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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5화

Author: 류한나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여시은이었다.

그녀는 연 핑크색 맞춤 드레스를 입고 드레스와 알맞게 공주님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었다. 메이크업도 은은하게 귀여운 매력을 돋보이게 했는데 평소보다 더 매력적이었다.

그녀의 옆에는 오십 대 좌우로 보이는 아주 품격있는 중년 남성 한 분이 서 있었는데 전통 정장을 입은 그는 몸도 꽤 건장해 보였고 남다른 기품을 뽐내고 있었다.

고은서는 그가 상류계층 사람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우리 아버지세요. 오늘 자선 파티에 제가 좋아하는 쥬얼리 액세서리가 있어서 강제로 끌고 왔어요.”

여시은이 고은서에게 자신의 아버지인 여재훈을 소개해줬다.

“아빠, 이분은 고은서 씨에요. 전에 서운에서 저를 엄청 많이 챙겨줬어요.”

“시은이를 챙겨줘서 고맙습니다.”

여재훈이 웃으면서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

고은서도 따라 대범하게 웃으면서 답했다.

“별말씀을요.”

“은서 씨, 마음에 드는 쥬얼리가 있으면 얼마든지 얘기해요. 제가 선물로 드릴게요.”

“괜찮아요. 따지고 보면 별로 도움이 된 것도 없는데요 뭐. 게다가 오늘은 쥬얼리 대신 그저 친구 만나러 온 거예요.”

고은서가 웃으면서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

“게다가 우리 MQ 고객이신데 제가 도리어 선물을 드려야죠.”

고은서가 장난삼아 말했다.

그러자 여시은도 더는 강요하지 않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화제를 돌렸다.

“은서 씨, 오늘 향수 샘플을 만들었다고 저한테 문자 했잖아요. 혹시 지금 가지고 있나요? 마침 우리 아빠도 퍼퓸 제작에 관심이 있거든요. 그래서 있으면 한 번 시향하게 하려고요.”

고은서도 마침 샘플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샘플을 꺼내 여시은에게 건네주었다.

“으음~ 향 엄청 좋은데요. 너무 마음에 들어요. 아빠도 한 번 맡아봐요.”

여시은은 자신이 먼저 시향한 후 여재훈에게 건네주었다.

여재훈도 샘플을 들고 아주 진지하게 자세히 맡아보았다.

“무화과를 베이스로 하셨나요?”

“무화과 향이 느껴지시나요?”

고은서가 약간 놀랐다.

일반인들은 향수를 평가할 때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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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의 머리는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었고 입술에 바른 립스틱도 거의 지워져 있었으며 목에는 누군가에게 물린 듯한 이빨 자국이 있었다.민시후는 술에 취한 탓인지 미간을 어루만지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다.그의 상의는 이미 사라졌고 입술은 여자가 바른 립스틱과 똑같은 색을 띠고 있었고 가슴 쪽에는 손톱에 할퀸 자국들로 가득했다.여자가 이불 전체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는 바람에 이리저리 뒤엉킨 침대 시트와 침대 위에 널브러져 있는 여자의 드레스, 섹시한 속옷, 그리고 민시후의 셔츠와 바지가 그대로 드러났다.여자의 드레스와 속옷은 누군가가 강제로 벗긴 듯 볼품없이 찢겨져 있었는데 현장 상황을 보아서는 아주 격렬한 일이 발생한 듯했다.시간이 늦어서 많은 손님들이 돌아가긴 했으나 방금전 비명소리를 들은 나머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그들은 방 안의 광경을 보고 서로 놀라움을 머금지 못했는데 심지어 흥분해 하며 폰을 꺼내 사진 찍으려는 사람도 있었다.여시은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하인들한테 손님을 데리고 아래로 내려가라고 지시하면서 자신의 동의 없이는 누구도 올려보내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체구는 작았으나 그녀의 말을 거역하는 사람은 없었다.다들 호기심이 만발하긴 했으나 집주인의 말을 따르면서 고분고분 아래로 내려갔다.수군거리는 소리와 여자의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들은 민시후는 그제야 이상함을 감지하고 고개를 들었다.그의 눈에 처음으로 들어온 건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는 고은서와 놀라운 기색을 띤 여시은이었다.이어 그는 자신이 알몸으로 흐느끼고 있는 여자 옆에 앉아있는 걸 발견했다.민시후는 당황해하며 고은서를 바라보았다.“옷 입고 나와. 밖에서 기다릴게.”고은서는 말하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은서 씨, 괜찮아요? 다 오해일 거예요. 시후 씨가 은서 씨를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절대 다른 여자랑 저런 일을 할 리가 없어요.”여시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은서를 위안했다.그러나 고은서는 차가운 얼굴빛을 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시은도 더는

