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서는 마치 혼을 빼앗긴 듯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그동안 부모님은 자신을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했고, 그녀는 매 번 뼈를 찌르는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이번에 윤이서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심지어 약간 무감각해졌다.마치…… 지금의 그들이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모습인 것처럼.이전의 사랑은 단지 그녀가 미래의 하 씨 집안 아씨이기 때문이며, 떠받들어주고 예뻐해 주는 것은 모두 하 씨 집안 때문이었지, 혈연이 있는 가족 때문이 아니었다.“어?” 이상언은 갑자기 뒷좌석에서 눈을 붙이고 있는 하지환에게 말했다.“저거 네 아내 아니야?”하지환은 바로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았다.창밖에는 넋을 잃은 소녀가 쓸쓸히 걷고 있었는데, 불쌍하면서도 무기력해 보였다.“차 세워.”이상언은 입을 오므리고 몰래 웃으며 차를 세웠다.“이봐요, 윤이서 씨!”윤이서는 고개를 들지 뒷좌석에 앉아 있는 하지환을 보았는데, 차가운 몸은 마치 햇빛에 닿은 듯 사지에 점점 감각이 생겼다.하지환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물어보고 나서야 그는 윤이서 부모님이 이 근처의 별장 구역에 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또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고 입술에 핏기가 전혀 없는 것을 보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에요?”말하면서 하지환은 윤이서의 손을 잡고 윤재하 부부를 찾아가려 했다.윤이서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추워요.”하지환은 그제야 윤이서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손바닥에 놓고 비볐다.“차에 타요, 차 안은 따뜻하니까요.”윤이서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지환 씨, 나…… 나 이제 집이 없어요.”눈물은 차가웠지만, 하지환의 손등에 떨어졌을 때, 무척 뜨거웠다.하지환은 마음이 아팠다. 그는 바로 사람을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내가 있는 한, 당신은 영원히 집이 있을 거예요.”윤이서는 눈을 들었고, 작은 얼굴은 눈물투성
윤이서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웃었다.“이 선생님은 지환 씨와 금방 알게 된 사이 아니죠?”하지환과 이상언은 모두 할말을 잃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이상언은 다시 입을 열었다.“내 말은…… 남자에게 있어서 한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거예요…….”“닥쳐!” 하지환은 차가운 얼굴로 경고했다.이상언은 겸연쩍게 입을 다물었다.“그를 상대하지 마요, 이 사람은 허튼소리 하길 좋아하니까요.”윤이서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이 선생님은 입담이 좋네요. 하지만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방금 알게 된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것 같아요.”이상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단순해 보이는 윤이서가 이렇게 예민할 줄이야.가는 길 내내, 이상언은 더 이상 허튼소리를 하지 못했다.다행히 그들은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세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중개인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고객을 보고 중개인은 열정적으로 걸어왔다.“세 분 저 따라오세요.”세 사람은 중개인을 따라 별장으로 들어갔다.이것은 3층 높이의 별장이었고, 심지어 윤 씨 별장보다 더 크며, 지붕에는 뜻밖에도 야외 수영장이 하나 더 있었다.윤이서는 하지환의 옷을 잡아당기며 중개인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우리 그만 가요.”“그래요.” 그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해서 오히려 윤이서를 당황하게 했다.“이유 안 물어봐요?”“오기 전에 난 여기가 이서 씨 부모님이 지내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깜빡 했어요.”그는 애초에 자료를 받았을 때, 단지 별장 이름이 아주 익숙하다고 생각했다.“다음에는 꼭 잊지 않을 거예요.”윤이서는 멍해졌다.“당…… 당신은 우리 부모님이 이 근처에 계셔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거예요?”하지환은 낮은 소리로 응답했다.윤이서는 마음이 따뜻해졌다.‘남에게 관심을 받는 느낌은 이런 것이었구나.’“당연히 아니죠?”이 집은 하지환이 사려고 했던 것인데, 그가 어딜 사고 싶든 그의 마음이었다.“이 집은
