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은 두 눈이 휘둥그레져서 감히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아무 말도 못 하는 거 보니 열 손가락 다 다쳤다는 소리네?”말을 끝내자마자 엄진우는 순식간에 이호준의 열 손가락을 전부 부러뜨렸다.이호준은 두 손이 피범벅이 된 채로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엄진우는 이호준의 머리를 발로 밟았는데 상대가 아무리 발버둥 치려고 해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걱정 마, 너무 쉽게 죽이지는 않을 거야. 시시하잖아.”엄진우는 또박또박 말했다.“죽지도, 그렇다고 살지도 못하게 해줄게.”말을 끝낸 엄진우는 고개를 들어 싸늘하게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호준의 경호원들에게 명령했다.“이 자식 밟아. 그렇다면 너희들 목숨은 살려두지.”뚜벅뚜벅!순식간에 이호준의 경호원들은 주인이었던 이호준에게 달려들어 발길질했다.“짐승보다 못한 것들! 감히 나한테 손을 대? 개가 감히 주인을 물어? 으아악,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만해! 나 아파!”이호준은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그만하라고! 야, 씨. 제발 그만해. 나 아파서 죽을 것 같단 말이야! 그만해!”이호준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오만방자하더니 금세 기세가 죽어 슬슬 기며 애원하기 시작했다.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심지어 창자가 바닥에 흘러나왔다.“그만해.”엄진우는 앞으로 걸어가 반쯤 죽어가는 이호준을 바라봤다.그제야 이호준의 경호원들은 행동을 멈추고 표정을 바꾸더니 엄진우에게 꼬리를 흔들어댔다.“아까는 우리가 보는 눈이 없어서, 아무튼 실례가 많았습니다. 저희를 동생으로 받아주십시오.”엄진우는 그들을 힐끗 보며 말했다.“고작 너 같은 놈들을? 청용아, 이것들 전부 싹 갈아서 쓰레기통에 던져버려”이호준의 경호원들은 아연실색하며 말했다.“네? 분명 살려준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왜 약속 안 지키십니까?”“하하, 명왕에게 이치를 따지려고? 이 분은 수십만 명의 항병을 학살한 북강의 폭군이시다.”청용 등이 몰려와 순식간에 한 무리를 죽였다.이 사람들은 평소에 이호준을 따라다니며 온갖 악행을 다 저질
“엄진우 씨? 엄진우 씨가 왜 여기에?”소지안은 깜짝 놀랐지만 궁금증을 해소하기도 전에 엄진우는 바람처럼 사라졌다.“뜬금없네?”소지안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다급히 예우림이 있는 방으로 쳐들어갔다.문을 여는 순간, 소지안은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이호준은 손가락이 부러진 채 사지가 묶여 바닥에 드러누웠고, 백 명도 넘는 시체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대체 누가 한 짓이지?소지안은 문뜩 아까 로비에서 마주쳤던 엄진우가 떠올랐다.설마 그가 한 짓일까?“콜록콜록!” 이때 예우림이 정신을 차리고 서서히 눈을 떴다.“우림아!”소지안은 다급히 예우림을 안고 펑펑 눈물을 흘렸다.“미안해, 내가 너무 늦었지?”“지안아, 네가 어떻게 여길?”눈을 떠보니 몸은 이미 회복되었다. 하지만 정신을 잃기 전의 기억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그녀의 마지막 기억은 욕실에 들어와 소지안에게 연락했지만 상대가 전화를 받지 않았던 기억뿐이었다.예우림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방안 가득한 시체에 경악했다.“지안아, 이거 다 네가 한 짓이야?”“나 아니야. 내가 왔을 때 이미 이렇게 돼 있던데?”소지안은 사실대로 말했다.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고 곰곰이 기억을 떠올렸다.문뜩 소지안 이외에 또 두 사람에게 전화했던 기억이 떠올랐다.하나는 박도명, 또 하나는 엄진우.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슨 말을 했는지 그녀도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예우림은 무심코 물었다.“너 혹시 엄진우 봤었어?”소지안이 대답하려는 순간, 갑자기 흰 셔츠를 입은 남자가 수십 명의 무장 부대를 거느리고 들어왔다.“자, 지금부터 전장을 처리한다. 시체들 빨리 옮기도록!”바로 집행청 부청장 박도명이다.예우림이 전화했을 때, 박도명은 분명 거절했다.비록 예우림을 탐냈지만 굳이 여자 때문에 호문에게 찍히기도 싫었고 그만한 담력도 없었다.그러다 문뜩 조문지의 전장을 처리하라는 통지를 받고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부청장님?”예우림은 멈칫하더니 감격에 겨워 말했다.“부청장님이 저 구해주신 거
