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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윤이서는 마치 혼을 빼앗긴 듯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동안 부모님은 자신을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했고, 그녀는 매 번 뼈를 찌르는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윤이서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심지어 약간 무감각해졌다.

마치…… 지금의 그들이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모습인 것처럼.

이전의 사랑은 단지 그녀가 미래의 하 씨 집안 아씨이기 때문이며, 떠받들어주고 예뻐해 주는 것은 모두 하 씨 집안 때문이었지, 혈연이 있는 가족 때문이 아니었다.

“어?”

이상언은 갑자기 뒷좌석에서 눈을 붙이고 있는 하지환에게 말했다.

“저거 네 아내 아니야?”

하지환은 바로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에는 넋을 잃은 소녀가 쓸쓸히 걷고 있었는데, 불쌍하면서도 무기력해 보였다.

“차 세워.”

이상언은 입을 오므리고 몰래 웃으며 차를 세웠다.

“이봐요, 윤이서 씨!”

윤이서는 고개를 들지 뒷좌석에 앉아 있는 하지환을 보았는데, 차가운 몸은 마치 햇빛에 닿은 듯 사지에 점점 감각이 생겼다.

하지환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

물어보고 나서야 그는 윤이서 부모님이 이 근처의 별장 구역에 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또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고 입술에 핏기가 전혀 없는 것을 보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에요?”

말하면서 하지환은 윤이서의 손을 잡고 윤재하 부부를 찾아가려 했다.

윤이서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추워요.”

하지환은 그제야 윤이서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손바닥에 놓고 비볐다.

“차에 타요, 차 안은 따뜻하니까요.”

윤이서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지환 씨, 나…… 나 이제 집이 없어요.”

눈물은 차가웠지만, 하지환의 손등에 떨어졌을 때, 무척 뜨거웠다.

하지환은 마음이 아팠다. 그는 바로 사람을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내가 있는 한, 당신은 영원히 집이 있을 거예요.”

윤이서는 눈을 들었고, 작은 얼굴은 눈물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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