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편에서는 강명재와 강명기가 자축하고 있었다.그렇다. WS그룹 내부 자금 횡령은 그들이 사주한 것이다.이제 강무진은 우왕좌왕하며 조급할 것이다.강명재가 음산한 얼굴로 콧방귀를 뀌었다.“감히 나를 건드린다고? 자신의 깜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도 하지 않고서?”강명기가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강무진이 우리와 맞설 망상에 빠져 있다니,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죠!”강명재는 무진의 괴로워하는 모습을 생각하자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오래된 생강이 맵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자신들 머리 위에 올라서려는 강무진의 망상은 불가능한 것이다.강명기가 계속 옆에서 거들었다.“형님, 그 세 명의 임원들, 어떻게 처리할 겁니까? 그리고 우리는 또 돈으로 그 놈들 입을 막아야 합니다. 그 정비기사가 모든 일을 다 떠안은 채 입을 못 열게 해야 해요. 그렇게 일헌이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합니다.”“그 정비기사가 그렇게 말을 잘 듣지 않아.” 강명재도 생각었했다.강무진이 무슨 방법이 썼는지 모르겠지만 정비가사가 실토한 모양이다.그도 당연히 알고 있다. 지금은 단지 아들 강일헌을 조사하는 시기일 뿐이다.만약 증거가 없다면, 저들도 자연히 강일헌에 대해 뭐라 할 수 없을 것이다.그런데 이 일을 어떻게 쉽게 처리할 수 있을까?강명기가 눈을 번뜩이며 입을 열었다.“만약 그 놈이 우리 말을 듣지 않는다면, 그 놈 가족에게 손을 쓰면 됩니다. 정비기사는 아직 수감 중이지만, 제가 이미 사람을 보내 비밀리에 접촉했습니다. 지금 정비기사는 멘탈이 붕괴된 상태예요. 좀 진정하면 다시 잘 이야기해 봅시다.”강명재는 강명기의 말을 듣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명기야, 네가 일을 이렇게 처리하는 동안 나는 왜 몰랐지?”그는 천성이 의심이 많아서 주변 사람을 잘 못 믿는다. 동생 강명기라도 피할 수 없다.멍하니 있던 강명기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다.“형님, 지금 일헌이 걱정 중이신데, 그 임원들 움직이는 일까지 신경 쓰시게 할 수는 없지요. 저는 단지 형
분노한 성연이 수하들에게 무진 조사를 도우라고 지시했다.곧 서한기 쪽에서 연락이 왔다.[인근 해안 도시의 작은 항구에서 한밤중에 그 임원 세 명이 배를 타고 몰래 떠날 예정입니다.]성연이 가라앉은 눈빛으로 말했다.“우선 지켜봐, 내가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볼 테니.”[보스, 그냥 잡아버리지 그래요?] 서한기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왜 이렇게 일을 복잡하게 하는지 모르겠네.’조금만 더 망설이다 놈들이 도망가면 찾을 수도 없다.일단 여기서는 찾기 쉬워도 출국해 버리면 그 넓은 곳 어디 가서 사람을 찾는단 말인가?“안돼, 무진 씨가 의심할 거야.” 성연이 지금 파견한 사람은 아수라문의 사람들이다.사람들을 직접 잡아 무진 앞에 내던지면 무진이 어떻게 생각할까?뜬금없이 아수라문 사람들이 왜 자신을 도우려하지, 라고 생각할 것이다.그때 가서 또 다른 오해가 생기는 건 좋지 않다.[제가 말하지 않았어요? 보스, 강무진에게 도와주겠다고 직접 말하세요. 왜 이렇게 빙빙 돌아갈 필요가 있어요? 강무진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 때, 보스가 직접 사실 그대로 말하면 이렇게 돌아갈 이유가 없잖아요?]서한기는 정말 성연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더욱이 성연과 무진 사이에 어떤 감정이 흐르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진짜 좋아하는 거 맞아?’성연도 이러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원래 단도직입적인 성향이라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그러나 무진을 만난 후,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까 봐 사사건건 조심하고 있었다.성연이 작은 소리로 서한기에게 말했다.“내가 무진 씨를 속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무진 씨가 알게 되면, 그가 내 신분을 알게 되면 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곁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많은 것들을 속였는데, 앞으로 무진 씨가 나를 믿을 수 있을까? 서한기, 어떤 일들은 진정한 감정을 느낀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을 거야.”성연은 불신에 찬 무진의 눈빛을 마주할까