상대는 바로 최란화의 남동생인 최자호, 몇 년 전 실수로 사람을 죽여 옥살이를 하다가 2년 전에 만기 출소했다.역시 사람 본성은 그리 쉽게 변하지 않는다.“엄마.”엄진우는 살기가 폭발했다.“우리 엄마 당장 놔줘. 아니면 당신 내 손에 죽을 수도 있어!”말을 끝낸 엄진우는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진우야, 그러지 마!”하수희가 핏기 없는 얼굴로 소리쳤다.“이건 우리끼리의 일이니 내 아들과는 상관없는 일이야. 그러니 우리 아들 힘들게 하지 마.”최자호는 담배를 꼬나물고 하수희를 놓아주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누님, 나도 체면이 있는 사람인데 설마 아무 이유 없이 여길 왔겠어요? 여기 차용증 있잖아요. 누님 남편이 15년 전에 나한테서 빌린 20만 원, 요즘 물가가 이렇게 올라갔는데 이자라도 많이 받아야죠. 그러니까 1억 정도야 괜찮죠?”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엄마, 이게 무슨 말이야?”“네 아빠가 아프신데 집에 돈이 없어서 자호한테서 20만 원을 급하게 빌린 적이 있어.”하수희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진미령은 다리를 꼬고 앉아 말했다.“야, 거지. 들었어? 네 엄마가 우리 외삼촌한테서 빌린 돈이라고! 그날 너의 무례했던 행동은 잊어줄 테니 당장 돈 갚아. 돈 갚으면 우리 두 집안 관계는 깔끔하게 끝나는 거야.”엄진우는 쌀쌀하게 받아쳤다.“15년 전에 빌린 20만 원이 1억이 됐다고? 당신들 양아치야?”최자호는 두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이 어린놈의 자식이 뭐라고 그랬어? 내가 길거리를 씹어먹고 다닐 때 넌 진흙이나 놀고 있었던 거 알아?”최란화는 배를 끌어안고 웃으며 사태를 수습했다.“자호야,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아무리 그래도 한때는 이웃이었으니 이들 사정도 좀 봐주자고. 엄진우, 보아하니 돈은 없을 테고 차라리 땅하고 집 우리한테 넘겨! 그렇다면 이 1억은 없던 거로 해줄게. 어때? 너무 좋지?”남매의 맞장구에서 엄진우는 알 수 있었다.애초부터 그들의 목적은 바로 땅과 집이었다.생각해 보니 전에 맞
하수희도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아들, 난 왜 그 말이 믿어지지 않는 걸까?”“내 말 믿어, 엄마.”엄진우는 진지하게 말했다.“하수희는 아들의 진지한 표정에 확신에 차서 말했다.“그래, 엄마는 우리 아들 믿는다! 너만 믿을 거야.”엄진우는 종이에 글을 쓰더니 싸늘하게 그들에게 넘겨줬다.“여기 서명하면 집과 땅 모두 당신들 소유가 될 거야. 우리 집은 더는 당신들에게 빚진 게 없어.”최자호는 너무 좋아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명했다.“하하! 좋아! 1억은 없었던 일로 해주지. 앞으로 더는 찾아오는 일 없을 거야.”세 사람은 너무 좋아 입을 다물지 못했다.집과 땅을 이리 쉽게 손에 넣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모자란 자식, 오션 아파트가 다 자기 것이라고? 웃겨 죽을 뻔했네. “엄마, 당장 이사 가자.”엄진우가 하수희를 데리고 집을 떠나자 진미령은 최란희에게 수군거렸다.“엄마, 우리 몰래 따라가 볼래? 저 자식 대체 무슨 생각인지 궁금해서 그래.”최란희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너 기회 잡아서 저 자식 비웃으려고 그러는 거야? 하하하, 그래 그것도 재밌겠다.”목적에 달성한 최자호는 더는 관심이 없었다.“두 사람 맘대로 해. 난 이만 간다.”진미령 모녀는 몰래 엄진우를 스토킹했고, 한참 뒤 그들은 정말 오션 아파트로 들어갔다.이곳은 창해시에서 새로 개발한 부동산인데 현존하는 아파트 중에서 가장 고가를 자랑하며 이곳에 사는 사람은 모두 높은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다.심지어 어떤 부자들은 거금을 치르고 이 아파트에 입주하려고 해도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바로 이때, 한 가족이 걸어왔고 하필이면 최란화의 지인이었다.“아이고, 민정아!”상대는 최란화의 동창인데 부잣집에 시집가 잘난 아들까지 두어 호의호식하며 생활하고 있다.김민정은 난처한 표정으로 인사했다.“란화야, 네가 여기 왜 있어? 여긴 너 같은 사람이 드나들 곳이 아닌데? 너 설마 여기 살아? 아니지?”최란화 모녀는 순간 얼굴이 빨개졌다.이런 부자 앞에서 모녀는 찍소리도
