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그녀는 편하게 마지막 나날을 보내고 싶었다.임하나는 윤이서가 이상한 것을 예민하게 알아차렸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물론이지. 네가 얼마 동안 살고 싶든 상관없어. 가자.”두 사람이 차에 올라탔다.임하나는 아주 천천히 운전을 했고 수시로 고개를 돌려 윤이서를 바라보았다.윤이서는 마치 깨진 도자기 인형처럼 공허한 눈빛으로 창밖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임하나는 마음이 아팠다.“이서야, 너희 아버지가 그렇게 급하게 너를 찾은 이유가 대체 뭐야?”윤이서는 고개를 돌려 부드럽게 웃었다.“하은철과 결혼하래.”임하나는 어이가 없었다.“왜 기어코 너를 그 쓰레기와 결혼하게 하는 거지?”“그들은 하 씨 집안에 의지하여 윤 씨 집안을 되살리고 싶어하기 때문이지.”윤이서는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인 것처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가 이렇게 되니 임하나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너는 동의하지 않았지?”“동의했어.”임하나는 바로 차를 멈추었다.“야, 너 미쳤어?”윤이서는 웃었다.“동의하지 않으면? 그들이 내 앞에서 농약을 마시는 거 지켜보라고?”임하나는 핸들을 세게 두드렸다.“그들이 자살로 너를 협박했니? 세상에, 이게 무슨 부모야? 나 지금 네가 그들의 친딸이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이 다 든다?!”윤이서는 힘없이 파란 하늘을 바라보았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니 이상하게도 그녀는 조금도 괴로워하지 않았다.“하나야, 화내지 마. 이것이 바로 내 운명이야. 어릴 때부터 지금 때까지 가족들이 나에게 줄곧 말한 것은 바로 내가 하은철과 결혼하기 위해서 태어났다는 거야. 난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였을 때, 모든 사람들이 나를 사랑하고 존경했지. 그것도 나쁘진 않았어…….”그녀의 목소리는 겨울날 호수처럼 차가웠다.임하나는 가슴이 아팠다.“그러나 넌 하은철과 결혼하기만 하면 신장을 윤수정한데 주어야 하잖아. 제기랄, 생각만 해도 구역질이 나는군. 상간녀 주제야 네 앞에서 행패를 부려도 그만이지만 또 네 신장을 가져가다니. 정말 너무 화가 나잖아!”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눈빛 속에서 민예지는 하이힐을 신은 채 차에서 내렸다.그녀는 까만 치파오를 입었는데, 완벽하게 재단된 치파오는 그녀의 섹시한 몸매를 완벽하게 그려냈고, 걸을 때, 트인 곳의 늘씬한 다리는 보일락말락 하지만 단정함과 우아함을 잃지 않았다.사람은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의논했다.“세상에, 이게 그 벼락부자 민예지 아가씨라고?”“민예지가 입은 치파우는 정말 예쁜데? 몸매도 좋고!”“스타일이 언제 이렇게 좋아졌지?”……민예지는 사람들의 칭찬을 들으며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반응이었다.요 며칠, 그녀는 집에서 매일 자태를 연습했고, 또 오늘 입을 옷과 메이크업을 골랐는데, 그 이유는 바로 모든 사람들에게 그녀가 윤이서보다 더 단정하고 우아하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였다!그녀가 기세등등하게 펜을 들고 손님 명단에 사인하려고 할 때, 뒤에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감탄을 금치 못했다.민예지는 눈살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리더니 그 자리에 멍해졌다.평범하기 그지 없는 차 안에서 한 여자가 내려왔다.여자는 검은색 긴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그녀의 예쁜 어깨 라인을 드러냈다. 허리에는 진주색 허리띠를 맸는데, 가녀린 허리 라인을 그래도 그려냈다. 그리고 아래는 새빨간 하이힐을 신고 가녀린 발목을 드러냈는데, 얼핏 봐도 예쁜 여자였다.그러나 그녀가 몸을 돌리는 순간, 호접골은 마치 나비가 날개를 펴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다.특히 눈앞에 서 있는 사람이 평소 단정하고 우아한 윤이서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사람들은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윤이서의 미모는 누구나 다 알고 있었는데, 다만 뜻밖에도 그녀도 이렇게 섹시할 줄은 몰랐다.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정도로 섹시할 수 있었다니.민예지의 안색은 점차 보기 흉해졌다.민예지는 원래 오늘 우아함으로 윤이서를 깔아뭉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이 여자가 다른 스타일을 선택해, 성숙하고 매혹적인 스타일로 바꿨다니, 더
