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이서는 멈칫했다.“내가 넥타이를 샀다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하지환은 쇼핑 가방을 보며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알아맞힌 건데, 왜요? 아까워요?”“아니요, 단지 이 넥타이는 당신이 나에게 금 팔찌를 사줘서, 감사를 표시하기 산 건데, 지금 또 나에게 서예 작품을 줬으니 난…… 난 정말 어떻게 당신에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하지환은 간신히 침을 삼켰고, 긴장하던 기분도 풀어졌다.“그럼 넥타이 매줘요.”“네, 네?!”윤이서의 귓가는 살며시 빨개졌다.그녀는 아직 그 어떤 남자에게 넥타이를 매준 적이 없었다.이것은 너무 친밀하기 때문에, 오직 사랑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었다.그러나 하지환이 이런 요구를 하다니…….“다음 달에 우리 아버지를 뵈러 가야 해요. 우리 사이는 아직 좀 서툴러서 첫눈에 반한 신혼부부 같지 않으니까, 정말 감사하고 싶으면 아내라는 역할에 미리 적응해요 가족들로 하여금 우리의 관계를 의심하지 않도록 하고, 불필요한 문제를 피하자고요.”하지환의 눈빛은 담담했다.윤이서는 서운함에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또 하지환이…….그녀가 착각했던 것이다.윤이서는 다시 고개를 들어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넥타이를 매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괜찮아요.” 하지환은 양복을 벗고 안에 있는 흰 셔츠를 드러냈다.탄탄하고 힘있는 가슴 근육은 옷 밑에 숨어 불룩했고, 윤이서는 약간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자신의 가슴을 달래며 넥타이를 꺼낸 다음 하지환의 앞으로 다가갔다. 두 사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그녀의 심장 소리는 점점 커졌고, 쿵쿵거리는 것이 마치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숨을 들이마시고 까치발을 했다.하지환은 키가 너무 커서 1미터 65센티미터하는 윤이서는 그의 앞에 있으면 마치 토끼처럼 아담했다.그녀가 애쓰는 모습을 보고 하지환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이렇게 하면 좀 낫지 않을까요?”갑자기 거리를 좁히자 남자의 몸에 강한 호르몬 기운이 덮치더니 윤이서는 손을 떨
윤이서가 눈을 슬쩍 떠보니 하지환이 웃는 듯 마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왜 그래요?”윤이서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근데 방금 눈을 감고 있었는데…….”“나…… 나는 단지 내가 맨 넥타이가 너무 보기 싫어서 눈을 감은 거뿐이에요.”윤이서는 아무 핑계를 대며 제자리에서 몇 바퀴 돌고서야 마침내 서예를 떠올렸다.“참, 나 이 그림 잘 간직해야 하는데. 나…… 나는 먼저 방으로 돌아갈게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도망치듯 자기 방으로 돌아와 문을 쾅 닫았다.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하지환의 눈에는 웃음기가 사라지더니 눈빛은 차가웠다.그는 하마터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뻔했다…….그는 여태껏 그 어떤 여자에게도 자제력을 잃은 적이 없었다.아마 이상언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는 확실히 윤이서를 좋아하고 있었다.하지만 절대 사랑은 아니었다!……윤이서는 방에 들어가 자신을 이불 속으로 숨겼다. 마치 이렇게 하면 쿵쾅쿵쾅 뛰는 심장은 그녀의 마음을 들키게 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방금 전의 상황을 생각해서 땅구멍을 파고 들어가고 싶었다.‘방금 도대체 왜 그랬어!?’마치 매혹된 것처럼?그래!매혹!하지환이 너무 잘생겨서 그녀가 설렜던 것이다!절대 그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다, 절대로!바로 이때, 핸드폰이 울리더니 윤이서를 깜짝 놀라게 했다.임하나가 걸어온 것을 보자 윤이서는 얼른 받았다.“깜짝이야, 넌 왜 지금 나한테 전화를 하는 거야?”임하나는 예민하게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어? 이서야, 난 왜 지금 너에게 전화를 할 수 없는 거지, 설마…… 설마 너 지금 무슨 나쁜 일하고 있는 거야?”윤이서는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머릿속에는 하지환이 그녀의 손을 잡고 넥타이를 맨 장면이 스쳐 지나갔고, 얼굴은 뜨거웠다.“아, 아니야…….”“어머, 이 말투는 듣기만 해도 찔린 거 같은데.”“헛소리 하면, 때린다?” 윤이서는 머리를 이불에 숨겼다.“무슨 일
