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유환의 말에 정곡이 찔린 김우현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김우현은 임유환을 질투하고 있었다.저는 갖은 노력을 다해도 서인아의 눈길조차 받지 못하는 반면 임유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서인아가 걱정해주고 있으니 어떻게 질투가 안 날까.하지만 서인아의 마음이 아무리 임유환에게 향해있다 해도 서인아는 어차피 정우빈과 결혼할 운명이었다.그래서 김우현은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내가 너를 질투한다고?”“아니에요?”담담하게 말하며 웃는 임유환의 모습에 김우현은 말아쥔 주먹에 힘을 주고는 임유환을 노려봤다.보잘것없는 놈이 운 하나로 서인아의 총애를 받아놓고서 이렇게 평온하게 웃고 있으니 더 꼴 보기가 싫었다.“아가씨가 널 지켜준다고 내가 정말 너한테 손 못 댈 것 같아?”김우현은 이를 악물며 임유환에게 이글이글한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내가 너 죽이려고 들면 개미 새끼 한 마리 죽이는 것처럼 쉬워.”“그래요?”임유환은 그런 김우현을 보고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이번의 미소는 어딘가 시린 느낌이 있었다.“그럼 어디 한 번 죽여봐요, 김우현 부 통솔자님.”저번에 끝을 보지 못한 승부를 오늘 판가름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그래, 그럼 죽여줄게!”임유환의 태연자약한 모습에 제대로 열이 받은 김우현이 소리를 질러댔다.여자한테 빌붙을 줄밖에 모르는 찌질이를 오늘 죽이고 말겠다는 생각으로 김우현은 앞으로 한 발 내디뎠다.어차피 서인아는 연경에 있으니 이 사실을 알 리 없고 만약 알았다 해도 제 뒤를 봐주는 사람이 정우빈이니 걱정할 게 없었다.무시무시한 기세로 주먹을 불끈 쥔 김우현은 오늘 입만 나불대는 임유환에게 남자의 진짜 실력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 줄 작정이었다.김우현이 제 앞에서 주먹에 힘을 모으고 있는 걸 보면서도 임유환은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네가 언제까지 그렇게 고고할 수 있나 어디 두고 봐!”그 모습에 약이 바짝 오른 김우현이 몸을 앞으로 뻗으며 주먹을 휘두르려 한 그때, 조명주가 나서며 소리쳤다.“김우현 씨, 이게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임유환의 한마디에 바로 열 받은 김우현이 분한지 코를 벌름거리며 씩씩댔다.“왜요, 내 말이 틀렸어요?”임유환은 여전히 평온하게 펄쩍 뛰는 김우현을 바라보고 있었다.“조 중령님 있다고 내가 정말 널 못 건들 것 같아?!”김우현은 임유환을 보며 주먹을 우두둑 소리가 날 때까지 꽉 쥐었다.“난 지금 당장이라도 널 가루로 만들 수 있어!”“그렇게는 못 할 것 같은데.”임유환이 턱을 매만지며 내뱉은 말에 김우현은 손이 하얗게 질리도록 주먹을 쥐었다.그리고 온몸을 떨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한 자 한 자 끊어 말했다.“우리 아가씨만 믿고 까부는 놈이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지 모르겠네?”“임씨 가문의 버려진 아들이니까 천한 신분인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뭐 그래서 남한테 빌붙는 거라면 이해할 게 내가.”제 어머니를 들먹이는 말에 임유환의 몸이 얕게 떨려오더니 표정까지 굳어버렸다.“왜, 네 상처를 건드렸나?”그에 김우현은 더 득의양양해졌다.“김우현 씨, 그만 해요!”조명주가 소리쳐도 김우현은 어깨를 으쓱이며 대꾸했다.“하하, 조 중령님, 이건 다 사실이잖아요.”“입 닥치고 당장 부하들 데리고 돌아가요. 그게 싫으면 길거리 패싸움으로 나랑 같이 작전지역까지 가든가.”남의 상처만 골라서 건드리는 김우현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조명주가 단호하게 말했다.“하하, 지금 갈게요.”시선을 내리깐 채 말이 없는 임유환에 아까의 공격이 정확히 먹혀들어 간 것 같아 왠지 이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래서 김우현은 조명주의 호통에도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넌 평생 찌질이로 여자 뒤에 숨는 게 가장 잘 어울려.”“내 말 잘 기억해둬. 기분 나쁘면 킹더베이 호텔에서 십일 뒤에 열리는 아가씨와 도련님 결혼식에 참석하든지.”“근데 그날은 오늘처럼 운이 좋진 않을 거야.”“조 중령님이 아니라 서인아 아가씨라도 널 감싸주지 못해.”“가자!”말을 마친 김우현은 손을 저어 부대를 이끌고 자리를 뜨려 했다.“잠깐.”그때
