준 게 아니에요.""말도 안 돼. 저 산에서 내려온 촌놈이 어디서 몇천만 원을 꺼내?""나도 몰라요. 하지만 확실히 예천우가 직접 산 거예요."임완유가 말했다."됐어. 엄마가 어린애야? 그렇게 속이기 쉽게? 너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먼저는 바로 이혼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니, 지금은 또 이렇게 많은 돈을 주고. 너 설마 쟤한테 약점이라도 잡혔어?""아니에요. 진짜 엄마가 너무 깊게 생각하신 거예요.""그럼 다행이고. 저 예천우는 정말 뻔뻔해. 남자가 돼서 어떻게 저렇게 뻔뻔할 수 있어? 완유야, 엄마가 말이 많다고 생각하지 마. 저 녀석 얼마나 교활한지 몰라. 유걸이처럼 매너 있고 믿음직스럽지 않아. 꼭 조심해야 해."유은수가 일깨워 주었다."네, 주의할게요.""그럼 됐어. 평소에 유걸이랑 많이 만나고 얘기도 나누고 그래. 유걸이 처럼 성실하고 우수한 착한 아이야말로 네가 자주 만나야 할 사람이야. 그리고 예천우같은 쓰레기는 정말 화근이다."유은수는 이 말을 내뱉고 씩씩거리며 떠났다.그녀는 정말 그 수천만 원이 너무 아까웠다. 만약 유걸에게 투자를 했다면 적어도 몇 조 원, 심지어 수십 조가 될 수 있다. 지금 그저 이렇게 낡은 차 한 대만 가지고 돌아왔으니 무슨 쓸데가 있을까?하지만 딸이 예천우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다른 것 같으니 그 녀석을 계속 임 씨 집안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그렇지 않으면 조만간 문제가 생길 것이다.임완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도 예천우의 돈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고 있어 설명할 수가 없었다.아마도 전에 만난 그 예쁜 여자의 돈일 가능성이 크다.안으로 들어가 예천우를 본 임완유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그때 그저 상대의 명함을 한 번 보았을 뿐이지만 이미 번호를 기억했다."여보세요! 천, 천우 오빠. 제발 저 좀 도와주실래요?"수화기 너머에서 울먹이며 애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리고 그 외에도 다른 소리들이 은은하게 들려왔다."너한테 준비할 시간을 그렇게 많이 줬는데, 2000만 원도 못 모아? 그러고 나한테 어머니를 구해 달라고 부탁할 염치가 있어? 내가 한마디만 할게. 만약 반 시간 내로 수술을 시작하지 않으면 네 어머니는 반드시 죽을 거야. 정말 돈을 내지 못하면 빨리 어머니 퇴원시키고, 죽으려면 밖에서 죽어. 괜히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의술이 좋지 않다 생각하지 않게."예천우는 상황이 급박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다급히 물었다."어떻게 된 일이야?""저희 엄마가 병으로 위중하셔서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데 돈이 부족해요. 제발 도와주세요. 앞으로 무엇을 해서라도 꼭 갚을게요."진가인은 정말 방법이 없었다. 빌릴 수 있는 데서 이미 모두 빌렸고, 게다가 알고 지내는 돈 많은 사람도 없었다. 특히 자신을 도울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이 없었고, 그저 오늘 갓 만난 부자 예천우뿐이다."조급해하지 마. 어느 병원이야? 먼저 수술을 하라고 해. 내가 바로 가서 돈을 낼 테니까."예천우가 바로 답했다."네, 네, 천우 오빠, 고마워요. 우리 여기는..."진가인은 빠르게 병원 이름을 알려주었고 예천우는 그녀의 말을 듣고 바로 전화를 끊고 외출했다.마침 거실에 있던 유은수가 그 모습을 보고 바로 화를 냈다."예천우, 지금 시간이 몇 신데 나가서 뭐 하려고?"예천우는 그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어 아예 상대하지도 않고 빠른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유은수는 화가 치솟았다.‘예천우, 아예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네?’마침 오늘 어르신도 이 별장에서 지냈다.어르신은 보통 두 곳에서 지내시는데, 하나는 그가 일찍이 구입했고 조금 외졌지만 경치가 좋은 원림 저택이고, 다른 하나는 임 씨네 별장이다.그는 이 장면을 보고 저도 몰래 눈살을 찌푸렸다.
