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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당신을 치료해줄 수 있어요

작가: 노끼
“이제부터 내가 잠잘 수 있도록 해줄 테니, 머리 좀 가까이해 봐요.”

성연이 소파에서 내려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진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말을 아주 잘 들었다.

성연은 웃음이 터졌다.

“정말 날 믿는 거예요?”

“잠이 오든 안 오든 지금 나한테는 똑같아. 가만히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느니,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낫지 않겠어?”

강무진이 무심한 듯 말했다.

그가 정말 편하게 잠들 수 있을지 어쩔지는 성연에게 달렸다.

무진을 잠들게 했던 향낭이 그녀의 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에게 충분히 능력이 있음이 입증된 터였다.

성연이 진지하게 말했다.

“당신이 나를 믿는다니, 당신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지요.”

그녀는 환자가 자신을 믿어주니 뿌듯했다.

성연은 정신을 가다듬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기다란 손끝을 두 번 매만진 다음 무진의 관자놀이와 뒤통수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특이한 방법은 그녀 스스로 고안한 것이다. 효과가 탁월해서 장기간 불면증에 시달리는 강무진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다.

강무진의 코끝에 익숙한 약재 향이 감돌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부드럽고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이 거꾸로 비쳤다.

그는 얼굴 주위를 오가는 부드러운 손가락의 움직임을 느꼈다.

무진의 신경이 점차 느슨해지면서 눈꺼풀이 축 처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감고 깊이 잠들었다.

방 안이 고요 속에 잠겼다.

성연은 시큰시큰한 손을 흔들며 강무진의 머리를 가볍게 들어 베개 위로 옮겼다.

그리고는 그의 손에서 향낭을 빼냈다.

순간 그녀의 손가락이 강무진의 경맥에 닿았다.

손 밑의 움직임을 느끼던 성연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다시 손가락을 뻗어 경맥에 놓고 자세히 관찰했다.

손 밑의 경맥은 규칙적으로 뛰긴 했지만 무척 약했다.

경맥이 약해진 원인은 한두 개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장기간의 불면증과 정서적 문제, 그리고 오래 복용한 약이 원인일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는 그였지만, 그 속은 텅 빈 것처럼 허약했다.

이대로 가면 점점 더 몸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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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날 찾아서 뭘 하겠다는 거야? 조건이 있으면 그냥 말해.” 두려움을 떨치고 정신을 차린 성연은 자신도 모르게 분노가 치솟았다.분노한 성연이 소리치자 예민주가 냉소를 터뜨렸다.“마주 보고 있어야 얘기하기도 편해요. 앉아요!”예민주는 여전히 얼버무리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치 모든 건 자신의 수중에 있다는 듯이.성연은 거실로 돌아와서 예민주의 앞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수잔이 성연에게 정중한 태도로 물었다.“송성연 씨, 홍차를 원하십니까? 아니면 커피를 원하십니까?”성연은 정말 깜짝 놀랐다. 겉으로는 전혀 무해해 보이는 이 여자가, 불과 몇 초 전에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었기에!‘어떻게 감정을 이렇게 신기하게 바꿀 수 있지?’‘이 성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정신이 좀 이상한 것 같아.’예민주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송성연 씨에게는 홍차를 한 잔 주세요. 임산부라서 커피를 마시는 건 적합하지 않아요!”‘헐!’성연은 정말 멍해졌다.“날 조사한 거야?”“언니가 내 선배인데 당연히 언니의 일에 더 신경을 써야지요.” 예민주의 눈빛은 정말 사람을 몹시 불편하게 했다.‘내가 임신한 사실은 지금까지 무진 씨하고 서한기만 알고 있어. 할머니와 고모에게도 아직까지 알리지 않았는데, 아득히 멀리 있는 예민주가 알고 있다니!’자신의 비밀을 예민주가 훤히 알고 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알게 되자, 성연은 완전히 충격에 휩싸였다.“됐어요! 언니 표정이 이렇게 다채로운 걸 보니 내 목적도 달성한 모양이군요. 이제 빙빙 돌려서 말하지 않겠어요!”갑자기 미소를 거둔 예민주의 단호한 눈빛에는 냉혹함까지 엿보였다.“그래! 나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도대체 어쩌자는 거야? 불원천리 날 찾아왔는데, 나나 무진 씨를 내버려둘 리는 없겠지?”원래 막내 사매라는 호칭에 성연은 어느 정도 친근감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는 상대방을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 또는 적으로 생각해야 했다.“그 7 명의 임원을 무사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697화 잘난 척하지 말아요

