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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4화

어둠이 깃들었다.

하지만 서인아의 기분은 여전히 나아지질 않았다.

이를 눈치챈 수미가 서인아를 살폈다. “아가씨, 우빈 도련님이 S시에 오시는 것 때문에 그러세요?”

“응.”

서인아가 머리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면 예정보다 일찍 돌아가실 건가요?”

수미가 물었다.

그녀는 아가씨의 수행비서로서 당연히 아가씨가 행복하길 바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빈 도련님과 행복하길 바랐다.

주제도 모르는 임유환보다는 도련님이 백배 더 낫지.

임유환이라는 인간과 비교하는 자체가 누가 될 만큼 훌륭한 사람이었다.

“일단 상황 보고. 최대한 끌어봐야지.”

서인아가 답했다.

그녀는 연경으로 일찍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이번이 임유환과의 마지막 만남이 될 테니까.

보름 뒤면 그녀는 정우빈과 결혼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아마 평생 연경을 뜨지 못할 것이다.

임유환이 그렇게 귀찮은 티를 내도 그녀가 여전히 S시에 머무르는 이유이기도 했다.

남은 보름 동안 서인아는 그저 임유환이 더 잘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을 뿐이었다.

그걸로 족한다.

무엇보다, 정우빈이 임유환을 만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서인아는 둘의 성격을, 특히 정우빈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정우빈이 임유환에게 손을 댄다면 본인이 나서도 막기가 어렵다.

아예 만남 자체를 차단하는 편이 안전했다.

“네, 아가씨.”

수심이 가득한 아가씨를 보니 수미도 마음이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수미야, 내가 유환이를 만나러 온 건 우빈 씨에게 절대 말해선 안된다. 알겠지?”

수미의 입이 무거운 걸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더 단단히 일렀다.

“알아요, 아가씨. 입단속 잘 하겠습니다.”

수미가 대답했다.

아가씨의 비서로서 수미도 이 정도 눈치는 있었다.

“그래.”

“그럼 수미야, 이만 나가봐. 혼자 있고 싶어.”

너무 지쳐버린 서인아가 관자놀이를 짚으며 말했다.

“네, 아가씨. 나가보겠습니다. 푹 쉬세요.”

수미는 조용히 방을 나갔다.

텅 빈 방, 서인아는 다시 유리창으로 다가가 번화한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풍경과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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