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 모두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무진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지금 자신들의 목숨이 무진의 손에 달려 있었다. 더 이상 무진에게 함부로 말하지도 못한 채 침묵으로 자신들의 달갑지 않은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무진은 저들의 표정을 통해 지금 저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무진이 입을 열었다.“못 믿겠으면 강명재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 보든지. 나한테 곧 잡힐 것 같다고 연기를 해서 당신들을 지킬 사람들을 더 보내 달라고 해봐라. 그리고 강명재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든지.”세 사람도 강무진이 말한 대로인지 아닌지 알아보고 싶었다.자신들의 기억에 따르면, 강명재와 강명기는 절대 저들이 말한 것처럼 하지 않을 것이다.강명재와 강명기가 자신들을 구해 주었으니, 두 사람에게 목숨을 바쳐 충성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그러나 그들이 WS그룹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받은 것도 충분히 많았다.마지막에 강명재가 제시한 조건이 아니었다면 그들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세 사람 중 리더 격인 박 이사가 강명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강명재에게 무진이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초조한 음성으로 말했다.“강 사장님, 지금 빨리 사람을 보내 우리를 구해 줄 수 없습니까? 만약 강무진의 손에 잡히면 살아나지 못할 겁니다.”수중에 이미 돈이 들어왔는데 강명재가 저들의 목숨을 책임질 리가 없었다.그러자 전화기 저편에서 강명재가 말했다.[그렇게 된 이상 당신들 스스로 살 길을 찾아라. 절대 강무진에 잡히지 않도록 해라.]강명재의 말을 듣던 박 이사의 동공이 수축했다. 강명재가 이렇게 반응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강, 강 사장님, 사람을 보내서 우리를 지원하지 않을 겁니까?” 박 이사는 모든 희망이 사라진 듯한 음성으로 물었다.[내가 어디서 사람을 찾아 보내? 게다가 달아나고 아니고는 전부 당신들 운명이지,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 그래?]그리고 강명재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강명재는 흡사 세 사람을 버린 자
성연이 떠난 항구에 성연은 생각지도 못한 두 사람이 나타났다.바로 미스터 제이슨과 소지연.텅 빈 항구를 바라보는 소지연은 항구에 피비린내가 가득한 것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한탄하며 말했다.“결국 송성연을 못 잡았다니.”‘정말 어렵게 잡은 기회였는데.’송성연이 나타났을 때, 송성연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송성연을 잡으면 가둔 후에 마구 괴롭힐 작정이었다.송성연이 자신을 대신해서 강무진의 곁에 있는 동안 자신의 마음 속에 맺혔던 한을 그런 식으로 갚아 줄 생각이었다.그런데 또 다시 송성연을 놓쳤다.‘송성연은 어떻게 그렇게 운이 좋은 거야? 매번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다니!’미스터 제이슨이 옆에서 말했다.“송성연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인물이 아닐 수도 있다. 조금 전 저들의 솜씨는 절대 강무진 주변에 있는 단순한 경호원들 수준이 아니야. 실력이 너무 강해서 도저히 막을 수 없을 정도였어.”그는 자신의 수하들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일반 경호원들이 어떻게 전문 킬러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조금 전의 무리들은 제이슨 자신이 훈련시킨 킬러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심지어 자신의 킬러들보다 더 대단했다.‘그건 절대 일반 경호원들이 가진 실력이 아니었어.’게다가 자신이 보낸 세 사람은 모두 세계 최상위급의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지금 그토록 쉽게 송성연의 손에 무너지다니, 이게 가능하다고?’“시골에서 온 계집애 따위 어디에서 그런 강한 실력이 나온다고? 당신 수하들의 실력이 그 정도인 거 아냐?” 소지연은 제이슨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식으로 은근히 조롱했다.송성연이 좀 똑똑하다는 사실은 자신도 알고 있다.그러나 전문 킬러와 맞설 수 있을 정도라는 건 절대 있을 수가 없다.소지연은 제이슨이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어린 계집애 하나 못 잡다니 말이다.‘제이슨 자신도 그 사실을 인정하려니 체면이 서지 않아 그런 핑계를 생각해낸 거겠지.’‘제이슨도 어쩔 수 없군.’하지만 제이
