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가 예씨 가문에 복수한다고 했는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 “왜? 난 오면 안 돼?” 예우림은 환히 웃으며 말했다. “아니면, 날 환영하지 않는 건가?” 엄진우는 다급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누구를 환영하지 않아도 당신을 환영하지 않을 수가 없지. 당신은 내 밥그릇을 들고 있잖아.” “앉아, 예 대표. 난 서 있으면 돼.” 엄진우는 다급히 자기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자 예우림도 사양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턱을 높이 쳐들었다. 완벽한 그녀의 옆모습에 금복생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한참 뒤, 그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엄 대표, 정말 대단하군. 난 평생 바람둥이로 살았지만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는 보지 못했어.”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요. 내 상사가 어디 가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죠.” 세상에서 가장 강한 북강의 명왕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는 여자는 오직 그녀뿐이다. “그렇다면 예 대표님이 비담 컴퍼니의 배후 보스라는 얘긴가요?” 금복생은 놀랍다는 표정으로 예우림에게 물었고 예우림은 안색이 약간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금 회장님. 간단히 제 소개부터 드릴게요. 전 창해시 지성그룹의 대표 예우림이에요. 그리고 비담 컴퍼니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죠. 오는 길에 소 대표한테서 들으니 회장님이 비담 컴퍼니와 협력하고 싶다고 하셨더군요. 비담 컴퍼니 모회사의 책임자로서 저는 양측의 더 깊은 협력을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금복생은 예의 바르게 웃으며 말했다. “일단 들어보죠.” “비담 컴퍼니는 현재 지성그룹의 자회사일 뿐이라 제공할 수 있는 자원과 지원이 한정되어 있어 금 회장님의 사업 요구를 충족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예우림은 확신에 차서 말했다.“하여 저는...” 이렇게 예우림은 엄진우를 대신해 금복생과 오랜 시간 협상을 이어갔다. 역시나 그녀는 프로 사업가라 엄진우보다 더 폭넓게 문제를 고려했다. 엄진우는 그제야 소지안의 관리 능력이
세 사람은 이렇게 한 공간에서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엄진우는 상황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여자 정말 화가 난 걸까? 왜 아직도 아무 말 없는 거지? 망했어. 빙산녀를 화나게 했으니 집에 가면 국물도 없는 거 아니야? 참다못한 소지안이 먼저 입을 열어 어색함을 깨버렸다. “두 사람 이상하다는 생각 안 들어? 아까 금 회장님의 표정, 분명 큰일이 난 것 같았어.” 그러자 예우림도 마침내 돌아서서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그런 예감이 들어.” 금복생의 성격상 수천억 원의 손해를 본다 해도 저런 당황한 얼굴을 하지 않을 것이다. 엄진우가 말했다. “금 회장님 사적인 일일 수도 있으니 일단 묻지 말고 기다리는 게 좋겠어.” 소지안과 예우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진우의 말에 찬성했고 세 사람은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아무튼 손님을 두고 금복생이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사무실에서 거의 반 시간을 기다렸건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확실히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아.” 예우림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녀 역시 한 기업의 대표로 금복생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여러분, 죄송합니다.” 이때 금복생의 비서가 급히 와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회장님께서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 세 분을 더는 접대할 수 없게 되었으니 사과의 말씀 전하라 하셨습니다. 협력은 계속되겠지만 계약은 다음에 다시 체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소지안과 예우림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분명 열정적으로 계약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중단하다니! 다음에 다시 체결하겠다는 말은 듣기 좋은 표현일 뿐, 사실상 취소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걸 의미한다. 예우림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금 회장님한테 바쁜 일이 있으시다니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 소지안도 한마디 했다. “그래요. 금 회장님께 대신 인사 전해주세요. 고마워요.” 비서는 예의 바르게 응답하더니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돌아서서 다시 떠나려고 했
