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홀을 나오고 여자들 몇 명은 흥분을 하며 도윤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도윤에게서 든든함과 이성적인 매력을 느꼈기에 그들 대다수는 그에게 질문을 퍼붓느라 여념이 없었다.“도윤아, 너 정말 강하던데!”“맞아! 근데, 정말 도윤이 너가 성남시 이대표님 이야..? 이든인가 그런 말 안 해줬었는데!”“그렇다면 뭐? 그런 게 중요해?” 도윤이 아무렇지 않아하며 물었다. 그 말을 듣자 여자들은 민망함에 입술을 오므렸다. 도윤은 누가 봐도 그들에게 관심도 없어 보였다.그나저나 준범이 그의 발차기 한 방에 반쯤 정신이 나갔다. 다시 말해, 준범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팔 주변에 힘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도 씨 가문과 성 씨 가문은 수세대에 걸쳐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왔었기에 이 일은 무조건 성 씨 가문 사이에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어쨌거나 준범은 무술협회 사람이었을 뿐 아니라 주요 비밀 협회 가문인 공 씨 가문으로부터 훈련을 받았었던 사람이기도 했다. 내일도 시범 훈련에 참여해야 했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분명 불가능이었다. 성 씨 가문 첫째 딸, 성지희가 도윤과 있었던 작은 오해 때문에 준범이 이렇게 심하게 다쳤다니! 성 씨 가문 사람들은 그 별 것도 아닌 오해에다가 너무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뭐가 됐던 간에, 성 씨 가문 대표 성권호와 공 씨 가문에서 손님으로 와 있는 중년 남성은 성 씨 가문 사람들이 준범을 옮기는 처참한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이 모습을 보자 권호는 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중년 남성은 도 씨 가문과 잘 아는 사이였기에 준범이 극한의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뭐가 됐던 아빠에게 질문을 받자 지희는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얘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도윤의 사진을 보여주며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일을 다 자세히 설명했다.그녀가 말을 마치자 공 씨 가문에서 온 중년남성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눈을 가늘게 뜨고서 말했다. “진짜…. 진짜 이 사람을
그 말을 듣자, 도윤은 테이블 쪽을 보았다. 승표의 말을 사실이었다. 테이블로 걸어가 쪽지를 보니, 문장 하나가 쓰여져 있었다. ‘오늘 정확히 자정 시간에 용군시 하늘다리에서 보길.”이런 밑도 끝도 없는 내용 말고는 아무 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누가 보냈는지 이름조차 써 있지 않았다.“…성지희가 보낸 걸까요..? 어쨌든 처음엔 저희를 못 찾았으니까 여기로 불렀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승표가 추측했다.고개를 저으며 도윤이 대답했다. “걔를 봐선 아마 우리를 찾아낼 때까지 미친듯이 주위를 샅샅이 찾아다녔을 거야. 이렇게 쪽지까지 남기는 섬세한 사람이 아니야”그런데 정말 이상하군…‘내가 용군시에 아는 사람은 없는데… 누가 날 부른 거지…?’ 도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뭐가 됐던, 도윤은 무슨 일인지 직접 가보기로 결심했다.“승표야, 혼자 가볼 거야. 그러는 동안 넌 여기서 쉬고 있어.” 도윤이 말했다.“네!”하늘 다리는 용군시 남쪽 교외 근처에 있었고 큰 강으로 분리된 두 육지를 연결하고 있었다. 도윤이 도착했을 즈음엔 자정 30분 전이었고 이미 어두컴컴하고 살짝 으스스했다. 도윤은 아직도 누가 불러낸 것인지 몰랐기에 강으로 가는 길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조금 전 오는 길에 사람 몇 명을 지나쳤지만 그중 누구도 그를 불러낸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다.갑자기, 도윤은 작은 등불 옆에 있는 나무배 하나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달빛에 기대어 도윤은 배 위에 서서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형체를 볼 수 있었다. 그 사람의 차림새를 보아하니 모든 속세의 일을 정리하고 이런 깊은 산 속에서 사는 사람인 듯 보였다. 어쨌거나, 빠른 속도로 꾸준하게 배를 저어오는 사람을 보자 도윤은 이 사람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도윤은 계속 그 사람을 쳐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사방에서 쇠가 흔들리는 소리가 일정하게 들려왔다.곧이어 어둠 속에서 여섯 명의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고 배 위에 있는 사람까지 합쳐
