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 지배인님?”진짜로 이곳에 등장한 염지훈에 다들 깜짝 놀라며 말을 더듬었다.“염... 염 지배인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조덕화가 놀라운 가슴을 진정시키며 물었다.“당신이랑은 상관없는 일이에요.”조덕화에게는 쌀쌀맞게 대하던 염지훈이 임유환을 보자 공손하게 90도 인사를 했다.“사장님!”“사... 사장?”임유환을 사장이라 칭하는 염지훈에 깜짝 놀란 조덕화 일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날뻔한 걸 겨우 참아냈다.임유환이 정말로 S 호텔 사장이었다니!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다들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임유환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염 지배인.”“오셨습니까, 사장님!”염지훈은 어찌나 공손한지 땅까지 파고 들어갈 기세로 굽신거렸다.“미안해요, 여기까지 오라고 해서 귀찮았죠.”“사장님, 아까 들어보니까 누가 사장님에 대해 안 좋게 말하던데, 이 사람들인가요?”미간을 찌푸리며 조덕화 일가에게로 눈길을 돌린 염지훈에 그들은 온몸에 소름이 돋아나며 다급히 일어나 해명하기 시작했다.“염 지배인님, 그럴 리가요! 그런 일... 없습니다!”“그럼요, 다 오해입니다.”그 고고하던 소민지도 나서서 아부를 해대는 모습에 염지훈은 코웃음을 쳤다.그리고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자 조급해 난 조덕화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염 지배인님, S 호텔 사장님은 흑제 어르신 아니었나요? 왜... 임유환 씨가...”“S 호텔 사장이 한 분이라고 한 적은 없는데요.”염지훈의 대답을 들은 조덕화와 소민지는 낯빛이 하얗게 질리며 그동안 임유환에게 했던 말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누가 누굴 욕해... 그들이 바로 그 바보 멍청이였다.조덕화 일가는 임유환이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듣고도 가만있은 건 두려워서가 아니라 상대할 가치도 없어서였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렸다.염지훈은 조덕화 일가가 임유환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을 알고는 임유환에게 넌지시 물었다.“사장님, 식사하시는 데 불편하시면 저 사람들 내보낼까요?”“아니요, 됐어요. 다 아저씨 친
“임... 임 선생님?”다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린 채 이민호를 바라보았다.S 시 작전지역 중령씩이나 되는 사람이 임유환에게 선생님이라 칭하는 모습이 임유환 신분을 모르는 사람들 눈에는 의아하게 보일 만했다.이민호는 그런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여전히 임유환만 보며 인사를 했다.“임 선생님도 식사하러 오셨어요?”“네, 여기서 다 보네요.”“유... 유환 씨, 둘이 아는 사이에요?”그때 간신히 놀라움에서 헤여나온 윤동훈 부부가 임유환을 향해 물었다.좀 전 염 지배인 일로도 충분히 놀라운데 이번에는 작전지역 이민호라니!이민호는 그 어떤 부서의 부장보다도 한참 위에 있는 무려 작전지역의 중령이었다.시장도 중령에게는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데 그런 사람이 임유환에게 이리 공손하니 놀라지 않는 게 더 이상했다.“아, 그냥 예전에 작전지역에서 알고 지낸 전우예요.”“전우? 유환 씨 군인이에요?”