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준의 가슴 전체가 상처였다!도상, 검상! 가로세로 모두 이어져 있었다!상처가 너무 많아 그녀가 찾는 검상을 찾을 수 없었다!고월영의 긴 손가락은 그 가슴의 길고 깊은 상처를 가리키고 있었다.이 상처는 그의 왼쪽 어깨부터 가슴까지 이어져 있었다.상처의 색깔과 형태로 봤을 때 상처가 생겼을 때 뼈까지 닿을 만큼 깊고 아픈 상처였다!살아남은 것이 기적이었다!“본왕이 상처가 네가 말한 검상을 덮기 위함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냐?”강현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그 웃음은 다른 사람으로 하게끔 소름이 돋았다.“네가 보기에는 본왕이 목숨을 걸 만큼 네가 말한 상처를 지우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가?”고월영은 온몸이 굳은 채 그녀의 손을 그의 가슴에서 떼어냈다.고개를 들어 그의 비웃는 얼굴을 마주하니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맞다! 바로 이 검상은 현왕의 목숨을 앗아갈 만한 상처였다.그는 모래밭에서 적들이 이름만 들어도 떨게 만드는 전쟁의 신 현왕야다!주변의 도시와 백성들은 그를 필요로 하고, 남령국 전체에 그가 필요했다.그 몸의 상처들은 그가 전쟁터에서 오랜 시간 동안 전쟁을 통해 남은 상처들이다.그녀를 속이기 위해 그런 모험을 했을 리가 없다.그럴 가치가 없다!전쟁의 신 현왕의 모든 상처는 그녀가 생각한 것보다 많았고 무서웠다.거기다 그녀가 말한 검상도 없었다!그는 정말 현우가 아닌가?“이럴 리 없어, 말도 안 돼...”고월영의 눈앞이 흐려지며 쓰러질뻔했다.그녀의 머리가 정말 아팠다!정말!강현준은 자기 의복을 똑바로 하고 그녀의 눈을 보며, 복잡한 심경을 느꼈다.“본왕과 너는...”그 때 마차가 갑자기 멈췄다.탕 하는 소리와 함께 지언이 장검을 뽑아 날아오는 암기를 쳐냈다.강현준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매복이 있다!하지만 방금 고월영의 몸만 신경 쓰다가 보니 미리 발견하지 못했다.슁슁슁하는 소리와 함께 암기가 날라왔다.두 개는 지언에 의해서 쳐내졌지만 하나는 마차의 창문을 뚫고 고월영을 향해 그대로 날아왔다.고
“본왕이 그녀가 죽는 걸 신경 쓸 거 같나?”강현준은 멈추지 않고 심지어 더 빠르게 걸어갔다.흑의인이 긴장했다. 설마, 진짜로 신경 쓰지 않는 건가?눈앞에 현왕이 가까워지는 걸 보며, 심지어 그는 손까지 올렸다!흑의인은 놀라서 손을 떨자 단검이 바로 고월영의 새하얀 목에 혈흔을 남겼다.고월영이 통증에 눈을 찌푸렸지만 입술을 깨물어 소리를 내지 않았다.혈흔을 본 강현준이 더 움직이면 그녀가 위험할까 걱정했다.순간적인 망설임으로 흑의인이 더욱 힘을 주어 그녀를 압박했다.그는 신나서 웃으며 말했다. “현왕이 신경 쓰지 않는다니, 그럼 나도 신경 쓰지 않고!”손가락에 힘을 주자 고월영 목의 상처가 더욱 뚜렷해졌다.“멈춰라!” 강현준이 멈춰서 매우 차가운 눈빛으로 단검을 쳐다봤다.“현왕, 그녀의 목숨이 상관없다고 한 것 아니었나?”흑의인이 소리를 내 크게 웃었다.현왕을 손에 쥐고 있는 기분이라 너무 좋았다!주위에 소리가 나더니 재빠르게 열댓명의 흑의인이 강현준을 포위했다.강현준의 눈은 계속해서 고월영의 목에 혈흔만 보고 있었다.그의 눈빛에는 살기가 점점 짙어져 가고 있었다!주위의 흑의인이 한기를 느꼈다.현왕의 살기가 너무 강력해 모두 움직일 수도 없었다!하지만! 그들의 손에 인질이 있는 한 그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다른 흑의인이 다가와 단검을 꺼내 고월영의 얼굴에 가져다 댔다.“현왕,이 여인이 너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봐야겠다!”흑의인이 비겁하게 웃으며 고월영의 얼굴 주변을 상처를 내려 했다. “그에게 한 방 먹여!”곧바로 한 흑의인이 단검을 강현준의 다리에 던졌다!“이 여자의 얼굴에 검상을 3개 낼 것이다. 만약 현왕이 이 눈꽃 같은 얼굴이 다치지 않길 원하면 대신 칼을 받아보시오!”그들은 미쳤다!강현준에게 자해를 강요하고 있었다!고월영이 비웃었다. “내가 이깟 얼굴을 신경 쓸 거 같아?”아무도 생각 못 하고 있을때 고월영이 말을 마치자 마자 얼굴을 칼 쪽으로 돌렸다!매우 빨랐다!이러고도 여자인가?흑의인은 놀라서
3개의 칼, 한 개도 남기지 않고 모두 강현준에게 박혔다.현왕이 손을 한번 움직이자 단검이 모두 흑의인을 향해 날아갔다!흑의인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땅에 모두 깊게 박혔다.누가 봐도 놀랄 정도의 경지였다!흑의인이 놀라서 숨이 멎을뻔했다.만약 현왕의 칼이 그의 심장을 노렸다면 그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다!“네... 네가...”“본왕이 약속을 지켰으니, 이제 사람을 넘겨라!”강현준이 앞으로 한 걸음 나갔다.모든 사람이 놀라 뒷걸음을 쳤다.이미 다쳤는데도 어떻게 아직 이렇게 사람들을 두려움에 떨게 할 수 있는가?강현준이 다시 앞으로 가자 고월영을 위협하던 흑의인이 다리가 풀려 넘어질 뻔했다.