“나랑 따로 얘기하고 싶다고? 너한테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여자에게 빌붙어 다니는 찌질이가 저에게 독대를 청하니 어이없어진 김우현이 코웃음을 치며 물었다.“왜요, 혹시 무서워요?”하지만 임유환도 지지 않고 조롱 섞인 얼굴로 김우현을 바라봤다.“네가 정말 좀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는구나!”김우현은 표정을 굳히며 말을 이었다.“내가 오늘은 좀 봐줄까 했는데, 넌 안 되겠다. 제 무덤을 제가 파는 성격이네. 그럼 오늘 네 뜻대로 해줄게.”임유환이 독대를 청한 이유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김우현도 바라던 바였다.“김우현 씨, 제발 그런 말 좀 안 할 순 없어요?”임유환이 이성을 좀 잃은 듯 보이자 조명주는 김우현을 나무랐다.“조 중령님, 이건 저놈이 먼저 제안한 거예요. 제가 그러자고 한 게 아니라니까요.”“김우현 씨!”억울하다는 듯 손사래를 치는 김우현에 조명주는 화가 나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일부러 임유환 어머니를 언급하여 일을 크게 만든 게 누군데.“김우현 씨, 가요.”그때 임유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김우현을 재촉했다.“그래!”임유환 눈빛의 섬뜩함을 느끼지 못한 김우현은 기다렸던 순간이 곧 온다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했다.“유환 씨, 흥분하지 마요!”조명주는 다른 곳으로 향하는 둘에 초조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임유환은 조명주의 그 눈길이 저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면서도 진지하게 말했다.“조 중령님이 내 걱정하는 거 알아요.”“근데 어머니가 그런 모욕적인 말을 듣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들은 정말 무능한 거 아니에요?”“조 중령님도 제가 무능한 사람으로 남길 원하진 않잖아요.”“그리고 김우현 따위는 저한테 아무것도 아니죠.”가볍게 내뱉은 마지막 말을 끝으로 임유환은 먼저 수림으로 들어갔다.한편 임유환의 말을 듣고 조명주는 자리에 굳어버렸고 눈동자가 세차게 흔들렸다.방금 한 말은 임유환이 할 법한 말이 아니었다.평소에 알던 임유환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너희들은
그 말에 김우현이 잔뜩 작아진 동공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자 그제야 어두워진 그의 얼굴을 알아차렸다.“나는 정말 네가 어디서 나온 자신감으로 나한테 이런 말들을 하는지 모르겠어.”“근데 내가 하나 충고하는데, 넌 우리 아가씨만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야!”“아가씨가 대체 너 같은 놈 뭘 보고 좋아하는지 모르겠어.”“곧 알게 될 거야.”임유환은 한기를 뿜는 눈으로 김우현을 노려보았다.하지만 서인아 때문이 아니라 제 어머니를 모욕한 것 때문에 나온 표정이었다.“그래?”김우현은 이를 악물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좀 있다 무릎 꿇고 빌지나 마!”“하하, 네가 날 그렇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말을 하며 웃는 임유환에 김우현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이게 진짜!”김우현이 화를 내며 내뿜은 진기에 주변의 공기에까지 그 떨림이 전해졌다.무왕 중기?김우현이 보여준 실력에 임유환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무도는 실력에 따라 수련자, 무사, 무왕, 무존, 무제, 무성이라는 여섯 가지 경계로 구분되는데 매 경계 안에서도 실력에 따라 초기, 중기, 후기 등 세 가지 경계로 나누어져 있었다.전하는 말에 의하면 무성 위에도 무신이라는 경계가 하나 더 있다고 하지만 5천 년 동안 무신은 나타난 적이 없어서 그저 전설 같은 존재였다.일반적으로 무왕 정도면 고수라 칭해졌다. 주먹 하나로 소를 때려죽일 수 있고 온 힘을 다하면 바위도 산산조각낼 수 있었다.김우현이 어린 나이에 그런 경지에까지 올랐으니 또래들 사이에서는 손꼽히는 인재였을 것이다.하지만 임유환을 무릎 꿇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그런 임유환의 생각을 모르는 김우현이 제 실력을 보여주고 마치 자신에게 도취된 듯 고개를 치켜들며 긴 숨을 뱉어냈다.그리고는 임유환을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전에 파티에서 아가씨가 계시니까 내가 온 힘을 다하지 않았던 거야. 한 30% 정도 보여줬나? 그래서 네가 자신감이 붙은 건가?”“근데 이번에는 그렇게 운이 좋진 않을 거야.”“하하, 그래?”임유환은
