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우현의 입이 쩍 벌어졌다. 강무진이 송성연을 자기 옆에 앉힌 것만해도 희한할 일인데, 지금 자기 손으로 여자를 만져?성연은 다른 사람과의 신체 접촉을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남자라면 더.반사적으로 손을 뿌리치며 소리쳤다.“뭐예요?”별다른 의도가 없었던 무진은 눈살을 찌푸리는 그녀를 보고는 잡았던 손을 놓았다.“여기서 학교 다니기가 불편할 거야. 일러 두었으니 앞으로 기사와 함께 통학하도록 해.” 수고를 줄일 수 있다는데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성연이다.“감사합니다.”짧은 감사를 전한 뒤, 돌아섰다.거침없고 시원스러운 동작엔 조금의 어색함이나 머뭇거림도 없어, 마치 자기 집에 있는 모양새다.성연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무진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입가엔 느슨한 웃음이 걸려있었다.무진의 눈길은 한참이나 제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우현은 오늘 연신 놀라는 중이다.접착제처럼 성연의 뒷모습에 달라붙은 무진의 눈을 보며 불만에 찬 목소리로 그 시선을 잘라냈다.“그 정도 봤으면 이제 눈 좀 돌려라. 하, 저 만년 고목에도 꽃이 피는 거야…….”강무진의 성질과 그의 병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로서는 무진이 평생 고독하게 지낼 것이라 생각했었다.그런데 자신보다 더 빨리 솔로 탈출이라니!서서히 눈빛을 거둔 무진은 더 이상 성연에 관한 대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곁눈으로 우현을 힐끗 쳐다본 뒤, 의자 등받이에 편안하게 몸을 기대었다.“불면증의 특효약을 찾았어. 이제 넌 안 와도 돼.”말문이 막힌 우현은 똥 씹은 듯 일그러진 표정이 되었다. 오랜 시간 의학연구에 전념해 온 인생이 한순간에 부정당한 듯했다. 게다가 이제 실업의 위기에까지 직면했다.‘역시, 친구보다 여자가 먼저인 놈이었어!’한쪽에 섰던 손건호는 잔뜩 풀 죽어 있는 진우현을 보며 속으로 동정을 금할 길이 없었다.국제적 명성이 자자한 심리학의 대가가 일개 고등학생에게 밀리다니 말이다.자신이 밀린 이유를 진우현은 아직 모를 것이다.좌절에 빠져 허우적대는 진우현의 보기 드문 모습은 볼
성연은 엠파이어 하우스를 나선 얼마 후 학교에 도착했다.이른 아침, 학교 입구에서 도로변까지 이미 고급차들로 꽉 차 있었다.나란히 세워진 차들은 저마다 헉, 소리 날만큼의 고가라 마치 가격 경쟁이라도 붙은 듯했다.또한 과시하듯 명품 옷을 걸치고 한정판 운동화를 신은 학생들이 부지기수였다.이쯤 되니 안으로 계속 차를 타고 들어가는 게 불편했던 성연은 기사에게 도로변에 차를 세우게 한 뒤, 내려서 교문까지 걸어갔다.빽빽하니 붐비는 학생들 사이를 뚫고 교실에 도착했다.편입생인 성연을 선생님은 맨 뒷줄에 앉게 했다.입학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았던 성연은 우등반에 배정되었다.그런데 의외로 송아연도 같은 반이었다.송아연의 수능 필수 과목들은 썩 뛰어난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우등반에 배정될 수 있었던 까닭은 피아노와 무용 특기를 이유로 교장이 배려해 준 결과였다.교실에 들어서자, 모두들 뚫어져라 성연을 쳐다보았다.책상 사이로 지나가는 그녀를 따라 시선을 옮기며 여기저기서 작은 소리로 속닥거렸다.[쟤가 입학시험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그 애야?]이 말이 들리자마자 곧 이어 누군가 또 반박의 말을 뱉었다.[설마, 가짜겠지. 뒷문으로 들어온 게 틀림없어.]모두가 북성남고에 들어오려 안달인 까닭은, 이 학교가 소위 귀족학교이기도 하지만 그 교육 수준이 북성에서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무엇보다 각종 시험의 출제 문제들이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그러니 입학시험으로 학생의 거취를 결정한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학교 입장에서는 이 부잣집 자제들의 기를 좀 꺾어서 알아서 물러서는 법을 일깨우고자 하는 면도 있었다.물론 돈으로 들어온 학생도 적지 않지만, 반을 정하고 그에 따른 대우는 철저히 성적에 따를 뿐이었다.송아연과 사이가 좋은 여자아이가 그 옆에서 말했다.“저 신입생, 너랑 같은 성이야. 설마 친척은 아니지?”책과 노트를 정리하던 아연이 성연이 있는 쪽을 힐끗 쳐다보았다. 언뜻 경멸의 기색이 얼굴에 떠올랐다. 하지만 자신의