"봐봐, 봐봐.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했지?"김 의사는 자신의 예상이 들어맞은 표정을 지었다."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진가인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이내 고개를 돌려 김 의사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김 선생님, 제발요. 제발 먼저 우리 엄마를 수술해 주세요. 걱정하지 마세요. 천우 오빠가 오지 않더라도 제가 앞으로 어떻게든 병원비를 갚을 게요."이어 자리에 있던 다른 간호사들을 돌아보며 말했다."제발, 제발요..."이 모습을 보고 한 어린 여 간호사가 마음이 흔들려 참지 못하고 말했다."아니면 저희가 돈을 조금 모아요. 그리고 김 선생님이 먼저 수술을 도와주세요.""이영, 너만 좋은 사람이야? 그래, 그럼 네가 먼저 천만 원만 내면 내가 수술부터 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받을게."김 의사가 화를 내며 말했다.이영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인턴으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간호사 직급일 뿐이고 집에도 돈이 별로 없어 어떻게 그렇게 많은 돈을 모아낼 수 있을까?백만 원은 이미 그녀의 한계이다.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진가인의 안쓰러운 모습을 참을 수 없었다."하지만 우리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고 구하는 것이 본업인데,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구하지 않을 수 없잖아요?""그래, 그럼 이 수술은 네가 해."김 의사는 화가 치솟았다. 지금 이영은 자신과 맞서려는 것이다.다른 사람들은 상황을 보고 신경은 쓰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영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는 간호사일 뿐인데 어떻게 수술 집도를 할 수 있는가? 이렇게 복잡한 수술은 말한 것도 없다. 김 의사와 같은 경험이 풍부한 부교수여야 가능하다."왜, 할 수 없어? 엄청 잘난 척했잖아? 이영, 너 아직까지도 네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거야?""이영아, 그만해!"이영은 다시 반박을 하려 했지만 옆에 있던 간호사가 얼른 잡아당겼다.절망에 빠진 진가인은 예천우의 전화를 몇 번이나 걸었지만 매번 전원이 꺼졌다는 연결음뿐이었다. 그녀는 정말 절망에 휩싸여 눈물
이 말이 나오자 모든 사람들은 다 넋을 잃었다.진가인은 더욱 멍하니 예천우를 바라보았다.‘천우 오빠의 말은 무슨 뜻이지?’예천우는 그들을 신경 쓰지 않고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 방금 덮은 흰 천을 직접 젖혔다. 그의 손에는 은침이 나타났고 거의 육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속도로 진가인 어머니에게 찔렸다.김 의사는 멍하니 있다가 바로 노여워했다."너 이 녀석, 뭐 하는 거야? 죽은 사람을 왜 그렇게 들볶는 거야?"지금 진가인 어머니의 생기는 곧 사라지려 한다. 예천우는 그를 상대할 시간이 없었고 모든 힘을 다해 진기를 끌어올려 은침을 통해 진가인 어머니의 신체 내부로 흘러들어가게 했다.사람의 몸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는데, 대부분은 경맥에 막힘이 생기는 것이거나 어느 한 곳이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되고 파괴되는 것이다.이것들은 모두 독특한 진기를 통해 없애고 회복시킬 수 있다.특히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건곤구침의 복원력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이 특성은 어려서부터 상응한 공법을 수련한 예천우만 가지고 있다.이때, 건곤구침이 다시 한번 그 신비한 위력을 보여주었다."야, 들었어? 너 말하고 있잖아? 뭐 하는 거야? 안 들리는 척하는 거네. 넌 의사도 아닌데이렇게 은침으로 아무렇게나 찌르고 있고, 이미 가신 분 편하게 보내드리지도 않는 거야? 당장 그만해!""당신은 입 다물어요!"진가인은 줄곧 착해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 큰소리 한 마디를 내뱉은 적도 드물었다. 하지만 지금 뜻밖에도 화를 내며 말했다."우리 엄마니까, 상관하지 마세요!"그녀는 천우 오빠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모르지만 왠지 모르게 그에게 믿음이 갔다.김 의사는 진가인이 그와 이렇게 말할 줄은 생각지도 못해 화를 냈다."너, 내가 보기에 너도 미쳤어. 너는 너의 어머니가 지옥에 내려가서도 편히 있지 못하게 하는 거야!"제때에 구급치료를 거쳐 지금 드디어 천천히 치료를 해도 되는 상황이 되었다. 예천우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차갑게 입을 열
