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물건을 사러 백화점에 갈 생각이라고 무진에게 말했다.그러자 무진이 성연을 불러 말했다. “잠깐만, 너랑 같이 갈 경호원 몇 명을 붙여 줄게.”그러더니 무진은 성연의 옷차림을 살피더니 앞섶의 주름이 진 부분을 펴주었다.성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됐어요, 그냥 편하게 몇 개 사러 가는 것뿐이에요. 금방 돌아올 거예요.”성연은 쇼핑하러 갈 때 경호원이 따라다니는 게 너무 싫었다.마치 자신을 감시하는 것 같아서.그런 행위가 성연은 몹시 싫었다.“지금 미스터 제이슨이 아직 북성에 있는 것 같아. 그래서 마음이 안 놓여. 경호원들이 너를 따라가게 해. 모두 네 말 잘 들을 거야. 절대 방해하지도 않을 거고. 내가 안심할 수 있게 해 줘.” 무진은 다소 애원하는 듯한 의논조로 성연에게 말했다.무진은 정말 성연이 염려스러웠다.지금 저들은 자신에게 손을 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손을 대는 것까지 피하기는 어려웠다.할머니 안금여 회장이든 고모 강운경의 곁이든 무진은 모두 경호원을 보내 보호하게 했다.지금 자신이 유일하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대상이 성연이다.무진이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이런 말투를 쓴 적이 있었나?성연은 무진이 진심으로 자신을 위해 그런다는 사실을 알았다.그래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았어요.”어차피 경호원 몇 명이면, 자신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무진의 권유로 성연은 경호원과 함께 백화점에 갔다.가는 길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마침 교외로 나갔다가 시내로 향하던 참이었다.차체가 갑자기 흔들리자, 성연의 경계심이 즉각 발동했다.“왜 그래요?” 성연이 앞에서 운전하는 경호원에게 물었다.마음속으로 몰래 생각했다.‘설마 재수없는 것은 아니겠지? 외출하자마자 누군에게 찔려 죽는다든지?’경호원이 공손하게 대답했다.“작은 사모님, 누가 우리 차를 들이받은 것 같습니다. 내려가 보겠습니다.”성연은 이건 너무 작위적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무진의 당부를 떠올리니
특수 훈련을 받은 경호원이 빠르게 반응하며 잽싸게 성연을 밀어냈다.상대편 차량 기사의 단검이 경호원의 팔을 찔렀다.선혈이 곧바로 경호원의 팔을 붉게 물들였다.성연이 경솔하게 믿었던 사람이 남을 해칠 나쁜 마음을 가졌을 줄이야.재빨리 정신을 차린 성연이 기사가 경호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틈을 타서 침을 꺼내 기사에게 접근했다. 그리고 얼른 기사의 다리에 침을 찔러 넣었다.성연이 방금 찌른 혈은 마비 효과가 있었다.찌르자마자 기사의 오른쪽 다리는 순간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이어 아예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기사는 자신의 지금 이 상태로는 이 두 사람을 이길 수 없을 게 틀림없음을 아는 듯했다.성연에게 이런 재주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기사.기사는 이를 악문 채 마비된 오른쪽 다리를 질질 끌며 방법을 찾아 신속하게 현장을 빠져나갔다.절뚝거리는 기사의 뒷모습과 조금 전 칼을 휘두르던 기사의 솜씨를 보면 전문킬러임이 분명했다.도대체 누가 전문킬러를 보내 자신을 죽이려고 하는 걸까?그것도 이렇게 위장을 한 채로.조직의 원한 관계는 더더욱 불가능했다.임무를 수행할 때, 아무도 자신의 본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또한 자신의 정체는 더더욱 몰랐다.그래서 조직의 원한 관계일 가능성은 기본적으로 배제했다.달아나는 기사를 본 경호원이 쫓아와 초조하게 물었다.“작은 사모님, 괜찮으십니까?”무진은 자신을 지킬 경호원을 파견했다. 만약 성연에게 어떠한 불상사라도 생긴다면 자신의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난 괜찮아요. 손에 상처가 났어요.” 성연이 경호원의 팔을 바라보았다.그의 팔에서는 피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 경호원의 팔을 찌른 힘을 보니 기사가 자신의 목숨을 노린 게 분명했다.‘도대체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이처럼 깊은 원한을 품고 있는 걸까?’‘이런 잔인한 수단을 쓰다니.’그 순간 정말 한동안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 경호원이 자신을 대신해서 막지 않았더라면 그 칼은 자신의 심장에 꽂혔을 것이다.죽지 않는다 해도