오전 제4교시, 이제 막 편입한 성연은 원래 모범 학생으로 지낼 생각이었다. 적어도 선생님에게는 너무 나쁜 인상을 주지 않아야 했다.선생님의 수업은 그냥 수면제였다. 어젯밤 강무진의 수면을 돕느라 밤새도록 잠을 설쳤던 성연은 졸음이 쏟아졌다.눈을 가느다랗게 뜬 채 잔뜩 힘을 주었으나, 서로 붙으려는 위, 아래 눈꺼풀을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머리가 쿵 하고 한 차례, 또 쿵 하고 한 차례 내려오더니, 결국 사나운 수마를 견디지 못하고 책상에 엎드린 채 잠에 빠졌다.공교롭게도 4교시 수업은 우등반의 담임 선생님, 이윤하였고, 수학 담당이었다.마른 체형에 높게 올라온 광대뼈, 등 뒤로 가지런히 내려온 긴 머리카락. 냉정하고 엄격해 보이는 선생님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수업 방면과 학생에 대한 요구가 끔찍할 정도로 엄격했다.북성남고의 별종으로 유명한 이윤하를, 학생들은 모두 ‘독사’라고 불렀다.이윤하는 학습 태도가 나쁜 학생을 가장 싫어했다.그래서 그녀의 수업은 설령 시늉만 내더라도 끝까지 정신을 차리고 수업을 들어야 했다.막 칠판에 문제를 판서한 이윤하가 교실을 한 차례 휘 둘러보았다.모두 허리를 세운 채 앉아있는 가운데, 책상에 엎드린 송성연만 유독 눈에 띄었다.‘감히 내 수업에서 자는 사람이 있어?’이윤하의 표정이 착 가라앉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마지막 줄에서 자는 학생, 일어나서 문제에 답한다.”그 말에 모두 속으로 경탄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 그렇게 간 큰 사람이 있어? 감히 ‘독사'의 수업 시간에 잠을 자?’‘정말 그 용기가 가상하다!’그런데 잠자는 사람이 송성연인 것을 본 모두는 재미있는 연극을 보는 눈빛이 되었다.송성연은 입학시험에서 만점을 받아 그야말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개중에는 그녀의 이런 모습을 거슬려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만점 받아도 뭐 잠 못 자는 건 똑같지 않아?]일부 아이들은 고소한 듯 소곤거리며, 이 만점자가 어떻게 ‘독사'의 분노에 대처할 것인지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았다.
오로지 송성연에게 망신을 주어 더 이상 이 반에 있지 못하게 할 생각뿐이었던 송아연은 선생님의 표정을 살피지 못했다.성연이 아예 못할 거라 생각하고 허무맹랑한 소리로 치부했다.아연이 조롱하는 투로 말했다.“아무 것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지 마. 인제 선생님도 네가 가르칠 셈이야? 차라리 그냥 네가 나가서 강의하지 그래?”팔짱을 낀 성연이 여유있는 태도로 이윤하를 바라보며 말했다.“맞는지, 아닌지는 네가 선생님께 물어보면 되겠네. 이건 수업 외의 문제야. 고3 기본과정에서는 배울 수 없는, 최소한 대학 과정의 문제야. 내가 잠을 잔 건 확실히 문제들이 너무 간단해서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고.”성연의 말이 떨어지자 교실 안은 온통 떠들썩해졌다.교육 경력 십여 년의 이윤하는 최우수 교사였다.시골에서 전학 온 송성연이 오만방자한 말로 이윤하의 위엄을 도발했다. 또 자신의 분수를 제대로 아는 그런 겸손함이 전혀 없었다.원래부터 시골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반 학우들이었다. 그런데 지금 송성연은 조금도 겸손하지 않았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서도 반성할 줄 몰랐다. 성연에 대한 혐오감이 한 층 더 깊어졌다.반 학우들의 반응에 아연은 매우 만족했다.이게 바로 그녀가 원했던 결과였다.이제 송성연이 계속 이 교실에 있게 된다 하더라도 따돌림을 당할 수밖에 없으리라.학생들 앞에서 실력이 드러난 이윤하는 체면이 땅에 떨어진 것만 같았다.이윤하는 자신의 잘못을 바로 인정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지켜보는 자신의 수업에서 어떤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다.결국 도망가는 쪽을 선택한 이윤하는 핑계거리를 찾아 송성연을 교실에서 내쫓았다.“맞든 틀렸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너는 수업시간에 잠을 잠으로서 수업 분위기를 해쳤어. 그러니 그 벌로 복도에 나가 서 있어. 내가 부르기 전에는 들어올 수 없다!”“그리고 또 넌 학습 태도가 단정하지 않아. 내가 네 보호자를 불러 이야기를 좀 해봐야겠다!”‘이야기를'이라는 말을 할 때, 이윤하는 일부러 발음에 힘을
방과 후, 이윤하는 성연을 교무실로 불렀다.교편을 잡은 지 여러 해가 되었지만, 이렇게 자신을 거역하는 학생은 없었던 터라 정말 체면이 서지 않았다.기록해 둔 보호자 연락처를 뒤져 송성연의 이름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무료한 듯 발끝을 쳐다보던 성연은 전화를 건 대상이 송종철인지 임수정인지 알 수 없었다.아마 그들 둘 다 창피하다며 오지 않을 것이다.아무도 안 오는 게 오히려 덜 성가실 터였다.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때는 또 한바탕 비난과 조롱이 쏟아질 것이다.송종철의 가족은 하나같이 모두 체면을 목숨처럼 여겼다.일의 과정이 어떻고 누가 잘못했고 등에 대해서는 아예 관심도 두지 않는 이들이었다.만약 송종철이 정말 온다면 또 소란을 피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머리가 아파오는 성연이었다.