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하려던 송아연은 갑작스럽게 초대장 한 장을 받았다.고급스럽게 포장된 초대장에서 송아연을 초대한 곳도 아주 고급 장소였다.하지만 서명은 없었다. 송아연은 누군가 강진성의 기분을 맞춰가며 붙어있는 자신을 보았나 하고 생각했다. 예전에 무시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자신에게 잘 보이려 들었다.‘나에게 들킬까 봐 이런 방법을 쓴 거겠지?’나르시시즘적 생각에 빠진 송아연.‘어차피 집에서도 심심하기만 한데, 초대 장소로 가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안 그래도 지금 자신의 곁에 팔다리 노릇을 해줄 이가 없어 걱정이던 참이다. 그런데 이렇게 바로 눈앞에 온 제의를 거절할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그런 생각을 하며 송아연은 초대 장소로 갔다.룸 넘버를 확인하고 들어가자 아주 아름다운 여자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의 여자에 대한 기억이 자신에게는 없었다.송아연이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을 지닌 채 물었다.“실례지만, 누구시죠?”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예의를 갖추어 입을 열었다.앞에 있는 여자가 입은 옷들은 모두 명품이었다. 게다가 동작 하나하나에서 기품이 느껴지는 게 보통 만만한 여자가 아니게 보였다.“왔어요? 앉아요.” 송아연을 초대한 사람은 바로 소지연.송성연을 처리할 좋은 방법이 생각난 소지연은 송아연에게 먼저 손을 쓸 생각이었다.먼저 송아연을 조사해서 돈에 눈이 먼 된장녀라는 사실을 알아냈다.이런 사람은 부추기기 가장 좋은 부류다. 돈이라면 뭐든 아무렇지 않게 다 할 수 있으니.또한 소지연은 여태껏 돈이 부족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고.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송아연은 소지연의 맞은편에 앉았다.송아연은 소지연이 자신을 초대한 목적이 무언지 알 수 없었다.음료 두 잔을 주문한 소지연이 한 잔을 송아연에게 건넸다. 그다지 마실 생각이 없던 송아연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또 무슨 목적으로 날 부른 거죠?”소지연도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송아연 같은 무뇌
소지연은 자신의 말에 동의하는 송아연을 바라보았다. 예상했던 그대로였다.송아연은 자존심 강하고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성연이 오기 전까지 온갖 애정과 관심 속에서 작은 공주처럼 지내던 송아연이었다.학교에서도 말없이 따르는 꽤 많은 추종자들을 거느렸다.그러나 송성연이 온 후, 송아연의 모든 위선과 가면이 벗겨지며 남은 게 아무것도 없게 되었다.심지어 송성연 때문에 강제 낙태 수술을 받기도 했다.그러니 송아연이 송성연을 미워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송아연은 송성연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라면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소지연은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송성연에 대한 송아연의 증오가 깊을수록 자신의 계획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니까.아니나 다를까, 자신의 말 몇 마디에 송아연이 성공적으로 넘어왔다.소지연이 계속해서 말했다.“송성연은 곧 대학 진학을 위해 유럽으로 갈 거예요. 그때 송아연 씨도 가세요. 손을 쓰기 편하게.”송아연은 반신반의의 눈빛으로 소지연을 응시했다.“유럽에서 대학에 다니는 데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요. 나는 그 돈을 낼 형편이 안되고요.”송씨 집안은 말할 것도 없다. 아버지 송종철은 위태로운 회사를 살리기 위해 매일 분주하게 쫓아다니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그 사이 폭삭 늙은 임수정은 별다른 능력도 없어 온종일 집에서 살림만 하는 처지였다.그러니 집에 돈이 나올 구멍이 어디 있겠는가.게다가 강씨 집안에서의 생활도 그리 넉넉치 않아서 언제나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다. 강진성은 자기 기분 내킬 때만 송아연에게 돈을 주었다.강진성이 밑도 끝도 없이 그녀에게 돈을 대줄 리가 없었다.그러니 유럽에 가는 일은 돈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다.“그 점은 걱정 말아요. 학비, 기숙사비 및 생활비까지 모두 내가 다 책임지겠어요. 돈은 별 문제 아니에요.”소지연이 호탕하게 말했다. 동시에 마음속으로는 송아연을 깔보았다.‘역시 서민 가정 출신은 어쩔 수가 없다니까.’ ‘속으로 돈 생각밖에 안 하네. 일이 성공하고 송성연을