"정말, 다행이네요. 엄마가 살았어요!"진가인은 바로 몹시 흥분했다.이 순간, 그녀는 정말 희비가 엇갈렸다. 방금까지 극도로 슬펐는데 지금은 또 흥분으로 인해 쓰러질 지경이다.다행히 예천우가 옆에서 재빨리 그녀의 등을 두드려 그녀가 안정을 취하게 했다."허허, 진가인. 너무 일찍 기뻐하는 거 같은데?"김 의사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진가인은 멈칫하다 바삐 물었다."김 선생님. 지금 그 말은 무슨 뜻이에요?""무슨 뜻이긴. 설마 너의 어머니가 정말 나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생각 좀 해봐. 이 애송이 녀석이 정말 죽은 사람을 살릴 수 있겠어? 정말 그렇게 대단하면 벌써 명성이 자자해져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거야. 그냥 나를 이기기 위해 너를 속인 거야. 그렇지 않으면 왜 너의 어머니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겠어?"이 말을 꺼내자 사람들은 잇달아 맞는 말이라고 느꼈다.방금 그들은 모두 상대에게 속을 뻔했다.진가인의 안색은 다시 변했다. 비록 그녀는 예천우가 괜찮은 사람이라 생각하지만 김 의사의 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그런데 바로 그때, 병상에 누워있던 진가인의 어머니인 진민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김 의사는 말을 하다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넋을 잃었다.그는 자신이 무조건 환각을 보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진민은 단번에 눈을 떴고 사람의 정신 상태도 많이 나아진 것이 분명했다. 그녀가 가는 소리로 말했다."나, 나 지금 어디 있는 거야?""엄마, 깨어났어요? 드디어 깨어났어요?"진가인은 흥분해서 단번에 침대 옆으로 달려갔다.이 장면을 보고 김 의사는 완전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믿을 수 없는 눈빛으로 침대 위에 있는 진민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이영은 충격과 동시에 몰래 진가인을 위해 기뻐했다. 적어도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다.예천우는 차갑게 웃으며 김 의사를 바라보고 말했다."김 선생님. 아주머니께서 이미 깨어났으니 약속을 이행해야 하지 않나요?""흥, 네가 말한 것은 그녀
"아주머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예천우도 알 수 없는 익숙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아주머니가 잘못 알아봤나 보네. 예 선생은 내가 젊었을 때 입양했던 어린아이랑 많이 닮았어. 다만 18년 전 큰불이 난 뒤 그 아이도 실종됐지."18년 전이면 마침 자신이 7~8살쯤일 때가 아닌가? 마침 그가 기억을 잃었을 때였다.억누르기 힘든 이상한 기분이 솟구쳐 올랐고 예천우는 줄곧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있다고 느꼈다.김 의사가 그때 입을 열었다."거기 예 씨 녀석,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는데 나한테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려 사과를 해야하지 않겠어?""누가 일어서지 못한다고 했어요?"예천우는 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었다."아주머니, 일어나서 의사한테 보여주세요."진민은 조금 멈칫했다. 지금 바로 일어날 수 있을까? 그녀는 예전에 괴로워서 움직일 수도 없었던 것이 기억났다. 아무리 의술이 대단해도 이렇게 신기할 수 있을까?하지만 은인이 그렇게 말하니 그녀도 당연히 열심히 시도했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정말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고 심지어 걸어도 너무 괴롭지 않았다.비록 아직은 날아갈 듯 걷지는 못한다.어떻게 이럴 수가!말도 안 돼!김 의사의 안색은 비할 데 없이 일그러졌다.모두들 하나씩 그를 바라보았고 그가 패배를 인정하기를 기다렸다.그러나 김 의사는 빠르게 말했다."흥, 내 말은 당장이야.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으니 당연히 이겼다고 할 수 없지. 그냥 비긴 셈 치자."모두들 어이가 없었다. 김 의사는 정말 뻔뻔스러움이 극으로 치닫는다.예천우는 고개를 저었고 다들 경멸하는 눈빛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저런 쓰레기와 더 이상 따지고 싶지 않았다.김 의사가 이어 말했다."다 나았으니 퇴원해도 돼. 근데 퇴원하기 전에 모든 병원비를 다 납부하는 것을 기억해.""얼마예요?"예천우가 물었다."얼추 계산해 보니 천만 원 정도야.""뭐요? 왜 그렇게 많아요?"진가인이 바로 조급해했다."이
