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누나 덕에 산 놈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허태웅은 임유환이 베네치아 유람선으로 가는 모습을 보고, 중얼거렸다.

청첩장이 없이, 그가 어떻게 유람선에 들어가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허미숙 역시 그 놈이 추한 꼴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임유환이 청첩장 없이, 병사들에 의해 쫓겨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 멍청이, 감히 나에게 그런 태도로 얘기하더니!

두 사람의 주시 하에 임유환은 유람선 입구에 도착했다.

그의 앞에, 4명의 총을 든 병사가 다가왔다.

“그래, 꼴 좋다!”

허태웅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그는 이어서 벌어지는 일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임유환이 쫓겨날 것으로 생각했을 때, 입구에 있던 4명의 병사들은 갑자기 총을 거두고,임유환에게 경례했다.

그리고 그들은 임유환이 아무런 방해 없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

두 사람은 당황해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엄마…… 우리가 잘못 본 건 아니지?”

허태웅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는 믿기지 않은 듯 허미숙을 바라보았다.

“아들, 잘못 본 게 아니야……”

허미숙은 얼굴에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엄마, 이건 어떻게 된 거야?”

허태웅은 조금 당황했다.

“엄마도 모르지……”

허미숙은 조금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다른 이유를 생각했다. “아들, 설마 임유환이 미리 병사들과 짠 거 아니야”

“맞아, 그런거야, 엄마!”

허태웅은 그럴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아니면, 임유환이 무슨 자격으로 베네치아 유람선에 들어가지?

“가자, 아들. 빨리 가서 네 누나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해. 괜히 누나 결혼식에 소란 피우면 안 되니까!”

얘기가 끝나자, 허미숙은 허태웅과 함께 유람선에 들어갔다.

……

다른 한편.

임유환이 유람선에 들어간 후, 흑제의 전화를 받았다.

“주인님, 도착하셨어요?”

“그래.”

“그럼,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까지 없어. 나 혼자 먼저 유람선을 둘러본 후에 당신을 찾으러 갈게.”

“네, 주인님.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임유환은 유람선 곳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은 임유환에게 엄청 익숙하게 느껴졌다.

장비며, 배치며, 그는 마치 10년 전으로 돌아간 듯했다.

자기도 모르게 임유환은 유람선 6층까지 갔다.

연회장을 지날 때, 안에선 축복의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이 호화로운 곳에서, 떨리는 순간, 두 분의 결혼식을 함께 지켜보겠습니다!”

“그러면, 신랑 장문호님과 신부 허유나……”

“이어서, 들러리분께서 신랑, 신부에게 결혼반지를……”

“열렬한 박수 한번 보내주시죠!”

연회 장내의 분위기는, 아주 달아올랐다.

연화 장에서, 임유환은 윤서린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그러다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연회장으로 들어가서 볼 참이었다.

윤서린은 연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들러리를 서고 있었다. 그녀는 머리를 높게 묶고, 아주 지적이고,

우아했다.

그는 이 결혼식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임유환이 떠나려고 할 때, 결혼반지를 끼고 있던 허유나가 마침 머리를 들었다.

그녀는 연회장 문 앞에 서 있던 임유환을 보았다. 그녀는 임유환의 얼굴에 있던 웃음을 보았다.

역시 엄마 얘기가 맞았다. 이놈이 그녀의 결혼식을 망치려고 하는 것이 맞았다.

그녀는 화가 나서 큰 소리로 얘기했다. “임유환, 이 나쁜 자식. 너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와!”

결혼식장은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모든 사람의 눈빛은 연회장 문 앞으로 쏠렸다.

윤서린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어떻게 저 사람이?

임유환이랑 임 선생님이 같은 사람이었어?!

후.

임유환은 윤서린의 눈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끝까지 속이지 못했다.

“임유환, 넌 입구에 있는 병사들을 따로 매수해서 베네치아 유람선에 들어오면 내 결혼식을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알려주지, 꿈 깨!”

이때, 허유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임유환의 눈빛을 보니, 그 역겨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병신, 진짜로 보기만 해도 역겨웠다!

“내가 병사들을 매수해서, 네 결혼식을 망친다고?”