하지만 도윤은 그저 쇠고랑을 잡고서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갑자기 잡아당기고 도윤이 점점 가까이 자기 쪽으로 끌자 그 사람은 다리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충분히 거리가 좁혀졌을 때, 도윤은 그저 발의 위치를 맞게 잡고서 그의 얼굴에 발차기를 날렸다! 뒤로 날라가며 발차기는 마치 수박처럼 사람 머리를 깨트렸을 뿐 아니라, 머리가 없어진 몸은 다리의 가드레일을 적어도 10개는 박살내고 말았다. 그리고 도윤은 신속하게 남자들을 처리했고 고통의 외마디만 울려퍼질 뿐이었다. 비록 도윤은 지금 최대치 힘을 가지고 있진 않았지만 하늘의 세례를 받은 후 그의 숙련 상태는 그가 가진 힘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도윤이 이상하게 느낀 점이 있었다. 이 사람들 모두 내부의 힘이 모종의 어떤 빠르고 엄청난 변화를 겪은 것처럼 느껴진다는 점에서 향연과 비슷했다. 도윤은 이 사람들과 자신이 죽인 향연과 그 남자들 사이에 약간 비슷한 점이 있기에 이렇게 말을 하긴 했지만 그게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꼬집어 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왜 이렇게 갑자기 내부 힘이 급격하게 변한 사람들이 많아진 걸까? 뭐가 됐든 간에 도윤은 배 위에 남아 있는 한 사람 빼 놓고 남아 있던 남자들을 손쉽게 해치웠다. 지금 배 위에서 한 발자국도 떼지 못하고 그저 눈만 휘둥그레져 있는 그 남자는 바람에 밀짚모자가 날라간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옷 차림새로 자신이 범상치 않은 사람이라는 첫 인상을 뽐냈음에도 불구하고 도윤의 실제 힘을 목격하자 그는 이제 큰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주변에 있으면 안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서둘러 배를 저어 달아나기 시작했다. ‘너무… 너무 강해..! 내가 떠날 수 있을 때 떠나지 않으면, 다음은 내가 죽게 될 거야!’물론 도윤은 그를 그렇게 쉽게 보내줄 리 없었다. 엄청나게 높이 뛰어오르며 도윤은 ‘쿵’ 소리와 함께 나무 배에 안착했다!심하게 출렁거리는 배로 인해 거대한 물결이 생기면서 물 속으로 뛰어 들려던 남자는
“..유미?”‘…정… 정말로 유미야..! 그래 진짜 죽은 게 아니었어!’그 둘은 해양 궁전에 가는 여정 속에 알게 되었다. 유미가 결국 실종되기 전에 도윤은 그녀의 목숨을 여러 번 구해주었다. 유미의 실종에 대해 말하자면, 해양 궁전의 입구에서 송유화의 공격으로 의식을 잃고나서 유미가 실종이 된 이후부터 도윤은 극심한 자책감에 시달려 왔었다. 그는 유미를 찾기 위해 사람들을 보냈었지만 한달이 넘도록 해양 궁전의 주변을 수색해도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 없기에 헛수고였다. 그제서야 도윤은 처음으로 유미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구조되지 않았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어쨌거나, 유미도 흰 옷을 입은 여자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도윤이 아는 한, 그녀는 흰 옷을 입은 시체를 이미 찾았다!뭐가 됐든 누군가에 구조되었을지 모른다는 도윤의 추측은 사실이었다. ‘그런데… 왜 여기 있는 거지..? 유미도 공씨 가문 사람 아닌가..?’ 도윤은 속으로 생각하며 비밀 기법을 사용하여 그녀가 의식을 되찾게 도왔다. 도윤의 도움으로 유미의 안색은 순식간에 좋아졌다. 곧, 유미는 아름다운 눈을 드러내며 눈꺼풀이 천천히 떠지면서 떨리기 시작했다.하지만, 유미가 도윤을 보자 바로 몽롱한 정신에서 깨어났다. 분명 깜짝 놀랐지만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서 두 팔로 도윤을 껴안으며 소리쳤다. “도윤아, 널 잡으러 사람들이 올 거야! 빨리 도망쳐!”그녀가 일어설 수 있도록 부축이며 도윤은 강 위에 떠다니는 시체를 쳐다보며 물었다. “얘네들 말하는 거야?”죽은 시체를 보며 눈을 휘둥그레 뜨며 유미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너… 너가 일곱 명 다 죽인 거야..?”“응. 그리고, 맞는지 모르겠는데, 다들 공 씨 가문에서 온 사람들 아니야?”도윤의 물음을 듣자 유미는 바로 고개를 숙이며 예쁜 얼굴을 살짝 붉혀 보였다. “…맞아… 일곱 명 다.. 우리 가문에서 뛰어난 사람들이야… 그런데, 저 사람들이 나를 미행하고 있었을 줄은 꿈