    성연은 문득 예민주의 나이에 의문이 들었다.‘외모는 확실히 나보다 두세 살 어리게 보여. 갓 대학교에 입학한 청순한 아가씨처럼 아직 앳된 티를 벗지 못한 어린 모습이야.’그러나 겨우 10여 분 동안 접촉하면서 성연은 이따금씩 가슴이 서늘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 막내 사매는 앳된 외모 속에 무서운 영혼을 감추고 있어.’다시 자리에 앉아서 예민주를 쳐다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WS그룹의 미래 업무를 담당해야 할 7명의 고위 임원들이 예민주의 부하라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그러나 그것 만이 7명의 임원들이 예민주의 지시에 따라서 잇달아 여기 프로방스로 온 이유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너무 놀랄 필요 없어요. 언니가 세상 일을 전부 다 알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먼저 아침부터 먹어요! 그리고 나서 언니한테 어떻게 해야 WS그룹을 구하고 남편을 도울 수 있는지 알려 줄게요!”수잔이 아침 식사를 하나씩 내왔다. 빵과 우유, 그리고 약간의 치즈로 아주 깔끔하게 구성되어 있었다.그러나 지금 성연은 전혀 입맛도 없어서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도 요구를 빨리 말하는 것이 좋겠지? 도대체 내가 어떻게 해야 그 7명의 임원들을 WS그룹으로 돌려보낼 거야?”예민주는 들은 체 만 체하며 혼자 식사를 시작했다.‘이 X이 일부러 사람을 괴롭히겠다는 거야?’성연은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자신의 처지를 생각했다.‘이제 7 명의 임원이 사라진 이유를 알았어. 그 사람들이 정말 예민주의 부하라면, 그럼 더 이상 WS그룹으로 돌아가게 할 필요도 없어.’‘그렇다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가 하는 문제야.’자신의 실력에 대해서 성연은 여전히 자신이 있었다. ‘은침을 날려서 예민주를 제압하면 여기서 나갈 수 있어.’‘그러나 예민주가 나를 그렇게 쉽사리 풀어줄 리가 없지. 분명 다른 숨겨진 위험이 있을 거야.’잠시 생각하면서 성연은 사방을 쓸어보았다. 꼿꼿한 자세로 서 있는 하인들과 수잔만 남아 있을 뿐 다른 경호원들은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696화 원래 내 부하들이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것도 계산하기 어렵겠죠. 어떻게 똑똑히 계산할 수 있겠어요.”예민주가 가볍게 웃으며 입을 닫았지만 성연은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그래서 내친 김에 아예 예민주에게 반문했다.“그럼 사매는? 얼마나 많은 사람을 구했는지 세어 보기라도 했어?”예민주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아주 시원스럽게 대답했다.“세어 봤지요. 저는 아주 잘 알고 있죠. 그동안 제가 배운 게 변변치 않아서 사실 환자를 도와준 적이 없어요! 한 사람도 없어요!”말을 마친 예민주의 얼굴에는 잠시 슬픈 기색이 떠올랐다.성연은 멍해진 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럴 리가. 예민주가 아무리 천부적인 재능이 떨어진다 해도 의술을 배우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조금 전 손가락 사이에 은침을 끼우는 수법만 해도 정말 이해력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절대로 배울 수 없는 거야.’‘그래서 예민주의 말 뜻은 도대체 뭐야?’갑자기 성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자기도 모르게 방금 전에 수잔이 벌벌 떨던 모습을 떠올렸다. 그 뼛속에서 발산되는 공포에 떨던 모습은 예민주가 수잔을 어느 정도로 참혹하게 다뤘는지 말해 주기에 충분했다.‘게다가 수잔은 예민주를 주인이라고 불렀어. 애완동물한테나 주인이 있는 거지.’‘그럼 예민주가 사람을 구하지 못했다는 건, 줄곧 다른 사람을 징벌하는데 의술을 사용했기 때문인 거야?’‘심지어, 사람들을 해치거나?’성연은 눈동자조차 움직일 수가 없었다. 멍하니 예민주를 보면서 마음속으로는 모골이 송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언니가 이제야 눈치채신 모양이네요? 호호, 그런 표정으로 보지 마세요. 제가 배운 건 원래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하는 의술이 아니었어요.” 예민주는 성연의 추측을 시원스럽게 확인해 주었다.게다가 더할 나위 없이 지극히 평범한 표정이었다.그 말을 들은 성연은 경악하면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예전에 스승님은 국내외에서 최고의 신의로 여겨지면서 엄청난 명성을 얻으셨어.’‘스승님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했고,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695화 역시 선배답네요