그 말을 들은 세 사람은 깜짝 놀랐다. 이때 예우림이 중얼거렸다. “금 회장님이 우리 때문에 곤란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네.” 더 놀라운 것은 금복생 같은 최상위 강남 부호가 9대 수진 가문의 대리인에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말 놀라운 상황이다. “자, 이젠 아셨으니 빨리 회사에서 나가주세요. 지금도 충분히 혼란스러우니 더는 문제를 일으키지 말아 주세요.” 비서는 삐뚤어진 넥타이를 정리하며 분노를 표했다. “하하, 아까는 미안했어요.” 엄진우는 비서를 놓아주더니 빙그레 웃으며 사과했다. “세 분도 회장님을 위해서 그러시는 거라면 더는 뭐라 하지 않을게요. 그러니 빨리 나가주세요. 전 다시 회의실로 들어가야 합니다.” 비서는 더는 엄진우와 얽히기 싫다는 듯 다급히 떠나려고 했다. 하지만 엄진우는 다시 그를 가로막았다. “저기, 잠깐만요.” 그러자 비서는 화가 나서 말했다. “또 왜요? 빨리 떠나시라고요.” “가는 건 당연히 갈 거예요. 하지만 가기 전에...” 엄진우는 눈알을 굴리며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같은 길이니 우리도 회의실에 데려다주는 건 어때요?” 그 말은 정말 놀라웠다. 비서는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계신 거죠?” 같은 시각, 다이아 그룹 회의실. 금복생은 홀로 수십 명의 정장 차림의 재단 거물들을 마주하고 있다. 그들은 전체 강남성에서 가장 높은 재벌 중 하나로 제경의 권력자들까지 주식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은 금복생 배후의 가장 큰 투자자들로 투자 금액은 엄청난 숫자에 이르렀다. “늙은 여우들, 적당히 하시죠?” 금복생은 시가를 꺼내 입에 물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당신들의 돈으로 다이아 그룹을 성공시킨 건 맞지만 당신들한테 손해를 끼친 적은 없어요! 몇 년간 당신들이 이 금복생한테서 가져간 이익은 최소 몇 배는 될 거예요.” 강남에서 사업을 하려면 재벌의 투자를 피할 수 없다. 금복생도 처음에는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는 금 회장도 잘 알 거야.” 그들은 담배를 털며 오만하게 말했는데 한결같이 승리자의 태도였다. 이 몇 년 동안, 명문가들의 재단은 다이아 그룹의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를 통해 크게 부풀어 올랐다. 특히 다이아 그룹의 주식은 2차 시장에서 천문학적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다. 만약 그들이 집단으로 철수한다면 다이아 그룹은 즉시 큰 타격을 입고 심지어는 파산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 말에 거만했던 금복생도 이내 기세가 사라졌다. 그의 다이아 그룹은 전국에 퍼져 있고 규모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평소에도 필요한 유동 자금이 상당히 많았다. 만약 갑자기 자금이 철수되면 자금 체인은 분명히 붕괴할 것이고 그때는 산하의 수많은 자회사와 지점들이 연달아 무너질 것이다. “정말 너무 하시네요. 당신들의 돈이 없어도, 내 집과 땅을 팔아서라도 그 구멍은 메울 겁니다!” 금복생은 화가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금 회장의 모든 개인 자산을 합쳐봤자 단기간에 2천억을 모이기도 힘들 거야.” 사람들은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 “구멍을 메운다고? 하하하! 당신이 그렇게 대단한 줄 알았어?” 금복생은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의 명의로 된 자산은 약 2조로 평가되지만 이를 현금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즉 멀리 있는 물은 가까운 불을 끌 수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이 자금을 철수하는 데는 단 5초면 충분하다. 그런데 금복생이 어찌 5초 안에 10조를 마련한단 말인가? “대체 어쩔 생각이시죠?” 금복생이 어두운 안색으로 물었다. “비담 컴퍼니와의 협력을 취소하고 당장 엄진우의 회사를 제재하여 성안은 물론 강남 전역에서 한 발짝도 발전하지 못하게 조치해!” 가장 연로한 대기업 회장이 위풍당당하게 말했다. “그리고 금 회장은 9대 수진 가문에 직접 방문해 이번 일에 대해 사과해야 할 거야.” 또 다른 백발의 노인도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금 회장의 이번 과도한 행동을 감안하여 다이아 그룹 일부 고위
