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창가로 가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시끄러우니까 다들 입 다물고 잠자코 있어!”아래 수만 명의 사람들은 즉시 입을 다물었고 순간 세상이 조용해졌다.이호준은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 하마터면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장강수가 정말 엄진우 때문에 왔다니!창해시 삼대 거물인 지하 황제 장강수가 이 자식 앞에서 고분고분하다니!예우림도 경악했다.“너 장강수를 불렀다고?”“빨리!”이호준이 다급히 입을 열었다.“당장 우리 아버지한테 전화해서 상황 설명하고 호문 사람들을 보내라고 해!”“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시청 놈들은? 이렇게 시끄러운데 왜 움직이지 않는 거지?”이호준은 미칠 것 같았다.순간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설마 이 모든 것이 엄진우 때문인가?그럴 리가 없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지역 신호를 차단하고 시청까지 통제할 수 없어!하지만 엄진우는 차가운 얼굴로 이호준을 향해 다가갔다.그러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은 놀라서 그대로 뒤로 물러섰고 이호준은 겁에 질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누가 없어? 내가 10억 줄 테니까, 아니 100억, 1000억도 호문의 절반이라도 줄 테니까 나 좀 도와줘!”하지만 아무도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돈도 중요하지만 목숨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누가 감히 이호준을 위해 눈앞의 이 대단한 인물을 건드리겠는가?바로 이때, 그윽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호준 도련님, 어찌 이리도 당황하셨단 말입니까?”가벼운 한마디가 일파만파로 퍼졌다.모두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든 이 사람은 바로 무도종사다.이 세상의 진정한 지배자, 무도! 그리고 무도종사는 인간 위의 인간이자 모두가 우러러보는 존재이다.도포를 입은 노인이 침착하고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행관 스님이 어떻게 여기까지?”이호준은 이내 희망을 찾은 듯 활짝 웃어보였다.상대는 바로 호문에서 모시는 스님 중 일원인 염행관 스님이다.창해시에서 무도종사는 아주 귀한 신분이다. 장문수가 무도에 입문하자마자 지하 황제라는 칭호를 얻었다.
“동작 그만!”순간 엄진우는 예우림의 하얀 손목을 움켜쥐더니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이 세상에서 부대표님 몸을 볼 수 있는 건 오직 한 사람, 바로 접니다. 무도종사면 어때서요? 전 무도종사를 수도 없이 죽였어요.”엄진우의 싸늘한 눈빛에 예우림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이호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행관 스님, 저 자식이 스님을 얕잡아보는 것 같아요.”염행관도 큰 소리로 웃었다.“아주 맹랑하네요. 수도 없이 죽였다니, 이 사람이 사람을 죽이지 않은 지도 꽤 됐으니 오늘 당신의 목을 따서 몸 좀 풀어볼까 합니다.”염행관이 번개처럼 빠르게 뛰어오르자 이호준의 눈빛에는 동경과 광기로 가득 찼다.“이게 바로 무도종사지! 좋아요! 저 자식 죽여버리세요. 예우림은 반드시 내 노리개가 되어야 합니다.”염행관은 바람처럼 날아와 엄진우의 머리에 손바닥을 날리려고 했다.하지만 이때, 엄진우의 눈동자에서 무궁무진한 살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살기는 마치 원혼처럼 울부짖었다.염행관은 깜짝 놀라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이 순간 염행관은 마치 피바다에 널브러진 시체와도 같았고 엄진우는 그런 자기를 상공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엄진우의 눈에 염행관은 마치 미천한 개미처럼 비쳤다.“저분은...... 저분은......”염행관은 저도 몰래 몸을 벌벌 떨더니 한 공포의 인물을 떠올렸다.“명......”쿵!염행관의 주먹은 엄진우 바로 눈앞에서 멈췄다.이호준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행관 스님, 왜 그러세요? 치세요. 스님의 주먹 한 대면 저 자식 바로 죽을 겁니다.”염행관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엄진우를 찬찬히 살피더니 순간 혼비백산하며 피를 토했다.염행관은 순간 심장마비로 숨을 멈췄다.“쯧쯧, 무도종사가 대단해?”엄진우는 경멸의 미소를 지으며 이호준을 노려보았다.이호준은 더는 체면 따위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일단 목숨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빠른 걸음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이때 헬기 한 대가 30층 지붕을 뚫고 들어와 서더니 그 안