    예민주가 차에서 내리자 성연은 바로 멍해졌다.예민주는 세련되고 예쁜 퍼프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아름다운 얼굴에 오똑 솟은 코, 역동적인 두 눈은 서양 인형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게다가 선명한 붉은 입술에 일부러 양갈래로 땋아서 예쁜 느낌을 주는 머리카락.‘이런 모습은 흡사 동화 속의 공주와도 같은 모습이야.’‘나보다 두세 살 어려 보이지만 앳된 느낌은 없어. 옅은 파란색 눈동자는 오히려 차분한 느낌이 가득해.’성연은 깜짝 놀랐다. 여러 면에서 예민주가 스승의 딸이라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스승님과 닮은 부분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다만, 그 푸른 눈동자에 성연은 좀 놀랐다.‘예민주가 뜻밖에 혼혈이야?’“언니, 드디어 언니를 만났네요! 정말 보고 싶었어요.”예민주는 곧장 성연의 앞으로 걸어갔다. ‘미소를 지을 때 살짝 올라가는 입꼬리는 스승님과 정말 닮았어.’“이제 당신이 내 사매라는 걸 인정할 수 있겠네요. 사매가 아니더라도 당신은 스승님의 딸이잖아요. 예민주 씨!”성연은 미소를 지으면서 예의를 갖춰 화답했다.그리고 위아래로 예민주를 자세히 훑어보기 시작했다.그러자 마음속에 갑자기 뭔지 모를 느낌이 더 생겼다.이 막내 사매는 겉으로는 귀엽고 단순한 느낌이 드는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성연은 왠지 이상한 소외감을 느꼈다.마치 더없이 존귀한 존재인 예민주가 구름 위에 서서 누군가를 내려다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그래요, 그때 우리 아버지가 결국 제게도 의술을 좀 물려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분명히 언니의 막내 사매라고 할 수 있어요. 저도 이 호칭을 좋아하니까, 더 이상 저한테 말을 높이지 마시고 그냥 사매라고 저를 부르세요!”웃으면서 손을 뻗은 예민주가 성연의 어깨에 손을 올리려고 했다.그러나 순간 바로 뒤로 물러난 성연은 경계하는 눈빛으로 예민주를 주시하며 냉담하게 말했다.“뭘 하려는 거야?”“역시 선배답네요. 제 은침은 손가락 사이에 숨겨져 있어서 보통 사람들은 육안으로 볼 수 없어요. 그래도 언니는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694화 의학 서적

