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사람 모두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무진의 말을 믿지 않는 것이 분명했다.그러나 지금 자신들의 목숨이 무진의 손에 달려 있었다. 더 이상 무진에게 함부로 말하지도 못한 채 침묵으로 자신들의 달갑지 않은 마음을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무진은 저들의 표정을 통해 지금 저들이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렸다.무진이 입을 열었다.“못 믿겠으면 강명재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해 보든지. 나한테 곧 잡힐 것 같다고 연기를 해서 당신들을 지킬 사람들을 더 보내 달라고 해봐라. 그리고 강명재가 뭐라고 하는지 들어보든지.”세 사람도 강무진이 말한 대로인지 아닌지 알아보고 싶었다.자신들의 기억에 따르면, 강명재와 강명기는 절대 저들이 말한 것처럼 하지 않을 것이다.강명재와 강명기가 자신들을 구해 주었으니, 두 사람에게 목숨을 바쳐 충성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그러나 그들이 WS그룹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면서 받은 것도 충분히 많았다.마지막에 강명재가 제시한 조건이 아니었다면 그들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세 사람 중 리더 격인 박 이사가 강명재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강명재에게 무진이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 초조한 음성으로 말했다.“강 사장님, 지금 빨리 사람을 보내 우리를 구해 줄 수 없습니까? 만약 강무진의 손에 잡히면 살아나지 못할 겁니다.”수중에 이미 돈이 들어왔는데 강명재가 저들의 목숨을 책임질 리가 없었다.그러자 전화기 저편에서 강명재가 말했다.[그렇게 된 이상 당신들 스스로 살 길을 찾아라. 절대 강무진에 잡히지 않도록 해라.]강명재의 말을 듣던 박 이사의 동공이 수축했다. 강명재가 이렇게 반응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강, 강 사장님, 사람을 보내서 우리를 지원하지 않을 겁니까?” 박 이사는 모든 희망이 사라진 듯한 음성으로 물었다.[내가 어디서 사람을 찾아 보내? 게다가 달아나고 아니고는 전부 당신들 운명이지, 나와 무슨 상관이라고 그래?]그리고 강명재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강명재는 흡사 세 사람을 버린 자
성연이 떠난 항구에 성연은 생각지도 못한 두 사람이 나타났다.바로 미스터 제이슨과 소지연.텅 빈 항구를 바라보는 소지연은 항구에 피비린내가 가득한 것에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한탄하며 말했다.“결국 송성연을 못 잡았다니.”‘정말 어렵게 잡은 기회였는데.’송성연이 나타났을 때, 송성연을 잡을 수 있을 줄 알았다.송성연을 잡으면 가둔 후에 마구 괴롭힐 작정이었다.송성연이 자신을 대신해서 강무진의 곁에 있는 동안 자신의 마음 속에 맺혔던 한을 그런 식으로 갚아 줄 생각이었다.그런데 또 다시 송성연을 놓쳤다.‘송성연은 어떻게 그렇게 운이 좋은 거야? 매번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다니!’미스터 제이슨이 옆에서 말했다.“송성연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한 인물이 아닐 수도 있다. 조금 전 저들의 솜씨는 절대 강무진 주변에 있는 단순한 경호원들 수준이 아니야. 실력이 너무 강해서 도저히 막을 수 없을 정도였어.”그는 자신의 수하들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일반 경호원들이 어떻게 전문 킬러들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조금 전의 무리들은 제이슨 자신이 훈련시킨 킬러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았다.심지어 자신의 킬러들보다 더 대단했다.‘그건 절대 일반 경호원들이 가진 실력이 아니었어.’게다가 자신이 보낸 세 사람은 모두 세계 최상위급의 고수들이었다.‘그런데 지금 그토록 쉽게 송성연의 손에 무너지다니, 이게 가능하다고?’“시골에서 온 계집애 따위 어디에서 그런 강한 실력이 나온다고? 당신 수하들의 실력이 그 정도인 거 아냐?” 소지연은 제이슨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식으로 은근히 조롱했다.송성연이 좀 똑똑하다는 사실은 자신도 알고 있다.그러나 전문 킬러와 맞설 수 있을 정도라는 건 절대 있을 수가 없다.소지연은 제이슨이 쓸모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어린 계집애 하나 못 잡다니 말이다.‘제이슨 자신도 그 사실을 인정하려니 체면이 서지 않아 그런 핑계를 생각해낸 거겠지.’‘제이슨도 어쩔 수 없군.’하지만 제이
