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도 모두의 시선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구석진 곳에 선 여자는 서른일곱, 여덟 모양으로 보였다.가사도우미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녀는 날씬한 체형에 광대뼈가 높게 튀어나와 옷이 헐렁하고 볼품없이 보였다.확실히 불쌍해 보이는 얼굴이다. 사람들이 그녀를 처음 보면 절대 다른 사람을 해칠만한 담력이 없어 보일 것이다.그러나 이때 그녀의 얼굴에 당황하는 표정이 떠올랐다.할머니 안금여를 해친 사람이 그녀가 확실함을 증명했다.여자는 성연을 매섭게 째려보았다.한동안 숨어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성연에게 발각되었다.이미 들켰으니 그녀도 숨길 생각이 없었다.주먹을 꽉 쥐더니 갑자기 성연에게 공격을 가했다.전문가로군 하며 성연은 속으로 생각했다.여자 고용인의 행동에 현장에 있던 다른 고용인들은 모두 비명을 질렀다.자신들과 아침저녁으로 함께 지내던 사람이 흉악한 범인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다른 사람들이 모두 당황할 때 성연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몸을 피하는 동작을 취했다.사람들에게는 그저 동작을 좀 빨리 해서 겨우 여자의 공격을 피한 것처럼 보였다.그러나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위치에서 성연은 은침을 한 웅큼 꺼내 모두 던졌다.여자 고용인은 성연이 이런 기술을 가졌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기민하게 은침들을 피했다.그러나 던진 은침이 워낙 많은지라, 그녀의 솜씨가 아무리 뛰어나다 한들 이런 환경에서는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었다.그래서 결국 은침 세 개가 여자 고용인에게 꽂혔다.그녀는 무릎에 힘이 빠지며 불쑥 한쪽 무릎을 꿇었다.옆에서 고용인의 동작을 보던 집사는 순간 멍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이 여자가 스스로 무릎을 꿇다니.’성연의 동작을 똑똑히 본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궁지에 몰린 여자는 나른해진 다리를 끌며 옆에 있던 고용인을 인질로 잡으려 했다.옆에 있던 고용인도 바보가 아닌지라 필사적으로 피했다.여자는 뜻밖에도 성연이 어떤 방법을 썼는지 몰랐다. 그
성연은 여자를 보면서 한편 자신이 무언가 빠뜨렸다고 느꼈다.성연이 다시 반복해서 기억을 떠올린 후 비로소 똑똑히 깨달았다.조금 전 저 여자가 움직인 반응과 속도는 절대 보통 사람들의 것이 아니었다.‘이 여자가 마지막 킬러였어!’저들이 마지막 하나 남은 킬러를 할머니 안금여 옆에 심어 놓았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세 명의 킬러는 자신에게 붙이고, 한 명은 안금여에게 붙였다.사람들이 그들을 너무 과대평가했는지도 모르겠다.두 여자, 특히 병약한 노인을 상대하기 위해 전문 킬러를 보내다니.만약 저들이 보통 사람이었다면 아직 목숨이 붙어있겠는가?성연은 이 여자의 신분을 알아차린 후 경계심이 일었다.성연은 여자 앞에 가서 몸수색을 했다.여자는 악착같이 발버둥쳤다. “뭘 하려는 거야? 뭘 하하려고? 날 놓아줄 게 아니면 그냥 깨끗하게 끝내줘. 꾸물거리지 마.”성연은 침묵했다. 여자는 자신의 몸에 지닌 것이 무엇인지 알기에 죽기를 바라는 것이다.그러니 어떻게 여자의 바람대로 되게 할 수 있겠는가?성연은 아직도 여자의 입을 통해 알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았다.지금 죽고 싶으면 여자만 편하게 해주는 것이다.이 여자 고용인은 늘 이런 말도 안되는 수작을 받아서 적지 않은 인명을 해쳤을 터였다.성연이 이렇게 한 것도 단지 사람들을 위해 제거한 것일 뿐이다.계속 여자의 몸을 더듬어 내려가던 성연의 손에 마침내 허벅지 안쪽에서 딱딱한 것이 만져졌다.성연도 거리낌 없이 바로 손을 뻗어 안의 물건을 만졌다.코끝을 가까이 갖다 대어 냄새를 맡아 보니 과연 독약이었다.먹는 순간 즉사하는 독약.이런 킬러들은 스스로에게 정말이지 지독했다.정보를 지키기 위해서 꺾이지 않으려는 수단이었다.여자는 성연의 손에 든 하얀 알약을 보고 동공이 움츠러들었다.음독 자살할 생각이었던 그녀는 바로 성연이 가지고 있던 약을 빼앗으려고 달려들었다. 이미 준비가 되어 있던 성연은 여자가 돌진할 때 돌연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여자가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고용인들도 신속