윤이서는 하은철의 눈빛을 무시하고 미소를 지었다.“도련님은 기억이 정말 좋지 않은 거 같군. 해마다 할아버님은 메인 테이블에 내 자리를 마련해 주셨는데.”도련님이란 호칭은 소리 없이 두 사람의 사이를 멀어지게 했다.하은철은 눈썹을 찌푸렸고, 윤이서의 이 호칭을 매우 싫어한 게 분명했다. 그는 전에 그녀가 자신을 은철이라고 불렀던 걸로 기억하고 있었다.윤수정은 기침을 하더니 즉시 하은철의 시선을 끌었다.“왜, 어디 아파, 내가 먼저 너 병원에 데려다 줄까?”윤수정은 간신히 고개를 저었지만 눈빛에는 교활함이 스치더니 윤이서에게 하은철은 자신을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를 자랑했다.윤이서는 그녀의 이런 수작에 진작에 관심이 없어 가려던 참에 윤수정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오늘은 할아버님의 생신이니 나도 여기에 남고 싶은데. 언니는 날 쫓아내지 않겠지?”윤이서가 고개를 돌려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어르신이 조금의 사정도 봐주지 않고 말했다.“난 너를 청한 적이 없구나.”윤수정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더니 억울해하며 하은철을 바라보았다.하은철은 윤수정을 뒤로 감쌌다.“할아버지, 수정도 호의인데, 어떻게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어요?”윤이서는 이 장면을 보면서 문득 하지환이 처음으로 자신을 그의 뒤에 감쌌던 일을 떠올렸다.그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그녀가 하은철과 결혼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그녀가 죽은 후, 그는 자신의 산소로 찾아올까?“이서야…….”어르신의 목소리는 윤이서를 현실로 잡아당겼다.“할아버님, 왜 그러세요?”어르신이 말했다.“이서야, 저 아이는 네 사촌 여동생이고, 윤 씨 집안 사람이니, 여기에 남길지 쫓아낼지, 할아버지는 너에게 결정을 맡기마.”이 말이 나오자 윤수정과 하은철은 동시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어르신이 이렇게 말한 의도는 매우 분명했다.그것은 바로 모든 사람들에게 윤이서가 하 씨 집안의 여주인이며, 그녀는 다른 사람의 운명을 결정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다.윤이서는 어르
윤수정은 몸을 바르르 떨며 간절한 눈빛으로 하은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눈빛은 할아버지의 차가운 눈빛과 마주쳤다.순간, 마음이 오싹해났다.할아버지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얼굴의 웃음기가 눈에 띄게 살아졌다.“설마 네가 정말 형부를 넘봤단 말이야?”윤수정의 숨결이 순식간에 가빠지며 급히 변명했다.“아닙니다, 할아버지, 그런 마음이 하나도 없습니다…….”“그래? 그럼 맹세해봐.”윤수정은 입술을 꽉 깨물고 뭇사람들을 향해 또박또박 말했다.“네, 저 윤수정은 맹세합니다. 만약 형부랑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저는 반드시 벌을 받아 죽을겁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고개를 들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윤이서를 바라보았다.윤이서는 싱긋 웃었다. 자기를 죽일려는 윤수정의 마음을 알아 챈 윤이서가 어찌 그와 하은철의 결혼을 허락할 수 있겠는가? 만약 결혼을 하더라도 오늘의 맹세로 늘 두려운 마음으로 살아가겠지.“이 맹세의 속박으로 동생은 반드시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겁니다. 오늘 할아버지 생신이잖아요. 몸도 안 좋으신데, 기왕 온 이상, 여기 계세요.”말이 끝나자 윤이서는 고개를 들어 하은철을 바라보았다.“은철 씨, 그 동안 우리 수정이를 돌봐줘서 고마워요. 집안에 남자가 없으니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네요.”한치의 실수가 없는 공식적인 말투였다.사석에서 아무리 옹졸하더라도 사람들은 윤이서의 예의 바른 모습만 기억할 것이다.어르신도 윤이서의 일처리 방식을 칭찬하였다.“이서야, 오늘 할아버지 곁에 앉거라.”“네, 할아버지.”윤이서는 어르신 곁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이를 본 하은철은 분노와 질투 등 복잡한 감정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심란한 그는 윤수정을 직원에게 맡기고 무대 뒤로 향했다.하은철은 집사에게 물었다.“둘째 삼촌은요?” “도련님, 어르신께서 지금 휴계실에서 쉬고 계십니다.”집사가 웃으면서 말했다.“알았어요.”휴계실로 들어가보니 하지환은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화면를 보고 있었다.벽만 한 모니터 위에는 연회장 안의 모습이 보였다.하
