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의 태도가 일순간에 싸늘해지며 눈동자엔 냉기가 흘렀다.“만약 정말 이런 식으로 저를 단죄하려 한다면, 선생님이 고의로 시험지를 숨기고 제게 누명을 씌운다고 말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증거도 없는 일을 가지고 함부로 큰 소리치신 것에 대해 해명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이윤하의 생각에는, 그야말로 성연이 억지를 부리며 뉘우치지 않는 격이었다.“보안요원이 도둑이 교무실에 들어가 시험지를 훔치는 걸 목격했어. 그런데 어떻게 내가 숨겼다는 거니? 빠져나갈 생각에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선생님도 잘 알고 계시는군요. 그럼 당직 보안요원이 본 게 저라고 하던가요? 북성남고에서 저와 뒷모습이 닮은 사람을 찾으면 수십 명도 더 되겠네요? 선생님이 직접 보신 게 아니면서, 뭘 근거로 저라고 단언하세요?”성연 역시 맞받아 비아냥거렸다.‘정말 억울해. 어떻게 매번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씌우는 거지?’송아연은 정말 하루도 일을 벌이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한 모양이다.성연의 말에 바로 말문이 막힌 이윤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한 번씩 이윤하는 의심스러웠다, 송성연이 진짜 시골 출신이 맞는지.교장 선생님도 두려워하는 신분을 차치하고서도, 조목조목 명쾌한 반박 또한 빈틈이 없었다.‘이게 어디 시골 순진한 아이가 보일 수 있는 모습이야?’예전 자신이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도 시골 출신이 있었다. 보통 유약한 모습에 열등감을 가지고 있어서, 말이나 행동이 항상 어딘가 좀 위축되어 있었다.송성연의 모습과 완전히 달랐다.눈만 돌려 성연 쪽을 계속 힐끔거렸다.조금이라도 단서가 될만한 모습을 찾아내려 주의를 집중했다.교무주임은 성연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자신은 꽉 막힌 사람이 아니다. 증거 없이 결론을 내리면 모두에게 해명하기도 어려울 게 아닌가?“송성연 학생, 이렇게 된 거 우선 교실로 돌아가세요. 조사를 끝낸 후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교무주임이 손을 휘휘 저었다.“주임 선생님…….”이윤하는 뭔가 더 말하려 했지만 증
이터너티는 유럽 최강의 용병 단체로 전 세계에 퍼져 있었다. 국내에도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아주 적었다.그 명성은 무척 대단해서, 세계 용병 랭킹 앞자리는 모두 이터너티 쪽 인사였다.이로서 그들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한다.들어본 적은 있지만, 성연은 지금까지 그들과 교류하지는 않았었다.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통상 이런 식으로 이목을 끌며 국내에 나타날 리가 없을 텐데, 이렇게 불쑥 나타나서 뭘 하려는 지 모르겠다.눈살을 찌푸린 성연이 고개를 돌려 서한기를 바라보았다.“어떻게 된 거야? 우리 쪽에서 이터너티를 건드린 적 있어?” 이것 말고는 이터너티를 국내로 불러들일만한 무슨 이유가 있을까? 이처럼 큰 움직임이라면 아수라문만이 아니라 다른 조직에서도 분명 알아챘을 것이다.조용히 있던 서한기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보스, 여기는 대화할 만한 장소가 아닙니다. 보건실로 가죠.”물론 학교에서 자신들의 말을 알아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벽에도 귀가 있는 법.기밀이 도청될 가능성은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성연이 고개를 끄덕여 동의한 후 서한기를 따라 보건실로 갔다.서한기가 문을 닫고 커튼을 내리려 하자, 참다못한 성연이 그의 바보 같은 동작을 제지했다.“커튼까지 쳐서 어쩌려고? 우리가 여기서 낯부끄러운 짓을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잖아? 그냥 문만 닫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적절치 않음을 깨달은 서한기가 멋쩍게 손을 내렸다. 이어 성연을 눈치를 보며 물을 따라 주었다.“보스, 진정하세요. 제가 너무 멍청했어요.”물을 한 모금 마신 성연이 서한기를 흘겨보며 조소했다.“그래도 제가 멍청한 줄은 알아서 다행이네.”“보스가 잘 가르친 덕 아니겠어요?”서한기가 헤헤거리며 뒤통수를 쓸었다.“됐어, 잔말 말고 빨리 말해 봐.”성연이 물컵을 내려놓았다.좀 전의 익살스럽던 표정을 싹 거둔 서한기가 입을 열었다.“원래 이터너티 쪽에서 우리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우리 쪽에서 거절하고 다른