  • 어게인, 비긴   제745화

    곽승연의 말을 들은 곽승재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곽승연은 나이는 많지 않았지만 촉이 아주 예민한 사람이었는데 지금 그녀가 고은서가 자신을 자주 보러 못 오는 거 아니냐고 걱정한다는 건 민시후와 고은서의 사이가 범상치 않다는 걸 느꼈다는 걸 의미했다.고은서가 다른 남자와 남은 생을 약속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 곽승재는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아파왔다.그는 곽승연을 위안하고 있을 때 마침 주민기한테서 연락이 오는 바람에 다시 방 밖으로 나갔다.“곽 대표님, 해찬시에서 오토바이를 타면서 고준석 어르신을 치려고 했던 두 남자에 관한 새로운 소식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사고가 발생하기 이틀 전에 두 사람의 계좌로 불명의 거금이 이체된 걸 조사해냈습니다.”주민기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그런데 두 사람이 오토바이 경주 클럽 회원인 데다가 금액을 이체한 계좌도 클럽 계좌여서 제때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조사해본 결과 오토바이 경주에 관심이 있는 사장 한 명이 두 사람에게 준 특별 상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 사장은 상금만 제공하고 계좌 이체는 클럽에 대신 맡긴 것 같습니다. 클럽에서 제공한 서류에 따라 더 자세히 조사해보았는데 북성 송씨 가문과 연관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곽승재는 이내 눈살을 찌푸리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반 시간 후, 회사 사무실에서 봐.”“네, 대표님.”...파티는 점점 절정으로 달리고 있었다.술을 마시면서 사업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일상적인 수다를 떠는 사람들도 있었고 함께 춤추면서 서로를 향한 호감을 표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민시후는 파티에 온 남자 손님들과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그중 누군가가 카드 게임을 하러 가자고 제안했는데 그는 고은서가 한창 바삐 보내고 있는 걸 확인하고는 고민 끝에 함께 게임하러 가기로 했다.반면 고은서는 거실에서 만난 여자들한테 향수에 관한 얘기를 해주고 있었다.진짜 향수에 관해 흥취가 있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그녀의 사랑 이야기에 흥미를 느껴서 그

  • 어게인, 비긴   제744화

    여자는 블랙 튜브톱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가녀린 허리와 힙업된 엉덩이, 그리고 풍만한 가슴이 유독 도드라져 보였다.섹시하지만 속되어 보이지 않는 아주 요염한 여자였다.남자들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녀에게로 쏠렸다.반면 민시후는 아주 냉담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누구?”“민 도련님, 전에 저랑 자주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마셨잖아요. 벌써 저를 잊으신 거예요?”여자가 억울하다는 듯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내가 굳이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성가시게 굴지 말고 저리 가.”민시후는 그녀의 체면을 챙겨주는 대신 아주 차가운 목소리로 경고했다.여자는 난감한 기색을 드러내며 더는 집착하지 않고 술잔을 들고 다른 곳으로 갔다.다들 이 작은 에피소드를 너무 마음에 두지 않았다.여씨 집안의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들을 새겨보면 거의 다 재벌가 출신이었는데 그 때문에 그들의 눈에 들려고 일부러 아는 척하면서 다가오는 여자들이 적지 않게 있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시후는 고은서한테 다가가 직접 설명했다.“오해하지마. 나 진짜 저 여자랑 모르는 사이야.”“원래도 여자들한테 인기가 많기로 유명하잖아. 운전하다가도 갑자기 튀어나와 차에 치이면서까지도 네 눈에 들려고 하는 여자들이 얼만데. 게다가 술집에 갈 때마다 이 여자 저 여자랑 함께 노는데 간혹 아는 여자를 만날 수도 있지. 나 때문에 일부러 모른 척하지 않아도 돼.”고은서가 일부러 그를 놀리려고 말했다.“진짜 모르는 여자야.”민시후가 조급해하며 설명했다.“전에도 그저 같이 앉아서 술만 마시다가 내보곤 했어.”고은서는 방금전 여자를 힐끗 보더니 말했다.“아까 말한 거 못 들었어? 자주 밥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마시곤 했다잖아. 그런데 기억 안 난다고?”민시후는 당장이라도 시간을 되돌려 고은서 앞에서 이 여자 저 여자를 다 건들며 다녔던 과거의 자신을 한 대 치고 싶었다.“정말 기억 안 나. 다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전혀 기억나지도 않는다니까.”고은서는 긴장해 하는 민시후를 보면

