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강남에 있는 재단들 너희가 투자한 거야?” 엄진우가 물었다. 그는 오랜만에 이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명왕 금고 위원회’라는 이 조직은 북강의 가장 큰 금융 거대기업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항상 그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중에는 유럽과 미국 월스트리트에서 온 최고의 자문단도 포함되어 있었다. 비록 그는 그 안에 있는 돈을 전혀 사용하지 않지만 위원회는 매년 천문학적인 숫자의 재무 보고서를 제출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매번 그 숫자를 확인하지도 않은 채 바로 휴지통에 던져버렸는데 그 이유는 바로 숫자가 너무 길고 많았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바로 조회해 보겠습니다...” 호슨 골드라는 이 외국인은 능숙하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맞습니다! 강남성에서 가장 큰 13개의 재단에 투자했습니다. 총금액은 약 60조 원인데 최근 몇 년 동안 많이 올랐습니다. 대략 90% 정도 됩니다...” “좋아.” 엄진우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지금 당장 전부 철수해.” “지금? 전부요?” 호슨 골드는 깜짝 놀라 되물었다. “이건 정말 미친 생각이군요.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하다만 명왕님의 명령이라면 저는 이론을 깨는 것을 개의치 않습니다. 결국 이론이라는 것도 우리 같은 천재들이 만들어낸 것이니까요.” “좋아. 그럼 이만.” 엄진우는 상대의 쓸데없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명왕님, 벌써 끊으시려고요? 사실 우리 자문단에 최근 금발의 미녀들이 많이 왔습니다. 가장 몸매 좋고 예쁜 몇 명을 소개하려고 하는데요...” 뚜--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외국인들은 정말 번거롭다. 어쩜 매번 여자를 보내려고 하는 걸까? 이것이 바로 그가 부하들에게 거의 전화를 걸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엄진우?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사람들은 웃음을 멈추지 않고 여전히 경멸에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도망갈 티켓 예약하는 거 아니야?” “아쉽지만 이 세상에는 후회 약이 없어. 네 죽음
“무슨 일이지? 휴대폰이 왜 다 같이 울리는 거야?”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전화를 받은 사람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창백해졌다. “북강은행...” “북강신용조합...” “북강증권투자그룹...” “북강석유회사...” 이 거대 기업들은 모두 용국에서 상위권에 드는 기업들로 거의 용국의 절반 이상의 경제 산업을 독점하고 있었다. 금융, 석유, 전기, 담배 등을 포함하여...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거대 기업들이 바로 이 재단들 뒤에 있는 가장 큰 투자자라는 것이다. 하지만 강남성의 사업은 그들에겐 단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 그들의 일에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를 걸어오다니. 회의실 내 분위기는 한순간에 얼어붙었다. “유 회장님, 접니다. 네? 우리 재단에 대한 모든 투자를 철수하신다고요? 왜요? 지난 몇 년간 우리 투자 수익률은 무려 60%에 달했는데요.” “네? 우리 재단의 주식을 매각한다고요?” “갑자기 16조를 철수하신다고요? 이 투자는 우리 천호 자본의 90%를 차지하고 있어요.” “북강은행의 대출금을 조기 상환하라고요? 지금 어디서 그 큰돈을 마련한단 말입니까?” 한순간에 그들은 전부 투자 철수 통보를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에 모두가 놀라서 안색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북강에서의 투자가 그들의 재단 총액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되면 하룻밤 사이에 그들은 손쉽게 파산하고 말 것이다. 재단이 파산하면 수많은 투자자들이 본전을 날리게 된다. 관례에 따르면 그들은 투신자살이라도 해야 한다. 자살하면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수 있지만 자살하지 않으면 아마도 온 가족이 채권자에게 몰살당할 것이다. “난 죽고 싶지 않아.” “끝났어. 재단은 이젠 망했어.” “게다가 그렇게 많은 채권자... 특히 우리에게 돈을 맡긴 해외 마피아는 반드시 우리 가족을 죽이려 들 거야.” 순식간에 회의실은 절망에 빠졌다. 그들은 하나같이 풀이 죽어 바닥에 주저