시험지 도난 사건이 일어난 후, 기분이 눈에 띌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은 성연은 주구장창 이마를 찌푸리고 있었다.당연히 서한기는 이터너티가 아닌 다른 일 때문이라는 걸 알았다. 그렇다면 최근 학교에서 미친 듯이 퍼지고 있는 그 일 밖에 없다.사람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도시 이해가 안된다.자신들의 보스에게 시험 만점을 받는 건 식은 죽 먹기에 불과한데.그럴 가치도 없는 쓸데없는 행동을 뭐 하러? 설령 진짜 했다고 치자. 그런데 그걸 들킨다고?“보스, 저 사람들과 같이 실랑이하지 마세요. 같이 게임이나 하러 갈까요?”시간을 보니 저녁 임무까지 꽤 시간이 남았다. 아니 충분했다.“어디로?” 확실히 성연은 기분이 나빴다. 입술을 오므린 채 온몸으로 울분을 드러내고 있었다.“학교 옆에 오락실이 있어요. 제가 모시고 갈게요.”말하는 서한기의 음성이 상당히 조심스러웠다.성연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서한기의 뒤를 따랐다.오락 타운에 도착하자, 여기저기 모두 만화 캐릭터가 그려진 게임 간판들이 보였다.눈이 다 어지러울 지경이다.자신의 보스를 잘 아는 서한기는 핑크 일색의 게임장들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마침내 검은 색의 게임장 앞에 멈춘 서한기가 설명했다.“보스, 이건 서바이벌 전투 게임이에요. 안에서 실제 사람들과 싸우는 거에요. 분명 보스 취향에 딱 맞을 겁니다.”모처럼 맘에 드는 짓을 한 서한기를 본 성연이 눈썹을 추켜세운 채 미소를 보였다.“괜찮네.”“물론이죠.”서한기가 아주 오만한 모습으로 턱을 들어올렸다.게임장의 주인은 젊은 남자였다. 표를 사서 들어오는 성연을 보고 의혹에 찬 시선을 던졌다. 예쁘게 생긴 여자애는 피 터지는 게임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며.막 입을 열려는 순간, 서한기가 뒤따라 들어오는 게 보였다. 눈치 빠른 주인은 하려던 말을 삼켰다. 아마도 어린 커플의 취향인가, 생각하면서.아무튼,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다.게임장에 들어온 성연은 서한기의 도움을 받으며 게임보호구를 착용했다.게임이 시작되자 성연
그날 저녁, 수하를 보내 구매자와 교섭하게 한 서한기는 우선 뒤에서 지켜만 보았다.구매자는 경호원 두 명만 대동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수에 비하면 좀 적은 인원이다.바로 오래 거래해온 구매자가 자신들에게 보이는 신뢰였다.이터너티에서 사람이 올 거라는 정보를 사전 입수했던 서한기는 이미 북성에서 많은 인원을 차출해서 대비 중이었다.협상이 막 시작되었을 때, 맞은편에서 한 무리 사람들이 몰려들었다.단체로 입은 듯한 검은색 양복에 동작이 일사불란한 것이 한눈에 봐도 전문 훈련을 받은 자들이었다.그 중 리더로 보이는 이가 구매자와 아수라문 중간에 끼어들며 협상을 가로막았다.‘이터너티?’몸을 바로 세운 서한기가 빨리 앞으로 나서며 리더를 한 걸음 뒤로 물렸다. 이어서 엄호하듯 구매자 앞에 섰다.자신들 아수라문과 협력하는 이상 구매자의 안전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거래를 하는 동안 줄곧 성실하게 신의와 의리를 지켜왔다. 그러니 업계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제일 먼저 아수라문을 고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구매자를 후방에 두고서야 앞으로 걸어 나온 서한기가 블랙 슈트의 사람과 직접 상대했다.“이봐, 무슨 의도야? 물건을 강탈하려고?”“오해하지 마십시오. 물건을 강탈할 생각은 없습니다. 지난번에 의사를 전달한 적이 있을 텐데 말입니다.”마주 선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전의 칼부림은 못 봤는지 아주 평온한 모습이다.불현듯 기억이 떠올랐다. “어…… 그러고 보니 이터너티 쪽이었구만? 협상이 안되니 강탈하려는 게 아니라고? 과연 당신들 이터너티의 풍격에 어울리는군?”조롱 가득한 말이 서한기의 입에서 나왔다.반드시 평화적인 방식으로 협상하라는 명령을 받은 맞은편의 리더는 즉시 설명했다.“우리는 충분한 성의를 표할 생각입니다. 진심으로 당신들의 물건을 원하니까 말입니다. 아수라문에서 나오는 것들은 모두 최상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들은 또 물건을 만들 수 있으니, 이 시스템은 우리에게 파는 게 어떻습니까?”상대도 확실히 아수라문과 척지고