통화를 마친 이윤하 또한 성연을 보지 않았다. 일부러 성연을 한쪽에 둔 채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교안을 보는 척했다.만약 지금이라도 성연이 잘못을 인정한다면, 굳이 억지로라도 보호자에게 좋은 말을 해 줄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한참을 기다렸어도 송성연에게서 아무런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곁눈질로 쳐다보니, 송성연은 처음 그 자리에 건들거리며 서서는 옆 자리 선생님의 교안에 대해 중얼거리고 있었다.순간 기가 막혀 저도 모르게 손에 쥐고 있던 펜을 부러뜨릴 뻔했다.‘아, 가르쳐서 될 아이가 아니야!’약 20여 분이 지난 후, 문밖에서 소리가 들렸다.돌아본 성은의 눈동자가 수축했다. 송씨 집안에서 올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강무진이었다.손건호가 미는 휠체어에 단정히 앉은 강무진이 교무실로 들어왔다.이윤하도 강무진을 보았다.휠체어에 앉았어도 강무진이 내뿜는 기세는 여전했다.마주한 남자는 맑고 준수한 용모를 지녔다. 볼록한 눈썹 뼈 아래 자리한 두 눈동자는 얼음처럼 시리고 아름다웠으며, 얄팍한 입술은 냉기를 품은 듯 다물려 있었다. 온몸에서 발산되는 기운은 단지 저 휠체어에 앉아 있을 뿐임에도 강한 위압감을 주었다. 전신에서 고귀함이 흘러 넘쳤다.이윤하
“학생을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본분입니다. 그런데 수업 지식이 학생보다 못하다면, 교사로서 자격 미달이 아닙니까?” 강무진이 위엄 서린 표정으로 이윤하 쪽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벌겋게 달아올랐던 이윤하의 얼굴이 금세 또 하얗게 질렸다. 입술을 파르르 떨던 이윤하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강무진에게 손가락을 세우며 말까지 더듬었다.“당신…… 당신 어떻게 그런 말을? 교편 생활만 십여 년인 내가 이런 모욕을 용납할 것 같아요? 정말 돈 밖에 없는 졸부 집 아이 아니라 할까, 진짜 수준 떨어져서!”시골에서 온 성연이 당연히 아무런 배경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집안은 분명 돈으로 애를 학교에 들여보낸 졸부야!’‘돈이 있으면 뭐 해. 교양이 하나도 없잖아.’‘시골뜨기는 시골뜨기인 거야. 식견도 없는.’교단에서 인재를 양성한지 십여 년 동안 자신이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다고 자부하였다. 명문대학에 진학시킨 자신의 제자만 못해도 수 백명이었다.송성연에게 후원자가 없는 이상, 굳이 조심할 필요도 없었다.이윤하는 즉시 큰 소리로 요구했다.“이처럼 형편없는 학생을, 나는 더 이상 가르칠 수가 없습니다. 즉시 전학을 가든지, 아니면 반을 옮기세요!”말을 끝낸 이윤하는 책상 위의 전화기를 들고 교장실에 연결했다. 그리고 수업 중에 있었던 송성연의 일과 그 보호자의 태도에 대해 과장해서 일렀다.같은 시각.이윤하가 송성연을 호되게 혼내 주기를 간절히 바라며 송아연은 교실에 앉아 있었다.‘화가 나 씩씩거리던 이윤하의 모습으로 봐서는 송성연, 그냥 대충 넘어갈 수 없을 걸?’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휴대폰을 만지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송성연, 송성연, 이번엔 또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두고 보자…….’아연의 뒷자리에 있던 여자 급우가 의자를 옮겨 옆에 앉았다.“에이, 나는 왜 네가 송성연과 아는 것만 같지?”“무슨 말을 그렇게 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으나 아무런 내색없이 자신의 감정을 숨겼다.“모른다면서 왜 나서서 지적했어?”단순한 호기심이 담긴
급히 연락을 받고 온 교장이 교무실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이윤하에게 물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자신의 지원자가 왔다고 여긴 이윤하의 말에 힘이 들어갔다.“교장 선생님, 이 학생이 전학 가거나 반을 옮기지 않으면, 저는 더 이상 가르칠 수가 없습니다.”평소 학교와 관련한 이런저런 뒷공론들을 교장도 심심찮게 들어 알고 있었다.이윤하 선생이 교실에서 매우 엄격하고 때론 지나칠 정도라는 점도.그의 눈에는 이런 행위 또한 학생을 훈육하는 방식 중 하나인 셈이다.성연에게 시선을 돌린 교장은 그녀를 잘 타이를 작정으로 입을 열었다.“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것은 분명 잘못된 행동입니다. 이윤하 선생님은 평소 학생들에 대한 요구가 높은 분이에요. 그러니 송성연 학생이 선생님에게 제대로 사과하는 게 좋겠군요.”몸을 반듯하게 한 성연이 등을 꼿꼿이 세우고 섰다.“교장 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수업시간에 잠을 잔 건 분명 잘못된 행동이니, 제가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교장은 성연의 대답에 만족했다. 