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부장님이 여기 왜 있어요?” 엄진우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이게 무슨 우연이람? 마사지 상대가 부하 직원이라니? 백지연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그건 제가 물어보고 싶은 말이에요. 대... 대표님이 왜 여기서 마사지사를 하는 거죠?” 엄진우는 크게 웃으며 말했다. “오해예요, 오해!” 엄진우는 사건의 자초지종을 상대에게 이야기해 주었고 백지연은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 라방팀이라 기획팀에 관심이 없었어요. 회사에 그런 일이 발생했었군요.” “근데 백 부장님 여기 자주 와요?” 엄진우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 싸늘한 표정만 짓던 회사 부장이 사적으론 이런 취미가 있었다니. 상대의 부드러운 말투에 엄진우는 아예 그녀가 백지연인지도 모를 뻔했다. 백지연은 수줍어서 얼굴이 빨개지더니 호흡이 빨라졌다. “서른셋의 돌싱으로 저도 욕구가 많은 나이거든요? 게다가 뭐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고, 단지 연하남과 같은 공간에 단둘이 있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그러자 엄진우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암요, 그럼요. 좀 더 눌러드릴까요?” 말을 끝낸 엄진우는 상대의 발가락을 잡고 있던 두 손을 유창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점점 더 위로 올라오더니 그녀 허리의 혈 자리를 꾹 눌렀다. 워낙 거절하려고 했던 백지연은 갑자기 안색이 확 변했다. “엄 대표님, 힘이 너무 강해요.” 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어지더니 가운을 여미며 몸을 파르르 떨었다. 좋다. 너무 좋다. 엄진우는 그녀의 몸을 주무르며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백 부장님. 근데 피부 관리 아주 잘하셨네요? 30대라고 말하지 않았더라면 난 20대인 줄 알았어요. 피부가 아주 죽여주네요.” “정말요?” 그 말에 백지연은 머리를 홱 돌렸고 하마터면 엄진우의 얼굴에 닿아 입을 맞출 뻔했다. 그녀는 다급히 고개를 숙이고 수줍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저 이미 늙었으니 엄 대표님 저 갖고 장난치지 마세요.” “늙긴요. 백 부
“잠시만 함께 연기해 줘요. 걱정하지 말아요. 함부로 안 할 테니까.” 엄진우는 그녀의 귓가에 살며시 말했고 그제야 백지연은 문밖을 지나가는 사람이 바로 엄진우의 타깃이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엄진우는 상대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이런 방법을 썼던 것이다. 하여 그녀는 반항을 포기한 채 엄진우가 마음대로 움직이게 내버려두었다. 목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엄진우는 그녀의 몸에서 떨어졌지만 백지연은 옷도 다 벗겨지고 머리카락마저 흐트러졌다. 엄진우는 머쓱한 표정으로 사과했다. “미안해요, 백 부장님.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상황이 그래서. 무례하게 해서 미안해요. 회사에 돌아가면 다시 사과할게요.” 말을 끝낸 그는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빠르게 도망가 버렸다. 어렵게 타깃인 송광을 발견했으니 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백지연은 젖은 머리를 쓸어 넘긴 후에야 온몸이 축축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미소를 지었다. “이 남자, 꽤 재밌네... 너무 급하게 가서 아쉽단 말야. 아니면 다른 일도 일어났을 것 같은데...” 그녀는 저도 몰래 마른 입술을 할짝댔다. 같은 시간. 엄진우는 몰래 송광의 뒤를 밟았다. 송광은 여전히 그날 입었던 정장을 입은 채 정의롭고 늠름한 정기를 발산하고 있었는데 이곳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그가 이곳을 단속하러 온 줄 알겠다. “기억해, 늘 그랬듯이 절대 새 나가면 안 되고 아무도 들여보내서는 안 돼. 그게 아니면 여긴 문 닫게 될 거야.” 송광은 엄숙한 얼굴로 상대에게 경고했다. “그리고 너무 과한 낭비는 하지 마. 내 스타일 잘 알지?” 그러자 종업원이 허리를 굽신거리며 말했다. “그럼요. 송 부과장님이 얼마나 낭비를 싫어하시는 분인데요. 전부 돈 안 되는 특산품으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송광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방으로 걸어갔다. 종업원이 멀어진 뒤에야 엄진우는 살그머니 송광이 있는 방으로 다가갔는데 투시 감각을 발동해 방 안의 모든