서한기의 말을 들은 이터너티 쪽 협상자는 생각을 정하지 못한 채 망설이다 뒤편의 어느 지점을 바라보았다.성연은 계속 차 안에 앉아서 이쪽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있었다.그 남자의 미세한 동작을 본 성연은 순간 경계심이 일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어쩐지 오늘 이 자리에 이터너티의 보스가 나와 있을 줄이야.성연이 몸을 동그랗게 웅크렸다.저쪽에서 전면에 나서지 않는 이상, 이쪽도 자연히 나설 수 없다. 협력이 성사되든 아니든 아직 성연의 결정에 달려 있다.차에서 무료하게 앉아 있던 성연은 광택이 도는 둥근 수정구 두 알을 손에 쥐고 만지작거렸다.조금도 조급할 필요 없다. 서한기가 모든 걸 잘 처리할 테니.아니면 그리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따라다닌 게 쓸데없는 짓이었던 거지.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조용히 전방을 주시했다.쌍방이 서로 대치하고 있는 중.아무도 말이 없는 가운데, 갑자기 한가운데에서 불꽃이 사방으로 튀어 오르더니 보이지 않게 어떤 강한 기세가 쏟아졌다.돌연 수하 하나가 다가와 서한기의 귀에 속삭였다.서한기의 안색이 싹 변했다.“한기 형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수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서한기가 침울한 얼굴로 이터너티 쪽을 한 차례 둘러보았다.“뭘 어떻게 해? 저쪽에서 움직였는데, 우리가 안 움직일 수 있어? 후방 애들한테 알려. 저들 후방을 해결해.”“예.”지시를 받은 수하가 바로 자리를 떴다.서한기는 이를 갈았다. 이터너티 쪽을 바라보자 열이 뻗치기 시작했다.방금 수하가 와서 보고하길, 이터너티 쪽이 후방에 잠복해 있던 우리 쪽 애들을 정리했다고 한다.쥐도 새도 모르게 말이다. 이터너티의 실력이 쓸 만하다는 말이다.적어도 자신들 아수라문보다 못하지 않았다.그래서 속으로 더 많은 방비를 했다.우리 또한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터너티 쪽이 할 수 있다면 우리 아수라문도 똑같이 할 수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수하로부터 보고가 올라왔다. 이미 이터너티 쪽의 잠복 인원들을 정리하고 우리 쪽 인원으로 교체했다고 전해왔다.
길다란 롤스로이스 리무진 안. 창밖에서 흘러 들어온 불빛이 남자의 수려한 얼굴 위로 떨어졌다.커다란 키의 남자는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 위에 가볍게 걸친 채 앉아있었다.두 시간 전 성연에게 전화해서 야근한다고 말한 강무진이다.전방의 상황을 전하는 수하들의 보고를 듣는 중이다.원래 대로라면 자신들이 러브콜을 보낸 이상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반드시 얻으리라 확신했었다.그런데 아수라문 쪽에서 통상적인 카드를 꺼내지 않고 한사코 고집을 피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 모든 과정을 듣고 있던 무진이 픽, 실소를 흘렀다.‘수하들을 이렇게나 꽉 잡다니. 아수라문 문주, 정말 똑똑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네.’똑똑한 사람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강무진이다.그래서인지 아수라문의 문주에게 흥미가 생겼다.[가서, 아수라문 쪽에다 말해. 내가 직접 문주를 만나서 이번 거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하겠다고.]무진이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물러간 수하는 협상을 진행하던 남자에게 다가가 무진의 지시를 전달했다.“우리 보스가 당신들 문주와의 만남을 청하십니다. 우리끼리 말해봐야 소용없으니, 보스들에게 맡깁시다.” 이터너티 쪽 남자가 서한기에게 제안했다.무의식 중에 눈살을 찌푸린 서한기는 의심이 들었다. 저쪽에서 일부러 우리 보스 불러내려고 작전 쓰는 게 아닐까 하고.잠시 뒤, 원래의 표정을 바로 되찾고는 콧방귀를 뀌었다.“당신들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야? 당신들이 보고 싶다고, 우리 보스가 만나줘야 하나?”“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당신이 보스 대신해서 결정하려는 거야?” 이터너티의 남자도 표정이 굳어졌다.무진이 먼저 입을 열었으니, 저들을 치켜세워 준 셈이다.이럴 때조차 허세부리는 걸 보면 자신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게 분명했다.서한기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돌려 옆에 선 수하에게 귓속말을 했다.수하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돌아서서 성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일을 번거롭게 해결할 생각이 없었다.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단 말이다.