지난번 소지연이 무진의 침대 위에 누워 있었던 일로 성연은 여전히 기분이 나빴다.소지연에 대해 계속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성연은 수하를 시켜 소지연의 행적을 조사하게 했다.이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자니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성연은 결국 가장 믿을 수 있는 수하 서한기에게 시켰다.며칠 소지연의 행적을 쫓던 서한기가 성연에게 보고했다.“소지연의 행적에서 아무런 이상도 발견하지 못했어요.”눈살을 찌푸린 성연은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날 휴양지 리조트에서 보여준 모습을 봤을 때, 소지연은 자신의 진짜 목적을 숨길 생각도 없었다.또 자신에게 선전포고를 한 마당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성연이 성질을 참으며 서한기에게 계속 물었다.“그럼 요 며칠 소지연은 뭘 하고 있어?”서한기가 대답했다.“주로 WS그룹 밑에서 지켜봤는데, 소지연은 며칠째 강무진 대표를 찾아가지 않았어요. 회사 로비에서 그녀의 그림자조차 본 적이 없어요. 소지연은 부모님과 쇼핑을 하거나 아니면 친척과 친구를 만나며 지냈어요. 전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어요.”소지연 스스로 이제 막 귀국한 참이라 부모님과 많은 시간을 보낼 거라고 말했었다. 친구를 만나러 나가는 것 또한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그러나 무진에 대한 소지연의 집착을 생각했을 때, 며칠이 지나도록 무진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는 건 말이 좀 안 되지 않나?성연은 소지연, 이 여자가 반드시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절대 겉으로 드러나는 것처럼 그렇게 순진하고 착하지 않았다.폰 건너편에서 성연의 대답이 들리지 않자 서한기가 놀렸다.“보스, 무슨 일인데요? 소지연, 이 여자가 보스의 연적이에요?”“그런 셈이지, 어차피 무진 씨를 놓고 딴 생각을 품고 있으니까.” 성연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날의 일에 대해 서한기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서한기의 호들갑스러운 성격에 소문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면 더 수습하기 어렵게 될 터.조직의 사람들은
소지연에 대한 성연의 예상이 맞았다.소지연은 절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릴 생각이 없었다.확실히 곧바로 움직임이 있었다.소지연 갑자기 성연을 찾아와 식사에 초대하며 기어코 성연에게 밥을 사겠다고 했다.소지연이 웃으며 말했다.“성연 씨, 지난번에 초대하고 싶었지만, 성연 씨가 시간이 없다고 했잖아요. 오늘 보니, 성연 씨 게임을 하고 있으니 시간 있죠?”그 말은 이제 거절할 이유가 성연에게 없다는 것.소지연은 이미 집으로 방문한 상태.뭐라고 거절하든 성연이 가지 않으면 말이 좀 안 되는 상황이다.게다가 성연은 무진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전적으로 강무진 때문이었다. 그래서 성연이 소지연에게 대답했다.“한끼 식사일 뿐이니까, 모처럼 소지연 씨가 여기로 왔으니 내가 가는 게 맞겠죠.”소지연이 저 멀리서 여기까지 달려온 까닭이 바로 자신에게 밥 한 끼 사려는 것이라니.그 말은 성연도 믿지 않았다.그러나 소지연이 무슨 목적으로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성연의 승낙을 들은 소지연의 얼굴에 웃음이 더 진해졌다.“그럼 이렇게 해요. 오늘 내가 차를 몰고 왔으니까 내 차를 타고 같이 가요.”성연은 거절하지 않았다. 같은 장소에 가는데 누구의 차를 타든 무슨 차이가 있을까.소지연의 차에 탄 성연은 바로 뒷좌석에 앉아 소지연과의 거리를 벌렸다.가는 동안 두 사람 중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레스토랑에 도착한 후, 소지연이 장소 선택에 일가견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주변 환경이 아주 깔끔하면서도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자랑하는 곳이었다.만약 오늘 함께 온 사람이 소지연이 아니었다면, 이곳을 아주 좋아했을 것이라고 성연은 생각했다.자리에 앉자 소지연이 메뉴를 성연에게 내밀었다.“성연 씨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네. 성연 씨가 직접 주문해요. 사양할 필요 전혀 없어요.”성연은 앞에 있는 메뉴판은 건드리지도 않은 채 말했다.“나는 뭐든지 다 괜찮으니까 소지연 씨가 주문하세요.”“아이참, 성연 씨는 무진 오빠의 약혼녀예요.