"천우 오빠, 어때요?"진가인이 관심을 가지고 물었다.진민도 긴장하며 예천우를 바라보았다. 방금 병원비가 그렇게 높은 명세서를 보고 나니 그녀의 마음은 차갑게 식었다. 원래 자신이 딸에게 짐이 되는 것 같아 괴로웠는데, 지금은 더욱 괴로워졌다."나쁜 놈이네요. 방금 돌팔이처럼 오진을 한 것은 능력 문제라지만, 금액은 이보다도 더 과할 수가 없어요."예천우가 화를 내며 말했다. 게다가 이전에 죽음의 고비에 놓인 사람을 보고도 구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의사가 될 자격이 있을까? 심지어 이 자는 부교수의 자리까지 올랐다."명세서에 가짜라도 있어요?"진가인이 다급히 물었다."응. 각종 허위 날조에 함부로 약물을 처방했어. 명세서로 보았을 때 아주머니에게 쓸 필요가 없는 것이 많아."예천우가 차갑게 입을 열었고 시선을 김 의사에게 고정시켰다.김준은 이 말을 듣자마자 다급히 화를 냈다."헛소리, 이 약들은 모두 환자를 구하기 위해 쓴 거야. 절대 함부로 처방하지 않았어. 내가 알려줄게, 우리 의사들은 인품을 따져. 만약 나의 품질과 의술이 자격이 없다면 부교수 자리까지 오지도 못했어.""의사가 인품을 따진다는 말은 인정해요. 의사는 자애로운 마음을 갖고 있고 좋은 의사들도 많아요. 하지만 당신처럼 마음이 바르지 않은 의사들 때문에 모든 의사의 명예를 해치고 그들의 고생을 수포로 돌아가게 만드는 겁니다.""쓸데없는 소리, 자꾸 이렇게 함부로 지껄이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거니까 조심해."김준이 화를 냈다."좋아요. 능력 있으면 고소해요. 그때 가서 당신이 어떻게 죽는지 볼게요!"예천우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정말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이 고덱스를 봐요. 아주머니께서 이 약을 처방한 적 있나요? 처방을 한 약이라고 해도 아주머니의 간 수치는 분명 정상인데 왜 이 약을 처방한 거죠?""그리고 이 스테로이드 약도 마찬가지예요. 피부약까지 처방해 놓고 뻔뻔하네 정말!""그리고 이것도..."예천우는 하나하나 불필요한 주사와
"내가 보기에 잘못한 것이 아니라 들켰으니 증거를 인멸하려는 거겠죠.""자식, 헛소리하지 마. 내가 틀렸다고 하면 틀린 거야. 네가 명세서를 가지고 가도 소용없어. 보건 당국의 김 소장님은 내 사촌 형님이셔.""그래요? 그럼 사촌 형님과 한통속인가 봐요?"예천우가 일부러 말했다.김준은 이번에는 조금 똑똑해져서 바로 인정하지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네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방금 일은 확실히 내가 실수한 거야. 정말 믿지 못하겠으면 얼마든지 고소해. 네가 고소를 할 수 있을지 한 번 보지. 나는 아직 할 일이 남아서 당신들을 상대할 시간 없어."이 말만 내뱉고 그는 자리를 떠나려 했다.예천우는 그를 이렇게 가게 할 생각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이때, 복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들이닥쳤고 앞장선 사람은 아주 예쁜 여인이었다. 그녀는 5살 좌우의 아이를 안고 빠르게 달려왔다.여자는 초조한 표정으로 간호사와 함께 달려왔다. 그리고 간호사는 김준을 가리키며 다급히 말했다."부교수님, 빨리요. 이 분은 주혜영 사장님이세요. 위에서 배치한 분인데 저희에게 반드시 전력을 다해 치료해야 한다고 요구했어요."윗선의 안배라는 말을 듣고 김준은 감히 홀대할 수 없었다. 그는 다급히 아이를 병상 위에 눕히고 설비들을 적절하게 세팅해놓았다.여자아이가 위험하다는 것을 보고 예천우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책임을 추궁하는 일도 꼭 지금 서둘러 따질 필요가 없다."주 사장님, 아이가 언제 발병했죠?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입니까?"김준은 관찰하면서 그녀에게 물었다."오늘 유치원에서 돌아와서도 괜찮았어요. 하지만 저녁에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불편하다고 했어요. 그 후 열이 나기 시작했고 점점 더 심해졌어요."김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자세히 살폈다."큰 문제는 아닙니다. 바이러스성 감기라서 일반 감기보다 열이 많이 납니다."이렇게 열이 심하고 해열도 잘되지 않는 상황은 보통 감기가 아닐 것이다. 아마도 심각한 바이러스성 감기일 가능성이 크
손동욱은 음산하게 웃으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면서 말했다.“오늘 이런 짓을 했으니 넌 이제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내 앞에 무릎 꿇고 빌지 말았으면 좋겠어. 하하...”손동욱이 비웃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을 들은 허가연은 임선호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나서서 입을 열었다.“아빠, 이게 대체 무슨...”“가연아, 앞으로 일은 아빠도 어쩔 수가 없었어. 네 남자 친구가 방금 자기 힘으로 널 지킬 수 있다고 하지 않았니? 이제 그의 실력을 증명할 차례야.”허성태는 허가연의 말을 잘라 끊었다.“아니, 실력이라니요? 선호 오빠는 그저 평범한 집안 출신인데 무슨 수로 손씨 가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허가연은 점점 더 초조해졌다.“가연아, 그만해. 손씨 가문이 어떤 존재인지 너도 알잖니. 네 아버지가 이 정도까지 양보한 건 이미 우리 허씨 가문의 운명을 건 일이야.”조은희는 고개를 내저으면서 말을 이어갔다.“이제부턴 임선호한테 달렸어. 만약 정말 그가 살아남는다면 엄마도 너희를 축복해 줄게. 더구나 네가 선호와 사귄 그 순간부터 선호는 손씨 가문을 상대해야 하는 운명이었어. 이 난관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도 절대 행복한 미래가 없을 거야.”부모님의 행동이 이해되었지만 허가연의 안색은 여전히 어두웠다. 허씨 가문은 더 이상 임선호를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그녀는 즉시 임선호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물었다.“오빠, 이제 어떡해요...”임선호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서둘러 말했다.“가연아, 걱정하지 마. 나에겐 매부가 있어. 우린 절대 아무렇지 않을 거야.”그 말을 들은 허성태는 살짝 놀랐다. 그도 그제야 임선호가 말한 예천우라는 존재가 생각났다. 조금 전 예천우 덕분에 상황이 반전되었으니만큼 어쩌면 예천우가 정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희망이 피어올랐다.“언니, 형부... 제발 부탁드려요. 선호 오빠를 꼭 지켜주세요.”허가연은 눈을 반짝이며 필사적으로 부탁했다.그러자 예천우는 가볍게 미소 지으며