양측은 맨손으로만 싸웠다. 아무도 무기를 꺼내지 않았다. 양측 모두 최상급 조직이므로 규칙을 잘 알고 있었다. 또 서로 원수가 될 생각도 없었다. 그러니 싸우면서도 여지를 남겨 두었고, 필사적으로 손을 쓰지는 않았다. 마치 대련을 하는듯 그 자리에서 적당히 싸웠다.그러나 절대 방심해서는 안 되는 점 또한 서로 잘 알았다. 왜냐? 자칫하면 상대방에게 기선을 제압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싸움도 서로의 체면을 생각한 것이다.서한기와 맞붙은 이터너티 쪽 리더는 실력이 아주 뛰어났다. 서로 몇 합을 겨루자 서한기의 몸에 적지 않은 회색 발자국이 찍혔다.짙은 색의 옷을 입고 있어서 허연 자국이 더 선명해 보인다.서한기는 실력도 만만찮은지라 상대방의 상태도 썩 좋은 편이 아니다.서한기의 주먹에 한 대 얻어맞아 얼굴이 온통 청자색을 띠었다. 입가에는 약간의 핏자국도 배어 있고.서로 거리를 벌린 두 사람은 상대방의 뛰어난 실력에 만족했다. 서한기가 아주 기분이 좋은 듯 웃었다.“이봐, 실력 좋은 걸.”상대방 역시 입가에 묻은 핏발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과찬의 말씀.”양측의 싸움은 두 사람이 웃으며 대화하는 사이 따라 멈추었다.주위의 수하들이 잇달아 싸움을 멈추고 상대방을 주시했다. 여전히 기세를 누그러트리지 않은 채.싸움이 진행되며 서한기 쪽도 이터너티의 실력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서로 막상막하의 엇비슷한 실력이니, 계속 이렇게 싸우다가 언제까지 갈지 몰랐다.이 싸움을 지켜보던 구매자가 서한기의 옆으로 가서 무거운 음성으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이 물건, 사지 않겠습니다.”서한기가 눈썹을 치켜세웠다.“안 사겠다는 게 확실합니까?”구매자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 잠시 망설였지만, 저쪽 편의 사람이 이터너티 쪽이라고 생각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네. 포기하겠습니다.”‘내가 어떻게 원하겠어?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상대방이 이터너티 쪽 사람인데, 감히 이터너티에 맞설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저들 양쪽은 다 함부로
다음날, 학교에서는 가짜 성적을 샀다는 둥, 부정행위를 했다는 둥, 또 문제지를 훔쳤다는 둥의 성연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말할수록 듣기 거북할 정도였다.또 어떤 사람은 게시판에 글을 올렸는데 악의적으로 성연을 비난했다.물론 글을 올린 이는 송아연에 매수된 아이였다.없던 화제도 만들어 가며 여론을 성연에게로 몰아갔다.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은 아주 다양하다. 어떤 사람은 성연의 성품이 안 좋아 선생님도 존중하지 않았다고 했다. 심지어 성연이 다른 돈 많은 남자의 애인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시골에서 올라온 애가 어떻게 그런 후원자가 얻을 수 있겠는가?아주 일부의 사람들만 성연을 편드는 말을 했다. 이윤하 선생과의 불화는 분명 이윤하 선생의 잘못이지 성연의 잘못이 아니라며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호의적인 글들은 아주 조금 밖에 보이지 않았다. 송아연이 돈으로 모온 ‘댓글 알바'와 이름 모를 네티즌들에 의해 싹 지워진 때문이다.이 사건과 관련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네티즌들이 몰려와 계속해서 글을 올렸다. [요즘 학생들은 정말 하나 같이 건방져. 선생님을 직접 사과하게 만드는데도 부모는 팔짱 끼고 있는 거야?][집에 돈이 있으면 마음대로 하는 거야? 성적을 사는 일도 할 수 있다니, 세상 아직도 이런 법이 있어?][너무 대단하구나. 내가 공부할 때는 선생님 앞에서 숨도 제대로 못 쉬었는데 말이야. 여학생이 선생님 앞에서 이런 강짜를 부리다니, 정말 대단해, 대단해.]“…….”성연을 욕하는 사람, 손가락질하는 사람, 또 이 사건을 그저 품평만 하는 사람도 있었다.그리고 그냥 심심해서, 이 게시물이 핫해서 들어와서 떠들썩하게 한 사람도 있었다.불과 하루 만에 이 게시물의 조회수는 만 회를 찍었다.일부 뒤 늦게 게시물을 본 사람들은 자신의 인기를 끌어들이려고 몰래 찍은 성연의 사진을 게시물 아래에 올리기도 했다.다른 사람이 이 게시물을 보는 목적이 무엇이든, 또 어떻게 생각하든 송아연은 상관없었다.자신의 목적은 이미 달성
줄곧 말없이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성연은 마음이 정말 괴로웠다.유채연이 도대체 지금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 정말 상상할 수가 없었다.‘저 남자가 혹시 채연 언니의 남편일까?’‘그러나 그렇게 늙어 보이는데 채연 언니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아.’참을 수가 없게 된 성연은 유채연에게 다가가면서 곧장 소리쳤다.“채연 언니, 저 성연이예요.”그 말을 들은 유채연은 완전히 멍해졌다. 먼저 성연을 보고는 다시 그래함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잠시 생각하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깜짝 놀랐다.