목을 겨누고 있던 칼이 그가 움직이며 고월영의 목에 또 다른 상처를 냈다.강현준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소리쳤다. “놓아줘!”흑의인의 몸을 감싸는 공기가 엄청난 압박에 온 몸의 피가 멈추는 듯 했다.하마터면 무릎을 꿇을뻔했다.“겁내지 말라, 이 여자는 그의 약점이다! 모두 두려워하지 마!”다른 흑의인이 한 발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이 여자가 있는한, 더 이상...”하지만 오히려 강현준이 손을 움직였다.“앗...”흑의인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을 보고 말았다.그러고는 그대로 뒤로 쓰러졌다.한 번에 목숨을 빼앗았다!모든 사람이 또 겁을 먹고 뒤로 물러섰다.“본왕이 말했다. 놓아주라고!” 강현준이 손바닥에 힘을 모았다.“절대 놓아주지 마라!” 다른 흑의인이 장검을 뽑아, 칼끝을 고월영의 가슴을 노렸다.“그가 우리 형제를 얼마나 죽였나? 오늘 형제들의 복수를 목숨으로 치르게 할 것이다!”“네놈들 5리포 도적들이냐?” 강현준이 눈을 찌푸리며 말했다.몸에 검상이 3군데로 하나하나가 깊은 상처여서 피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하지만 현왕은 차가운 얼굴로 꼿꼿이 서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중상을 입었지만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이 남자는 하늘과 땅을 통틀어 지옥에서 온 수라가 틀림없다.너무 무서웠다
한 명이 죽는 게 두 명 다 죽는 것보다는 좋지 않은가.고월영은 이미 죽을 각오가 되어있었다.하지만 그녀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왜냐하면 그 검이 그녀의 몸을 다치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고월영이 죽음을 결심한 순간 흑의인이 놀라서 검을 다시 회수했다.검을 들고 그녀를 위협하던 흑의인도 놀라서 검을 돌렸다!이 여자를 죽게 하면 강현준이 고민도 없이 그들 모두를 죽일 것이다!하지만 아무도 몰랐던 것은 두 명이 멈칫한 순간 강현준이 재빠른 몸놀림으로 눈앞까지 와있었다!귀에서 찢어지는 듯한 고통 소리가 들렸다. “아...”고월영이 눈을 깜빡하는 사이 팔 하나가 땅에 떨어지고, 떨어진 팔에는 장검을 아직 쥐고 있었다.옆에 있던 몸집이 큰 사람이 그대로 쓰러졌다.고월영은 비로소 그의 목에 단도를 들이댄 사람이 한 방에 땅에 쓰러졌다는 것을 알았다.“당신...”그녀가 말을 이어가기도 전에 강현준 품에 끌어안겨졌다.강현준의 얼굴이 밝아지며 그녀를 안은 채 뛰어올라 순식간에 수십 걸음 거리로 스쳐 지나갔다.매서운 바람이 정면에서 불어와 고월영은 눈도 뜨기 힘들었다.너무 빠른 속도였다!그들이 산속을 헤쳐나가자 흑의인들이 빠르게 멀어져갔다.고월영은 바람을 맞으며 소리쳤다. “사황형, 상처가 너무 깊어요. 빨리 멈추세요!”그들은 더 이상 좇아올 수 없었고, 더 이상 가다가는 그가 피를 너무 많이 잃어 죽을까 봐 무서웠다.“사황형...”말을 마친 후 고월영은 갑자기 몸이 무거워짐을 느꼈다.그녀를 안고 있던 힘이 사라졌다!그들은 산허리에서 굴러떨어지고 있었다.강현준은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진기가 이미 다 빠진 상태였다.계속 부딪히고 있었지만 고월영은 자신이 다치거나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산밑까지 굴러떨어지고 나서야 두 사람은 겨우 멈출 수 있었다.강현준이 입으로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검붉은 피가 그의 깔끔하고 아름다운 얼굴을 붉게 물들였다.“사황형!”그의 몸에 엎드려있던 고월영이 기어 일어나 자세히 보니 굴러떨어지는 동안 자
강현준이 이렇게 다쳐서는 바로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작았다.고월영은 숨겨진 동굴을 찾아 그를 눕혔다.그녀는 동굴 주변에서 지혈에 필요한 약초를 찾아 강현준의 의복을 찢었다.그의 몸에는 새로 생긴 상처와 오래된 상처가 그녀의 눈을 아프게 했다.전쟁의 신 현왕, 혁혁한 전공은 모두 그의 목숨을 걸고 얻은 영광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의 후광만을 봤을 뿐 그가 남령의 백성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참고 얼마나 많은 상처를 입었는지 알지 못한다!고월영은 빠르게 냉정해지고 은침으로 혈을 막은 뒤 지혈했다.그리고 약초를 으깨 약즙으로 상처에 퍼 발라 주었다.그녀는 자기 옷을 벗어 찢은 후 크고 작은 헝겊으로 만들어 그의 상처를 감쌌다.피가 점차 멎었지만, 강현준은 피를 이미 너무 많이 흘려 의식이 불안정했다.고월영은 밖을 한번 살폈다.이곳은 충분히 숨겨져 있는 장소였다.흑의인도 찾을 수 없지만 지언도 쉽게 이곳을 찾아올 수는 없었다.밤이 되면 강현준이 상처로 인해 열이 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 하지?