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은 이 총소리가 없는 전쟁 속에 그녀와 Maria는 유일한 방관자일 줄 알았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그들 모두 피치 못할 책임이 있었다. 심유진은 제일 직접적인 근원이었고 Maria는 Judy가 이직하게 떠민 꼴이 되었다.모두의 과녁이 되고 싶지 않아 심유진은 신속히 Maria의 손을 잡고 책상 위의 물건을 집었다. 고개를 숙인 채 타인의 주의를 끌지 않으려고 소리를 죽이면서 밖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출구에 다가가기 전에 여러 명이 험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들 앞을 가로막았다.“지금 의기양양하죠?”아까 김욱의 심기를 건드린 Nina는 이번에도 앞장 섰다. 아까보다 더 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그녀의 체형은 심유진보다 건장했지만 키는 심유진보다 작았다. 하지만 기세로 보아 여전히 압박감을 초래했다.심유진도 갖은 풍파를 겪은 사람이었기에 타인을 먼저 건드리진 않지만 이런 캐릭터가 눈앞에 닥치면 무서워하지도 않았다.“네, 의기양양하죠.”심유진은 허리를 곧게 펴고 팔짱을 끼고 키가 큰 우세를 발휘해 일부러 승리자의 자태로 그들을 바라보았다.“갖은 수단으로 절 쫓아내려 했는데 결국 일자리를 잃은 건 당신들이네요.”심유진은 영화 속에 나오는 빌런처럼 크게 웃으면서 얘기했다.“당신들한테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요? 자신을 모른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너무 자신만만했다고 해야 하나요? 그도 아니면 아둔하다고 해야 할까요?”“너!”Nina는 화가 나 얼굴이 새빨개졌다. 그리고 손을 들어 심유진의 뺨을 갈기려 했다.심유진은 미리 준비하고 있어 그녀의 손을 잡고 반격하려던 찰나 몸이 사람에 부딪혀 엉거주춤하게 옆으로 밀려났다.이윽고 짝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심유진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옆을 바라보았다. Nina의 손은 아직 허공에 있었고 그녀의 공격 범위 내에 없었던 Maria가 심유진이 서있었던 자리에 서있었다. Maria의 고개는 옆으로 쏠렸고 얼굴을 만진 채 서있었다.“Maria!”심유진은 쏜살같이 앞으로 다가가 Maria를
”조금 아프지만 괜찮아요.”Maria는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조금 있으면 괜찮아 질걸요. 보건실은 너무 오바예요.”그녀는 손목시계를 보고는 말했다.“밥 먹을 시간이네요. 김욱 씨와 육 대표님에게 점심을 배달해야겠네요. 여기에서 기다릴래요? 밥을 가지고 찾으러 올게요.”심유진은 제일 가까운 의자를 빼고 그녀를 의자에 앉혔다.“이런 모습으로 두 분께 식사 배달을 하면 그들을 놀라게 할 거예요.”심유진은 Maria에게 장난쳤다.Maria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손으로 얼굴을 막았다.“그럼 어떡해요?”그녀는 손 틈 사이로 심유진을 흘끔 보았다.“직접 음식을 가지러 가라고 할 순 없잖아요? 그랬다간 총재 사무실에 김욱 씨와 육 대표님을 제외하면 직원이 당신 하나밖에 남지 않을 거예요.”“제가 배달하면 되죠.”심유진은 Maria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시름 놓고 여기서 기다려요. 갔다가 금방 올게요.”**호텔에서는 점심 식사를 총재 사무실 입구에 놓았기에 심유진은 사무실을 가로질러 가지러 가야 했다.사무실은 난리가 났다.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무슨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다들 초조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심유진이 그들 곁을 지날 때 다들 조심하면서 말을 멈췄다. 다들 선하지 않은 눈빛으로 심유진을 노려보았다. 마치 그녀를 씹어서 뱃속에 삼킬 것만 같았다.심유진은 못 본 척하고서 점심을 가지러 갔다.음식을 가지고 돌아올 때 Nina는 괴이한 목소리로 옆 사람에게 말했다.“누구는 스킬도 필요 없는 심부름이나 하게 생겼네요!”심유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Nina한테 웃어 보이면서 말했다.“누구는 매일 스킬이 필요한 일을 하지만 사직할 때 상사가 만류도 하지 않네요. 떠날 때 위약금 때문에 재산도 탕진하게 생겼네요!”Nina는 다시금 말문이 막혔다.심유진은 가슴을 펴고 고고한 자태로 그들의 앞을 지나갔다. 더 이상 그녀를 비꼬는 사람이 없었다.심유진은 음식을 들고 김욱의 사무실에 갔지만 안은 텅 비었다.김욱은 회의실에서 나