둘째 작은아버지에 대해 윤이서는 소문을 많이 들었지만 본 적이 없었고, 그들도 모르는 사이인데, 왜 그녀를 위해 일부러 미디어에게 전화를 했을까?윤이서는 얼른 물었다.“그럼 둘째 작은아버지께서 이유를 말하셨나요?“아니요.”윤이서는 약간 실망했다.“알았어요, 고마워요.”전화를 끊고 윤이서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에서 하은철 둘째 작은아버지의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그의 둘째 작은아버지은 줄곧 외국에 있어 정보가 매우 적었으며, 심지어 그의 성함이 무엇인지도 찾을 수 없었다.윤이서는 초조하게 긴 머리를 정리하다가 문득 그날 기자가 들어왔을 때 외친 말이 생각났다.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도 경매장에 있다던데…….설마 그날 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도 민예지가 그녀를 괴롭히는 것을 보고 집안 망신이라 생각해서 특별히 당부한 것일까?윤이서는 은근히 아픈 관자놀이를 눌렀다.알아맞힐 수 없는 이상, 왜 그에게 직접 물어보지 않는 것일까?윤이서는 휴대전화를 꺼내 어르신에게 전화를 했다.“할아버님.”“이서야.” 어르신의 기분은 아주 좋은 것 같았다.“너 드디어 이 할아버지가 생각이 난 모양이구나.”“죄송해요.”“하하하, 참 솔직하구나. 그래, 이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로 전화한 게야. 아이고, 내가 지려는 건가…….”마지막 한마디는 어르신이 스스로 중얼거리고 있었기에 윤이서는 똑똑히 듣지 못했다.“할아버님, 뭐라고요?”“하하.” 어르신은 바둑을 내려놓았다.“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은철이 작은아버지랑 바둑을 두고 있는데, 이 녀석은 너무 대단해서 내가 겨우 몇 걸음밖에 못 갔는데 진 거야.”윤이서는 멍해졌다.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가 지금 바로 어르신의 곁에 있었다!“그래요? 둘째 작은아버지가 비즈니스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바둑도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네요. 할아버님, 언제 작은아버지를 소개해 주실 건가요.”어르신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이서야, 넌 네 둘째 작은아버지가 그렇게 보고 싶은 게야? 그래, 내가 한 번 물
하, 하지환?!“당신이 어쩐 일이에요?!”하지환은 담담한 표정으로 맞은편 방을 가리켰다.“맞은편의 방에서 회사일로 약속을 잡았지만 상대방이 일이 있어서 올 수 없다네요. 난 이서 씨가 막 들어왔을 때 바로 발견했는데, 지금 가려고 해서 이렇게 찾아왔어요.”윤이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하지환이 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인 줄 알았다!깜짝이야!그녀가 놀라움을 채 가시기도 전에 책상 위에 놓인 핸드폰이 울렸다.윤이서는 거의 날아가서 받았다.“이서야.” 어르신의 목소리였다.“방금 네 둘째 작은아버지가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갑자기 일이 있어서 못 간다고 하는구나. 너에게 미안하다며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그가 너에게 사과하는 셈으로 한턱 낸다 했어.”윤이서는 문밖의 하지환을 힐끗 바라보며 눈빛이 어두웠다. 그녀는 휴대전화를 꼭 쥐고 억지로 웃었다.“괜찮아요, 할아버님 고마워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서운함에 전화를 끊었다.“당신도 바람맞은 거예요?”윤이서가 풀이 죽어 있는 것을 보고 하지환은 가슴이 답답했다.“네.” 윤이서는 흥이 깨졌고 하룻밤의 기대는 허사가 되었다.“우리는 정말 동병상련이네요.”하지환은 한 걸음 더 다가갔다.“당신은…… 그 사람을 엄청 만나고 싶나봐요?”하은철의 둘째 작은아버지를 언급하자 윤이서의 얼굴에는 미소가 나타났다.“그는 내가 본 사람들 중에, 아니다, 난 전혀 본 적이 없는데. 아무튼 그는 내가 아는 사람들 중 가장 똑똑한 사람이에요.”그녀의 기대하는 눈빛을 보고 하지환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윤이서는 하지환을 바라보았다.하지환은 입술을 가리고 기침을 했다.“내 말은, 두 눈으로 봐야 사실이란 말이에요.”“그건 그렇죠, 하지만 그는 확실히 대단해요.”윤이서는 웃었다.하은철 둘째 작은아버지가 회사를 물려받은 뒤, 불과 1년 만에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큰 그룹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니, 그가 만약 천재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해