성연은 집으로 돌아가서 오늘 있던 일에 대해 곰곰이 생각했다.처음에는 강명재 일당의 짓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둘째, 셋째 일가 외에도 자신을 위협하는 사람이 또 있었다. 바로 소지연.결론적으로, 그들 중 누구이든 이번 일은 분명 둘 중 하나의 소행이다.‘소지연은 무진을 좋아해. 무진 씨가 매사 날 위하는 것을 본 후, 하루빨리 날 없애고 싶어하는 것도 무리가 아냐.’이 일을 계획한 게 소지연임을 생각했을 때, 그녀의 계획 대로 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유난히 조심성이 많은 성연은 누가 자신을 미행하더라도 모두 알아차릴 수 있었다.생각할수록 이 일은 소지연이 사람을 고용해서 벌인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어찌 되었든 둘째, 셋째 일가 쪽은 지금 은성그룹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서 자신을 해칠 생각까지는 없을 것이다.‘누구이든 간에 이 일의 배후를 반드시 잡아야 해!’자신을 상대로 어느 누구도 이런 짓을 벌이고 달아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오랜 시간 받았던 훈련이 헛수고인 거지.’휴대폰을 손에 든 성연이 서한기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있었던 일을 말했다.“나한테 지금 보다 더 많은 인원을 보내. 이번 일은 내가 직접 처리할 거야.”성연은 자신을 미끼로 해서 저쪽에서 다시 움직이도록 끌어들일 생각이었다.성연의 말을 들은 서한기가 참을 수 없는 분노로 얼굴이 굳었다. [도대체 누구입니까? 감히 이처럼 대담하게 보스를 건드리는 짓을 벌인 놈들이!]성연이 어깨를 으쓱했다.“누가 알겠어? 하지만 내가 알고 싶은 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봐야지.”성연은 조금도 겁나지 않았다. ‘둘째, 셋째 일가 그리고 소지연이 얼마나 많은 계략을 세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덤벼봐, 모두 상대해 줄 테니.’‘세상에서 내 명을 가져갈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어.’자신에게 또 다른 신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자신의 다른 신분이 드러난다면, 둘째, 셋째 일가 심지어 소지연까지 자신에게 잘 보여야 할 판이다.“보스, 무
다음날 사무실에 들어온 손건호가 무진 앞에서 보고했다.“보스, 최근에 조직 쪽에 큰 일이 생겼습니다.”무진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일이야.”집안 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조직 쪽에 문제가 생기는 건 정말 원치 않는 일이다.동시에 양쪽의 일들을 모두 해결할 여력이 없었다.손건호가 보고했다.“북성에 아수라문 쪽 인원이 대거 들어왔습니다.”아수라문 쪽과는 줄곧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관계였다.저들의 대규모 등장이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분명히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왜 그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났겠는가?무진이 손가락으로 데스크 위를 탁탁 가볍게 두드리더니 가라앉은 음성으로 지시했다.“가서 철저히 조사해 봐. 왜 북성에 나타났는지 알아봐. 최대한 조사하되, 알아내지 못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아수라문 쪽과의 충돌은 최대한 피해.”아수라문 사람들은 신출귀몰한데다 실력이 뛰어났다.꼭 필요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들과 원한 관계를 맺고 싶지는 않았다.무엇보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더.만약 아수라문의 명성을 들은 둘째, 셋째 일가 쪽에서 아수라문과 연합하기라도 한다면, 저들을 상대할 때의 난이도는 한단계 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어쨌든 사람 마음을 갖고 노는 능력은 둘째, 셋째 일가가 탁월했다.“보스, 저들이 북성에서 수행해야 할 임무가 뭐가 있을까요? 아니면 또 무슨 좋은 것이 있을까요?”손건호가 무진의 옆에서 나름 분석했다.종적을 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한 아수라문 사람들이 이처럼 대규모로 움직이는 일은 거의 없다.저들이 나오면 한바탕 피비린내가 날 게 분명했다.그래서 이런 상황은 처음 보는 것이다.“아닐 거야, 그냥 애들 시켜서 지켜보기만 해. 우리를 겨냥한 게 아니라면 상관할 필요가 없어.” 무진은 생각했다.만약 진짜 무슨 좋은 물건이 나온 거라면 이 쪽에서도 분명 알았을 것이다.‘그러면 아수라문 사람들만 여기에 나타날 리가 없지.’‘다른 조직들도 이곳에 등장했을 테고.’현재