  • 어게인, 비긴   제743화

    곽승재는 자신이 다가가 보았자 방금전처럼 고은서의 기분만 망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민시후를 향해 환하게 웃어 보이는 모습과 달리 방금전의 그녀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민시후한테 시비 걸지 말라고 곽승재에게 경고의 눈빛을 보내곤 했다.무대에서 내려온 고은서는 아직도 방금전의 흥분 속에서 벗어나오지 못한 듯했다.“드럼을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는데. 내 바에도 밴드가 있는데 합류할 생각 없어? 시간 날 때면 가서 드럼 치면서 놀면 좋을 것 같은데.”민시후가 그녀에게 물을 건네주면서 말했다.“혹시 전에 경호원들을 데리고 와서 나한테 혼쭐내주겠다고 하던 바를 말하는 거야?”“...”고은서의 물음에 민시후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뒤끝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당시에 곽승재가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날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었어? 설마 진짜 날 납치해서 감금시킬 생각이었어?”민시후는 저도 모르게 찔렸다.“그럴 리가. 나처럼 착한 시민을 본 적 있어? 난 불법적인 일은 안 한다고. 기껏해야 겁만 주고 말겠지.”“나 말고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겁을 준 거야?”고은서가 의심하는 눈빛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그런 눈길로 나 보지마. 나 다른 사람 괴롭히고 다니는 양아치 아니야.”민시후가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마침 판주에서 서인수를 처리했다는 흉흉한 소문도 돌고 있는 와중에 갑자기 찾아와서 나랑 합작하겠다고 큰소리치는데 어떻게 의심하지 않을 수가 있어. 게다가 지금 밴드 얘기를 하고 있잖아. 왜 갑자기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을 따지는 거야.”사실 고은서는 일부러 민시후를 난감하게 만들기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니었다.그저 갑자기 억울해서 이유라도 듣고 싶어서 말을 꺼낸 것이었다.그러나 긴장해 하면서도 후회하는 그의 반응을 보고 나니 또 깊이 따지고 싶지 않아졌다.“밴드는 됐어. 음악 하고 싶다는 헛된 꿈을 꿀 나이는 이미 지났어. 지금은 그저 소소하게 큰돈만 벌고 싶거든.”“모르는 사람이 들었으면 나이가 엄청 많은 줄 알