”너 대신 맞다니? 무슨 말이냐?”육윤엽은 금방까지만 해도 밝은 표정이었는데 지금은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심유진은 과장을 보태 회의실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Maria가 이렇게 정의로운데 월급 좀 올려주면 안 돼요?”“그래.”허태준과 관련된 일만 아니면 육윤엽은 심유진의 요구를 다 들어주었다.“이따가 인사팀에 말해놓으마. Maria의 월급은 이번 달부터 10% 올려주마.”심유진은 몸을 굽혀 육윤엽을 포옹했다.“고마워요, 아버지~”육윤엽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폈다. 눈가의 주름은 더 짙어졌다. 육윤엽은 심유진의 손을 잡고 툭툭 치면서 물었다.“며칠 동안 너한테 물을 시간도 없었구나. 블루 항공에 들어온 지도 꽤 되는데 직장생활은 어떠냐? 힘든 일이라도 있느냐?”심유진은 김욱을 힐끗 보고는 의기양양해서 말했다.“오빠가 이끌어주는데 어려울 게 뭐 있겠어요?”“그럼 됐다.”육윤엽은 시름을 놓은 것 같았다.“너도 알다시피 내 몸이 줄곧 좋지 않다. 양의사가 몇 년을 퇴직하고 집에서 푹 쉬라고 했는데 네 오빠 혼자서 회사를 지키게 하면 동사회에 말썽 많은 노친네들을 잘 상대할 여건이 없을 거다. 유진아, 그러니까 너는 하루빨리 내 자리까지 올라와야 한다. 그때 가서 너희 남매 둘이 같이 싸운다면 나도 뒤에서 안심할 수 있단다.”“네, 노력할게요.”심유진은 정중하게 승낙했다.심유진은 육윤엽이 어느 만큼 엄중하게 다리를 저는지 알아보려 하지 않았지만 육윤엽의 병이 재발하는 것을 두 번 마주친 적이 있었다. 그 두 번마저도 심유진과 육윤엽이 만난 횟수였다. 그러기에 병이 재발하는 속도를 봐서는 빨리 퇴임하고 휴양하는 것이 육윤엽한테 제일 긴급한 일이다.심유진은 어깨가 무거워짐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이 또한 그녀가 분투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아, 맞다!”심유진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면서 말했다.“총재 사무실에서 집체 이직을 했는데 후속 업무는 어떻게 처리할까요?”그 사람들의 오늘 보인
**Nina의 손이 너무 맵기도 하고 Maria는 피부가 약한 아가씨였기에 반 시간이 지나도록 그녀 얼굴의 손바닥 자국은 가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빨갛게 부어올랐다.점심시간은 다 끝나지 않았다. 심유진은 그녀가 파운데이션으로 자국을 가리려는 제의를 거절했다. 그러고는 다짜고짜 Maria를 데리고 의무실로 갔다.의사는 부기 빼는 약을 처방해 주었다. 이 약은 얼굴에 직접 바를 수 없어 먼저 화장을 지워야만 했다.Maria는 심유진의 손을 꼭 잡고 무릎 꿇기 일보 직전인 상태로 말했다.“집에 가서 마스크팩을 하는 것처럼 혼자 두껍게 바를게요, 네?”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은 누구한테나 있는 법이다. 심유진은 화장에 대해 집념이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화장을 지우기 싫어하는 마음쯤은 이해할 수 있었다.“그래요, 그럼.”심유진은 말했다.“저녁에 잘 발라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내일이 되어도 부기가 가라앉지 못할 거예요.”“네!”Maria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총재 사무실 사람들은 온 오후 혼란과 바쁨 속에서 일과를 보냈다.타 부서에서 전배 온 직원은 두 시에 맞춰 도착했다. 이 사람들의 등장으로 인해 태연하게 자리에 앉아 인사팀의 이직 절차 실시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김욱은 진작 도착했다. 이 시각, 빈자리를 메꾸러 온 직원들을 이끌고 그들에게 자리를 안배해 주었다. 마침 이직하는 사람 수에 맞는 인원이었다.김욱은 회의에서 인수인계에 관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유진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몰랐다. 김욱이 바로 공표하니 사람들은 놀라서 멍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제야 불평과 불만스러운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다.“오후에 떠나라고 하셨잖아요? 왜 이제 와서 인수인계하라고 하나요?”“그러니까요! 약속을 지키셔야죠!”