그날 밤 무진은 유럽에서 걸려 온 전화를 한 통 받았다.휴대폰 건너편에서 초조한 빛의 음성이 들렸다.“대표님, 일이 생겼습니다.”그 소리를 들은 무진은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최근에 들은 것은 모두 이런 좋지 않은 소식들뿐이다.그래서 무진은 정말이지 좀 겁이 날 정도였다.하지만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한 무진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물었다.“무슨 일입니까?”“우리 협력 파트인 미스터 애벗이 갑자기 습격을 당해 중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졌습니다.” 부하들이 무거운 어조로 이 소식을 무진에게 알렸다.무진이 입을 오므렸다.“우선 소문이 나지 않게 해.”미스터 애벗은 자신들의 회사 WS그룹의 가장 큰 협력 회사였다.만약 미스터 애벗이 중상으로 혼수상태에 빠졌다면, 협력 관계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그리고 지금 둘째, 셋째 일가가 빠지자, 주주 쪽의 동요가 컸다.만약 이 시점에 일이 생긴다면, WS그룹은 반드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무진이 말을 마쳤을 때, 즉시 건너편에서 한 마디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든 부하의 음성이 들려왔다.“대표님, 이미 늦었습니다. 소문이 이미 퍼졌습니다.”그 순간, 무진의 얼굴이 완전히 어두워졌다.미스터 애벗의 부상 소식은 MS 가문의 사람들을 즉시 생각나게 했다.소문이 바로 퍼졌다는 것은, 틀림없이 계획된 것일 터.보아하니 미스터 애벗에게 문제가 생기다니, 둘째, 셋째 일가로서는 정말이지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 같을 테다.말 잘 듣는 개 한 마리가 더 생겨서 자신들의 일을 도와주는 것 같은 터.외국에서 이런 일을 벌였다면 그리 꺼림칙하지는 않다.“대표님, 이제 어떻게 할까요?” 수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이 일에 대한 보고를 듣고 화가 난 무진의 심기를 건드릴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정말 너무너무 심각했다. 감히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무진에게 처리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잠시 기다려.” 무진은 머리가 어지러웠다.아직 더 좋은 해결책을 생각하지 못한 터라 잠시 기다릴 수밖
주가의 급락으로 인해 유럽 쪽에서는 긴급히 자금을 구해서 회전하려고 했다.자연히 이 소식을 들은 성연은 무진의 자금 부족을 알게 되었다.그러나 무진은 이런 스트레스를 성연에게 일절 말하지 않았다.‘내가 자신을 걱정할까 봐.’현재 안금여는 매일 집에서 요양하고 있는 중이라, 이미 이런 일을 감당할 상황이 아니었다.회사의 무거운 짐이 모두 무진의 어깨에 놓여 있었다.성연은 정말 무진이 이 모든 압박감을 감당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정말 마음이 아팠다.둘째, 셋째 일가를 상대하기 위해 무진이 이미 자금을 모두 북성으로 끌어 모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현재 둘째, 셋째 일가를 막아내면서 많은 신 프로젝트도 전개하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자금을 빼서 유럽 쪽 프로젝트를 안정시키기에는 자금이 부족했다.무진은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게 분명했다.무진은 도도한 자신의 태도를 유지할 것이다.성연은 무진이 수렁에 빠져 혼자 발버둥치는 것을 지켜볼 수 없었다.성연은 L-W그룹에게 지시해서 무진에게 자금을 더 투자해 주기로 결정했다.원래 L-W그룹은 무진을 돕기 위해 설립한 존재.무진에게 어려움이 생긴 이상 당연히 성연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성연의 지시가 있고, L-W그룹 쪽에서 즉시 행동에 나섰다.임병태가 직접 찾아와서 무진과 담판했다.프론트 데스크의 보고를 들은 무진은 좀 의심스러웠다.‘지금 이 시기에 L-W그룹에서 어떻게 찾아왔지?’‘어쩌면 유럽 쪽의 소식을 들었을 지도 모르지.’‘투자 철회만 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회사는 정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타격을 입을 거야.’어쨌든 사람이 왔으니, 무진도 한번 만나봐야 했다.옷 매무새를 정리한 무진이 임병태를 만나러 나갔다.요 며칠은 일이 너무 많고, 너무 잡다하고, 무진어 안색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초췌하다.임병태는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어쩐지 문주가 자신을 도와달라고 하더라.’원래 WS그룹 내부 상황으로 생긴 문제인 터라 꽤 심각했다.“임 사장님께서 어떻게 방문하셨습니