사실 그렇게 큰 일도 아니었다.학생이 잘못을 시인했으니, 이제 이 일은 해결된 셈이었다.그런데, 잠시 말을 멈추었던 성연이 다시 말했다.“하지만 그 뒤에는 제가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은 제가 입학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했다고 의심했습니다. 시험은 학교 선생님께서 직접 감독하셨습니다. 선생님이 제 점수를 의심한 건 저를 인격적으로 모독한 겁니다. 선생님이 저한테 사과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가 진짜…… 선생님에게 사과를 요구할 수는 없을 테니, 이 일은 서로 상쇄하도록 하겠습니다.”“마지막으로, 저는 선생님의 문제풀이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앙심을 품고 저를 쫓아내려 하셨고요.”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린 교장은 ‘성연이 고슴도치 같은 학생’이라고 생각했다.눈치 빠른 사람들은 땅에 떨어진 체면을 세울 기회를 이윤하에게 주려 할 터였다.그런데 하필 송성연은 그러기는커녕 아예 외골수 마냥
이윤하는 멍청하지 않았다. 오히려 똑똑하고 상황 파악이 빨랐다.이쯤 되니, 일이 간단치 않음을 즉시 눈치 챘다. ‘교장이 직접 나서서 두둔하게 할 정도라니. 송성연, 대체 뭐야? 시골에서 왔다면서? 시골에 저런 배경이 있다고? 그리고 저 남자는…….’“뭐하고 있습니까? 정말 안 할 생각입니까?” 교장이 매섭게 다그쳤다.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계속된 교장의 재촉에 할 수 없이 이윤하는 고개를 숙이고 성연에게 사과했다.“송성연 학생, 미안해요. 학생이 오류를 지적했을 때 바로 인정하지 않은 것은 순전히 내 잘못이야.”이윤하는 그런대로 성실한 태도로 사과해 왔다.성연은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작은 일을 계속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 북성남고를 다녀야 하는데, 너무 척을 지는 것도 좋지 않을 터.모든 면을 고려한 성연이 이윤하의 사과를 받아들였다.“괜찮아요.”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교장은 강무진 앞으로 다가갔다. 이어 허리를 굽힌 채 공손한 어조로 무진의 의사를 물었다.“이번 일, 이렇게 처리해도 되겠습니까?”무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앞으로는 학교 기강을 잘 잡길 바랍니다. 어떤 불미스러운 일도 제 귀에 들어오지 않게 하세요.”일이 마무리되자 지체없이 손건호가 강무진의 휠체어를 밀고 나갔고, 성연이 그 뒤를 이어 교무실을 떠났다.교무실 안.마음속에 이는 초조함을 이기지 못한 이윤하가 즉시 교장의 뒤를 쫓아가 캐물었다.“교장 선생님, 저 사람 뭐에요?”교장이 언짢은 투로 말했다.“저 사람이 누구이건, 꼭 기억하세요. 저 사람만큼은 당신이나 나나 절대 거슬러서는 안됩니다. 다시는 문제 일으키지 않도록 눈 똑바로 뜨고 주의하세요. 이 선생의 우둔함으로 나까지 결부되는 일 없도록요. 안 그러면 우리 모두 끝장입니다!”얼굴이 창백해진 이윤하는 뭔가 말하려 입을 달싹거렸으나 결국 입을 다문 채 조용히 한 옆에 섰다.교장 선생님도 조심해야 할 정도의 인물인데, 그녀 같은 일개 교사야 말할 것도 없겠지.교무실
“앞으로 우리는 한 가족이야.” 이렇게 말하는 안금여의 눈에서 눈물이 반짝였다.“할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희는 항상 한식구였는데요.”성연이 입술을 삐죽이면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래, 성연이 네 말이 맞구나.” 안금여는 다소 흥분한 상태였다.“무진이도 이리 와.” 안금여가 무진에게도 손짓을 했다.무진이 천천히 안금여 앞으로 다가갔다.“예전에 나는 네가 앞으로 외톨이가 되는 게 두려워서 네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단다. 또 앞으로 네가 외톨이가 된다면, 내가 무슨 낯으로 네 부모를 대할 수 있을까 생각했지. 그러나 지금 이렇게 성연이와 함께 하게 되어서 정말 안심이 돼. 마침내 내 걱정을 덜었어.” 성연과 무진을 보는 안금여의 눈에서 마침내 눈물이 흘러내렸다.기쁨의 눈물이다.‘마지막 소원을 이루었어.’“할머니.” 성연도 코가 시큰거리면서 울고 싶어졌다.‘지금까지 이 길을 걸어오면서, 할머니는 묵묵히 나를 지지하시면서 뒤에서 보호해 주셨지.’‘만약 할머니와 어른들의 지지와 사랑이 없었다면, 절대 지금까지 올 수 없었을 거야.’‘할머니는 내가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온정을 주셨어.’옆에 있던 강운경이 위로했다.“엄마, 즐거운 날이잖아요? 앞으로 무진이하고 성연이가 함께 엄마 노후를 모실 거고, 나중에 또 아이도 생기면 집안이 더 시끌벅적할 거예요.”“그래, 너희들 서둘러야 해. 얼른 내게 증손자를 안겨줘야지.” 안금여는 바로 핵심을 짚었다.만약 무진과 성연의 아이를 볼 수 있다면, 안금여는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할머니, 가능한 한 빨리 아이를 가질게요.”이전에 성연은 줄곧 아직 어린데 아이를 갖는 건 너무 빠르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안금여의 눈에 비친 갈망을 보자 곧바로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할머니의 한평생 소원은 바로 자손이 번창하는 거였어.’‘지금은 할머니를 볼 수 있지만 언젠가는 돌아가실 수도 있어.’‘할머니의 이 소원을 들어드릴 수 있는 게 당연히 가장 좋겠지.’“정말이니?” 안