    그날 이후 예중천은 정식으로 성연을 제자로 받았다.정식으로 스승님을 모시는 예를 갖춰서 스승님에게 차를 대접하고 절을 했다. 예중천도 마찬가지로 성연에게 봉투를 하나 줬다.봉투 안에는 80만 원이나 들어 있었다. 이 돈으로 성연은 일상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추가로 구입했고 자신의 옷과 신발도 샀다. 그리고 예중천에게 자주 고기를 대접하기도 했다.예중천은 성연의 집을 보수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성연은 방에서 지내고 예중천은 물건이 쌓인 창고에서 아무렇게나 지냈다.수많은 시간 동안 성연은 모든 약초의 이름과 조제 배합 방법을 외우고, 약을 달이고 침을 놓는 방법을 끊임없이 학습했다.그 시간은 아주 단순한 즐거움이었다. 성연은 이런 걸 배워서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지 몰랐지만, 스승은 줄곧 성연에게 이 기술들이 실전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그 뒤로 마을 사람들은 일단 대수롭지 않은 병이 생기면 점점 성연에게 진료를 의뢰하기 시작했다. 계속 연습하면서 성연의 의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심지어 지방의 언론 매체들을 놀라게 만들기도 했다.그때는 이른바 소녀 신의를 방문해서 취재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성연은 매일 이리저리 숨어 다니면서 이에 응하지 않았다.결국 이장을 찾아간 성연은 앞으로 외지인이 마을에 들어오게 한다면, 마을 사람들의 병은 전혀 상관하지 않겠다고 위협했다.마을 사람들도 머리가 잘 돌아갔다. 이런 공짜 의사가 정말로 가 버리면 큰일이라고 생각해서, 외부인이 함부로 마을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았다.그날이 될 때까지.스승님은 성연에게 이미 오랫동안 숨어 있었다고 말했다. 스승님 자신은 평생 절대 놓칠 수 없는 원수와 줄곧 맞서야 한다고!그때 성연은 그 말의 의미를 몰랐다. 다만 스승님이 떠난다는 사실에 슬퍼하면서 목이 쉬도록 울었다.사부님은 마지막으로 의학 서적들을 모두 성연에게 건네주면서 당부했다.“잘 배워두도록 해라. 이 책들은 네가 보관하거라. 앞으로 우리가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때 다시 내게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693화 이건 너무 많아요

    밤새 성연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잠을 이루지 못했고, 머릿속에서 어릴 때의 기억들을 떠올렸다.예전에 성연이 스승을 만났던 그날, 천둥과 번개가 치면서 비가 억수처럼 퍼부어서 마을 사람들은 외출도 하지 못했다. 빗속에서 한 사람이 비틀거리면서 걸어오고 있었다. 손에 든 지팡이가 없었더라면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어린 성연은 모습을 보고 나쁜 사람이 온 줄 알고는 깜짝 놀랐다.그러나 그 사람이 마침내 진창길에 쓰러지자, 용기를 낸 성연은 우비를 입고 뛰어갔다.처음에는 정말 두려워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스승님의 얼굴 반쪽에는 이미 진흙이 가득 묻은 채 진창 속에 잠겨 있었다. 얼굴은 온통 진흙투성이인 데다가 남루한 옷차림이어서 거지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몇 번이나 소리쳐 깨우면서 설마 죽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이렇게 생각하자 두려워진 성연은 재빨리 마을 이장님 댁으로 달려갔다.비록 아직 세상 물정은 몰랐지만, 마을 사람들이 이장님이 마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라고 말하는 걸 알고 있었다. 성연은 온몸이 흠뻑 젖었지만 결국 이장님을 불러낼 수 있었다.‘이장님은 아마도 스승의 생김새가 희고 멀끔해 보이자, 시골 사람이 아니라 돈이 있는 도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보수를 좀 챙기고 싶었던 것 같아. 그래서 이장님이 자기 친척을 불러서 결국 스승님을 구할 수 있었지.’‘뜨거운 죽 한 그릇과 작은 장작불이 결국 스승님을 다시 살려낸 거야.’얼굴의 진흙도 떼지 못한 스승은 성연과 눈빛이 부딪치자 미소를 지었다.“네가 날 구했지, 그렇지?” 예중천이 물었다.어색해진 성연은 이장만 보면서 그렇다고 대답을 하지 못했다.하지만 이장이 바로 사실을 얘기했다.“이 아이가 당신을 발견한 뒤에 나를 불렀어요.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당신을 데려온 겁니다. 당신은 도시 사람 같은데 어떻게 이런 시골 마을까지 오게 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면서 예중천은 손을 뻗어 너덜너덜한 옷 속을 뒤적거렸다. 그리고 다 낡아서 헤진 지폐 몇 장을 꺼냈다.만 원짜리가 모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692화 예민주