성연은 의심 많고 신중한 성격의 무진이 지금처럼 쉽게 믿지 않을 것이라고 이미 예상했다.그래서 미리 임병태에게 일러 두었다. 과감하게 15%의 지분을 매입하겠다고 무진에게 제안하라고.그래야 무진이 신뢰할 테니까.이것은 순수한 비즈니스 행위이다.무진이 도움을 요청한다면, 비즈니스 상의 관점에서 볼 때 응당 대가를 치러야 한다.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득을 노리는 행위로 보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사꾼이 아닌 것처럼 보일 테니까.사실 성연이 자신의 신분을 완전히 드러낼 수도 있다. 그러면 이렇게 번거롭게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그러나 그랬을 때, 무진의 자존심에 더 자신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이런 방식이라야 무진이 신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연이 줄곧 자신을 돕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임병태의 말을 듣고 이 거래에서 그가 원하는 게 있다는 생각이 든 무진이 물었다.“실례지만 임사장님은 지분 얼마를 원하십니까?”오기 전에 이미 성연과 말을 맞추었던 임병태가 바로 대답했다.“15% 입니다.”임병태의 말을 들은 무진의 안색이 바로 변했다. 지금 무진이 얼마나 불쾌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무진이 임병태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죄송합니다, 임 사장님. 당신의 요구를 수락할 수가 없군요. 이만 가 주십시오.”15% 지분은 정말이지 너무 많았다.그 정도면 손에 꼽힐 정도의 대주주가 되는 것이다.그리고 WS그룹의 주식 15%는 임병태가 제시하는 가격보다 그 가치가 훨씬 높다.이렇게 손해만 보고 이득이 없는 거래를 수락할 수는 없는 법.무진은 아마도 더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기다렸다.임병태가 좋은 협력 파트너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런 시기에 이런 금액을 제시하다니, 임병태가 일부러 자신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무진이다.어쨌든 그는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물론 임병태의 행동을 이해할 수는 있다.모두 장사꾼들 아닌가. 임병태가 WS그룹에 출자한다는 것은 MS 가문의 미움을 산
곧 서한기 쪽에서 연락이 왔다.지난 번 성연을 암살하려 했던 자에 대한 정보를 알아낸 것.성연은 즉시 일어나 앉아서 서한기에게서 조사 보고를 들었다.서한기가 보고했다.“보스를 암살하려 한 자는 용병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 밀입국했습니다. 그리고 한 명이 아니라 네 명입니다.”“용병이라니?” 성연은 정말이지 갈수록 재미있었다.누가 그렇게 큰 돈을 들여 용병을 사서 자신을 상대하려 할까?이렇게 도전적인 일을 한 지도 오래되었다.“네, 이 네 명의 용병은 모두 위장된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명의 신분은 자동차 수리공이고, 한 명은 택배 기사, 마지막 한 명은 여자인데, 미화원으로 위장했습니다. 모두 북성 곳곳에 숨어서 기회를 노리며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한은 천천히 찾아낸 자료를 읽어냈다.말을 마친 후, 서한기는 자료를 툭 쳤다. ‘이 놈들 정말 대담하군. 누구를 건드리든 좋지 않겠지만, 하필 우리 보스를 건드리다니, 정말 살기 싫은 모양이야.’ “모두 맡은 일에 무척 프로군.” 성연이 감탄했다.그리고 성연이 말했다.“위치를 찾은 이상, 실망시키지 않도록 저들과 함께 제대로 놀아보자.”서한기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보스, 이번 일은 꼭 나를 데리고 가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별로 재미없을 걸요. 내가 학교에서 갑갑해 죽으려는 것 알면서도 데려가지 않다니요.”성연이 즉시 대답했다.“알았어, 알았어. 이번에는 꼭 너를 데리고 갈 게. 너도 모두 서툴지 않도록 미리 몸 좀 풀어놔.”“그럴 리가요. 내려올 때 훈련을 잊은 적 없어요.”서한기가 억울하다는 듯이 말했다.예전에 그들이 살았던 생활은 모두 규칙을 길렀다.일정한 훈련 양에 도달하지 못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그래서 성연은 매일 헬스를 하고 조깅을 했다.그러나 성연은 분명히 이 점을 알면서도 서한기를 놀렸다.“아이고, 사내대장부가 무슨 그런 걸 다 신경 써? 성질 보니, 학교에 있으면서도 한시도 신중하지 못하고.” 성연이 시큰둥하니 말했다.서한기는 자기 앞
‘그래함과 무진 씨 사이는 썩 괜찮은 것 같아.’성연은 두 사람이 언제 번호를 교환했는지도 몰랐다.‘그런데 사형이 전화를 받는 속도가 꽤 빨랐어.’성연은 궁금해하며 물었다.“사형하고 채연 언니는 뭐하고 있대요?”‘채연 언니가 멀미를 했으니까, 사형도 당연히 언니하고 같이 쉬고 있었을 텐데.’‘전화를 그렇게 빨리 받을 수가 없어.’그래서 성연은 약간 궁금해졌다.“두 사람이 뭘 하고 있었는지 알아맞혀 봐?” “뭐 먹고 있었나...?” 성연이 머뭇거리며 답을 말했다.“두 사람은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도 서둘러야 하지 않겠어?”성연은 얼굴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면서 얼굴을 가렸다.‘사형하고 언니는 대낮인데도...’‘하필이면 무진 씨가 들었어.’‘하지만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지. 호텔에는 방해하는 사람도 없으니까 바로 불이 붙은 거야.’‘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것도 정상일 거야.’말을 하던 무진이 성연에게 바로 키스를 했다.