이호준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감히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아무 말도 못 하는 거 보니 열 손가락 다 다쳤다는 소리네?”말을 끝내자마자 엄진우는 순식간에 이호준의 열 손가락을 전부 부러뜨렸다.이호준은 두 손이 피범벅이 된 채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엄진우는 이호준의 머리를 발로 밟았는데 상대가 아무리 발버둥 치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걱정 마, 너무 쉽게 죽이지는 않을 거야. 시시하잖아.”엄진우는 또박또박 말했다.“죽지도, 그렇다고 살지도 못하게 해줄게.”말을 끝낸 엄진우는 고개를 들어 싸늘하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호준의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이 자식 밟아. 그렇다면 너희들 목숨은 살려두지.”뚜벅뚜벅!순식간에 이호준의 경호원들은 주인이었던 이호준에게 달려들어 발길질했다.“짐승보다 못한 것들! 감히 나한테 손을 대? 개가 감히 주인을 물어? 으아악,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만해! 나 아파!”이호준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그만하라고! 야, 씨. 제발 그만해. 나 아파서 죽을 것 같단 말이야! 그만해!”이호준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오만방자하더니 금세 기세가 죽어 슬슬 기며 애원하기 시작했다.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심지어 창자가 바닥에 흘러나왔다.“그만해.”엄진우는 앞으로 걸어가 반쯤 죽어가는 이호준을 바라봤다.그제야 이호준의 경호원들은 행동을 멈추고 표정을 바꾸더니 엄진우에게 꼬리를 흔들어댔다.“아까는 우리가 보는 눈이 없어서, 아무튼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희를 동생으로 받아주십시오.”엄진우는 그들을 힐끗 보며 말했다.“고작 너 같은 놈들을? 청용아, 이것들 전부 싹 갈아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이호준의 경호원들은 아연실색하며 말했다.“네? 분명 살려준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약속 안 지키십니까?”“하하, 명왕에게 이치를 따지려고? 이 분은 수십만 명의 항병을 학살한 북강의 폭군이시다.”청용 등이 몰려와 순식간에 한 무리를 죽였다.이 사람들은 평소에 이호준을 따라다니며 온갖 악행을 다 저질
“엄진우 씨? 엄진우 씨가 왜 여기에?”소지안은 깜짝 놀랐지만 궁금증을 해소하기도 전에 엄진우는 바람처럼 사라졌다.“뜬금없네?”소지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다급히 예우림이 있는 방으로 쳐들어갔다.문을 여는 순간, 소지안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이호준은 손가락이 부러진 채 사지가 묶여 바닥에 드러누웠고, 백 명도 넘는 시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대체 누가 한 짓이지?소지안은 문뜩 아까 로비에서 마주쳤던 엄진우가 떠올랐다.설마 그가 한 짓일까?“콜록콜록!” 이때 예우림이 정신을 차리고 서서히 눈을 떴다.“우림아!”소지안은 다급히 예우림을 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지안아, 네가 어떻게 여길?”눈을 떠보니 몸은 이미 회복되었다. 하지만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그녀의 마지막 기억은 욕실에 들어와 소지안에게 연락했지만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았던 기억뿐이었다.예우림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방안 가득한 시체에 경악했다.“지안아, 이거 다 네가 한 짓이야?”“나 아니야. 내가 왔을 때 이미 이렇게 돼 있던데?”소지안은 사실대로 말했다.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고 곰곰이 기억을 떠올렸다.문뜩 소지안 이외에 또 두 사람에게 전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하나는 박도명, 또 하나는 엄진우.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도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예우림은 무심코 물었다.“너 혹시 엄진우 봤었어?”소지안이 대답하려는 순간, 갑자기 흰 셔츠를 입은 남자가 수십 명의 무장 부대를 거느리고 들어왔다.“자, 지금부터 전장을 처리한다. 시체들 빨리 옮기도록!”바로 집행청 부청장 박도명이다.예우림이 전화했을 때, 박도명은 분명 거절했다.비록 예우림을 탐냈지만 굳이 여자 때문에 호문에게 찍히기도 싫었고 그만한 담력도 없었다.그러다 문뜩 조문지의 전장을 처리하라는 통지를 받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부청장님?”예우림은 멈칫하더니 감격에 겨워 말했다.“부청장님이 저 구해주신 거