"개새끼가! 오늘. 제대로 대가를 치르게 해주지!"솟구치는 화를 참을 수 없었던 엄진우는 휴대폰 카메라를 켠 채 단번에 방문을 걷어차고 들어가 마구 찍어대기 시작했다. 밝은 플래시가 방안을 밝게 비추자 외국 여자와 엉켜있는 송광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눈에 들어왔다. 두 남녀는 홀딱 벗은 채 깜짝 놀라 소리를 질러댔다. "꺄악!" "뭐 하는 짓이야!"엄진우는 한쪽으로 촬영하며 한쪽으로 두 사람을 감상했다. "별건 아니고요, 송 부과장님 침대에서의 그 승냥이 같은 거친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제가 홍보 좀 해드리려고요.""너였어?!" 송광은 단번에 엄진우를 알아보더니 안색이 일그러졌다. "휴대폰 내놔! 아니면 오늘은 네 기일이 될 거야!" 엄진우는 고개를 쳐든 채 크게 웃었다. "빼앗아 보시던가! 그럼 난 이만, 안녕!"말을 끝낸 엄진우는 그대로 뒤돌아 떠났고 송광은 미친 듯이 소리를 질러댔다. "저 새끼 잡아!" 사진이 공개되면 송광의 앞날은 이대로 끝장난다. 최악의 경우에는 여생을 교도소에서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벌거벗고 있는 덕에 그는 도무지 나갈 수 없어 홧김에 외국 여자를 발로 걷어차고 복도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엄진우가 프라다 스파를 떠나려는 그때, 갑자기 시커먼 무리가 나타나 허겁지겁 엄진우에게 달려들려고 했다. "풉! 행동 하나는 꽤 빠르네?" 엄진우는 웃음을 터뜨렸다. 물론 그에게도 남겨둔 수가 하나 더 있다. 반대편에 직원 통로가 하나 있는데 그 통로는 외부의 한 골목과 연결되었으며 길이 아주 복잡해 사람들을 따돌리기 최적이다. 이내 엄진우는 골목을 따라 빠르게 사람들을 따돌렸다. 엄진우가 승리의 미소를 짓는 순간, 정면에 곰처럼 덩치가 큰 그림자가 나타나 두 눈을 부릅뜨고 사납게 말했다. "젊은 친구, 휴대폰은 두고 가는 게 좋을 거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물었다. "넌 또 뭐야?""난 송 부과장님의 경호원의 일원인 이철호다. 생김새를 보아하니 전통 무예가 같았지만 코어 힘이
이철호는 창해시 상류층에서 굉장히 유명한 무관인 철운관의 관장으로 많은 권력자들의 경호를 맡아왔다. 그런데 만약 이 일이 소문이라도 나게 되면 그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말 것이며 잘못하면 파산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철호는 후회막급했지만 한 편으로는 정면으로 붙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아니라면 그는 이미 시체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안돼! 이 자식 반드시 막아야 해! 어쩔 수 없어. 이렇게 된 이상 어르신에게 도움을 청해야겠어.” 이철호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철운관의 1대 관장이자 창시자인 이철한은 평소 폐문 수련과 귀한 단약으로 깊은 산속에서 연명하고 있었다. 상대는 뢰수라는 무공 외에도 수백 개의 무공에 능통하며 셀 수 없이 많은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젊은 시절 창해시에서는 최강의 일인자로도 불렸다고 한다. 게다가 세월이 덧없이 흘러 이철한의 실력도 마치 오래된 우물처럼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고 한다. 여기까지 생각한 이철호는 다급히 이철한 지존종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르신, 저는 제35대 관장 이철호인데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짧은 대화 후, 상대는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자식 주소 보내. 1분 안에 바로 죽여줄 것이다. 하지만 철호야, 넌 반드시 철운관 위패 사당 앞에 무릎을 꿇고 3일 밤낮으로 온몸을 채찍질하여 벌을 받아야 한다!” 이철호는 깜짝 놀라 물었다. “어르신, 도대체 왜?” “내가 어리숙해 보이는 것이 지혜이고 공은 이루어도 내세우지 않는다고 몇 번을 말했더냐! 그 어떤 일도 세 번은 생각하고 겸손하게 움직여야 해! 그런데 넌 권력자들의 경호나 맡으면서 항시 밖에서 원한만 사들이는구나! 내가 없었더라면 철운관의 기나긴 역사는 네 손에서 끝장났을 거야! 알겠느냐?” 이철한의 훈계에 이철호는 묵묵히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철운관의 풍기를 다시 잡고 다시는 권력가들의 일에 참견하지 않겠습