아니나 다를까, 한밤중이 되자 강현준이 고열에 시달리기 위해 시작했다.처음에는 온몸이 뜨거워지면서 몸은 불덩이 같은데 그는 온몸을 떨고 있었다.고월영은 따뜻하게 해줄 것을 찾지 못해 결국 자기 몸으로 그를 품에 안았다.남자의 몸은 용암처럼 뜨거웠고, 절세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다.고월영은 그의 이마를 짚어봤는데, 적어도 40도는 되는 거 같았다.“사황형, 버티셔야 합니다! 열이 내리기만 하면 괜찮아질 거예요. 알겠죠?”그녀의 손이 강현준의 얼굴로 향했다.그가 자신을 위해 칼을 맞는 그 장면만 떠올리면 가슴 깊숙이 너무 아파져 왔다.만약 당신이 현우라면, 왜 그녀를 아는 척하지 않은 건가요?당신이 현우가 아니라면 그녀를 위해 왜 목숨까지 버리는 건가요?고월영의 긴 손가락이 천천히 그의 입술을 만졌다.강현준이 무엇인가를 느끼고, 짙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온도가 없는 그 입술이 살짝 열리며 무슨 말을 하려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강현준은 이튿날 새벽에 깨어났다.팔을 움직이자, 그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한 여자가 그의 품에 안겨있었다.무의식적으로 그녀를 품 안에 안으려다 손을 드는 순간 먹구름처럼 생각이 스쳐 갔다.“방자하다!”그는 고월영의 옷을 잡아당기며, 품에서 떼어내 그녀를 밖으로 밀어냈다.아무 생각 없던 고월영은 그에게 밀쳐서 퍽 소리와 함께 머리를 부딪혔다.머리가 너무 아파 바로 정신을 차렸다.“현우...”눈을 뜨고 보니 강현준이 앉아서 매우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본왕을 뭐라고 부른 거지?” 강현준의 얼굴이 매우 사납게 변했다.얼굴부터 몸까지 한기를 뿜어냈다.고월영이 생각을 정리하고 자기 어깨를 주무르며 대답했다.“...사황형.”밖에서 갑자기 발소리가 들려오자 고월영의 안색이 변하며 강현준의 눈앞을 막아섰다.뒤에 있던 남자는 그녀의 작은 등을 보며, 눈빛이 복잡하게 변했다.그가 담담히 얘기했다. “지언이다. 뭘 당황하느냐?”고월영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바로 달려 나갔다.강현준는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 “본왕이 지언이라고 하자마자 믿는 거냐?”이렇게 뛰쳐나갔는데 만약 흑의인이라면 그녀 혼자서 막을 수 있는가?고월영이 고개를 돌려 그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사황형의 말을 제가 어찌 믿지 않을 수 있나요?”그녀는...강현준은 눈을 살짝 찌푸렸다. 상처가 아직 아파서인지 반박할 힘도 없었다.고월영이 뛰쳐나갔다.찾아온 사람은 역시 지언이었다.그리고 현왕의 12대까지!“왕비!”고월영을 본 지언이 흥분해서 반갑게 다가왔다. “왕비, 다친 데는 없습니까?”“저는 괜찮은데...사황형의 상처가 심각해요.”지언이 빠르게 동굴 속으로 뛰어가 왕야를 살폈다. 눈빛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죽일 놈의 도적들! 속하가 바로 그들을 찾아 갈기갈기 찢어 죽이겠습니다!”강현준은 아무 말 없이 일어나서 움직이려고 했지만 통증이 있어 눈살을 찌푸렸다.지언은 정확히 어떻게 다친 줄 모르지만 고월영은 알고 있었다.이렇게 다쳐서 이튿날
진실은 진짜 강현우는 이때 현왕 부에 있었다.바로 운려각안.그곳은 아늑하고 조용한 정원입니다. 월영, 현우.정원의 주인은 분명 월영이라고 불리는 아가씨를 매우 사랑했습니다.하지만 월영이 걸어 들어갈 때 왠지 마음 한쪽이 황량해졌다.그녀는 백의의 남자를 보았다.그를 처음 본 느낌은 “조용함”이란 단어가 뇌에 새겨졌다.그는 거문고를 연주하고 있었다.백의, 긴 머리, 온화한 백옥같은 옆모습은 속세를 벗어난 청아한 느낌이었다.아름다움, 아름다움이 마치 시와 그림 같았다.그 아름다움은 인간 세상에 있을 수 없는 천상계의 환상 같았다.고월영이 복도에 서서 멀지 않은 곳의 정원의 그림자를 보자 온몸이 차가워짐을 느꼈다.그녀의 뒤에서, 그녀보다 차가운 강현준의 말이 들렸다.“이렇게 완벽한 부군이 있으면서 다른 남자를 생각하는 건가?”“고월영, 본왕의 여자가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말 하나하나가 칼처럼 그녀의 심장을 파고들었다.고월영은 난간을 부여잡고 손가락에 힘을 주고 있었지만 심장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인기척을 느끼고 정원의 백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복도의 인영을 보자 그의 평온한 마음이 금세 감정으로 가득 물들었다.다가오고 싶었지만, 망설이는 것으로 보였다.결국 그는 거문고를 멈추고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사황형, 월영.”고월영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티 없이 아름다운 얼굴, 섬세하고 완벽한 이목구비, 사랑스러운 눈동자까지.거기다가 눈가에 점점 선명해지는 미인 점!“현우...”고월영의 얇은 입술이 떨렸다.갑자기 비릿하고 달콤한 냄새가 마음속에서 올라왔다.그녀는 가슴을 붙잡고 참고 또 참았다.결국 참아내지 못하고 피를 토해냈다.그러고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녀는 생각나지 않았다.몽롱한 기운으로 누군가가 안은 것 같은 느낌만 남았다.눈앞에 백의의 남자는 가슴 아파하며, 초조한 목소리로 계속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월영...”그녀는 쓰러졌다....고월영의 병은 3일 밤낮으로 계속 이어졌다.3일을 꼬박