“설마 당신 엄진우?” 그러자 엄진우는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바로 나야.” 순간 장내가 술렁거렸다. 재단 거물들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내 차분함을 되찾고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네놈을 찾지 않았는데 네놈이 먼저 찾아왔군. 무모하다!” “금복생, 당신에게 기회를 주지. 여긴 당신의 구역이야. 저 새끼 잡아! 그러면 이전의 일은 일체 없던 거로 하고 우리 재단도 계속 당신을 지원할 거야.” 그러자 금복생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내 영역이란 걸 알고 있었군요. 그런데 감히 나에게 가르치려고 드는 건가요?” “이거 아주 제대로 미쳤군!” 모두가 분노로 얼굴을 붉혔다. 금복생이 이미 양측의 관계를 끝내려고 작정했다면 그들도 더는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다. 이때, 예우림과 소지안이 들어왔다. “여러분, 전 창해시 지성그룹 대표 예우림입니다. 그리고 홍의회 참사는 전부 저로 인해 일어난 일이죠.” 예우림은 결연한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여러분에게 복수할 상대가 필요하다면 그건 바로 저여야 합니다. 원한과 빚에는 주인이 있는 법이죠. 그러니 이 일은 금 회장님과 엄 대표님과는 무관합니다.” 사람들은 잠시 멍해 있더니 이내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무관하다니? 저놈은 홍의회를 몰살하여 피바다로 만들었어. 홍의회 멤버들은 하나같이 성안 명문가의 엘리트들이었지. 그렇게 이렇게 큰 죄를 당신 혼자 지겠다고? 책임질 수 있겠어?” 그 말에 예우림은 순간 말문이 막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렸다. 이때 소지안이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전 성안 소씨 가문 후계자 소지안입니다. 이번 일에 대해서 저 소지안이 대신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소씨 가문? 제경의 소씨 가문이라면 체면을 주겠지만 성안의 소씨 가문은 이젠 하층 가문일 뿐이야. 그런데 우리 같은 상층 가문에 사죄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하나같이 소지안을 조롱했다. “후계자가 아
“그래. 강남에 있는 재단들 너희가 투자한 거야?” 엄진우가 물었다. 그는 오랜만에 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명왕 금고 위원회’라는 이 조직은 북강의 가장 큰 금융 거대기업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항상 그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유럽과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온 최고의 자문단도 포함되어 있었다. 비록 그는 그 안에 있는 돈을 전혀 사용하지 않지만 위원회는 매년 천문학적인 숫자의 재무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매번 그 숫자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바로 휴지통에 던져버렸는데 그 이유는 바로 숫자가 너무 길고 많았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조회해 보겠습니다...” 호슨 골드라는 이 외국인은 능숙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습니다! 강남성에서 가장 큰 13개의 재단에 투자했습니다. 총금액은 약 60조 원인데 최근 몇 년 동안 많이 올랐습니다. 대략 90% 정도 됩니다...” “좋아.” 엄진우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지금 당장 전부 철수해.” “지금? 전부요?” 호슨 골드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건 정말 미친 생각이군요.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하다만 명왕님의 명령이라면 저는 이론을 깨는 것을 개의치 않습니다. 결국 이론이라는 것도 우리 같은 천재들이 만들어낸 것이니까요.” “좋아. 그럼 이만.” 엄진우는 상대의 쓸데없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명왕님, 벌써 끊으시려고요? 사실 우리 자문단에 최근 금발의 미녀들이 많이 왔습니다. 가장 몸매 좋고 예쁜 몇 명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뚜--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외국인들은 정말 번거롭다. 어쩜 매번 여자를 보내려고 하는 걸까? 이것이 바로 그가 부하들에게 거의 전화를 걸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엄진우?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사람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고 여전히 경멸에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망갈 티켓 예약하는 거 아니야?” “아쉽지만 이 세상에는 후회 약이 없어. 네 죽음