그리고 동시에 무진 쪽에서도 소식을 들었다.손건호 쪽에서 알려왔는데, 알 수 없는 점은 그들이 얻은 정보는 성연과 정 반대되는 주소라는 것.무진이 옷을 갈아입고 손건호가 말한 곳으로 가려던 참이었다.성연은 서한기의 전화를 받은 후 머리가 어지럽고 잠이 잘 오지 않았다.지금은 좀 늦은 시간이다. 위층에서 내려오던 성연은 외투를 입고 출발하려는 무진의 모습을 보았다.성연이 물을 마신 후에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나가야 해요?”무진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손건호가 그 세 사람의 행방을 알아냈다고 해.”그리고 성연에게 주소를 하나 말했다.성연은 이 말을 들은 후 눈살을 찌푸렸다.이것은 서한기가 자신에게 보고한 것과 다르다.자신의 수중에 있는 정보를 의심한 적은 여태껏 없었다.그러나 무진 쪽에서도 손건호가 거짓말을 할 리는 절대 없었다.두 사람이 파견한 사람 모두 최측근들이므로 배신자가 있을 리도 만무한 일.그럼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둘째, 셋째 일가의 속임수. 성연은 도대체 누구의 정보가 진짜인지 분간하기 힘들었다.그러나 자신 쪽에서 조사한 결과를 무진에게 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그저 이렇게 말할 수밖에.“그럼 가서 안전에 주의해야 해요. 절대 자신을 다치게 해서는 안 돼요.” 성연은 속으로 은근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입술을 오물거리는 성연의 표정이 좀 무거웠다.무진이 성연 앞에 다가가서 안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나도 알아. 나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어.”어린 성연이 이렇게 자신을 걱정하자, 무진은 자신에게 절대 문제가 생겨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다.‘그렇지 않고 만약 내가 없게 된다면 성연이가 얼마나 상심할까.’“나는 걱정하지 않아요. 다만 반드시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을 조심해야 해요.”성연은 초조한 마음이 들었지만 무진에게 어떻게 자신의 느낌을 전달해야 할지 몰랐다.그저 마음이 몹시 힘들었다.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은 분명히 무진 쪽의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을 것이
무진은 북쪽의 작은 도시로 향했고, 성연은 해변 도시로 향했다.성연은 수하들을 데리고 멀지 않은 곳에 잠복해 있었다.화물선 한 척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달빛 아래서 사람의 그림자만 몇 개 보일 뿐이다.달아난 임원 세 명이 저 안에 있는지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다만 현재 몇 명밖에 보이지 않으니 자신들이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성연은 수하들 앞에서 먼저 배에 올랐다.분명히 눈앞에 몇 사람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들이 배에 오르자 사람들이 창문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 몇 명은 그들 가운데에 에워싸였다.이 상황을 본 성연은 자신들이 매복당했음을 알아차렸다.그러나 성연은 당황하지 않았다. 일이 이런 상황에 이른 지금 최선을 다해 대처할 수밖에 없다.인사 한 마디 없이 양측 모두 바로 움직였다.성연 쪽은 모두 최고의 고수들이다.그러나 상대방도 잘 훈련된 전문 킬러들이었다. 처음에는 성연이 상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점차 성연 쪽의 사람들이 힘에 부치는 게 분명했다.성연은 채찍을 힘껏 휘두르며 길을 뚫으려 했다.수하가 다가와 성연의 귓가에 속삭였다.“보스, 저 사람들 수가 너무 많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성연이 왔을 때, 행적이 이미 드러났다.이 사람들은 분명히 여기에서 작정하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지금은 진퇴양난.“최대한 빠져나가야 해.” 성연은 이를 악물고는 맞은편의 검은 옷 차림의 사람을 향해 매서운 눈빛을 보냈다.양측이 격렬하게 싸웠다.성연의 수하 하나가 힘에 밀리더니 검은 옷의 사람이 든 칼에 복부를 찔려 바다에 던져졌다.바다에 떨어지는 수하를 본 성연의 눈에 붉은 물이 들었다.‘정말이지 한 사람의 목숨이야!’성연은 계속해서 채찍을 휘둘렀다. 수하 하나를 잃은 후 성연은 무의식 중에 수하들이 다치지 않도록 보호했다.그녀 앞의 사람들이 한 무더기로 쓰러졌다.그런데 맞은편에서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몰려왔다.성연도 점차 힘을 잃었다.손도 저리기 시작했다.‘어쩌면 오늘 밤 여기
철저하게 안전을 확보한 후 차에 올라탄 성연은 간신히 냉정을 되찾고 곰곰이 생각했다.분명 자신의 정보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자신을 끌어들이기 위해 누군가가 고의로 단서를 흘린 게 분명했다.집안에 내부자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웠다.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자신의 행방을 이처럼 정확하게 알고 있었겠는가?너무나 공교롭게도 말이다.성연의 정보망은 여태껏 놓친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누군가 가짜 정보를 흘린 것이 분명했다.이번 실수로 수하가 목숨을 잃었다는 생각에 성연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이쪽 일을 하는 한 늘 칼끝에 서 있는 것과 같다고 하나 그렇다고 누가 죽고 싶겠는가?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너무나 충동적으로 여기에 옴으로써 수하를 잃었다는 사실에 성연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성연의 안색이 좋지 않자 서한기가 옆에서 위로했다.“보스, 죽고 사는 문제는 어쩔 수 없는 거예요. 게다가 이 일은 보스 책임이 아네요. 정보가 잘못되었을 줄 보스가 어떻게 알았겠어요?”성연의 눈에 냉기가 들어찼다.