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 하나가 옆에 있던 다른 수하에게 눈짓을 했다.옆에 있던 수하들이 성연을 겹겹이 에워쌌다.그리고 말할 것도 없이 바로 움직였다.모두 4명. 허신미의 수하들은 할 만하다고 생각했다.자신들의 수가 성연 쪽 인원의 두 배가 넘으니까.저 4명의 실력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자기들을 이길 수는 없으리라.저들을 굴복시키면 송성연은 원하지 않더라도 자신들의 아가씨 허신미를 다시 원상태로 되돌릴 수밖에 없으리 생각했다.그런 계산 끝에 허신미의 수하들이 돌진해 올 때, 성연 옆에 서 있던 수하 4 명도 같이 움직였다.성연 옆을 지키고 있는 4명 모두 서한기가 뽑은 이들이다.모두 성연의 조직 아수라문 안에서 막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이들이다.성연이 이곳에 4명만 데리고 온다는 점을 생각해서 모든 것을 주도면밀하게 고려했다.이 4명이 뭉쳐 싸운다면 한 번에 수십 명이 덤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그만큼 성연을 지키기 위한 최적의 수하들이었다.곧 양 측의 인원들이 서로 뒤엉켰다.모두 프로인 성연의 수하들은 술집의 건달들이 비빌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그러나 허신미 쪽의 인원이 훨씬 많다 보니 좁은 공간에서 싸우기가 좀 까다로웠다.성연의 수하 4 인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싸우기 시작했다. 거의 한 주먹에 한 명이 쓰러졌다.처음 시작할 때는 수에 밀렸으나 금세 뒤집었다.그리고 허신미의 수하들이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성연의 수하들은 정말 잘 싸웠다.내지르는 팔 다리의 동작들이 무척 멋있다. 모르는 사람들이 본다면 무슨 액션 영화를 찍고 있는 줄 착각할 정도로.양측의 싸움이 꽤나 격렬한 가운데, 성연은 그 중간에 조용히 서 있었다.수하 4명이 성연을 둘러싸고 철저히 보호하는 가운데 손끝, 발끝 하나 성연의 몸에 닿지 않았다.성연이 이 싸움의 발단이 분명한데도 성연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주연정만 걱정되지 않았다면, 성연은 늘 그랬듯이 의자 하나 갖다 놓고 옆에 앉아서 팝콘을 먹으며 구경했을 터였다.성연은 자신이 기른 수하들
방미정은 내내 룸 구석에서 숨어서 보고 있었다.허신미가 송성연을 해치우면 나올 생각이었다.그런데 일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다.그래서 방미정은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다.바닥에 누워 있는 허신미는 아직도 발작 중이었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아무것도 못 느끼는 듯했다.그 곁에는 성연의 수하들에게 맞은 수하들 몇 명이 쓰러져 있었다.방미정은 허신미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도대체 왜 이런 지경이 되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이 모든 게 송성연 때문이라는 건 분명했다.성연 앞에 선 방미정이 날카로운 음성으로 따져 물었다.“송성연,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신미가 왜 이렇게 된 거냐고?”성연이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주연정을 풀어줘. 안 그러면 너도 이 여자처럼 만들어 줄 테니까.”자신의 소행임이 이미 알려진 이상 더 이상 꺼릴 것도 없었다.‘반드시 자신의 실력을 방미정이 알게 해야 해.’‘안 그러면 방미정은 날 만만하게 보고 번번이 못되게 손을 쓰려 할 거야.’성연의 차가운 얼굴을 본 방미정은 성연의 말이 진짜라는 것을 알았다.허신미의 볼썽 사나운 모습을 다시 본 방미정은 속으로 당혹스러웠다.정말이지 지금 허신미 같은 모습이 되고 싶지 않았다. 너무 보기 흉했다.그리고 지금 허신미의 수하들 모두 바닥에 널브러진 상태였다. 송성연 쪽 사람들만 남아서 서 있을 뿐이다.송성연의 수하들 실력이 너무 대단했다. 송성연이 자신을 강제로 허신미처럼 만들기라도 한다면, 자신은 도저히 반항할 수 없을 것이다.결국, 엄청난 압박감에 다른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방미정이 안으로 들어가 주연정을 데리고 나왔다.송성연이 이렇게 만만치 않은 상대일 줄이야, 정말 상상도 못했다.‘누구에게도 손을 쓸 수 있다니.’성연 앞에 왔을 때 주연정은 이미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하지만 발그레 부어오른 볼에 생채기가 나 있는 게 딱 봐도 얻어 맞은 모습이었다.성연이 방미정을 노려보자, 방미정은 서릿발 같은 성연의 눈빛에 놀라 무의식적으로 한 걸
