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의실 안.수미는 난처한 표정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무서웠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녀는 임유환에게 이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살인마를 찾는 데 시간을 지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알겠어요.”임유환은 수미가 정말 겁을 먹은 것을 보고 거절하지 않았다.방금까지 그는 서인아와 하백이 이미 이곳을 떠났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수미를 혼자 주차장으로 가게 하는 것은 사실 조금 위험했다.게다가 여기서 주차장까지는 그리 멀지 않았다."감사해요~"수미의 눈빛이 조금 반짝였다.이 남자, 어떨 때 보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가시죠.”임유환이 살짝 웃었다.두 사람은 건물을 나와 야외주차장을 향해 걸어갔고, 가는 길에 킬러의 살기는 보이지 않았다.임유환이 같이 있어 주었기에 수미는 알게 모르게 마음속으로 안도감을 느꼈고, 긴장되어 움츠러들었던 몸이 점점 풀어졌다."그런데 임유환 씨, 우리 아가씨에게 어떤 볼 일이 있는 거죠?” 수미가 그에게 물었다. 그녀는 임유환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말투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서인아 씨에게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임유환이 대답했다."그럼 잘 됐네요. 이따 주차장에 도착하면 아가씨를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때 물어보시면 되겠네요."수미는 임유환을 바라보며 말했다. "됐어요, 다음에 물어볼래요. 일단 킬러를 찾는 게 더 중요해요."임유환이 말했다.그 문제는 말 몇 마디로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고, 지금 당장은 범인을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게다가 옆에는 하백이랑 수미도 있었기에 이런 문제는 서인아가 호텔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홀로 서인아를 찾아가 묻는 편이 나았다. "그렇게 안 보였는데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하시는 편인가 봐요."수미가 그를 칭찬했다.지금 이 순간만큼 그녀는 임유환을 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수미 비서님, 저 원래 이랬습니다.”임주환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수미는 이 말을 듣자 그녀의 예쁜 얼굴이 살짝 붉혔다.
땅이 흔들리며,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다.강한 불길이 주차장 전체를 휩쓸었다.수미는 바닥에 엎드리고 있었고, 강한 열기가 얼굴을 때리자 정신이 아득해졌다. “서인아!”임유환이 강렬한 눈빛으로 소리쳤다.그는 고개를 들어 불바다로 변해버린 주차장을 보고는 다급하게 수미에게 말했다. "여기 누워서 움직이지 마세요.” 이후 그는 불바다로 뛰어들었다.불길의 가장자리에서, 그는 완전히 불타버린 자동차를 보았다.차 옆에는 하백이 재로 까맣게 변해버린 얼굴을 하고 힘겨운 숨을 내쉬며 바닥에 누워 있었다.하지만 서인아는 보이지 않았다!임유환은 빠르게 달려가 자신의 진기로 거센 불길을 진압하고, 그 속에서 하백을 꺼냈다. “하백 집사님!” 임유환은 큰 소리로 하백의 이름을 외쳤다.하백의 숨은 매우 가늘었다.임유환의 외침을 듣고 간신히 눈을 뜬 그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어서 가서 인아 아가씨를 구해...”그 말을 한 뒤 그는 기절했다.방금 전, 그는 서인아를 데리고 주차장으로 갔고, 그들과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검은색 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그는 갑자기 나타난 차량을 경계하였다.그는 서인아에게 일단 자리를 피하라고 한 뒤 직접 그곳에 가 상황을 살피려 했고,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갑자기 자동차가 폭발했다. 알고 보니 차에 시한폭탄이 설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절박한 마음에 그는 최대한 자신의 진기를 활용해 서인아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폭발이 워낙 컸던 탓에 여러 부위에 부상을 입어 전혀 움직일 수 없게 되었고, 그는 어둠 속에 숨어 있던 킬러가 서인아를 납치하는 모습을 무기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서인아가 납치됐다고요?" 임유환의 동공이 떨렸다. 긴장이 되는 동시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적어도 서인아는 이 불길에 휩싸이지 않았다.그는 재빨리 휴대폰을 꺼내 흑제에게 전화를 걸었다. “흑제, 서인아가 납치되었어. 해수욕장 근처 모든 감시 카메라를 확인해 행방을 알아내도록 해!"임유