무진의 키스를 받은 성연은 숨을 헐떡이며 무진의 품에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다.무진의 동작은 갈수록 대담해졌다.성연의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너무 조급하게 그러지 말아요.”‘여긴 집무실이라서 언제든지 사람들이 들어올 거야.’‘문을 잠그더라도 누군가 보고하러 문을 두드릴 거야.’성연은 아직 이런 정도로 개방적이지는 않았다.그리고 아이를 만드는 것도 조급해하지 않았다.‘적어도 결혼식 후에 생각해야지.’‘나는 아직 그렇게 젊은데, 아이가 생기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해.’‘생각만 해도 정말 귀찮아.’“안 돼, 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성연이 사무실에서 그러는 걸 원하지 않는 이상, 무진도 개의치 않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그곳이라면 조용하고 공간도 넓어서 아무도 방해하지 않을 거야.’“무진 씨, 좀 진정해요...”성연은 얼굴을 붉히며 무진의 가슴을 밀어냈다.‘무진 씨는 정말 갈수록 대담해져.’‘누가 강무진을 금욕주의자라고 했어?’‘나를 잡아먹으려고 눈이 벌개져 있는데, 그런
무진은 전례 없이 빠른 발걸음으로 사무실에 들어섰다.문을 열고 성연의 뒷모습이 보이자,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곧장 달려가서 성연을 백허그로 안았다.고개를 돌린 성연이 무진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키스를 날렸다.무진은 키스를 잠시 중단하고 대표실 문을 잠궜다.이어서 성연에게는 숨막히고 공격적인 키스가 기다리고 있었다.무진의 손도 슬슬 위험 수위를 넘나들기 시작했다.점점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성연도 빨갛게 뺨이 달아올랐지만 무진의 손을 잡고 막았다.“지금은 회사라서 안 돼요.”성연이 불편한 듯한 모습을 보이자, 계속해서 진도를 나가려던 무진은 마음속의 욕망을 억지로 눌러야 했다.그리고 성연을 품에 꼭 안았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무진의 마음이 비로소 진정되었다.성연을 껴안은 채 소파에 앉았다.그리고 나서야 성연에게 그래함의 일에 대해 물었다.“어떻게 됐어?”성연은 그래함과 유채연의 일을 간단하게 말해주었다.그전의 우여곡절들은 많이 생략했지만, 그래도 핵심적인 내용들은 거의 다 말했다.이야기를 듣고 난 무진은 큰 충격을 받았다.‘그래함이 그렇게 다정한 남자인 줄 몰랐네.’‘그래함의 권력과 지위라면 어떤 여자인들 얻지 못하겠어?’‘줄곧 고향의 연인만을 애타게 기다렸다니.’무진의 생각이 지나치다고 탓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그러나 내가 성연과 함께 있을 때 성연의 신분도 그리 대단하지 않았어.’‘감정이란 건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로지 느낌만 따라야 해.’무진은 유채연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좀 궁금해졌다.‘그래함 같은 대단한 남자가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라니.’“무진 씨도 믿기지 않지요?” 성연이 고개를 들면서 물었다.“그래.”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믿기 힘든 일이야.’“이전에 사형이 채연 언니를 찾고 싶다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더 믿을 수가 없었어요. 나중에 사형이 예전에 채연 언니가 자신에게 준 증표를 여전히 가지고 있었고, 채연 언니도 여전히 가지고 있다는 걸
북성에 도착하자 그래함은 유채연을 데리고 최고급 호텔을 체크인했다.뒤에서 그들의 다정다감한 모습을 보고 있던 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무진이 생각났다.‘나도도 약혼녀가 있는 사람이야. 뭐.’‘요 며칠 사형과 채연 언니가 애정을 과시하는 것만 바라보았지.’유채연과 그래함도 성연을 잊지 않았다.유채연이 물었다.“성연아, 너 우선 우리 호텔로 가서 쉬지 않을래? 차를 그렇게 오래 탔는데 힘들었잖아.”유채연은 멀미가 나서 창백한 표정으로 그래함의 품에 기대고 있었다.“됐어요, 내가 어떻게 여기서 두 사람의 세계를 방해할 수 있겠어요? 저는 먼저 갈게요.” 성연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혼자 차를 타고 떠났다.유채연은 성연이 떠나는 방향을 보면서 걱정했다.“성연이 걔가 갈 곳이 있어? 시간도 늦었는데 여자가 밖에 있으면 얼마나 위험해.”“특히 이런 대도시에서는.”그래함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채연아, 성연이는 이곳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너 잊었어? 전에 내가 너한테 말했잖아. 성연이에게는 아주 대단한 약혼자가 있다는 거 말이야.”유채연은 알 듯 모를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여전히 성연에 대해서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그래서 약혼자를 찾아간 거야?”