임유환이 아무 이유나 갖다 대며 둘러대자 윤동훈이 이것도 놀랍다는 듯 물었다.“전에는 군인이었죠. 이젠 아니에요.”“어머!”어린 나이에 군인이었다니, 그때부터 중령은 넘어선 그 신분에 윤동훈과 김선은 속으로 끊임없이 놀라고 있었다.“아저씨,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임유환 씨 전우 이민호라고 합니다.”임유환의 둘러대는 말을 들은 이민호가 눈치 빠르게 윤동훈과 김선에게 인사를 건넸다.“아이고, 안녕하세요! 반가워요!”작전지역 중령을 인사를 받은 윤동훈이 흥분하여 서둘러 인사를 받아주었다.그 광경을 지켜보던 조덕화 일가는 너무 부러워 질투심만 차올랐다.“저도 이렇게 뵙게 돼서 반가워요!”“편하게 대하세요, 이 중령님.”“하하하!”이렇게 높은 사람한테 받는 공손한 대접이 익숙지 않았던 윤동훈이 어찌할 줄 모르자 이민호가 사람 좋게 웃으며 임유환을 향해 말했다.“그럼 임 선생님, 식사하세요. 저는 방해 그만하고 나가볼게요. 시간 되실 때 차나 한잔 같이해요. 물론 임 선생님 시간 되실 때요.”“네, 그렇게 해요.”“그럼
아까 일 때문인지 조덕화 일가는 더 앉아있기도 불편해 서둘러 밥을 먹고는 자리를 떴다. 그래서 한 상 가득 남은 음식들이 아까웠던 윤동훈은 집에 싸가기로 했다.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김선은 아직도 통쾌한지 윤동훈을 향해 말했다. “여보, 아까 조덕화 얼굴 봤어? 서리맞은 가지 같더라니까. 이제 다신 우리한테 잘난 척 못 하겠네!”조덕화 집안에 몇 번이나 수모를 당해왔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갚아주었다.그리고 이 모든 게 임유환 덕분이었기에 윤동훈은 임유환을 보며 웃었다.“그렇겠네. 오늘 일은 정말 고마워요 유환 씨.”“별말씀을요.”“그런데 유환 씨가 언제 S 호텔 사장이 된 거예요? 들어본 적이 없는데 우린?”“저는 그냥 작은 주주일 뿐이에요. 실질적인 사장은 흑제죠. 그래서 아저씨 아주머니가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실까 봐 지금까지 말도 못 했어요.”윤동훈의 질문에 임유환이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가 유환 씨 같은 사위를 만난 게 복이죠 정말.”“우리 유환 씨는 다 좋은데 너무 겸손해요!”윤동훈과 김선은 손사래를 치며 임유환을 칭찬하기에 바빴다.“그 정도는 아닌데, 저 너무 띄워주시는 거 아니에요? 하하하!”“이것 봐요, 너무 겸손해서 탈이라니까.”임유환이 부끄러워하자 김선은 더 기뻐하며 웃었다.임유환같이 완벽한 사람이 사위로 들어오다니, 김선은 보면 볼수록 맘에 들었다.제 부모님의 사랑을 받는 임유환을 보며 윤서린은 입술을 말아 물었다. 그 깊은 눈동자도 조금 촉촉해졌지만 윤서린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은 채 집으로 향했다.그렇게 집에 들어온 임유환은 윤서린 상처에 연고부터 발라주었다.이미 거의 다 사라진 멍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한 임유환이 입을 열었다. “서린아, 오늘만 지나면 다 나을 것 같아.”임유환은 분명 좋은 소식을 전했지만 윤서린은 어딘가 서운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럼 유환 씨는 이젠 가는 거예요?”“응.”“알겠어요.”임유환이 고개를 끄덕이자 윤서린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
