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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화

작가: 유승안
“어찌 자신을 어리석다 말합니까. 낭자의 재능은 대연을 통틀어도 따라올 자가 몇 없는걸요. 낭자가 어리석으면 이 천하에 똑똑한 여인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낭자에게 선왕부 살림을 맡겨도 잘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강준은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손을 내밀었다.

“잔재주일 뿐이고 어디 내놓을 정도는 아닙니다.”

소은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말했다. 그가 비록 선왕부에 대해 말했지만 그녀는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다.

강준은 그녀의 걱정을 알아보고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꿇고 있으면 편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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