유채연을 잘 아는 것처럼 부르자, 중년 남자는 성연과 그래함을 경계하듯이 보면서 유채연에게 화를 냈다.“저 사람들은 누구야!”마치 성연과 그래함에게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 것처럼 아주 흉악한 목소리였다.‘채연 언니가 이런 사람의 수중에서 어떻게 잘 지내겠어. 생각할 필요도 없어.’유채연은 중년 남자에게 천성적인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남자에게 얼른 대답했다. “고향 친구예요. 이 사람들은 제 고향 친구들이에요.”그 말을 들은 중년 남자는 표정이 좀 누그러졌지만 성연과 그래함을 힐끗 보기만 했다.“고향 친구라니, 너한테 어떻게 이렇게 돈 많은 고향 친구가 온 거야?”남자는 그 말을 별로 믿는 것 같지 않았다.‘유씨 집안이 얼마나 비참했는지 내가 몰라?’‘그때는 아무도 없었는데 누가 또 유채연을 기억하겠어?’“정말 내 고향 친구들이에요.” 남자가 무슨 심한 말이라도 할까 봐 유채연은 애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남자는 성연과 그래함이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그러나 유채연의 모습을 보고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남자는 유유히 흔들의자에 누워서 TV를 보는 걸 가장 좋아했다.마치 남자가 마음대로 부리는 하인처럼 더럽고 힘든 일은 유채연이 모두 맡아서 했다.반면에 이렇게 큰 남자는 그저 앉아서 TV만 보고 있었다.이 장면을 본 성연은 주먹을 꽉 쥘 수밖에 없었다.성연도 예전에 다른 사람한테서 이런 장면을 본 적이 있었다.하지
그래함은 피하지 않고 바로 유채연의 눈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그래함의 눈빛에는 무한한 온화함이 넘쳐흘렀다.오기 전에는 많은 생각을 했다.하지만 앞에 있는 유채연은 자신이 상상했던 모습과는 달랐다.하지만 그래함은 여전히 유채연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그래함의 얼굴을 보자 유채연의 눈빛도 순간 반짝였다하지만 이내 당황하면서 눈길을 돌렸다.“무, 무슨 술을 원하세요? 맥주, 아니면 포도주?” 유채연의 목소리는 더듬거리면서 당황한 것처럼 보였다.유채연도 분명히 그래함을 알아보았다.그런데 이런 낭패한 상황이라니.하지만 고된 삶에 일찌감치 무감각해진 유채연의 가슴은 잠시 두근거렸지만 곧 잠잠해졌다.그래도 생각마저 억누를 수는 없었다.‘그래함이 왜 여기에 있지?’‘설마 나를 찾으러 온 걸까?’‘하지만 그래함이 입은 화려한 옷은 이곳의 모든 것과 어울리지 않아.’‘내가 또 뭐 볼 게 있다고 나를 찾아왔을까?’예전의 유채연은 이런 자신감이 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지금의 그녀에게는 자부심은 조금도 남지 않았다.술을 가지러 가는 유채연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유채연의 목소리를 듣자 그래함은 안도감을 느꼈다.조금도 피하지 않고 유채연의 움직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아무 거나 당신이 괜찮다고 생각한 거면 돼.”결국 그래함의 목적은 술을 사는 것이 아니라 유채연을 보기 위해서다.다만, 이런 유채연의 모습을 볼 줄은 몰랐다.하지만 그래도 유채연을 볼 수 있어서 다소나마 마음을 놓을 수는 있었다.유채연은 안쪽의 상자에서 술을 꺼낸 뒤 그래함에게 건네주었다.“나도 무슨 술이 좋은지 모르지만, 모두 많이 사는 술이니까 아마 괜찮을 거예요.”유채연이 내민 맥주를 본 그래함은 유채연의 손이 아니라 눈을 바라보았다.유채연은 그 눈길이 그다지 편안하지 않았다.“술을 살 거예요?”“술은 물론 살 거야. 하지만 당신은 정말 내가 왜 왔는지 모르겠어?” 그래함은 약간 화가 났다.유채연이 지금도 자신을 모르는 척하고 있기
성연은 이 소식을 무진에게 알려준 뒤, 유채연의 행방을 조사해 달라고 했다.자신과 그래함을 보호하기 위해서 무진이 사람을 보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아예 무진에게 이 일을 맡긴 것이다.‘무진 씨의 인맥은 절대 나보다 뒤지지 않아.’“사형, 안심하고 기다리세요. 무진 씨가 이미 사람을 보냈으니 곧 결과가 나올 거예요.”그래함이 너무 조급해할까 봐 성연이 옆에서 위로했다.“내 일 때문에 너희에게 폐를 끼쳤구나.”여기에는 그래함의 인맥이 없기에 그래함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어쨌든 성연과 무진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사형, 나한테 뭘 사양해요? 사람을 찾는 것뿐이니까 사형도 마음에 두지 마세요.” 성연은 결코 이것이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이 일에 비하면 그래함이 이전에 자신을 위해 한 일이 훨씬 더 많았다.두 사람은 여기에서 하룻밤을 묵었다.무진의 수하는 적지 않은 관계를 동원한 뒤에야 어렵사리 유채연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이튿날, 이 소식을 접한 성연이 바로 그래함에게 알려주었다.“사형, 찾았어요. 정말 이웃한 읍내에 살고 있대요.그래함은 그 소식을 반겼지만 이웃한 읍내라는 말에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어떤 것 같아? 채연이가... 정말 결혼했을까?”성연은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들은 위치만 알아내고 다른 건 자세히 조사하지 못했어요. 