이 문제는 고월영도 계속 대답하지 못했다.그리고 이틀 동안 고월영은 계속 치료해 힘썼다.방에는 항상 온화한 인영이 그녀를 지척에서 보살피며 지켜주고 있었다.고월영이 깨어난 3일 새벽 드디어 완전히 회복이 되었다.큰 병으로, 고열, 경련, 혼절등 지금에서야 완전히 회복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다만 몸에 힘이 좀 없을 뿐이었다.강현우가 문 앞에서 하녀의 약을 받아오면서 그녀가 침대에서 일어나 앉는 것을 보았다.그는 급한 마음에 약을 내려놓고 그녀를 부축했다.“조심해!”손바닥이 그녀에게 닿으려는 순간 고월영을 의식해 다시 손을 가져갔다.“나는 괜찮아. 그냥 조금 걷고 싶어.”몇일동안이나 햇빛을 보지 못해 몸이 너무 쇠약해진 것 같았다.그녀는 견디고 일어나야했다.강현우가 갈 곳을 잃어버린 자신의 손을 보며, 허탈해했다.그러나 그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그녀에게 약을 건네주었다.“걷고 싶으면 걸으면 되지. 하지만 약부터 먼저 먹어야해.”“현우야.”“응.”“장군부에 시안이라는 하녀가 있는데, 수성에 갔을때 형의 사병에게 잡혀서 오늘까지 장군부에 돌아오지 못하고 있어.”“그래, 내가 찾아오라고 할게.”강현우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한 적이 없다.처음 봤던 그가 확실했지만 오늘의 그는 고월영이 느끼기에 어딘가가 달랐다.그는 진짜 강현우지만 몇일간 그녀가 보고 느낀 것은 확실했다.그야말로 진짜 강현우다, 가짜와 바꿔치기를 한 것 같았다!약을 먹고 강현우는 약 그릇을 들고 떠날때고월영이 갑자기 그의 손목을 잡았다.손목을 잡은 그녀의 작은 손의 백옥 같은 손가락이 강현우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그의 손을 그녀가 잡은 것은 첫 번째였다.비록 10손가락이 맞닿은 것이 아닌 손목이였지만.하지만 강현우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달콤하고 따뜻한 일이었다.“왜 그래?” 그녀가 자신의 손을 펴 손가락으로 그의 맥을 짚었다. 강현우가 가볍게 웃었다. “진짜 의술을 아는거야?”고월영이 고개만 끄덕이며, 그의 맥을 살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눈썹을 찌푸
황족들 사이의 암투는 예전부터 존재해 오던 것이었다.황족과 혼인한 여자는 살기 위해서 그런 것들을 몸에 익혀야 했다.그들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다른 여자보다 더 많이 총애를 받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웠다.황족 남자들이 황위를 위해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그들의 싸움은 피를 흘리지만 여자들 사이의 암투는 소리 없는 전쟁이었다.고월영은 반항을 포기하고 몸에 긴장을 풀었다.주변을 돌던 호위 무사들은 둘을 보고 멀리 피해서 도망갔다.남령국에서 여왕비의 명성은 아마 눈앞의 이 남자로 인해 바닥으로 추락한지 오래였다.“황족으로 사는 삶은 저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전하께서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그래도 나를 위해서….”“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저를 위해서 살고 싶습니다. 저는 이런 삶의 방식이 너무 싫어요! 게다가 전하께서도 저를 전적으로 신뢰하지 않으셨잖습니까.”지금 하는 모든 말은 의미가 없었다.고월영은 원망이 아닌 사실을 말하고 있었다.“전하의 이 현왕부에서 저는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습니다. 전하의 세력 범위 안에서요. 벌써 잊으셨나요?”잊었을 리 없었다. 그래서 이 왕부의 상공에 얼마나 거대한 먹구름이 끼었는지 처음으로 확인했다.더 이상 현왕부에는 따뜻한 햇살이 비치지 않을 것 같았다.고월영은 그를 부드럽게 밀치고 갈 길을 가버렸다.그는 홀로 정원에 남아 고독을 달랬다.고월영이 영하각으로 돌아오니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무아린이었다.“어머니께서는 무안희를 버리셨습니다. 저에게 돌아가서 성녀의 자리를 물려받으라고 하더군요.”무아린은 작별인사를 하러 온 것이었다.“그래서 떠나려고요?”고월영은 무아린을 보내고 싶지 않았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선택이 있는 법이다.“저에게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돌아가지 않으면 갈 곳도 없고요.”어머니가 그녀를 마음먹고 찾으면 어디로 도망가도 소용없었다.며칠 돌아가는 시간만 늦출 뿐이었다.무안희마저 백단교 사람들의 마수를 피해가지 못했는데 무아린은 자신이 없었다.“오라버니랑은 이
