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유환 그 자식이 너 찾네."핸드폰 화면을 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는 강준석에 윤서린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제 핸드폰 화면이 밝아져 있었고 발신자는 바로 임유환이었다."있잖아, 내가 생각해봤는데 네가 나한테 당하는 거 라이브 생중계로 임유환한테 보여주면 어떨까 싶어. 어떤 반응 일지 너도 궁금하지 않아?"강준석의 미소는 더욱더 짙어지며 그는 이 상황을 아주 제대로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어떻게 하면 임유환에게 가장 큰 복수가 될까 고민하던 와중에 이렇게 제 발로 굴러들어온 기회를 강준석이 놓쳐버릴 리 없었다."하지 말라고!"절대 임유환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없다고 생각한 윤서린은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애써 감추려 하며 창백해진 얼굴로 소리를 질렀다." 싫다고? 아닌데, 네 표정은 엄청 좋은 것 같은데?"강준석은 소름 끼치게 웃으며 침대 테이블에 놓인 윤서린의 핸드폰을 다시 집어 들었다.하지만 카톡 페이스톡을 통해서 온 전화라 윤서린이 지문인식을 해야만 받을 수 있었다."야, 이거 풀어.""제발요... 이러지 마요..."제 명령에 죽기 살기로 고개를 저으며 애원하는 윤서린이었지만 강준석은 일말의 동 정심도 없는지 윤서린의 손을 잡아 지문 인식을 하려 했다.그 순간 다신 없을 기회라고 여긴 윤서린이 강준석의 손가락을 확 깨물어 버렸다."아!!"그리고 강준석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틈을 타 윤서린은 몸을 일으켜 강준석의 밑에서 빠져나왔다."X발, 이리 안 와! X발 년!"제대로 열이 받은 강준석은 윤서린의 머리채를 잡아 침대 위로 던져 버리고는 손을 들어 윤서린의 뺨을 올려붙였다. 맑은 파열음 소리와 함께 윤서린의 뺨이 빨갛게 부어올랐고 그 통증에 윤서린은 금방이라도 기절해버릴 것만 같았다.그리고 윤서린의 손을 들어 잠금 화면까지 해제한 강준석은 다시 구겨진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려 웃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서린아, 왜 이제 전화 받아."통화가 연결되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임유환이 그제
임유환의 명령 한 마디에 대하의 P 시, J 시, H 시, 연경 등 24개 작전 지역의 육, 해, 공 병사들이 지금 한 곳으로 집결하고 있었다.한 대 한 대의 녹색 중형 장갑차가 작전 지역 대문을 지나고 있었고 회색의 군함이 망망대해를 가로지르고 있었으며 최신형 초음파 엔진을 장착한 분무형 전투기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이 모든 것들의 목적은 단 하나, S 시에서 집결하는 것이었다.띠띠띠-경보경보, 전투기가 S 시 구역을 넘어왔음을 알립니다!띠띠띠-경보경보, 군함이 S 시 해역을 넘어왔음을 알립니다!띠띠띠-경보경보, 중형 장갑차가 S 시 경계선을 넘어왔음을 알립니다!경보경보...순식간에 수많은 경보가 S 시 작전구역 총지휘 부에서 울려 나왔고 지휘관들은 다들 경황실색 하여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기 시작하였다.군함, 장갑차, 전투기는 모두 대하의 중요한 작전 지역에서 온 것인데 그 어떠한 정보도 없이, 아무런 전달 사항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건 연습 따위가 아니라 실전이라는 뜻이었다."장... 장관님, 전투기가 지금 우리 영역 경계선까지 와 있습니다, 막아야 할까요?"부하 하나가 우물쭈물하며 묻자 지휘관은 호통을 치며 말했다." 막긴 뭘 막아, 대하에서 S 시가 사라지길 원하는 거야?""장관님,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지휘관도 별다른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지만 일단 명령부터 내렸다."일단 지금 들어오는 부대 전부 막지 마. 그리고 당장 상급에 상황 보고해.""예, 장관님!"지휘관은 바로 상급에 보고했고 상급도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뒤 별다른 수가 없자 또 그 위의 상급자에게 보고하며 이렇게 한 차례 한 차례 보고를 거쳐 이 정보는 연경 총 작전 지역의 총사령관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저 사령관님, 누가 호패를 움직여 스물네 개 작전 지역의 전부 병력을 S 시에 집결시키고 있다고 합니다.""이유가 뭔진 알아냈어?""아직... 그것까지 알아보진 못 했습니다. 막을까요?"" 됐어, 그냥 둬. 그놈은 내가 알아.