임유환은 허유나를 보면서 비꼬며 얘기했다. “이거, 네 엄마가 알려준 거 맞지?”

“맞아!”

허유나는 오만하게 얘기했다.

“네 가족, 모두 너무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

임유환은 쓴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저었다.

“너 이게 대체 무슨 얘기야!”

허유나는 버럭 화를 냈다.

“허유나, 여기서 내가 똑똑히 알려주지, 난 네 결혼식에 관심 없어.”

임유환은 또박또박 얘기했다.

“그럼 내 결혼식장 앞에서 뭐 하는 거야?”

허유나가 질문했다.

“난 그저 우연히 지나가던 길이었어.”

임유환이 얘기했다.

“우연히?”

허유나는 웃었다. “넌, 내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믿지 않아도, 상관없어.”

임유환이 얘기했다. “그리고, 내가 진짜로 네 결혼식을 망치고 싶었으면, 넌 오늘 여기서 결혼식을 못 했어.”

“임유환, 정말 단단히 미쳤구나!”

허유나는 임유환의 말에 웃었다.

“하하!”

연회장에 있던 하객들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었다. 그 중 한 사람이 물었다. “유나 씨, 저놈은 누구입니까?”

“저 놈.”

허유나는 임유환을 보면서, 경멸하듯 얘기했다. “그저 제 옆에 있었던 개일 뿐입니다. 5년 동안 제 돈으로 먹고살았던, 아무 능력 없는 그런 개이지요. 그래서 제가 버렸습니다. 지금은 제가 잘 사는 것이 질투 나서, 결혼식을 망치러 온 것이고요!”

그렇다면, 기생충처럼 살았다던 그 전 남편이었네.

연회장은 삽시간에, 그를 조롱하는 분위기로 변했다.

윤서린은 기분이 안 좋았다.

“허유나,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임유환은 눈썹을 찌푸리고 허유나를 보았다.

“내가 왜?”

허유나의 눈에 갑자기 역겨움이 가득 찼다.

“그렇게까지 나를 모함해야겠어?”

임유환은 낮은 목소리로 얘기했다.

예전에 그랬다면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윤서린이 보고 있다.

그는 윤서린에게 더 이상 오해 받고 싶지 않았다.

“내가 당신을 모함해? 그럴 자격이나 있어?”

허유나는 경멸하듯 웃었다. 눈빛엔 조롱하는 뜻이 가득한 채 임유환을 바라보았다. “얘기해, 나한테 그렇게 매달리는 이유. 나를 미행해서 베네치아 유람선까지 타고.”

“그럼, 그렇게 하지. 내가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하지 말고.”

“오늘, 모든 사람 앞에서, 네 그 재주를 한껏 뽐내 봐. 모두들 만족하면, 내가 오늘 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원만하게 끝낼 수 있는 기회를 한번 줄게.”

말을 마치고, 그녀는 장문호를 바라보았다. “자기야, 이렇게 해도 돼요?”

“오늘, 우리 결혼식인데, 당신이 좋은 대로 해.”

장문호 역시 조롱하듯 얘기했다.

건달이 그에게 무슨 위협이 될 수 있겠냐는 생각이었다.

“임유환, 듣고 있어? 이 기회를 소중하게 생각해.”

허유나는 임유환에게 삿대질하면서, 오만한 태도로 얘기했다.

“결정했어?”

임유환의 눈가에 냉소가 가득했다.

허유나는 임유환의 냉소를 미처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 그녀는 오만하게 얘기했다. “기회, 난 이미 네게 줬어. 이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는 너한테 달렸어.”

“그래, 그럼 후회하지 마, 나도 너한테 기회를 줄 만큼 줬어.”

임유환의 눈빛은 차가워졌고, 그는 바로 전화를 꺼내어 흑제에게 전화했다.

전화에서 그는 간단하게 한마디만 했다. “6층에서 진행하는 결혼식, 당장 취소시켜.”

그리고, 그는 허유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정식으로 통보했다. “지금 정식으로 통보하지. 네 베네치아 결혼식 취소되었으니, 당장 짐 싸서 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