얼어붙은 공기 속에서 김우현이 어느새 제 코앞까지 다가온 임유환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얼굴은 늘 그렇듯 평온하여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제 주먹이 잡힌 순간, 김우현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김우현, 쓸데없는 소린 다 지껄인 거야?”임유환은 차가운 얼굴을 한 채 김우현을 보고 있었다.아까 주먹을 잡지 않은 건 김우현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해서였다.그런데 속도는 느리고 보폭은 엉망인 채 숨도 고르지 못한 모습에 그만 관찰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져버렸다.이런 무왕은 외부수단이 있어야만 제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기에 임유환에게는 위협이 되지 못했다.그래서 이 지루한 장난을 끝내려고 마음먹은 것이다.“이 새끼가!”임유환에게 도발 당한 김우현은 번뜩이는 눈으로 이를 악물었다.“어쩌다 주먹 한 번 잡은 것 가지고 네가 뭐라도 된 것처럼 착각하지마!”“어쩌다 한 번?”임유환이 낮게 중얼거리며 입꼬리를 올렸다.“그럼 빨리 제대로 실력을 보여주든지, 아니면...”“좀 있다 내가 널 죽여버릴 것 같아서 그래.”검은 눈동자에 드러나 있는 한기에 김우현은 눈동자가 확 작아지며 심장까지 빠르게 뛰어 온몸이 떨려왔다.“그래!”“나한테 이런 말을 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김우현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렇게 애써 더 강하게 밀어붙여 그 기분 나쁜 한기를 떨쳐내려 했다.그리고 말을 마친 김우현은 표정을 험상궂게 일그러뜨리더니 이번에는 더 강한 진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그리고 순식간에 임유환의 주먹을 풀어냈다.임유환도 딱히 쥐고 있을 이유가 없었기에 그냥 풀리게 두었다.그 반동에 김우현이 5m 밖으로 나가떨어졌다.몸에서 나오는 진기에 김우현의 옷가지와 머리카락이 방향을 잃고 흩날렸다.김우현은 임유환을 보며 표정을 잔뜩 굳히고 말했다.“그래, 너 어느 정도 실력 있는 건 알아. 근데 고작 그 정도로는 내 인정을 받을 자격이 없어.”“자격?”임유환은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고개를 들어 김우현을 바라보았다.“네가 뭐하나
둘의 진기는 고요하던 수림에도 바람을 일으켰다.김우현은 진기를 마구 내뿜으며 평온한 표정의 임유환을 향해 소리쳤다.“찌질한 새끼! 잘난 척은 그만할 때도 됐잖아!”“당장 꿇어!”김우현은 말을 하며 주먹을 임유환 가슴 언저리로 내리꽂았다.임유환은 아무 말도 없이 그런 김우현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리고는 김우현과 똑같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주먹을 휘둘렀다.그 강한 힘에 주위의 공기도 같이 일렁였다.임유환이 저와 같이 진기를 뿜어내는 걸 본 김우현은 당황스러움에 눈이 커졌다.하지만 그렇게 놀라기도 잠시, 김우현과 임유환의 주먹이 허공에서 서로를 향해 돌진하다가 우레와 같은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그리고 바로 누군가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거대한 힘에 김우현의 몸은 총구를 떠난 총알처럼 날아가 등 뒤에 있던 큰 나무 위로 떨어졌다.김우현은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몸에 힘이 풀려버렸고 호흡은 순식간에 약해졌다.“김우현, 아직도 네가 날 인정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가까이 다가와 저를 내려다보는 임유환에 김우현의 몸이 떨려왔다.김우현은 제가 이런 쓸모없는 놈한테 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임유환이 무슨 밀술을 써서 실력을 올린 게 틀림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이 말이 안 되었다.김우현은 생각할수록 분해 팔에서 전해져오는 통증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잠긴 목소리로 임유환을 향해 소리쳤다.“너 이 자식! 어떤 더러운 수법으로 실력을 올린 건지 모르겠는데, 나는 너한테 진 게 아니야! 그리고 내가 질 리도 없고!”“그렇게 인정하기 싫어?”“내가 왜 인정하기 싫겠어? 그냥 사실이 그럴 뿐이야!”임유환이 눈썹을 까딱이며 하는 도발에 김우현은 이마의 핏줄이 도드라지도록 힘을 주며 흥분해서 소리쳤다.“네가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넌 그냥 얍삽한 수단으로 억지로 실력을 올린 쓰레기일 뿐이야!”“하하, 내가 쓰레기라고?”임유환은 한기가 서린 눈으로 웃으며 김우현을 바라보았다.“넌 나한테 졌으니까
