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119화 내가 약혼녀니까요

성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좋은 마음을 가진 게 아닌 소지연에게 고맙다고 과장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자신은 정말 그렇게 도량이 넓지 않았다.

근데 소지연은 술을 핑계로 미친 척 연기했다.

이런 말 저런 말들을 하면서 벌써 술을 반 병이나 마셨다.

도수가 꽤 높은 술인데 말이다.

성연에게 바로 대답을 듣지 못하자, 소지연은 잠시 멈칫했다가 다시 혼자 늘어놓기 시작했다.

“성연 씨는 모르죠? 내가 무진 오빠와 스킨십을 할 뻔했던 거.”

그 시절을 회상하는 소지연의 눈에 그리움의 빛이 어렸다.

‘맞아,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나와 무진 오빠만 있고 아무도 없던 그때로.’

강무진은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고, 모든 염원이었다.

강무진을 쫓아 가려고 죽을 힘을 다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인가? 무진이 마음을 다른 여자에게 줘버리지 않았냐는 말이다.

그러니 소지연이 어떻게 참을 수 있겠나?

분명 무진의 옆 자리는 자신의 것이었다.

성연보다 무진을 안 지 더 오래되었다. 또 오랫동안 계획을 세우고 기회만 기다렸다.

그런데 자신이 없는 동안에 송성연이라는 계집애가 나타나 자신의 자리를 차지해 버렸다.

소지연의 성격은 평상시 절대 송성연 같지 않았다.

그러나 강무진에게 송성연이 차지하는 비중을 알고 나니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송성연을 강무진의 곁에서 조금씩 뽑아내야 했다.

성연은 소지연이 또 무엇을 하려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그저 턱을 괴고서 무료한 표정으로 소지연을 응시하기만 한 채 입을 열지 않았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소지연도 그 전처럼 즐겁게 떠들었다.

어차피 이 말들 역시 소지연이 일부러 성연에게 들려주려던 것이다.

“18살 때, 학교에서 몇몇 애들이 나를 쫓아다니며 괴롭히고 술도 강제로 먹였어요. 당시 무진 오빠가 나를 위해 모두 쫓아내 줬죠. 그런데 그때 비가 와서 무진 오빠와 나는 나란히 건물 처마 밑에서 앉아 비를 피했어요. 무진 오빠가 코트를 벗어서 나에게 주었고요. 무진 오빠를 냉담한 사람이라고 생각지 말아요. 사실 속마음은 무척 따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