말을 마친 강현준은 뒤돌아섰다.“현준아!”안비가 다급히 붙잡으려 달려갔지만 강현준의 옷깃도 스치지 못했다.지금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날 수 있을는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현준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단지 너와 현우가 너무 보고 싶어서….”안타깝게도 그 말은 이미 멀리 가버린 강현준에게 닿지는 않았다.안비는 고개를 돌리고 마지막 희망을 강현우에게 걸었다.그녀는 달려가서 강현우의 손을 잡으려 했다.“현우….”강현우는 혐오스럽다는 듯이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현우 너마저 이 어미를 버리는 것이냐!”안비가 울며 울부짖었다.강현우는 그 모습을 낯선 눈빛으로 보고 있을 뿐이었다.그는 눈앞에 있는 사람이 그토록 자식을 아끼던 어머니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왜 이렇게 된 걸까?약병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결국 그는 쥐고 있던 약병이 그의 손 안에서 깨졌다.“현우야!”안비는 아들의 손에서 흐르는 피를 보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하지만 강현우도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밀치고 가버렸다.두 아들이 모두 그녀를 버리고 가버린 것이다.“현우야!”여왕마저 떠난 뒤, 그녀는 무기력하게 바닥으로 주저앉아 흐느꼈다.고월영은 그 모습을 무표정한 얼굴로 바라보다가 뒤돌아섰다.등 뒤에서 안비의 외침이 들려왔다.“고월영, 이 악랄한 년! 넌 곱게 죽지 못할 거야!”걸음을 멈춘 고월영은 고개를 돌리고 담담히 말했다.“세상에 들통나지 않을 거짓말은 없어요, 마마. 무슨 일이든 책임이 따르는 법이지요.”“양심도 없는 년! 어찌 나한테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안비는 두 아들이 자신에게서 등을 돌린 모든 원인이 고월영에게 있다고 생각했다.세상에 어찌 이렇듯 매정하고 악랄한 여자가 있단 말인가!고월영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안비를 바라보고는 걸음을 옮겼다.뒤에서 안비의 처절한 저주가 들려왔다.“언젠가 넌 나보다 더 비참한 처지가 될 것이야!”“모두에게 버림을 받을 것이고 모두가 널 혐오할 것이야!”“고월영, 이 죽일
시안이 자결했을 때 방 문은 안으로 잠겨 있었다.진심으로 죽음을 택했기 때문이었다.정말 죽으려는 사람은 절대 방해 받지 않을 시간과 환경을 마련하고 행한다. 일부러 누군가가 발견해 주기를 바라고 행한 게 아니라면 이 상황이 말이 되지 않았다.“내 궁에서 그딴 불경한 소리를 지껄이다니!”안비의 두 눈에 당황함이 스쳤다.고월영은 여전히 담담한 목소리로 답했다.“제 질문이 불편하셨다면 송구합니다. 다른 뜻은 없었어요.”자리에서 일어선 그녀는 품에서 약을 꺼내 강현우에게 건넸다.“현우 오라버니, 이걸 마마께 드리세요. 멍자국을 없애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멍자국?”강현우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안비는 아무리 봐도 어디 다친 것 같은 반응은 아니었다.고월영이 말했다.“목을 매달았다면 온몸의 중량이 저 천으로 쏠립니다. 그 과정에서 목덜미에 압박흔이 생길 수밖에 없지요. 이 약을 발라드리면 멍이 사라질 겁니다. 약을 안 바르면 나중에 흉터가 남을 수도 있어요.”모두의 시선이 안비의 목덜미로 향했다.안비는 밤중이라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하얗고 긴 목덜미가 그대로 드러났다.안비는 당황한 얼굴로 목덜미를 가렸다.“어머니….”강현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갑자기 실망감이 몰려왔다.“나… 난 괜찮다. 사실 바로 발견돼서….”“참. 너는 이 밤중에 마마께서 나쁜 생각을 하실 줄 어떻게 알고 침소로 뛰어들어왔느냐?”고월영은 어린 궁녀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겁에 질린 어린 궁녀는 한발자국 뒤로 물러섰다.안비의 눈치를 보려고 했는데 고월영이 앞으로 나서며 시선을 가렸다.“설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냐?”고월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네 이년, 무슨 망언을 하는 것이냐!”안비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고월영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한발 다가섰다.“말해 보거라! 너는 어쩌다가 마마의 침소로 들어오게 된 것이냐!”“너 이….”강현준이 싸늘한 시선이 날아오자 안비는 그대로 의자에 주저앉아 버렸다.그는 고