떠날 때 성연은 허신미에게 침을 한 대 더 놓았다.그러자 바로 혼수상태에 빠진 허신미는 더 이상 경련을 일으키지 않았다.이제 좀 멀쩡해 보이는 듯하다.사람들이 보지 않는 사이 성연이 아주 빨리 움직인 탓에 방미정은 성연의 동작을 볼 수 없었다.그저 성연이 가볍게 툭툭 치자 허신미가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도대체 무슨 마술도 아니고.’자신이 송성연과 싸움이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송성연 뒤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이런 비열한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그때 내가 오줌을 지리게 된 것도 송성연 때문이었지?’‘송성연은 도대체 무슨 괴물이야? 잠시라도 주의하지 않으면 송성연의 손에 끝장나고 말거야.’허신미처럼 대단한 여자도 송성연을 당해낼 수 없는데, 자신은 말할 것도 없었다.방미정은 생각할수록 더 괴이쩍은 생각이 들었다. 성연을 바라보는 방미정의 두 눈이 공포로 가득 찼다.방미정의 시선을 느낀 성연은 곧장 차가운 시선으로 노려보았다.“너 이래도 감히 나에게 덤빌 생각이야?”성연은 방미정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주연정을 부축해서 돌아갔다.오늘 성연은 방미정에게 경악스러움을 안겨주었다.방미정이 스스로 현실을 깨닫길 바랬다. 앞으로는 함부로 자신의 한계점을 건드리지 않도록.명문가 귀한 아가씨인 자신은 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방미정. 하지만 자신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앞으로 방미정이 감히 또다시 자신을 도발해 온다면 오늘처럼 곱게 두지는 않을 것이다.차에 올라탄 후 성연이 주연정에게 얼음을 건네주었다.“얼음찜질이라도 좀 하자.”차에 타자 많이 차분해진 주연정이 팔다리를 팔랑거리며 말했다.“성연아, 조금 전에 너 정말 멋있었어. 네 말에 그 여자가 감히 고개도 못 들더라.”주연정이 아직까지 이 일을 생각하고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그러나 성연이 신경 쓰는 것은 또 다른 일이다.성연이 주연정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연정아, 미안해. 이번에 나 때문에 너까지 힘들게 해서. 나만 아니었으면 그 사람들
소지한은 늘 스케줄을 뛰고 촬영하느라 개인 시간이 거의 없었다.마침 이번에 새 영화 홍보 차 북성에 왔다.밤 늦은 시간에 성연에게 전화를 걸었다.한참 정신없이 잠을 자던 성연은 옆에 놓인 핸드폰 벨 소리에 깼다. 평소 얕은 잠을 자다 보니 금세 깨어났다.하지만 졸음이 가시지 않아 발신자 표시를 본 성연이 하품을 하며 물었다.“무슨 일인데?”성연의 졸린 음성을 들은 소지한은 웃음이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나와서 야식을 먹자. 방금 일이 끝났어.”소지한이 매우 바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조직원들 모두 자주 모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성연은 너무 졸려서 나가고 싶지 않아 거절했다.“됐어, 다음에 시간 잡자. 나 지금 너무 피곤해.”소지한이 헛웃음을 지으며 놀렸다.“약혼자 생기더니, 약혼자가 못 나가게 하는 거야?”무진과 합작한 적이 있는 소진한은 강무진이 얼마나 소유욕이 강한 남자인지 잘 알았다.아니면 당시 강무진은 자신과 합작하면서 그렇게 후한 조건을 내걸지 않았을 것이다.물론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서 말이다.그러나 강무진은 정직한 사람이었다. 자신을 방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렇게 후한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에 소지한 역시 프로의식으로 강무진이 원하는 대로 촬영을 했다.두 사람의 합작은 그런대로 기분 좋게 진행되었다.그러나 강무진이 자신과 성연 사이의 관계에 대해 아주 많이 신경 쓴다는 걸 눈치챘다.그저 성연의 마음을 생각해서 묻지 않았을 뿐이다.어릴 때부터 자신들이 애정으로 키운 성연이기에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무시당해서는 안 된다.강무진이 아직 자신들 사이의 관계를 잘 모르는 게 분명했다.“있지도 않는 일 가지고 무슨 헛소리야?” 지금 완전히 정신을 차린 성연이 소지한의 말에 콧방귀를 뀌었다.자신과 강무진은 서로 존중했다. 누가 누구를 구속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자신은 무진을 믿고, 무진은 자신을 믿는다. 소지한이 말한 그런 상황은 전혀 없다.만약 무진이 그런 사람이었다면 자신은 진즉 무