성연은 벌써 집에 돌아왔건만,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는 무진.성연은 밤새 자지 않고 집안의 누가 내부 첩자인지를 생각했다.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만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기회를 봐서 집안 경비를 더 강화하라고 무진 씨에게 말해야겠어.’물론 무진이 자신의 신분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눈을 들어 창밖을 보니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성연은 잊지 않고 바깥의 기척에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하루 밤이 지났음에도 무진은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너무나 걱정스러웠던 성연은 결국 생각 끝에 핸드폰을 꺼내 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잠시 신호음이 들린 후 무진이 전화를 받자 그제야 성연이 한숨을 내쉬었다.어쨌든 괜찮으니 전화를 받은 것이 아니겠는가?잠시 후 낮게 가라앉은 무진의 음성이 휴대폰 너머 들려왔다.“성연아, 무슨 일이야?”“아무 것도 아니에요. 무진 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 전화해 본 거예요.” 성연은 무진의 음성을 듣자 우울했던 마음이 확 사라지는 듯했다.“괜찮아, 난 아주 안전해.” 밤을 꼬박 샌 무진이 피곤한 건 피할 수 없는 노릇이다.“그, 그 이사 세 명은 잡았어요?” 성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진을 도우려다 하마터면 자신이 위험에 빠질 뻔했다.성연이 생각하기에 이 일은 자신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이미 잡았어. 쓸만한 정보가 더 없는지 지금 심문 중이야.” 무진이 현재 상황을 성연에게 모두 말해 주었다.성연에게는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그 사람들은 누구라고 말해요?”성연이 물었다.성연의 물음에 휴대폰 너머 있던 무진이 냉소를 지으며 비꼬듯이 말했다.“누구겠어?”무진의 입에서 말이 떨어지자, 성연은 역시 둘째, 셋째 일가 쪽임을 짐작했다.저렇게 비열한 저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충성하는 사람이 있다니,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아마도 강명재와 강명기가 제시한 유혹이 너무 커서 승낙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성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무
“무슨 일이에요?” 무진의 목소리를 들은 성연이 침대에서 일어났다. 잠이 완전 달아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모가 방금 나에게 전화를 했는데, 할머니 몸에 문제가 생겼대. 심지어 기침을 하시는데 피가 배어 나왔대. 걱정이 된 고모가 벌써 구급차를 불렀다고 해. 고모가 혼자 정신이 없을 것 같으니 네가 빨리 가서 좀 살펴봐 줘.”무진의 고모 강운경은 겉으로는 침착해 보여도 사실 마음 쓰는 사람의 일이라면 정신을 못 차렸다.성연이 좀 더 침착할 것이다.조급해할수록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알았어요, 바로 가 볼게요.” 성연이 두말없이 밖으로 나갔다.무진이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없으니 귀찮아도 네가 좀 신경 써 줘, 성연아.”다행히 성연이 있었기에 자신이 그 다음 일을 계속 완성할 수 있었다.만약 성연이 없었더라면, 아마 자신도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성연이 살짝 나무라듯이 말했다.“무슨 그런 말이 있어요? 됐어요, 빨리 가야 되니까 얼른 끊어요.”성연도 안금여를 자신의 친 할머니처럼 생각하고 있었다.이런 위기일수록 성연은 당연히 안금여의 곁에 있어야 했다.“그래, 무슨 일이 있으면 전화해 줘. 수고해.” 그리고 무진이 전화를 끊었다.휴대폰을 닫은 성연은 즉시 주차장으로 가서 차를 몰고 속도를 무시한 채 고택으로 달렸다.성연이 초인종을 누르자 한동안 문을 열러 나오는 이가 없었다.할머니 안금여의 상황이 썩 좋지 않은 탓에 집사가 줄곧 안금여 옆을 지키다 보니 빨리 나오지 못했다.성연이 계속해서 초인종을 눌렀다.거실에 있던 강운경이 초인종 소리를 듣고 집사에게 말했다.“집사님, 빨리 가서 문 열어 주세요. 성연이가 온 걸 거예요.”“네.” 고개를 살짝 끄덕인 집사가 문을 열러 뛰어나갔다.성연은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집사와 함께 거실로 들어왔다.걱정이 한 가득인 얼굴을 한 강운경에게 다가간 성연이 물었다.“고모, 지금 어떤 상황이에요?”“나도 잘 모르겠어. 갑자기 기침을 하는데 멈추지가 않는 거야. 그리고 기침에 피
