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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당신을 치료해줄 수 있어요

“이제부터 내가 잠잘 수 있도록 해줄 테니, 머리 좀 가까이해 봐요.”

성연이 소파에서 내려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무진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말을 아주 잘 들었다.

성연은 웃음이 터졌다.

“정말 날 믿는 거예요?”

“잠이 오든 안 오든 지금 나한테는 똑같아. 가만히 앉아서 죽기를 기다리느니,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낫지 않겠어?”

강무진이 무심한 듯 말했다.

그가 정말 편하게 잠들 수 있을지 어쩔지는 성연에게 달렸다.

무진을 잠들게 했던 향낭이 그녀의 것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녀에게 충분히 능력이 있음이 입증된 터였다.

성연이 진지하게 말했다.

“당신이 나를 믿는다니, 당신의 기대를 저버릴 수는 없지요.”

그녀는 환자가 자신을 믿어주니 뿌듯했다.

성연은 정신을 가다듬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기다란 손끝을 두 번 매만진 다음 무진의 관자놀이와 뒤통수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이런 특이한 방법은 그녀 스스로 고안한 것이다. 효과가 탁월해서 장기간 불면증에 시달리는 강무진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이었다.

강무진의 코끝에 익숙한 약재 향이 감돌았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부드럽고 아름다운 여자의 얼굴이 거꾸로 비쳤다.

그는 얼굴 주위를 오가는 부드러운 손가락의 움직임을 느꼈다.

무진의 신경이 점차 느슨해지면서 눈꺼풀이 축 처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을 감고 깊이 잠들었다.

방 안이 고요 속에 잠겼다.

성연은 시큰시큰한 손을 흔들며 강무진의 머리를 가볍게 들어 베개 위로 옮겼다.

그리고는 그의 손에서 향낭을 빼냈다.

순간 그녀의 손가락이 강무진의 경맥에 닿았다.

손 밑의 움직임을 느끼던 성연의 안색이 변했다.

그녀는 다시 손가락을 뻗어 경맥에 놓고 자세히 관찰했다.

손 밑의 경맥은 규칙적으로 뛰긴 했지만 무척 약했다.

경맥이 약해진 원인은 한두 개가 아닌 것이 분명했다. 장기간의 불면증과 정서적 문제, 그리고 오래 복용한 약이 원인일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어 보이는 그였지만, 그 속은 텅 빈 것처럼 허약했다.

이대로 가면 점점 더 몸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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