“저희가 떠나는 것에 대해 동의하셨으니 후회 하지나 마세요!”김욱은 사람들 중심에 서서 그들의 푸념을 태연하게 들어주었다.“어느 회사에 가시던 이직을 한다면 인수인계는 필수입니다. 여러분은
김욱은 육윤엽의 특별 조수이자 총재 사무실의 핵심 인원이다. Maria를 제외하고 부서 내 모든 사람의 업무는 최종 김욱의 손을 거쳐야만 했다. 김욱한테 보고하는 것은 물론이고 김욱은 매 사람의 업무 내용과 진도에 대해 빠삭했다. 마치 자신이 직접 한 것처럼 말이다.한사람이 열 몇 명 되는 사람과 인수인계하는 것은 힘들고 많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김욱은 마치 스킵 버튼을 누른 것처럼 배속으로 움직였다. 심지어 퇴근 전에 총재 사무실은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모든 문제를 해결하자 김욱은 드디어 시큰한 허리를 폈다. 그는 한 손으로 허리를 두드렸다. 심유진은 고개를 들자마자 그 모습을 보게 되어 김욱한테 물었다.“눌러줄까요?”심유진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반응하였다. 그래서 김욱과 일정한 거리를 둬야 한다는것도 까먹었다.말이 입 밖에 나가고 나니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어쩔 줄 몰라서 맞은 편의 Maria를 바라보았다.Maria도 이마를 살짝 찌푸린 채 생각에 잠긴 듯한 눈빛으로 심유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유진의 눈빛과 마주치자 Maria는 냉큼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업무에 몰두하였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김욱은 심유진 앞에 멈춰서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공적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저한테 잘 보이려 해도 소용없어요. 이번 달 개근상은 없습니다.”심유진은 대답했다.“네, 없어도 방법이 없죠.”심유진은 관심을 거두어들이고 냉담한 척하였다.김욱이 사무실로 돌아가자 심유진은 냉큼 김욱한테 문자를 보냈다.“오빠가 방금 명석하게 행동했으니 망정이에요! 아니면 우리 관계가 들통날 뻔했어요!”김욱은 이참에 사기 치려 들었다.“고마움을 표시해야지? 오늘 저녁이나 사주지 않겠어?”“오늘 저녁은 안 돼요.”심유진은 허태준과의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내일 저녁은 어때요? 집에서 훠궈 먹을 건데 같이 먹어요.”“좋지.”김욱도 사절하지 않았다.“허 대표더러 많이
심유진이 대답을 하려는 찰나 Maria가 손목을 잡았다. Maria가 말했다. “제가 실수로 다리를 책상에 부딪혀서 유진 씨가 의무실에서 약을 가져다줬어요.” “그렇군요.” 김욱이 고개를 끄덕이며 당부했다. “조심해요.” “네.” 심유진은 Maria의 얼굴이 예전에 Nina에게 맞았을 때보다 더 붉어진 걸 느꼈다. 심유진은 입구에서 그들과 작별인사를 했다. Maria는 한눈에 허태준의 차량을 알아봤다. “기사님이 또 데리러 오신 거예요?” Maria가 물었다. 심유진은 김욱이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는 것을 보며 대답했다. “맞아요. 그럼 저 먼저 갈게요.” 심유진은 앞으로 걸어가려다가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김욱에게 말했다. “혹시 Maria를 집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까요? 좀 전에 다리를 다쳐서 운전하기 힘들 수도 있어요.” 그 말에 Maria는 얼굴이 더 붉어져서 손을 저었다. “아니에요! 운전할 수 있어요. 괜찮아요.” Maria가 계속 거절했지만 김욱은 매너가 몸에 밴 사람이었다. “데려다 줄게요.” Maria가 도움의 눈길을 심유진에게 보냈지만 심유진은 웃으며 그녀의 등을 살짝 떠밀었다. 그리고 입모양으로 파이팅을 외쳤다. Maria가 멈칫할 사이 심유진은 재빨리 차에 올랐다. 차 안에서 허태준은 별이와 사야 할 물건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심유진이 차에 오르자 별이가 입을 삐죽거렸다, “엄마!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심유진은 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제 아빠 있다고 엄마는 필요 없어진 거야?””그럴 리가!” 별이가 눈을 반짝이며 애교를 부렸다. “엄마가 제일 좋아!” 별이는 아빠가 좋았지만 허태준은 별이에게 여러 번 그래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여야 한다고 당부했었다. 물론 결혼하면 와이프로 바꿔도 된다고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심유진은 별이가 자신을 달래려고 하는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별이를 바라보는 심유진의