상대는 바로 최란화의 남동생인 최자호, 몇 년 전 실수로 사람을 죽여 옥살이를 하다가 2년 전에 만기 출소했다.역시 사람 본성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엄마.”엄진우는 살기가 폭발했다.“우리 엄마 당장 놔줘. 아니면 당신 내 손에 죽을 수도 있어!”말을 끝낸 엄진우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진우야, 그러지 마!”하수희가 핏기 없는 얼굴로 소리쳤다.“이건 우리끼리의 일이니 내 아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러니 우리 아들 힘들게 하지 마.”최자호는 담배를 꼬나물고 하수희를 놓아주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누님, 나도 체면이 있는 사람인데 설마 아무 이유 없이 여길 왔겠어요? 여기 차용증 있잖아요. 누님 남편이 15년 전에 나한테서 빌린 20만 원, 요즘 물가가 이렇게 올라갔는데 이자라도 많이 받아야죠. 그러니까 1억 정도야 괜찮죠?”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엄마, 이게 무슨 말이야?”“네 아빠가 아프신데 집에 돈이 없어서 자호한테서 20만 원을 급하게 빌린 적이 있어.”하수희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진미령은 다리를 꼬고 앉아 말했다.“야, 거지. 들었어? 네 엄마가 우리 외삼촌한테서 빌린 돈이라고! 그날 너의 무례했던 행동은 잊어줄 테니 당장 돈 갚아. 돈 갚으면 우리 두 집안 관계는 깔끔하게 끝나는 거야.”엄진우는 쌀쌀하게 받아쳤다.“15년 전에 빌린 20만 원이 1억이 됐다고? 당신들 양아치야?”최자호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이 어린놈의 자식이 뭐라고 그랬어? 내가 길거리를 씹어먹고 다닐 때 넌 진흙이나 놀고 있었던 거 알아?”최란화는 배를 끌어안고 웃으며 사태를 수습했다.“자호야,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아무리 그래도 한때는 이웃이었으니 이들 사정도 좀 봐주자고. 엄진우, 보아하니 돈은 없을 테고 차라리 땅하고 집 우리한테 넘겨! 그렇다면 이 1억은 없던 거로 해줄게. 어때? 너무 좋지?”남매의 맞장구에서 엄진우는 알 수 있었다.애초부터 그들의 목적은 바로 땅과 집이었다.생각해 보니 전에 맞
하수희도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아들, 난 왜 그 말이 믿어지지 않는 걸까?”“내 말 믿어, 엄마.”엄진우는 진지하게 말했다.“하수희는 아들의 진지한 표정에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래, 엄마는 우리 아들 믿는다! 너만 믿을 거야.”엄진우는 종이에 글을 쓰더니 싸늘하게 그들에게 넘겨줬다.“여기 서명하면 집과 땅 모두 당신들 소유가 될 거야. 우리 집은 더는 당신들에게 빚진 게 없어.”최자호는 너무 좋아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명했다.“하하! 좋아! 1억은 없었던 일로 해주지. 앞으로 더는 찾아오는 일 없을 거야.”세 사람은 너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했다.집과 땅을 이리 쉽게 손에 넣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모자란 자식, 오션 아파트가 다 자기 것이라고? 웃겨 죽을 뻔했네. “엄마, 당장 이사 가자.”엄진우가 하수희를 데리고 집을 떠나자 진미령은 최란희에게 수군거렸다.“엄마, 우리 몰래 따라가 볼래? 저 자식 대체 무슨 생각인지 궁금해서 그래.”최란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너 기회 잡아서 저 자식 비웃으려고 그러는 거야? 하하하, 그래 그것도 재밌겠다.”목적에 달성한 최자호는 더는 관심이 없었다.“두 사람 맘대로 해. 난 이만 간다.”진미령 모녀는 몰래 엄진우를 스토킹했고, 한참 뒤 그들은 정말 오션 아파트로 들어갔다.이곳은 창해시에서 새로 개발한 부동산인데 현존하는 아파트 중에서 가장 고가를 자랑하며 이곳에 사는 사람은 모두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다.심지어 어떤 부자들은 거금을 치르고 이 아파트에 입주하려고 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바로 이때, 한 가족이 걸어왔고 하필이면 최란화의 지인이었다.“아이고, 민정아!”상대는 최란화의 동창인데 부잣집에 시집가 잘난 아들까지 두어 호의호식하며 생활하고 있다.김민정은 난처한 표정으로 인사했다.“란화야, 네가 여기 왜 있어? 여긴 너 같은 사람이 드나들 곳이 아닌데? 너 설마 여기 살아? 아니지?”최란화 모녀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이런 부자 앞에서 모녀는 찍소리도