성연은 벌써 집에 돌아왔건만,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는 무진.성연은 밤새 자지 않고 집안의 누가 내부 첩자인지를 생각했다.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기회를 봐서 집안 경비를 더 강화하라고 무진 씨에게 말해야겠어.’물론 무진이 자신의 신분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눈을 들어 창밖을 보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성연은 잊지 않고 바깥의 기척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하루 밤이 지났음에도 무진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너무나 걱정스러웠던 성연은 결국 생각 끝에 핸드폰을 꺼내 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신호음이 들린 후 무진이 전화를 받자 그제야 성연이 한숨을 내쉬었다.어쨌든 괜찮으니 전화를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잠시 후 낮게 가라앉은 무진의 음성이 휴대폰 너머 들려왔다.“성연아, 무슨 일이야?”“아무 것도 아니에요. 무진 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 전화해 본 거예요.” 성연은 무진의 음성을 듣자 우울했던 마음이 확 사라지는 듯했다.“괜찮아, 난 아주 안전해.” 밤을 꼬박 샌 무진이 피곤한 건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그, 그 이사 세 명은 잡았어요?” 성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진을 도우려다 하마터면 자신이 위험에 빠질 뻔했다.성연이 생각하기에 이 일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이미 잡았어. 쓸만한 정보가 더 없는지 지금 심문 중이야.” 무진이 현재 상황을 성연에게 모두 말해 주었다.성연에게는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그 사람들은 누구라고 말해요?”성연이 물었다.성연의 물음에 휴대폰 너머 있던 무진이 냉소를 지으며 비꼬듯이 말했다.“누구겠어?”무진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자, 성연은 역시 둘째, 셋째 일가 쪽임을 짐작했다.저렇게 비열한 저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충성하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아마도 강명재와 강명기가 제시한 유혹이 너무 커서 승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성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무
“무슨 일이에요?” 무진의 목소리를 들은 성연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잠이 완전 달아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모가 방금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할머니 몸에 문제가 생겼대. 심지어 기침을 하시는데 피가 배어 나왔대. 걱정이 된 고모가 벌써 구급차를 불렀다고 해. 고모가 혼자 정신이 없을 것 같으니 네가 빨리 가서 좀 살펴봐 줘.”무진의 고모 강운경은 겉으로는 침착해 보여도 사실 마음 쓰는 사람의 일이라면 정신을 못 차렸다.성연이 좀 더 침착할 것이다.조급해할수록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알았어요, 바로 가 볼게요.” 성연이 두말없이 밖으로 나갔다.무진이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없으니 귀찮아도 네가 좀 신경 써 줘, 성연아.”다행히 성연이 있었기에 자신이 그 다음 일을 계속 완성할 수 있었다.만약 성연이 없었더라면, 아마 자신도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성연이 살짝 나무라듯이 말했다.“무슨 그런 말이 있어요? 됐어요, 빨리 가야 되니까 얼른 끊어요.”성연도 안금여를 자신의 친 할머니처럼 생각하고 있었다.이런 위기일수록 성연은 당연히 안금여의 곁에 있어야 했다.“그래,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해 줘. 수고해.” 그리고 무진이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닫은 성연은 즉시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몰고 속도를 무시한 채 고택으로 달렸다.성연이 초인종을 누르자 한동안 문을 열러 나오는 이가 없었다.할머니 안금여의 상황이 썩 좋지 않은 탓에 집사가 줄곧 안금여 옆을 지키다 보니 빨리 나오지 못했다.성연이 계속해서 초인종을 눌렀다.거실에 있던 강운경이 초인종 소리를 듣고 집사에게 말했다.“집사님, 빨리 가서 문 열어 주세요. 성연이가 온 걸 거예요.”“네.” 고개를 살짝 끄덕인 집사가 문을 열러 뛰어나갔다.성연은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집사와 함께 거실로 들어왔다.걱정이 한 가득인 얼굴을 한 강운경에게 다가간 성연이 물었다.“고모, 지금 어떤 상황이에요?”“나도 잘 모르겠어. 갑자기 기침을 하는데 멈추지가 않는 거야. 그리고 기침에 피