서양식 결혼식이 끝났다.무진과 성연은 바로 옷을 갈아입고 전통 혼례를 올려야 했다.결혼식장에서 바로 저택으로 향했다.전통 혼례의 절차는 더 복잡했다.자리에 앉은 채 안금여는 목을 빼고 기다렸다.시간이 촉박했기 때문에 안금여와 식구들은 미리 저택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러나 눈이 빠지도록 기다려도 성연과 무진은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엄마, 그 말은 몇 번이나 물어봤어요.” 강운경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강운경 자신도 마찬가지였기에 안금여의 초조한 심정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일은 조급해서는 안 돼.’“얼마나 지났는지 좀 볼래?” 안금여는 시계를 들고 강운경에게 보여 주었다.강운경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조승호가 옆에서 위로했다.“어머님, 저쪽에는 무진이하고 성연이 친구들도 많아요. 일이 있어서 지체되는 모양이에요. 시간도 아직 안 됐으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무슨 일로 지체되는 거야?” 안금여는 다소 불만스러웠다.‘이런 날이 빨리 오기를 밤낮으로 학수고대했는데 말이야.“엄마, 애들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겠지요. 걔들이 애도 아니니까 좀더 기다려봐요.” 강운경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무리 조급하다 해도 어른이 너무 조급하게 재촉하는 건 좋지 않아.’딸과 사위가 모두 이렇게 말하자 안금여도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다.다만 입구 쪽을 뚫어지게 쳐다볼 뿐이다.곧 밖에서 소리가 들려오더니 성연과 무진이 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안도의 한숨을 내쉰 강운경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왜 그렇게 오래 걸렸어? 할머니가 여기서 얼마나 기다리셨는지 알아!”성연도 시간이 많이 늦었다는 걸 알고 황급하게 달려왔다.바로 고모에게 사과했다.“고모, 죄송해요. 친구들이 많아서 접대하느라 좀 늦었어요.”“괜찮아, 왔으니 됐어, 빨리 가자.” 강운경은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무진과 성연은 세 어른에게 차를 올렸다.세 어른들은 각자 두 사람에게 두둑한 돈봉투를 주셨다
지금 연계진과 조수경도 결혼식장의 사람들 속에 섞여 있었다.그러나 아무도 그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눈길을 보내는 사람조차 없었다.결혼식에 참석한 다른 거물들에 비하면 두 사람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조수경은 그야말로 성연을 부러워하면서도 질투하고 증오했다.‘저 자리는 분명히 내 거였어.’‘그러나 송성연이 거듭 초를 쳤지.’‘송성연만 없었다면 지금 강무진과 결혼하는 사람은 나였을 거야.’그리고 무진을 주시하는 연계진의 눈빛은 더욱 원망이 가득했다.‘연씨 가문이라는 강력한 적수가 없었기에 강씨 가문이 지금 잘 나갈 수 있었어.’‘강씨 가문이 지금 가진 모든 건 연씨 집안의 것이었어.’‘강씨 가문과 강무진이 우리 걸 도둑질했어!’‘연씨 가문이 아직 시퍼렇게 살아 있는데, 어떻게 저들 차지가 될 수 있단 말이야?’어두운 표정의 두 사람은 낯빛도 좋지 않았다.만약 다른 사람이 자세히 보았다면, 아마도 결혼식에 참석한 게 아니라 신부를 훔치러 왔다고 여겼을 것이다.정말 참을 수 없게 된 조수경은 이를 악물고 연계진을 바라보며 말했다.“계진 씨, 우리의 계획은 도대체 언제쯤 실행할 수 있을까요?”얼른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도 이쪽에 주의하지 않자, 연계진은 비로소 눈썹을 찌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여기서 그런 말을 왜 해? 우리가 뭘 하겠다고 사람들한테 광고라도 하는 거야? 만약 강무진이 알게 되면, 우리 둘을 끝까지 쫓을 거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불만이었다.‘결국 연계진은 강무진이 두려운 게 아닐까?’