    [그럼 언제 돌아와? 위험이 있으면 반드시 말해야 해!] 무진도 결국 성연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한 이틀 정도만 있다가 곧 갈 거예요. 그때 그래함 사형하고 채연 언니와 함께 돌아갈 거니까 돌아가서 만나요! 무진 씨는 내 걱정 말고 급한 일부터 잘 처리해요. 나도 자신을 잘 보호할 수 있으니까 나를 믿어요!”성연은 진심을 담아서 말했다.[알았어! 그럼 기다릴게. 앞으로 이틀 동안은 확실히 당신을 케어할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정말 미안해!]이렇게 부드러운 무진의 목소리에 성연은 더욱 확고하게 결심했다. ‘반드시 무진씨를 도와서 WS그룹에 닥친 이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해.’전화를 끊은 성연은 재빨리 유채연에게 전화를 걸어서 사건의 대략적인 경과를 말했다. 막내 사매에 대한 얘기와 자신이 지금 프로방스에 있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어쨌든 자신의 말대로 유채연이 연극을 해서 일단 무진을 속이도록 부탁했다.[성연아, 너 정말 괜찮은 거 맞지? 무슨 중요한 일이 있으면 꼭 우리에게 말해! 무진 씨가 너 괴롭혔어?]” 성연이 걱정이 된 유채연이 물었다.그러자 성연은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무진에게 거짓말하는 것만 해도 머리가 아팠는데, 지금은 또 인내심을 가지고 유채연에게 설명해야 했다.다행히 그래함이 전화를 받아서 성연에게 잘 협조하겠다고 했다.성연의 지시대로 그래함은 곧바로 무진에게 전화를 걸어서, 유채연과 함께 강주시에 있는데 성연을 초대해서 함께 관광을 하고 있다고 둘러댔다. 그러자 무진도 더 이상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성연아, 무슨 일이든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말해!”그래함의 마지막 말이 성연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모든 게 해결되자, 성연은 마침내 긴장을 풀고 샤워를 할 수 있었다.수잔이 또 과일과 차를 가져오면서 겸사겸사 자신의 보스 뜻을 전했다.“제 보스의 이름은 예민주입니다! 송성연 씨의 사매가 맞습니다. 보스의 부친이 예중천 씨이기 때문입니다.”성연은 순간 멍해졌다.‘예중천은 바로 스승님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691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성연이 깨어났을 때는 비행기가 이미 안전하게 착륙했고 날도 이미 어두워진 뒤였다.성연을 데리고 비행기에서 내린 수잔은 바로 링컨 리무진에 올랐다. 차창 양쪽에 커튼이 쳐져 있어서 프라이버시를 잘 보호할 수 있었다.물론 이는 상대방이 고의로 설치한 것으로, 앞으로 가는 길을 상대방이 알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성연은 링컨 리무진은 타본 적이 없었다. 아주 편안하고 어떤 흔들림도 느끼지 못했다.차에서 내릴 때는 이미 이름 모를 고성에 도착해 있었다.‘유럽인들은 뼛속까지 이런 건축물을 정말 좋아하지.’ 물론 여기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그런 황폐한 고성이 아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은은한 라벤더 향이 풍겨왔다.밤이지만 라벤더 꽃과 신선한 풀내음이 나는 아름다운 주변 풍경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수잔이 성연에게 말했다.“오늘 급하게 오셨는데 아가씨는 내일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하룻밤을 묵으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걸 제게 말씀하시면 바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아 참, 송성연 씨가 잘 적응할 수 있게 오늘 저녁은 국내에서 초청한 요리사가 준비하도록 했습니다. 아마 입맛에 맞으실 겁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왜 나를 시간에 맞춰서 오게 했는지 모르겠네. 오히려 자기가 시간을 안 지키면서.’그러나 다 왔다고 생각하자 성연도 그다지 위화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캐슬 안에 들어가자 그 안의 인테리어는 오히려 아주 현대적이어서 국내의 상류층 저택과 흡사했다.“수잔 씨, 좀 물어볼게요. 당신의 보스는 도대체 어떤 분인가요?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이 정도는 말할 수 있겠죠?” 성연이 시험삼아 물었다.“네, 말할 수 있습니다. 어차피 내일이면 만나실 테니까요. 저의 보스는 사실 당신과 같은 나라의 사람이고, 제 생각에 나이는 당신보다 서너 살 적을 겁니다!”수잔은 대답하면서 하인들을 지휘했다.캐슬 안에는 모두 십여 명의 하인이 있지만 경호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성연은 세심하게 살피면서 주방의 긴 식탁