"계속 그렇게 서 있을 거야?"흑제는 호패를 손에 들고 호통을 쳤다."예..."병사들은 그제야 깜짝 놀라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호패는 대하의 대통령과도 같은 대하의 병권력을 포함한 최고 권력의 상징이었다.그러니 모두들 호패를 보면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는 것이 대하의 법도였다."주인님, 들어가시죠."흑제는 호패를 거두고 공손하게 임유환을 아파트 단지 내로 안내했다.임유환은 표정을 차갑게 굳힌 채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그 시각 아파트 단지 302호에서는 강준석이 윤서린의 머리채를 잡은 채 코를 그녀의 몸 곳곳에 가져다 대며 그녀의 체향을 맡고 있었다. 그 향기를 맡으면 맡을수록 강준석 눈에 드러난 남자의 본능적인 욕구는 점점 더 짙어졌다.이런 여자를 눈앞에 두고도 아무런 감각이 없는 것은 전부 임유환 그놈 때문이었다. 그놈이 하필 그곳을 밟아 버리는 탓에 지금 강준석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X발 년!"짜악!강준석은 임유환에 대한 분노를 그의 여자인 윤서린에게 풀고 있었다.이미 얼마나 얻어맞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윤서린의 입은 다 터져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강준석은 그럼에도 성에 차지 않는지 주먹을 들어 윤서린의 배로 내리꽂았다."아!!"윤서린은 배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리며 테이블 위로 쓰러졌다. 강준석의 오 분 남짓한 괴롭힘 탓에 윤서린은 이미 맥이 빠질 대로 빠져 두 눈은 초점을 잃었고 이제는 반항할 힘이 없어 병사들의 제압도 필요 없었다.제 순결을 잃어버린 윤서린은 당장이라도 자살하고 싶었지만 강준석은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임유환..."고통이 극에 달한 윤서린은 그나마 남아 있는 정신으로 임유환의 이름을 중얼거렸다."아직도 그놈 생각이 나?"강준석은 자기가 지금껏 만난 모든 예쁜 여자들이 전부 다 임유환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질투심에 눈썹까지 흔들렸다.서인아, 최서우 그리고 조명주, 지금 눈앞의 저한테 얻어맞아 의식까지 흐려진 이 여자까지도 머릿속은 온통 임유환으로 가득 차 있었다.
온방을 울리는 그 목소리에 다들 깜짝 놀랐고 강준석은 동공까지 작아지며 고개를 돌려 임유환을 바라봤다."네가 왜 여기 있어?""강준석!"누구 하나 죽일 듯한 벌게진 눈을 하고 달려드는 임유환을 보자 강준석은 무의식적으로 심장이 철렁했다.하지만 이내 이 구역은 제 삼촌인 안지용의 친위 부대가 지키고 있는 자신의 구역이라는 것을 생각해내고 다시 고개를 빳빳이 쳐들었다."유환 씨!"윤서린도 갑자기 들어온 임유환을 보자 온몸이 굳어버렸다.그리고는 두 눈에 가득 찼던 공포가 천천히 사라지고 서러움이 몰려오며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하지만 그녀가 눈물을 채 쏟기도 전에 서러움은 임유환에 대한 걱정으로 바뀌고 말았다.이곳은 이미 안지용의 친위 부대가 장악하고 있는 곳이었으니 임유환이 이곳에 왔다는 것은 제 발로 호랑이굴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유환 씨, 나 신경 쓰지 말고 빨리 가요!"윤서린은 고개를 빼 들고 임유환을 향해 소리 질렀다."X발, 내가 너보고 닥치라고 했지!"갑자기 입을 여는 윤서린에 화가 난 강준석은 그녀의 머리를 다시 테이블 위로 눌러버렸다."서린아!"윤서린이 제 눈앞에서 수모를 당하는 모습을 본 임유환은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 아파 나며 이미 충혈된 두 눈에 드러난 강준석을 향한 살의는 더욱더 짙어져 갔다."임유환, 어때? 마음 아파? 구하고 싶지?"강준석은 임유환을 보며 비아냥거렸다."근데 지금의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그냥 눈 뜨고 내가 네 여자친구 망가뜨리는 걸 지켜보는 것밖엔 할 수 없잖아?""유환 씨, 빨리 도망가라고요! 나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요!"윤서린은 두 눈이 빨개진 채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여기까지 들어와 놓고 지금 도망가겠다고?"강준석은 코웃음을 치더니 섬뜩하게 웃었다."내가 너희 둘 팔다리 다 잘라버릴 거야. 살아 있어도 사는 게 아니게, 죽기보다 못하게 만들 거라고.""그럼 빨리 시작해, 시간 낭비하지 말고."그때 가만히 있던 임유환이 입을 열