무진은 바로 이쪽 일을 내려놓고 고택으로 달려갔다.세 명의 이사들은 이미 무진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래서 무진은 그들에게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며 막무가내로 강요하지 않았다.저들의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이들은 둘째, 셋째 일가를 무너트릴 열쇠였다. 무진이 손건호에게 저들을 잘 지켜보게 지시했다. 어떤 사고도 발생하면 안된다.아무런 위험이 없다는 것이 확실해진 후에 무진은 고택으로 돌아왔다.고택에 온 무진은 성연과 시선을 교환한 후, 수하에게 여자 고용인을 서재로 데려가 심문하게 했다.어쨌든 홀에는 이목이 너무 많았다.이제 막 머리를 내민 것이라, 무진도 확신할 수 없었다. 사람을 해치려던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아직은 모른다.누군가가 더 이상 나쁜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무진은 이 방법을 생각해냈다.할머니 안금여의 안전은 절대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도대체 누가 널 보낸 거지?” 무진이 의자에 앉아 굳은 얼굴로 여자를 심문했다.여자는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대답을 거부하는 모습.이 여자는 아주 고집스럽게 무진과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게 확실했다.죽으면 죽었지 절대 굽히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며 무진은 기가 차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그래도 참아야 해.’만약 이 여자가 진짜 둘째, 셋째 일가 쪽에서 보낸 첩자라면, 강명재와 강명기의 범행을 밝히는 증인을 한 명 더 확보하도록 회유해야 했다.그러면 강명기와 강명재는 죄목이 더 늘어나 평생 감옥에서 나오기 힘들 것이다.“당신 정체는 지금 이미 다 드러났어. 당신 배후에 있는 사람에게 이미 쓸모가 없어진 거야. 심지어 당신의 존재는 그들에게 위협이 되겠지. 스스로 잘 생각해 봐. 그때 가면 저들은 절대 당신을 용서하지 않을 거니까. 하지만 우리에게 협력한다면 살아날 방법이 있을 거다.” 무진이 먼저 당근을 던졌다.사람의 목숨은 큰 유혹이다. 여기에 움직이지 않는 사람은 없다.그러나 무진이 제시한 조건을 듣고 여자는 코웃음을 쳤다.“내가 바보인 줄 알아?”무진이 그녀를 놓아
동남아시아 용병? 무진이 바로 떠올린 예전에 죽은 킬러 몇 명 역시 같은 지역이었던 것 같다.‘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들은 역시 같은 패거리였어.’그 중에 분명 연관성이 있으리라 확신했다.그러나 지금 사람은 이미 죽었고, 정보를 얻으려고 해도 알 길이 없다.무진은 손건호에게 우선 이 여자의 시신을 가져가서 살펴보게 했다.서재로 들어온 성연이 이 장면을 보았다.그리고 무진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성연은 무진이 아무것도 심문하지 못했음을 알아차렸다.발자국 소리를 듣고 무진이 고개를 드니 앞에 서 있는 성연이 보였다.무진이 물었다.“성연아, 너 어떻게 이 여자의 정체를 알아차렸어?”성연은 사실대로 대답했다.“나는 할머니를 치료해 드릴 때, 기침을 멈추지 못하는 까닭이 누가 음식에 독을 탔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즉시 집에 있는 사람들을 조사하기 위해 집사 아저씨에게 사람들을 모아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이 여자의 정체가 자동적으로 드러났어요.”할머니 안금여가 독을 먹게 된 것은 주변 사람들의 소행이 틀림없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무진도 성연의 말을 믿었다. 성연의 설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느꼈기에.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든 듯이 중얼거렸다.“이것 설마 아수라문의 목표인 건가?”무진이 생각하기에 몇 번이나 그들이 갔을 때 사람들은 이미 죽어 있었다.그리고 그 동안 서로 세력 다툼을 하지 않던 아수라문의 사람들이 갑자기 북성에 나타났다.‘이건 절대 우연이 아니야.’어쩌면 아수라문의 사람들이 킬러들이 세 명밖에 없는 줄 알고 해결한 후에 철수했을 수도 있다.생각지도 못한 점은 마지막 킬러 하나가 강씨 집안의 고택에 잠입해 있었다는 것.무진의 웅얼거리는 소리가 성연의 귓가에 들려왔다.성연은 속으로 깜짝 놀랐다.‘무진 씨 어쩜 이렇게 똑똑하지? 그토록 빨리 모든 일들을 하나로 연결시키다니 말이야.’만약 계속 이렇게 나간다면, 자신의 신분을 곧 무진이 알아챌 것 같았다.성연은 일부러 화제를 돌리며