  • 어린 사모님의 좌충우돌 신혼 일기   제1690화 기대감

    공항의 국제선 대합실.메시지에서 시킨 대로 신분증을 제시한 성연은 프로방스로 가는 항공권을 받았다.그곳은 라벤더로 유명한 곳이다.낭만적인 F국에서도 가장 낭만적인 곳.비행기 티켓은 일등석이었다!고개를 들어 스크린에 표시된 시간을 보니 3시 정각에 이륙한다고 되어 있었다.‘7분밖에 남지 않았어. 만약 내가 조금만 망설였다면 비행기를 놓쳤을 거야.’‘상대방은 상대를 지배하려는 욕심이 가득한 게 분명해. 완화될 여지는 전혀 주지 않겠지.’‘그래도 왔으니 안심이야.’성연은 머릿속으로 이 막내 사매의 신분을 추측해 보았다. ‘정말로 사부님이 마지막 제자로 받았다면 막내 사매는 또 왜 강씨 가문에 손을 댔을까?’‘핵심은 일곱 명의 임원을 동시에 신비롭게 실종되게 만들 수 있다는 거야. 이건 그 여자가 이미 일찍부터 국내에 일정한 세력을 갖고 있다는 걸 말해주고 있어.’‘모든 수수께끼는 이 비행기가 착륙한 뒤에 수면 위로 드러나겠지.’성연은 한껏 기대감에 부풀어서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륙이 임박했을 때, 갑자기 단아하고 귀티가 나게 치장한 여자가 성연에게 다가와서 말했다.“당신이 바로 송성연 씨죠? 안녕하세요, 저는 전화를 드렸던 아가씨의 비서인 수잔입니다. 송성연 씨를 접대하러 왔습니다!”상대방의 용모를 보고 성연은 바로 정말 아름답고 우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자신보다 몇 살 더 많은 게 분명했지만 친밀한 느낌이 드는 모습이었다.‘이 여자는 혼혈인 모양이네. 이목구비가 북유럽 사람들처럼 아주 뚜렷하게 구별돼.’‘그러나 검은 눈에 검은 머리는 동양인의 특징에 완전히 부합돼.’“안녕하세요, 수잔 씨!” 성연은 정중하게 인사했다.“저를 따라오세요. 저를 보면 아시겠지만 저는 혼혈아입니다. 제 혈통의 절반은 A국인이니 저를 믿으세요. 송성연 씨에게는 어떤 악의도 없습니다.” 미소 짓는 수잔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단지 비서일 뿐인데 이런 기질과 용모를 갖추고 있다니.’성연은 그 막내 사매가 도대체 얼마나 예쁠지 자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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