묵직하고 맹렬한 손바닥을 휘두르자 경비는 그대로 넘어지며 어금니가 모조리 깨져버렸다.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대는 몸을 숙여 바닥에 버려진 명왕 카드를 줍더니 자기의 양복에 깨끗이 닦았다.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공손하게 두 손으로 카드를 내밀었다.“엄진우 님, 죄송합니다. 새로 온 경비원이 뭘 모르고 무례를 저질렀으니 부디 하해와 같은 아량으로 용서하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오션 아파트의 주인으로서 어떠한 처분을 내리셔도 달갑게 받아들이겠습니다.”그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마치 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조용해졌다.모두 어안이 벙벙하여 턱이 빠질 지경으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오션 아파트의 주인공이 엄진우라고?최란화는 안달이 났다.“그럴 리가요! 저 자식은......”최란화는 뭐라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진미령이 다급히 그의 입을 막았다.그 공포의 눈빛은 이미 그들을 향했기 때문이다.고 부장은 싸늘한 눈빛으로 모두를 훑어보았다.“엄진우 님은 우리 오션 아파트의 주인입니다. 이분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다면 바로 오션 아파트에서 쫓아낼 것이니 알고 계십시오. 상황이 엄중한 경우, 가문을 말아먹을 수도 있습니다!”고 부장의 말에 사람들은 벌벌 떨기 시작했다.고 부장에게 맞은 경비가 황급히 무릎을 꿇고 사정했다.“엄진우 님, 죄, 죄송합니다. 제가 어떻게 됐나 봐요. 귀하신 분도 알아보지 못하고!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고 부장님, 저 경비원은 더는 이곳에서 보고 싶지 않네요.”엄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 당장 해고하겠습니다! 당장 끌어내!”고 부장의 눈빛 하나에 몇 명의 직원이 경비원을 질질 끌고 갔다.엄진우는 하수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엄마, 들어갈까? 가서 새집 고르면 돼.”하수희는 어안이 벙벙하여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그, 그래. 그러자.”고 부장의 안내로 그들은 아파트 내부로 들어갔고, 남은 사람들은 아직도 아까의 충격에 휩싸여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엄진우는 어리둥절했다.이 여자 상처가 나았다고 아팠던 때를 잊은 건가? 왜 이렇게 시크해?엄진우는 할 수없이 다급히 예우림의 별장으로 향했다.도착하니 정장차림을 한 예우림이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싸늘한 눈빛으로 엄진우를 노려보았다.“너 어디 갔었어?”엄진우가 말했다.“우리 엄마 도와서 이사했어요.”그 말에 예우림은 화가 솟구쳤다.내가 호텔에 감금되어 있었는데 걱정조차 하지 않고, 뭐? 이사? 역시 남자는 믿을 수 없어!엄진우는 어두운 얼굴의 예우림을 향해 물었다.“부대표님, 상처는 다 나으셨죠? 어디 아픈 곳은 없어요?”“내가 다친 건 어떻게 알았어?”예우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차갑게 웃어 보였다.“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 하는 거야? 엄진우, 넌 정말 남자도 아니야!”엄진우는 어리둥절했다.“도대체 무슨 말씀이죠? 오늘도 분명 제가......”“됐어! 변명은 듣고 싶지 않아.”예우림은 턱을 치켜든 채 여지없이 말했다.“이혼하고 퇴사한다며? 그래, 내일 아침 바로 이혼서류에 서명하자고. 네 퇴사 문제도 내가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 줄게.”엄진우가 말했다.“그래요......”예우림이 이렇게까지 냉정하게 말했는데 엄진우라고 어쩌겠는가?예우림을 구하러 간 건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그녀가 이호준에게 침범당하는 것이 싫었을 뿐이다.게다가 사직과 이혼은 엄진우가 먼저 말했으니 그도 예우림의 생각을 존중하기로 했다.“오늘 일 층에서 자는 거로 해. 내일 아침 바로 이혼하러 가야 하니까.”예우림은 싸늘한 말을 내던지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방에 들어간 뒤.사실 그녀는 조그마한 희망을 품고 있었다.엄진우가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그녀를 달래준다면 예우림은 그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하지만 아쉽게도, 엄진우는 바로 창고로 들어가 잠들어버렸다.예우림은 마음이 답답했다.“아니, 내가 그렇게 별로야?”전에 만난 남자들은 그녀와 옷깃만 스쳐도 정신을 못 차렸다.하여 그녀는 남자라는 존재를 혐오