엄진우의 말에 절망에 빠졌던 사람들은 한순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때 누군가 큰 소리로 물었다. “설마 당신 짓이야?” “생각났어. 아까 우릴 파산시키겠다고 한 것 같은데.” “설마, 그 말이 진짜였어?” 사람들은 깜짝 놀라 한 마디씩 주고받았다. “하지만 저놈은 단지 작은 도시에서 온 평범한 인물일 뿐이야. 싸움 좀 잘하고 작은 회사를 운영할 뿐인데 어떻게 북강의 거대 기업들을 시켜 우리 자금을 철수하게 만들어?” “저놈이 무슨 자격으로? 우리 같은 큰 도시 실력자들도 북강 거대 기업들 앞에서는 머리를 조아리고 꼬리를 내리는데 말이야!” 사람들은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하지만 엄진우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하게 말했다. “난 인내심이 별로 없는 사람이야. 만약 지금 만족스러운 대답을 듣지 못한다면 당신들은 그냥 스스로 살아남아야 할 거야.” 엄진우는 확고한 태도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잠깐! 난 찬성하지 않는다고 한 적 없어!” “나도야!” 엄진우가 떠나려고 하자 사람들은 다급히 그를 불러세웠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지푸라기라도 잡고 봐야지. 나도 찬성이야. 다이아 그룹에서 자금 철수하지 않을게.” “우리 천호 자본도 공식적으로 약속해. 절대 다이아 그룹에서 한 푼도 철수하지 않겠어. 동시에 금 회장에 대한 모든 요구도 철수할 거야.” 점점 더 많은 재단 거물들이 자발적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건 명백한 항복이다. 금복생은 놀라서 말문이 막혔다. 그는 이 사람들의 성격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그가 아무리 화를 내도 그들 앞에서는 항상 존중받지 못하고 체면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엄진우의 한마디에 그들은 마치 유기견처럼 비굴해졌다. 그 태도는 마치 그들에게 똥을 먹으라고 해도 맛있게 먹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엄진우는 그제야 무덤덤하게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어, 생각이 변했어. 철수하기로 한 거 취소해.”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명왕님.
단 몇 초 만에 예우림은 모든 상황을 파악했다. 이번 일은 반드시 오윤하와 관련됐을 가능성이 70%이다. 그녀는 북강 제일 명문가의 공주로 그녀가 나서기만 하면 북강의 여러 경제 거물들도 그녀의 체면을 봐줘야 할 것이다. 하여 강남성의 작은 재단을 다루는 것은 그녀에겐 아주 손쉬운 일이다. “엄지우 이 자식, 분명 나한테 다른 여자와 얽힌 적 없다고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하더니! 흥!” 예우림은 불쾌한 감정이 밀려왔다. 엄진우가 모두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오윤하의 세력을 빌렸다는 것은 알겠지만 그녀의 눈에 이런 행동은 명백한 배신이었다. 엄진우는 고개를 숙인 강남 재단 거물들을 향해 가볍게 말했다. “약속은 꼭 지키길 바랄게. 그렇지 않으면 한 번 죽였던 것처럼 두 번, 아니 백 번이라도 죽일 수 있어...” 그러자 사람들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엄진우의 뒤에는 북강의 세력이 있다는 걸 모두가 알게 되었다. 그런데 누가 감히 함부로 행동한단 말인가? 개를 치더라도 주인을 봐야 하는 법이다. “아, 하나 더 충고할게. 9대 수진 가문과 그들의 앞잡이와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마.” 엄진우는 충격적인 말을 던졌다. “죽은 나무에 비료를 주는 건 가치가 없어.” 그들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엄진우의 말을 이해하려고 했다. 설마 천년의 역사를 지닌 9대 수진 가문을 건드리겠다는 뜻인가? 세상에. 이건 하늘이 뒤집히는 일이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졌다. 정말 그렇다면 그들은 9대 수진 가문과 엄진우 뒤에 있는 북강 세력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은 그들의 앞날과 운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꺼져.” 엄진우는 몸을 돌려 걸어갔다. 사람들은 마치 죽음을 면한 것처럼 허둥지둥 도망가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때부터 백 년 동안 유지되었던 성안 세력의 균형이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엄 대표.” 금복생이 달려와 기쁨에 겨워 말했다. “나 금복생이 전생에 무슨 착
