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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그 채찍은 엄마의 몸에 내리꽂혔다. 그러나 엄마는 고통을 느끼지 않는 듯 강우진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자네가 정말 혜림이를 오해한 거야. 이제 그만하고 앉아서 얘기하자고.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후회? 아마 더 일찍 때리지 않은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요? 임신 보고서를 봤을 때 바로 따귀를 날렸어야 했는데.”

“아직도 딸을 감싸는 겁니까? 평소에 나더러 뭐든 혜림이한테 양보하라더니 왜 혜림이 교육은 제대로 안 시켰어요? 오늘은 하늘의 뜻을 대신해서 당신까지 함께 혼내줄 겁니다.”

뒤이어 강우진은 다시 채찍을 휘둘렀다.

엄마는 나를 보호하기 위해 내 앞으로 달려와 나를 꼭 껴안고 채찍을 맞았다.

고통스러운 듯 엄마가 비명을 지르자 그 소리에 내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엄마를 보호하기 위해 나는 모든 자존심을 내려놓고 절망 속에서 강우진에게 애원했다.

“제발 그만해, 강우진. 부탁이야, 더는 때리지 말아줘.”

“난 정말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은 적 없어. 그동안 함께해온 세월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엄마를 더 이상 때리지 마. 엄마는 이걸 견딜 수 없어.”

하지만 내 간절한 부탁에도 강우진은 멈추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해온 세월을 네가 감히 입에 담아? 내가 너한테 잘못했냐? 네가 애도 못 낳는다고 내가 한 번이라도 너한테 뭐라 한 적 있어? 우리 엄마가 이혼하라고 할 때도 난 거절했어. 그런데 너는 나한테 어떻게 했지?”

그는 계속해서 채찍을 휘둘렀다.

엄마가 나를 안고 있는 힘이 점점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제야 강우진은 멈췄고 엄마는 힘없이 쓰러졌다.

나는 급히 엄마의 등을 만져보았다.

손에 가득한 피를 보고 나는 비명을 질렀다.

“엄마, 엄마! 정신 좀 차려요! 제발 일어나요!”

하지만 이미 의식을 잃은 뒤였고 엄마는 깨어나지 않았다.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자 강우진은 당황한 듯했다.

그는 급히 엄마의 코앞에 손을 가져가 숨이 붙어있는지 확인했다.

아직 그래도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에 곧 강우진은 안도했다.

그는 엄마를 들어 소파 위에 눕혔고 나는 테이블 위에 있는 가방을 잡아 핸드폰을 꺼내며 119에 전화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을 본 강우진이 달려와 내 핸드폰을 빼앗았다.

“누구한테 전화하려는 거야? 장현태한테 하려고? 내가 말했지? 그놈은 지금 바빠서 너를 구해줄 시간도 없다고.”

나는 급히 말했다.

“119에 전화하려는 거야. 엄마가 기절했어. 엄마를 병원에 데려가야 해.”

“전화하지 마!”

강우진이 내 핸드폰을 들어 바닥에 내동댕이치자 핸드폰은 산산조각이 났다.

“네 애인한테 전화하려던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당신은 미쳤어.”

화가 머리끝까지 난 나는 온 힘을 다해 강우진의 뺨을 때렸다.

그리고 그 한방은 다시 한번 강우진을 격분하게 만들었다.

“네가 감히 날 때려?”

강우진이 발로 내 배를 향해 차올리려 하자 나는 본능적으로 손으로 배를 감쌌다.

결국 그의 발은 내 손에 닿았다.

그리고 이 행동은 강우진을 더욱 미치게 만들었다.

“그 아이 지키겠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내가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데... 넌 결국 남의 아이를 지키겠다는 거야?”

강우진은 내 손을 연달아 차며 폭력을 가했다.

손목은 마치 부러질 것 같았다.

“그만해. 그만 좀 해!”

강우진의 잔인한 행동에 한 이웃이 참다못해 나섰다.

“이봐. 이렇게 하다간 큰일 날 거야.”

그러자 강우진은 테이블 위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 들어 그에게 던졌다.

“참견하지 말라고 했지!”

주변 이웃들은 모두 나이가 있었기에 강우진의 광기에 놀라 달아났다.

강우진은 다시 나를 향해 돌아서서 발길질을 이어갔다.

“신혜림, 다른 놈들과 엮일 게 없어서 하필 장현태와 엮였냐? 내가 그놈을 얼마나 싫어하는지 알면서!”

장현태는 강우진과 대학 시절 친구였지만 사실 장현태는 늘 강우진을 괴롭히곤 했다.

강우진에게 밥을 사 오게 하고 돈을 주지 않았으며 여학생들에게 강우진의 험담을 퍼뜨리곤 했다.

심지어 한 번은 기말고사 때 강우진의 알람을 꺼놓고 졸업 논문도 그대로 베끼며 자주 강우진의 아버지인 척했다.

강우진은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고 아버지에 대한 언급에 매우 예민했다.

장현태에게 여러 번 경고했지만 그는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들은 졸업식 날 싸웠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졸업 후 3년 뒤 장현태는 강우진의 상사가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 강우진은 장현태에게 굽신거렸고 직장에서 늘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지금 그가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난 건지는 이해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럼 가서 장현태를 때려야지 왜 나를 때리냐는 것이었다.

‘현태 씨가 남자라서 그런가?’

나는 눈앞에 있는 ‘나를 사랑한다'는 사람의 실체를 똑똑히 보게 되었다.

아빠가 왜 강우진이 위험하다고 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 그는 진짜로 속이 좁고 위험한 사람이었다.

고통이 나를 현실로 끌어당겼다.

내 손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웠다.

나는 강우진을 보며 말했다.

“만약 이 아이가 정말 당신 아이인데 당신 때문에 잃게 된다면... 후회하지 않겠어?”

그러자 강우진은 놀라운 말을 내뱉었다.

“그 아이가 내 아이일 리가 없어. 내가 4년 전에 검사했거든. 내 정자는 활동성이 낮아서 아이를 가질 수가 없대.”

“뭐? 검사를 했었다고?”

오랜 세월 아이가 생기지 않은 건 나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시어머니는 매일 내 배를 감시하며 바퀴벌레와 지네를 넣어 끓인 보약을 억지로 먹이곤 했다.

한 번은 식중독으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우진은 단 한 번도 자신이 정자 검사를 했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그는 분명 내가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시어머니가 나를 그렇게 괴롭히도록 놔둔 것이었다.

그의 ‘사랑'이란 거짓말이었다.

완전히 좌절한 나는 손을 놓아버렸다.

그러자 강우진은 힘껏 내 배를 걷어찼다.

그와 함께 극심한 통증이 밀려왔고 따뜻한 액체가 내 몸 아래로 흘러내렸다.

순간 강우진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전화를 받았다.

“강우진 씨, 결과가 나왔습니다. 신혜림 씨 배 속의 아이는 분명히 강우진 씨의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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