사형, 왜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세요? 같이 가서 채연 언니를 만나면 모든 걸 알게 될 거예요.”그래함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네 말이 맞아.”성연과 그래함은 함께 유채연이 있는 곳으로 출발했다.이웃 읍내의 한 슈퍼마켓 입구.”성연과 그래함이 한 여자를 만났다.여자는 성숙하면서도 소박한 옷차림인데 아가씨가 아닌 건 분명해 보였다.슈퍼마켓은 장사가 아주 잘 돼서 여자는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이 모든 일을 혼자서 하고 있었다. 여자의 얼굴은 예쁘지만 안색은 그다지 좋지 않아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처럼 보였다. 예전의 활발했던 모습
그래함은 실의에 빠졌다.‘만약 그때 내가 있었다면 아마 도울 수 있었을 거야.’‘하지만 지금은 채연이 혼자서 그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어.’“이장님,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세요?” 성연은 지금 마음이 괴로운 그래함은 말을 하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성연은 아예 자신이 묻는 걸 도와주기로 했다.이장은 그때를 회상하는 것처럼 바로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일로 이곳에서는 아주 큰 소란이 일어났어. 채연이 아버지 병이 위중해서 치료비를 마련하려고, 채연이를 시집보내려는 것 같았어. 아마도 옆에 있는 읍내로 시집갔을 거야. 우리 이 지역에서는 그나마 옆의 읍내에 돈이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유채연이 이미 시집갔다는 말을 듣자, 성연의 표정이 변하면서 무의식적으로 그래함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최악의 결과라고 생각했다.성연이 힐끗 보니 과연 그래함은 완전히 멍한 모습이었다.성연이 이장에게 말했다.“이장님, 오늘 이런 소식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이장은 쾌활하게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내가 아는 건 얘기했지만 나도 모르는 건 어쩔 수가 없어.”“고맙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한 성연이 그래함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지금 그래함은 이곳에 온 이후로 표정이 아주 이상했다.성연은 그래함이 소식을 알아보는 걸 이미 기대하지 않았다.‘결국, 사형의 모습을 보니 충격이 꽤 커 보여.’“사형, 우리 찾으러 갈까요?” 성연이 그래함을 보고 물었다.그래함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찾으러 가야지.”‘이런 소식을 듣고도 사형은 채연 언니를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어.’‘직접 보기 전에는 단념하지 않을 거야.’‘외국에 있을 때는 채연 언니를 생각하면서 사형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지.’‘이제 와서 이토록 잔혹한 소식을 전해야 하다니.’‘채연 언니가 직접 자신에게 말하지 않는 한 사형은 믿지 않을 거야.’“알았어요, 내가 사람을 시켜서 조사하게 할게요.” 성연은 그래도 그래함의 결정을 존중해야
채연 언니의 원래 이름은 유채연으로 집은 바로 옆 마을에 있었다.두 마을 사이에는 왕래가 아주 빈번했다.이리저리 오가는 중에 유채연도 성연과 성연의 사형들하고 익숙해졌다.유채연은 원래 성격이 좋은 사람이다.그렇지 않았다면 그래함의 성격상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성연은 그래함과 함께 유씨 가문의 고택으로 갔다.이곳의 길은 좁아서 운전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연과 그래함은 걸어갔다.다행히 거리도 가까웠고 두 사람의 체력도 좋았다. 그래서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다만 그곳에 도착했을 때.한때 기세등등했던 유씨 가문의 고택은 이미 잡초가 무성했고, 이미 사람이 거주한 흔적이 없어 황량해 보였다.성연과 그래함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혹시 채연 언니가 이사를 갔나요?” 의문이 든 성연이 물었다.유채연에 대한 그래함의 마음이 그렇게 깊다는 걸 알았다면, 성연이 이쪽의 움직임에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모르겠어.” 눈앞의 정경을 보자, 그래함의 표정이 아련해지는 것 같았다.결과가 반드시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기 전에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이미 황량하고 인적이 없는 이곳의 모습을 보자, 그래함의 마음속에는 한바탕 복잡한 생각을 멈출 수가 없었다.그래함의 표정을 본 성연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위로하고 싶은데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어.’‘지금 사형은 이미 이곳에 도착했어.’‘하지만 여전히 채연 언니를 생각하고 있어.’‘두 사람의 당시 감정이 꽤 깊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다만 나중에는 정말 유감스럽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었지.’눈앞의 장면을 바라보던 성연의 뇌리에 갑자기 뭔가 생각이 번쩍였다.“사형, 우리 이 마을의 이장님한테 가 봐요. 이장님은 채연 언니의 소식을 알 거예요.”“맞아.” 그래함의 눈에 드디어 생기가 돌았다.“빨리 가 보자.” 그래함의 발걸음은 바빴다.그 뒤를 따르던 성연은 그래함의 절박한 모습을 보자 자기도