“하하하!” 재미있는 상황에 금복생은 배를 끌어안고 크게 웃었다. “엄 대표, 정말 복이 많네. 두 미인의 관심을 동시에 받다니...”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두 여자라니요. 둘 중 하나는 상사이고 다른 한 명은 내 부대표예요. 근데 어떻게 감히...” “에이! 그만해. 다 알아.” 금복생은 장난스럽게 엄진우의 가슴을 쳤다. “같은 남자끼리 그 마음 다 알지. 더군다나 엄 대표 같은 고수라면...” 엄진우는 말문이 막혔다. 금복생도 어렸을 땐 많이 놀았나 보다. 비록 두 조수는 떠났지만 협력 논의는 계속되어야 했다. 엄진우는 금방 금복생과 계약을 체결하고 서명까지 마쳤다. 이로써 비담 컴퍼니는 정식으로 다이아 그룹의 협력 대상이 되었다. 계약 체결이 끝난 후 금복생은 엄진우를 그의 6성급 호텔로 초대했는데 엄진우를 위해 특별히 가장 높은 등급의 룸을 마련했다. 그 룸에서는 성안 전체의 야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엄진우는 사업에서 인맥 관리는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혼자 가기엔 왠지 심심한 기분이 들었다. 소지안은 지금쯤 가문으로 돌아가 더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생각 끝에 그는 예우림에게 전화를 걸었다. “우림아, 나 지금 다이아 그룹인데. 금 회장님이 날 저녁 식사에 초대했어. 같이 갈래?” 어쨌든 첫 순결을 준 여자니 참아야 했다. “꺼져!” 하지만 돌아온 것은 예우림의 차갑고 냉정한 한마디뿐이었다. 엄진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내가 뭐 잘못했어? 아무리 기분이 나쁘다고 해도 이렇게 할 필요는 없잖아!” 그러자 예우림은 싸늘하게 대답했다. “나 당신 상사야. 내가 당신한테 어떤 태도를 취하든 당신이 상관할 바가 아니야!” 화가 난 엄진우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하. 이 여자 갱년긴가?” “엄 대표, 무슨 일 있어? 예 대표 시간 없대?” 금복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니요. 우리끼리 먹죠.” 예우림이 굳이 이렇게 싸늘하게 나오니 그도 할 말이 없었다.
예우림은 워낙 도도하고 차가운 성격이라 누구에게 생일을 알리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심지어 절친한 친구인 소지안조차 그녀의 생일을 모르고 있었다. 그녀는 나이를 먹는 것이 무서웠다. 생일은 곧 자기가 한 살 더 먹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거의 생일을 쇠지 않다 보니 그녀 본인조차도 생일을 잊어버리고 살았다. “그래도 괜찮아. 적어도 사람들이 내가 벌써 스물여덟 살이 되었다는 걸 금방 알지 못할 테니까.” 예우림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스물여덟이라니! 비록 관리를 잘해서 보기에는 스물셋이나 스물넷처럼 보이지만 그녀는 자기가 더는 젊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생일 축하 문자를 받고 나서 예우림은 갑자기 고독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저도 몰래 텅 빈 방 안을 둘러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젠장! 나도 몰래 그 자식 생각나네.” 예우림은 당장이라도 땅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어떻게 이렇게 비참해질 수 있지? 해외파 박사이자 지성그룹의 대표인 그녀가 일개 직원에게 감정을 품었다니. “안 돼! 예우림. 그냥 직원일 뿐이야. 게다가 그 자식이 잘못했잖아. 그러니까 절대 먼저 연락해서는 안 돼. 자존심이 있어야지!” 예우림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저도 몰래 휴대폰을 켜고 엄진우의 연락처를 빤히 쳐다봤다. “그래, 전화하자! 어쩌면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몰라. 오해일 수도 있잖아. 난 이성적인 사람이니 적어도 엄진우에게 설명할 기회는 줘야지.” “예 대표, 어쩐 일이야?” 이내 전화기 너머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 “당장 돌아와. 아까 일에 대한 설명이 듣고 싶어.” “설명? 당신이 어떻게 이해하든 그건 당신 마음이야. 내가 왜 당신 말대로 해야 하지? 업무상 당신이 상사일지 몰라도 사생활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잖아?” 예우림은 화가 났지만 자기가 이유 없이 화를 낸 것을 생각하니 더는 화를 낼 수 없어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부드럽게