강현준은 손에 힘을 풀었다.그녀가 하는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어쩌다가 온기를 찾은 심장이 다시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고월영은 그가 정신을 판 사이에 그의 품에서 빠져나왔다.“다른 일 없으면 저는 이만 가보겠….”“전하!”밖에서 지언이 다급히 안으로 달려왔다.“전하, 안비마마께서 자결하셨습니다!”그날 밤 현왕부 사람들은 모두 궁으로 몰려갔다.고월영도 강현우의 부탁으로 함께 궁으로 갔다.다행히 안비는 자결 시도만 했을 뿐,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안비는 고월영을 보자마자 버럭 화를 냈다.“저년이 내 궁에 어쩐 일이야? 누가 저년을 들여보냈어? 여봐라! 당장 저년을 밖으로 끌고 나가!”궁녀와 태감들이 소리를 듣고 다가왔다.하지만 현장에는 현왕과 여왕도 함께 있었다.강현준이 싸늘한 눈빛을 보내자 그들은 전부 고개를 숙이고 구석으로 물러섰다.고월영은 홀로 궁을 나갈 수는 없으니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그녀는 따분한 얼굴로 안비 궁 안의 시설들을 구경했다.방 안에는 안비의 울음소리만 들렸다.두 아들은 멀뚱멀뚱 서서 어머니가 우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한참을 울던 안비는 아들들이 반응이 없자 목청을 높였다.결국 마음이 약해진 강현우가 말했다.“어머니, 형님도 너무 화가 나셔서 그런 거지 않습니까. 며칠만 참고 기다리면 금족령은 금방 풀릴 겁니다.”안비는 조심스럽게 강현준의 표정을 살폈지만 그는 줄곧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그녀는 더 구슬피 울며 말했다.“그래도 이 어미를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사람은 우리 현우밖에 없구나. 아들이라고 둘밖에 없는데 현준이는….”강현준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현왕은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었다. 그는 이야기하고 싶지 않으면 한 마디도 꺼내지 않는 성격이었다.안비는 더 큰소리로 통곡했다.이 왕조에는 귀비가 없었다. 황후 다음으로 귀한 위치가 비였다. 현왕이 공훈을 많이 세웠기에 안비도 궁 안에서 모두에게 떠받들리는 존재가 되었다.그런 존재가 통곡하고 있자 안비 궁 궁인들의 눈에도
“대체 저를 어디로 데려가시는 겁니까?”고월영은 점점 강현준의 처소랑 가까워지는 것을 보고 걸음을 멈추며 물었다.그녀는 이 시점에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다.어차피 떠날 건데 더 이상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이따가 알게 될 거야.”강현우는 이번에 작정하고 둘을 화해시키기로 마음먹은 모양이었다.고월영은 그에게 질질 끌려가다시피 해서 현왕의 정원으로 들어왔다.강현준은 정원에 홀로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술 취한 사람이랑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요.”그날 밤 술을 먹고 자신을 침범한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울화가 치밀었다.이 사람이랑 영원히 보지 않고 살았으면 좋을 것 같았다.강현우는 그녀를 끌고 정원 안으로 저벅저벅 들어간 뒤, 그녀의 등을 밀치고는 휑하니 가버렸다.고월영은 발을 헛디뎌 그대로 강현준의 품에 무너졌다.‘저런 사람도 부군이라고!’고월영은 속으로 강현우를 욕하며 황급히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강현준은 팔을 뻗어 품을 벗어나려는 그녀의 허리를 붙잡았다.“전하!”“네가 먼저 품에 달려들었다. 뭐가 불만이지?”강현준은 홀린 듯한 눈으로 탐스럽게 상기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눈빛에서도 다정함이 넘쳤다.정말 오랜만에 보는 다정한 눈빛이었다.고개를 든 고월영은 순간 홀린 듯 그를 바라보았다.“전하도 아시다시피 제가 원해서 넘어진 게 아니지 않습니까.”하지만 강현준에게 그런 말은 통하지 않았다.“전하, 자중하십시오!”“언제 들어본 적이 있는 말인데?”궁에서 처음 그가 그녀를 껴안았을 때 했던 말이었다.몇 달밖에 지나지 않은 일인데도 아득하게 멀게 느껴졌다.“월영아, 우리 화해하면 안 될까?”강현준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목덜미 사이로 얼굴을 파묻었다.그의 입가에서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화해?그게 가능할까?고월영은 한참을 반복적으로 생각했다.화해할까?하지만 이미 잃은 사람과 전에 입었던 상처는 여전히 그대로였다.결국 그녀는 그의 어깨를 살짝 밀치며 말했다.“전하, 제가