"여자를 놓아줘."임유환의 차가운 목소리가 교실 문 앞에서 울려 퍼졌다. "여자를 놓아달라고?” 이 말을 들은 남자의 입가에는 사악한 미소가 떠올랐다.그는 문 앞에 나타난 임유환을 바라보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알다시피, 나는 단지 당신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기 위해 이 여자의 목숨을 남겨뒀던 거야.” "내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고?” 임유환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리가 전에 만난 적이 있던가?” 그의 기억에 눈앞의 남자는 전혀 있지 않았다. "아니, 하지만 내 동생 제프는 만난 적이 있을 테지?” 남자는 살기가 가득 찬 가늘어진 눈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 "제프?"임유환의 표정이 바뀌었다. "당신이 그 사람의 형인가?” "그래, 맞아.” 제이크는 화를 내며 말했다.“네가 내 유일한 동생, 내 유일한 가족을 죽였어!” "그 사람은 죽일 만했어.” 임유환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실인에는 살해가 뒤따른다는 걸 알고 있겠지.” 그는 제프를 죽이지 않았고, 흑제를 시켜 그를 가두게 한 뒤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제이크의 눈에는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래도 죽이지 말아야 했어!” 제이크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내 동생은 어렸을 때부터 최고의 용병이 되어 최고의 용병 조직을 만드는 게 꿈이었는데, 그 꿈이 절반만 실현되고 네가 산산조각 내버렸어!” 두 사람은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버림받고 평생을 서로 의지하며 살았고, 더 이상 남에게 의존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그들은 용병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그들은 자신의 운명을 자신의 손으로 통제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날마다, 해마다, 매일 함께 지독한 훈련을 했다.사막에서 무거운 짐을 지고 하이킹을 하며, 열대우림에서 맹수와 독사에게 시달리고, 임무를 수행할 때는 총알 세례에 직면했다. 그들은 이 모든 것을 짊어졌고 결국 최고의 용병이 되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꿈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고, 그 후 그들은 꿈의 두 번째 단계를 위해 용병 조직을 창설했다.
서인아는 천천히 눈을 떴고, 날카로운 단검이 자신의 목을 누르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방금 주차장에서 일어난 일을 회상했고, 지금 그녀는 인질로 잡혀 있었다. 호흡은 여전히 느리고 얼굴은 차가웠다.하지만 8년 전과 비교했을 때, 조금도 겁이 나지 않았다."일어났나?” 제이크는 잠에서 깨어난 서인아를 바라보며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마침 잘 깨어났네. 이 남자가 두 사람 중에서 누구의 목숨을 선택할지 지켜볼 수 있겠어.”서인아의 마음이 움직였고, 그녀가 교실 입구를 바라보자 과연 그곳에는 임유환이 서 있었다.그리고 그의 발밑에는 날카로운 단검이 놓여 있었다.“유환아, 내 걱정은 하지 말고 그냥 이 사람 죽여.” 서인아는 매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너도 알다시피, 네가 죽어도 이 사람은 날 놓아주지 않을 거야. 하지만 이 사람이 죽지 않으면, 넌 반드시 죽게 되겠지.” 제이크는 흉악한 웃음을 지었고, 다시 임유환을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선택을 하도록 해. 네 발아래 있는 단검으로 네 가슴을 찌르든지, 아니면 내 손에 있는 단검으로 이 여자의 목을 베던지 둘 중 하나야.”"당신도 들었다시피, 저 여자가 나더러 자신을 신경 쓰지 말라고 했어.” 임유환은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제이크를 바라보며 대답했다.“게다가 방금 말했듯이 저 여자의 생사는 나와 무관해.”말을 마치자, 그는 제이크를 향해 걸어갔다. "그래?” 제이크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입가에 웃음이 번졌고, 단검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자 날카로운 칼날이 서인아의 연약한 피부에 핏자국을 남겼다. 서인아는 천천히 눈을 감고 죽을 준비를 했다."당장 그 손 멈추지 못해!” 그 순간, 임유환은 걸음을 멈춘 뒤 크게 소리쳤다. 서인아는 다시 눈을 뜨고 떨리는 눈으로 임유환을 바라보았다. "유환아, 내가 말했잖아. 설령 네가 이 사람이 말한 대로 해도 이 사람은 날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입 다물어!"임유환은 이를 악물고 제이크를 바라보았다."내가 말한