그러나 감히 그런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며칠 동안 함께 지내면서 조수경도 연계진의 성격을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연계진은 다른 사람이 자기 뜻을 거스르는 걸 가장 싫어하지.’조수경은 얼른 사과했다.“내가 너무 조급했어요. 그런 짓을 저지르고도 저것들은 왜 저렇게 잘 사는 걸까요.”이 말이 오히려 연계진을 자극했다.연계진도 조수경과 같은 생각이었다.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람들이 말하는 사이에 결혼식도 진행되기 시작했다.연미복을 입은 무진은 기사처럼 묵묵히 성연의 곁을 지키면서, 성연에게 가장 진지한 애정을 보여 주었다.성연은 눈처럼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웨딩드레스의 아래쪽 레이스에는 다이아몬드로 장식되어 있어서, 한 벌에 수억 원이나 할 정도로 화려했다.물론 목현수와 샤넬, 그래함과 유채연도 절대 밀리지 않았다.그들의 출중한 외모와 아름다움은 각기 다른 장점을 가지고 있었다.사람마다 모두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레드카펫에 나란히 선 세 쌍의 신랑 신부가 서서히 앞으로 나아간다.무진과 성연은 가운데에 있었다.결국 목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혼인 선서를 하고 반지를 끼워 주었다.결혼식이 끝났다.세 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서 자신의 아내를 쳐다보았다.장내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고, 모든 사람들이 이 결혼식을 축복했다.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토론을 펼치기 시작했다.“이건 분명히 내가 여태까지 본 결혼식 중에서 가장 호화롭고 가장 성대한 결혼식이야.”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들은 북성에서의 신분과 지위도 낮지 않았다.그러나 이런 큰 인물들이 돋보이는 속에서는, 그들도 일반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게다가 이 결혼식에는 더욱 큰 돈을 썼을 텐데, 누가 이렇게 돈을 아까워하지 않고 낼 수 있겠어?’‘강씨 가문 이외에는 누구도 이렇게 하지 못할 거야.’“그래, 내가 예전에 참석했던 결혼식들은 모두 결혼식도 아닌 것 같아. 이거야말로 진정한 결혼식이야.”“강 대표가 자신의 소중한 여자에게 다시없는 총애를 준 거야.”“이렇게 좋은 남자는 왜 내 남자가 아닌 거야?”이렇게 말하는 젊은 아가씨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또 가끔씩 머리를 흔들면서 탄식하기도 했다.옆에 있던 동료가 바로 그 아가씨의 입을 막았다.“오늘은 강 대표와 부인의 결혼식인데, 너는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혹시라도 화를 입지 않도록 조심해!”그 아가씨가 주위를 둘러보고 곰곰이 생각해
그 외에도 점점 더 많은 거물들이 등장했다.모두 이 세 쌍의 신랑 신부들을 축복하러 온 것이다.그 자리에 있던 손님들 모두는 이 라인업에 놀라면서도 어느새 좀 무감각해졌다.어떤 불가사의한 인물이 오더라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았다.눈앞의 장면을 보면서 성연도 마음속으로 감탄했다.‘보아하니 다들 보통 사람이 아니었어.’‘평소에는 몰랐는데, 이제야 이렇게 많은 인물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은 바로 무진 씨였어.’무진은 속으로는 더욱 놀라서 성연에게 물었다.“성연아, 저 사람들이 모두 네 친구들이야?”‘이 사람들 중에서 국제적으로 중요하지 않은 인물이 있겠어?’“맞아요.” 성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무진이 왜 이렇게 묻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너는 어쩜 이렇게 대단한 거야?” 무진의 입에서 감탄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성연이가 정말 깊숙하게도 숨기고 있었네.’‘내가 아직도 모르는 게 있울지 모르겠어.’“아무리 대단해도 무진 씨 건데요?” 성연은 무진의 품에 안겨 있었다.그날 무진에게 솔직하게 말했을 때부터 성연은 무진에게 속일 일이 없었다.무진이 자신을 믿고 있기에, 성연도 당연히 상응하는 믿음을 줘야 했다.“그 말이 맞아.” 무진은 이마로 성연의 이마에 마주한 채 달콤하게 서 있었다.다른 두 쌍의 달콤함에 비해서, 미스 샤넬과 목현수는 거리가 좀 멀었다.자유로운 생활에 익숙했던 목현수는, 자신이 마음속으로 미스 샤넬을 좋아한다는 걸 알았다.그렇지만 한동안은 미스 샤넬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 몰랐다.그 동안은 줄곧 미스 샤넬이 주동적이었다. 지금 목현수에게 기회가 생겼지만, 오히려 자신을 수동적으로 보이게 만든 것이다.미스 샤넬은 몇 번이나 목현수에게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잠시 후, 미스 샤넬이 머뭇거리면서 물었다.“현수 씨, 당신은 불쾌하지 않아요?”그 말을 들은 목현수는 멍해졌다.“왜 그렇게 물어?”“내가 당신에게 결혼을 강요해서 당신이 억지로 나와 결혼했