“우음...”아무 대비도 없이 들이닥친 임유환의 입술에 윤서린은 눈을 크게 떴고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만 같아 임유환의 가슴팍을 그 작은 손으로 내리쳤다.하지만 임유환은 그럴수록 윤서린을 더욱 꽉 안아왔다.임유환이 이렇게 갑자기 입을 맞춰 올지 몰라 처음에 깜짝 놀랐던 윤서린도 그의 계속되는 입맞춤에 점차 점차 적응한 것인지 반항을 하던 몸짓도 약해져 갔다.임유환은 윤서린을 더욱 꽉 껴안으며 그 말캉한 입술을 훑었다.그에 몸이 저절로 반응한 윤서린은 임유환의 목을 끌어안았다.임유환은 눈을 감고 윤서린의 손길을 느끼며 더는 윤서린을 자극하지 않았다. 그렇게 윤서린의 경계심도 완전히 사라지고 둘은 온전히 그들만의 세상으로 빠져들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서로에게서 몸을 떼고 임유환이 다정한 눈으로 윤서린을 바라보았다.“이렇게 갑자기 덮치는 게 어딨어요...”윤서린이 침대 사이에 선을 그으며 말했다.“오늘 밤은 절대 이 선 넘지 마요!”“귀여워.”임유환은 그 깜찍한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윤서린도 코를 찡긋거리며 삐진 티를 냈지만 눈 속에 가득한 다정함은 어떻게 감출 수가 없었다.볼을 따라 귀까지 빨개져서는 선을 긋는 모습에 임유환은 또 윤서린에게로 다가갔다.“안돼요, 엄마 아빠 들어요...”그러자 윤서린은 다급하게 말렸다.엄마 아빠가 바로 옆방인데 여기서 임유환이랑 그렇고 그런 것을 하면 분명 소리가 들릴 것이었다.그것만큼 민망한 일이 없었기에 윤서린은 애써 임유환을 밀쳐냈다.“그럼 아저씨 아주머니 다 잠드시면 할까?”“그래도 안 돼요!”“저리 가요! 아무튼 안 된다고요!”윤서린은 입술을 앙다물고 얼굴을 붉혔다.“이 선 넘지 마요. 넘으면 나 진짜 화낼 거예요!”“하하하!”윤서린은 귀까지 뜨거워 나며 말을 했지만 임유환은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장난이야, 진짜 바보야 너?”“유환 씨랑 말 안 해요!”임유환의 장난스러운 얼굴을 보고서야 저를 놀리는 것을 알아차린 윤서린이 밀려오는 부끄러움에 눈물까지 차올랐다.“미안해
[유환 씨, 내일 시간 있어요?][있는데 왜요?]임유환이 간단히 답장을 보내자 최서우가 기다렸다는 듯이 또 문자를 보냈다.[잘됐네요 그럼!]최서우의 기뻐하는 이모티콘을 본 임유환은 물음표 하나를 보냈다.매번 최서우가 저를 찾을 때면 늘 좋은 일은 없었기에 벌써부터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실험대상으로 삼고 저번에는 가짜 남친인 척 강준석의 파티에까지 참석해달라고 하는 사람인데 누구라도 겁을 먹는 게 당연했다.[나 아직 무슨 일이라고 말도 안 했는데 왜 그래요 서운하게.]최서우는 서운하다며 귀여운 이모티콘까지 같이 보냈다.[됐어요. 빨리 무슨 일인지나 말해요.]임유환의 어이없다는 듯한 답장에 최서우는 부탁을 하기가 망설여졌다.이렇게 저를 경계하니 부탁을 내일 하는 게 더 나을 것 같기도 했다.그래서 최서우는 임유환이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며 부탁할 판을 깔기 시작했다.[시간 있으면 할아버지 병은 좀 어떤지 와서 봐줘요.]예상과 달리 할아버지 병세에 대해 말하는 최서우에 임유환은 안도하며 알겠다고 답장했다.[고마워요, 근데 좀 일찍 와줄 수 있어요?][그렇게 급해요?][음... 일이 좀 있어요.][할아버지 몸 안 좋아지셨어요?][아니요, 할아버지는 건강하세요.][근데 왜 이렇게 급해요?][그랬어요 내가? 그냥 할아버지 빨리 퇴원했으면 좋겠어서 그랬나 봐요.][알겠어요.]임유환은 대답을 하고도 찝찝한 마음에 한 번 더 물어봤다.[진짜 다른 일 있는 거 아니죠?][아니...]최서우는 타자를 하면서도 찔리는지 서둘러 말을 돌렸다.[아, 요즘 명주도 나랑 할아버지 같이 보살피고 있어요. 유환 씨 온다고 하면 좋아하겠네요. 유환 씨한테 할 말 있는 것 같던데.][조 중령님이 나한테 할 말이 있다고요?][무슨 말이요?]임유환의 반응을 본 최서우는 화제를 돌리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일단은 임유환을 데려오는 게 우선이기에 일부러 장난스러운 문자를 보냈다.[그건 나도 모르죠. 내일 오면 다 알게 될 텐데요 뭘.]