무진은 원래 성연과 함께 가려고 했다.그러나 안금여가 가로막고 나섰다.[성연이는 너무 오랫동안 돌아가지 않았어. 그리고 사형이 함께 있는데, 네가 끼어서 무슨 구경을 하겠다는 거야? 그럴 시간이 있으면 빨리 결혼 준비를 해.]무진은 그야말로 꿈속에서도 성연을 아내로 맞아 집으로 데려가고 싶었다.그러니 당연히 결혼식의 일부터 준비해야 했다.무진이 안금여와 전화 통화를 할 때 성연은 옆에서 듣고 있었다.갑자기 얼굴이 빨개졌다.‘모든 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어.’‘결혼도 조만간의 일이야.’성연도 이번 결혼식을 정말 기대하고 있었다.옆에 있으면서 반박하지 않고 묵인함으로써 동의한 셈이다.성연이 들었다는 걸 아는 무진이 다가가서 볼에 뽀뽀를 했다.“그럼 너 혼자 가. 안전에 주의하고. 나는 집에서 기다릴게.”“알았어요.” 성연은 부끄러워하며 무진의 가슴에 머리를 묻었다.성연도 자신이 그렇게 일찍 결과를 만들어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러나 이 모든 게 무진과 함께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자신도 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으니까.성연과 그래함이 시골로 가는 날, 무진은 여전히 집에서 성연의 물건을 정리해주었다.무진의 손에 든 가방을 받은 성연이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 안에... 뭐예요?”“세면용품에 옷도 몇 벌 있고 외투도 있어. 저쪽은 모두 산간 지역이니까 추울 수도 있어. 만약 무슨 의외의 사고가 생겨서 돌아오지 못한다면 이걸로 우선 아쉬운 대로 참아.” 무진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다.그러나 지금 자신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다.앞에 있는 물건들을 본 성연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우리는 잠깐 갈 뿐인데 어디에 그렇게 많은 물건이 필요해요? 그쪽에서 살 수 있어요.”“네가 쓰는 게 익숙하지 않을까 걱정돼.” 무진은 가방을 성연의 손에 밀어 넣었다.무진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성연은 가방을 건네받았다.“그래요, 알았어요.”무진은 줄곧 아주 주도면밀하게 고려했다. 지금 성연과 동반할 수 없게 되자, 잘 보
그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던 성연이 뭔가를 떠올리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여전히 채연 언니를 잊지 않았어요? 어쩐지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사형이 여자 친구 이야기도 하지 않더라니.”그래함은 속내를 들킨 듯이 우물쭈물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반박하지 않았다.잠시 후에 성연이 비로소 말했다.“사형의 생각을 알겠어요. 괜찮아요.”“이틀만 있다가 가자.” 그래함의 심정은 사실 좀 불안했다.자신이 한결같이 마음에 두고 있던 사람이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그러나 결국 돌아가서 한 번 보려던 것이 이미 여러 해가 되었다.“그래요.” 성연이 대답했다.모처럼 그래함이 국내에 왔는데, 이 작은 소원을 성연이 어떻게 들어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그리고 성연도 오랫동안 할머니를 보러 가지 않았기에 할머니를 뵈러 가야 했다.‘할머니는 나를 기대하시면서 잘 지내셨을 거야.’‘이제는 할머니에게 나는 확실히 잘 지내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별장에서 돌아간 성연은 무진에게 이 일을 알려주었다.“시골 마을로 돌아간다고? 왜 갑자기 시골에 갈 생각을 했어?” 무진은 여전히 호텔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 봐 걱정을 했다.‘지금은 정말 안전하지 않아.’‘시골 마을에 가면 불안정한 요소가 많아.’“그래요, 사형이 부탁한 건데 어쨌든 같이 가 봐야죠.” 성연은 이런 일을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몰랐다.“좀 보자, 성연아. 네가 시골 마을에 있을 때 그래함도 너하고 함께 살았어?”무진이 물었다.‘알고 보니 그들은 그렇게 오랫동안 알고 지냈구나.’‘그리고 이제서야 내가 이 일을 알게 된 거야.’성연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이 일은 말하자면 길어요.”원래 당시 성연이 스승님 밑에서 배우고 있을 때 그래함도 있었다.스승님은 그래함이 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함으로써 해외 유학을 하고 사업을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다만, 지금은 제자들이 하나같이 모두 이름을 날리게 되었지만, 스