  • 어게인, 비긴   제742화

    “마실 것 가져다드릴게요.”여시은은 눈치 있게 두 사람을 위해 자리를 피해주었다.“안 추워? 숄이라도 가져다줄까?”곽승재가 고은서의 얇은 옷차림을 보고 물었다.고은서는 약간 의외였다.곽승재의 질책을 기다리고 있었던 그녀는 갑자기 그가 자신을 향해 춥냐고 물을 줄은 생각도 못 했다.낮에는 비교적 따뜻해서 외투를 입지 않아도 됐다.해가 진 후에는 기온이 상대적으로 낮긴 했으나 추울 정도는 또 아니었다.“필요 없어.”고은서가 고개를 저으며 사양했다.“사적으로 여시은 씨와 만난 적이 없어. 날 초대할 때도 네가 온다고 해서 받아들인 거야.”곽승재가 덤덤하게 말했다.“설명하지 않아도 돼. 나랑 상관없는 일이니까.”고은서가 담담하게 답했다.곽승재가 입술을 달싹이면서 무언갈 더 말하려고 할 때 민시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은서야, 여기 네가 좋아하는 거 있어.”고은서는 이내 그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답했다.“알겠어. 금방 갈게.”그러자 옆에 있던 곽승재의 얼굴빛이 약간 어두워졌다.“내가 데려온 거야. 싫으면 지금이라도 돌아가. 다른 사람들 기분 망치지 말고.”고은서는 말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민시후를 향해 걸어갔다.곽승재는 선 자리에서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지라 바라보기만 했다.“여긴 또 왜 온 거야. 기분 나쁘게.”민시후가 불쾌하다는 듯 고은서를 향해 투덜거렸다.“두 집안끼리 협력하는 사이잖아.”고은서가 그를 달랬다.“협력은 무슨. 널 보러 온 거겠지.”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됐어. 그냥 무시해. 내가 좋아하는 물건 있다며? 뭔데?”“오늘 파티에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는 밴드가 왔는데 네가 좋아하는 드럼도 있대. 내가 이미 말해뒀으니까 조금 이따 올라가서 한 곡 쳐 봐.”민시후가 흥분해 하며 말했다.드럼 광팬으로서 고은서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손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그러나 방금전 많은 여자들의 부러움과 질투를 받은 그녀는 더는 사람들의 눈에 띄기 싫었다.“고마워. 그런데 나 더는 눈에 띄는

  • 어게인, 비긴   제741화

    고은서와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문밖을 향했다.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정원에서 곽 대표님, 곽 도련님이라고 부르는 소리와 그에게 인사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마치 여시은이 아닌 그가 진짜 집주인인 듯한 느낌을 주었다.“어머, 곽 도련님께서 오셨나 봐. 시은 씨, 곧 곽 도련님이랑 약혼한다면서요. 오늘 특별히 시은 씨가 새집으로 이사 온 걸 축하해주러 왔나 봐요.”여자 한 명이 부럽다는 듯 말했다.“당연하죠. 시은 씨가 이사했는데 약혼자로서 축하해주러 온 게 당연한 일이 아니에요? 나중에 두 분이 결혼하게 되면 우리랑 점점 멀어지는 건 아니죠?”다른 여자 한 명이 맞장구를 치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집안 배경은 말할 것도 없고 두 분 엄청 어울리지 않나요? 완전히 천생연분이라니까요.”나머지 사람들도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그만 하세요.”여시은이 난감해하며 말했다.“저랑 곽 대표님은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그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다른 분들이 우연하게 저희 아빠랑 곽 회장님한테 왜 사돈 맺지 않냐고 하면서 장난 삶아 꺼낸 얘기일 뿐인데 곽 회장님께서 좋은 생각이라고 함께 장난치실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우리 아빤 그저 곽 대표님이 능력이 출중한 인재라고 칭찬만 했는데 날짜까지 잡으라면서 떠들어 대실 줄은 생각도 못 했다니까요.”여시은은 이내 고은서의 팔짱을 끼면서 말을 이어갔다.“그저 술자리에서 한 농담일 뿐인데 이렇게 소문이 퍼질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게다가 곽 대표님께서 좋아하시는 분은 여기 있는 은서 씨에요. 그러니까 다들 소문만 믿고 함부로 얘기하지 말아요.”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고은서한테로 쏠렸다.마치 다들 옷차림이 수수한 데다가 다른 사람을 위해 퍼퓸 제작까지 직접 도맡아 하는 여자가 곽승재의 마음을 빼앗아 간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모양이었다.고은서도 여시은이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곽승재가 그녀를 좋아한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을 줄은 생각 못 했다.사람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고은서를 다시 훑어보기 시작