묵직하고 맹렬한 손바닥을 휘두르자 경비는 그대로 넘어지며 어금니가 모조리 깨져버렸다.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대는 몸을 숙여 바닥에 버려진 명왕 카드를 줍더니 자기의 양복에 깨끗이 닦았다.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공손하게 두 손으로 카드를 내밀었다.“엄진우 님, 죄송합니다. 새로 온 경비원이 뭘 모르고 무례를 저질렀으니 부디 하해와 같은 아량으로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오션 아파트의 주인으로서 어떠한 처분을 내리셔도 달갑게 받아들이겠습니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조용해졌다.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턱이 빠질 지경으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오션 아파트의 주인공이 엄진우라고?최란화는 안달이 났다.“그럴 리가요! 저 자식은......”최란화는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진미령이 다급히 그의 입을 막았다.그 공포의 눈빛은 이미 그들을 향했기 때문이다.고 부장은 싸늘한 눈빛으로 모두를 훑어보았다.“엄진우 님은 우리 오션 아파트의 주인입니다. 이분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다면 바로 오션 아파트에서 쫓아낼 것이니 알고 계십시오. 상황이 엄중한 경우, 가문을 말아먹을 수도 있습니다!”고 부장의 말에 사람들은 벌벌 떨기 시작했다.고 부장에게 맞은 경비가 황급히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엄진우 님, 죄,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됐나 봐요. 귀하신 분도 알아보지 못하고!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고 부장님, 저 경비원은 더는 이곳에서 보고 싶지 않네요.”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 당장 해고하겠습니다! 당장 끌어내!”고 부장의 눈빛 하나에 몇 명의 직원이 경비원을 질질 끌고 갔다.엄진우는 하수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엄마, 들어갈까? 가서 새집 고르면 돼.”하수희는 어안이 벙벙하여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그, 그래. 그러자.”고 부장의 안내로 그들은 아파트 내부로 들어갔고, 남은 사람들은 아직도 아까의 충격에 휩싸여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엄진우는 어리둥절했다.이 여자 상처가 나았다고 아팠던 때를 잊은 건가? 왜 이렇게 시크해?엄진우는 할 수없이 다급히 예우림의 별장으로 향했다.도착하니 정장차림을 한 예우림이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싸늘한 눈빛으로 엄진우를 노려보았다.“너 어디 갔었어?”엄진우가 말했다.“우리 엄마 도와서 이사했어요.”그 말에 예우림은 화가 솟구쳤다.내가 호텔에 감금되어 있었는데 걱정조차 하지 않고, 뭐? 이사? 역시 남자는 믿을 수 없어!엄진우는 어두운 얼굴의 예우림을 향해 물었다.“부대표님, 상처는 다 나으셨죠? 어디 아픈 곳은 없어요?”“내가 다친 건 어떻게 알았어?”예우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웃어 보였다.“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 하는 거야? 엄진우, 넌 정말 남자도 아니야!”엄진우는 어리둥절했다.“도대체 무슨 말씀이죠? 오늘도 분명 제가......”“됐어!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예우림은 턱을 치켜든 채 여지없이 말했다.“이혼하고 퇴사한다며? 그래, 내일 아침 바로 이혼서류에 서명하자고. 네 퇴사 문제도 내가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 줄게.”엄진우가 말했다.“그래요......”예우림이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말했는데 엄진우라고 어쩌겠는가?예우림을 구하러 간 건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그녀가 이호준에게 침범당하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게다가 사직과 이혼은 엄진우가 먼저 말했으니 그도 예우림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했다.“오늘 일 층에서 자는 거로 해. 내일 아침 바로 이혼하러 가야 하니까.”예우림은 싸늘한 말을 내던지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방에 들어간 뒤.사실 그녀는 조그마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엄진우가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그녀를 달래준다면 예우림은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엄진우는 바로 창고로 들어가 잠들어버렸다.예우림은 마음이 답답했다.“아니, 내가 그렇게 별로야?”전에 만난 남자들은 그녀와 옷깃만 스쳐도 정신을 못 차렸다.하여 그녀는 남자라는 존재를 혐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