“네! 목숨을 잃는다 해도 전 상관없어요. 그래도 전 가연이와 함께할 겁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허씨 가문이 나설 필요도 없어요. 제가 스스로 가연이를 지켜낼 거니까요.”임선호는 예천우가 곁에 있다는 생각에 자신감이 넘쳤다. 그의 매부 예천우는 바로 용왕님의 신분이었으니 말이다.“건방진 녀석, 네가 뭘 믿고 우리 손씨 가문을 상대한다는 거야?”손동욱은 차가운 목소리로 비웃었다.그도 역시 허성태의 태도가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다.임선호가 대답하려는 찰나 허성태가 그를 제지하며 입을 열었다.“좋아. 임선호,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내가 네 소원을 이뤄주마.”허성태의 말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허성태가 이렇게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릴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허씨 집안 사람들조차 믿을 수 없었다.‘단지 방금 본 영상 때문에 저런 말을 하는 거야?’허성태의 말을 들은 허가연도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아버지를 쳐다봤다.“형!”허종우가 참지 못하고 나섰다.“형, 대체 무슨 말이야 그게? 이렇게 하면 우리 허씨 가문의 체면은 어디에 두겠어?”허광호도 믿을 수 없어서 다급하게 말했다.“이러시면 안 돼요! 가연이가 세상 물정을 몰라서 막말한 건데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두면 안 돼요.”“그만해. 이미 결정했어.”허성태는 단호하게 손을 들어 제지했고 시커멓게 굳어버린 얼굴로 손동욱과 강지혜 쪽으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사모님, 정말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지금 이 상황에서 더 강압적으로 나가다가는 큰 일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허허. 허씨 가문에서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큰일이 터질 것 같은데요?”강지혜가 차갑게 웃으며 되물었다.그 말은 분명 협박이었다. 허씨 가문 사람들은 얼굴이 모두 어두워졌다. 가능하다면 그들은 당장이라도 나서서 허성태에게 항의하고 싶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럴 일은 없으리라 믿습니다. 손씨 가문은 어엿한 동성의 4대 가문이 아닙니까? 이 작은 일을 굳이 크
사람들은 모두 잠시 멍하니 있었다. 허성태 역시 당황했지만 결국에는 예천우가 건넨 영상을 받아 보았다. 영상을 확인하자 그의 얼굴은 급격히 어두워졌다.더 문제였던 건 영상 속 여성은 한 명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손동욱은 완전히 변태적인 심리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예전에는 손동욱이 단지 젊어서 여색을 즐긴다는 말을 들었고 언젠가는 그도 철이 들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로 지독한 사람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조은희도 이 상황을 지켜보다가 결국 다가와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녀의 안색도 확 굳어졌다. 비록 허성태가 급히 영상을 끄고 지워버렸지만 조은희는 이미 마음의 결정을 내린 눈빛이었다.아무리 가문을 위해서라도 그렇지 손동욱 같은 인간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건 절대 안 되겠다고 다짐했다.그렇게 된다면 허가연의 인생은 정말로 망가지고 말 것이다.허성태는 영상을 지운 뒤 예천우에게 돌려주며 차분하게 말했다.“영상을 보여줘서 고맙지만 영상은 이미 내가 삭제했어. 덕분에 내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게 되었군. 하지만 다시 확인하고 싶은데 이 영상들은 어떤 사본도 남아 있어서는 안 돼.”그러고는 한 번 더 손동욱 쪽을 돌아보며 강한 어조로 덧붙였다.“그렇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널 구할 수 없어.”예천우는 순간 조금 놀랐다.‘설마 손동욱 저 자식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걸까?’하지만 허성태의 표정을 보니 손동욱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과 허가연을 위해 아주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설마 내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이러는 걸까? 그렇지 않았다면 동영상을 보여줘서 고맙다는 말도 안 했을 거야.’손동욱이 이 영상들을 보았다면 반드시 예천우를 죽이려고 할 것이다.‘보아하니 허가연 씨의 부모님은 완유의 부모들보다도 엄청 좋으신 분들이네.’조은희 역시 허가연이 손동욱에게 시집가는 일에 대한 고통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반면 허성태는 그동안 허가연의 결혼을 지지하는 듯했지만 지금 보니 그 또한 약간 망설이는 것 같았다.주변 사람들