무진이 며칠 동안 조사했지만 아무런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매일 자신이 직접 이 일의 진척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성연도 서한기에게 이 일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다.‘결코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지는 않겠어.’지금은 누구라도 성연에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다.성연이 만약 계속 이렇게 있다면, 아마 그 사람들은 성연이 만만하다고 생각할 것이다.성연에게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데, 이 사람들은 정말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했다.만약 이번에 이로 인해서 정말로 그래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성연은 필연적으로 그 일당을 잡아내고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앞서 무진이 일을 처리하고 있어서 성연은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하지만 이제는 성연이 이 일에 관여해야 했다.이 일을 수하에게 맡긴 뒤, 성연은 수시로 그래함과 함께 북성을 돌아다녔다.이제 그래함의 몸은 많이 좋아졌다.호텔에 있으면 또 비슷한 일이 생길까 봐 무진이 그래함에게 한적한 별장을 준비했다.그리고 하인 두 명을 뽑아서 보냈다.모두 우리 편이기에 마음 놓고 사람을 쓸 수 있었다.“사형, 아니면 사형이 국내로 돌아오세요. 여기는 사람도 많아서 우리도 자주 만날 수 있어요. 사형 혼자 외국에서 외톨이로 지내면서 고독하게 명절을 보내잖아요.” 성연은 그래함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그래함이 가까스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기에 그렇게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을 성연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도 한마디 더 하자면성연도 사형들을 가족으로 여긴다는 것이다.“됐어, 나도 요 몇 년 동안 외국에 있으면서 익숙해졌어. 적응하지 못할 것도 없으니까 나 때문에 걱정하지 마.” 그래함은 성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그 동작은 다른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여동생에 대한 오빠의 사랑과 아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다.“사형, 잘 생각해보세요.” 성연은 애교를 부렸다.“그래, 생각해 볼게. 넌 지금 강무진이 좋지 않아? 나보고 너희 훼방꾼이 되라는 거야?” 그래함이 성연을 놀렸
그래함은 모든 일의 과정을 자세히 돌이켜보았다.풀리지 않는 의혹이 가득한 표정이었다“나는 방금 이곳에 왔고 다른 사람과 원한도 없는데, 나한테 왜 이런 거지?”‘일부러 내 방으로 물건을 보낸 건 분명히 나를 해치려는 거야.’그래함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남에게 미움을 샀다면, 나는 방금 북성에 왔기에 불가능한 일이야.’성연도 일찌감치 이 문제를 생각했다.그래함이 문제를 제기한 이상 성연이 바로 말했다.“그자가 나를 목표로 했을 거예요. 독을 쓴 대상이 아마도 나였을 거예요. 다만 그때 내가 먹을 수 없었지요.”‘그때 성연이 정말 음식을 다 먹었다면 그 결과가 어땠을지는 상상할 수도 없어.’‘지금 그래함이 성연을 대신해서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거야.’무진은 갑자기 당황스러웠다.‘지금 결국 누군가가 성연에게 독수를 썼어.’바로 옆을 보고 말했다.“손 비서, 사람을 보내서 그 대체되었다는 종업원을 추적해!”“예.” 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 나갔다.그래함의 마음속에는 더욱 많은 의문이 들었다.“성연이는 줄곧 선량했고 또 의술을 익혀서 적지 않은 사람들을 도와주었어. 그런데 어떻게 그런 악랄한 인간들에게 미움을 살 수 있겠어?”그는 눈썹을 잔뜩 찌푸렸다.‘다 큰 남자인 나도 그 아픔을 견딜 수 없었는데, 여린 소녀인 성연은 더 말할 것도 없어.’무진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성연이 상처를 받은 것은 십중팔구 모두 나 때문이야.’‘만약 내 옆에 있지 않았다면, 성연이가 그렇게 많은 고생을 겪지는 않았을 거야.’‘성연을 잘 보호해야 했어.’무진이 자신 때문이라고 막 입을 열려고 했다.옆에 있던 성연이 바로 말했다.“사형, 이 일은 얘기하자면 길어요. 다음에 다시 사형에게 얘기해 줄게요. 때로는 사형이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도 귀찮은 일이 찾아오는 법이지요.”성연은 이런 것들이 모두 무진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모두 나쁜 마음을 품은 그 인간들이 소란을 피웠을 뿐이야.’“네 말도 맞지만, 이런 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