“배후에 있는 놈, 내가 반드시 찾아낸다. 뼈를 갈아서라도 반드시.”수하들이 자신을 둘러싸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은 사람은 바로 자신이었을 것이다.바다에 떨어져 시산도 찾을 수 없었다.“네, 보스. 다음에는 제가 직접 정보를 확인한 후에 보고하도록 할게요.” 서한기도 얼굴 가득 미안한 표정이다.만약 이번 일로 성연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더라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빈 유골함으로 죽은 이를 대신해서 아수라문 내에 안장해 줘. 고향이 있는 곳을 바라보게 해서. 가족이 있으면 충분한 보상금을 지불해서 녀석이 안심하고 저승 갈 수 있게 해줘.”성연의 음성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비애가 실렸다.자신들과 같은 일을 하게 되면 정말이지 목숨을 하늘에 맡길 수밖에 없다.어쩌면 바로 다음 순간에 이 세상을 하직할 지도 모르는 것이다.“네, 보스. 제가 직접 하겠습니다.” 서한기가 즉시 대답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성연은 속으로
손건호는 확실한 루트를 통해 배신한 이사 세 명이 곧 밀항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성연과 무진, 양측 모두 정보망을 통해 단서를 찾았다. 하지만 성연 측은 상대편에서 고의로 흘린 가짜 장소로 갔다.무진 일행은 성연이 갔던 곳과 멀지 않은 곳에서 차를 세우고 주위를 살폈다.항구에는 화물선과 바삐 움직이는 인부들로 가득했다.무진이 수하들을 데리고 직접 뛰어들어 수색하기 시작했다.인부들은 응당 평범한 노동자일 터.무진 일행이 들이닥치자 인부들은 바로 두 손을 머리 위로 들고서 한쪽에 꿇어 앉았다.손건호가 사진을 들고 일일이 확인했지만 임원들은 보이지 않았다.설마 세 명의 이사들이 벌써 밀항을 했단 말인가?분명히 여기에는 평범한 인부들만 남아 있었다.달아난 이사 세 명이 위험에 처한다면 속수무책일 터.‘만약 강명재, 강명기가 진짜 이 세 이사들을 흡족하게 생각한다면 사람을 보호하려 하겠지?’무진은 뭔가 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강명재가 이미 세 이사가 빠져나가도록 안배했을지도 모른다.무진은 갑판 위에 서서 한쪽에 모여 있는 인부들을 힐끗 훑어본 후에 말했다.“좀 더 찾아봐.”여기에서 찾지 못한다면, 그 세 명이 여기에 있을 리가 없으니 철수할 수밖에 없다.무진이 옆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수하들이 화물선의 구석구석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손건호가 사람들을 데리고 계속해서 뒤졌으나, 한쪽 구석을 놓치고 말았다.몇 명은 갑판 위에 선 무진을 보호했다.사실 세 이사는 일반 인부로 위장해 그 무리 속에 숨어 있었다.그럴듯하게 위장한 데다가 이미 해가 진 뒤라, 무진 일행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다.세 이사 중 하나가 다른 이사 하나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역시 수가 높으시군요. 아무리 강무진이 똑똑하다 해도 우리가 이런 방법을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을 겁니다.”치켜세워진 정 이사가 곧 득의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김 이사님도 보시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 오랜 세월 WS그룹에서 괜히 자리 차
무진 일행이 배에서 내리자, 화물선은 곧 바로 시동을 걸었다.무진은 움직이지 않고 배에서 내린 자리에 그대로 서서 생각했다.‘도대체 어디에서 문제가 생긴 걸까? 어째서 그들을 찾을 수 없었지?’화물선이 움직이며 무진이 선 곳에서 멀어지기 시작하자, 그렇게 찾았던 세 사람이 어둠 속에서 나와 뱃머리에 섰다.그들은 오만한 표정으로 무진을 바라보며 소리쳤다.“강무진, 생각지도 못했지? 우리가 이런 방법을 쓸 줄은?”무진이 눈을 가느다랗게 한 채 새카맣게 변한 저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조금 전 배에서 저들을 찾아내지 못한 것도 이해가 갔다.냉소를 지은 무진이 의기양양한 세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그렇게 많은 공금을 횡령하면 어떤 댓가를 치러야 할지 당신들도 잘 알 것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알아서 먼저 자백한다면 선처해 줄 수도 있다.”“우리는 바보가 아니야. 북성을 떠난 우리를 어떻게 찾을 거야?”배 위의 한 명이 비웃으며 소리쳤다.“나를 배신하고 강명재에게 붙었지만, 강명재가 당신들에게 뭘 해 줬나? 어차피 당신들은 떠날 테니, 지금 말해도 당신들에게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거다.”무진이 상투적인 말을 하려고 했다.세 사람에 대한 자료를 보면 전혀 자신을 배신할 사람들 같지가 않았다.그런데 이렇게 마주하고 싸우게 되다니.무진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다.WS그룹의 복지는 최고라고 할 수 있었다. 저들에게 대한 회사의 대우도 박하지 않았다.열심히 일하기만 한다면 원하는 것들 다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이런 식으로 자신을 배신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소리쳤다. “그렇게 알고 싶다면 말해 주지. 사실 우리는 WS그룹에 잠입해 있은 지 오래 되었다. 우리는 처음부터 강명재와 강명기의 사람들이었어. 두 사람은 우리의 은인이야. 이 일은 우리가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어. 목숨을 구해준 두 사람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는.”다른 한 명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강 대표, 너무 원망하지 마라. 우리도 이럴 수밖에