“그래?”하은철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생각이 나지 않아 아예 그의 옆에 앉았다.“다른 사람이 맸었나봐요.”그제야 긴장이 풀린 하지환은 무심코 대답했다.“응.”하은철은 맥주 한 모금을 더 마시더니 그제야 진정되었다.“참, 삼촌, 나갈거예요?”하지환은 화면속의 윤이서를 힐끗 보더니 이마에 손을 얹고 긁적이며 말했다.“아니야, 그냥 여기서 보는 게 더 재미있어.”하은철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럼 먼저 나가겠습니다.”윤이서와 한 식탁에서 밥을 먹을 생각에 관자놀이가 아파났다.현재 이 시각, 윤이서는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화기애애한 두 사람을 본 다른 하 씨 가문의 사람은 눈치를 보면서 아첨을 떨었다.“이서 씨, 정말 어르신께 잘 하네요. 평소 어르신은 잘 웃지도 않는데 오늘은 이서 씨가 있어서 얼굴에 꽃이 폈네요.”비록 잘 보일려고 한 말이긴 하지만 이것 또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윤이서는 웃기만 할뿐 뭐라고 대답하지 않았다.이때, 하은철은 이미 연회장에 도착을 했다. 윤이서에 대한 칭찬를 들은 하은철은 문득 둘째 삼촌이 떠올랐다. 윤이서와 몇번밖에 만나 본적 없는 삼촌은 그녀를 너무 보호해 주는 것 같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시선이 윤이서에게 쏠렸다.“은철이가 왔구나. 윤이서 옆에 앉거라.”말을 마치자 둘의 사이가 생각난 하도훈은 말을 바꿀려고 했지만 하은철은 이미 윤이서 옆에 앉아있었다.이것을 본 하도훈과 어르신은 순간 눈을 마주쳤고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요즘 하은철이 윤이서를 싫어하지 않는 것 같았다. 이것도 좋은 징조이다.다른 사람들도 서로 알고 있었지만 말은 하지 않았다.자리에 앉는 하은철은 두통수가 시려났다. 하지만 뒤로 돌아보면 아무도 없었다.윤이서는 옆에 있는 하은철을 무시한 채 어르신에게 물었다.“할아버지, 둘째 삼촌은 언제 오시나요?” 연회가 곧 시작되는데 하지환이 보이지 않자 오늘 밤 또 못 만날까 봐 걱정했다.“둘째 삼촌? 벌써 도착했는데.”하은철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그제야 윤이
미친년!‘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은철이 오빠를 꼬셔? 정말 뻔뻔스럽구나!’하지만 윤이서가 곧 죽는다는 것을 생각하니 윤수정은 점차 평온해졌다.윤이서는 하은철한테서 시선을 거두고 몸을 가볍게 뒤로 젖히며 말했다.“도련님께서 말하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그녀는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분명 아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윤이서의 대수롭지 않은 태도는 하은철을 자극했다. 도대체 왜 자기한테만 차갑게 대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화내려는 순간 민예지가 와인을 들고 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하은철을 보고 미소를 짓더니 바로 윤이서에게 시선을 돌렸다. 입구에서 윤이서에게 기회를 뺏긴 것에 복수를 하고 싶었다. 윤이서가 준비한 선물이 고작 2억 정도 되는 서예라는 것을 알고 비웃으려고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시선이 느껴 진 윤이서는 너무 불편해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민예지는 술잔을 들고 어르신에게 인사를 했다.“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립니다. 아버지를 대신해 인사드리겠습니다. 만수무강 하십시오.”어르신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한다.“그래, 고마워.”민예지는 입술을 오므작거리고 다시 윤이서에게 시선을 돌렸다.“할아버지께서 최근 골동품에 뺘졌다고 들었어요.”“맞아, 늙으니까 좋아하는 것들을 찾게 되더라.”“그럼 제가 드리는 선물이 마음에 들거예요.”“그래? 어떤 선물인데?”민예지는 직원을 시켜 선물을 가져오라고 했다. 어른신이 정교한 상자를 열어보니 그 안에는 에메랄드로 만들어진 작은 코담배통이 들어있었다. 또한 좋은 뜻을 가진 물건이기도 하다.어르신은 선물을 손에 들고 이러저리 감상을 하고 있었다. “이것은 건륭시기의 코담배통입니다. 이것을 찾기 위해 온데간데 돌아다녀 가까스로 찾았습니다.”“참 고맙네, 이게 비쌀 건데.”민예지는 웃으며 윤이서를 바라보았다.“아주 싸요. 겨우 100억 정도밖에 안됩니다.”100억이라, 너무 비쌌다. 그러나 어르신한테 잘 보여서 하지환와 결혼하게 된다면 이 돈은 아무것도 아니였다.가장