사실, 그 시각, 무진은 자고 있지 않았다.최근 회사에서 새로운 사업을 진행 중인데, 일이 너무 많았다. 강명재와 강명기는 선을 지키지 않고 매일 어떻게 하면 자신을 방해할 지만 생각하고 있었다.중요한 사업들을 무진이 직접 챙기지 않으면 분명 실수가 생겨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터.강명재 형제도 회사의 중대한 사업에는 손을 대지 못할 터. 안 그러면 주주들의 반발이 클 테니까.만일에 대비해야 한다. 둘째, 셋째 일가 사람들은 모두 미쳤다.저들이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누가 짐작할 수 있겠는가.그래서 무진은 직접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들까지 모두 미리 차단할 수밖에 없다.무진이 미간을 좁힌 채 성연이 어떻게 자는지 보러 가려던 참이었다.이불을 걷어차고 있으면 다시 잘 덮어주고.그런데 무진이 막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무진이 창가로 가서 보니 마침 승용차 한 대가 저택을 쏜살같이 달려나갔다.성연의 차다.이 저택에서 자신을 제외하고 마음대로 차고를 드나들 수 있는 이는 성연뿐이다.무진이 미간을 찌푸렸다.성연이 자신에게 미안한 일은 하지 않으리라 마음으로 믿었다.‘성연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지.’그러나 잠시 고민하던 무진은 결국 참지 못하고 직접 차를 몰고 성연의 차를 쫓았다.무진은 내심 좀 불편한 마음이다. 최근 성연은 행선지를 말하지 않고 외출하는 경우가 많았다.그럴 때마다 무진은 아주 낭패스러운 기분이 들었다.마치 성연이 자기 방어 본능으로 자신에게 말하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다.무진은 두 사람이 서로 신뢰하는 관계를 원했다.성연이 자신에게 좀 더 기대주기를 바랬다.그러나 성연이에게 전혀 그럴 마음이 없는 듯 보이니 그로서도 방법이 없었다.예전에는 몰랐었다. 감정 방면에서 무진 자신이 무척 소심하다는 사실을.무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생각해 보니, 이전에는 그저 성연을 만나지 못해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운전 실력이 뛰어난 무진은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성연의
얼마 지나지 않아 성연은 소지한이 말한 목적지에 도착했다.길에 흔히 보이는 아주 평범한 식당이다.소지한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온통 가린 모습이다.어쨌든 대중들에게 너무 잘 알려진 소지한이다 보니 팬들이 알아볼까 최대한 가린 터였다.모처럼 나온 터라 소지한은 성연과 함께 있는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일부 팬들은 이성이란 게 없었다. 그래서 지난번에는 성연을 많이 귀찮게 했다.소지한은 연예계의 일을 좋아하지 성연을 생각했다.대중의 시선에서 자신과 어떠한 관계도 맺어서는 안된다.성연이 풍랑에 휩쓸리지 않도록 말이다. 그녀에게 좋지 않으니까.소지한의 옷차림에 성연은 이미 익숙했다.이런 좁은 곳은 왕래하는 사람이 언제든지 있을 수 있다.소지한이 이렇게 하는 것도 두 사람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이다.이 점에 대해 성연은 별 상관없었다.소지한은 샤브샤브를 주문했다.전골 냄비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왔다. 오래동안 샤브를 먹지 못해서 그러지 성연의 입에 침이 고였다.성연의 입맛을 잘 아는 소지한은성연이 오기 전에 성연이 좋아하는 꼬치와 고기를 미리 많이 주문해 두었다. 아주 세심하게 성연을 챙겼다.그래서 식당에 도착한 성연은 잠시도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먹을 수 있었다.야채와 고기가 익는 동안 소지한은 성연에게 한바탕 하소연을 했다.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앉은 채 세상 불쌍한 모습을 연출했다.“성연아, 너 영화 찍는 게 얼마나 힘든 지 모르지? 최근 회사에서 낸 스캔들이 좀 많아. 그 여자들 얼굴을 뭐처럼 하고 있어. 정말 그 여자들과 연결되고 싶지 않아.”하기 싫은 일을 소지한에게 억지로 강요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하지만 소지한 역시 회사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데뷔 후 지금까지 회사에서는 그에게 무엇도 강요하지 않았다.대부분 그의 배경이기도 했다.그러나 소지한도 제멋대로인 사람이 아니다. 이 지위와 나이가 되니, 자신의 인내심을 테스트하는 게 아니라면 모두와 제대로 의논할 수 있었다.성연은 바로 대꾸