성연이 은침을 다시 뽑아내자 안금여의 기침이 멈추었다.가볍게 안금여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물었다.“할머니, 어떻게 지내셨어요?”지난번 안금여가 이미 자신의 의술을 알았으니, 성연도 이제 안금여 앞에서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인명은 재천이라 하더니, 결정적인 순간에 성연은 안금여의 목숨을 최우선으로 선택할 것이다.안금여는 매우 감탄했다. 성연의 의술이 이렇게 신통할 줄은 미처 몰랐다.겨우 침 한 번 질렀는데 자신의 모든 증상이 사라지는 듯했다.저번에도 그렇더니,역시.안금여가 성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성연아, 정말 고맙구나. 네가 또 이 늙은이의 목숨을 구했어.”성연이 자신의 곁에서 도와준 적이 몇 번이나 되었던가, 안여금는 이번에야 말로 자신이 틀림없이 서쪽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할머니, 마땅히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이제 좀 괜찮으세요?” 성연은 안금여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많이 좋아졌어.” 안금여가 고개를 끄덕였다.안금여가 무사한 것을 본 성연은 계속 물었다.“할머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멀쩡하시다가 어떻게 이렇게 되셨어요?”안금여는 한숨을 내쉰 후에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안금여가 천천히 말했다.“아침에 국 한 그릇을 마셨을 뿐인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국?그럼 분명 국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일 터.성연은 무의식 중에 안금여의 목에 찔러 넣었던 은침을 쳐다보았다.은침의 색이 바뀌어 있는 것을 바로 발견했다.바늘 전체가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성연은 안금여에게 말했다“할머니, 이건 누가 독을 넣은 게 분명해요.”안금여는 속으로 무척이나 놀랐다.“어, 어떻게 누가 독을 넣을 수 있어?”성연은 안금여의 물음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안에는 각양각색의 약이 들어있었는데, 성연은 재빨리 몸에서 해독환을 꺼내 안금여에게 복용시켰다.안금여는 성연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그냥 먹었다.결국 신
해가 기울어지며 저녁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할 무렵. 고개를 숙인 황금 빛 논자락이 오랜 역사를 품은 이 시골 마을에 색채감을 더하고 있다.마침 하교 시간이라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길을 따라 늘어선 교복 차림의 아이들로 소란스러웠다.책가방을 손에 든 송성연이 아이들 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다소 나른한 듯한 표정에 몸을 더 작아 보이게 하는 헐거운 교복, 개성을 드러내는 길이가 다른 바지자락. 개구장이처럼 묶은 포니테일의 머리가 발걸음에 따라 흔들거리며, 흠잡을 데 없이 예쁜 얼굴이 더욱 시선을 끌게 한다.길가 느티나무 아래 앉아 더위를 식히던 할아버지가 성연을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성연이 학교 다녀오는 거냐?”“네. 학교 다녀왔어요.”성연이 웃으며 대답하고는 주머니에서 초콜릿 한 알을 꺼내 건넸다.“새로 나온 맛이에요. 드셔 보세요. 무척 달아요.”“그래.”‘허허’웃으며 받은 할아버지는 잠시 뭔가 생각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참, 네 아버지가 또 왔었다. 너를 도시에서 지내게 하려고 데리러 온 걸게야.”그 말을 듣던 성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웃음이 사라지며, 어두워진 눈동자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집 쪽을 바라보았다.그곳에는 고급스러운 벤츠 한 대가 세워져 있었다.“하…… 그렇다면 좋겠네요!”성연의 입가에 한 줄기 조소가 걸렸다.성연의 부모는 어렸을 때 이미 이혼했다. 3개월도 안 되어 새가정을 꾸린 아버지는 그녀보다 한 살 어린 여동생도 데려왔다.계모는 그녀를 키울 수 없다며 집에서 쫓아냈다.그런데 기가 막히게도 성연의 친엄마 역시 그녀를 키우려 하지 않았다.결국 성연을 불쌍하게 생각한 외할머니가 데려와 여태까지 키웠다.하지만 몇 달 전 외할머니가 돌아 가시자, 할 수 없이 엄마가 성연을 떠맡았다. 그런데 지금 남자친구와 결혼하려 안달이 난 엄마는 조금도 주저함 없이 그녀를 아버지에게 버릴 생각인 것이다.그러나 그녀의 아버지 역시 성연을 키울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아니나 다를까 성연이 막 집 입