말 한마디 할 때마다 소지연은 술을 한 잔씩 마셨다. 결국 그녀의 얼굴은 새빨개져 이미 취한 듯이 보였다.성연의 안색이 변한 것을 본 소지연은 속으로 기뻤다.‘역시, 송성연, 신경이 쓰이겠지?’자신과 강무진의 관계는 누구도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다. 영원히. 소지연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채 정신이 없는 척하며 말했다.“성연 씨, 나 취해서 솔직하게 한 말이니 신경 쓰지 말아요.”성연 또한 이를 갈며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괜찮아요, 신경 안 써요.”술에 취했다는 핑계로 소지연은 성연에게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무진 오빠와 성연 씨 정말 잘 어울려요. 무진 오빠의 성격이 성연 씨와 잘 맞나봐요. 무진 오빠, 예전에는 그 많은 여자들 모두 마음에 두지 않더니, 성연 씨한테는 신경을 쓰네요.”소지연은 마치 무진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다.마치 무진의 과거에 함께 한 자신이 무진을 대표할 수 있는 것처럼.이런 표현방식이 성연은 무척 싫었다.설령 소지연의 말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도, 성연은 여전히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무진 오빠 부모님이 세상을 떠났을 때, 무진 오빠 혼자 WS그룹을 책임져야 했어요. 아무도 몰라요. 오빠가 얼마나 대단한 지, 성연 씨는 당연히 몰라요. 이렇게 오랫동안 표면적으로 WS그룹을 경영하는 사람은 할머니였지만, 사실 무진 오빠가 뒤에서 관리하고 있었어요. 회사는 오빠 손에서 일사불란하게 성장해서, 과거 그 누구도 닿지 못했던 높이까지 올라갔어요. 무진 오빠에게 더 필요한 사람은 옆에서 잘 보좌할 수 있는 여자예요.”이 말을 하며 소지연은 성연을 뚫어져라 응시했다.마치 성연은 무진에게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듯이.사실, 소지연의 생각은 바로 그랬다.무진의 가슴속에는 큰 그림이 있었다. 그리고 이후 무진의 지위는 지금과 비교할 수도 없을 것이다.강무진은 WS그룹을 이끌고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이다.그러나 송성연이 무진의 곁에 남아 있으면, 그저 거추장스럽기만 할 뿐이다. 전혀 도움
성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좋은 마음을 가진 게 아닌 소지연에게 고맙다고 과장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자신은 정말 그렇게 도량이 넓지 않았다.근데 소지연은 술을 핑계로 미친 척 연기했다.이런 말 저런 말들을 하면서 벌써 술을 반 병이나 마셨다.도수가 꽤 높은 술인데 말이다.성연에게 바로 대답을 듣지 못하자, 소지연은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혼자 늘어놓기 시작했다.“성연 씨는 모르죠? 내가 무진 오빠와 스킨십을 할 뻔했던 거.” 그 시절을 회상하는 소지연의 눈에 그리움의 빛이 어렸다.‘맞아,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나와 무진 오빠만 있고 아무도 없던 그때로.’강무진은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고, 모든 염원이었다.강무진을 쫓아 가려고 죽을 힘을 다했다.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인가? 무진이 마음을 다른 여자에게 줘버리지 않았냐는 말이다.그러니 소지연이 어떻게 참을 수 있겠나?분명 무진의 옆 자리는 자신의 것이었다.성연보다 무진을 안 지 더 오래되었다. 또 오랫동안 계획을 세우고 기회만 기다렸다.그런데 자신이 없는 동안에 송성연이라는 계집애가 나타나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소지연의 성격은 평상시 절대 송성연 같지 않았다.그러나 강무진에게 송성연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고 나니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송성연을 강무진의 곁에서 조금씩 뽑아내야 했다.성연은 소지연이 또 무엇을 하려는 지 알 수가 없었다.그저 턱을 괴고서 무료한 표정으로 소지연을 응시하기만 한 채 입을 열지 않았다.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소지연도 그 전처럼 즐겁게 떠들었다.어차피 이 말들 역시 소지연이 일부러 성연에게 들려주려던 것이다.“18살 때, 학교에서 몇몇 애들이 나를 쫓아다니며 괴롭히고 술도 강제로 먹였어요. 당시 무진 오빠가 나를 위해 모두 쫓아내 줬죠. 그런데 그때 비가 와서 무진 오빠와 나는 나란히 건물 처마 밑에서 앉아 비를 피했어요. 무진 오빠가 코트를 벗어서 나에게 주었고요. 무진 오빠를 냉담한 사람이라고 생각지 말아요. 사실 속마음은 무척 따
