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장 밖으로 나간 내 물고기

어장 밖으로 나간 내 물고기

By:  차정민  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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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소이는 3년이라는 결혼 기간 동안 고태하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갖은 오해와 갈등에 지쳐가던 그녀는 과감하게 이혼을 택하고 추씨 가문의 큰 아가씨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아양을 부렸고, “귀여운 우리 딸, 언제쯤 아빠의 억만 가산을 물려받을 생각이야?” 어머니는 만개한 꽃처럼 활짝 웃으며 말했다. “엄마랑 보석 디자인을 배워보는 건 어때? 엄마가 장담하는데, 우리 딸은 아주 유명해질 거야!” 할머니는 다소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 “안 돼! 소이는 반드시 의학을 배워야 해. 천부적인 의학적 능력을 이대로 낭비하기는 너무 아까우니까!” “할아버지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추소이가 물었다. “그냥 각종 꽃차나 마시면서 할아버지의 노년을 함께 보내주는 건 어떻겠니?” 할아버지는 득의양양했다. 추소이는 현재가 그녀 인생의 정점이라고 생각했다. 이혼을 무르자며 끈질기게 달라붙는 전남편을 마주하기 전까지는... “소이야, 처절하게 후회하고 있어.” 술에 취한 고태하가 눈시울을 붉히며 그녀를 끌어안았다. “다시 남편이라고 불러주면 안 될까...?” 추소이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고태하 씨, 체면 좀 차리세요.” “와이프도 없는데 체면이 뭐가 중요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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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 화
“추소이, 내가 너를 사랑할 거라고 착각하지 마!” 한 남자가 추소이를 소파로 밀어 목을 조르며 혐오스럽다는 얼굴로 욕설을 퍼부었다.“내 인내심도 이젠 한계야. 분명히 경고하는데, 앞으로는 행동거지 하나하나 똑바로 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 두 사람, 반년 후에는 이혼할 거니까!” “내가 민 거 아니에요... 인아가 혼자 수영장에 빠진 거라고요!”추소이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그녀의 온몸은 물에 흠뻑 젖어 있었는데, 힘이 빠진 가녀린 몸은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물에 빠진 공포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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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2 화
“아빠, 제가 영원히 태하 씨의 마음을 가질 수 없을 거라는 아빠의 말씀이 맞았어요. 그동안 억지 부려서 정말 죄송해요, 곧 집으로 돌아갈게요.”텅 빈 거실에 소이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추씨 가문은 L시를 대표하는 의학 가문이자 재벌이었다. 소이의 할아버지는 비즈니스에 종사했으며, 할머니는 유명한 흉부외과 교수였다. 두 사람은 ‘좋은 인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었다. 소이의 할머니는 줄곧 소이를 설득해 왔었다.“소이야, 넌 타고난 천재야. 이 할미처럼 의학계에 몸담을 운명이란 말이지.”“할아버지와 할머니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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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 화
믿을 수 없었던 태하는 소이가 있을 법한 곳을 모두 훑어보았다. 정원, 서재, 상영실 등... 하지만 별장에서는 소이의 그림자는커녕 그녀의 물건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서재의 책꽂이에 있던 소이가 자주 보는 의학책마저도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그는 원래 이 별장에 거의 오는 법이 없었는데, 소이가 떠난 지금, 이 별장은 마치 사람이 살지 않았던 것처럼 한기가 흐르는 듯했다.무거운 발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간 태하는 그제야 소파 뒤의 벽이 텅 비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망가진 채 쓰레기통에 처박혀버린 그림을 본 그는 숨이 멎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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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4 화
소이는 자신을 끌고 앞으로 나아가는 태하를 보면서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그 해에도 태하는 소이의 손을 잡은 채 그 사람들의 추격을 피했었다. ‘만약 그때 고태하가 나한테 조금이라도 덜 다정했더라면, 이렇게 깊은 사랑에 빠지지는 않았을 거야. 가족과의 연을 끊고 그에게 시집가는 일은 더욱이 없었을 거라고!’‘그나저나, 고태하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그리고 지금은 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설마...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긴 내 모습에 질투심이라도 느낀 건가?’ 그러나 소이는 이내 이 생각을 고이 접었다. ‘아니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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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5 화