예천우의 말에 모두 잠시 얼어붙었다.‘이건 어디서 굴러온 녀석이지? 자기가 뭘 하고 있는 건 알긴 하는 건가?’특히 허가연도 멍해졌다.‘이 사람은 누구지?’허가연은 자연스레 임선호를 바라보자 그는 재빨리 속삭였다.“이 사람이 바로 내 매부야.”허가연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란 얼굴로 예천우를 바라봤다.‘이 사람이 바로 그 예천우 씨였어?’겉으로 보기엔 특별히 무서운 느낌도 없었고 오히려 편안하고 평범한 사람 같아 보였다.그러자 허광호가 바로 비아냥거렸다.“네가 뭔데 여기서 함부로 떠드는 거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 아니야."“전 물론 그럴 자격이 있죠.”예천우는 태연하게 대꾸했다.“소개할게요. 전 선호의 매부인 예천우라고 해요. 제가 이번에 여기 온 건 단순히 허가연 씨를 데려가기 위해서가 아니에요.”예천우는 허가연 집안 사람들이 자신을 비웃고 무시하는 시선에도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이어갔다.“사실 허가연 씨와 임선호가 진짜 잘 어울리는지 직접 확인하고 싶었어요.”주변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자기가 뭔데 감히 그런 말을 하는 거야?’하지만 예천우는 그런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웃으면서 계속 말했다.“제가 보기에는 허가연 씨는 인품도 훌륭하고 외모도 뛰어난 정말 좋은 여자예요. 선호랑 참 잘 어울리고 그야말로 선호에게 딱 맞는 인생의 짝이라고 생각해요.”그 말을 들은 사람들은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사실 허가연이 임선호보다 훨씬 뛰어난 건 사실이었다. 외모나 집안 배경 모두 임선호를 압도할 정도였고 게다가 임선호 자신도 별다른 능력이 없었다. 그래서 임강이 줄곧 임선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이유 중 하나였다.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예천우의 말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되었고 누구 하나 그의 말을 끊지 못하고 듣고 있었다.“그런데 말이죠.”예천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갔다.“허가연 씨의 집안 어르신들이 문제 많더라고
“아버지, 정말 제 미래는 상관없어요? 왜 저를 죽음으로 몰아가시려는 건가요?”허가연은 눈물에 젖은 눈으로 아버지를 노려보며 말했다.그러자 허성태는 얼굴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이건 가족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손씨 가문을 건드리는 건 허가연에게도 허씨 가문에게도 너무나 큰 위험이었다. 그래서 허성태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아빠가 널 협박하는 게 아니야. 하지만 손씨 가문 도련님만이 너랑 평생을 함께할 가장 적합한 사람이야.”“맞아. 가연아, 동욱 도련님은 젊으시고 잘생겼고 능력까지 좋으시니 동성의 수많은 명문 가문의 딸들이 도련님와 결혼을 꿈꾸고 있어. 저런 멍청이한테 속아서 인생을 망치면 안 돼.”허종우가 덧붙이며 말했다.“그러게 말이야. 가연아. 네가 임선호 같은 쓰레기랑 함께하면 평생 고통 속에서 살 수도 있어.”허광호도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허가연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상관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선호 오빠뿐이에요. 오빠랑 결혼할 거예요!”예천우는 그 말을 듣고 속으로 놀랐다.‘저 정도로 훌륭한 여자가 선호를 이토록 사랑할 줄이야.’예천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옆에서 이 모습을 보던 임완유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그녀는 동생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호야, 나중에 절대 가연 씨를 실망하게 하지 마. 알겠지?”임선호는 눈물을 머금고 대답했다.“누나, 걱정하지 마세요. 제 목숨을 걸고서라도 가연이를 평생 지켜줄 거예요.”“그러면 됐어. 만약 그 약속을 어기면 나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허가연의 말을 들은 허성태는 몹시 화가 났다. 특히 강지혜의 어두워진 표정을 보고 나니 더욱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손씨 가문 사람들에게 확실한 태도를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그래서 그는 허가연의 뺨을 치려 손을 들어 올렸다.하지만 그 순간 한 사람이 빠르게 앞으로 나와 허가연을 뒤로 밀치고 대신 그 뺨을 맞았다. 바로 임선호였다.팍!귀에 쟁쟁 울리는 소리와 함께
