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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곧장 나는 강우진의 핸드폰을 주워 확인했다.

화면에는 그와 장현태의 아내가 주고받은 대화 기록이 있었다.

장현태는 강우진의 대학 동창이었고 나는 그의 아내를 몇 번 만나봤기에 친구라 할 만한 사이였다.

대화 내용은 장현태 아내가 나와 장현태가 바람을 피웠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강우진은 처음에 믿지 않았지만 장현태 아내가 사진을 보내자 태도가 바뀌었다.

그 사진은 섹시한 속옷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속옷은 내가 잘 아는 것이었다. 강우진이 출장 가기 전날 밤 내가 입었던 속옷이었으니 말이다.

분명 오해라고 생각하며 나는 급히 해명했다.

“우진 씨, 이건 내 속옷이 아니야.”

그러나 이 말을 들은 강우진은 더욱 화가 난 듯했다.

그는 다가와 내 핸드폰을 빼앗고 화면을 몇 번 누르더니 내 머리카락을 잡아 핸드폰을 눈앞에 들이밀었다.

“똑바로 봐. 이게 네 속옷이 아니면 누구 거야?”

나는 화면을 보았고 거기에는 또 다른 사진이 있었다.

그 속옷 한쪽에 ‘강우진 전용'이라는 글자가 수놓아져 있는 것이었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지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이럴 리가 없어. 이 속옷은 당신한테 보여주고 난 후 바로 쓰레기통에 버렸는데 어떻게...”

그러다 문득 머릿속에 시어머니가 평소에 몰래 내 옷을 입는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한 번은 내가 퇴근을 일찍 해서 방 문을 열었을 때 시어머니가 알몸으로 내 옷장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내가 물었을 때 시어머니는 방을 잘못 들어왔다고 변명할 뿐이었다.

그 일이 있고 난 뒤 나는 바닥에 떨어진 내 레이스 속옷을 발견했었다.

‘혹시 그때 시어머니께서 입었던 걸까?’

나는 고개를 들어 강우진에게 말했다.

“나 누가 그 속옷을 입었는지 알 것 같아. 바로 당신 어머니야.”

“뭐라고?”

강우진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오른 듯 나에게 발길질을 했다.

“다른 사람은 상관없지만 감히 우리 어머니를 모욕해? 나이가 몇인데 우리 어머니가 네 속옷을 입겠어?”

그의 발길질에 나는 다리가 풀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뒤이어 강우진은 손을 올려 나의 뺨을 몇 차례나 갈겼다.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던 엄마가 다급히 그의 손을 붙잡고 애원했다.

“그만해. 분명 뭔가 오해가 있는 거야. 우리 앉아서 이야기 좀 하지. 응?”

“비키세요.”

강우진은 짜증스러운 듯 엄마를 밀쳐냈고 엄마는 그 충격으로 바닥에 쓰러졌다.

“엄마!”

나는 급히 소리쳤다.

“당신 미쳤어? 우리 엄마 허리 안 좋은 거 당신도 알잖아! 우리 엄마 건드리면 우리 아빠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아빠는 공무원이었다.

이 사실을 강우진도 알고 있었지만 그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사람이면 네 엄마도 별반 다르지 않아. 어쩌면 너희 아빠도 내가 너희 엄마를 혼내줘서 고마워할 걸?”

그때쯤 우리 집 앞에는 많은 이웃들이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야?”

“신혜림이 바람을 피웠다는 거 같은데.”

“설마. 저 집 딸이 얼마나 바르다고 알려졌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이웃들이 수군대고 있을 때 한 사람이 나서서 강우진에게 말했다.

“젊은 친구, 말 좀 부드럽게 해. 자네 아내는 임신 중이잖아. 임신한 여자한테 손을 대는 건 남자답지 않아.”

그러자 강우진은 고개를 돌려 그를 쏘아보며 말했다.

“그쪽이 뭔데 참견이야? 똑같이 아내가 바람나면 그쪽은 손 안 댈 수 있을 것 같아?”

그 말을 끝으로 강우진은 무심하게 주변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이건 우리 집안일이야. 경찰이 와도 가정폭력으로 끝날 뿐이지. 누군가 이 일에 끼어들거나 신고라도 하면 집안일 처리하고 나서 내가 그 집까지 찾아갈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이 말을 듣자 사람들은 모두 발을 빼며 흩어졌다.

“신혜림, 날 속여서 바람을 피우고도 모자라 나더러 네 아이까지 키우라고? 내가 그렇게 멍청해 보였어?”

그는 내 배를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지금의 강우진은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었다.

마치 짐승처럼 눈빛에 분노와 살의가 가득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며 차분히 말했다.

“우진 씨, 난 정말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어. 정말 못 믿겠으면 현태 씨 불러서 물어봐. 그 속옷이 대체 누구의 것이냐고.”

그러자 강우진은 피식 콧방귀를 뀌었다.

“현태 씨? 참 친근하게 부르네. 장현태한테 도움을 기대하는 거냐? 네 기대는 물거품이 될 거야. 장현태 아내가 이미 사람들을 데리고 걔를 쫓고 있거든. 자기 코가 석 자인데 장현태가 널 도와주겠어?”

곧 벽에 걸린 아빠의 구절편을 발견한 강우진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그는 구절편을 손에 감으며 물었다.

“장현태랑 도대체 언제부터 그런 짓을 한 거야?”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정말 그런 적 없어.”

“입 닥쳐!”

강우진은 구절편을 휘둘렀고 나는 눈을 꼭 감고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곧이어 들려온 채찍 소리와 달리 나는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했다.

눈을 떠보니 엄마가 나를 막고 있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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