밤, 성륜호텔 33층.연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성륜호텔 33층의 창문 밖으로는 번화한 Y시의 야경이 훤히 펼쳐져 있었다. 은은한 피아노곡이 울려 퍼지자, 나른한 표정으로 바에 기대어 앉은 소이는 손에 든 와인잔을 흔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장내의 남자들은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고 있었으나, 말을 걸 엄두는 내지 못하는 듯했다. 소이는 밑단이 트인 검은색 탱크톱의 긴 드레스를 입은 채 아름답고 새하얀 다리를 드러내고 있었다. 하늘하늘한 긴 드레스는 그녀의 몸매를 더욱 완벽하게 돋보이게 했으며, 허리까지 늘어뜨린 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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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6 화
홀이 소란스러워지자, 사람들이 분분히 술잔을 내려놓고 걸음을 옮겼다. “119는 불렀어요?”“119는 언제 도착한대요? 이대로 정말 큰 일이라도 생긴다면, 한 회장님의 가족분들이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으실 거라고요!”소이가 고개를 들어 보니, 50여 살쯤 되어 보이는 한 중년의 남성이 창백한 얼굴로 바닥에 누워 있었다. 소이가 시계를 힐끗 바라보았다.‘여기서 병원까지는 차로 15분 거리야. 지금 시간대라면 차도 엄청나게 막힐 거라고.’ ‘구급차가 오기를 기다렸다가는 손쓸 수 없게 될 거야.’ 호텔에는 좀처럼 상황을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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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7 화
그녀는 바로 소이였다.소이와 부딪힌 인아가 땅에 널브러지자, 태하가 즉시 앞으로 나아가 그녀를 붙잡았다. 무릎을 꿇은 소이는 가늘고 아름다운 손가락으로 한민종의 넥타이를 빠르게 풀어 한쪽으로 던졌다. 태하를 힐끗 바라본 인아가 소이를 향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소이야,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정말 네가 해결할 수 있다는 거야?”이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도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유인아 씨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추소이 씨 혼자 해결한다는 거예요?”“이렇게 많은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체통을 중요시하는 한 회장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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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8 화
초조함을 느낀 남자가 얼른 말했다.“농, 농담이었는데... 진심인 줄 아셨어요?”“그럼요, 농담이라니... 그쪽이 저랑 농담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인가요?”소이가 술잔을 들고 술을 한 모금 마셨다. 태하의 보호를 받는 인아의 모습을 떠올린 그녀는 전혀 즐겁지 않았으며, 오히려 분노가 들끓는 듯했다. ‘대체 내가 유인아보다 못한 점이 뭐야?’‘고태하는 왜 평생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거냐고!’ “추소이 씨, 마음을 그렇게 좁게 쓰니까 고 대표님의 사랑을 얻지 못하는 겁니다!”그 남자가 강하게 소리쳤다.“뭐라고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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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9 화
‘뭐, 뭐라고?’마음이 차갑게 식은 소이의 눈동자가 움츠러들었다.‘방금 그 말이... 정말 고태하의 입에서 나온 말이야?’소이는 믿을 수 없는 듯했다.‘지금까지는 나와의 결혼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잖아?’소이의 눈동자가 비친 충격을 본 태하는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우리가 부부라고 밝혔을 뿐인데, 왜 저렇게 놀라는 거야?’손가락으로 두 사람을 가리키는 존은 온 얼굴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두 분... 부부세요?”소이는 즉시 존을 바라보았는데, 미안함이 역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난... 존을 속였어.’두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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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0 화
태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소이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심현숙과 소이는 사이가 아주 좋았는데, 특히 심현숙은 소이를 친손녀처럼 아꼈다. 심지어 심현숙은 소이와 태하에게 갈등이 있을 때마다 소이를 지지했으며, 몇 번이나 태하의 회사로 달려가 매섭게 그를 나무라곤 했었다.‘그런 할머니의 생신 잔치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거야? 말도 안 돼!’ “추소이, 네가 인아를 수영장에 빠뜨린 건 이미 지난 일이잖아.” 그가 약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말투를 누그러뜨렸다.“지난 일이요? 결국 내가 민 게 맞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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