"네, 네가 나 건들면 우리 삼촌이 가만 안 있을 거야! 우리 삼촌이... P 시 작전 지역 원수라니까!"강준석은 두 눈을 부릅뜨며 공포에 휩싸여 먹히지도 않을 협박을 해댔다."원수?"임유환은 살의 가득한 두 눈으로 강준석을 응시하며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잘됐네. 어차피 좀 있다 찾으러 가려고 했는데."말을 마친 임유환은 강준석의 바짓가랑이를 향해 다시 한번 발을 휘둘렀고 그 충격에 치료를 마쳤던 상처는 다시 벌어졌다."아!!!"강준석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등을 새우처럼 굽히며 바닥으로 쓰러져 데굴데굴 굴렀다.분이 풀리지 않았던 임유환은 발을 들어 강준석의 심장을 내리찍었다. 그에 강준석은 온몸이 굳어버린 듯 움직일 수가 없었고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임유환은 강준석의 심장을 발로 밟아 누른 채 시선을 윤서린에게로 옮겼다. 시선이 향한 곳이 달라졌을 뿐인데 임유환의 눈에 가득 찼던 분노는 온데간데없고 대신 죄책감과 상대를 향한 미안함 만이 가득했다."서린아, 미안해... 다 내 탓이야. 내가 널 다치게 했어.""유환 씨!"그 따뜻한 목소리에 눈을 뜬 윤서린은 제 앞에 서 있는 임유환을 보자 찢겨나간 잠옷 치마도 신경 쓰지 않고 한달음에 달려가 임유환의 품에 안겨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아직도 그 두려움이 채 가시진 않았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임유환에게 미안해야 할 짓은 하지 않았고 지금 또 이렇게 다시 임유환을 보게 되었으니 정말 천만다행이었다."미안해, 서린아..."품에 안긴 윤서린의 떨림, 그리고 그녀의 창백한 얼굴, 힘이 빠져버린 몸은 임유환에게 가슴이 찢겨나갈 것만 같은 고통을 안겨주었다.숨 한번 내쉬기에도 버거운 고통이었다."유환 씨, 나 아까 진짜 너무 무서웠어요. 다시는 당신을 보지 못하게 될까 봐... 그게 너무 무서웠어요..."윤서린은 떨리는 목소리로 진심을 말하며 임유환을 더욱더 꽉 껴안았다. 손을 놓는 즉시 임유환이 바로 사라져버릴 것만 같아서 윤서린
한편 강씨 집안 별장에서는 강씨 일가가 기쁨에 차 축배를 들어 올리고 있었다.“안 원수, 내가 우리 강씨 집안을 대표로 한 잔 따라줄게!”강호명은 술을 따른 잔을 들어 올리며 기쁨에 겨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까 안지용의 위풍당당함을 두 눈으로 직접 본 뒤라 임유환 따위는 손쉽게 제거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었다.그렇게 까불더니 이제 좀 코가 납작해졌으려나.“하하, 우리가 남인가요, 당연한 일입니다 어르신.”호탕하게 웃던 안지용은 더욱 위엄있는 척하며 말했다“이제 우린 앉아서 그놈이 덫에 걸리기만 기다리면 됩니다. 준석이가 기분을 좀 풀어야 할 텐데요!”“하하, 역시 우리 안 원수라니까, 자, 한 잔 더 하자고!”강호명도 그런 안지용에게 맞장구를 치며 다시 잔을 들었다.“원수님! 큰일 났습니다!”그때 안지용의 부하가 다급히 외치며 뛰어왔다.“무슨 일이야?”그 경거망동한 모습에 안지용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문, 문 앞에... 관이 하나 도착했습니다.”“관이라니?”부하의 말을 듣던 안지용은 갑자기 대노하며 테이블을 소리 나게 쳤다.“누가 감히 그딴 걸 보내?!”“임유환이... 저 관이 강씨 집안과 안 원수님을 다시 보게 돼서 보내는 선물이라고...”“아직도 정신 못 차렸구나 그놈!”안지용은 술잔을 '탁' 소리 나게 내려놓더니 분노에 찬 표정을 하고 말했다.“앞장서! 안에 뭐가 들었는지 확인이나 하게.”“예, 원수님!”안지용은 어두운 표정으로 별장 대문 앞에 가로 놓여있는 관짝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뒤에는 화나 보이는 강씨 일가가 서 있었다.감히 안지용에게 이런 불미스러운 물건을 들이밀다니, 정말 임유환은 죽는 게 두렵지 않은 놈인 것 같았다.“열어!”“예!”안지용의 명령에 두 명의 부하가 다가가 관 뚜껑을 열어젖히고 마침내 그 안에 든 것을 본 안지용은 순식간에 표정이 어두워졌다.안에 들어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제 조카, 강준석의 시체였다. 이미 숨이 끊어진 강준석의 몸이었다.그때 안지용의