갑자기 현장에서 은은한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즐겁고 경쾌한 바이올린 소리에도 축복이 담겨 있었다.이 은은한 소리는 좀 익숙했다.그 소리를 들은 성연은 깜짝 놀랐다.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자, 과연 루카의 모습이 보였다.루카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슈퍼스타급의 바이올리니스트이다.루카의 연주회 티켓을 아가씨들이 사려고 해도 매번 판매 시작과 함께 매진된다.루카는 용모도 아주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라서 거의 누구나 다 아는 인물이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결혼식에 특별히 와서 연주를 한 것이다.여기에는 루카의 팬들도 많았다.무대 위의 루카를 보면서 팬들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눈시울도 붉어졌다.한 명문가의 아가씨가 옆에 있던 동료의 손을 꼭 잡고서 말했다.“나는 몇 년 동안이나 항상 루카의 콘서트 티켓을 구하려고 했지만, 현장에서 들어보지 못하고 동영상으로만 볼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뜻밖에도 여기서 루카의 연주를 봤으니 내 평생의 소원을 이뤘다고 생각해.”그 아가씨의 흥분한 모습을 보고 있던 동료는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말했다.“지금 강 대표의 결혼식을 빌어서 소원을 이뤘으니, 앞으로 강 대표와 강 대표 부인에게 감사해야 해.”“물론이지, 루카, 내 루카는 어쩌면 저렇게 대단할까?” 그 아가씨는 여전히 루카가 있는 방향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집착하는 눈빛이었다.문득 뭔가 생각이 난 그 아가씨가 옆에 있던 동료의 손을 치면서 말했다.“빨리, 빨리, 핸드폰으로 나하고 루카의 사진을 한 장 찍어 줘, 빨리.”동료는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몇 장만 더 찍어. 오랜만에 루카의 모습을 봤으니까 반드시 많이 찍어야겠어.” 그 아가씨는 자신을 과시하는 자세를 취하면서 동료를 재촉했다.성연은 웨딩드레스 자락을 들고 루카의 앞으로 걸어갔다.“네 결혼식인데 내가 당연히 참석해야지. 우리는 예전에 모두 약속했어.” 루카는 온몸에서 온화한 기운을 발산했다.성연이 놀리듯이 말했다. “첼리스트의 출연료는 저는 정말 드릴 수
이렇게 국제적인 스타 가수인 소지한.그런 소모한이 성연과 무진의 결혼식에 들러리를 서러 온 것이다.소모한은 오늘 성연과 무진의 결혼식에서 사회를 봤다.한쪽에 서서 세 쌍의 신랑 신부를 보고 있자니, 위안도 얻으면서 즐거웠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또 한 대의 전용기가 무진과 성연의 결혼식장에 도착했다.알고 보니 심우재가 온 것이다.성연은 심우재가 여기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심우재의 일은 정말 바빴기 때문이다.결혼식에 올 수 있는 것도 인연에 따른 것이기에, 성연은 결코 강요하지 않았다.그러나 뜻밖에도 정말 바쁜 중에, 시간을 내서 온 것이다.무진과 성연은 함께 심우재를 맞이하러 갔다.“우재 오빠.” 성연은 나지막하게 불렀다.“왜? 곧 아줌마가 되는데도 아직도 아가씨처럼 그렇게 쉽게 부끄러워하는 거야.”심우재가 성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우재 오빠, 너무 바쁘신데 안 오셔도 됐어요.” 심우재 눈 밑의 다크 서클을 보면서, 성연은 심우재가 얼마나 급하게 일을 해서 시간을 냈을지 생각했다.“내 여동생의 결혼식인데 당연히 내가 와야지. 이 정도의 시간도 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야.”심우재는 성연이 결혼을 하든 어떤 모습이 되든 줄곧 자신의 여동생이라고 여겼다.“강 대표.” 심우재는 다시 고개를 돌려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이 손을 내밀어 심우재와 악수를 했다.“심 회장님.”“우리 집 성연이를 이제 자네한테 맡길 테니까 잘 해줘야 해. 만약 성연이에게 무슨 억울한 일이 생기게 한다면, 다른 사람이 자네 자리를 물려받게 될 거야.” 심우재의 이 말은 오빠로서 매제에게 하는 경고였다.성연의 친정 사람으로서 무진에게 좀 엄포를 놓으려고 한 게 분명했다.“심 회장님 안심하세요. 저는 그런 기회를 주지 않을 겁니다.” 무진은 예리한 표정으로 심우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강 대표, 그럴 필요는 없어요. 강 대표의 그런 마음만 있으면 돼. 만약 성연이에게 잘하지 못했다면, 여기서 나하고 얘기할 기회도 없었을 테니까