“무슨 일이지? 휴대폰이 왜 다 같이 울리는 거야?”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창백해졌다. “북강은행...” “북강신용조합...” “북강증권투자그룹...” “북강석유회사...” 이 거대 기업들은 모두 용국에서 상위권에 드는 기업들로 거의 용국의 절반 이상의 경제 산업을 독점하고 있었다. 금융, 석유, 전기, 담배 등을 포함하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거대 기업들이 바로 이 재단들 뒤에 있는 가장 큰 투자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강남성의 사업은 그들에겐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 그들의 일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를 걸어오다니. 회의실 내 분위기는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유 회장님, 접니다. 네? 우리 재단에 대한 모든 투자를 철수하신다고요? 왜요? 지난 몇 년간 우리 투자 수익률은 무려 60%에 달했는데요.” “네? 우리 재단의 주식을 매각한다고요?” “갑자기 16조를 철수하신다고요? 이 투자는 우리 천호 자본의 90%를 차지하고 있어요.” “북강은행의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라고요? 지금 어디서 그 큰돈을 마련한단 말입니까?” 한순간에 그들은 전부 투자 철수 통보를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모두가 놀라서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북강에서의 투자가 그들의 재단 총액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면 하룻밤 사이에 그들은 손쉽게 파산하고 말 것이다. 재단이 파산하면 수많은 투자자들이 본전을 날리게 된다. 관례에 따르면 그들은 투신자살이라도 해야 한다. 자살하면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지만 자살하지 않으면 아마도 온 가족이 채권자에게 몰살당할 것이다. “난 죽고 싶지 않아.” “끝났어. 재단은 이젠 망했어.” “게다가 그렇게 많은 채권자... 특히 우리에게 돈을 맡긴 해외 마피아는 반드시 우리 가족을 죽이려 들 거야.” 순식간에 회의실은 절망에 빠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풀이 죽어 바닥에 주저
엄진우의 말에 절망에 빠졌던 사람들은 한순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때 누군가 큰 소리로 물었다. “설마 당신 짓이야?” “생각났어. 아까 우릴 파산시키겠다고 한 것 같은데.” “설마, 그 말이 진짜였어?” 사람들은 깜짝 놀라 한 마디씩 주고받았다. “하지만 저놈은 단지 작은 도시에서 온 평범한 인물일 뿐이야. 싸움 좀 잘하고 작은 회사를 운영할 뿐인데 어떻게 북강의 거대 기업들을 시켜 우리 자금을 철수하게 만들어?” “저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같은 큰 도시 실력자들도 북강 거대 기업들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고 꼬리를 내리는데 말이야!” 사람들은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난 인내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야. 만약 지금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한다면 당신들은 그냥 스스로 살아남아야 할 거야.” 엄진우는 확고한 태도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잠깐! 난 찬성하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 “나도야!” 엄진우가 떠나려고 하자 사람들은 다급히 그를 불러세웠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고 봐야지. 나도 찬성이야. 다이아 그룹에서 자금 철수하지 않을게.” “우리 천호 자본도 공식적으로 약속해. 절대 다이아 그룹에서 한 푼도 철수하지 않겠어. 동시에 금 회장에 대한 모든 요구도 철수할 거야.” 점점 더 많은 재단 거물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명백한 항복이다. 금복생은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그는 이 사람들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가 아무리 화를 내도 그들 앞에서는 항상 존중받지 못하고 체면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엄진우의 한마디에 그들은 마치 유기견처럼 비굴해졌다. 그 태도는 마치 그들에게 똥을 먹으라고 해도 맛있게 먹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엄진우는 그제야 무덤덤하게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 생각이 변했어. 철수하기로 한 거 취소해.”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명왕님.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