그리고 이내 천둥번개는 소지안에게 내리꽂혔다. “조심해요!” 위기일발의 순간, 엄진우는 소지안을 밀어내고 대신 상대의 공격을 받아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엄진우는 온몸이 검게 타버려 김이 모락모락 나고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소지안은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질렀다. “진우 씨! 괜찮아요?” 하지만 엄진우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죽은 거야?” 소지안의 안색은 하얗게 질려있었고 동공은 격렬하게 수축하였다. 이럴 수는 없어! 하늘도 땅도 두려워하지 않던 엄진우가 천둥번개 한 방에 이렇게 인사불성이 된다고? 소지안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에 숨이 가빠지고 머리가 윙윙거렸다. 엄진우는 그녀를 위해 이렇게 되었다. 그러자 무승은 합장하고 담담하게 말했다. “제 무극천뢰에 죽은 것도 이 사람의 운명입니다. 만약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재로 변했을 텐데 육체를 보존했다니, 이건 기적입니다.” “당신은 누구죠?” 소지안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힌 채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전 철운관의 창시자, 이철한 지존종사입니다.” 때마침 현장에 도착한 이철호는 엄진우의 모습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역시 철운관의 창시자다! 그의 한 수는 타인의 한계였다. 한순간에 이철호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던 엄진우도 이철한의 앞에서는 고작 한주먹거리밖에 되지 않았다. 이철한은 담담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 “하늘은 만물을 살리는 덕이 있지요. 여인이여, 그대는 죽이지 않을 테니 지금 당장 내 시선에서 사라지세요.” 나이를 먹다 보니 이철한도 일찍이 속세를 꿰뚫어 보았는데 무고한 사람을 죽이는 것은 도심에 대한 침범으로 수련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시신은 남겨두어야 할 것입니다.” 창백한 안색의 소지안은 제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지만 끓어 넘치는 화는 도무지 참을 수 없었다. “진우 씨가 죽었든 살았든 난 반드시 이 남자 데리고 갈 거예요!” 그녀는 반드시 엄진우를 데리고 떠나야 한다. 성안으로, 소씨 가문으로 돌아가 대단한 의
“뭐? 2천억?” 이철호는 너무 놀라 턱이 다 빠질 것 같았다. 쉰 살이 넘도록 살았지만 한평생 그런 돈은 본 적도 없었다. 게다가 2천억은 철운관을 사고도 남는 돈이다. “어르신, 정말 수지맞는 장사니 잘 생각해 보십시오.” 이철호는 마음속의 흥분을 억누르지 못하고 큰 소리로 외쳤고 화가 난 이철한은 바로 그의 뺨을 날려버렸다. “못난 놈!” 이철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피범벅이 된 얼굴을 감싸고 온몸을 벌벌 떨었다. “내가 반평생 공들여 세운 철운관을 이까짓 냄새나는 돈 때문에 넘길 것 같단 말이냐?” 이철한은 노발대발했다. “돈이면 다 살 수 있는 줄 아는 게야? 그렇다면 넌 고작 부자들이 키우는 개와 다름없어!” 이철한은 무엇보다 명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티끌만 한 오점도 용납하지 않았다. 이철호는 벌벌 떨며 다급히 이철한 앞에 기어가서 참회했다. “어르신,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그깟 돈에 눈이 멀어서 잠시 제정신이 아녔습니다. 속죄하겠습니다.” 말을 끝낸 이철호는 벌떡 일어서더니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말했다. “꽃길이 있는데 굳이 가시밭길을 선택하다니. 넌 어르신이 가라고 했을 때 곱게 꺼졌야 했었어. 이젠 네년이 가고 싶다고 해도 못 보내 줘. 그러니 너도 목숨을 내놔!” 비록 소지안의 거래는 유혹적이었지만 이철한이 반대하는 한 이철호는 반드시 그의 말에 따라야 했다. 이철한은 철운관의 기둥으로 그가 존재하는 한 철운관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다. 소지안은 깜짝 놀라더니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2천억도 거절한다고? 역시, 그냥 미친개들이었어.” 그 말에 이철호의 안색은 순간 어두워졌다. “좋아, 그렇다면 미친개한테 물려 죽는 기분을 똑똑히 알려주도록 하지.” 말이 끝나기 바쁘고 이철호는 소지안을 향해 돌진했고 소지안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때, 번개 같은 그림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녀 앞을 막아섰다. 쿵! 순간 이철호는 처량한 비명을 짓더니 마치 포탄처럼 순식간에 수십 미