이사 세 사람이 자신들은 이미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사이, 배는 점점 멀어졌다.무진은 저들을 붙잡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저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은 무진의 수하들이 곧바로 쾌속정을 타고 쫓아갔다는 사실.무진은 조금 전 일부러 멀어지는 그들과 소리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시간을 끄는 동안 손건호에게 쾌속정으로 쫓아가게 한 것.다행히 그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세 사람을 또 놓쳤을 것이다.모터 보트 몇 척이 금세 화물선을 포위하자, 이사 세 명은 거의 죽을 듯이 놀랐다.정말이지 강무진이 대책을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래서 다소 어찌할 바를 모를 지경이다.만약 지금 붙잡혀간다면 자신들을 기다리는 건 아마도 죽음보다 못한 고통밖에 없을 터.세 이사는 서로 쳐다보며 서로의 얼굴에 어린 당혹스러움과 망연자실한 빛을 읽었다.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다.그저 일반인들에 불과한 이사들은 신변을 보호해 주는 사람도 없어서 바로 무진의 수하들에 의해 붙잡혔다.화물선 또한 배에 오른 무진의 수하에게 키를 빼앗긴 채 해안가에 멈추었다.다시 배에 오른 무진은 조금 전까지 오만하게 소리치던 세 사람이 지금은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벌벌 떠는 모습을 보니 웃기지도 않았다.조금 전 자신들이 한 말을 생각하던 세 이사도 후회막급이었다.만약 강무진이 이렇게 대책을 만들어 두고 있으리라는 걸 진작 알았다면, 절대 그런 말로 강무진을 자극하지 않았을 것이다.이제 끝났다. 붙잡혔으니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을 것이다.세 사람 앞으로 다가간 무진이 싸늘한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그 돈, 어디로 빼돌렸어?”이렇게 되자 세 사람도 사실대로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그들은“돈은 벌써 강명재와 강명기에게 주었다. 우리한테는 한 푼도 남아 있지 않아. 강 대표, 우리를 보내 줘.”무진이 냉소를 지으며 한 마디 했다.“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얌전히 회사에서 일이나 할 걸 그랬지? 그런데 그 결과는? 계산을 많이 했겠지만, 강명재와 강명기
‘그래함과 무진 씨 사이는 썩 괜찮은 것 같아.’성연은 두 사람이 언제 번호를 교환했는지도 몰랐다.‘그런데 사형이 전화를 받는 속도가 꽤 빨랐어.’성연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사형하고 채연 언니는 뭐하고 있대요?”‘채연 언니가 멀미를 했으니까, 사형도 당연히 언니하고 같이 쉬고 있었을 텐데.’‘전화를 그렇게 빨리 받을 수가 없어.’그래서 성연은 약간 궁금해졌다.“두 사람이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맞혀 봐?” “뭐 먹고 있었나...?” 성연이 머뭇거리며 답을 말했다.“두 사람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도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성연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면서 얼굴을 가렸다.‘사형하고 언니는 대낮인데도...’‘하필이면 무진 씨가 들었어.’‘하지만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 호텔에는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바로 불이 붙은 거야.’‘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것도 정상일 거야.’말을 하던 무진이 성연에게 바로 키스를 했다.무진의 키스를 받은 성연은 숨을 헐떡이며 무진의 품에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무진의 동작은 갈수록 대담해졌다.성연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말아요.”‘여긴 집무실이라서 언제든지 사람들이 들어올 거야.’‘문을 잠그더라도 누군가 보고하러 문을 두드릴 거야.’성연은 아직 이런 정도로 개방적이지는 않았다.그리고 아이를 만드는 것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적어도 결혼식 후에 생각해야지.’‘나는 아직 그렇게 젊은데, 아이가 생기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해.’‘생각만 해도 정말 귀찮아.’“안 돼,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성연이 사무실에서 그러는 걸 원하지 않는 이상, 무진도 개의치 않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그곳이라면 조용하고 공간도 넓어서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야.’“무진 씨, 좀 진정해요...”성연은 얼굴을 붉히며 무진의 가슴을 밀어냈다.‘무진 씨는 정말 갈수록 대담해져.’‘누가 강무진을 금욕주의자라고 했어?’‘나를 잡아먹으려고 눈이 벌개져 있는데, 그런