강현우는 얼굴을 붉히며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나중은 못 보았습니다.”단지 강현준이 뜨겁게 그녀의 입에 입술을 맞추는 장면을 보았을 뿐이었다.그때는 무슨 생각인지 그들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평생 살면서 남녀 사이의 일을 겪어보지 않은 강현우였기에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뛰고 얼굴이 붉어졌다.“형님께서… 저고리 고름을 풀 때 돌아왔습니다. 나중은… 정말 못 보았어요.”강현준은 어색한 표정으로 기침했다.“끝까지 가지는 않았다.”적어도 그날 밤은 그랬다.하지만 어쩐 일인지 강현우 앞에만 서면 자꾸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방 안 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형제였지만 이 순간 갑자기 할 말이 없어졌다.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할까?한참이 지났을 때, 강현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또 할 말이 남았느냐?”강현우는 긴 한숨을 내쉬고 머뭇거리다가 말했다.“형님과 월영이 사이에 서로에게 미련이 남은 것을 압니다. 그날 밤 월영이는 진심으로 형님을 밀쳐내지 않았어요.”강현준은 말없이 붓대만 놀릴 뿐이었다.강현우는 계속해서 말했다.“만약 정말 형님께 마음이 없었더라면 제가 아는 월영이는 죽음을 불사하고서라도 거절했을 겁니다.”붓대를 잡은 강현준의 손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그가 아는 고월영이라면 죽더라도 원하지 않는 일은 거부하는 성격이었다.적어도 그날 밤 그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자 기분이 조금은 좋아졌다.역시 쌍둥이라서 그런지 강현우보다 강현준의 마음을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시안의 죽음이 월영이의 마음에 너무 큰 상처를 안겨서 아마 잠시는 잊어버릴 수 없을 거예요.”“하지만 시간이 약이라고 나중에 상처가 아물고 옅어지면 형님을 다시 떠올리게 될 거라고 믿어요.”“녀석, 언제부터 이렇게 듣기 좋은 말만 골라했지?”강현준은 붓을 내려놓고 찻잔에 차를 따라 동생에게 건넸다.“말하느라 목도 말랐을 텐데 차나 한잔 하고 가거라.”강현우는 찻잔을 받아 한숨에 삼켜버렸다.형님이
운조와 서령 대군이 연합하여 청성이 함락될 위기라는 전보였다. 청성과 가까운 수성도 민심이 흔들리고 성 안은 혼란에 빠졌다고 했다.황제는 여왕 강현우를 선봉 장군으로 봉하고 내일 즉시 출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아침에 가신다고요?”고월영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리고 굳게 닫힌 방 문을 바라보았다.큰 오라버니는 길을 떠나도 문제없지만 심각하게 다친 고월영은 지금 길을 떠나기엔 무리였다.적어도 반 달은 요양해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고용기도 장군으로써 수성으로 복귀하는데 언니만 혼자 여기 남게 된 상황이 조금 안타까웠다.“알겠습니다. 저도 전하랑 같이 가겠습니다.”고월영이 말했다.강현우의 두 눈에 희열이 스쳤다.“나는… 네가 여기 남겠다고 할 줄 알고….”그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었다.“어차피 네 언니도 돌봄이 필요하니까.”“전하, 제가 현왕 전하 곁에 남겠다고 할까 봐 걱정하신 거지요?”고월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이제 오해도 풀렸으니….”“전하, 전장에 나가 보신 적은 있으세요? 현왕 전하 없이 스스로 전장에 나가신 적 있냐고요?”“월영아, 나에게는 네가 필요해.”강현우가 조심스럽게 말했다.황제의 지시가 내려진 후 그는 줄곧 긴장한 상태였다.강현우의 가장 큰 약점은 스스로 결단을 내릴 주견이 없다는 점이었다.전에는 형의 말을 들었고 지금은 고월영의 의사에 따랐다. 스스로 무언가 결정을 내리는 일은 그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이었다.“저와 현왕 전하는 이제 끝난 사이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이상한 생각하지 말아주세요.”뒤돌아서려던 그녀는 한마디 덧붙였다.“아직도 저를 전하의 왕비로 생각하신다면 조금만 더 전하의 곁을 지켜드리겠습니다. 싫으시다면 앞으로 저를 시종으로 부려도 좋아요.”“난 한 번도 너를 내치려는 생각을 한 적 없다!”그가 두려운 건 그녀가 명의뿐인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일이었다.“그런데 왜 한동안만 내 곁을 지킨다고 하는 거냐? 평생 내 옆에 있으면 되지 않느냐?”“전하께서도 진짜 혼인을 하