남자는 거의 1미터 90에 육박하는 키와 체중이었다.묵직한 체중에 눌린 성연이 지탱하지 못하고 순식간에 땅바닥으로 넘어졌다.“윽, 아파!”성연에게서 숨이 터져 나왔다.등이 바닥에 완전히 닿을 정도로 넘어진 데다 위에서 누르고 있는 남자때문에 몸이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이중으로 전해지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었다!그러다 성연은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았다.심하게 잘 생긴 이목구비는 성별이 모호할 만큼 정교해서 천사와 요괴 중간쯤 되는 것 같았다. 길게 뻗은 속눈썹과 살짝 치켜 올라간 눈꼬리. 반듯한 미간을 쓸어 올리니 정신을 잃고 있는 와중에도 냉랭한 포스가 배어 나온다.꽉 다문 얇은 입술은 서늘한 호선을 그리고 있었고, 도자기 같은 피부는 병적일만큼 창백해 보였다.그때,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머리카락 사이로 남자의 이마 위에 송글송글 땀방울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약하고 가쁜 호흡이 그녀의 얼굴 위에 뿌려졌다.몹시 초조해진 성연이 속으로 생각했다.‘아니, 이게 다 뭐람?’그러나 남자가 이미 몸을 누르고 있는 이상, 그냥 내버려둘 수가 없었다.젖 먹던 힘까지 짜내 간신히 일어난 성연은 남자를 끌며 근처의 폐창고로 갔다.이 폐창고는 평소 달리 오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 성연이 망설이지 않고 피로 물든 비싼 양복과 셔츠를 재빨리 풀어헤쳤다.상처가 드러났다!복부에 위치한 새끼손가락 길이의 상처는 칼에 찔린 자상이었다. 흘린 피의 양을 봤을 때, 확실히 가벼운 상처가 아니었다.이 상황이라면 병원에 보내는 게 맞겠지만, 이 작은 마을엔 제대로 된 병원이라고는 없었다.유일하게 진료하는 보건소에서도 이 상처를 제대로 처치하지 못할 것이다.하지만 성연에게는 이 정도 상처 치료쯤 일도 아니었다. 성연은 손을 재게 놀리며 책가방을 열고 안에서 잡다한 병이랑 용기들을 꺼내었다. 남자의 상처를 깨끗이 씻고 소독한 다음 지혈을 시키고, 약을 발랐다!치료하는 모든 과정들이 아주 깔끔한 것이 매우 숙련되어 보였다.모든 처치를 끝낸 성연은 다
반쯤 눈을 뜬 채 생각하던 강무진은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이 기억나기 시작했다.임무를 수행하던 중에 적의 흉계에 걸려 이 작은 마을까지 오게 되었다.당시 골목에서 교복을 입은 여자아이를 만나 구조를 요청했었다.결국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의식을 잃었고!“목숨은 건졌나 보군!”고요한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감돌았다.임무 중 상대의 계략에 빠졌던 것은 팀 내의 스파이가 적에게 정보를 팔아먹었기 때문이다.기억을 떠올리던 강무진의 얼굴이 살기를 띠고 있었다. 그는 손목시계의 버튼을 눌러 구조 신호를 보냈다.약 20분 뒤, 창고 밖에서 일사불란한 발자국 소리가 울렸다.곧이어 검은 옷의 한 무리가 우르르 들어왔다.강무진을 본 수석비서 손건호는 다소 감정이 격해지면서 바짝 긴장했다.“보스, 괜찮으십니까? 제가 애들을 데리고 보스를 한참 찾고 있었습니다! 보스 상처는 어떻습니까?”“괜찮아, 이미 처치했어!”잔뜩 잠긴 음성은 무심한 듯 냉담함이 배어 있는 어조였다. 미간에는 타고난 위압감이 잔뜩 서려 있었다.그는 천천히 바닥에서 일어나자, 상태를 살표보고 있던 손건호가 얼른 부축했다.강무진의 상태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았다. 창백했던 얼굴에 혈색도 약간 돌아와 있었다.“보스, 보스 상처는…… 누가 처치했습니까?”손건호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강씨 집안 후계자 강무진은 오랫동안 수면장애를 앓아 왔다. 집안에서는 세계 명의들은 모두 찾아 모셔왔지만, 근본적인 치료 방법을 찾지는 못했다.부상을 당한 강무진이 제대로 잠을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상처로 인해 반 송장이 되어 있지는 않을까 걱정하던 차였다.그런데 이렇게 기운이 생생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질문을 받은 무진도 잠시 멍하다가 곧바로 기억을 되살렸다. 정신을 잃기 직전, 희미한 약 냄새를 맡았던 같았다. 그러다가 바로 의식을 잃었고.막 대답하려던 그는 ‘어'하는 손건호의 음성을 들었다.“이건 뭐지?”그리고 허리를 굽힌 손건호가 건초 더미에서 향낭을 하나 집어 올렸다.은은한 약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