잠시 말을 멈추더니 도윤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좋아. 이제 송유화는 더 이상 없으니까 적어도 나한테 의심스러운 짓을 하더라도 날 다치게 하진 못할 거야.”그리고 도윤은 유미의 어깨를 잡고서 높이 뛰어올랐다! 해변에 안전하게 착지를 하자, 유미는 도윤에게 은식처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말을 했고 그 둘은 빠르게 그 곳을 향하며 도윤은 유미를 꽉 붙잡았다. 지금 연아와 정의 포털을 상대로 싸우기엔 역부족이라는 사실을 도윤은 알고 있었고 속내를 알 수 없는 공씨 가문 사람과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 경계 태세를 늦출 수 없었다.잠시 후, 변두리에 있는 동굴에 도착했다. 들어서자 마자 도윤은 바로 유미 몸에 있는 주요 혈관 몇 개를 을 봉인했다. “… 진심이야? 내가 널 다치게 할 마음이 없다는 걸 아직도 못 믿는 거야?” 유미는 실망감을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었다. “나는 신뢰를 깨트린 사람에게 두 번 기회를 주지 않아! 약속 대로, 이제 어떻게 된 건지 사실대로 말해.” 도윤이 차갑게 대답했다. “…알겠어. 그 전에, 하나 물어볼게 있어. 너가 나를 몇 번이고 구해줬고 내가 실종된 후에도 계속해서 나를 찾아다니고 거의 한달 넘게 지겹도록 부하들을 보냈잖아! 심지어 지역 주민들에게 나를 본 적 있냐고 물어보고 다니고! 그러니 알고 싶어. 정말로 알고 싶은 진실을 듣기 위해서 그랬던 거야 아니면 나를 소중한 친구로 생각 했던 거야?” 유미가 충혈되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도윤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의 말만으로 도윤은 지금까지 자신이 해 온 모든 노력들을 유미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랬기에 유미는 내내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처음에 너가 혼자 해양 궁전에 간다는 게 너무 걱정이 되어서 내가 너를 데려가겠다고 약속했었잖아. 너에게서 더 많은 단서를 얻겠다는 마음이 있었던 건 사실이야. 그런데 너가 사라지자, 너무 후회가 밀려들었고 그래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널 찾아다닌 거야.” 도윤이 대
그리고서 유미는 천천히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말을 해주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처음부터 도윤을 목표로 삼고 있었다. 가문 명령 하에, 유미는 크게 두 가지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해양 궁전에 있는 흰 옷을 입은 여자를 찾는 것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몰래 도윤을 납치해서 공씨 가문에 데려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약한 척 연기를 했던 이유였다. ‘부상을 당함’으로써, 그녀는 도윤의 동정심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동정심을 얻자 유미는 이제 도윤에게 다음 작전을 개시할 수 없었다. 어쨌거나 도윤의 행동으로 뜻하지 않게 감동을 받았었다. 정말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쨌거나 그 둘은 같이 해양 궁전으로 떠나기로 했다. 물론, 그들이 만났었던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유미의 할머니였고 공 씨 가문의 대표이자 공여사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도윤의 약점이 송유화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애초에 도윤에게 그 정도 부상을 입힐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실수로라도 도윤을 죽이게 될까 봐 스스로 힘을 봉인했었다. 뭐가 됐던 공여사는 도윤이 힘이 빠지는 것을 보고서 다음 조치를 취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유미가 계속해서 눈치를 주었다. 도윤을 어떻게 하려고 할 때마다 유미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빙글빙글 꼬며 공여사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감히 도윤이를 다치게 한다면, 당장 할머니 앞에서 죽을 거예요!’할머니에게 더 이상 아무 짓도 하지 말라는 경고의 제스처를 여러 번 보내자, 공여사는 너무 화가 난 상태로 다친 척을 하며 도망을 갔다. 그럼에도 유미는 도윤이 흰 옷을 입은 여자를 찾아내게 그냥 둘 수 없었다. 어쨌거나, 도윤이 좀 이따 들어갈 해양 궁전은 그 이론, “두 꽃잎이 피어나고 각 꽃잎은 세계를 상징한다”에 따라 송유화로 이루어져 있었다.다시 말해, 공여사는 도윤을 데려오기 위해 완전히 다른 곳이지만 비슷하게 보이는 세계를 비밀 기법