성연이 은침을 다시 뽑아내자 안금여의 기침이 멈추었다.가볍게 안금여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물었다.“할머니, 어떻게 지내셨어요?”지난번 안금여가 이미 자신의 의술을 알았으니, 성연도 이제 안금여 앞에서 굳이 숨길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인명은 재천이라 하더니, 결정적인 순간에 성연은 안금여의 목숨을 최우선으로 선택할 것이다.안금여는 매우 감탄했다. 성연의 의술이 이렇게 신통할 줄은 미처 몰랐다.겨우 침 한 번 질렀는데 자신의 모든 증상이 사라지는 듯했다.저번에도 그렇더니,역시.안금여가 성연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성연아, 정말 고맙구나. 네가 또 이 늙은이의 목숨을 구했어.”성연이 자신의 곁에서 도와준 적이 몇 번이나 되었던가, 안여금는 이번에야 말로 자신이 틀림없이 서쪽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다.“할머니, 마땅히 제가 해야 할 일인 걸요. 이제 좀 괜찮으세요?” 성연은 안금여가 예전의 모습을 되찾은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많이 좋아졌어.” 안금여가 고개를 끄덕였다.안금여가 무사한 것을 본 성연은 계속 물었다.“할머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멀쩡하시다가 어떻게 이렇게 되셨어요?”안금여는 한숨을 내쉰 후에 조금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안금여가 천천히 말했다.“아침에 국 한 그릇을 마셨을 뿐인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국?그럼 분명 국 때문에 이런 상황이 생긴 것일 터.성연은 무의식 중에 안금여의 목에 찔러 넣었던 은침을 쳐다보았다.은침의 색이 바뀌어 있는 것을 바로 발견했다.바늘 전체가 검은색으로 변해 있었다.성연은 안금여에게 말했다“할머니, 이건 누가 독을 넣은 게 분명해요.”안금여는 속으로 무척이나 놀랐다.“어, 어떻게 누가 독을 넣을 수 있어?”성연은 안금여의 물음에 대답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작은 주머니를 꺼냈다.안에는 각양각색의 약이 들어있었는데, 성연은 재빨리 몸에서 해독환을 꺼내 안금여에게 복용시켰다.안금여는 성연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그냥 먹었다.결국 신
안금여의 상태는 한결 좋아졌다.구급차가 오자, 고모 강운경이 허둥지둥 들어왔다.엄마 안금여가 아무렇지 않게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멍해졌다.그러나 곧 정신을 차린 후에 말했다.“엄마, 구급차가 왔어요. 빨리 가요.”강운경은 안금여가 일시적으로 좋아졌을 뿐이라고, 다음 발작이 또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안금여를 재촉했다.방금 거실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강운경은 모르고 있었다.온몸이 상쾌하고 별 문제가 없다고 여겨진 안금여가 고개를 저었다.“나는 괜찮아, 안 가도 돼.”안금여의 대답에 강운경은 바로 마음이 조급해졌다.“어떻게 안 갈 수 있겠어요? 엄마, 엄마 건강을 가지고 농담하고 싶지 않아요.”안금여는 강운경 자신과 조카 무진 두 사람에게는 정신적 지주였다.그러니 뭐라고 해도 절대 쓰러져서는 안 된다.이제 안금여가 점점 늙어가면서 무슨 큰 병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강운경과 무진은 매일 조마조마하다.안금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어찌될까 걱정이었다.“나는 정말 괜찮아, 왜 시간을 낭비해 가며 피곤하게 병원에 가야 하니?” 안금여는 병원에 가고 싶지 않았다.성연의 약은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효과가 있었다.병원에 간다고 해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더군다나 병원에 가서 온갖 검사들을 받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피곤하게 느껴졌다.‘그리고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테지, 아, 너무 귀찮아.’강운경은 평소 무엇이든 엄마 안금여의 말에 따랐지만, 이번에는 어떻게 해도 물러서지 않았다.“안 돼, 엄마, 저랑 꼭 함께 병원에 가셔야 해요.”마음을 정하지 못한 안금여가 무의식 중에 성연을 돌아보았다.성연 역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어쨌든 안금여는 이미 노인이기 때문에 어떤 합병증이 생길지 자신도 알 수가 없다.역시 기계로 검사해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자신의 방법은 당장에 드러난 증세를 억제시키는 정도에 불과하다.성연이 동의하는 것을 본 안금여는 마지못해