“네가 임유환이야?”별장 문어구에서 그 인영을 본 안지용은 임유환과 흑제를 노려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임유환 역시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하며 고개를 들었다.“당신이 안지용이야?”“네가 정신이 나갔지, 어디 감히 원수님 이름을 함부로 불러!”안지용의 부하가 임유환을 향해 소리치자 흑제가 낮지만 무게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너 같은 놈이 어딜 감히 우리 주인님이랑 말을 섞으려고 해?”“하하, 역시 어르신이 말한 대로 겁이 없는 놈이구나 너.”안지용은 냉소를 흘리다 이내 표정을 굳혔다.“흑제가 네 뒤를 봐준다고 내가 못 건들 줄 알았어? 세계 제일 갑부면 뭐, 그래 봤자 돈만 있고 권력은 없는데. 내 눈에 너희는 다 똑같이 하찮아.”“하하, 그래?”코웃음을 친 임유환은 검은 눈동자를 굴려 안지용에게 고정시켰다.“윤서린 집에 사람 보내서 여사님이랑 서린이한테 그런 짓 한 거, 너지?”“그래, 나 맞아.”임유환의 질문에 안지용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가 흑제를 등에 업고 내 조카를 괴롭힌 것처럼 나도 똑같이 돌려줬을 뿐인데.”“뭐가 잘못됐어?”“뭐가 잘못됐냐고?”임유환은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어 보이고는 말했다.“내가 왜 네 조카를 건드렸는지는 알아보고 그런 얘길 하는 거야? 네 조카가 한 더러운 짓은 알고 있는 거냐고.”“그건 내가 알 필요 없지.”안지용은 고고한 척하며 임유환을 바라봤다.“그리고 내가 알았다 해도 달라지는 건 없어. 준석이는 내 조카야. 감히 네가 가르칠 사람이 아니라고!”“이 세계는 원래 약육강식의 세계야.”터무니없는 말을 당연하다는 듯이 내뱉는 안지용에 임유환은 냉소로 화답했다.“한 나라의 장군이 약육강식이라니, 당신 같은 사람이 원수로 있는 나라 백성들의 미래가 어떨지 상상이 가네.”“하하, 그건 그 사람들이 능력 없는 걸 탓해야지. 나처럼 될 능력이 없는 자신을 탓해야 하는 일이라고.”안지용이 하는 말속에는 이 나라 백성들을 향한 무시와 조롱이 가득했다.“안 원수, 뭐
“이건... 호패?”등에 한기가 스치며 소름이 쫙 돋은 손 부관의 동공이 확 작아졌다.그리고 네 명의 병사들도 손을 허공에 띄운 채 마찬가지로 굳어졌다.작전 지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법한 금색 호패가 눈앞에 나타난 지금, 그 누구도 감히 임유환을 건드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그것은 절대 병권력의 상징이었고 모든 법 위에 위치한 우러러볼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그리고 호패를 가진 사람은 24개 주요 작전 지역 병력을 움직일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의 소유자였다.“이건 다들 알겠지?”흑제는 손에 호패를 든 채 냉랭하게 물었다.“이건...”손 부관을 포함한 안지용의 부하들은 모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몸만 떨어대고 있었다.“다들 뭐 하고 있어! 얼른 저놈 끌고 가!”그러자 미적거리는 부하들에 답답해 난 안지용이 다그쳤다.“원... 원수님, 저희가 뭘 어떻게 할 수 없어요...”난처한 듯 저를 바라보는 손 부관에 안지용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뭔데 다들 그렇게 놀라?!”“아... 아무래도 원수님이 직접 보시는 게...”“이런 꼴통들!”떨리는 손 부관의 목소리에 안지용은 거슬리는 부하들을 한 손으로 치워내고 흑제에게로 다가갔다.그리고 그 손에 들린 금색의 호패를 보았을 땐 손 부관을 포함한 이들과 다를 바 없이 깜짝 놀라 동공까지 작아졌다.그 영패에 새겨진 건 분명히 발이 다섯 개인 금색 용이었다.대하 최고 병권력의 상징인 호패가 왜 흑제의 손에 들려있는지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안지용은 흑제와 호패를 번갈아 가며 보다 이내 알겠다는 듯 조롱 섞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제법 똑같이 만들긴 했네.”“똑같이 만들었다고?”제 손에 들린 호패를 가짜 취급하는 안지용에 흑제는 냉소를 흘리며 소리쳤다.“두 눈 똑바로 뜨고 봐!”“하하, 그걸 왜 봐. 내가 원수 노릇만 수십 년인데, 호패를 모를까 봐?”안지용은 아직도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이건 작전 지역 최고 권력의 상징이야. 이 호패를 지닌 사람은 24개 작전 지역의 병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