결국 자동차 정비기사가 모든 책임을 떠안았고, 강일헌은 풀려났다.풀려난 강일헌은 아버지 강명재의 얼굴을 보는 순간 감정이 북받쳐 올라 눈물을 글썽였다.“아버지.”“네가 어떤 꼬락서니인지 좀 봐라.” 강명재 또한 아들 강일헌의 얼굴을 보자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어찌 되었든 강일헌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었다. 그러니 어떻게 자기 자식을 감옥에다 내팽개칠 수 있겠는가?‘그건 안될 말이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내 아들을 빼내야지.’집으로 돌아온 강일헌은 푹신한 소파에 누운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무진 그 놈은 우리가 제 놈 계략에 완전히 넘어갔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사실 진짜 바보는 강무진 제 놈이야.”마치 강무진이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고 여기는 듯 강일헌의 음성에는 조소로 가득했다.강명재도 같이 냉소를 지었다.“강무진 그 놈 전혀 예상 못했을 거다. 우리가 경호원을 대신 내보냈을 줄은 말이야.”“역시 아버지는 다 계획이 있으셨군요.” 강무진을 떠올린 강일헌의 눈에 비웃음이 가득 들어찼다.‘감히 날 그렇게 비참할 정도로 두들겨 팼어? 내가 받았던 굴욕감을 강무진 그 놈에게 반드시 그대로 되돌려 주고야 말리라.’“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강무진 그 놈을 확실하게 정리해야 해.” 강명재의 생각 또한 강일헌과 같았다.두 사람 모두 강무진이 진흙탕에 무릎을 꿇은 채 애원하는 모습을 볼 생각이었다.의기양양해하는 강명재와 강일헌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무진이 더 큰 다음 수를 준비하고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음을.무진에게 잡힌 이사 3명은 무진이 증거를 모으는 것을 도우며 은성그룹을 고소했다.세 사람 모두 강명재와 내통하면서 은성그룹의 다음 조치 및 주요 자료 보관 장소에 대해 꿰뚫고 있어서 무진이 일을 진행하는 게 더 수월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무진은 강명재와 강명기에게 치명타를 입힐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다.그리고 경찰 관계자들에게 공개했다.곧 은성그룹의 자금이 동결되었다.그러자 투자처 여기저기에서 은성그룹
강명재라는 큰 산이 무너지자 남은 사람들은 리더를 잃었다.셋째 일가 쪽 사람들은 자신들도 연루될까 두려워 이미 도망갈 구멍을 찾기 시작했다.돌아가는 상황에 마음이 언짢았던 강명기는 급히 미스터 제이슨을 찾았다.간신히 WS그룹에서 나와 은성그룹을 세우고 MS가문 같은 큰 후원자를 끌어들였다.분명 모든 일이 원하던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건만, 결국 강무진의 반격에 자신들이 치밀하게 준비한 계획들이 모두 무너져 버렸다.강명기는 미스터 제이슨이 자신들을 도와주기를 바랬다.그러나 강명재가 구속된 이후 지금까지 미스터 제이슨은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심지어 안부 인사조차 없었다.그래서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꾹 누르고 있던 강명기는미스터 제이슨을 보는 순간 즉시 책망의 어조로 말했다.“미스터 제이슨, 당신이 우리에게 투자한 자금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지금 우리 형님이 구속되었어요. 당신이 어떤 생각이든 무조건 방법을 찾아서 우리 형님을 나오게 해야 합니다.”강명기는 오래 전부터 형 강명재 곁을 따라다녔다.형 강명재는 매사에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었다.지금 그런 강명재가 없으니 강명기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자신뿐만 아니라, 둘째, 셋째 일가와 자신들을 따르는 이들 모두가 강명재의 결정을 기다렸다.그런데 지금 강명재가 없으니, 모든 결정을 강명기 자신이 내려야 할 상황.강명기는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좋을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평소 미스터 제이슨을 만나면 늘 공손한 태도를 취하던 강명기였기에 지금처럼 화를 내는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다.형 강명재가 구속되었으니 자신도 멀지 않아 구속되리라 생각한 강명기는 아예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미스터 제이슨을 찾아 대책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자신의 말을 듣고도 미스터 제이슨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그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할 뿐.“당신들이 졌습니다. 우리 MS 가문과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당신들 능력이 무척 실망스럽군요.”‘강명재와 강명기, 좀 쓸모 있는 놈들인