“그래, 걱정하지 마. 지금 멀미하지? 힘들면 내가 밖에 나가서 약 좀 사올까?” 그래함은 유채연을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유채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좀 자면 돼.”“그럼 그렇게 해.” 그래함도 마음 놓고 유채연을 혼자 둘 수 없었다.‘처음 이곳에 왔는데, 내가 채연이 곁에 없다면 채연이가 불안해할 가능성이 높아.’한편 성연은 바로 무진을 찾아갔다.그러나 자신이 돌아온 걸로 무진에게 서프라이즈 선물을 주려고 무진에게는 말하지 않았다.성연은 예전에 지문을 입력해 놓아서, 보고 없이 바로 최고층까지 갈 수 있었다.요 며칠 동안 무진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했다.이제 곧 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설레는 듯했다.성연이 집무실 입구에 도
외삼촌은 다가가서 무릎을 꿇은 두 사람을 부축했다.여전히 울고 있던 유채연이 일어나자, 그래함이 어깨를 감싸고 위로했다.“얼른 가거라.” 외삼촌도 울먹이는 목소리였고,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그래함은 외삼촌을 한 번 본 뒤 유채연이 차에 타도록 부축해 주었다.유채연은 외삼촌을 애틋하게 바라보았다.성연이 그들의 뒤를 따랐다.외삼촌이 몸을 돌릴 때 눈물이 땅에 떨어지는 걸 봤지만, 유채연이 걱정할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이 옆에서 따라서 소리쳤다.“외삼촌, 제가 채연 언니하고 자주 돌아올 게요. 저는 외삼촌 가게 하드가 좋아요.”그제야 서둘러 눈물을 닦은 외삼촌이 몸을 돌려서 말했다. “그래, 너희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마.”차가 천천히 시동을 걸자, 창밖의 장면도 빠르게 바뀌었다.차에 앉아서도 유채연은 여전히 훌쩍거렸다.그래함은 유채연을 꼭 안고 자신의 품에 기대게 했다.“채연아, 외삼촌이 보고싶으면 앞으로 자주 돌아와서 볼 수 있어. 내가 같이 올게.”“정말?” 그래함을 바라보는 유채연의 눈은 마치 토끼의 눈처럼 빨갛게 달아올랐다.“물론이지,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내가 다 해 줄게.” 예전에는 그래함도 뭘 해도 혼자였다.하지만 이제 유채연이 있으니 모두 달라졌다.그래함은 틀림없이 유채연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어쩌면 유채연을 위해 정말 국내로 이주할 수도.“그런데 내가 없는데 외삼촌은 어떡하지? 자기 몸을 잘 추스릴까?” ‘예전에는 집안의 모든 일을 내가 책임졌지.’‘지금 내가 떠났으니 외삼촌은 잘 수습할 수 있을지 몰라.’성연은 조수석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성연은 일부러 그 자리에 앉아서 유채연과 그래함에게 공간을 내주었다.그 말을 듣고 성연이 웃으며 말했다.“채연 언니, 외삼촌은 마음이 그렇게 섬세한 분이니까 잘 지낼 수 있을 거예요.”떠날 때 그래함은 외삼촌에게 체크카드를 남겨 두었다. 비밀번호도 쪽지에 써 두었다. 그 돈이면 외삼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평생 편안하게
이런 유채연의 모습을 보고 외삼촌은 또 한바탕 잔소리를 했다.“정말 재수 없게 징징거리고 있지. 꼴이 그게 뭐야? 나는 상관하지 말고 빨리 가. 나한테 돈도 있고 차도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는 말할 것도 없어. 너는 나한테 짐만 될 뿐이야!”유채연은 외삼촌이 어떤 마음인지 알고 있었다.대부분 외삼촌은 그저 입으로만 모질게 굴었을 뿐이다.사실 자신에 대해서도 진심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했다.애초에 집에 그렇게 많은 일이 생기자 친척들마다 모두 양보하면서 피했다.외삼촌만 자신을 받아들이기를 원했다.모두들 유채연이 흉악한 외삼촌을 따라가면 틀림없이 좋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그러나 그동안 삶의 질이 좀 떨어진 걸 제외하면, 외삼촌은 진심으로 자신을 보호해 주었다.가게에 온 손님 중에 간혹 유채연의 예쁜 모습을 보고 희롱하려고 했지만, 모두 외삼촌에게 두들겨 맞고 쫓겨났다.이전의 여러 일들을 생각하자, 유채연은 외삼촌이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 준 걸 알게 되었다.유채연이 갑자기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외삼촌, 그동안 거둬 주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옆에서 그 모습을 본 그래함도 유채연을 따라 무릎을 꿇었다.그리고 큰 소리로 말했다.“외숙부님, 채연이의 부모님이 안 계시니 외숙부님이 채연이 아버님이십니다. 그래서 제가 무릎을 꿇고 맹세하겠습니다.”“저희는 곧 결혼하게 되면 반드시 읍내에서 잔치를 하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채연이를 보고 비웃지 못하게 할 테니, 채연이를 제게 주시면서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가 채연이에게 정말 잘 하겠습니다.”남자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존엄성이다.그러나 그래함은 유채연을 위해 외삼촌 앞에 무릎을 꿇었다.이 역시 그래함의 성의를 충분히 드러낸 것이다.두 사람의 감정을 외삼촌은 더욱 눈에 새겨 두었다.‘채연이가 그래함과 함께 있으면서 미소도 눈에 많이 많아졌어.’“너희들 빨리 일어나!” 외삼촌은 유채연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는 게 아니었다.입으로는 듣기 싫은 말을 하지면, 개를 길러도 이