예천우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강지혜의 말소리를 듣고는 당당하게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며 목소리를 높였다.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세 사람이 천천히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모든 사람은 순간 당황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 누가 감히 이렇게 방자하게 나설 수 있을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니 세 사람이 서 있었다.허가연은 임선호를 발견하자 얼굴이 활짝 밝아지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선호 오빠!”허광호은 그 모습을 보고 즉시 화가 치밀어 올랐고 굳은 표정을 지었다. 임선호가 정말로 허가연을 데리러 허씨 가문에 당당히 들어올 줄은 몰랐다.이건 분명히 자신을 무시하는 행동이었기에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스쳤다.허종우는 분노에 가득 차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가 대체 누구길래 감히 우리 허씨 가문에서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냐?”허광호는 기다렸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예천우 옆에 서 있는 임선호를 가리키며 말했다.“저 자식이 바로 뻔뻔하고 멍청한 임선호입니다! 저 주제에 감히 우리 가연이를 탐내고 있어요!”이 말을 들은 손동욱의 얼굴도 어두워졌다. 그는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으나 아직 그를 혼내줄 시간이 없었다.원래는 허가연과의 약혼을 정한 후에 임선호를 혼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찾아오다니 그를 무시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허종우는 더욱 화가 나서 소리쳤다.“이놈아, 감히 이곳까지 와서 날뛰다니 간탱이가 부었나 보네. 널 한 번 봐 줄 테니 지금 당장 꺼져. 그러면 목숨만은 살려줄게!”그러나 임선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말했다.“아저씨, 어떤 말씀을 하셔도 오늘 저는 그냥 물러나지 않겠어요. 죽더라도 가연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그러자 허종우는 이를 악물고 명령했다.“좋아. 그럼 네가 원하는 대로 해 주마. 광호야, 당장 저놈을 죽여!”허성태는 조카인 허광호가 강력한 무술 실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허광호는 위무권관의 관장님을 사부님으로 모시고 있
허씨 가문의 위세는 꽤 강력했지만 4대 가문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실로 엄청났다.많은 허씨 가족 특히 허가연 아버지의 동생인 허종우와 그의 아들 허광호는 손씨 가문과의 인연을 통해 가문이 성장하기를 바랐다. 손씨 가문과 손을 잡으면 분명히 집안의 실력도 훨씬 더 강해질 것이고 그들은 큰 이득을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러나 허가연의 엄마인 조은희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허가연이 임선호를 좋아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지난번에도 자신이 몰래 허가연을 보내서 임선호를 만나러 천해시로 가게 했었다.허가연의 아버지인 허성태도 마음속으로는 내키지 않았지만 가문의 이익을 위해 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한편 허가연은 고개를 숙이고 휴대전화를 꺼내 임선호에게 계속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메시지를 보냈음에도 임선호는 답장이 없었다. 게다가 양가의 대화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도 임선호는 여전히 나타나지 않았다.허가연의 마음은 무거워졌다.임선호의 집안이 아주 대단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가 적어도 한 번쯤은 시도해 볼 줄 알았기에 실망스러웠다.임씨 가문 사람들이 말했던 대단한 예천우라는 존재도 결국 자신을 위로하기 위한 허세가 아니었을까 싶었다.이런 생각들이 떠오르자 허가연은 절망감에 빠져들었다.“좋아요.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틀 후면 좋은 날이니 그날 약혼식을 올리는 게 어떨까요? 이견 없으시죠?”손동욱의 어머니인 강지혜가 제안했다. 이미 허씨 가문는 손씨 가문으로 시집오는 게 결정되었고 허성태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은희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며 딸이 마음 접기를 바랐다.하지만 그때 갑자기 문 앞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돼요!”바로 그 순간 예천우와 임선호가 마침내 도착한 것이었다....그 시각, 용도의 예씨 가문.이른 아침에 가문의 주요 인물들은 모두 충격에 빠져 있었다. 조금 전 전해진 소식은 충격적이었다.어젯밤 백호 전신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전해졌다.그는 외부에