무진은 전례 없이 빠른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섰다.문을 열고 성연의 뒷모습이 보이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곧장 달려가서 성연을 백허그로 안았다.고개를 돌린 성연이 무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키스를 날렸다.무진은 키스를 잠시 중단하고 대표실 문을 잠궜다.이어서 성연에게는 숨막히고 공격적인 키스가 기다리고 있었다.무진의 손도 슬슬 위험 수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점점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성연도 빨갛게 뺨이 달아올랐지만 무진의 손을 잡고 막았다.“지금은 회사라서 안 돼요.”성연이 불편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계속해서 진도를 나가려던 무진은 마음속의 욕망을 억지로 눌러야 했다.그리고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무진의 마음이 비로소 진정되었다.성연을 껴안은 채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나서야 성연에게 그래함의 일에 대해 물었다.“어떻게 됐어?”성연은 그래함과 유채연의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었다.그전의 우여곡절들은 많이 생략했지만, 그래도 핵심적인 내용들은 거의 다 말했다.이야기를 듣고 난 무진은 큰 충격을 받았다.‘그래함이 그렇게 다정한 남자인 줄 몰랐네.’‘그래함의 권력과 지위라면 어떤 여자인들 얻지 못하겠어?’‘줄곧 고향의 연인만을 애타게 기다렸다니.’무진의 생각이 지나치다고 탓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그러나 내가 성연과 함께 있을 때 성연의 신분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어.’‘감정이란 건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로지 느낌만 따라야 해.’무진은 유채연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좀 궁금해졌다.‘그래함 같은 대단한 남자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니.’“무진 씨도 믿기지 않지요?” 성연이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그래.”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믿기 힘든 일이야.’“이전에 사형이 채연 언니를 찾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더 믿을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사형이 예전에 채연 언니가 자신에게 준 증표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고, 채연 언니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걸
북성에 도착하자 그래함은 유채연을 데리고 최고급 호텔을 체크인했다.뒤에서 그들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고 있던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무진이 생각났다.‘나도도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야. 뭐.’‘요 며칠 사형과 채연 언니가 애정을 과시하는 것만 바라보았지.’유채연과 그래함도 성연을 잊지 않았다.유채연이 물었다.“성연아, 너 우선 우리 호텔로 가서 쉬지 않을래? 차를 그렇게 오래 탔는데 힘들었잖아.”유채연은 멀미가 나서 창백한 표정으로 그래함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됐어요, 내가 어떻게 여기서 두 사람의 세계를 방해할 수 있겠어요? 저는 먼저 갈게요.” 성연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혼자 차를 타고 떠났다.유채연은 성연이 떠나는 방향을 보면서 걱정했다.“성연이 걔가 갈 곳이 있어? 시간도 늦었는데 여자가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특히 이런 대도시에서는.”그래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채연아, 성연이는 이곳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 잊었어? 전에 내가 너한테 말했잖아. 성연이에게는 아주 대단한 약혼자가 있다는 거 말이야.”유채연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성연에 대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래서 약혼자를 찾아간 거야?”“그래, 걱정하지 마. 지금 멀미하지? 힘들면 내가 밖에 나가서 약 좀 사올까?” 그래함은 유채연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유채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좀 자면 돼.”“그럼 그렇게 해.” 그래함도 마음 놓고 유채연을 혼자 둘 수 없었다.‘처음 이곳에 왔는데, 내가 채연이 곁에 없다면 채연이가 불안해할 가능성이 높아.’한편 성연은 바로 무진을 찾아갔다.그러나 자신이 돌아온 걸로 무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려고 무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성연은 예전에 지문을 입력해 놓아서, 보고 없이 바로 최고층까지 갈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무진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이제 곧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설레는 듯했다.성연이 집무실 입구에 도
