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너티는 유럽 최강의 용병 단체로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국내에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아주 적었다.그 명성은 무척 대단해서, 세계 용병 랭킹 앞자리는 모두 이터너티 쪽 인사였다.이로서 그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들어본 적은 있지만, 성연은 지금까지 그들과 교류하지는 않았었다.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통상 이런 식으로 이목을 끌며 국내에 나타날 리가 없을 텐데, 이렇게 불쑥 나타나서 뭘 하려는 지 모르겠다.눈살을 찌푸린 성연이 고개를 돌려 서한기를 바라보았다.“어떻게 된 거야? 우리 쪽에서 이터너티를 건드린 적 있어?” 이것 말고는 이터너티를 국내로 불러들일만한 무슨 이유가 있을까? 이처럼 큰 움직임이라면 아수라문만이 아니라 다른 조직에서도 분명 알아챘을 것이다.조용히 있던 서한기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보스, 여기는 대화할 만한 장소가 아닙니다. 보건실로 가죠.”물론 학교에서 자신들의 말을 알아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벽에도 귀가 있는 법.기밀이 도청될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 후 서한기를 따라 보건실로 갔다.서한기가 문을 닫고 커튼을 내리려 하자, 참다못한 성연이 그의 바보 같은 동작을 제지했다.“커튼까지 쳐서 어쩌려고? 우리가 여기서 낯부끄러운 짓을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잖아? 그냥 문만 닫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적절치 않음을 깨달은 서한기가 멋쩍게 손을 내렸다. 이어 성연을 눈치를 보며 물을 따라 주었다.“보스, 진정하세요. 제가 너무 멍청했어요.”물을 한 모금 마신 성연이 서한기를 흘겨보며 조소했다.“그래도 제가 멍청한 줄은 알아서 다행이네.”“보스가 잘 가르친 덕 아니겠어요?”서한기가 헤헤거리며 뒤통수를 쓸었다.“됐어, 잔말 말고 빨리 말해 봐.”성연이 물컵을 내려놓았다.좀 전의 익살스럽던 표정을 싹 거둔 서한기가 입을 열었다.“원래 이터너티 쪽에서 우리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우리 쪽에서 거절하고 다른
시험지 도난 사건이 일어난 후, 기분이 눈에 띌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성연은 주구장창 이마를 찌푸리고 있었다.당연히 서한기는 이터너티가 아닌 다른 일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최근 학교에서 미친 듯이 퍼지고 있는 그 일 밖에 없다.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도시 이해가 안된다.자신들의 보스에게 시험 만점을 받는 건 식은 죽 먹기에 불과한데.그럴 가치도 없는 쓸데없는 행동을 뭐 하러? 설령 진짜 했다고 치자. 그런데 그걸 들킨다고?“보스, 저 사람들과 같이 실랑이하지 마세요. 같이 게임이나 하러 갈까요?”시간을 보니 저녁 임무까지 꽤 시간이 남았다. 아니 충분했다.“어디로?” 확실히 성연은 기분이 나빴다. 입술을 오므린 채 온몸으로 울분을 드러내고 있었다.“학교 옆에 오락실이 있어요. 제가 모시고 갈게요.”말하는 서한기의 음성이 상당히 조심스러웠다.성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서한기의 뒤를 따랐다.오락 타운에 도착하자, 여기저기 모두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게임 간판들이 보였다.눈이 다 어지러울 지경이다.자신의 보스를 잘 아는 서한기는 핑크 일색의 게임장들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마침내 검은 색의 게임장 앞에 멈춘 서한기가 설명했다.“보스, 이건 서바이벌 전투 게임이에요. 안에서 실제 사람들과 싸우는 거에요. 분명 보스 취향에 딱 맞을 겁니다.”모처럼 맘에 드는 짓을 한 서한기를 본 성연이 눈썹을 추켜세운 채 미소를 보였다.“괜찮네.”“물론이죠.”서한기가 아주 오만한 모습으로 턱을 들어올렸다.게임장의 주인은 젊은 남자였다. 표를 사서 들어오는 성연을 보고 의혹에 찬 시선을 던졌다. 예쁘게 생긴 여자애는 피 터지는 게임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며.막 입을 열려는 순간, 서한기가 뒤따라 들어오는 게 보였다. 눈치 빠른 주인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 아마도 어린 커플의 취향인가, 생각하면서.아무튼,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게임장에 들어온 성연은 서한기의 도움을 받으며 게임보호구를 착용했다.게임이 시작되자 성연