윤이서는 다 하지 못한 손톱조차 신경 쓰지 못하고 임하나와 인사하고는 바로 떠났다.임하나가 쫓아 나갔을 때, 윤이서는 이미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윤이서는 속이 타서 바로 집으로 달려갔지만, 온 가족이 거실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는데, 큰일이 생긴 것 같지 않았다.“큰일 났다면서요?”“네가 돌아오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생기겠지.”성지영이 고개를 들다.윤이서는 그제야 그녀의 앞에 병이 하나 놓인 것을 발견했는데 병은 새까매서 안에 무엇이 있는지 볼 수 없었다.“이건 농약이야.”성지영은 마치 윤이서의 생각을 간파한 듯 직접 말했다.윤이서는 깜짝 놀랐다.“뭐라고요?성지영은 병을 들고 비틀거리며 윤이서의 앞에 가서 무릎을 꿇었다.윤이서는 깜짝 놀라 얼른 뒤로 물러섰다.“엄마,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이서야, 엄마가 이렇게 빌게, 이혼하러 가자, 응?”“엄마, 나 이혼하지 않겠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지금 회사 장부에 돈이 있잖아요, 이 돈만 있으면…….”“이서야!” 성지영은 그녀의 말을 끊었다.“너는 왜 이렇게 단순한 거야, 이 100억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거 같아? 회사는 돈을 삼키는 것이야. 네가 하은철에게 시집가야 회사를 살릴 수 있어!”윤이서는 의혹에 빠졌다.“밑진 장사를 하고 이상, 왜 계속 열어야 하는 거죠?”성지영은 애틋하게 윤이서를 바라보았다.“이서야, 너 왜 이렇게 멍청한 거야. 회사가 아직 있어야, 우리도 다시 일어설 기회가 있는 거야. 만약 MS 그룹이란 몇 글자도 없어진다면, 우리는 어떻게 윤 씨 집안을 정상으로 돌아가게 할 수 있겠어.”“하지만 하 씨 집안 도움을 받아도 적당한 경영 방향과 전략이 없으면, 그들이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다 잃게 될 거예요!”“됐어!” 윤재하는 갑자기 일어나서 큰 소리로 외쳤다.“이서야, 며칠이 지나면 네 할아버님의 생신이잖아. 나는 네가 그때 사람들 앞에서 너와 은철의 혼사를 공개하기를 바래!”“아빠, 왜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할아버님
윤이서는 마치 혼을 빼앗긴 듯 목적 없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그동안 부모님은 자신을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했고, 그녀는 매 번 뼈를 찌르는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그러나 이번에 윤이서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심지어 약간 무감각해졌다.마치…… 지금의 그들이야말로 그들의 진정한 모습인 것처럼.이전의 사랑은 단지 그녀가 미래의 하 씨 집안 아씨이기 때문이며, 떠받들어주고 예뻐해 주는 것은 모두 하 씨 집안 때문이었지, 혈연이 있는 가족 때문이 아니었다.“어?” 이상언은 갑자기 뒷좌석에서 눈을 붙이고 있는 하지환에게 말했다.“저거 네 아내 아니야?”하지환은 바로 눈을 뜨고 창밖을 내다보았다.창밖에는 넋을 잃은 소녀가 쓸쓸히 걷고 있었는데, 불쌍하면서도 무기력해 보였다.“차 세워.”이상언은 입을 오므리고 몰래 웃으며 차를 세웠다.“이봐요, 윤이서 씨!”윤이서는 고개를 들지 뒷좌석에 앉아 있는 하지환을 보았는데, 차가운 몸은 마치 햇빛에 닿은 듯 사지에 점점 감각이 생겼다.하지환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물어보고 나서야 그는 윤이서 부모님이 이 근처의 별장 구역에 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또 그녀의 얼굴이 창백하고 입술에 핏기가 전혀 없는 것을 보고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무슨 일이에요?”말하면서 하지환은 윤이서의 손을 잡고 윤재하 부부를 찾아가려 했다.윤이서는 길을 잃은 아이처럼 그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추워요.”하지환은 그제야 윤이서의 손이 얼음장처럼 차갑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그녀의 손을 자신의 손바닥에 놓고 비볐다.“차에 타요, 차 안은 따뜻하니까요.”윤이서는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지환 씨, 나…… 나 이제 집이 없어요.”눈물은 차가웠지만, 하지환의 손등에 떨어졌을 때, 무척 뜨거웠다.하지환은 마음이 아팠다. 그는 바로 사람을 품에 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했다.“내가 있는 한, 당신은 영원히 집이 있을 거예요.”윤이서는 눈을 들었고, 작은 얼굴은 눈물투성