강명재가 구속된 데 이어 강명기 역시 바로 실종되었다.둘째, 셋째 일가에는 이제 강일헌과 강진성만 남았다.날마다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 빚을 독촉하는 바람에 강일헌과 강진성은 괴롭기 짝이 없었다.강일헌과 강진성은 지금 둘째, 셋째 일가가 완전히 끝났음을 확실히 알았다.어쩔 수 없이 두 사람은 무진을 찾아갔다.애초에 무진은 두 사람을 만날 생각이 전혀 없었다.하지만 두 사람은 무진이 퇴근하는 길을 가로막았다.무진을 보는 순간 강일헌과 강진성이 무진 앞으로 뛰어들었다.평소 멋대로 날뛰던 두 사람은 곧장 무진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앓는 소리를 했다.“형님, 제발 우리 좀 살려주세요. 우리가 잘못한 것 잘 알고 있습니다.”무진이 차가운 얼굴로 두 사람의 의기소침한 모습을 쳐다보았다.“오늘 이 지경에 이른 건 모두 너희들 쪽에서 지은 죄에 대한 업보야!”저들은 더 쳐다볼 가치도 없는 인간들이었다.“형님, 이제 저희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형님밖에 없습니다. 저희를 좀 도와주세요. 제발요, 형님. 형님, 제발 살려주세요.” 두 사람은 무진을 향해 계속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사정했다.바닥에 부딪힌 이마에 피가 맺혔다.그만큼 두 사람은 사력을 다해 사정했다.그러나 무진은 여전히 굳은 표정을 한 채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사정해도 소용없어, 빨리 나가.”무진은 도와주고 싶지 않다는 태도를 확실하게 했다.둘째, 셋째 일가는 지금까지 무진 자신에게 한 번도 너그러웠던 적이 없었다. 언제나 그의 목숨을 노리고 있었지.사실 무진이 이 정도로 한 것 자체가 이미 자비를 베푼 것이나 마찬가지. 계속 버틸 수 있을지는 강일헌과 강진성에 달려 있을 터.“형님, 도와주세요. 정말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강일헌이 눈물을 흘리며 절망적인 표정을 지었다.당장 눈앞에 직면한 엄청난 빚들을 생각하니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노래졌다.강진성도 옆에서 거들었다.“형님, 우리가 비록 WS그룹을 떠나긴 했지만, 그래도 형님과는 피로 연결된 동생
강씨 집안의 둘째, 셋째 일가에 대한 소식은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그 소식을 송아연도 알게 되었다.그러나 불과 며칠 사이에 둘째, 셋째 일가가 이렇게 무너질 줄은 상상도 못한 일.송아연이 이득을 취할 새도 없이 말이다.‘그건 안 돼, 둘째, 셋째 일가가 파산하더라도 그 속에서 뭔가 이득을 얻어야 해.’강일헌과 강진성은 사정할 수 있는 사람은 모두 찾아다니며 통사정을 했다.사람들의 태도는 의심할 여지없이 모두 돕기를 원하지 않았다.강진성은 하루 종일 방구석에 처박혀 술을 마시며 알코올로 자신을 마비시키려 했다. 이 모든 것이 다 거짓이라고 자신에게 암시를 걸면서.송아연이 강진성의 방으로 들어가니 술 냄새가 코를 찔렀다.순간 질색한 송아연이 손으로 코를 쥐어 막았다. 온 바닥에 흩어진 술병들을 피해가며 강진성의 옆으로 다가간 송아연이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진성 씨, 얼른 돈 좀 만들어 줘요.”송아연은 강진성에게 돈을 받은 후 얼른 이 수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계산이었다. 모든 일은 강씨 집안 사람들이 벌인 것이지 자신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니까.고개를 든 강진성 눈이 벌겠다.“돈을 달라고?”강진성의 눈빛에 깜짝 놀란 송아연이 자기도 모르게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하지만 이 돈은 그녀가 반드시 받아야 했다.송아연이 용기를 내어 계속 말했다.“맞아요, 어쨌든 그동안 당신도 날 데리고 놀며 잤잖아요. 내가 당신에게 그 돈 정도는 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잖아요? 얼른 줘요.”테이블을 짚으며 비틀비틀 일어선 강진성이 송아연에게 다가가더니 손을 올려 바로 송아연의 뺨을 갈겼다.“천박한 년, 꺼져! 지금 너까지 불 난 집에 부채질하는 거야?”강진성의 힘이 세다 보니 뺨을 맞은 송아연은 바로 바닥으로 쓰러졌다.손으로 얼굴을 가린 송아연이 원망의 눈빛으로 강진성을 바라보았다.“당신 때문에 아이까지 잃은 난데, 그래도 지금 날 죽이고 싶어?”강진성은 송아연을 한참 쳐다보더니 웃기 시작했다.“넌 그래도 싸, 그래도 싸. 누가 너 더러 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