그날 저녁, 수하를 보내 구매자와 교섭하게 한 서한기는 우선 뒤에서 지켜만 보았다.구매자는 경호원 두 명만 대동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수에 비하면 좀 적은 인원이다.바로 오래 거래해온 구매자가 자신들에게 보이는 신뢰였다.이터너티에서 사람이 올 거라는 정보를 사전 입수했던 서한기는 이미 북성에서 많은 인원을 차출해서 대비 중이었다.협상이 막 시작되었을 때, 맞은편에서 한 무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단체로 입은 듯한 검은색 양복에 동작이 일사불란한 것이 한눈에 봐도 전문 훈련을 받은 자들이었다.그 중 리더로 보이는 이가 구매자와 아수라문 중간에 끼어들며 협상을 가로막았다.‘이터너티?’몸을 바로 세운 서한기가 빨리 앞으로 나서며 리더를 한 걸음 뒤로 물렸다. 이어서 엄호하듯 구매자 앞에 섰다.자신들 아수라문과 협력하는 이상 구매자의 안전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거래를 하는 동안 줄곧 성실하게 신의와 의리를 지켜왔다. 그러니 업계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제일 먼저 아수라문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구매자를 후방에 두고서야 앞으로 걸어 나온 서한기가 블랙 슈트의 사람과 직접 상대했다.“이봐, 무슨 의도야? 물건을 강탈하려고?”“오해하지 마십시오. 물건을 강탈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난번에 의사를 전달한 적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마주 선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전의 칼부림은 못 봤는지 아주 평온한 모습이다.불현듯 기억이 떠올랐다. “어…… 그러고 보니 이터너티 쪽이었구만? 협상이 안되니 강탈하려는 게 아니라고? 과연 당신들 이터너티의 풍격에 어울리는군?”조롱 가득한 말이 서한기의 입에서 나왔다.반드시 평화적인 방식으로 협상하라는 명령을 받은 맞은편의 리더는 즉시 설명했다.“우리는 충분한 성의를 표할 생각입니다. 진심으로 당신들의 물건을 원하니까 말입니다. 아수라문에서 나오는 것들은 모두 최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또 물건을 만들 수 있으니, 이 시스템은 우리에게 파는 게 어떻습니까?”상대도 확실히 아수라문과 척지고
서한기의 말을 들은 이터너티 쪽 협상자는 생각을 정하지 못한 채 망설이다 뒤편의 어느 지점을 바라보았다.성연은 계속 차 안에 앉아서 이쪽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그 남자의 미세한 동작을 본 성연은 순간 경계심이 일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어쩐지 오늘 이 자리에 이터너티의 보스가 나와 있을 줄이야.성연이 몸을 동그랗게 웅크렸다.저쪽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상, 이쪽도 자연히 나설 수 없다. 협력이 성사되든 아니든 아직 성연의 결정에 달려 있다.차에서 무료하게 앉아 있던 성연은 광택이 도는 둥근 수정구 두 알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다.조금도 조급할 필요 없다. 서한기가 모든 걸 잘 처리할 테니.아니면 그리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닌 게 쓸데없는 짓이었던 거지.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조용히 전방을 주시했다.쌍방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중.아무도 말이 없는 가운데, 갑자기 한가운데에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더니 보이지 않게 어떤 강한 기세가 쏟아졌다.돌연 수하 하나가 다가와 서한기의 귀에 속삭였다.서한기의 안색이 싹 변했다.“한기 형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수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서한기가 침울한 얼굴로 이터너티 쪽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뭘 어떻게 해? 저쪽에서 움직였는데, 우리가 안 움직일 수 있어? 후방 애들한테 알려. 저들 후방을 해결해.”“예.”지시를 받은 수하가 바로 자리를 떴다.서한기는 이를 갈았다. 이터너티 쪽을 바라보자 열이 뻗치기 시작했다.방금 수하가 와서 보고하길, 이터너티 쪽이 후방에 잠복해 있던 우리 쪽 애들을 정리했다고 한다.쥐도 새도 모르게 말이다. 이터너티의 실력이 쓸 만하다는 말이다.적어도 자신들 아수라문보다 못하지 않았다.그래서 속으로 더 많은 방비를 했다.우리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터너티 쪽이 할 수 있다면 우리 아수라문도 똑같이 할 수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하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이미 이터너티 쪽의 잠복 인원들을 정리하고 우리 쪽 인원으로 교체했다고 전해왔다.