유미의 목소리가 얼마나 진지하고 심각했는지 도윤은 유미의 경고가 정말 실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런데, 정의 포털 왕이 왜 공씨 가문을 찾아온 거야? 정말로 내가 찾아올 거라고 예상이라도 했다는 거야?” 도윤이 다소 의심하며 물었다. “그것도 이유 중 하나였겠지.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잘 모르겠어.. 내가 보기엔 다른 목적이 있어. 내가 듣기론, 고대 도시에 있는 고대 산에 가려는 것 같다고 하더라고! 너가 알지 모르겠지만, 몇 년에 한번씩 그 산에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거든.” 유미가 설명했다.“어떤 기이한 일..?” 도윤이 궁금해하며 물었다. “나도 잘은 몰라.” 유미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퍼즐 조각을 하나둘씩 끼워 맞추고 있었다.지금 도윤이 파악한 바로는 세개의 세력이 자신을 쫓고 있다. 하늘의 세례를 받았다고 한들 그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내부의 힘에 대해 말하자면 도윤은 아직도 아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았고 아린이 유일한 적도 아니었다. 어쨌거나 도윤은 공 씨 가문, 정의 포털 왕, 우익 모두를 상대해야 했다. 이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지금 처한 상황이 얼마나 위험한지 깨닫게 되었다. 어쨌거나, 그가 지나온 길들을 돌아봤을 때, 언제라도 그들 중 하나에게 붙잡힐 수 있었다. “뭐가 됐건 간에 일단 한동안 좀 숨어 지내… 내가 너한테 다 말해줬으니까 당시 지은 죄는 다 갚았다고 생각할게! 그러니, 우리가 다음에 다시 만난다면 그땐 적일 거야! 그때까지, 잘 지내!” 어둠 속으로 달려 들어 사라지기 전에 유미는 도윤을 마지막으로 한번 바라보았다. 바로 뒤 유미는 공씨 가문 저택으로 몰래 들어갔다. 당황스럽게도 공씨 가문 사람들이 넓은 홀에 앉아서 그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모두가 몸을 돌려 유미를 쳐다보자 유미는 이 모든 것을 누가 계획한 지 알아차렸다.“할.. 할머니!” 유미는 불안한 얼굴로 소리
“됐어! 공유미 방에 가두고 경호원 시켜서 철저히 감시시켜! 오늘부터, 방 나가는 거 금지야!” 혜자가 소리쳤다. 그 말을 듣자, 경호원들 몇 명은 달려 나와 공여사의 명령대로 즉시 유미를 방으로 데려갔다. 이제 손녀딸은 감시 하에 두었으니, 혜자는 도윤에게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했다. 도윤은 어둠을 틈타 동굴에서 재빨리 도망을 쳤다. 그를 쫓고 있다는 세 세력의 계획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자, 더 이상 그 주변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다. 현재로서 도윤의 계획은 먼저 승표를 찾아서 함께 이 곳을 떠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외 지역을 벗어나 도심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갑자기 주변 숲에서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크고 얼마나 재빠른지 듣자, 일반 사람이라면 속도가 빠른 동물 같은 거라고 추측했을 것이다. 하지만, 도윤은 동물이 아니라는 직감이 들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도윤은 고도의 경계태세를 취하며 무엇인지 아니 누군지 알아내려 뒤를 쫓았다. 정말로 솔직하게 말하자면 도윤은 체온이 마치 영하로 뚝 때려진 기분이었다. 그 곳에 무엇이 있건 간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뭐지.. 아니 누구지.. 누가 날 지금 쫓고 있는 건가..?’ 이마에선 땀방울이 끝없이 흐르고 있었고 도윤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가 현재 느끼는 감정은 지극히 원초적이었고 이전에 느꼈었던 그 어떤 기분과 비교할 수 없었다. 도윤은 서서히 고개를 들었고… 그곳엔… 그가 있었다. 희미한 달빛 아래, 근처 나무 위에 서 있는 남자는 도윤을 내려다보며 팔짱을 끼고 있었다. 덩치 크고 건장한 남자였다. 그 남자의 얼굴은 자줏빛 검은색이었고 입술은 어두운 보라색인 반면 눈은 주홍빛으로 반짝였다. 무엇보다 그 남자에게서 어두운 기운이 내뿜어 나오자 도윤은 그저 그 남자가 시체 같다고 밖에 표현이 안 됐다. 미동도 없이 도윤을 계속 쳐다보자 도윤은 이 두려움이 어디서 왔는지 알게 되었다. 이 엄청난 기운을 풍기는 남자는 혼자 서 있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