안금여와 강운경이 병원으로 떠난 뒤, 성연은 집사를 찾았다.그녀는 차가운 얼굴로 집사에게 말했다.“집사님, 모든 고용인들을 모아 주세요.”“작은 사모님,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집사가 물었다.안금여가 사고가 났을 때 집사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번 일은 진정되었지만, 집사는 여전히 핵심을 파악하지 못했다.“집의 고용인들에게 냄새가 나는군요.”성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집사는 평생 강씨 집안의 고택을 지켜온 노인이다.누구라도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집사에게는 문제가 생길 수 없었다.집사의 얼굴도 같이 가라앉았다.“누굽니까? 감히 대담하게도 노부인에게 손을 대다니!”젊었을 때부터 강씨 집안에서 일했고, 강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은혜가 산처럼 컸다.강씨 집안 사람을 다치게 한 사람은 제일 먼저 집사 자신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아직은 누군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히 고용인들 사이에 있을 거예요. 집사님, 빨리 안배해라. 그렇지 않으면 시간이 너무 지나면 도망가고 말 거예요.” 성연은 그 사람이 먼저 알아차릴까 봐 걱정했다.범인이 영리한 사람이라면 강씨 집안 고택의 촘촘한 수사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이곳을 빠져나가려 한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이 일을 한시도 늦출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집사는 두말없이 성연의 지시에 따라 즉시 사람을 소집했다.모두 아홉 명의 가사도우미가 모였다. 모두 한 줄로 선 그들의 얼굴에는 당황스러우면서도 불안한 빛이 역력했다.성연은 비록 스무 살도 안 된 소녀였지만, 굳은 표정을 지을 때 몸에서 발산되는 위압감은 강무진 못지 않았다.성연의 모습을 본 그들은 성연이 무엇을 하려는 지 이해하지 못했다.자신들에게 칼을 들이댈 것 같아 한순간에 위기감을 느꼈다.성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용인들 사이에 서서 강렬한 눈빛으로 세세하게 살폈다.고용인들 모두 선별 과정을 거쳐 안금여를 돌보기 때문에, 모두 상냥한 사람들이었다.한동안 성연은 도대체 누가 범인인지 알 수 없었다.턱을 만지
성연도 모두의 시선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구석진 곳에 선 여자는 서른일곱, 여덟 모양으로 보였다.가사도우미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녀는 날씬한 체형에 광대뼈가 높게 튀어나와 옷이 헐렁하고 볼품없이 보였다.확실히 불쌍해 보이는 얼굴이다. 사람들이 그녀를 처음 보면 절대 다른 사람을 해칠만한 담력이 없어 보일 것이다.그러나 이때 그녀의 얼굴에 당황하는 표정이 떠올랐다.할머니 안금여를 해친 사람이 그녀가 확실함을 증명했다.여자는 성연을 매섭게 째려보았다.한동안 숨어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성연에게 발각되었다.이미 들켰으니 그녀도 숨길 생각이 없었다.주먹을 꽉 쥐더니 갑자기 성연에게 공격을 가했다.전문가로군 하며 성연은 속으로 생각했다.여자 고용인의 행동에 현장에 있던 다른 고용인들은 모두 비명을 질렀다.자신들과 아침저녁으로 함께 지내던 사람이 흉악한 범인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다른 사람들이 모두 당황할 때 성연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몸을 피하는 동작을 취했다.사람들에게는 그저 동작을 좀 빨리 해서 겨우 여자의 공격을 피한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위치에서 성연은 은침을 한 웅큼 꺼내 모두 던졌다.여자 고용인은 성연이 이런 기술을 가졌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기민하게 은침들을 피했다.그러나 던진 은침이 워낙 많은지라, 그녀의 솜씨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이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결국 은침 세 개가 여자 고용인에게 꽂혔다.그녀는 무릎에 힘이 빠지며 불쑥 한쪽 무릎을 꿇었다.옆에서 고용인의 동작을 보던 집사는 순간 멍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이 여자가 스스로 무릎을 꿇다니.’성연의 동작을 똑똑히 본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궁지에 몰린 여자는 나른해진 다리를 끌며 옆에 있던 고용인을 인질로 잡으려 했다.옆에 있던 고용인도 바보가 아닌지라 필사적으로 피했다.여자는 뜻밖에도 성연이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몰랐다. 그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