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34화 도무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사실 운경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오빠와 올케가 같은 날 사고로 사망한 후, 그저 남은 가족들이라도 오순도순 함께할 수 있기만 늘 바랬다.

지나간 과거를 붙잡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재는 잡을 수 있는 것이니까.

지금 이 순간 눈앞의 이 장면이 운경의 마음 밑바닥에 잠자고 있던 감정을 건드렸다. 결국 참지 못한 그녀의 뺨 위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앞으로 걸어간 그녀는 안금여와 무진을 끌어안았다. 성연을 가운데 둔 채로.

온 가족이 함께 부둥켜안았다.

옆으로 다가간 승호가 운경의 어깨를 톡톡 가볍게 두드렸다.

운경은 때로 감정에 잘 치우는 사람이었다. 결점도 감싸 안을 만큼 오직 신경 쓰는 이는 가족들뿐이었다.

성연이 준비한 생일이 운경의 마음을 건드렸다.

눈물을 그치지 않는 운경을 보며 안금여 또한 마음이 아렸지만 부러 여상한 말투로 핀잔을 주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울고 있으면 어떡하니? 어린 조카들 앞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말이야.”

안금여에게 핀잔에도 아무런 대꾸 없이 운경은 안금여의 품에 안겼다.

기대어 오는 운경의 표정을 보며 안금여도 울컥하는 표정으로 운경의 어깨를 살살 어루만졌다.

어렸을 때는 집 안에서 오냐오냐 떠받들어지며 응석받이로 자란 운경이다.

세상 물정 모르고 좋아하는 것들만 해도 집에서 절대 강요하지 않았다.

위로 오빠가 버티고 있었기에 운경이 걱정할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이후 오빠네 부부, 즉 무진의 부모가 사망하고 이어서 아버지 강상중이 세상을 떠났다.

무진만 의지할 기둥을 잃은 것이 아니라, 운경도 마음의 기둥을 잃었다.

그 동안 강씨 집안과 그룹을 지키느라 안금여는 발이 땅에 닿지 않을 정도로 바빴다.

나약하다고 생각해서 늘 마음이 놓이지 않던 운경이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은 후, 운경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한순간에 훌쩍 자란 듯했다.

알아서 먼저 무진을 보살폈고, 무진이 정서적으로 안정을 찾은 후에는 알아서 회사 경영을 돕기 시작했다.

한창 사랑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불의의 사고로 인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