  • 어게인, 비긴   제740화

    고은서는 민시후의 얼굴을 밀어내면서 답했다.“아직 더 고찰이 필요해.”“들었죠. 이게 지금 저의 상황이에요.”민시후가 여시은을 향해 난감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여시은이 피식 웃으면서 장난스러운 말투로 고은서를 향해 말했다.“곽 대표님이 많이 상심해 하겠네요.”고은서는 약간 어리둥절했다.‘왜 아직도 내가 곽승재랑 재결합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곽씨 가문이랑 사돈 관계를 맺기로 한 거 아니었어? 곽현수 태도를 보아서는 여씨 집안에서도 이미 동의한 것 같던데. 곽승재만 동의하면 되는 일이 아니었어? 그렇다고 딸바보 여재훈이 여시은을 강요할 일은 없을 테고. 그런데 여시은도 동의한 일이라면 지금 이 태도가 말이 안 되는데.’민시후는 고은서가 대답하기 난감해하는 줄 알고 콧방귀를 뀌면서 대신 대답해줬다.“곽승재 그 인간이 상심할 만도 하죠.”여시은과 별로 친하지 않았기에 굳이 그녀의 앞에서 세 사람 사이의 원한 관계에 관해 언급할 필요가 없었는지라 고은서는 민시후를 쏘아보면서 입을 다물라고 눈짓했다.“알겠어. 안 말하면 되잖아.”민시후는 이내 사그라들었다.“먼저 들어가서 돌아보고 있어. 나 시은 씨랑 얘기 좀 나누다가 갈게.”고은서가 민시후를 쫓았다.“정자에 민시후 씨랑 비슷한 남자 손님들이 계시는데 가서 얘기 나눠 보세요.”여시은이 웃으면서 민시후에게 길을 안내해줄 하인 한 명을 붙여주면서 말했다.“전에는 곽 대표님이 이길 줄 알았는데 민시후 씨가 은서 씨 마음에 더 들었나 봐요?”민시후가 하인 따라 떠난 후 여시은이 웃으면서 고은서에게 말을 걸었다.“인테리어가 너무 이뻐요.”고은서는 나긋한 미소를 지으면서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렸다.“우리 아빠랑 제가 다 이런 고풍적인 인테리어를 좋아하는데 해성에 꽤 오래 머물 것 같아서 이 별장으로 선택한 거예요. 이렇게 되면 나중에 또 해성에 와도 지낼 곳이 있게 되잖아요.”여시은이 눈에 띄게 기뻐하면서 말했다.“그런데 오늘 집들이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제 친구들이랑 그 친구들

  • 어게인, 비긴   제739화

    곽승연이 아주 나지막한 목소리로 고은서를 향해 언니라고 불렀다.고은서는 이곳에서 곽승연과 마주칠 줄을 생각 못 했는지 약간 의아해했다.곽승연 옆에는 서연정도 함께 있었는데 방금전에 그녀와 민시후가 장난치는 모습을 본 듯했다.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어색해 났다.곽승재와 민시후가 서로 아는 사이였기에 그녀는 민시후를 따로 소개하지 않고 곽승연과 서연정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어머니, 동물원엔 어쩐 일로 오셨어요?”“승연이가 아기 동물들을 보고싶어 해서 바람도 쐴 겸 온 거야.”서연정이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런데 오늘 친구랑 함께 와서 같이 돌진 못할 것 같아요. 여기 환경도 꽤 괜찮고 한데 승연이랑 좋은 시간 보내다 가세요.”고은서가 뒤돌아 민시후를 한 번 보고는 서연정에게 말했다.“알겠어.”서연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승연아, 언니가 오늘은 일이 있어서 가봐야 할 것 같아. 며칠 후에 향도 갖다 줄 겸 본가에 들를 건데 그때 다시 게임하면서 같이 놀자.”“응.”곽승연은 아쉬워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이를 본 고은서는 며칠 전에 산 옥토끼를 꺼내 건네주면서 그녀를 달랬다.“이건 언니가 너한테 주려고 산 선물이야.”곽승연은 이내 옥토끼를 쥐고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좋아했다.“은서야, 얼른 친구한테로 가 봐. 승연이는 걱정하지 않아도 돼.”옆에 있던 서연정이 입을 열었다.“네.”고은서는 그제서야 민시후와 함께 다른 곳으로 향했다.“나 아무 사람한테 화낼 정도로 옹졸한 사람이 아니야.”민시후가 찌뿌둥해 하며 말했다.‘설마 어머니랑 승연이한테 자신을 소개해주지 않았다고 삐진 거야?’고은서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이미 누군지 알고 있는데 굳이 소개해줄 필요 있어?”“의미가 다르잖아.”민시후가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거야. 지금이라도 다시 가서 소개시켜줄게.”“됐어. 나중에 신분이 더 레벨업 되면 널 데리고 직접 곽씨 가문에 방문하러 갈 거야.”고은서는 그 광경이 차마 상상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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