윤서린의 예상대로 옆방에서는 김선이 귀를 벽에 가져다 대고 소리에 집중하고 있었다.“이상하네, 왜 아무 소리도 안 나지?”김선은 침대 위에 누워있는 윤동훈을 보며 물었다.“여보, 유환 씨랑 서린이 설마 아직도 안 해본 건 아니겠지?”“당신은 뭐 그런 것까지 알려고 그래!”윤동훈은 들고 있던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얼굴이 빨개진 채 김선을 나무랐다.“이게 다 서린이를 위해서지!”“유환 씨가 책임감이 좀 강해? 서린이랑 그런 쪽으로 발전하면 우리 서린이 절대 포기 안 할 거 아니야?”“그런 거 안 해도 잘해주잖아.”“당신이 뭘 알아!”김선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윤동훈을 노려보며 말했다.“요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데, 유환 씨 같은 남자가 밖에 나가면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달려들겠어? 서린이 생각 좀 하라고 당신은!”“됐어. 애들 일을 우리가 왜 나서. 걱정 마.”“유환 씨가 서린이 보는 눈빛만 봐도 얼마나 아끼는지 다 보이는데. 둘이 절대 안 헤어져.”“어떻게 걱정이 안 돼...”“안 되겠어. 내가 내일 서린이 좀 부추겨봐야지. 서두르지 않으면 언젠가 후회한다니까...”김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임유환은 윤서린이 직접 그은 38선을 사이에 두고 절대 선을 넘지 않고 있었다.윤서린은 엄마가 엿들을까 봐 아직도 조마조마해 하며 얼굴을 붉혔다.“서린아, 얼굴은 왜 그렇게 빨개?”그 붉어진 얼굴을 본 임유환이 의아한 듯 묻자 윤서린의 눈동자가 떨려왔다.“방, 방금 씻어서... 더워서 그래요.”“에어컨 온도 좀 낮출까?”“아니에요. 좀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그래. 그럼 우리 얘기나 하자.”임유환은 부드럽게 웃으며 내일 돌아가야 하니 오늘은 윤서린과 함께 남은 시간을 보내려 했다.“그래요!”윤서린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유환 씨, 이번에 연경 가면 한 달은 있어야 오죠?”“그럴 걸 아마.”어머니의 죽음과 관련된 가문들을 하나하나 다 찾아봐야 했고 또 어머니의 결백을
임유환은 떨리는 윤서린의 몸을 보며 제 생각이 맞았음을 알아차렸다.“바보, 걱정 마. 서인아 안 찾아갈 거니까.”서인아와 임유환은 이미 완전히 끝난 사이였다.서인아 그날 밤 그 말을 한 날부터 둘 사이는 이미 끝이 나버렸다.저를 다독이며 말하는 임유환에 윤서린은 난감한 듯 주저하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라...”“유환 씨, 나 너무 쪼잔하죠...”“무슨 소리야 그게.”“네가 날 얼마나 많이 봐주고 있는데, 네가 지금보다도 더 날 이해해주면 내 남자 친구 자리가 위험해질 것 같아.”그 말에 윤서린은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다 이내 입술을 말아 물며 낮게 말했다.“고마워요.”“뭐가?”“나 이해해줘서요.”벙찐 임유환에 윤서린이 예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바보.”그 웃음에 또 가슴이 따뜻해지는 임유환이었다.“내가 고마워해야지. 날 더 많이 이해해주고 받아주는 건 넌데. 내가 서인아 이름 듣고 기분 나빠 할까 봐 말 못 한 거지?”“네.”