길다란 롤스로이스 리무진 안. 창밖에서 흘러 들어온 불빛이 남자의 수려한 얼굴 위로 떨어졌다.커다란 키의 남자는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 위에 가볍게 걸친 채 앉아있었다.두 시간 전 성연에게 전화해서 야근한다고 말한 강무진이다.전방의 상황을 전하는 수하들의 보고를 듣는 중이다.원래 대로라면 자신들이 러브콜을 보낸 이상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반드시 얻으리라 확신했었다.그런데 아수라문 쪽에서 통상적인 카드를 꺼내지 않고 한사코 고집을 피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 모든 과정을 듣고 있던 무진이 픽, 실소를 흘렀다.‘수하들을 이렇게나 꽉 잡다니. 아수라문 문주, 정말 똑똑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네.’똑똑한 사람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강무진이다.그래서인지 아수라문의 문주에게 흥미가 생겼다.[가서, 아수라문 쪽에다 말해. 내가 직접 문주를 만나서 이번 거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겠다고.]무진이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물러간 수하는 협상을 진행하던 남자에게 다가가 무진의 지시를 전달했다.“우리 보스가 당신들 문주와의 만남을 청하십니다. 우리끼리 말해봐야 소용없으니, 보스들에게 맡깁시다.” 이터너티 쪽 남자가 서한기에게 제안했다.무의식 중에 눈살을 찌푸린 서한기는 의심이 들었다. 저쪽에서 일부러 우리 보스 불러내려고 작전 쓰는 게 아닐까 하고.잠시 뒤, 원래의 표정을 바로 되찾고는 콧방귀를 뀌었다.“당신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당신들이 보고 싶다고, 우리 보스가 만나줘야 하나?”“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당신이 보스 대신해서 결정하려는 거야?” 이터너티의 남자도 표정이 굳어졌다.무진이 먼저 입을 열었으니, 저들을 치켜세워 준 셈이다.이럴 때조차 허세부리는 걸 보면 자신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서한기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수하에게 귓속말을 했다.수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돌아서서 성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일을 번거롭게 해결할 생각이 없었다.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단 말이다.
양측은 맨손으로만 싸웠다. 아무도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 양측 모두 최상급 조직이므로 규칙을 잘 알고 있었다. 또 서로 원수가 될 생각도 없었다. 그러니 싸우면서도 여지를 남겨 두었고, 필사적으로 손을 쓰지는 않았다. 마치 대련을 하는듯 그 자리에서 적당히 싸웠다.그러나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점 또한 서로 잘 알았다. 왜냐? 자칫하면 상대방에게 기선을 제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싸움도 서로의 체면을 생각한 것이다.서한기와 맞붙은 이터너티 쪽 리더는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 서로 몇 합을 겨루자 서한기의 몸에 적지 않은 회색 발자국이 찍혔다.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어서 허연 자국이 더 선명해 보인다.서한기는 실력도 만만찮은지라 상대방의 상태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서한기의 주먹에 한 대 얻어맞아 얼굴이 온통 청자색을 띠었다. 입가에는 약간의 핏자국도 배어 있고.서로 거리를 벌린 두 사람은 상대방의 뛰어난 실력에 만족했다. 서한기가 아주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이봐, 실력 좋은 걸.”상대방 역시 입가에 묻은 핏발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과찬의 말씀.”양측의 싸움은 두 사람이 웃으며 대화하는 사이 따라 멈추었다.주위의 수하들이 잇달아 싸움을 멈추고 상대방을 주시했다. 여전히 기세를 누그러트리지 않은 채.싸움이 진행되며 서한기 쪽도 이터너티의 실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서로 막상막하의 엇비슷한 실력이니, 계속 이렇게 싸우다가 언제까지 갈지 몰랐다.이 싸움을 지켜보던 구매자가 서한기의 옆으로 가서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이 물건, 사지 않겠습니다.”서한기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안 사겠다는 게 확실합니까?”구매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잠시 망설였지만, 저쪽 편의 사람이 이터너티 쪽이라고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네. 포기하겠습니다.”‘내가 어떻게 원하겠어?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상대방이 이터너티 쪽 사람인데, 감히 이터너티에 맞설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저들 양쪽은 다 함부로