외삼촌은 다가가서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을 부축했다.여전히 울고 있던 유채연이 일어나자, 그래함이 어깨를 감싸고 위로했다.“얼른 가거라.” 외삼촌도 울먹이는 목소리였고,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래함은 외삼촌을 한 번 본 뒤 유채연이 차에 타도록 부축해 주었다.유채연은 외삼촌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성연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외삼촌이 몸을 돌릴 때 눈물이 땅에 떨어지는 걸 봤지만, 유채연이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이 옆에서 따라서 소리쳤다.“외삼촌, 제가 채연 언니하고 자주 돌아올 게요. 저는 외삼촌 가게 하드가 좋아요.”그제야 서둘러 눈물을 닦은 외삼촌이 몸을 돌려서 말했다. “그래, 너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마.”차가 천천히 시동을 걸자, 창밖의 장면도 빠르게 바뀌었다.차에 앉아서도 유채연은 여전히 훌쩍거렸다.그래함은 유채연을 꼭 안고 자신의 품에 기대게 했다.“채연아, 외삼촌이 보고싶으면 앞으로 자주 돌아와서 볼 수 있어. 내가 같이 올게.”“정말?” 그래함을 바라보는 유채연의 눈은 마치 토끼의 눈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물론이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내가 다 해 줄게.” 예전에는 그래함도 뭘 해도 혼자였다.하지만 이제 유채연이 있으니 모두 달라졌다.그래함은 틀림없이 유채연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어쩌면 유채연을 위해 정말 국내로 이주할 수도.“그런데 내가 없는데 외삼촌은 어떡하지? 자기 몸을 잘 추스릴까?” ‘예전에는 집안의 모든 일을 내가 책임졌지.’‘지금 내가 떠났으니 외삼촌은 잘 수습할 수 있을지 몰라.’성연은 조수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성연은 일부러 그 자리에 앉아서 유채연과 그래함에게 공간을 내주었다.그 말을 듣고 성연이 웃으며 말했다.“채연 언니, 외삼촌은 마음이 그렇게 섬세한 분이니까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떠날 때 그래함은 외삼촌에게 체크카드를 남겨 두었다. 비밀번호도 쪽지에 써 두었다. 그 돈이면 외삼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평생 편안하게
이런 유채연의 모습을 보고 외삼촌은 또 한바탕 잔소리를 했다.“정말 재수 없게 징징거리고 있지. 꼴이 그게 뭐야? 나는 상관하지 말고 빨리 가. 나한테 돈도 있고 차도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는 말할 것도 없어. 너는 나한테 짐만 될 뿐이야!”유채연은 외삼촌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었다.대부분 외삼촌은 그저 입으로만 모질게 굴었을 뿐이다.사실 자신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애초에 집에 그렇게 많은 일이 생기자 친척들마다 모두 양보하면서 피했다.외삼촌만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원했다.모두들 유채연이 흉악한 외삼촌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좋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그러나 그동안 삶의 질이 좀 떨어진 걸 제외하면, 외삼촌은 진심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가게에 온 손님 중에 간혹 유채연의 예쁜 모습을 보고 희롱하려고 했지만, 모두 외삼촌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이전의 여러 일들을 생각하자, 유채연은 외삼촌이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 준 걸 알게 되었다.유채연이 갑자기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외삼촌, 그동안 거둬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옆에서 그 모습을 본 그래함도 유채연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외숙부님, 채연이의 부모님이 안 계시니 외숙부님이 채연이 아버님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무릎을 꿇고 맹세하겠습니다.”“저희는 곧 결혼하게 되면 반드시 읍내에서 잔치를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채연이를 보고 비웃지 못하게 할 테니, 채연이를 제게 주시면서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채연이에게 정말 잘 하겠습니다.”남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존엄성이다.그러나 그래함은 유채연을 위해 외삼촌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 역시 그래함의 성의를 충분히 드러낸 것이다.두 사람의 감정을 외삼촌은 더욱 눈에 새겨 두었다.‘채연이가 그래함과 함께 있으면서 미소도 눈에 많이 많아졌어.’“너희들 빨리 일어나!” 외삼촌은 유채연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었다.입으로는 듣기 싫은 말을 하지면, 개를 길러도 이