아무도 무안희가 어떻게 속박을 풀었는지 신경 쓰지 못했다.모두의 시선이 안비에게 쏠린 틈을 타서 그녀는 어느새 밧줄을 풀었다.그리고 손에 칼을 빼들고 고여추의 목에 겨누었다.강현준은 음침한 얼굴로 기를 모았지만 입에서 또 다시 피가 뿜어져 나왔다.“형님!”강현우는 다가가서 그를 부축하고 고월영의 손을 잡아당겼다.고용기는 무안희를 착잡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지금도 여전히 그녀에게 무력을 행사하는 것은 힘들었다.연일이 무안희를 쫓아갔다.“오지 마!”무안희는 비수를 고여추의 목에 들이댔다. 하얗고 가는 목에서 뻘건 피가 뿜어져 나왔다.“안 돼!”결국 고용기는 밖으로 쫓아 나갔다.고월영도 강현우의 손을 놓고 마당으로 달려나갔다.“무안희, 그만해!”“고월영, 너 때문에 난 모든 것을 잃었어. 내가 이 자리에서 네 언니의 목숨을 취해도 넌 할 말 없잖아?”고여추의 목에서는 점점 많은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조금만 더 깊게 들어가면 숨이 끊어질 것이다.“안 돼!”고월영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비명을 질렀다.강현우가 다가와서 그녀의 어깨를 잡았다.“무안희, 인질 풀어주면 오늘 무사히 왕부를 떠나게 해주겠다!”“내가 너희를 믿을 것 같아?”무안희는 고여추의 목에 칼을 들이댄 채로 후문을 향해 뒷걸음질쳤다.고여추는 안비에 의해 섭혼술이 중단된 이후로 의식이 흐릿한 상태였다.그녀는 마치 허수아비처럼 무안희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고 있었다.아무도 무안희를 막지 못했다.연일은 여러 번 강현준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가 미동이 없자 섣불리 움직이지 못했다.왕부의 하인들도 마찬가지였다.안 그래도 고월영은 강현준을 사무치게 증오하는데 이 왕부에서 언니마저 잃으면 아마 현왕에게 죽자고 달려들 수도 있었다.무안희는 그렇게 고여추를 끌고 뒷문을 통해 빠져나갔다.“쫓아!”연일은 그제야 부하들을 호령하여 쫓아 나갔다.고월영과 강현우도 뒤따라갔다. 무안희는 뒷산의 방향으로 도망쳤다.고월영 일행이 도착했을 때, 연일이 고여추를 안고 되돌아오고
강현준의 시선이 안비에게 닿았다.안비는 움찔하며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아들에게서 저런 시선을 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처음은 심복이 고월영에게 독을 먹였을 때였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겁에 질린 안비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무안희는 강현준을 똑바로 보며 계속해서 말했다.“모두 안비의 짓이었습니다. 난원을 압박해서 고월영의 체내에 독을 주입했어요. 고월영은 그때까지 아이가 무사히 살아 있다고 애원했어요.”무안희는 안비를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하지만 마마는 한 번에 실패하자 난원에게 한 번 더 독을 주입하라고 명령했지요.”“그때 아무도 고월영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았어요. 독을 두 번이나 주입했고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으니까요! 전하, 이게 당신 어머니의 본 모습이에요! 얼마나 감동스러운 아들 사랑인가요!”무안희는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를 제외하고 아무도 웃지 않았다.두 번의 독 주입, 그건 고월영의 목숨을 노리고 한 짓이었다.강현우는 어느새 떨리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강현준은 온기 하나 없는 눈빛으로 자신의 어머니를 바라봤다.안비는 그 시선을 마주하고 한발 한발 뒤로 물러섰다.“그런 거 아니야. 난원이… 아이가 정상이 아니라고 했어. 태어나도 정상이 아닐 거라고….”“현준아, 어미가 일부러 그런 건 아니야. 하지만 정상이 아닌 아이가 태어나면 현왕부는… 이게 다 너를 생각해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어!”강현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어머니를 바라만 볼 뿐이었다.아무도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 못했다.강현준 본인도 포함이었다.머릿속에 자신의 여자가 죽어 가는 장면이 펼쳐졌다.그녀는 이미 복 중에서 숨이 끊어진 아이를 붙잡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애쓰고 있었다.이기적인 인간들은 멈추지 않고 헐떡이는 고월영을 붙잡고 재차 독을 주입했다.푸흡!강현준의 입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왔다.주변 사람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