평일 저녁 마트에는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 퇴근하고 장을 보러 온 사람들이었다. 별이는 심유진의 손을 잡고 허태준의 뒤를 따랐다. 심유진은 마트에 와서 장을 본적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마트가 유달리 컸었기에 보통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심유진은 직원에게 위치를 물어보군 했다. 심유진이 평소와 다름없이 직원에게 물으려는데 별이가 심유진을 말렸다. “엄마! 물어볼 필요 없어. 아빠는 다 알아.” 별이의 표정에 자부심이 가득했다. “아빠 엄청 대단해! 딱 한번 왔는데 위치 다 기억하고 있어.” 별이는 심유진에게 뭐라 하지 않았지만 심유진은 왠지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다. 직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가려는데 직원이 부러움 가득한 표정으로 칭찬을 했다. “남편분이 멋있으시네요. 아들도 귀여워요!” “감사합니다.” 심유진은 허태준과의 관계에 대해 딱히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그냥 웃어넘겼다. 하지만 별이는 그걸 굳이 캐물었다. “아빠가 남편이야?” “음...” 심유진은 허태준에게 도움의 눈길을 보냈다. 하지만 허태준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일이라는 듯 쳐다보기만 했다. 심유진은 그냥 무시하고 장 보는데 집중했다. “일단 밀가루부터 사요.” 심유진은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두 걸음도 걷지 못하고 허태준에게 잡혀왔다. 허태준이 웃으며 말했다. “그쪽 아니고 이쪽.” 심유진은 머쓱하게 따라갔다. 하지만 허태준은 계속 심유진의 손을 놓지 않았다. “길 잃을 수도 있잖아.” 합당한 이유에 심유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허태준은 정말 별이의 말대로 길을 너무 잘 찾았고 헤매지 않으니 장 보는 시간도 반으로 줄었다. 순식간에 장바구니를 가득 채웠다. 허태준은 장바구니를 들고 차에 올라타고 별이는 내내 허태준을 칭찬했다. 심유진은 이미 질투가 생기지 않을 정도로 질리게 들어서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다. 하은설은 요즘 일이 많이 줄어 제시간에 퇴근을 했다. 심지어 심유진보다 집에 일찍 들어왔다. 심유진은 집에
“큼큼!” 심유진은 일부러 헛기침을 했다. 하은설은 그제야 입구에 사람들이 서있는 걸 주의했다. 하은설은 얼른 전화를 끊고 심유진에게 볼 멘 소리를 했다. “왜 들어올 때 기척도 없대.” 심유진은 얼른 신발부터 갈아 신고 하은설에게 물었다. “왜? 내일 온대?” 하은설은 심유진을 밀어냈다. “뭔 상관이야! 얼른 밥이나 해. 너무 배고파.” 하지만 심유진은 물러서지 알았다. “간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또 오는 거야? 진짜 너한테 마음이 있나 본데?” 심유진이 팔꿈치로 하은설이 쿡쿡 찌르며 말했다. “이런 기회 흔치 않아. 꽉 잡아.” “진짜 뭐라는 거야.” 하은설이 발차기를 날렸으나 심유진은 웃으며 날렵하게 피했다. “언제 소개해 줄 거야? 내가 밥 한 끼 사고 싶은데 어때?” “악!” 하은설은 귀를 막으며 비명을 질렀다. “대표님! 얘 좀 데려가요!” 허태준은 왼손에 들었던 장바구니를 오른손으로 옮기고는 심유진의 허리를 감았다. “죄송해요.” 그리고 허태준은 심유진을 강제로 주방으로 끌고 갔다. 허태준은 장바구니를 내려놓았고 심유진은 자각적으로 물건들을 정리해서 냉장고에 넣고 허태준에게 물었다. “양파부터 썰까요?” 심유진은 아까 허태준이 별이에게 양파랑 계란으로 요리를 하겠다고 말하는 걸 들었었다. “내가 할게.”허태준은 양파를 건네받고 익숙하게 자르면서 물었다. “아까 은설 씨랑 통화하던 분은 남자친구인 거야?” “그게 궁금했어요?” 심유진은 종래로 다른 사람의 개인사정을 궁금해하지 않던 허태준이 이런 걸 물으니 조금 놀라웠다. 허태준은 매운 양파 때문인지 아니면 뜨끔해서인지 순간 기침이 나왔다. “그냥 물어보는 거야.” 허태준은 신경 쓰지 않는 척 물었다. “에이, 궁금할 수도 있죠.” 심유진은 흥미롭다는 듯 놀리려다가 허태준의 시선에 다시 얌전해졌다. “남자친구는 아니고 썸 타고 있는 관계인가 봐요.” “사진은 본 적 있어?” 심유진은