이전에 유채연이 입었던 옷은 전부 그래함과 성연이 함께 골라준 옷으로 교체되었다.유채연은 트렁크를 사서 물건을 다 넣었다.곧 떠나야 할 때, 유채연이 외삼촌과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내가 같이 갈게.” 유채연을 도와 트렁크를 닫고서 그래함이 일어났다.“그래도 나 혼자 갈래...”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이제는 우리 둘이 같이 있잖아. 외삼촌은 우리 관계의 증인이자 네 유일한 가족이야. 내가 널 데리고 갔다가,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야?” 그래함이 유채연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요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유채연은 자연스럽게 그래함과 더 가까워졌다.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그래함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만약 외삼촌이 그래함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 마음이 더 괴로울 거야.’“그래, 같이 가자.”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두 사람이 함께 문을 나섰다.나오다가 마침 두 사람을 찾으려던 성연과 마주쳤다.“성연아, 우리 외삼촌 보러 갈 건데, 너도 갈래?” 유채연은 요 며칠 성연과 계속 붙어 있어서, 성연에 대한 감정도 이미 예전처럼 좋았다.어디를 가든지 성연을 데리고 가야 해서, 그래함이 한바탕 질투하기도 했다.“출발하기 전에 외삼촌과 작별인사 하러 가는 거예요?”성연이 물었다.“그래.”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함께 갈게요.” 눈치 빠른 성연은 유채연의 손을 잡지 않고 뒤에서 따라갔다.‘채연 언니하고 그래함 사형이 나란히 다정하게 가는 모습을 보면, 외삼촌이 좀 안심할 수 있겠지.’유채연과 그래함은 앞에서 함께 걸어갔다.유채연의 마음은 여전히 좀 불안했다.‘예전에 외삼촌이 못마땅했을 때는 여기를 탈출하겠다는 생각도 했지.’그러나 정말로 외삼촌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유채연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비록 그다지 내 생각대로 지내지는 못했지만.’‘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내 유일한 피난처였지.’“걱정 마, 외삼촌은 좋은 분이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
그 말을 듣자, 유채연은 코가 시큰거리면서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꽉 쥐었지만 뜬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지금처럼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은 없었다.유채연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걸 보자, 가볍게 한숨을 쉰 그래함이 휴지로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왜 그렇게 울기를 좋아해? 앞으로 나하고 있으면서 내가 잘 해줄 테니까 이렇게 울면 안 돼. 네가 눈물을 흘리는 게 안타까워.”그래함의 부드러운 말을 들으면서 유채연의 감정도 점차 가라앉았다.감정이 진정되자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맛보았다.아주 달았다. 이 달콤함이 유채연의 마음속에 스며들면서 마음을 천천히 따뜻하게 했다.“고마워, 그래함.” 유채연은 코를 훌쩍이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내가 너에게 고마워해야지.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잖아. 내가 좀 일찍 너를 찾아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래함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우리는 지금이 좋아.” 유채연은 그래함의 이런 의기소침한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그래, 이제 네가 있으니까 앞으로 우리는 더 좋아질 거야.”그래함이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성연은 어느새 감정이 없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그러나 계속 뒤를 따라 가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성연은 정말 기뻤다.자신도 그런 분위기가 달콤하게 느껴졌다.예전에는 그저 단순하게 그래함 사형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그러나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자, 정말 두터운 그래함의 깊은 정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성연은 두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 굳어 있던 두 사람이 점차 풀어질 때까지 이미 정말 잘 지나왔어.’“두 분, 연애하면서 여동생도 잊어버렸지요? 나 너무 배가 고파요. 밥 먹으러 가고 싶어요.” 성연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게에서 별로 먹지 않고 이렇게 오래 걸었더니 벌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그 말을 들은 유채연이 바로 뒤돌아서 미