결혼식이 분명한데 하객들의 표정은 마치 스타와 함께 하는 콘서트 같았다.그리고 아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손님이 아니라 팬인 것이다.성연은 사람들이 왜 이런 표정으로 자신들을 보는지 의문이 들었다.“타타타타, 타타타...”멀리서 헬리콥터 소리가 들려왔다.신랑 신부들은 고개를 들고 붉은색과 흰색이 섞인 헬리콥터 몇 대가 이쪽으로 날아오는 걸 보았다.헬리콥터 아래에는 플래카드도 내걸고 있었다.그래함의 결혼을 축하할 뿐만 아니라, 목현수의 결혼도 축하했다.그 사람들을 본 그래함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래함은 단지 그들에게 결혼을 통지했을 뿐이다.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기에 그 사람들은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뜻밖에도 그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 것이다.유채연도 옆에서 지켜보고 있자 그래함이 설명해 주었다.“저 사람들은 모두 유럽에 있는 나하고 친한 친구들이야.”유채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곧 누군가가 상공에서 인사를 했다.위에서 수많은 꽃들이 흩날리면서 떨어졌다.조종사의 조종 하에 헬리콥터들은 큰 하트 모양을 형성했다.사람들은 바로 이 모습을 찍었다.‘헬리콥터만 열 몇 대야.’‘강무진의 결혼식이라 해도, 이건 너무 엄청나잖아.’이런 움직임은 부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다시 한 번 바꿔버렸다.이 장면은 더할 나위 없이 충격적이었다.헬리콥터가 천천히 내려오자, 무진은 그 사람들에게 식탁과 음식을 마련해 줄 것을 지시했다.손건호가 바로 준비해서 그 사람들을 식탁으로 인도했다.미스 샤넬이 목현수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저 사람들은 그래도 꽤 잘 하는데 분간할 수가 없네요. 현수 씨가 지시한 게 아니에요?”“나는 저 친구들이 올 줄 몰랐어.” 목현수는 어깨를 으쓱거릴 수밖에 없었다.심지어 자신은 통지도 하지 않았는데, 그들이 스스로 결혼 얘기를 듣고 온 것이다.목현수도 가슴이 뭉클했다.‘결혼식이 그렇게 중요한 일이기에 친구들도 참석해서 결혼의 증인이 되기를 바란 거야.’“우리 결혼식을
사람들 속에서는 다른 두 쌍의 신랑 신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그들은 강씨 가문의 청첩장만 받았을 뿐 다른 사람들도 함께 결혼식을 올린다는 사실은 몰랐다.그러나 이것도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다른 두 커플의 용모 수준도 아주 높았기 때문이다.“강 대표 부부와 함께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면 도대체 어떤 신분일까?”“역시 잘생긴 남자와 예쁜 여자가 친구가 되는 거야.”“저 커플들의 사이 좋은 모습, 이거야말로 이 결혼식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이야. 정말 부럽네.”“...”모두의 표정에는 축복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세 커플의 용모와 기질이 더 막상막하여서, 정말 대단한 시각적 향연이었다.그러나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래함과 유채연, 그리고 목현수와 미스 샤넬이 누군지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누군가는 몰래 그들의 사진을 찍어서 SNS에 올리기도 했다.아는 사람이 있는지 보려고.갑자기 군중 속에서 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알았어, 드디어 알았어.”흥분한 모습을 보고, 같이 온 사람이 대뜸 물었다.“뭘 알았다는 거야?”“단상 위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 그 사람이 되물었다.옆에 있던 누군가가 눈총을 주면서 무례하게 말했다.“지금 무슨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겁니까? 저 사람들의 신분을 알았다면, 우리가 쓸데없이 여기서 의논할 필요가 있겠어요?”“왼쪽에 있는 전통 혼레복을 입은 남자는 그래함입니다!” 그 사람의 목소리는 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그래함이 누구지?” 지금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북성 사람들이다.그래서 이름을 말해도 모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그 사람은 대답하지 않은 채 미스 샤넬 쪽을 가리키면서 계속 말했다.“저 분은 샤넬 가문의 큰아가씨예요. 세상에, 내가 살면서 결국 이런 대단한 장면을 볼 수 있다니. 저 사람들은 모두 최상류층 중에서도 가장 대단한 사람들이에요.”그 사람이 반만 말하자, 다른 사람들은 정말 초조해 죽을 지경이었다.모두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검색했고, 곧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