성연이 보인 반응과 행동을 통해 소지연은 결국 성연이 쉽게 만만하게 대할 수 있는 하찮은 인물이 아님을 알게 됐다.아니 오히려 다루기 힘든 상대였다.원래 시골 촌뜨기에 불과한 계집애라 나약하기 그지없어서 두세 마디 말이면 쉽게 무너뜨릴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어떤 여자라도 자신의 약혼자가 다른 여자와 그처럼 친밀한 스킨십을 했다는 말을 듣는다면 심리적으로 견딜 수 없을 터였다.어쩌면 집에 돌아가서 강무진과 크게 다툴 수도 있었다.강무진은 억지 부리는 여자를 가장 싫어한다. 그때 두 사람이 진짜 싸우기라도 한다면, 자신이 그 빈틈을 뚫고 들어가 무진을 위로할 계획이었다. 덩달아 자신의 장점을 무진이 알게 하면서.그러나 소지연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고, 송성연을 과소평가했다.분명히 모든 것을 자신이 계획했었다. 하나하나 빠짐없이 연결되도록 계획했지만, 송성연에 의해 실패했다. 정말 말도 안되게.어쩐지 방미정이 성연 앞에서 찌그러져 실의에 빠진 채 포기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게 이해가 갔다. 또 강무진이 직접 처리한 것도.정말 창피하기 짝이 없다.만약 자신이었다면, 그처럼 어리숙하게 일을 벌여 송성연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았을 것이다.방미정은 겉으로는 송성연을 겨냥한 것이지만, 뒤로는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강무진에게 맞서 그의 권위에 도전한 것이 아닌가?‘그러니 그런 꼴이 된 거지.’소지연은 그들보다 훨씬 똑똑했다.방미정이 귀국하여 벌인 소동은 자신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자신은 강무진과 죽마고우일 뿐만 아니라 방미정도 잘 알았다.어렸을 때, 두 사람은 같은 남자에게 미쳐 있었기 때문에 소지연은 방미정을 계속 지켜보았다.본래 방미정이 강무진과 파혼하고 출국함으로써 더 이상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방미정이 뜻밖에 강무진을 되찾기 위해 귀국할 줄은 전혀 예상 못했다.그러나 그래도 괜찮았다. 송성연이 자신을 대신해서 방미정을 치워 주었으니, 오히려 자신의 일을 덜게 된 셈이었다.자신은 귀국한 후에 송성연 한
소지연의 행방을 놓친 수하들은 즉시 비밀 아지트에 가서 성연에게 상황을 보고했다.자책감을 느끼는 수하의 음성이 휴대폰 저편에서 들렸다.“문주님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해서 그 여자를 놓쳤습니다.”“놓쳤으면 됐다. 다음에는 더 주의해.” 성연은 수하를 책망하지 않았다.“문주님, 감사합니다.” 성연에게서 책망의 말이 나오지 않자 수하들은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전화를 끊은 성연은 소파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소지연, 계략이 뛰어나고 또 아주 신중한 사람이라고 속으로 감탄했다.상식적으로 평범한 회사 임원인 소지연이 유럽에 있었다 하더라도 그렇게 강한 경계심을 가지는 것은 말이 안되었다.게다가 자신의 수하들에 대해서는 성연만큼 잘 알 수도 없었다.수하들이 나서면 당연히 쉽사리 들키지 않을 터였다.그래서 여러 가지 상황들을 봤을 때, 소지연이라는 사람은 절대 간단한 인물이 아니었다.만약 소지연이 자신의 수하들을 따돌리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테지. 그럼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니까.‘그처럼 급하게 사람을 따돌린다? 그러니 더 의심스러워.’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소지연에게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어있는지 생각했다.지난번 리조트에서 있었던 일부터 이번 일까지.무진은 아마도 소지연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생각하고 어떠한 태도도 표시하지 않았을 것이다.아마도 소지연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성연은 머리가 좀 아팠다. 연이은 일들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복잡한 것 같았다.집에 돌아온 무진은 소파에서 양반다리를 한 채 멍하니 앉아 있는 성연을 보았다.무진이 걸어가서 성연을 품에 안으며 물었다.“무슨 일이야?”무진의 음성을 들은 성연이 고개를 들었다. 벗어나려 버둥거리지 않고 무진의 품에 얌전하게 있었다.잠시 말이 없던 성연이 갑자기 고개를 들어 무진을 바라보았다.“무진 씨 생각에, 소지연 씨는 어떤 사람이에요?”잠시 무진은 멍했다.“소지연은 내 친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