“왜... 왜 이러는 거야!”임유환이 다가올수록 심장이 빠르게 뛰는 탓에 김우현이 소리를 질렀지만 임유환은 들었는지 말았는지 눈빛을 더 차갑게 굳히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느껴지는 임유환의 살기에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낀 김우현은 동공이 작아지며 일부러 더 큰소리를 쳤다.“너 오기만 해!”“오면 어쩔 건데?”임유환은 입꼬리를 올려 차갑게 웃으며 이미 부러진 김우현의 오른팔을 보다가 멀쩡한 왼팔로 시선을 옮겼다.임유환의 시선을 느낀 김우현이 긴장한 마음에 침을 꿀꺽 삼켜냈다.임유환이 뭘 하려는 건지 짐작이 갔지만 중상을 입은 김우현은 반항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서씨 집안 부 통솔자의 자존심 때문에 임유환 같은 쓰레기에게 굽히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그래서 김우현은 눈을 더 치켜뜨며 임유환에게 협박을 해댔다.“오지 말라고! 나는 서씨 집안 호위군 부 통솔자... 아!!”김우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비명이 울려 퍼졌다.임유환에게 밟혀 끊어진 팔 때문이었다.“아!!”그 강렬한 통증에 김우현은 충혈된 눈으로 애처로운 비명을 질렀다.“어때, 아직도 내가 널 어떻게 못 할 것 같아?”임유환은 김우현의 팔을 지그시 눌러 밟은 채 담담하게 물었다.“너! 내가 서씨 집안으로 돌아가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임유환이 제 몸에 상처를 내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 했던 김우현이 고통에 표정이 일그러졌으면서도 화가 나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이 정도로는 부족한가 보네.”임유환은 고개를 저으며 다시 발을 들어 김우현의 오른 발목을 밟았다.아까와 똑같이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어서 김우현의 비명소리도 들려왔다.어마어마한 통증에 김우현의 오관은 제 자리를 찾을 수 없게 꽈배기마냥 비틀렸다.그리고 그의 온몸에는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있었다.“지금은 충분해?”“너... 내가 너 찢어 죽일 거야...”하지만 김우현은 아직도 항복하지 않고 잠긴 목소리로 계속해서 발악했다.“너 딱 기다려! 내가 서씨 집안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꼭 너 죽여버릴 거
“네가 감히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불안해진 김우현이 임유환을 향해 소리쳤지만 임유환은 계속 손바닥에 진기를 모으며 칼을 만들어냈다.임유환의 눈에서 살기를 느낀 김우현은 발끝부터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두 눈이 두려움과 분노로 가득 찼다.“나는 서씨 집안 호위군 부 통솔자라고! 날 건드리면 서씨 집안, 그리고 정우빈 도련님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김우현은 이를 악물며 나름 협박이라고 소리쳤지만 그 말은 그저 임유환의 눈을 더 차갑게 만들 뿐이었다.“너 진짜 시끄러워.”임유환의 차가운 말을 끝으로 바람으로 만든 칼은 이미 충분히 날카로워져 있었다.그 칼들이 임유환의 진기에 따라 흔들렸다.그리고 자신의 목으로 다가오는 임유환의 손에 김우현은 동공이 확 작아진 채 죽음의 공포 앞에서 굳건했던 믿음이 부서지며 처절하게 소리를 질렀다.“넌 날 죽이지 못해!”하지만 임유환은 흔들림 없이 여전히 김우현의 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안돼!”이번에는 정말 두려워진 김우현이 비명을 질렀다.“서씨 집안 부 통솔자도 다 죽이려 들다니, 네가 정말 세상 무서운 걸 모르는구나!”그때, 한 노인의 기침 소리가 수림 속에서 들려왔다.“팔 장로님!”나타난 사람이 팔 장로인 것을 확인한 김우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필시 저를 구해주러 왔을 것이다.하지만 불청객의 등장에도 임유환은 아랑곳하지 않고 더 빠르게 김우현의 목으로 손을 뻗었다.“멈춰!”그때, 분노어린 목소리가 다시 들리며 거센 바람이 일었다.그리고 회색 인영이 임유환 앞으로 다가왔다.그 인영은 어마어마한 기세로 발을 내디디며 두꺼운 손바닥을 임유환을 향해 뻗었지만 임유환은 평온한 얼굴을 한 채 피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그렇게 임유환과 장로의 손바닥이 허공에서 부딪쳤다.주위의 공기마저 얼어붙은 순간에도 임유환은 변함없이 차분했다.그런 임유환을 본 장로의 눈에는 가득했던 분노 대신 놀라움이 차올랐다.장로는 한발 뒤로 물러나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김우현을 들어 임유환에게서 떨어뜨려 놓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