이전에 유채연이 입었던 옷은 전부 그래함과 성연이 함께 골라준 옷으로 교체되었다.유채연은 트렁크를 사서 물건을 다 넣었다.곧 떠나야 할 때, 유채연이 외삼촌과 작별인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내가 같이 갈게.” 유채연을 도와 트렁크를 닫고서 그래함이 일어났다.“그래도 나 혼자 갈래...”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이제는 우리 둘이 같이 있잖아. 외삼촌은 우리 관계의 증인이자 네 유일한 가족이야. 내가 널 데리고 갔다가, 내가 나타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거야?” 그래함이 유채연의 머리카락을 매만지며 말했다.요 며칠간 함께 지내면서, 유채연은 자연스럽게 그래함과 더 가까워졌다.잠시 생각하다가 문득 그래함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만약 외삼촌이 그래함을 보지 못한다면 아마 마음이 더 괴로울 거야.’“그래, 같이 가자.”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두 사람이 함께 문을 나섰다.나오다가 마침 두 사람을 찾으려던 성연과 마주쳤다.“성연아, 우리 외삼촌 보러 갈 건데, 너도 갈래?” 유채연은 요 며칠 성연과 계속 붙어 있어서, 성연에 대한 감정도 이미 예전처럼 좋았다.어디를 가든지 성연을 데리고 가야 해서, 그래함이 한바탕 질투하기도 했다.“출발하기 전에 외삼촌과 작별인사 하러 가는 거예요?”성연이 물었다.“그래.” 유채연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나도 함께 갈게요.” 눈치 빠른 성연은 유채연의 손을 잡지 않고 뒤에서 따라갔다.‘채연 언니하고 그래함 사형이 나란히 다정하게 가는 모습을 보면, 외삼촌이 좀 안심할 수 있겠지.’유채연과 그래함은 앞에서 함께 걸어갔다.유채연의 마음은 여전히 좀 불안했다.‘예전에 외삼촌이 못마땅했을 때는 여기를 탈출하겠다는 생각도 했지.’그러나 정말로 외삼촌과 작별을 고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유채연은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비록 그다지 내 생각대로 지내지는 못했지만.’‘하지만 예전에는 이곳이 내 유일한 피난처였지.’“걱정 마, 외삼촌은 좋은 분이니까 이해해 주실 거야.”
그 말을 듣자, 유채연은 코가 시큰거리면서 하마터면 울음을 터뜨릴 뻔했다.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꽉 쥐었지만 뜬금없이 눈물이 흘러내렸다.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지금처럼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은 없었다.유채연의 얼굴에 눈물이 가득한 걸 보자, 가볍게 한숨을 쉰 그래함이 휴지로 부드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왜 그렇게 울기를 좋아해? 앞으로 나하고 있으면서 내가 잘 해줄 테니까 이렇게 울면 안 돼. 네가 눈물을 흘리는 게 안타까워.”그래함의 부드러운 말을 들으면서 유채연의 감정도 점차 가라앉았다.감정이 진정되자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한 입 맛보았다.아주 달았다. 이 달콤함이 유채연의 마음속에 스며들면서 마음을 천천히 따뜻하게 했다.“고마워, 그래함.” 유채연은 코를 훌쩍이며 고맙다는 말을 했다.“내가 너에게 고마워해야지. 그렇게 오래 되었는데도 나를 기다리고 있었잖아. 내가 좀 일찍 너를 찾아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래함의 말투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우리는 지금이 좋아.” 유채연은 그래함의 이런 의기소침한 모습을 그냥 지켜볼 수 없었다.“그래, 이제 네가 있으니까 앞으로 우리는 더 좋아질 거야.”그래함이 동의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성연은 어느새 감정이 없는 도구로 전락해버렸다.그러나 계속 뒤를 따라 가면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성연은 정말 기뻤다.자신도 그런 분위기가 달콤하게 느껴졌다.예전에는 그저 단순하게 그래함 사형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그러나 진정으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자, 정말 두터운 그래함의 깊은 정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성연은 두 사람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 굳어 있던 두 사람이 점차 풀어질 때까지 이미 정말 잘 지나왔어.’“두 분, 연애하면서 여동생도 잊어버렸지요? 나 너무 배가 고파요. 밥 먹으러 가고 싶어요.” 성연도 방해하고 싶지 않았지만, 가게에서 별로 먹지 않고 이렇게 오래 걸었더니 벌써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지경이었다.그 말을 들은 유채연이 바로 뒤돌아서 미