“걱정 마, 나 아무렇지도 않아.”늘 말하지 않아도 제 마음을 알아주는 임유환을 보며 윤서린이 또 미소를 짓자 임유환도 윤서린의 눈을 다정하게 바라보았다.“됐어. 늦었는데 일찍 자. 너 다크서클 장난 아니야.”“알겠어요.”아이 다루듯 달래는 그 말투에 윤서린도 고분고분하게 침대에 누웠다.불 꺼진 어두운 방에서 윤서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근데 사실 유환 씨가 서인아 씨를 만나는 것보다 정우빈 씨를 만나게 될까 봐, 나는 그게 더 무서워요...”“조심할게.”“아무 일 없을 거야.”“그래요.”제 머리맡에서 속삭이는 임유환의 말을 들으니 안심이 좀 된 윤서린이 마침내 잠을 청하려 했다.“잘 자요-”“너도 잘자.”...이튿날 아침.아침을 먹은 임유환은 윤서린 부모님과 윤서린에게 작별인사를 하고는 집을 나섰다.그리고 도착한 S 시 제일병원 206호 병실 앞에는 진작 마중 나온 최서우가 임유환을 반겨주었다.“유환 씨, 여기요!”“서우 씨.”임유환은 가벼운 미소를 띠
“조 중령님, 도대체 무슨 일인데 그래요? 말도 제대로 안 해주고.”임유환은 조명주가 망설이는 모습이 처음이라 갑자기 불안해 났다.“별일은 아닌데, 그냥 내 말 들어요. 일단은 가지 마요.”“알겠어요...”성격상 한번 결심한 일을 뒤엎는 법은 없는 조명주이기에 임유환도 더는 묻지 않았다.“어르신, 침 좀 놔드릴게요. 이번에 침 맞고 경과 괜찮으면 바로 퇴원하셔도 될 것 같아요.”임유환은 잠시 호기심을 내려놓고 최대호를 진찰하는 데 집중했다.“하하, 잘됐네. 내가 퇴원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오랫동안 병실에 있어 마침 답답했는데 드디어 나갈 수 있다는 말에 최대호의 표정이 한층 밝아졌다.“일단 누우세요.”“그래.”최대호가 임유환 말대로 가만히 눕자 임유환은 호침 8개를 꺼내 침을 놓기 시작했다.처음에는 별 효과가 없는 듯했지만 최대호의 혈색이 점점 좋아지면서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넋을 놓고 보고 있던 조명주와 최서우도 깜짝 놀라며 아까와는 다른 눈길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조명주는 임유환이 평소에 자신이 알던 그 임유환이 아닌 것만 같았다.무력에서는 허풍이 조금 심하지만 의술은 정말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인 것 같았다.작전지역의 경험 많은 중의보다도 훨씬 뛰어난 실력이었다.도대체 스승이 누구지?“다 됐어요 어르신. 일어나서 몸 좀 움직여 보세요.”조명주가 임유환의 스승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 진료를 끝낸 임유환이 최대호에게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그래, 어디 보자.”“할아버지, 조심해요!”최서우가 달려가 부축하려고 하는데 최대호의 발이 이미 땅에 닿아버렸다. 그것도 아주 평온하게.“할아버지 걱정 안 해도 돼요 이제.”자신이 혼자 섰다는 생각에 너무 기뻐 난 최대호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했다.“역시 우리 신의님이라니까!”“할아버지, 혼자 걸을 수 있겠어요?”“그래!”최서우 역시 잔뜩 커진 눈으로 연신 감탄을 내뱉는 최대호를 바라보았다.그에 조명주의 눈동자도 세차게 흔들리며 임유환을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