윤이서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웃었다.“이 선생님은 지환 씨와 금방 알게 된 사이 아니죠?”하지환과 이상언은 모두 할말을 잃었다한참이 지나서야 이상언은 다시 입을 열었다.“내 말은…… 남자에게 있어서 한 여자와 가정을 꾸리고 싶다고 말하는 것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거예요…….”“닥쳐!” 하지환은 차가운 얼굴로 경고했다.이상언은 겸연쩍게 입을 다물었다.“그를 상대하지 마요, 이 사람은 허튼소리 하길 좋아하니까요.”윤이서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이 선생님은 입담이 좋네요. 하지만 내가 보기에 당신들은 방금 알게 된 것 같지는 않고, 오히려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것 같아요.”이상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단순해 보이는 윤이서가 이렇게 예민할 줄이야.가는 길 내내, 이상언은 더 이상 허튼소리를 하지 못했다.다행히 그들은 곧 목적지에 도착했다.세 사람이 차에서 내리자 중개인은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고객을 보고 중개인은 열정적으로 걸어왔다.“세 분 저 따라오세요.”세 사람은 중개인을 따라 별장으로 들어갔다.이것은 3층 높이의 별장이었고, 심지어 윤 씨 별장보다 더 크며, 지붕에는 뜻밖에도 야외 수영장이 하나 더 있었다.윤이서는 하지환의 옷을 잡아당기며 중개인이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우리 그만 가요.”“그래요.” 그는 시원시원하게 대답해서 오히려 윤이서를 당황하게 했다.“이유 안 물어봐요?”“오기 전에 난 여기가 이서 씨 부모님이 지내고 있는 곳이라는 것을 깜빡 했어요.”그는 애초에 자료를 받았을 때, 단지 별장 이름이 아주 익숙하다고 생각했다.“다음에는 꼭 잊지 않을 거예요.”윤이서는 멍해졌다.“당…… 당신은 우리 부모님이 이 근처에 계셔서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거예요?”하지환은 낮은 소리로 응답했다.윤이서는 마음이 따뜻해졌다.‘남에게 관심을 받는 느낌은 이런 것이었구나.’“당연히 아니죠?”이 집은 하지환이 사려고 했던 것인데, 그가 어딜 사고 싶든 그의 마음이었다.“이 집은
윤이서는 하지환을 밀어내며 고개를 들어 그를 등지고 서 있었다.“나에게 이렇게 잘해 주지 마요.”그녀는…… 이 차가운 세상에 대한 미련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하지환은 실눈을 뜨고 윤이서의 어깨를 잡았다.“당신 오늘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었어요?”오늘의 윤이서는 매우 이상했다.윤이서는 고개를 한쪽으로 치우쳐 눈가에 닿은 눈물을 억지로 거두고 입술을 깨물었다.“우리는 이혼할 거잖아요. 나는 이혼할 때 너무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요.”그녀가 하은철과 결혼을 발표할 날이 바로 하지환과 이혼한 날일 것이다.그때가 되면 하지환은 그 립스틱의 주인을 찾아갈 수 있고, 그녀도 걱정 없이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었다.결국 이 세상에서 아무도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하지환은 미간을 찌푸리며 가슴은 답답했다.그리고 눈빛은 뚫어져라 윤이서를 쳐다보며 마치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보려는 것 같았다.이상언도 이쪽에 주의를 돌리며 걸어왔다.“두 사람은 여기서 무슨 얘기를 하고…….”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지환은 그를 차갑게 흘겨보더니 성큼성큼 별장을 떠났다.이상언은 멍해졌다.왜 이래?왜 그에게 화를 내는 거지?윤이서는 억지로 웃었다.“난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요.”말을 끝내고 그녀는 뒷문으로 갔다.이상언은 이 상황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먼저 하지환을 찾아갔다.문을 나서자 그는 하지환이 뒷좌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을 보았고, 아득한 연기는 깊고 선명한 이목구비를 몽롱하게 만들었다.이상언이 다가와서 물었다.“싸웠어?”“아니.” 하지환은 목소리가 답답했다.‘이야, 불쾌하다는 것을 아예 드러내고 있는데 싸우지 않았다니.’“너 해서는 안 될 말한 거 아니냐, 내가 너에게 말하는데, 여자는 달래야 해. 달래면 괜찮아질 거야.”하지환은 실눈을 뜨고 이상언을 흘겨보았다.“왜 달래야 하는 거지?”이상언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너 참 잘났다!”‘앞으로 이서 씨 쫓아다닐 때도 이렇게 잘났으면 좋겠네...’하지환은 초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