“예우림! 그냥 죽어!” 예우림은 급히 휴지로 얼굴을 가리고 발을 구르며 화를 냈다. “그 자식 때문에 눈물이나 흘리고 있다니. 예우림, 언제부터 이렇게 천박해졌어? 당장 정신 차려! 나 예우림은 정상에 설 운명인 여자야. 남자 따윈 필요 없어!” 예우림은 턱을 치켜 올리며 다시 여왕의 아우라를 되찾았다. 고독은 그녀에게 가장 좋은 약이다. “가서 잠이나 자는 거야. 오늘의 일은 다 잊어버리고, 내일 아침이 오면 난 다시 태어나는 거야!”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화장을 지우고 세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때, 벨 소리가 들렸다. “예우림 고객님, 호텔 직원입니다. 오늘은 호텔 설립 30주년 기념일이라 모든 투숙객에게 선물을 드리고 있습니다.” 예우림은 무심코 대답했다. “그래요, 문 앞에 놔두시면 이따가 가져갈게요.” 하지만 상대는 고집을 부렸다. “죄송하지만 지배인님께서 반드시 한 분 한 분에게 직접 전달하시라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월급을 깎이게 됩니다.” “알겠어요.” 예우림은 하는 후 없이 문으로 다가가 손잡이를 돌렸다. “고마워요, 이 호텔...” 예우림은 말을 반쯤 하다가 그대로 굳어져 버렸다. 그녀의 아름다운 두 눈은 순간 휘둥그레졌다. 거대한 장미 케이크가 그녀 앞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아흔아홉 송이의 장미, 열여덟 개의 촛불! 아홉 층의 크림으로 뒤덮인 초대형 케이크, 심지어 욕조보다 더 컸다. 위에는 ‘예우림’ 세 글자가 반듯하게 쓰여 있었는데 글씨체가 아주 근사했다. 그리고 직원도 보이지 않았다. 방금 목소리를 변조해 말했던 사람은 바로 그녀가 방금까지 욕했던 그 나쁜 자식이었다. 엄진우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생일 축하해, 예우림.” 그 말에 예우림은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당신... 금 회장님과 온천 간 거 아니야?” 예우림은 떨리는 입술로 물었는데 동공이 계속 수축했다. 그러자 엄진우는 입을 삐죽거리며 웃었다. “농담이야. 내가 어떻게 그래.” “그럼 아까 했던 말은...”
예우림은 눈물을 그친 후 흐느끼며 물었다. “내 생일은 알려준 적 없는데 어떻게 알았어?” 엄진우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잊었나 보네. 당신 이력서 회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걸려 있잖아. 매일 지나가면서 봤어. 내가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어떻게 그걸 잊어. 게다가 내 생일을 잊어도 사랑하는 여자의 생일은 잊으면 안 되지.” 그 말에 감동한 예우림은 다시 눈물을 흘리며 엄진우의 품에 파고들었다. 그제야 그녀는 자기 생일을 신경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중요한 사람에게 기억되고 싶어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진우는 미소를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도 예우림의 생일을 잊을 뻔했다. 오늘 금복생의 호텔에서 벌어진 일 덕분에 그도 갑자기 기억났던 것이다. 그리고 금복생에게 부탁해서 초대형 고급 케이크를 준비했다. 예우림은 엄진우의 품에서 반 시간 정도 눈물을 흘린 후 아무 말 없이 두 눈을 감았다. 마치 어렵게 온 이 평화로운 행복의 순간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엄진우는 그녀의 흐트러진 머리를 뒤로 넘겨주며 부드럽게 말했다. “방으로 들어가 잘래?” “또 나랑 자고 싶은 거야?” 예우림은 눈을 부릅뜨고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엄진우는 웃으며 대답했다. “안 돼? 당신은 생각 없어?” 예우림은 귀엽게 콧방귀를 뀌더니 말없이 웃어 보였다. 순간 엄진우는 표정이 환해졌다. 이건 허락한다는 뜻 아닌가? 엄진우는 그녀가 마음을 바꾸기라도 할까 봐 아무 말 없이 그녀를 품에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녀의 검은 속옷과 브래지어를 벗기기 시작했다. “꺅, 땀 났잖아. 냄새나니까 먼저 씻어!” “안 씻을 거야.” “당신...” 온몸을 간지럽히는 야한 소리가 오가는 가운데 예우림은 점점 말을 잇지 못하고 간드러진 신음만 낼 뿐이다. ... 다음 날 해가 중천에 떴을 때. 잠에서 깨어나 보니 예우림은 이미 씻고 돌아왔다. 그녀는 머리를 질끈 묶은 채 몸에 수건만 두르고 있었는데 풍만하고 균형 잡힌 몸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