윤이서는 하지환을 밀어내며 고개를 들어 그를 등지고 서 있었다.“나에게 이렇게 잘해 주지 마요.”그녀는…… 이 차가운 세상에 대한 미련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하지환은 실눈을 뜨고 윤이서의 어깨를 잡았다.“당신 오늘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오늘의 윤이서는 매우 이상했다.윤이서는 고개를 한쪽으로 치우쳐 눈가에 닿은 눈물을 억지로 거두고 입술을 깨물었다.“우리는 이혼할 거잖아요. 나는 이혼할 때 너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요.”그녀가 하은철과 결혼을 발표할 날이 바로 하지환과 이혼한 날일 것이다.그때가 되면 하지환은 그 립스틱의 주인을 찾아갈 수 있고, 그녀도 걱정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었다.결국 이 세상에서 아무도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하지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은 답답했다.그리고 눈빛은 뚫어져라 윤이서를 쳐다보며 마치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보려는 것 같았다.이상언도 이쪽에 주의를 돌리며 걸어왔다.“두 사람은 여기서 무슨 얘기를 하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지환은 그를 차갑게 흘겨보더니 성큼성큼 별장을 떠났다.이상언은 멍해졌다.왜 이래?왜 그에게 화를 내는 거지?윤이서는 억지로 웃었다.“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말을 끝내고 그녀는 뒷문으로 갔다.이상언은 이 상황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먼저 하지환을 찾아갔다.문을 나서자 그는 하지환이 뒷좌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보았고, 아득한 연기는 깊고 선명한 이목구비를 몽롱하게 만들었다.이상언이 다가와서 물었다.“싸웠어?”“아니.” 하지환은 목소리가 답답했다.‘이야, 불쾌하다는 것을 아예 드러내고 있는데 싸우지 않았다니.’“너 해서는 안 될 말한 거 아니냐, 내가 너에게 말하는데, 여자는 달래야 해. 달래면 괜찮아질 거야.”하지환은 실눈을 뜨고 이상언을 흘겨보았다.“왜 달래야 하는 거지?”이상언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너 참 잘났다!”‘앞으로 이서 씨 쫓아다닐 때도 이렇게 잘났으면 좋겠네...’하지환은 초조하게
그렇게 그녀는 편하게 마지막 나날을 보내고 싶었다.임하나는 윤이서가 이상한 것을 예민하게 알아차렸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물론이지. 네가 얼마 동안 살고 싶든 상관없어. 가자.”두 사람이 차에 올라탔다.임하나는 아주 천천히 운전을 했고 수시로 고개를 돌려 윤이서를 바라보았다.윤이서는 마치 깨진 도자기 인형처럼 공허한 눈빛으로 창밖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임하나는 마음이 아팠다.“이서야, 너희 아버지가 그렇게 급하게 너를 찾은 이유가 대체 뭐야?”윤이서는 고개를 돌려 부드럽게 웃었다.“하은철과 결혼하래.”임하나는 어이가 없었다.“왜 기어코 너를 그 쓰레기와 결혼하게 하는 거지?”“그들은 하 씨 집안에 의지하여 윤 씨 집안을 되살리고 싶어하기 때문이지.”윤이서는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인 것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가 이렇게 되니 임하나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너는 동의하지 않았지?”“동의했어.”임하나는 바로 차를 멈추었다.“야, 너 미쳤어?”윤이서는 웃었다.“동의하지 않으면? 그들이 내 앞에서 농약을 마시는 거 지켜보라고?”임하나는 핸들을 세게 두드렸다.“그들이 자살로 너를 협박했니? 세상에, 이게 무슨 부모야? 나 지금 네가 그들의 친딸이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이 다 든다?!”윤이서는 힘없이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니 이상하게도 그녀는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았다.“하나야, 화내지 마. 이것이 바로 내 운명이야. 어릴 때부터 지금 때까지 가족들이 나에게 줄곧 말한 것은 바로 내가 하은철과 결혼하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거야. 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을 때, 모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존경했지. 그것도 나쁘진 않았어…….”그녀의 목소리는 겨울날 호수처럼 차가웠다.임하나는 가슴이 아팠다.“그러나 넌 하은철과 결혼하기만 하면 신장을 윤수정한데 주어야 하잖아. 제기랄,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군. 상간녀 주제야 네 앞에서 행패를 부려도 그만이지만 또 네 신장을 가져가다니. 