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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5화

편의점.

점원이 수미에게로 서서히 다가갔다.

그의 발걸음은 마치 유령처럼 가벼워 어떤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이때, 한창 진열대에서 좋아하는 음료들을 골라 담던 수미는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그림자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마지막 오렌지에이드를 바구니에 넣은 뒤 카운터에서 계산하려고 몸을 돌린 그때,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꺄아!”

그녀의 얼굴이 하마터면 남자의 볼캡과 부딪힐 뻔했다.

“무슨 짓이에요!”

수미는 눈썹을 치켜뜨면서 크게 호통쳤다.

“허.”

남자는 입꼬리를 찢어 히죽 웃을 뿐이었다. 모자챙에 가려진 두 눈아 더러운 욕망으로 꿈틀거렸다.

“뭐...... 뭐 하는거야!”

점원의 검은 속내를 알아챈 수미는 목소리가 떨렸지만 단호함을 유지했다.

남자는 말없이 자신의 표정을 볼 수 없도록 모자를 더 꾹 눌러썼다. 정돈되지 않은 까칠까칠한 턱수염으로 40대 좌우라고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비켜! 잘 들어, 나 바로 옆 호텔에 들었거든. 주위에 경호원이 이렇게 많은데 내가 소리 지르면 다 들릴걸!”

수미는 더 크게 말하면서 상대방에게 겁을 주려 했다.

하지만 남자는 말을 듣고서도 입을 더 히죽 찢을 뿐이었다.

수미는 뭔가 잘못됨을 감지하고 눈썹을 찌푸렸다.

생각 없이 들어온 편의점 점원이 변태라니!

그녀는 입을 벌려 큰 소리로 경호원을 부르려 했다.

아무래도 이 편의점은 S호텔 근처에 있었고 스물네 시간 순찰하는 경호원들이 쫙 깔려있었다.

“수미 비서님, 저랑 어디 좀 가시죠.”

이때, 남자가 입을 열었다.

쩍쩍 갈라진 음침한 목소리였다. 마치 말라비틀어진 두 나무껍질이 마찰하는 것 같은 아주 불쾌한 소리였다.

수미의 동공이 흔들렸다.

이 자식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

단순히 편의점 점원이 아니라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어찌할 새도 없이 남자는 주머니에서 준비해뒀던 손수건을 꺼내 수미의 얼굴에 확 덮었다.

“읍, 읍!”

코를 찌르는 냄새가 덮쳐왔다. 수미는 반항하려고 했지만 상대방의 힘이 너무 세 손수건을 떼낼 수가 없었다. 갑자기 머리가 핑 돌더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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