“언니, 빨리 나와서 사형에게 보여주세요.” 성연이 바로 유채연을 데리고 나갔다.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유채연은 바로 그래함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래함은 지금도 유채연이 겉모습만 꾸민 여자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고 여겼다.약간 수줍어하는 그 모습은 언제나 그래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그래함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한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유채연도 그래함이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는 걸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그런데 한참 기다렸는데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그래함의 눈을 마주한 유채연이 어색하게 치마자락을 잡고 말했다.“어때? 보기 싫어?”“예뻐. 내가 홀딱 반할 정도야.” 그래함의 목소리는 가볍고 부드러웠다.유채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화장을 마친 뒤 그들은 계속 쇼핑을 했다.성연은 두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게 자리를 양보했다.그래함이 바로 앞으로 가서 유채연의 손을 잡았다.유채연이 손을 빼려고 했지만, 그래함은 꼭 쥔 채 유채연이 벗어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성연이도 여기 있잖아.” 유채연은 20여 년을 살면서 그래함 이 한 사람만 좋아했다.평소에도 남자와 스킨십을 해본 적도 없었다.지금 그래함과 함께 걸으면서 유채연은 불편한 기색이 가득했다.그러나 그래함의 따뜻한 손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끼자 마음은 달콤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그래함이 바로 말했다.두 사람 뒤에 있던 성연은 하마터면 그래함을 흘겨볼 뻔했다.‘이건 날 훼방꾼으로 여기는 거야.’유채연은 감히 고개를 돌려 성연을 보지 못하고, 손을 잡힌 채 얼굴만 빨개졌다.그래함은 유채연이 자신에게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자 불만스러웠다.“채연아, 팔장을 낄래.”“아니, 손을 잡았잖아.” 유채연은 입술을 깨물며 수줍어했다.“우리 연인 사이잖아?” 그래함이 유채연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열기가 귓가를 스쳐 지나가자 유채연은 더욱 부끄러워했다.‘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외삼촌에게 차를 주자, 외삼촌은 드라이브를 하면서 이 차의 성능을 시험해 보겠다고 말했다.그래함이 자신을 속이는 건지 보려는 것이다.외삼촌이 차를 몰고 가자 성연과 그래함, 유채연만 남게 되었다.오늘 손님이 오기 때문에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다.‘자세히 헤아려 보니 외삼촌은 정말 디테일한 사람이야.’“채연 언니, 우리 쇼핑하러 가요.” 성연이 다가가서 유채연의 팔장을 꼈다.“그래.” 유채연은 성연이 쇼핑을 하려는 걸로 생각하고 함께 갔다.성연이 유채연을 데리고 온 곳은 모두 고급 쇼핑몰이었다.유채연도 옷을 좀 사고 싶었지만, 가격을 보고는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성연은 흰색 원피스를 유채연의 몸에 대고 비교해 보았다.“채연 언니, 이 원피스가 잘 어울려요. 한번 입어 보세요.”“난 됐어. 네가 맘에 들면 사.” 방금 유채연은 가격표를 언뜻 봤다.‘너무 엄청난 가격이야.’‘원피스 한 벌에 어떻게 가격이 이렇게 비쌀 수 있는지 정말 상상할 수가 없어.’‘정말 터무니없는 가격이야!’“언니, 이 치마가 정말 잘 어울려요. 한번 입어보고 싶지 않아요?” 성연은 눈을 깜빡이며 유채연을 바라보았다.눈앞의 원피스를 보고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한번 입어 봐.” 그래함도 유채연이 이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유채연은 자신의 그런 모습이 기대되면서도 머뭇거렸다.마침내 결정을 내린 뒤에 옷을 가지고 탈의실로 들어갔다.‘확실히 잘 어울리네.’유채연은 한번 입어 본 걸로 만족했고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성연과 그래함이 번갈아 설득해서 유채연도 결국 옷을 하겠다고 했다.두 사람은 또 유채연에게 많은 옷을 사주었다.처음에는 유채연도 두 사람이 돈을 쓰는 걸 걱정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유채연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나중에는 돈을 쓰는 것에도 무감각해졌다.예쁜 옷을 많이 산 뒤 그래함이 뒤에서 가방을 들어주었다.그래함의 두 손으로 겨우 들 수 있을 정도였다.성연은 또 유채연을 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