유은수는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뒤돌아보니 정말 예천우가 와 있었다. 그녀는 순간 당황하여 어색하게 말했다.“천우야, 왔구나. 아까는 내가 그냥 헛소리 한 거니까 신경 쓰지 마.”예천우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래요?”그는 이번에는 다른 차를 타고 왔다. 아마도 그래서 유은수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굳이 따지지 않고 덤덤하게 말했다.“완유야, 선호야, 차에 타.”임선호와 임완유는 즉시 차로 다가가 올랐다.“선호야, 네가 운전해.”예천우는 바로 차 열쇠를 선호에게 던졌다.그러자 임선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열쇠를 잡고 운전석에 앉았다. 그는 운전을 좋아해서 이번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마음껏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며 흥분된 얼굴이었다.유은수도 차에 오르려 했지만 예천우는 약간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아줌마, 어디 가시려고요?”“나도 같이 가야지. 선호 일인데 부모가 곁에 있어야 할 거 아니야?”유은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래요? 그렇다면 부모님이 계시니 저는 굳이 안 가도 되겠네요.”예천우는 내리려는 척하며 차 키를 건네려 했다. 유은수는 이를 보고 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야, 아니야. 그럼 난 집에서 기다릴게. 천우야, 선호를 좀 부탁해.”예천우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차에 앉았다. 뒤이어 임완유가 자리를 마련해 주며 말했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천우가 있으니 선호는 무사할 거예요.”“그래, 그래. 안전하게 다녀와.”유은수는 차가 출발하는 것을 바라보며 속으로 욕했다.‘왜 저렇게 잘난척하는 거야? 용왕일 뿐이잖아. 용국의 다른 대단한 사람들은 너랑 달리 그렇게 예절 바르던데.’차가 출발하자 임선호는 예천우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말했다.“매부, 죄송해요. 다시 한번 매부한테 폐를 끼치게 되네요. 아까 엄마가 한 말은 신경 쓰지 마세요. 원래 좀 입이 거칠어요.”“괜찮아.”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편하게 운전이나 해. 정말 서로 좋아하는 사이라
김형준은 잠시 당황하다가 급히 말했다.“저는 어릴 때부터 체력이 남다른 편이라서 굳이 훈련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요?”“하라면 하는 거야. 안 갈 거야?”예천우가 물었다.“가겠습니다!”이런 기회를 어찌 놓칠 수 있겠는가 싶어 김형준은 바로 대답했다.예천우는 양박군의 전화번호와 이름을 곧바로 알려주고 직접 양박군에게 전화해 이 일을 설명했다.아직 당장 예천우를 따라다닐 수는 없었지만 이제 예천우의 작은 동생이 된 셈이니 앞으로 기회가 무궁무진할 거라며 김형준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유이안은 예천우와 이렇게 말이 잘 통하자 바로 다가와 물었다.“형부, 언니 일은 좀...”“이미 말했잖아, 더 얘기할 필요 없어.”예천우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시간이 늦었으니 난 자야겠어. 더 할 얘기 없으면 얼른 돌아가.”유이안은 무척 답답했다.‘뭐가 더 할 얘기가 없다는 건지. 분명 중요한 일인데... 형부가 일부러 피하고 있는 거잖아.’이번엔 정말 예천우가 완전히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보였다. 이렇게 되면 임완유는 어쩌나 싶어 걱정이 밀려왔다.어쩔 수 없이 유이안은 김형준과 함께 자리를 떠났고 가는 길에 유은수에게 전화해 상황을 전했다. 예천우가 이미 단호히 결심했고 더 이상 그들과 얽힐 의사가 없다고 했다.사실 유이안이 예천우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던 것도 유은수의 도움이 컸다. 유은수는 유이안이 예천우를 설득해 임완유를 용서하게 만들길 바랐던 것이다.그러나 마지막 희망마저 사라지자 유은수는 자신이 한 일들이 크게 후회되기 시작했다.‘내가 왜 그렇게 어리석게 굴었을까.’두 사람을 돌려보낸 후 예천우는 푹 자고 아침 6시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문득 임완유와의 약속이 떠올랐다. 임선호와 함께 동성시로 가기로 한 일이었지만 너무 사소한 일이라 깜빡 잊었다.예천우는 빠르게 준비를 마치고 차를 몰고 임씨 가문으로 향했다. 과속 감시 카메라가 없는 구간에선 속도를 내며 빠르게 이동했다.한편 임선호는 아침 7시가 넘도록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