“아주 용기 있는 젊은이군.” 엄진우의 말에 이철한은 흉악한 표정을 짓더니 어금니를 꽉 깨물고 말했다. 우르릉! 우레 우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고 이철한은 완전히 뚜껑이 열려버렸다. 그는 이곳을 평정하고 눈앞의 두 남녀를 한 줌의 재로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뇌용! 뇌해! 10억 볼트! 토르의 분노! 신들의 황혼!” 순간 이철한 평생의 절학이 한데 어우러져 사방에는 차가운 바람이 일고 먹구름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먹구름은 엄진우의 머리 위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뇌용과 뇌해, 그리고 뇌상... 밀려오는 공포의 기운에 뒤에 있던 소지안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져 버렸다. 망했다. 도망갈 곳도 그렇다고 피할 곳도 없다. “어르신, 이러다 저도 함께 죽으면 어떡합니까?” 이때 상처투성이가 된 이철호가 절뚝거리며 걸어와 버럭 화를 내며 말했지만 분노에 눈이 뒤집힌 이철한은 더는 어떤 말도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철호는 절망에 빠진 표정으로 털썩 주저앉았다. “망했어. 어르신이 저렇게 분노하는 모습은 처음이야. 이젠 적어도 반경 10킬로미터 이내의 곳은 전부 평지가 되겠지... 창해시 절반이 아마 대형 핵폭발 경험 못지않은 위력을 느끼게 될 거야... 우린 다 죽었어...” 이철호는 혼자 중얼거렸고 옆에 있던 소지안은 겁에 질린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죽는다고? “죽어라!” 이천한은 하늘을 향해 길게 소리를 외쳤다. 순간 하늘에 눈부신 빛줄기가 나타나 사면팔방을 환히 비추었는데 이건 마치 영화에서만 보던 세계 종말처럼 무중력감과 공백감, 공포감을 만들어 내면서 소지안과 이철호를 절망에 빠지게 했다. 슥-- 하지만 순간 이런 느낌은 사라져 버렸다. 소지안은 두 눈을 살짝 뜨고 주변을 바라봤지만 주변은 멀쩡했다. 어떻게 된 거지?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은 건가? 이때 옆에 있던 이철호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이게 뭐야? 이럴 리가 없어! 이건 불가능해!” 이철호는 정면을 가리키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엄진
“꿈이야! 이건 꿈이야...” 이철호는 혼자 중얼거리며 자기를 최면시켰지만 얼굴에서 전해지는 통증은 이 모든 것이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어르신이 무너졌다니.” 그는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엄진우는 피범벅이 된 이철한을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 “어떻게 계속해 볼래? 이 정도면 나도 꽤 봐준 건데. 제대로 했더라면 당신은 이미 죽었어.” 이철한은 평온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누워있었는데 이내 지면이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어?”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조금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영감탱이가... “자폭이다! 어르신이 자폭하시려고 한다!” 이철호는 너무 놀라 온몸에 소름이 쫙 돋으며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지존종사의 자폭 위력은 반경 수십 킬로미터 이내의 땅을 파괴하기에 충분한데 굳이 비유하자면 소형 핵폭탄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위력이다. 소지안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친 거 아니야? 어디서 물귀신 작전이야! 저거 아주 미친 영감탱이네!” “어르신은 워낙 저런 분이야! 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분이시지. 젊은이에게 패배당한 것도 모자라 이런 모욕까지 당했으니... 어르신은 기꺼이 본인을 포함한 이 모든 것을 파괴하려고 하실 거야.” 이철호는 사색이 되어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 끝이다. 아무도 피할 수 없다. 물귀신 작전을 펼치려는 이철한 앞에서 엄진우는 여전히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웃어 보였다. “정말 목숨을 걸고 싶은 거야?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송광 그놈이 준 그깟 푼돈 때문에 목숨을 걸다니.” 그러자 이철한은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 “난 내 명성을 위해 싸우는 거야! 선비는 죽일 수 있어도 모욕할 수 없어! 내 한계가 여기까지라면 차라리 다 함께 죽자고!” 엄진우는 시큰둥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난 빡빡이 영감의 명성을 이길 수 있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바로 무도지! 내 추측이 맞는다면 영감은 선천적으로 영기 통로가 막힌 체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