“언니, 빨리 나와서 사형에게 보여주세요.” 성연이 바로 유채연을 데리고 나갔다.전혀 준비되지 않은 채, 유채연은 바로 그래함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그래함은 지금도 유채연이 겉모습만 꾸민 여자들에게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고 여겼다.약간 수줍어하는 그 모습은 언제나 그래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그래함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한 채 멍하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유채연도 그래함이 자신의 이런 모습을 보는 걸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그런데 한참 기다렸는데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고개를 들어 그래함의 눈을 마주한 유채연이 어색하게 치마자락을 잡고 말했다.“어때? 보기 싫어?”“예뻐. 내가 홀딱 반할 정도야.” 그래함의 목소리는 가볍고 부드러웠다.유채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화장을 마친 뒤 그들은 계속 쇼핑을 했다.성연은 두 사람이 함께 있을 수 있게 자리를 양보했다.그래함이 바로 앞으로 가서 유채연의 손을 잡았다.유채연이 손을 빼려고 했지만, 그래함은 꼭 쥔 채 유채연이 벗어날 기회를 전혀 주지 않았다.“성연이도 여기 있잖아.” 유채연은 20여 년을 살면서 그래함 이 한 사람만 좋아했다.평소에도 남자와 스킨십을 해본 적도 없었다.지금 그래함과 함께 걸으면서 유채연은 불편한 기색이 가득했다.그러나 그래함의 따뜻한 손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것을 느끼자 마음은 달콤했다.“신경 쓸 필요 없어.”그래함이 바로 말했다.두 사람 뒤에 있던 성연은 하마터면 그래함을 흘겨볼 뻔했다.‘이건 날 훼방꾼으로 여기는 거야.’유채연은 감히 고개를 돌려 성연을 보지 못하고, 손을 잡힌 채 얼굴만 빨개졌다.그래함은 유채연이 자신에게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자 불만스러웠다.“채연아, 팔장을 낄래.”“아니, 손을 잡았잖아.” 유채연은 입술을 깨물며 수줍어했다.“우리 연인 사이잖아?” 그래함이 유채연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열기가 귓가를 스쳐 지나가자 유채연은 더욱 부끄러워했다.‘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외삼촌에게 차를 주자, 외삼촌은 드라이브를 하면서 이 차의 성능을 시험해 보겠다고 말했다.그래함이 자신을 속이는 건지 보려는 것이다.외삼촌이 차를 몰고 가자 성연과 그래함, 유채연만 남게 되었다.오늘 손님이 오기 때문에 가게는 문을 열지 않았다.‘자세히 헤아려 보니 외삼촌은 정말 디테일한 사람이야.’“채연 언니, 우리 쇼핑하러 가요.” 성연이 다가가서 유채연의 팔장을 꼈다.“그래.” 유채연은 성연이 쇼핑을 하려는 걸로 생각하고 함께 갔다.성연이 유채연을 데리고 온 곳은 모두 고급 쇼핑몰이었다.유채연도 옷을 좀 사고 싶었지만, 가격을 보고는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성연은 흰색 원피스를 유채연의 몸에 대고 비교해 보았다.“채연 언니, 이 원피스가 잘 어울려요. 한번 입어 보세요.”“난 됐어. 네가 맘에 들면 사.” 방금 유채연은 가격표를 언뜻 봤다.‘너무 엄청난 가격이야.’‘원피스 한 벌에 어떻게 가격이 이렇게 비쌀 수 있는지 정말 상상할 수가 없어.’‘정말 터무니없는 가격이야!’“언니, 이 치마가 정말 잘 어울려요. 한번 입어보고 싶지 않아요?” 성연은 눈을 깜빡이며 유채연을 바라보았다.눈앞의 원피스를 보고 유채연은 망설였다.“채연아, 한번 입어 봐.” 그래함도 유채연이 이 옷으로 갈아입은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다.유채연은 자신의 그런 모습이 기대되면서도 머뭇거렸다.마침내 결정을 내린 뒤에 옷을 가지고 탈의실로 들어갔다.‘확실히 잘 어울리네.’유채연은 한번 입어 본 걸로 만족했고 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성연과 그래함이 번갈아 설득해서 유채연도 결국 옷을 하겠다고 했다.두 사람은 또 유채연에게 많은 옷을 사주었다.처음에는 유채연도 두 사람이 돈을 쓰는 걸 걱정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자, 유채연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나중에는 돈을 쓰는 것에도 무감각해졌다.예쁜 옷을 많이 산 뒤 그래함이 뒤에서 가방을 들어주었다.그래함의 두 손으로 겨우 들 수 있을 정도였다.성연은 또 유채연을 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