엄밀히 말하자면, 두 다리 조금 위의 아랫배이다.예우림은 엄진우를 보더니 깜짝 놀라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하며 소리를 질렀다.“누가 들어오래? 당장 나가...... 아니면 나...... 너 가만 두지...... 않아!”그녀는 거친 숨결로 소리를 지르며 경계심 가득한 눈길로 엄진우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사무실에서 발생했던 일이 또 한 번 재연될까 봐 두려웠다.엄진우는 예우림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저 다른 맘 없으니 안심하세요. 많이 불편해 보이는데 제가 좀 봐 드릴까요?”그 말에 예우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엄진우가 말했다.“식은땀을 많이 흘리신다는 건 몸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하죠. 이렇게 버티시다가는 구급차가 와도 소용없어요.”예우림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그래, 상태만 확인하는 거야. 나한테 손 대면 가만두지 않아.”그제야 예우림은 엄진우의 접근을 허락했다.예우림의 창백하고 예쁘장한 얼굴과 움츠러든 살펴보니 이미 답이 나왔다.이호준이 그녀의 복부에 남긴 상처가 재발한 것이 틀림없었다.엄진우가 말했다.“발 줘봐요.”“뭐 하려는 짓이야?”예우림은 눈을 부릅떴다.“내가 말했지? 보기만 하고 손대지 말라고!”“죽기 싫으면 말 들어요!”엄진우는 순간 싸늘한 표정을 지었고 예우림은 깜짝 놀랐다.평소 얌전하던 엄진우가 화를 내니 이렇게 무서울 줄이야.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늘씬하고 긴 다리를 내밀었다.엄진우는 두말없이 두 손으로 그녀의 발을 잡고 발바닥의 혈 자리를 눌렀다.“참아요. 격할 수도 있어요. 아, 물론 손의 힘을 말하는 거예요.”“꺅!”이내 예우림은 감전된 듯한 고통에 침대 시트를 꽉 잡고 소리를 질렀다.“됐어요.”엄진우는 그제야 예우림의 발을 놓아줬다.“대표님, 몸이 많이 허약하시네요. 평소에 운동도 좀 하고 보양식도 드세요.”비록 엄진우의 단약을 먹었지만, 예우림은 워낙 면역력이 약하다 보니 다시 재발했다.정신을 차리고 보니 배가 아픈 것이 감쪽같이 사라졌다.“대체 뭘 한 거
“왜요?”두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업무원칙에 따라 이혼을 권유하지 않는 겁니다. 두 분 혼인신고 하신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정도로 텔레파시가 통한다는 것은 모범 부부의 모습을 갖추셨다는 것을 의미합니다.”직원은 의미심장하게 웃어 보였다.“두 분 아주 죽고 못사는 사이죠? 그런데 제가 어떻게 이런 찰떡궁합을 갈라놓을 수 있겠습니까?”......두 사람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죽고 못 살아? 찰떡궁합? 서로 안 지도 이제 며칠 안 됐는데?예우림은 눈썹을 치켜들고 말했다.“업무원칙은 무슨! 그러면 우리 언제쯤이면 이혼할 수 있죠?”직원이 말했다.“적어도 한 달이 지나야 합니다.”가정법원에서 나온 후, 예우림이 불쑥 말했다.“그렇다면 이 결혼 잠시 킵해두지. 너도 먼저 나가지 말고 내 병이 다 나으면 그때 다시 사직해.”엄진우가 말했다.“그래요.”짧은 대답에 예우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하늘이 무너지고 세상이 뒤바뀌어도 이 남자는 전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녀는 도무지 엄진우의 마음을 읽을 수 없었다.이때 아우디 a5가 멈춰서더니 하얀 정장을 입은 박도명이 꽃다발을 들고 내렸다.“우림 씨!”“부청장님이 여긴 어떻게?”예우림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마침 지나가다가 봤어요. 회사까지 모실 테니 타세요. 아, 이 꽃은 제 마음입니다.”예우림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꽃다발을 받아 들고 말했다.“아, 고마워요.”“별거 아닌데요, 뭐. 그리고 저 도명 씨라고 불러주세요.”박도명은 능청스럽게 웃더니 엄진우를 힐끗 보았다.“그런데 이분은?”“엄진우요, 회사 직원이에요.”예우림이 말했다.“아, 어제 말씀하셨던 그 방패막이로 쓰다 버릴 겁쟁이 약혼자요?”박도명은 경멸의 표정을 지었다.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한 번만 더 나불거리면, 그 입 찢어버립니다.”“엄진우, 너 부청장님한테...... 아니 도명 씨한테 함부로 말하지 마!”예우림이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도명 씨 너보다 훨씬 용감한 사람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