정말 너무 화가 나잖아!”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눈빛 속에서 민예지는 하이힐을 신은 채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까만 치파오를 입었는데, 완벽하게 재단된 치파오는 그녀의 섹시한 몸매를 완벽하게 그려냈고, 걸을 때, 트인 곳의 늘씬한 다리는 보일락말락 하지만 단정함과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사람은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의논했다.“세상에, 이게 그 벼락부자 민예지 아가씨라고?”“민예지가 입은 치파우는 정말 예쁜데? 몸매도 좋고!”“스타일이 언제 이렇게 좋아졌지?”……민예지는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반응이었다.요 며칠, 그녀는 집에서 매일 자태를 연습했고, 또 오늘 입을 옷과 메이크업을 골랐는데, 그 이유는 바로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가 윤이서보다 더 단정하고 우아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그녀가 기세등등하게 펜을 들고 손님 명단에 사인하려고 할 때, 뒤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감탄을 금치 못했다.민예지는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리더니 그 자리에 멍해졌다.평범하기 그지 없는 차 안에서 한 여자가 내려왔다.여자는 검은색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녀의 예쁜 어깨 라인을 드러냈다. 허리에는 진주색 허리띠를 맸는데, 가녀린 허리 라인을 그래도 그려냈다. 그리고 아래는 새빨간 하이힐을 신고 가녀린 발목을 드러냈는데, 얼핏 봐도 예쁜 여자였다.그러나 그녀가 몸을 돌리는 순간, 호접골은 마치 나비가 날개를 펴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특히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평소 단정하고 우아한 윤이서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이서의 미모는 누구나 다 알고 있었는데, 다만 뜻밖에도 그녀도 이렇게 섹시할 줄은 몰랐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섹시할 수 있었다니.민예지의 안색은 점차 보기 흉해졌다.민예지는 원래 오늘 우아함으로 윤이서를 깔아뭉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이 여자가 다른 스타일을 선택해, 성숙하고 매혹적인 스타일로 바꿨다니, 더
윤이서는 하은철의 눈빛을 무시하고 미소를 지었다.“도련님은 기억이 정말 좋지 않은 거 같군. 해마다 할아버님은 메인 테이블에 내 자리를 마련해 주셨는데.”도련님이란 호칭은 소리 없이 두 사람의 사이를 멀어지게 했다.하은철은 눈썹을 찌푸렸고, 윤이서의 이 호칭을 매우 싫어한 게 분명했다. 그는 전에 그녀가 자신을 은철이라고 불렀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윤수정은 기침을 하더니 즉시 하은철의 시선을 끌었다.“왜, 어디 아파, 내가 먼저 너 병원에 데려다 줄까?”윤수정은 간신히 고개를 저었지만 눈빛에는 교활함이 스치더니 윤이서에게 하은철은 자신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를 자랑했다.윤이서는 그녀의 이런 수작에 진작에 관심이 없어 가려던 참에 윤수정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오늘은 할아버님의 생신이니 나도 여기에 남고 싶은데. 언니는 날 쫓아내지 않겠지?”윤이서가 고개를 돌려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어르신이 조금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말했다.“난 너를 청한 적이 없구나.”윤수정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억울해하며 하은철을 바라보았다.하은철은 윤수정을 뒤로 감쌌다.“할아버지, 수정도 호의인데,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어요?”윤이서는 이 장면을 보면서 문득 하지환이 처음으로 자신을 그의 뒤에 감쌌던 일을 떠올렸다.그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그녀가 하은철과 결혼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그녀가 죽은 후, 그는 자신의 산소로 찾아올까?“이서야…….”어르신의 목소리는 윤이서를 현실로 잡아당겼다.“할아버님, 왜 그러세요?”어르신이 말했다.“이서야, 저 아이는 네 사촌 여동생이고, 윤 씨 집안 사람이니, 여기에 남길지 쫓아낼지, 할아버지는 너에게 결정을 맡기마.”이 말이 나오자 윤수정과 하은철은 동시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어르신이 이렇게 말한 의도는 매우 분명했다.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에게 윤이서가 하 씨 집안의 여주인이며, 그녀는 다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윤이서는 어르