다음날, 학교에서는 가짜 성적을 샀다는 둥, 부정행위를 했다는 둥, 또 문제지를 훔쳤다는 둥의 성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말할수록 듣기 거북할 정도였다.또 어떤 사람은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악의적으로 성연을 비난했다.물론 글을 올린 이는 송아연에 매수된 아이였다.없던 화제도 만들어 가며 여론을 성연에게로 몰아갔다.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은 아주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성연의 성품이 안 좋아 선생님도 존중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성연이 다른 돈 많은 남자의 애인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시골에서 올라온 애가 어떻게 그런 후원자가 얻을 수 있겠는가?아주 일부의 사람들만 성연을 편드는 말을 했다. 이윤하 선생과의 불화는 분명 이윤하 선생의 잘못이지 성연의 잘못이 아니라며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호의적인 글들은 아주 조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송아연이 돈으로 모온 ‘댓글 알바'와 이름 모를 네티즌들에 의해 싹 지워진 때문이다.이 사건과 관련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네티즌들이 몰려와 계속해서 글을 올렸다. [요즘 학생들은 정말 하나 같이 건방져. 선생님을 직접 사과하게 만드는데도 부모는 팔짱 끼고 있는 거야?][집에 돈이 있으면 마음대로 하는 거야? 성적을 사는 일도 할 수 있다니, 세상 아직도 이런 법이 있어?][너무 대단하구나. 내가 공부할 때는 선생님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는데 말이야. 여학생이 선생님 앞에서 이런 강짜를 부리다니, 정말 대단해, 대단해.]“…….”성연을 욕하는 사람, 손가락질하는 사람, 또 이 사건을 그저 품평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리고 그냥 심심해서, 이 게시물이 핫해서 들어와서 떠들썩하게 한 사람도 있었다.불과 하루 만에 이 게시물의 조회수는 만 회를 찍었다.일부 뒤 늦게 게시물을 본 사람들은 자신의 인기를 끌어들이려고 몰래 찍은 성연의 사진을 게시물 아래에 올리기도 했다.다른 사람이 이 게시물을 보는 목적이 무엇이든, 또 어떻게 생각하든 송아연은 상관없었다.자신의 목적은 이미 달성
송성연이 웃었다. ‘생각하지도 못했네. 지금 내 이름이 이렇게 ‘인기’ 있을 줄은. 학교 밖에까지 소문이 났단 말이야?’“부정행위? 직접 봤어요? 직접 봤다면 증거를 내놔 봐요. 몇 시 몇 분, 어디서 부정 행위를 했는지? 정확하게 말 못하면 유언비어 날조에 인신모욕으로 고소할 테니까.” 성연의 얼굴이 싸늘했다.영문도 모른 채 한바탕 막말을 들었다. 특히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욕을 먹으니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졌다.알바생이 기세 등등하게 대답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데, 가짜겠어? 아직도 몰라? 너 지금 게시판에서 유명인이야.”게시판이라는 말이 언급되자, 성연이 눈썹을 찌푸렸지만 표정에서는 드러내지 않았다.입술을 빼문 채 눈에는 비아냥거림이 가득했다.“다른 사람이 내가 부정행위를 했다고 하면, 내가 부정행위를 한 게 되는 거야? 당신이 진짜로 봤냐고? 그럼 다시 말해서, 내가 당신이 돈 훔치는 것을 보았다고 말하면, 당신 진짜 훔친 게 되겠네?”말하면서 성연이 휴대폰을 꺼내 점원을 향해 계속 사진을 찍었다.“아이고, 밀크티 가게 알바생 손이 너무 더러워. 마침 나한테 딱 걸렸네.”말하는 내내 알바생을 향해 큰 눈을 깜박였다.“이 사진들 게시판에 이 제목으로 올리는 게 어때요?”알바생의 얼굴이 온통 벌겋게 달아올랐다.“돈, 안 훔쳤어. 그만 멈춰, 그만해.”자신도 알았다. 성연이 정말 사진을 게시판에 올리면, 자신이 훔치지 않은 걸 거짓으로 올렸다해도 많은 네티즌들이 댓글창에서 자신을 비난하고 쑥덕댈 것이다.진짜 소문이 퍼지면 이 밀크티 가게 사장님도 가게 명성을 위해 자신을 해고할 게 분명했다.그럼 이 알바도 끝이다.곰곰이 생각하던 알바생은 마침내 성연이 이렇게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송성연이 부정행위를 했냐, 안 했냐는 나 혼자 결론 내릴 수도 없는 거지, 뭐.’‘스스로 꽤 정의감이 있다 생각했는데, 사실 흑백도 가리지 않고 떠드는 사람들과 무슨 차이가 있지?’‘이렇게 억울함을 당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