“그럼 가져와 봐.”민예지는 직원들에게 지시했다.하지만 직원들은 감히 움직이지 못하고 어르신을 쳐다보았다.“가져와, 나도 이서가 준비한 선물을 보고싶어.”직원들은 그제서야 가지러 갔고, 곧 두루마리를 들고 돌아왔다. 펼쳐보니 조지겸의 서예작품이 였다.이 사람은 업계에서 별로 유명하지 않다. 민예지가 홧김에 조지겸의 작품을 사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람을 전혀 몰랐을 것이다.이것을 본 민예지는 순간 비꼬는 듯 입꼬리를 굽혔다.“윤이서, 이것이 바로 네가 준비한 선물이야? 이런 서예가 할아버지의 신분에 어울린다고 생각해? 그 동안 할아버지가 너를 얼마나 이뻐해 줬는데.”다른 사람들도 소곤대기 시작했다.“할아버지가 괜히 예뻐해줬네, 유명하지고 않는 작품을 선물해주다니.”“그러니 도련님이 널 안좋아하지, 말만 잘해서 뭐해, 일을 이 따위로 하는데.”“…….”평소라면 하은철은 분명 기뻐하겠지만 오늘은 왠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괴로웠다.그는 윤이서를 바라보았다.윤이서는 차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예 앞으로 다가왔다.“몇 억짜리 선물은 분명 할아버지의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이건 저의 전재산이에요.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웅장한 글씨체를 좋아하신다는 것을 알고 특별히 도서관에 가서 모든 서예가의 작품을 찾아보니 조지겸이 가장 어울렸습니다.”“조지겸은 비록 유명하지 않지만 그의 작품은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글씨체이기에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민예지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윤이서를 힐끗 쳐다보며 말을 하려는 순간 어르신이 떨며 다가가는 것을 보았다.“조지겸, 정말 그의 작품이란 말인가!”세월에 날이 간 거친 손은 서예 위로 향했다가 멈췄다. 어르신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이 모습에 다들 놀라 있었다. 필경 어르신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 였기때문이다.하도훈은 얼른 앞으로 나아가 어르신을 부축였다:“아버지, 괜찮으세요?”어르신은 눈을 감으며 손을 흔들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마음을 가라앉혔는지 입을 열었다.“50여년전,
집사는 소리없이 윤이서에게 다가가더니 어르신에게 물었다.“어르신, 이런 귀중한 관요는 바로 댁으로 운송하시죠?”어르신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지시했다. “그래, 지금 당장 사람을 불러 이것을 집으로 가져가게.”어른신이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아 그제야 한숨을 돌리게 된 윤이서는 감격스럽게 집사를 바라보았다. 집사는 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연회장을 나갔다.다른 사람들도 분분히 잔을 들고 어르신에게 축하하러 왔다.“어르신, 이렇게 귀중한 선물을 받은 것을 축하합니다. 정말 기쁘고 축하할 만한 일입니다.”“이서 씨는 정말 효심이 크네요.”“그래그래,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어르신한테 이처럼 지극정성이니, 어르신은 정말 복이 많으십니다.”“…….”여러 사람들의 칭찬에 어르신은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민예지는 이미 술을 권하러 온 사람들에 의해 구석진 곳으로 밀려났다. 사람들이 윤이서 곁에 모여 그녀를 칭찬하는 모습을 보고 민예지는 화가 치밀었가.지금 당장이라도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외모와 자질이 그녀보다 못라다 해도 돈에서 밀리는 것은 너무 화가 났다.민예지는 조심스럽게 이송되는 관요를 보더니 갑자기 눈빛이 더욱 음험해졌다.‘아니야! 윤이서가 무슨 수로 이렇게 귀한 관요를 살 수 있단 말인가? 분명 문데가 있을 것이다.’……술을 권하던 사람들이 모두 흩어지자 윤이서는 그제야 숨을 돌릴 수가 있었다. 그녀는 다들 주의하지 않은 틈을 타서 연회장을 빠져나왔다.마침 홀 밖에 대기중인 집사를 만났다.“주 집사님.”집사의 성은 주 씨이고 할아버지 옆에서 일한 지가 거의 50여년이 더 되었다.“네, 아가씨.”“그 송대 관요 말인데요…….”주집사는 윤이서의 마음을 읽기라도 하듯이 웃으며 대답한다.“어르신께서 이렇게 하라고 하셨습니다.”“둘째 삼촌이요?”윤이서의 심금은 가볍게 울리기 시작했다.“네.”“지금 어디에 있어요?”“지금 휴게실에 있습니다. 만나시겠습니까?”“저를 도와주셨는데, 직접 가서 인사라도 하고 싶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