무진은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채 차 안에서 멀찌감치 바라보기만 했다.성연과 소지한이 함께 있는 모습이 보였다.둘이 야식 먹으러 나온 것을 보며 마음이 좀 답답해 왔다.한밤중에 성연을 불러낼 수 있단 말은 보통 친구가 아니란 의미.성연이 나왔을 때 신기했다. 도대체 그 남자가 누구일까, 성연이와는 어떤 관계일까 생각했다.무진은 쓸데없는 생각들을 멈출 수가 없었다. 성연이 보여주는 모습은 단지 자신의 착각은 아닐까?어쨌든 성연에 관한 많은 것들을 자신은 모르고 있다.그는 심지어 성연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자신의 곁에 와서 자신을 서운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성연이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무진은 믿을 수 없었다.지금 성연이 보여주는 모습을 무진은 더 납득할 수 없었다.성연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무진은 일그러진 표정을 지은 채 속으로 이해득실을 생각했다.결국 무진은 자존심에 바로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갔다.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아서.성연을 믿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성연의 성품이 어떻다는 것도 알고 있다.그러나 무진은 자신을 통제할 수 없다.그 자리에 계속 남아 있으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짓을 할까 걱정스러웠다.성연을 사랑하지만 무진 또한 자존감이 높았기에 무슨 일이든 무조건적일 수는 없었다.이럴 때 성연이 서로 체면을 세워주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더 좋을지도 모른다.식당에서 소지한과 샤브샤브를 먹던 성연은 무진이 왔다 갔는 줄은 전혀 몰랐다.자신이 무심코 저지른 실수에 무진이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더 몰랐다.그렇지 않았으면 절대 여기에 앉아서 대놓고 음식을 먹지 않았을 것이다.성연은 평소 좀 제멋대로 굴기는 하지만 비교적 섬세한 감성으로 무진의 생각을 짐작했었다.그러나 무진은 결국 성연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성연은 단지 친구와의 만남일뿐,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게다가 성연의 기억에 무진은 이미 잠든 상태였다.만약 다시
이튿날 아침, 성연이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무진은 이미 거실에 있었다.학교에 가지 않는 시간이 마음에 들었다. 몇 시까지 잠을 자든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다.하지만 사실 성연이 늦게 일어나는 일도 가끔이다.매일 잊지 않고 운동을 하고, 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건강에 좋다.아침 공기가 역시 가장 상쾌하다.어젯밤에는 잠을 조금밖에 못 잤다. 하지만 소지한을 만나러 외출한 일은 성연에게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그래서 성연은 오늘 일찍 일어난 셈이다.무진을 보자 성연은 속으로 아주 기뻤다.이따가 무진과 아침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면서.무진이 워낙 바쁘다 보니 요즘 거의 매일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돌아왔다. 자연히 두 사람이 함께 아침을 먹은 지도 오래 되었다.그러나 무진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어쩌면 성연이 어젯밤의 일을 자신에게 말하지 않을까 하며.지금 자신은 성연의 약혼자다. 친구든 다른 사람이든 자신이 알 권리가 있는 것이다.그러나 성연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성연이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릴 생각이다.무진이 직접 묻는 것은 체면을 잃는 일이다.몰래 미행하는 일은 그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이다.그러나 성연은 이 일을 잊기라도 한 듯 입에 올리지 않았다.언급조차 하지 않았다.“오늘 출근하지 않아요?” 성연이 무진의 맞은편에 앉았다.무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안 갔어.”그는 성연이 곧 자신에게 설명할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성연이 다음 말을 하자 실망이 더 컸다.“오늘 밤 나와 같이 영화를 보러 안 갈래요?”그 일에 대해 성연이 아예 말하지 않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어젯밤에 친구를 만나러 나갔다는 사실 자체를 말하지 않았다.대신 영화를 보러 가지 않겠냐고 물었을 뿐.자신이 원하는 말은 결코 이게 아니었다.왜 성연은 어젯밤에 외출한 사실을 자신에게 솔직하게 말하지 않을까?비록 아무 일도 없었다는 사실을 무진이 알고 있다 해도 마음은 여전히 께름칙했다.이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