푹.비수를 꽂았다.칼날이 가슴을 뚫고 뼈에 긁히는 소리가 소름이 끼치게 싫었다.임유환은 너무 고통스러워서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상처에서 새빨간 피가 줄줄 새어 나왔다.“안돼!”서인아의 눈시울이 빨개졌다.임유환이 자신을 위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비수를 가슴에 꽂을 줄 몰랐다.자신을 싫어한다면서!“왜! 왜 그랬어!”서인아는 큰 소리로 따져 물었다.눈물이 차올라 앞이 보이질 않았다.칼에 찔려본 적 없는 그녀는 아픔의 크기를 정확히 가늠할 수 없었다.그저 살이 찢기는 고통을 머릿속으로 짐작할 뿐이었다.“시키는 대로 했으니까 이제 이 여자는 풀어주지?”임유환은 서인아를 보지 않았다. 두 눈을 제이크한테 고정한 채로 낮게 읊조릴 뿐이었다.“풀어? 웃기고 앉아있네.”제이크에 입꼬리에 비웃음이 걸렸다.그는 임유환이 이제 독안에 든 쥐라고 생각했다.“풀어줘. 안 그럼 후회할 거야.”임유환이 또박또박 내뱉었다.비수는 여전히 그의 가슴팍에 꽂혀있었다.피가 끊임없이 흘러 가슴 전체가 핏빛으로 물들었다.하지만 제이크를 쳐다보는 눈빛은 차분하고 또 날카로웠다.전과 다름없었다.제이크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자신의 몸속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것 같이 소름이 돋았다.그는 이런 기분이 너무 싫었다.제이크의 낯빛이 어두워졌다.그는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바로 임유환에게 겨누면서 경고했다. “꼼짝 마, 한 발자국만 더 움직이면 이 여자 죽여버릴 거야.”서인아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었다.제이크가 총을 머리에 대고 있었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임유환에게 소리칠 뿐이었다. “임유환, 난 됐으니까 빨리 가!”하지만 임유환은 여전히 미동도 없었다.“빨리 가라고! 내가 언제 살려달랬어! 빨리 꺼져!”서인아는 반쯤 미쳐있었다. 눈물이 후둑둑 떨어졌다.제이크는 광기에 차 더 웃어댔다.그는 임유환에게로 총구를 향하고 곧 방아쇠를 당겼다.탕.공기 속에서 불꽃을 튀기며 발사된 총알이 임유환의 왼쪽 무릎을 명중했다.
서인아는 더 견딜 수 없었다.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렸다.임유환이 목숨까지 걸며 자신을 구하길 원치 않았다.“이 바보야, 왜 자꾸 울어. 너답지 않게.”임유환은 눈물을 떨구는 서인아를 보며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서인아의 심장이 세차게 떨렸다.그녀는 임유환에게 소리쳤다. “내가 언제 살려달랬어? 내 일에 신경 꺼. 네가 여기서 죽으면 난 너 평생 미워할 거야!”“허, 내가 너 구하려고 이러는 것 같아? 그냥 궁금한 게 있을 뿐이야. 네가 죽으면 대답은 누가 해줘?”임유환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서인아는 온몸이 굳어 임유환을 가만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7년 전과 다름없이 고집스러웠다.“이 바보야......”서인아는 목놓아 울었다.“아이고, 눈물겨워서 볼 수가 없네!”제이크는 박수까지 치면서 폭소했다.하지만 곧 얼굴을 구겼다. “따뜻한 척하지 마! 꼴 보기 싫으니까. 다들 억울한 척, 죄 없는 척. 불쌍한 내 동생......”“너야! 네년이 내 동생을 죽였어!”제이크는 서인아의 머리카락을 움켜잡았다.“아!”서인아는 끌려가면서 아파 비명을 질렀다. “그거 놔!”임유환은 낮게 으르렁거렸다.“이 여자가 아파하니까 또 가슴은 아픈가 보지?”제이크는 임유환의 벌게진 눈시울을 보면서 비열하게 웃었다. “근데 이미 이 지경이 됐는데 네가 뭘 할 수 있겠니?”“오늘 말이야, 네놈이 죽기 전에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어떻게 더럽혀지는지 똑똑히 두고 봐!”그러고는 서인아의 셔츠를 찢으려 손을 뻗었다.그가 보기에 임유환은 이미 병신이 된 몸이었다.해서 경계할 필요가 하나도 없었다.쿵!서인아의 몸에 제이크의 손이 닿으려 할 때 굵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임유환이 맹수처럼 달려들었다.“뭐?!”제이크의 동공이 잔뜩 수축했다. 믿을 수가 없었다.간신히 움직이는 것도 기적인 저 몸이 어떻게 이런 속도로 움직일 수 있는 거지?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임유환을 향해 총을 들어 올렸다.슉!제이크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에 임유환이 번개같