윤수정은 몸을 바르르 떨며 간절한 눈빛으로 하은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은 할아버지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쳤다.순간, 마음이 오싹해났다.할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얼굴의 웃음기가 눈에 띄게 살아졌다.“설마 네가 정말 형부를 넘봤단 말이야?”윤수정의 숨결이 순식간에 가빠지며 급히 변명했다.“아닙니다, 할아버지, 그런 마음이 하나도 없습니다…….”“그래? 그럼 맹세해봐.”윤수정은 입술을 꽉 깨물고 뭇사람들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네, 저 윤수정은 맹세합니다. 만약 형부랑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저는 반드시 벌을 받아 죽을겁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들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윤이서를 바라보았다.윤이서는 싱긋 웃었다. 자기를 죽일려는 윤수정의 마음을 알아 챈 윤이서가 어찌 그와 하은철의 결혼을 허락할 수 있겠는가? 만약 결혼을 하더라도 오늘의 맹세로 늘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겠지.“이 맹세의 속박으로 동생은 반드시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겁니다. 오늘 할아버지 생신이잖아요. 몸도 안 좋으신데, 기왕 온 이상, 여기 계세요.”말이 끝나자 윤이서는 고개를 들어 하은철을 바라보았다.“은철 씨, 그 동안 우리 수정이를 돌봐줘서 고마워요. 집안에 남자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네요.”한치의 실수가 없는 공식적인 말투였다.사석에서 아무리 옹졸하더라도 사람들은 윤이서의 예의 바른 모습만 기억할 것이다.어르신도 윤이서의 일처리 방식을 칭찬하였다.“이서야, 오늘 할아버지 곁에 앉거라.”“네, 할아버지.”윤이서는 어르신 곁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이를 본 하은철은 분노와 질투 등 복잡한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심란한 그는 윤수정을 직원에게 맡기고 무대 뒤로 향했다.하은철은 집사에게 물었다.“둘째 삼촌은요?” “도련님, 어르신께서 지금 휴계실에서 쉬고 계십니다.”집사가 웃으면서 말했다.“알았어요.”휴계실로 들어가보니 하지환은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화면를 보고 있었다.벽만 한 모니터 위에는 연회장 안의 모습이 보였다.하
“그래?”하은철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생각이 나지 않아 아예 그의 옆에 앉았다.“다른 사람이 맸었나봐요.”그제야 긴장이 풀린 하지환은 무심코 대답했다.“응.”하은철은 맥주 한 모금을 더 마시더니 그제야 진정되었다.“참, 삼촌, 나갈거예요?”하지환은 화면속의 윤이서를 힐끗 보더니 이마에 손을 얹고 긁적이며 말했다.“아니야, 그냥 여기서 보는 게 더 재미있어.”하은철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럼 먼저 나가겠습니다.”윤이서와 한 식탁에서 밥을 먹을 생각에 관자놀이가 아파났다.현재 이 시각, 윤이서는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두 사람을 본 다른 하 씨 가문의 사람은 눈치를 보면서 아첨을 떨었다.“이서 씨, 정말 어르신께 잘 하네요. 평소 어르신은 잘 웃지도 않는데 오늘은 이서 씨가 있어서 얼굴에 꽃이 폈네요.”비록 잘 보일려고 한 말이긴 하지만 이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윤이서는 웃기만 할뿐 뭐라고 대답하지 않았다.이때, 하은철은 이미 연회장에 도착을 했다. 윤이서에 대한 칭찬를 들은 하은철은 문득 둘째 삼촌이 떠올랐다. 윤이서와 몇번밖에 만나 본적 없는 삼촌은 그녀를 너무 보호해 주는 것 같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시선이 윤이서에게 쏠렸다.“은철이가 왔구나. 윤이서 옆에 앉거라.”말을 마치자 둘의 사이가 생각난 하도훈은 말을 바꿀려고 했지만 하은철은 이미 윤이서 옆에 앉아있었다.이것을 본 하도훈과 어르신은 순간 눈을 마주쳤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요즘 하은철이 윤이서를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것도 좋은 징조이다.다른 사람들도 서로 알고 있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자리에 앉는 하은철은 두통수가 시려났다. 하지만 뒤로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윤이서는 옆에 있는 하은철을 무시한 채 어르신에게 물었다.“할아버지, 둘째 삼촌은 언제 오시나요?” 연회가 곧 시작되는데 하지환이 보이지 않자 오늘 밤 또 못 만날까 봐 걱정했다.“둘째 삼촌? 벌써 도착했는데.”하은철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그제야 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