한방에 제이크를 쓰러뜨린 임유환도 조금 힘에 겨워 넘어지지 않으려고 한 손으로 책상을 짚었다.아까 순간 폭발시킨 진기 때문에 피가 더 많이 흘렀다. 이제 시야가 조금씩 흐릿해지고 있었다.그는 얼른 서인아를 풀어주었다.“유환아!”서인아는 벌떡 일어나 임유환에게 안겼다.“스읍!”상처를 건드리자 임유환은 너무 아파서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서인아는 그제야 임유환이 중상을 입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얼른 거리를 두었다. “미안해......”죄책감으로 가득한 얼굴이었다.“이 바보야.”임유환은 겨우 입꼬리를 올렸다. 그리고 이내 제이크에게로 날카롭게 시선을 돌렸다.“일단 옆으로 가 있어. 저 자식 아직 안 죽었어.”서인아는 심장이 두근댔다.임유환이 익숙한 듯 바보라고 부르자 마치 7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혹시... 뭘 알고 있는 건가?그녀가 한창 생각에 잠겨있는데 임유환이 이미 절뚝거리며 제이크에게로 다가갔다.제이크는 동공이 풀리기 시작했다.숨이 거의 끊어지고 있었다.하지만 무언가를 쥐고 있는듯 왼손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임유환이 인상을 찌푸렸다.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그는 은침으로 제이크의 왼손을 명중했다.신경에 손상을 입자 꽉 쥐었던 주먹이 확 풀어졌다.손안에 쥐고 있던 건 아주 작은 빨간색 버튼이었다.빨간색 불빛이 계속 깜박거리고 있었다.“안돼!”임유환의 눈이 커다래졌다.그는 이것이 폭탄 장치임을 한눈에 눈치챘다.이 자식이 벌써 장치를 가동시켰다!이 건물에 진작부터 폭탄이 설치되어 있었다.임유환의 머릿속에 불쑥 떠오른 추측이었다.그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마지막 남은 기운을 끌어내 서인아의 앞으로 확 달려갔다. 상황을 아직 파악하지 못한 서인아를 품에 안아 교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쾅!이때, 임유환보다 한발 먼저 아래로부터 굉음이 울려퍼졌다.건물 전체가 눈 깜짝할 새에 무너졌다.임유환도 맥없이 아래로 떨어졌다.만약 지금 컨디션이 최상이었다면 이런 폭발쯤이야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하지만
“너... 피 났어?”심장이 쿵 내려앉은 서인아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살짝 까진 거야, 별거 아냐.”임유환은 별일 아니라는 듯 웃었다.“유환아, 거짓말하지 마...”서인아는 심장이 아려왔다.아까 몸에 총을 두 번이나 맞은 것도 모자라 자신을 안고 이렇게 높은 곳에서 떨어졌는데 별 일 아닐 리가 없었다.“내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야.”임유환이 걸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언제부터 이렇게 사람 챙겼다고. 그렇게 도도했던 아가씨는 어디 갔대?”“지금 장난칠 때 아니잖아...”서인아의 눈에 눈물이 가득찼다.“장난 아니고, 난 그냥, 콜록...”말이 끝나기 전에 임유환은 갑자기 심하게 기침했다.땅을 짚고 있던 팔도 힘이 풀려 하마터면 등 위의 바위에 깔릴 뻔했다.“임유환!”서인아는 겁에 질렸다.피가 느껴졌다.임유환이 피를 토했다!“괜찮다고 했지......”임유환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몸을 들어 올려 몸 아래 있는 서인아에게 공간을 내주었다.서인아는 이 모든 걸 느꼈다.심장이 미친 듯이 떨려왔다.칠흑 같은 어둠 속, 임유환의 얼굴도, 주위의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하지만 임유환이 자신을 위해 모든 걸 짊어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알 수 있었다.임유환이 아니었다면 자신은 진작에 깔려 죽었을 것이다.“왜... 왜 날 구했어? 내가 그럴 가치가 있었어?”서인아는 감정이 격해졌다.눈물이 차올랐다.“너 지금 되게 시끄러워... 이따 사람들 오기전까지 쓸데없이 힘 빼지 마.”임유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의식이 점차 흐릿해지고 있었다.본인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서인아, 잘 들어. 혹시나 내가 힘들어서 잠들기라도 하면 시끄럽게 땍땍대지 말고 나중에 구조대원 오면...”“아니야! 우리 둘 다 구조될 거야!”서인아는 임유환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겁에 질렸다.하지만 임유환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임유환, 내 말 들려?”서인아는 당황스러웠다.“괜찮아?”“대답해! 정신 차려!”“임유환!”서인아는 다급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